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33화

두 시간 후, 하늘은 아름다운 노을로 물들어졌다.

김신걸은 아파트에서 내려와서 차에 올라탔다. 좋은 일이 있는 마냥 가벼운 발 걸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나갔다.

구석에 숨어있었던 윤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의 일을 지켜봤던 그녀는 어금니를 꽉 물었고 귀신에 빙의된 것처럼 무섭고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고 표정은 이미 굳일 대로 굳었다.

원수정의 전화를 받고 김신걸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그녀는 애써 외면하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곳에 찾아오게 되었다.

김신걸이 자기와 약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적에서 원유희를 만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김신걸과 원유희가 같이 있은 동안 윤설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 반대편에서 원수정의 오만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때? 내 말이 맞았지?”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정말 대단한 집안이네요!”

“약혼자 간수 못 한 네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려고 그래!”

그녀의 비꼬는 말투는 원수정에게 아무런 타격도 못 줬다. 어차피 그 동안 이러한 얘기를 자주 들었는지라 이미 익숙해졌다.

“원유희 그년이 신걸 씨를 꼬신 거잖아요! 나와 신걸씨가 이미 약혼한 거 다 알면서도 염치없게 들이댄 거 잖아요!”

“어차피 지금은 그냥 약혼한 거뿐이잖아,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결혼했더라도 이혼할 수도 있는데, 뭐!”

원수정은 콧방귀를 끼고 말을 이어갔다.

“차라리 네가 김신걸을 잘 설득해봐, 우리 유희가 제성을 떠나면 우리 모두에게 다 좋잖아.”

윤설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제성을 떠난다고?

그까짓 원유희 하나를 못 이길까 봐? 천만에!

어차피 신걸씨는 나를 사랑하니까 내가 뭘 하든지 다 이해해줄 거야.

윤설은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김신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원유희쯤은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윤설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위풍당당하게 5층으로 향했다.

침대에서 자고 있었던 원유희는 발로 문을 차는 쿵쿵쿵 소리 때문에 깨어났다.

뭐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