원수정은 숨을 좀 돌리고 말했다. "그게 있잖아. 김신걸의 어머니가 설마 김영한테 살해당한 게 아니겠지?""......." 원유희는 멍해졌다. "갑자기 왜 그렇게 물어보셨어요? 무슨 생각이라도 난 거 아니에요?"그녀는 말하면서 속으로 매우 놀랐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김신걸이 미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김영이다!근데 이 추측이 과연 맞는가?"어쨌든 옛날 어느날 김영이 밤에 자다가 악몽을 꿨는데, 갑자기 내가 널 죽인 게 아니라고 하더라. 지금 보니 그게 바로 김신걸 어머니를 말하는 거지? 시간으로 보면 그때 딱 그 여자가 죽은 지 얼마 안 됐어." 원수정은 말했다.원유희는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냥 자책감으로 해석하면 안 될까요?""아무튼 이 일은 나한테 맡겨라. 나는 반드시 가서 진실을 밝혀야 돼, 김신걸이 우리 모녀를 볼 때 쓰레기를 보는 것 같지 않기 위해!" 원수정은 아주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아, 맞다, 할 일이 하나 더 있는데..."원유희는 눈을 빤히 뜨고 자기의 엄마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당신의 딸은 5층에 살고 있어, 그 아이가 매일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건 얼마나 힘든지 알아? 빨리 보안이 철저한 집을 사주든지, 아니면 앞으로 다시 유희를 보러 오지 마라!"원유희가 반응하고 말리기 전에 원수정은 이미 할 말을 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엄마, 뭐......뭐하시는 거예요?""왜? 걔네랑 한 가족이라며? 그럼 한 가족의 태도를 보여야지!" 원수정은 당당했다. "게다가 보안이 철저한 맨션아파트가 있다면, 김신걸이 또 널 건드리려고 해도 그렇게 쉽지 않은 거야!"원유희는 “이제 김신걸이 다시는 저를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반박하고 싶었다.더구나 만약 그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다면, 집 한 채의 대문이 그를 막을 수 있겠는가?그건 헛된 꿈이다!"전 아버지께서 주신 집이 필요없어요! 누가 보면 제가 아버지께 집 달라고 손 내미는 줄
윤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유희를 데리고 집을 보러 갔다.확실히 보안이 아주 철저한 아파트였다.안의 정원 풍경도 아주 좋고 그녀가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는 5층 계단도 있었다.다만 원유희는 특별히 알아보지 않아도 여기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다.신규 분양주택이 아니라 이 집은 이미 지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주 잘 유지되고 있었다.엄청난 가격도 아니고, 게다가 토박이가 아니면 이곳의 집을 살 수 없다고 들었다.출입 인원을 잘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윤정이 이 집에 이렇게 신경을 쓴 것을 보고, 원유희는 곤란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별생각 없이 기쁘게 받아들이기에 좀 힘든 기분이었다.아니 친아버지를 찾은 지 얼마 안 되는데 바로바로 집을 사 달라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엄마가 진짜......들어가 보니 집 안에는 정교하고 아늑하며 무엇이든 다 갖추고 있었다.원유희는 집의 면적을 보자마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렇게 넓어요? 너무 큰 거 아니에요?""어디 큰데? 방이 네 개밖에 없으면서."원유희는 순간에 말이 막혔다."너는 한 칸, 너희 엄마가 올 때 한 칸, 그리고 네 친구도 한 칸. 만약 아빠가 어느날 갑자기 오면 하루아틀 정도는 묵어도 되지?" 윤정은 웃으며 물었다.원유희는 당연히 이의가 없었다.그러나 그녀도 방금 그 말이 단지 아버지가 달래주는 말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원수정은 별장이 따로 있고, 윤정은 가족과 함께 살 것이고, 친구라면......지금까지 사이가 아주 좋은 여사친도 없었다.‘오히려 아이들은 한 명이 한 칸씩하면 딱 좋은데.’ 원유희는 은근히 생각했다."저쪽은 베란다야, 따라와."베란다가 매우 커서 소파나 테이블, 의자를 놓고 차를 마시는 것도 좋고, 작은 화원으로 꾸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층수가 19층이라 멀리 번화가의 윤곽도 보일 수 있었다.밤이 되면 야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지 지금도 짐작할 수 있었다.옆집의 김신걸은 베란다를 나서려던 참에 발걸음을 멈
도대체 윤정은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본 것인지, 아니면 윤정은 윤설이 어렸을 때 그가 자주 안아주는 기억이 떠올라 단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는 이 딸을 안아주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아무튼 그는 부드럽게 원유희를 품속에 끌어안았다.원유희는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부성애의 감동으로 그녀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김신걸은 그 장면을 보고 차가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떠났다.집을 보고 나서 윤정은 원유희를 데려다 주었다.그녀는 신나게 계단을 밟으면서 위층으로 올라갔다.5층으로 올라가서 이어서 6층으로 가려고 했다.그러나 발이 6층 계단을 막 밟았는데 몸이 갑자기 그곳에 굳었다.그 강한 압박감이 공기 중에 가득 찬 느낌은 정말 너무 익숙하다!원유희는 당장 한 발 뒤로 물러서 뒤돌아보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속으로 솟아나오는 두려움은 매우 매우 강했다.올라올 때는 롤스로이스가 있는 것을 못 봤는데.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김신걸의 위치를 확인했다.바로 이 동네 안에 있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또 찾아온 이유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폭행당한 몸은 본능적으로 팽팽하고 떨리기 시작했다.머릿속에 바로 윤정이 생각났다.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고 해야 할까?아니,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아직 모르고 이대로 전화하면 뭐라고 해야 되나?원유희는 집 앞으로 걸어서 열쇠로 문을 열었다. 들어가서 베란다 유리창 앞에 서 있는 검은색 옷을 입는 사람의 뒷모습을 봤을 때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다.불안한 분위기가 온 집안에 가득 차서 그녀를 바짝 에워싸고 압박했다.문을 닫을 여유도 없고 그녀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무......무슨 일로......?""참 신나네." 김신걸은 싸늘한 목소리로 감탄했다."뭐가?" 원유희는 일시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김신걸은 뒤로 돌아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준수한 얼굴선은 칼처럼 날카로웠고 칠흑같은 눈동자는 저승사자 같은 위험한 냄새를 풍겼다. "윤정은
김신걸은 웃는 얼굴로 무섭게 다가오며 그녀의 턱을 잡아당겼다. "나는 굳이 말 안 해도 돼."원유희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김신걸은 이것을 조건으로 내던졌다."나를 기쁘게 해줘. 내가 만족할 때까지." 원유희는 마음이 덜컹 내려앉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역시 쉬운 일은 없었다.김신걸은 그녀의 눈빛에서 거절을 읽어냈다. 순간 그의 검은 눈동자가 차가워졌고,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한쪽으로 내던졌다."아!" 원유희는 큰 힘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벽에 부딪혔다.정신을 차리고 뒤돌아보니 이미 김신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뒤쫓아가지 않았다.설마 쫓아가서 그를 기쁘게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그건 못할 것 같았다.김신걸과 하룻밤을 보내는 건 몹시 무서운 일이다.일단은 여러 곳에서 오는 스트레스.게다가 그가 다시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만약 그녀가 먼저 주동적으로 대시한다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원유희는 넋을 잃고 힘없이 신발장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설마 김신걸이 장미선 모녀와 말할까?아니겠지? 말하면 약혼녀가 기분이 상할 텐데?누구나 다 선의의 거짓말은 하겠지.그런데 김신걸은 그녀가 집을 구매한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녀가 분명 아니라고 부정했는데.여기서 떠날 때도 바로 윤정 아저씨의 차를 타고 아파트로 가서 김신걸은 보지도 못했을 텐데?설마 김신걸이 그쪽에도 부동산이 있는 건 아니겠지?그러나 그럴 리가 없었다. 그 아파트는 제성에서 고급아파트가 아니었고, 그냥 아파트 관리가 잘 되고 치안이 좋을 뿐이다.김신걸이 어떤 신분인데? 고급아파트를 놔두고 일반 아파트를 구매한다고?묻고 싶었지만 원유희는 물어볼 사람도 없다.그가 이 아파트에 부동산이 있다 하더라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어전원처럼 큰 저택도 주인이 누구인지 다들 처음엔 몰랐다.그녀도 나중에 들어가 살면서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지금 그녀의 마
차량 전조등이 하반신만 비춰 상반신은 어둠 속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김영은 손을 휙휙 흔들며 말했다. "어서 내쫓아!"운전기사가 경적을 울렸지만 여자는 꿈쩍하지 않았다.김영은 운전기사의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전부터 운전기사를 바꾸고 싶었지만 그래도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 계속 데리고 다녔는데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무슨 경적을 울려, 그냥 내려가서 내쫓으면 되는데.김영은 술기운을 담아 차에서 내려 소리를 질렀다."여기 서서 뭐하는 거야? 돈 뜯어내려고? 내가 경찰에…… 아악!"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영은 여자의 얼굴을 보고 놀라 털썩 주저앉았다.운전기사도 차에서 내렸다. "김이사님, 괜찮……아 귀신이야!" 운전기사는 앞에 있던 여자가 창백한 얼굴로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놀라 기절했다.김영은 뒤에서 풍덩 하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았다. 운전기사는 이미 기절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김영은 더욱 무서워졌다."김영, 나 기억해?" 도도하고 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저 세상 사람 같았다.김영은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겨우 고개를 돌렸다.여자는 불빛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 선명하고 뚜렷하고, 더욱 기괴하게 보였다.김영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거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환각이 생겼다고 느껴 힘껏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입을 열었다."너......이령......""그래도 부부였다고 아직 잊지는 않았네. 그런데……왜 날 죽였어?" 민이령의 목소리는 갑자기 사나워졌다."나 아니야!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진짜 나 아니야!" 김영은 놀라서 술기운이 사라지고 두려움만 가득했다."당신이 날 밀었잖아!"민이령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니야! 아버지가 민거야!" 김영은 울부짖으며 말했다.원수정은 얼떨떨해졌다. 그녀는 그저 김영을 슬쩍 떠보려고 했을 뿐인데 이런 사실을 마주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니야! 아버지가 민거야!" “아니야! 아버지가 당신을 밀었어! 내가 원수정과......원수정과 결혼하고 싶어서. 당신과 이혼하려고 찾아갔는데, 마침 당신이 병원 옥상에 있었어. 당신이 듣기에 너무 거북한 말을 해서 아버지가 실수로 당신을 밀었어......" "아니야......나, 나는 그냥 옆에서 지켜만 봤어. 날 탓하지 마. 당신이 이혼만 해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김영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듯 울먹이며 말했다."미안해 이령아. 몇 년 동안 계속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있어. 왜 그때 당신을 도와주지 않았는지, 미안해......"원수정은 녹음을 끄고 창백한 얼굴의 김영을 바라보았다."어때? 기억나?"김영은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한 눈빛이었다. "네가 어제 그 여자야!""아니면? 정말 민이령이 무덤에서 나온 줄 알았어?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김영 당신이 자신의 아내를 죽인 줄은!""내가 죽인 게 아니라고 했잖아!""옆에서 지켜봤다며 공범 아니야?" 원수정이 의기양양하게 물었다.김영은 말을 잇지 못했고 이마에는 진땀이 맺혔다.그렇게 오랫 동안 숨겨온 비밀이 원수정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만약 김신걸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그는 자신의 아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신걸은 음흉하고 마음이 독한 사람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줄곧 그의 마음속 응어리였다. 만약 그가 알게 되면 김풍그룹은 풍비박산 날 것이다!"녹음으로 협박까지 하며 원하는 게 뭔 데?" 김영은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다. 원수정이 아무 목적이 없었다면 여기서 기다리지 않고 먼저 김신걸에게 들려주었을 것이다. "재혼 원하면 약속할 게."“당신 지금 농담하는 거지? 재혼? 아내를 살해한 사람과 살다가 나도 죽을 일 있나?""그럼 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당신이 가진 김풍그룹 주식 절반만 줘요.""뭐?"김영은 믿을 수가 없었다. “당신 욕심이 너무 큰 거 아니야?'"좋아, 그럼 이 녹음을 김신걸에게 들려주지. 그가 진
김영은 가장 먼저 원유희를 떠올렸다.원유희는 원수정의 가장 가까운 지인이다.원유희는 전화를 받고 원수정과 같이 밥 먹으러 나왔다."단서 좀 나왔어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기분이 좋은 원수정을 마주한 원유희는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아직은 없어!"원수정이 말했다."생각보다 쉽지 않아."원유희는 실마리가 잡힌 줄 알았는데......마음속으로는 실망스러웠다.김신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은 악마에게 쫓기는 것보다 더 무섭다.원수정은 원유희의 두려움과 조급함을 알지만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김풍그룹의 주식이 더 중요하니까.녹음 파일을 조만간 공개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걱정 마, 엄마가 잘 알아볼 게." 원수정이 그녀를 위로했다.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밥을 먹은 후 원유희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아이들이 없어 그녀는 곧장 5층으로 올라갔다.5층 계단을 오르자마자 아래로 내려가려는 김영과 마주쳤는데......원유희는 당황스러워 멈춰 섰다."김이사님?"김영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는 재빨리 표정을 숨기고 말했다. "비록 너의 어머니와 이혼했지만 이렇게까지 서먹서먹할 필요는 없어. 지금 회사에 있는 것도 아니니 편하게 김 아저씨라고 불러."원유희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황스러웠다."혹시 저 보러 오셨어요?""너가 신걸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보러 와야지. 계속 오려고 했는데 오늘 에야 짬이 나서 왔어. 몸은 괜찮고?" 김영이 물었다.원유희는 여전히 의아스러웠지만, 김영의 이유가 듣기에는 그럴싸했다.그녀가 임신 중절로 불임이 된 건 매우 비참했다.김신걸의 아버지로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원유희는 그 관심을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나타내지 않았다. "김이사님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그러면 회사는 언제쯤 나올 수 있어?" 김영이 물었다.원유희는 전부터 김풍그룹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여
원유희는 돌아서서 방안의 장식을 둘러보더니 심지어 방으로 들어가기도 했다.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또 구체적인 문제는 알수 없었다.설마 소파 위의 쿠션 정리를 잊어버렸나?원유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방에서 나와 옆에 있는 화분 밑에 숨겨져 있던 열쇠를 찾았다.열쇠는 그대로 있는데 그녀는 더 이상 여기에 놓지 않았다.원수정이 여기에 숨겨진 열쇠를 발견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발견할 수 있겠지!김영이 그녀의 집집에 들어갈까?들어가서 뭐 할까?성립하는 않는 추측이기에 더이상 생각 하지 않았다.원유희는 며칠간 휴식을 취한 후 아침에 김씨 그룹으로 출근했다.그녀는 자신이 이미 유명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원유희'라는 이름이 며칠 동안 인터넷에 떠돌았다.하지만 대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원만하고 노련한 사람들이다.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것 처럼 보인다.오히려 고선덕은 그녀를 보고 당황해서 "어, 왔어?"라고 물었다."안녕하세요, 총팀장님.""그래, 사무실로 와, 마침 확인해야 할 서류가 있어."원유희는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고선덕는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그녀에게 서류를 찾아주면서 "몸은 괜찮아 졌어?출근 할 수 있어? 어차피 유급 휴가니까 무리할 필요는 없어."라고 말한다원유희는 그렇게 뻔뻔한 사람이 아니라서,유급 휴가를 한달이나 했다."무리하면 총팀장님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유희가 말했다. 서류를 들고 나가기 전에 뭔가 생각이 나서 "내일 월급날인가요?"라고 물었다."...맞아, 내일이야."라고 고선덕이 말한다.월급을 위해 하루 먼저 와서 생색내는 행동으로 보인는가?확인한 원유희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무실을 나섰다.어차피 그녀가 스스로 유급 휴가를 원한 것은 아니였다.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선덕은 알고 있을 것이다.그는 몸은 김씨 그룹 있지만 마음은 드래곤 그룹에 있다.만약 김신걸의 심복이 아니였다면 어떻게 여기로 보낼 수 있었겠는가?원유희는 부서에 온 후에도 여전히 동료들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