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문의 풍경이 딸랑딸랑 울리기 시작했다.문을 밀고 들어온 표원식은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고, 유일한 손님을 한눈에 찾아낼 수 있었다.그들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잘 쓴 세쌍둥이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김신걸을 바라보며 얘기했다.“김 선생님, 지금 이게 무슨 짓 이죠? 아이를 이렇게 마음대로 데려가시면 모르는 사람은 아이가 납치된 줄 알잖아요.”김신걸은 앞에 있는 녀석들을 똑바로 바라볼 뿐 표원식에겐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엄청 신경 쓰시나 봐요. 누가 보면 선생님의 아이들인 줄 알겠네.”표원식은 안경 렌즈 뒤로 눈빛에 담겨있는 비아냥거림을 숨겼다.“안 그래도 아이들과 잘 어울려서 아이들이 저를 잘 따라요. 선생님보다는 아빠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해요.”삼 남매는 마치 구조를 받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여, 맞아여. 저희 아빠에여. 누나도 우리 아빠를 아주 좋아해여.”“아빠도 우리 언니를 엄청 좋아하는데여.”“아조씨가 노력하지 않으면은 누나는 우리 아빠의 아내가 될 거에여!”김신걸의 검은 눈은 날카로워졌고 더욱 차갑고 위협적인 아우라를 뽐내고 있었다.표원식은 담담하게 얘기를 이어갔다.“그리고 아이를 잃어버리면 유치원은 엄청나게 큰 책임을 져야 해요. 김 선생님이 정말 아이를 좋아하신다면 얼른 윤설 씨와 노력해서 자기의 아이를 낳으시는 게 좋겠어요. 드래곤 그룹의 후계자라니 상상만 해도 비범할 것 같네요.”김신걸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일어서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입을 열었다.“이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야. 아 그리고, 내가 놀다 버린 여자인데 당신과 같은 사람은 그 사람의 성에 안 찰 것 같은데?”김신걸은 이 말만 하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표원식의 눈빛은 순간 차가워졌지만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시선을 세 아이에게 돌리자 그들은 저마다 앞에 놓은 아이스크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아! 녹는다!”조한은 말하면서 손가락을 내밀어 아이스크림을 만지려고 했다.표원식은 냉큼 조
원유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성격이 변덕스럽고 속마음을 알기 힘든 김신걸과 어릴 때부터 만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절대 아이들의 존재를 알 리가 없었다. 아니면 그렇게 호락호락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근데 그는 도대체 왜 아이를 찾으러 갔을까?원유희는 세 명의 어린아이들이 스스로 김신걸을 찾아갔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원유희가 아이들이 김신걸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분명 매우 화낼 것이기에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숨겼다. 하여 아이들은 김신걸에게 전화 걸었다는 것을 얘기하지 않았다. 얘기하면 분명 다시는 전화를 못 걸게 뻔했다.“유희씨가 걱정할까 봐 미리 말 못했어요.”“당연히 알고 있죠, 다 절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요.”원유희는 당연히 표원식의 마음 씀씀이를 알 수 있었다.“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 김신걸이 원장선생님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어요?”“아니, 애초에 김신걸씨가 먼저 잘못했는데 무슨 자격으로?”“그럼 됐어요.”두 사람은 아이 얘기만 했을 뿐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고 통화를 마쳤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기분은 이상해졌다. 서로 호감을 갖고 있으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처럼 답답했고 침울했다.하지만 원유희가 걱정해야 할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김신걸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이런 게 바로 천륜이란 말인가?휴대폰이 다시 울리자 그녀는 정신을 되찾게 되었다.“엄마…….”“너 지금 어딨어? 집에 가만히 안 있고 뭐 하러 밖에 나가 도는데? 너 유산한 몸이어서 잘 조리해야 되는 거 몰라?”원수정은 다급하게 그녀를 나무랐다.“집에 오셨어요?”원유희는 말하면서 방에서 나갔다.조리하긴 뭘 조리한다고, 김신걸은 이미 강압적으로 그녀를 안았는데…….“맞아! 너 어디야?”“저…… 그냥 동네에서 산책하고 있어요.”“물어볼 게 있으니까 얼른 올라와.”이 말만 하고 원수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원유희는 원수정의 날카로운 말투 때문에 놀랬다. 무슨 일이지?그녀는 이
원수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에이, 바보녀석, 사람은 항상 변해 가고 있어. 매년에 생각이 다 달라. 내가 남을 배려해서 결국엔 어떻게 됐어? 잘 생각해 보니까 사람은 역시 좀 이기적인 게 더 나아. 이러면 적어도 자신을 상처받지 않을 거라고 했지.”"정말 그게 다예요?" 원유희는 원수정이 윤정에 관련된 일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저는 엄마 딸이에요. 아무 말이나 저한테 하셔도 돼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 편이니까요."설령 김신걸이 너무나 껄끄러운 상대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싸울수록 용감해졌다."네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 원수정은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내가 김영하고 만날 때는 그는 아직 아내랑 이혼하지 않았어. 나한테 아내가 성격이 너무 강하고 부드럽지도 않아 언젠가 꼭 이혼할 거라고 투덜거렸어. 솔직히 그때 바로 윤정 생각났어. 똑같은 자식이니까 혐오했어.""그럼 왜 또 그분과 결혼하셨어요?" 원유희는 이해하지 못했다."하필 그의 아내가 죽었지!" 원수정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말했다. "게다가 김영이 부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으면 내가 왜 안 잡아?""김신걸의 어머니께서 엄마를 찾아 본 적이 없어요?" 원유희는 물었다."찾았지. 그치만 난 그 일이 그 여자랑 김영 두 사람만의 일이고 나랑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고, 또 그녀한테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다른 여자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조언했지." 원수정은 잠깐 생각해 보고 대답했다.원유희는 불찬성하듯 의문을 제기했다. "그 조언은 도발과 너무 비슷한 것 아니에요?""그럼 내가 뭐라고 해야 되나? 내가 빠지겠다고? 껴들어 본 적도 없었는데 무슨 빠진 이야기야? 내가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김영이 스스로 맨날 나한테 잘해 준 걸! 걘 날 완전 좋아하거든. 매일 장미 보내주고, 자주 밥 사주고, 내게 옷도, 명품 가방도 다 사주고." 원수정은 반박했다.그녀는 젊었을 때 뒤에서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사랑의 고통를 겪
원수정은 숨을 좀 돌리고 말했다. "그게 있잖아. 김신걸의 어머니가 설마 김영한테 살해당한 게 아니겠지?""......." 원유희는 멍해졌다. "갑자기 왜 그렇게 물어보셨어요? 무슨 생각이라도 난 거 아니에요?"그녀는 말하면서 속으로 매우 놀랐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김신걸이 미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김영이다!근데 이 추측이 과연 맞는가?"어쨌든 옛날 어느날 김영이 밤에 자다가 악몽을 꿨는데, 갑자기 내가 널 죽인 게 아니라고 하더라. 지금 보니 그게 바로 김신걸 어머니를 말하는 거지? 시간으로 보면 그때 딱 그 여자가 죽은 지 얼마 안 됐어." 원수정은 말했다.원유희는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냥 자책감으로 해석하면 안 될까요?""아무튼 이 일은 나한테 맡겨라. 나는 반드시 가서 진실을 밝혀야 돼, 김신걸이 우리 모녀를 볼 때 쓰레기를 보는 것 같지 않기 위해!" 원수정은 아주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아, 맞다, 할 일이 하나 더 있는데..."원유희는 눈을 빤히 뜨고 자기의 엄마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당신의 딸은 5층에 살고 있어, 그 아이가 매일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건 얼마나 힘든지 알아? 빨리 보안이 철저한 집을 사주든지, 아니면 앞으로 다시 유희를 보러 오지 마라!"원유희가 반응하고 말리기 전에 원수정은 이미 할 말을 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엄마, 뭐......뭐하시는 거예요?""왜? 걔네랑 한 가족이라며? 그럼 한 가족의 태도를 보여야지!" 원수정은 당당했다. "게다가 보안이 철저한 맨션아파트가 있다면, 김신걸이 또 널 건드리려고 해도 그렇게 쉽지 않은 거야!"원유희는 “이제 김신걸이 다시는 저를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반박하고 싶었다.더구나 만약 그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다면, 집 한 채의 대문이 그를 막을 수 있겠는가?그건 헛된 꿈이다!"전 아버지께서 주신 집이 필요없어요! 누가 보면 제가 아버지께 집 달라고 손 내미는 줄
윤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유희를 데리고 집을 보러 갔다.확실히 보안이 아주 철저한 아파트였다.안의 정원 풍경도 아주 좋고 그녀가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는 5층 계단도 있었다.다만 원유희는 특별히 알아보지 않아도 여기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다.신규 분양주택이 아니라 이 집은 이미 지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주 잘 유지되고 있었다.엄청난 가격도 아니고, 게다가 토박이가 아니면 이곳의 집을 살 수 없다고 들었다.출입 인원을 잘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윤정이 이 집에 이렇게 신경을 쓴 것을 보고, 원유희는 곤란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별생각 없이 기쁘게 받아들이기에 좀 힘든 기분이었다.아니 친아버지를 찾은 지 얼마 안 되는데 바로바로 집을 사 달라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엄마가 진짜......들어가 보니 집 안에는 정교하고 아늑하며 무엇이든 다 갖추고 있었다.원유희는 집의 면적을 보자마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렇게 넓어요? 너무 큰 거 아니에요?""어디 큰데? 방이 네 개밖에 없으면서."원유희는 순간에 말이 막혔다."너는 한 칸, 너희 엄마가 올 때 한 칸, 그리고 네 친구도 한 칸. 만약 아빠가 어느날 갑자기 오면 하루아틀 정도는 묵어도 되지?" 윤정은 웃으며 물었다.원유희는 당연히 이의가 없었다.그러나 그녀도 방금 그 말이 단지 아버지가 달래주는 말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원수정은 별장이 따로 있고, 윤정은 가족과 함께 살 것이고, 친구라면......지금까지 사이가 아주 좋은 여사친도 없었다.‘오히려 아이들은 한 명이 한 칸씩하면 딱 좋은데.’ 원유희는 은근히 생각했다."저쪽은 베란다야, 따라와."베란다가 매우 커서 소파나 테이블, 의자를 놓고 차를 마시는 것도 좋고, 작은 화원으로 꾸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층수가 19층이라 멀리 번화가의 윤곽도 보일 수 있었다.밤이 되면 야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지 지금도 짐작할 수 있었다.옆집의 김신걸은 베란다를 나서려던 참에 발걸음을 멈
도대체 윤정은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본 것인지, 아니면 윤정은 윤설이 어렸을 때 그가 자주 안아주는 기억이 떠올라 단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는 이 딸을 안아주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아무튼 그는 부드럽게 원유희를 품속에 끌어안았다.원유희는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부성애의 감동으로 그녀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김신걸은 그 장면을 보고 차가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떠났다.집을 보고 나서 윤정은 원유희를 데려다 주었다.그녀는 신나게 계단을 밟으면서 위층으로 올라갔다.5층으로 올라가서 이어서 6층으로 가려고 했다.그러나 발이 6층 계단을 막 밟았는데 몸이 갑자기 그곳에 굳었다.그 강한 압박감이 공기 중에 가득 찬 느낌은 정말 너무 익숙하다!원유희는 당장 한 발 뒤로 물러서 뒤돌아보지만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속으로 솟아나오는 두려움은 매우 매우 강했다.올라올 때는 롤스로이스가 있는 것을 못 봤는데.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김신걸의 위치를 확인했다.바로 이 동네 안에 있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또 찾아온 이유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폭행당한 몸은 본능적으로 팽팽하고 떨리기 시작했다.머릿속에 바로 윤정이 생각났다.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고 해야 할까?아니,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아직 모르고 이대로 전화하면 뭐라고 해야 되나?원유희는 집 앞으로 걸어서 열쇠로 문을 열었다. 들어가서 베란다 유리창 앞에 서 있는 검은색 옷을 입는 사람의 뒷모습을 봤을 때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다.불안한 분위기가 온 집안에 가득 차서 그녀를 바짝 에워싸고 압박했다.문을 닫을 여유도 없고 그녀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무......무슨 일로......?""참 신나네." 김신걸은 싸늘한 목소리로 감탄했다."뭐가?" 원유희는 일시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김신걸은 뒤로 돌아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준수한 얼굴선은 칼처럼 날카로웠고 칠흑같은 눈동자는 저승사자 같은 위험한 냄새를 풍겼다. "윤정은
김신걸은 웃는 얼굴로 무섭게 다가오며 그녀의 턱을 잡아당겼다. "나는 굳이 말 안 해도 돼."원유희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김신걸은 이것을 조건으로 내던졌다."나를 기쁘게 해줘. 내가 만족할 때까지." 원유희는 마음이 덜컹 내려앉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역시 쉬운 일은 없었다.김신걸은 그녀의 눈빛에서 거절을 읽어냈다. 순간 그의 검은 눈동자가 차가워졌고,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한쪽으로 내던졌다."아!" 원유희는 큰 힘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벽에 부딪혔다.정신을 차리고 뒤돌아보니 이미 김신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뒤쫓아가지 않았다.설마 쫓아가서 그를 기쁘게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그건 못할 것 같았다.김신걸과 하룻밤을 보내는 건 몹시 무서운 일이다.일단은 여러 곳에서 오는 스트레스.게다가 그가 다시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만약 그녀가 먼저 주동적으로 대시한다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원유희는 넋을 잃고 힘없이 신발장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설마 김신걸이 장미선 모녀와 말할까?아니겠지? 말하면 약혼녀가 기분이 상할 텐데?누구나 다 선의의 거짓말은 하겠지.그런데 김신걸은 그녀가 집을 구매한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녀가 분명 아니라고 부정했는데.여기서 떠날 때도 바로 윤정 아저씨의 차를 타고 아파트로 가서 김신걸은 보지도 못했을 텐데?설마 김신걸이 그쪽에도 부동산이 있는 건 아니겠지?그러나 그럴 리가 없었다. 그 아파트는 제성에서 고급아파트가 아니었고, 그냥 아파트 관리가 잘 되고 치안이 좋을 뿐이다.김신걸이 어떤 신분인데? 고급아파트를 놔두고 일반 아파트를 구매한다고?묻고 싶었지만 원유희는 물어볼 사람도 없다.그가 이 아파트에 부동산이 있다 하더라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어전원처럼 큰 저택도 주인이 누구인지 다들 처음엔 몰랐다.그녀도 나중에 들어가 살면서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지금 그녀의 마
차량 전조등이 하반신만 비춰 상반신은 어둠 속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김영은 손을 휙휙 흔들며 말했다. "어서 내쫓아!"운전기사가 경적을 울렸지만 여자는 꿈쩍하지 않았다.김영은 운전기사의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전부터 운전기사를 바꾸고 싶었지만 그래도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 계속 데리고 다녔는데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무슨 경적을 울려, 그냥 내려가서 내쫓으면 되는데.김영은 술기운을 담아 차에서 내려 소리를 질렀다."여기 서서 뭐하는 거야? 돈 뜯어내려고? 내가 경찰에…… 아악!"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영은 여자의 얼굴을 보고 놀라 털썩 주저앉았다.운전기사도 차에서 내렸다. "김이사님, 괜찮……아 귀신이야!" 운전기사는 앞에 있던 여자가 창백한 얼굴로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놀라 기절했다.김영은 뒤에서 풍덩 하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았다. 운전기사는 이미 기절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김영은 더욱 무서워졌다."김영, 나 기억해?" 도도하고 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저 세상 사람 같았다.김영은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겨우 고개를 돌렸다.여자는 불빛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 선명하고 뚜렷하고, 더욱 기괴하게 보였다.김영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거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환각이 생겼다고 느껴 힘껏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입을 열었다."너......이령......""그래도 부부였다고 아직 잊지는 않았네. 그런데……왜 날 죽였어?" 민이령의 목소리는 갑자기 사나워졌다."나 아니야!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진짜 나 아니야!" 김영은 놀라서 술기운이 사라지고 두려움만 가득했다."당신이 날 밀었잖아!"민이령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니야! 아버지가 민거야!" 김영은 울부짖으며 말했다.원수정은 얼떨떨해졌다. 그녀는 그저 김영을 슬쩍 떠보려고 했을 뿐인데 이런 사실을 마주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