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하지 말라고? 그럼 얘기해줘. 왜 원유희랑 같이 밥 먹고 있었는데? 도대체 뭘 하려고 그랬던 거야?”장미선은 윤설의 약혼식을 기회 삼아 이 일을 크게 키우려고 했다.장미선은 소란을 피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가지면 안 될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없었다.이런 장미선을 보자 윤정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오늘 설이 약혼식이잖아. 장소를 가리면서 얘기했으면 좋겠어. 이 일은 집에 가서 계속 얘기하자고.”“왜 꼭 돌아가서 얘기해야 하는데? 지금 얘기하면 안 돼? 못 말하는 거 보면 뭐 켕기는 일이라도 해나 봐?”장미선은 말싸움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적어도 겉으론 그랬다.그러는 와중에 그녀는 얼굴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그럼 약혼식을 취소해도 괜찮다는 얘기네?”윤정의 표정은 이미 더없이 굳어졌고 이 얘기를 들은 장미선 모녀는 윤정이 정말로 화났음을 깨닫고 심장이 철렁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화내는 모습을 보게 된 윤설은 몹시 당황했다.약혼식을 취소한다고? 그건 안 되지. 김신걸과의 결혼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윤설은 재빨리 장미선에게 눈치를 줬다.장미선도 윤정이 이토록 원유희의 편을 들어주리라곤 상상도 못 했고 생각 밖으로 심각한 상황 때문에 당황했다.화가 난 장미선은 더 이상 얘기할 수 없게 되자 뒤돌아서서 다른 사모님들이랑 수다를 떨었다. 조금 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약혼식은 다시 진행되었다.윤설은 김신걸을 향해 걸어가 그의 팔짱을 끼며 부드럽게 얘기했다.“큰일 아니고 그냥 오해야.”김신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미소를 보였고 고개를 돌려 윤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원유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윤정은 원유희를 데리고 휴게실로 갔고 이를 본 장미선과 윤설의 낯빛이 변했다사람들의 관심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오니 원유희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괜찮아?”윤정은 걱정이 담긴 말투로 물어봤다.“네, 괜찮아요.”“어쩌다
격리실의 문은 잠겨 있었다.“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어요. 다만, 윤설이 저를 불러서 왔을 뿐이에요…….” 유희가 얼굴을 붉히며 저항했다.두 손으로 신걸의 가슴을 힘껏 밀었지만, 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강하고 단단한 그의 힘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신걸은 유희의 손목을 붙잡아 뒤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둘의 몸이 더욱 밀착되게 만들었다. “고분고분 말 좀 들으라구, 알겠어?”“비켜요, 날 놔줘요…….”유희가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유희의 몸부림은 둘의 거리를 더 좁힐 뿐이었다.“나한테 오고싶어 하던 거 아니었나?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신걸이 유희의 손목을 힘주어 잡았다. 그리고는 다른 한 손으로 유희의 턱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곧이어 신걸의 입술이 유희의 입술을 덮쳤다.“읍!”유희는 정말이지 죽고 싶을 만큼 싫었다.미친 사람인 게 분명해!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각또각 하이힐 굽 소리가 유희가 있는 격리실 쪽을 향했다.몸부림을 치던 유희가 소리에 깜짝 놀라 숨을 죽였다. 신걸도 처음엔 놀라는 듯 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아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키스를 퍼부었다.“유희야, 너 안에 있니?”윤설이 물었다.유희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넌 약혼식에 참석한 걸로 됐어. 그러니 이만 가 봐.” 윤설이 명령조로 말했다.하지만 안에서는 어떤 대답도 없었다.윤설이 참지 못하고 문을 당겼다.“원유희, 여기에 너 있는 거 다 알아. 그러니까 장난 그만 치고 나와, 빨리!”유희는 겁이 덜컥 났다. ‘나도 나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난 지금 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야. 혹시라도 내지 말아야 할 소리를 낼까봐 두렵기만 해.'윤설은 문이 열리지 않자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만약 안에 있는 사람이 유희가 아니라면, 굳이 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거지? 이상해. 분명히 도둑질 같은걸 하려는 걸거야.“유희 너, 왜
김신걸이 뒤돌아보자 그의 각진 옆모습이 보였다. 그의 눈동자에서 온기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본처가 되고 싶다는 얘기야?”“…아니.”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 아니, 어떻게 저 뜻이 되는 거지?김신걸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앞으로 직진했다. 원유희에게 남긴 것은 그의 무정한 뒷모습뿐이었다.원유희는 힘이 풀린 몸으로 문에 기댔다.원유희는 김신걸의 무서울 정도로 심각한 독단적인 성격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얘기를 듣지도 않았으며 그저 그녀에게 “내연녀”라는 딱지를 붙여주려고 안달 났다.윤설이 다시 돌아올까 봐 두려운 원유희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고 서둘러 호텔 뒷문으로 빠져나왔다.저녁, 약혼식이 끝난 후 장미선은 계속 윤정과 오전에 일어난 일을 따졌다.“도대체 왜 원유희랑 같이 밥 먹었냐고?”“이 얘긴 그냥 여기서 끝내면 안 될까?윤정은 외투를 벗으며 또 덧붙였다.“김신걸은 좋은 신랑감이 아니야. 설이가 고생할 것 같은데.”“설이가 왜 고생하겠어? 김신걸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고 제성의 모든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어. 그런 사람의 아내가 되면 설이도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게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찾고 싶어 찾을 수 없는 1등 신랑감이라고.”표정이 굳은 윤정은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몸을 돌려 서재로 갔다.“당신 아직 얘기 안 했잖아. 대체 왜 원유희랑 같이 있었냐고! 설마 아직도 원수정에대한 미련을 못 버린 거야? 우린 지금 부부고 설이도 이미 어른이 됐어. 심지어 오늘은 설이의 약혼식이었는데 당신이 이러면 김신걸이가 우리 설이를 어떻게 생각하겠냐고?”이 말을 듣자 윤정은 고개를 돌려 장미선을 차갑게 바라봤다.“그러는 당신은? 꼭 설이의 약혼식에서 난동을 부려야만 속이 후련했어?”장미선도 자기 잘못을 잘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계속 변명했다.“나는 그저 원유희에게 경고를 하고 싶었을 뿐이야. 김신걸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리라고 그런 거 였어.”“원유희와 많이는 아니지만 몇 번 만나봤는데 심성
이건 도대체 누구의 생각이란 말인가? 김신걸? 아니면 윤설?원유희는 원래 한번 떠보려고 전화를 걸었던 것인데 정말로 못 떠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럼 정말로 떠날 기회를 잃었단 말인가?원유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제는 윤설의 기분에 맞춰 주려고 자기를 제성에서 추방하더니. 갑자기 왜 생각을 바꾼 것일까? 설마 사이가 틀어진 것일까?하지만 사이가 틀어졌다면 약혼식을 올릴 필요도 없게 되니 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그럼 정말로 그녀를 내연녀로 만들기 위해 올린 약혼식이란 말인가? 이건 또 무슨 전대미문한 신박한 개소리일까? 다만 김신걸의 변태적인 성격을 고려하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도 납득이 갈 수 있었다.벨 소리가 울렸고 원수정의 전화였다.“무슨 일 있어요?”“얘 봐라, 무슨 일이겠어! 떠난다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어?”“그… 좀 미루기로 했어요.”“왜 미뤄? 뭔 일이라도 생긴 거야?”원유희는 사실대로 얘기하기 무서웠고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꽈악 눌렀다.“좀 미뤄요, 저 아직 해결할 일도 남았고…”“김신걸빼고 해결할 일이 또 뭐 있는데? 아니 걔도 참 이상해, 윤설과 약혼까지 했잖아? 왜 아직도 너를 못 괴롭혀서 안달인 건데? 지가 가진 권력을 믿고 이러는 거야?”원유희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수정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해결할 일이 남았다는 핑계는 원수정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다시 생각해도 너무 후회돼. 내가 왜 하필 김영과 결혼했을까? 안 그러면 너도 그 악마 새끼를 만날 일은 없을 텐데!”원수정은 분노를 억제할 수가 없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 미루면 그냥 미루는 대로 가면 되지.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와서 좀 운동하고 그래. 아 맞다, 상처 부위 실밥을 제거할 때가 됐지? 엄마가 같이 가줄게.”원유희는 원수정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또 윤정을 만나게 되었다. 윤정은 원유희를 보자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고 말을 꺼
“제성을 떠나려고? 왜?”인제야 친딸을 찾았기에 윤정은 원유희가 떠날 것을 바라지 않았다.“왜긴 뭐 왜야. 너희 집안 사람들을 위해 꺼져주려고 그런다! 김신걸은 어떻게 약혼까지 한 사람이 계속 내 딸에게 집착할 수가 있어? 정말 네 딸내미도 정말 딱해!”원수정은 짜증이 섞인 말로 윤정을 쏘아붙였다. 자기가 예전에 엄청나게 사랑한 사람일지라도 그녀는 봐주지 않았다.윤정은 원유희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만 보아도 원수정의 얘기가 다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그냥 여기에 남거라. 혹시 김신걸이 또 널 찾아 괴롭힌다면 나에게 전화하렴. 내가 꼭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원유희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확실히 이 방법은 나쁘지 않았다. 김신걸이 아무리 저질이더라도 장인어른 앞에서 윤설을 배신하는 일을 할 순 없으니까.다만 그녀는 그래도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김신걸의 허락이 없으면 설령 윤정이 자신을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원수정은 원유희와 윤정을 번갈아 보았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자신이 숨기고 있는 진실의 당사자를 눈앞에서 보니 그녀는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고 두 사람이 그만 만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아니, 잠깐 만. 전화를 걸라고? 너 저 사람 전화번호가 있어?”그들의 대화를 듣던 원수정은 순간 의구심이 들었다.“…네.”원수정의 표정은 삽시에 어그러졌고 원유희를 끌고 앞으로 갔다. 그리곤 윤정에게 경고를 날리는 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경고하는데, 다신 내 딸을 찾지 마, 알겠어?”하지만 윤정은 엉뚱한 대답을 하였다.“전화하는 거 잊지 마.”차에 올라탄 후에도 원수정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엄마가 화내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다신 저 사람과 만나지 마, 알겠어? 안 되겠다. 우리 빨리 제성을 떠나야겠어. 김신걸이 가지 말라고 해서 진짜 안 갈 거야? 몰래몰래 떠나면 되지!”“근데 제 주민등록증과 여권은 다 김신걸 손에 있어요.”“뭐라고?’원수정이 간신히 참은 화가 드디어 폭발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신원 미상으로 나와서 저희도 방법이 없네요.”“어떻게 신원 미상일 수가 있어요? 내 딸이 불법체류자도 아니고! 답답해 죽겠네! 정말. 다시 한번 확인해 줄 수 있을까요,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잖아요!”“고객님, 이미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는데요.”뒤에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여직원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갔다.“다시 한번…….”원수정은 주민등록증을 다시 건네려 하자 옆에 있던 원유희는 그것을 가로채고 갔다.“가요.”두 사람이 떠나자 여직원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원유희는 원수정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아니, 무슨 이런 어이없는 일이 있을 수 있어? 신원 확인이 안 된다니? 웃겨 정말.”하지만 원유희는 당연하다는 듯이 별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뭣 때문인지 잘 아시잖아요. 진짜 김신걸이 이 정도로 독할 줄 상상도 못 했는데…….”그녀는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었다. 앞으로갈 길을 생각하니 막막해졌다.“일단 먼저 돌아가자.”원유희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올 때도 그냥 따라왔고 갈 때도 그냥 따라갔다. 파도에 휩쓸린 사람처럼 물결 따라 흘러갈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예상 밖으로 원수정은 원유희가 아파트로 돌아가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원유희는 별말 없이 조용히 별장에서 나와 아파트로 돌아갔다.아이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원유희는 그저 방안에 가만히 있었다.소파에 누워 멍하게 있던 원유희는 생각에 빠졌다. 신원 미상… 어떻게 신원 미상일 수가 있어! 이건 말도 안 돼! 그 얘긴 즉 설령 김신걸이 선심을 써서 주민등록증과 여권을 돌려준다 한들 여전히 자유를 되찾지 못하고 비굴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일까?앞으로의 인생은 그저 김신걸이 허락해준, 김신걸이 정해준 곳에서만 지낼 수 있다는 걸까? 김신걸의 도를 넘은 집요함과 집착은 원유희로 하여금 불안과 공포 속에 떨게 했다. 이런 절망은 엄청난 무기력함으로 원유희에게 다가왔고 그녀는 더 이상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두 시간 후, 하늘은 아름다운 노을로 물들어졌다.김신걸은 아파트에서 내려와서 차에 올라탔다. 좋은 일이 있는 마냥 가벼운 발 걸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나갔다.구석에 숨어있었던 윤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의 일을 지켜봤던 그녀는 어금니를 꽉 물었고 귀신에 빙의된 것처럼 무섭고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고 표정은 이미 굳일 대로 굳었다.원수정의 전화를 받고 김신걸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그녀는 애써 외면하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곳에 찾아오게 되었다.김신걸이 자기와 약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적에서 원유희를 만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김신걸과 원유희가 같이 있은 동안 윤설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 반대편에서 원수정의 오만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때? 내 말이 맞았지?”“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정말 대단한 집안이네요!”“약혼자 간수 못 한 네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려고 그래!”그녀의 비꼬는 말투는 원수정에게 아무런 타격도 못 줬다. 어차피 그 동안 이러한 얘기를 자주 들었는지라 이미 익숙해졌다.“원유희 그년이 신걸 씨를 꼬신 거잖아요! 나와 신걸씨가 이미 약혼한 거 다 알면서도 염치없게 들이댄 거 잖아요!”“어차피 지금은 그냥 약혼한 거뿐이잖아,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결혼했더라도 이혼할 수도 있는데, 뭐!”원수정은 콧방귀를 끼고 말을 이어갔다.“차라리 네가 김신걸을 잘 설득해봐, 우리 유희가 제성을 떠나면 우리 모두에게 다 좋잖아.”윤설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제성을 떠난다고?그까짓 원유희 하나를 못 이길까 봐? 천만에!어차피 신걸씨는 나를 사랑하니까 내가 뭘 하든지 다 이해해줄 거야.윤설은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김신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원유희쯤은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윤설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위풍당당하게 5층으로 향했다.침대에서 자고 있었던 원유희는 발로 문을 차는 쿵쿵쿵 소리 때문에 깨어났다.뭐야,
윤설은 급히 옆에서 항변하기 시작했다.“원유희가 먼저 신걸씨를 꼬신 거에요. 쟤 몸에 있는 흔적들을 좀 봐봐요, 염치도 없이!”“그건 우리 유희가 능력 있는 거지. 여기저기에서 다 널 대단하다고 얘기하던데, 넌 정작에 자기 약혼자도 못 간수하나 봐? 내가 너보고 김신걸을 설득하라고 했지 언제 우리 유희를 괴롭히라고 했어? 네가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김신걸을 찾아갔어야 했어! 근데 지금 겁먹고 못 간 거잖아?”원수정은 있는 힘껏 장미선을 뿌리쳤다.장미선은 너무 아픈 나머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고 머리는 새 둥지처럼 흐트러졌다.“엄마!” 윤설은 다급하게 장미선을 붙잡았다.원수정은 장미선 모녀를 향해 삿대질하였고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난 싸움 같은 거 두려워해 본 적이 없어! 예전에 우리 유희가 학교 다닐 때 괴롭힘을 당하면 내가 나서서 다 혼내줬어! 걔가 뉘 집 자식이든지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원유희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시절 그녀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 사람은 바로 ‘고모’였으니까.원수정이 한번 나서서 애들에게 경고하면 그 누구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했다.“원수정, 나도 오래 참았어! 너만 딸내미 편들 줄 알아? 나도 안다고! 오늘 너랑 나 끝장 보자. 너 죽고 나 죽고 하는 거야.”장미선은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한판 뜰 기세로 원수정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갑자기 들려온 호통 치는 소리에 그녀는 동작을 멈췄다-“뭐 하는 거야? 이게 말이 돼?”윤정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리곤 경고가 담긴 눈빛으로 장미선과 윤설을 쏘아보았다.아버지를 보자마자 윤설은 세상 억울하다는 듯이 울먹이며 걸어갔다.“아빠, 원유희 쟤가…… 쟤가 신걸씨를 자꾸 꼬셔요, 신걸씨는 제 약혼자인데 제가 어떻게 참겠어요?”“이 일은 내가 김신걸을 찾아가서 해결할게. 너랑 원유희중 한 명만 선택해야지 둘 다 가지려고 하면 안 되지.”“아빠?”윤설은 윤정의 해결 방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믿기지 않았다.이 얘기를 듣자 장미선은 화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