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은 급히 옆에서 항변하기 시작했다.“원유희가 먼저 신걸씨를 꼬신 거에요. 쟤 몸에 있는 흔적들을 좀 봐봐요, 염치도 없이!”“그건 우리 유희가 능력 있는 거지. 여기저기에서 다 널 대단하다고 얘기하던데, 넌 정작에 자기 약혼자도 못 간수하나 봐? 내가 너보고 김신걸을 설득하라고 했지 언제 우리 유희를 괴롭히라고 했어? 네가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김신걸을 찾아갔어야 했어! 근데 지금 겁먹고 못 간 거잖아?”원수정은 있는 힘껏 장미선을 뿌리쳤다.장미선은 너무 아픈 나머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고 머리는 새 둥지처럼 흐트러졌다.“엄마!” 윤설은 다급하게 장미선을 붙잡았다.원수정은 장미선 모녀를 향해 삿대질하였고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난 싸움 같은 거 두려워해 본 적이 없어! 예전에 우리 유희가 학교 다닐 때 괴롭힘을 당하면 내가 나서서 다 혼내줬어! 걔가 뉘 집 자식이든지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원유희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시절 그녀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 사람은 바로 ‘고모’였으니까.원수정이 한번 나서서 애들에게 경고하면 그 누구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했다.“원수정, 나도 오래 참았어! 너만 딸내미 편들 줄 알아? 나도 안다고! 오늘 너랑 나 끝장 보자. 너 죽고 나 죽고 하는 거야.”장미선은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한판 뜰 기세로 원수정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갑자기 들려온 호통 치는 소리에 그녀는 동작을 멈췄다-“뭐 하는 거야? 이게 말이 돼?”윤정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리곤 경고가 담긴 눈빛으로 장미선과 윤설을 쏘아보았다.아버지를 보자마자 윤설은 세상 억울하다는 듯이 울먹이며 걸어갔다.“아빠, 원유희 쟤가…… 쟤가 신걸씨를 자꾸 꼬셔요, 신걸씨는 제 약혼자인데 제가 어떻게 참겠어요?”“이 일은 내가 김신걸을 찾아가서 해결할게. 너랑 원유희중 한 명만 선택해야지 둘 다 가지려고 하면 안 되지.”“아빠?”윤설은 윤정의 해결 방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믿기지 않았다.이 얘기를 듣자 장미선은 화가 났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윤설이 혼자 운전하다가 차를 가드레일에 박았다. 이마를 살짝 다쳤고 경미한 뇌진탕이래.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윤정은 병실 밖에 나온 후 병원 복도에서 통화했다.병실에 있는 윤설은 이마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고 기분이 아주 다운된 것 같았다.장미선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그녀의 옆을 지켰다.“어때? 아직도 아파?”충격이 너무 컸는지 윤설은 입을 열지 않았다.“김신걸한테 연락해서 어서 오라고 할게.”장미선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하지 마요.”김신걸의 이름을 듣자 윤설은 드디어 반응했다.“왜?”장미선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모도 부모이지만 약혼자가 와서 옆에 있어 주면 기분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걔한테 오늘의 일을 알려야지. 원유희와 원수정 그 재수 없는 모녀가 너한테 한 짓을 안다면 절대 그 두 모녀를 가만히 안 놔둘 거야.”“아내로서 사사건건 다 그에게 부탁하면 남자는 금방 질려 하고 귀찮아 할 거예요.”윤설의 눈에는 독기로 가득했다.“저 혼자서 원유희를 처리하겠어요.”“왜 그렇게 생각해? 어차피 신걸이는 널 아끼니까 거절하지 않겠는데!”그리고 겸사겸사 남자의 관심을 자기에게 끌 수도 있고, 장미선은 이것이 일석이조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거절하진 않겠죠…… 하지만 그이는 아랫도리 간수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그이에게 부탁하면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겠어요?”이것을 생각하자 윤설은 화가 치밀었다.“그래, 암튼 엄마아빠는 다 네편이야. 오늘도 너희 아빠만 아니었음 원수정 모녀의 아가리를 찢어버리는 건데.”장미선은 말하다가 인내심을 잃은 윤설을 보고 말투를 바꿨다.“걱정하지 마, 신길이의 마음이 너에게 있는 한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그나저나 왜 일반병실을 선택했어? 이런 누추한 곳을.”윤설은 특별히 일반병실을 원했고 일반병실에는 두개의 침대가 있었다.“저랑 같이 연기해줘요.”윤설의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병실 문이 열렸고 검사를 마친 다른
원유희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윤정은 김신걸을 찾아 자기와 윤설 사이의 일을 해결하려는 것이었다.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영상을 계속 놔두면 유일한 피해자는 원유희가 될 것이 분명했다.기자와 그녀의 팬들은 피비린내를 맡은 짐승처럼 자신에게 몰려올 것이다.“데리러 가줄까? 혼자 못 나올 것 같은데”원유희는 거실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애들을 보고 긴장했다.통화가 끝나고 원유희는 아이들과 얘기했다.“엄마가 지금 일이 있어서 나가 봐야 하는데 착하게 혼자들 자는 거야, 알겠지?”“한밤중에 엄마 어디 가는 거예요?”유담이가 물었다.“일 때문에 나가는 거야.”원유희는 아이들을 이모에게 맡기고 얼른 나갔다.1층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던 기자들과 팬들을 마주치게 되었다.“원유희 씨,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얘기처럼 정말로 바람 피다 들켰나요?”“원유희 씨, 다른 사람의 가정을 상습적으로 파괴하는 내연녀라고 하던데, 사실인가요?”“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여기저기서 밀리는 바람에 원유희는 중심을 잃을뻔했고 아무리 힘을 써도 인파 속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다.‘파악’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원유희의 얼굴에 계란을 뿌렸다.“아!”계란은 깨졌고 노른자와 흰자가 그녀의 머리와 얼굴에서 흘러내렸다.딱 봐도 피아노의 여신님의 극성팬들의 짓이었다.처음엔 피해 갈 수 있었지만 이번엔 피하지 못했다.그녀는 궁지에 몰린 쥐처럼 1층 계단의 한구석에 쭈그려 앉았다.“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정말로 다른 사람의 약혼자랑 불륜 관계를 갖고 있었습니까? 왜 침묵을 지키는 겁니까?”“꼬실 거 다 꼬셔놓고 말할 염치는 없나 보지?”“얼굴 가리지 말고 그냥 보여주지?”또 계란 한 알이 날아와 원유희를 몸을 때렸다.계속 계란이 날아오자 앞에 누군가가 막아섰다.하지만 계란을 뿌리던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이 그들의 뒷덜미를 잡더니 그들을 내팽개쳤고 그들은 화단에 날아가게 되었다.“아!”“아!”비명 때문에 원유희를 공격하던 기자
원유희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래도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윤정이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전화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다 아닐지라도 필경 윤정은 자기를 위해 김신걸을 찾아갔으니…….“여보세요?”“지금 어때? 안전한 곳으로 갔어?”“네, 친구랑 같이 있어요.”안 물어봐도 영상이 인터넷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음이 분명했다.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추한 꼴을 보았는데 내연녀라는 타이틀을 어떻게 뗄 수 있을까?“그럼 됐어.”한시름을 놓은 윤정은 잠깐 멈췄다가 얘기를 이어갔다.“김신걸 곁에서 영영 떠날 생각은 해봤어?”“……무슨 뜻이죠?”“듣기론 전에 김신걸이 너보고 제성을 떠나라고 했을 때 네가 거절했다면서?”“그때 저희 엄마가 그러니까 저희 외숙모가 갑자기 살해당했어요. 지금까지도 범인을 못 찾고 있어서 남은 거예요.”“윤설의 얘기론, 네가 배 속의 아이를 가지고 협박한 적이 있다고?”이 얘기를 듣자 원유희는 심장은 덜컥 내려 앉았다.“다른 뜻은 아니고 그냥 너희 둘 다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서 하는 얘기야.”“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가 딸을 걱정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죠. 더할 얘기가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원유희는 윤정이 대답하는 것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원유희의 낯빛이 안 좋은 것을 발견하자 김명화는 바로 물었다.“어쩌다가 그 사람의 연락처까지 가진 거야? 별로 안 친한 거로 알고 있었는데?”“네, 별로 안 친해요.”원유희의 표정은 차갑게 변했고 얼굴에는 아직도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윤정이 자신을 도와줄 거라고 믿은 내가 바보지. 윤설이 그 사람의 친딸인데 어떻게 친딸을 놔두고 자신을 도와주겠어? 그리고 정말로 자신을 믿었다면 이렇게 확인차 전화하지도 않았겠지.모든 사람은 다 자신이 김신걸을 꼬셨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치 않은 상황에서 강압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하면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 자신이 대중이라면 역시 믿
원유희는 황급히 몸을 닦고 샤워가운을 입었다.젖은 머리를 하고 나가자 팔짱을 낀 채 침착하게 방을 둘러보는 김명화를 발견했다.“난 또 네가 밤새 씻는 줄 알았잖아.”샤워한 원유희이 낯빛은 아까처럼 창백하지 않았고 얼굴은 분홍빛이 물들었다.그녀는 소파 쪽으로 걸어가서 앉았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았다.“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거 바로 내리 긴 힘들 것 같아.”“될 대로 되라고 해요. 어차피 김신걸의 목적이 바로 이건데 실컷 웃게 놔두죠.”“김신걸은 정말 미쳐도 제대로 미쳤어.”이 얘기를 듣자 원유희는 속으로 욕을했다. 너도 정상은 아냐. 그 피가 어디 가겠어?“지금 같은 상황에서 좋은 해결 방법은 없어. 그냥 다른 이슈를 찾아내고 댓글을 조작해야지 별다른 방법은 없어. 하지만 윤설은 이미 이에 맞설 경험과 방법이 있을 것이고.”원유희는 폰을 켜서 확인했다. 자신이 계란 맞는 추태를 찍은 영상을 봤고 뒤이어 찾아온 김명화도 다 카메라에 담겼다.그 사람들은 고소장이고 뭐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하고 싶은 대로 계속했다.모든 네티즌은 다 그녀를 욕하고 있었고 댓글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가득했다.아래로 계속 내려 보다가 옹호하는 댓글들도 있는 것을 본것 같았다…….‘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원유희를 욕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몹시 아프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머지 네티즌들은 키보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왜 가만히 있는걸까?’그녀의 착각이었다. 욕을 하지 않은 댓글은 존재하지 않았다.원유희는 핸드폰을 저쪽으로 던져버렸다.“그냥 이대로 둬. 피곤해서 자려고 하는데 이만 나가 줄래?”김명화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아주 긍정적이네.”“그럼 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도 있어?”원유희는 상냥한 말투로 얘기할 수 없었다. 필경 그때 자신이 할수 없이 제성에 남게 된 것에 김명화도 한몫했으니까.“암튼 여기서 자게 해줘서 고마워.”김명화는 멈칫하다가 얘기를 이어갔다.“뭐 힘든 일이 있으면 작은오빠라고 계속 불러 봐. 그럼 내가 마음이 약해질
원수정은 장미선과 통화하고 있었다.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장미선은 이성을 잃은 미친 사람처럼 짖었다.“원수정, 너 어디 잘못된 거 아니야? 복수하려고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서 얘기해? 네가 그런다고 누가 네 말을 믿어줄 것 같아? 정말 윤정 씨랑 엮이고 싶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쓰는구나!”“믿기지 않으면 이렇게 흥분해야 할 필요도 없잖아.”이성을 잃은 장미선과는 달리 원수정은 침착을 유지했다.마음속의 고통과 괴로움은 오로지 그녀 혼자의 몫이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아주 덤덤했다.“네가 윤정 씨한테 알려주면 되겠네. 안 믿는다면 유전자 검사를 해도 되고. 아니다, 그냥 내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내줄까?”원수정은 이 얘기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는 원래 원유희와 빨리 떠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그런 일이 터졌고 어젯밤에 그 영상을 보게 되었다.원수정은 밤새 고민하다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 계란에 맞는 원유희의 비참한 모습을 보니 엄마로서 그녀는 너무 괴로웠고 견디기 힘들었다.싸움이 시작된 이상 죽을 각오를 해야지! 누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그녀는 모든 사람 앞에서 떳떳했지만 원유희한테는 너무 미안했다. 전에 속인 적도 있었으니…….벨 소리가 울렸다.원유희한테서 걸어온 전화였고 도둑이 제 발이 저린 원수정은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러다가 긴장한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유희야, 왜 이른 아침부터 엄마랑…….”원수정의 얘기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지만 원유희는 다급하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영상은 뭐예요? 제가 윤정의 딸이라뇨?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거죠? 다 사실이 아닌 거죠? 도대체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다 진짜야…….”원수정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어……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원유희는 이젠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몰랐다. 친어머니라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어이없고 터무니없는 많은 일들을 자신에게 숨긴 걸까?“나도 어쩔
정말로 그렇다면 정말 어이가 없고 실망하게 될것이다.그리고 어젯밤 윤정이 자신을 의심한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파 났다.그녀가 그의 자식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사람은 여전히 자신을 의심했고 궁금해 했다.하긴, 사람들의 눈엔 자신과 윤설은 하늘과 땅 차이였고 그녀는 부잣집의 금지옥엽이고 자신은 보잘것없는 천민이었으니까.아무리 친부모라고 할지언정 자식을 공평하게 대할 순 없었다.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그냥 차라리 모르는 척 하는 게 나을 법했다.벨 소리가 뚝 그치자 원유희는 휴대전화를 내팽개쳤다.방에 있던 김명화는 핸드폰을 보며 얘기했다.“짧은 시간 안에 인터넷 실검이 다 없어졌어. 역시 우리 형 능력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윤씨 집안을 끌어들이면 다 해결될 줄 진작 알았으면 어젯밤에 바로 그렇게 해야 했어.”“그럼 난 이만 돌아갈게. 어젯밤 신세 지게 해줘서 고마워 .”원유희는 침대 머리맡에 있는 자기 옷을 가지고 욕실로 갔다.욕실에서 나온 후 그녀는 어젯밤에 입고 온 옷을 다시 입었다.“우리 집엔 여자 옷이 없어서 미안.”김명화의 말 뜻은 자기 집에서 밤을 새운 여자가 없다는 얘기였다.원유희는 그러던지 말던지 신경 쓰지 않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문을 나서자마자 차에서 내리는 라인와 마주쳤다.라인은 그녀가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보고 곧 친근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원유희는 표정 변화가 없는 김명화를 힐끗 처다 보며 얘기했다.“집에 여자 옷은 없는데 오고 가는 여자는 적지 않은가 봐?”“지금 질투해?”“어이없네.”원유희는 그를 한번 째려보고 바로 떠났다.라인은 김명화에게 다가가 그의 시선을 따라 점점 멀어지는 가느다란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어젯밤 여기서 잤어?”“응.”“영상에서 널 봤는데, 무슨 계획인데?”“아직 없어.”라인은 김명화의 냉철한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원유희는 바로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동네에 돌아오니 멀리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윤정이
집에 돌아온 원유희는 소파에 힘없이 앉아 얼굴을 감쌓다.그녀의 첫 번째 아버지는 시도 때도 없이 난동을 부렸고 두 번째 아버지는 도박 중독자 였다.하여 원유희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영원히 느낄 수 없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유니콘과도 같았다.그녀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별로 기대하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아버지를 가진 다른 아이를 자신도 모르게 부러워했고 심지어 윤설과 자신을 비교하기까지 했다…….윤설만 아니었다면 원수정과 윤정은 결혼했을 것이고 그들은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을 것이다.그렇다고 자기 행복을 윤설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까?원유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딸을 사랑한 게 무슨 잘못이라고. 게다가 그 사람은 엄마가 임신한 것조차 몰랐으니까.그녀는 그저 아버지 복이 없었을 뿐이었다.난리가 났던 실검은 없어졌고 그 후로 다시 나타난 적도 없었다.윤정은 가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몇 마디 이야기만 하고 끝냈다. 전화를 자주 걸지 않았고 적당한 선을 지켰다.원유희는 세쌍둥이를 데리고 그녀에게 편안함을 주는 안락한 공간에 숨어 있었다. 그곳을 떠나자마자 수많은 고민이 덮쳐올 것 같아 그녀는 쉽사리 그 공간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아, 엉망진창으로 그렸어여! 엄마, 도와줘여…….”유담은 들고 있던 연필을 원유희 손에 쥐여줬고 그녀의 품에 쏘옥 안기며 애교를 부렸다.원유희는 유담을 품에 앉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엄마, 저희랑 같이 놀아여.”조한은 뒤쪽 소파에 올라가 엎드려 머리를 원유희의 어깨에 기댔다.“너희 둘 조금 전 까지 잘 놀고 있었잖아.”“셋이 같이 놀아여.”“잠깐만, 유담이 그림을 먼저 그려주고 놀아줄게.”조한은 작은 입술을 쭉 내밀며 원유희의 볼에 뽀뽀했고 원유희의 볼엔 그의 침이 다 묻었다.인내심이 부족한 조한은 원유희와 얘기했다.“엄마, 핸드폰을 주시면 안 되여? 핸드폰 가지고 놀고 싶어여.”“뭐 하면서 놀고 싶은데?”원유희는 주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함부로 터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