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걸이 주택단지를 나왔을 때 안색은 여전히 그다지 좋지 않았다.바지에는 여전히 작은 손자국이 하나 남아 있었다.그는 자신이 왜 굳이 6층에 가서 아이를 만났는지 몰랐다.유희가 한 말에 영향을 받아서?신걸은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위층 베란다에서 신걸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유희는 감히 6층으로 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문을 닫았다.도둑질하는 것 같았다.세 아이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 그녀는 즉시 그들의 작은 손을 막았다."안 돼 안 돼, 옷 더러워져......""엄마, 그...... 그 아조씨가 우리 찾아왔쪄영!"조한이 말했다."엄마랑 같이 있쪘쪄용?"유담이 물었다."어젯밤에 같이 있었쪄요?" 상우는 궁금해했다.아이들이 단번에 알아맞히자 유희는 유난히 가슴이 찔렸다."아니야, 마침 지나가던 길이야......"그녀는 또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아이들더러 스스로 놀게 한 후, 유희는 작은 소리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그 사람 별말 안 했죠?""아니요, 사람 잘못 찾은 것처럼 왔다가 바로 갔어요. 엄청 이상했다니까요." 아주머니가 말했다.유희도 신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삼둥이의 신분을 의심하는 거라면 그냥 갈 정도는 아니었다.신걸이라는 사람은 항상 속이 깊었으니 누가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다행히 그녀는 이런 위기 속에서 침착하게 미리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하며 삼둥이의 얼굴에 물감을 묻혀서 시선을 헷갈리게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한눈에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드래곤 그룹.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건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고개를 들자마자 그는 신걸의 입술에 있는 그 상처를 보았다.어떻게 이런 곳에 상처를 남겼지?마치 키스할 때 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진하게 키스하다 남긴 상처 같았다.물론 이런 일은 부하로서 마음속으로만 생각했고 겉으로 보기엔 태연했다.
혼자 남은 덕배는 거기에 서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명화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유희는 자신의 손을 뺐다."나를 왜 여기로 끌고 와요? 가볼게요.""그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으니 당신 귀찮게 할걸." 명화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유희는 발걸음이 멈칫하더니 좀 무서웠다.덕배는 그녀를 해고할 수 없지만, 만약 그녀를 때리기라도 한다면?딱 봐도 사람을 때릴 것 같은 타입이었다.그녀는 아예 자리를 찾아 앉으며 컵의 물을 천천히 마셨다."당신은 줄곧 이렇게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인가?" 명화는 그녀가 물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작은 입술은 뜨거운 물에 빨개졌다.유희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그런 적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녀는 거의 충동적으로 일 처리한 결과에 지배당하고 있었다.술집에 가지 않았다면 신걸과 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고 아이를 낳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걸과 끊임없이 얽히지도 않았을 것이다.이는 모두 그녀가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후과였다……"하지만 용기는 갸륵하군. 칭찬해 주지." 명화는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가볍게 짚으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의 아버지가 그를 ‘교육'한 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았다."당신도 쉽지 않군요."유희가 말했다."어렸을 때부터 당신 아버지는 당신을 김신걸과 비교했다니. 전에는 몰랐어요. 누가 이런 일을 당했어도 기분 좋지 않았을 거예요. 근데 당신 아버지는 당신이 밖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겠죠?""그럴 마음만 있으면 다 알아낼 텐데, 아쉽군......"명화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사이코패스로 변한 것도 설마 당신 아버지한테 핍박을 당해서 그런 건 아니겠죠?" 유희는 대담하게 추측했다.그래서 김신걸을 그렇게 증오했던 거야.명화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묻는 문제가 너무 많아."유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가 대답하든 말든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내일 나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그녀는 아이들이 또 그녀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았다.조한은 핸드폰을 들고 물었다."엄마, 비밀번호가 모예요?""엄마 비밀번호 고쳤쪄요." 유담은 억울했다."왜요?" 상우가 물었다.유희는 헛웃음을 지었다."아, 전에 그 비밀번호가 안 좋은 거 같아서 바꿨어. 너희들 핸드폰 놀래?""우리 애니메이션 볼래용." 조한이 말했다.유희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삼둥이가 그녀를 쳐다볼 때 핸드폰은 이미 잠금 해제됐다.그들은 어리둥절해졌다. 왜냐하면 비번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들은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보면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희는 그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나중에 또 그녀 몰래 김신걸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한다면 그녀는 정말 놀라 자빠질 것이다.애니메이션을 찾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엄마 전화받으러 갈게." 유희는 일어나서 방을 나갔다.삼둥이는 즉시 둘러서서 토론했다--"아빠 아냐.""응, 아닌 거 같아.""엄마 전화받는 표정이 달라."확실히 신걸이 아니었다. 원수정이었다."무슨 일이세요?" 유희가 물었다."내일 같이 밥 먹자, 너 출근했지? 그럼 퇴근해서 저녁 같이 먹자, 내가 예약할게."유희는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승낙했다.마음속으로 유난히 죄책감이 들어서 그녀에게 보상하고 싶은 것일 가.아무튼 수정이 이혼한 이후 유희와 더 친해지려 하는 것 같았고 만나자는 횟수도 더 잦아졌다.그녀더러 가서 밥 먹으라고 하거나 그녀가 자신과 같이 살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정 안 되면 수정은 직접 와서 그녀에게 밥을 해 주었다.가끔 유희는 집에 돌아오면 식탁에는 맛있는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유희는 매정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녀가 자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할 때 차마 보지 못했다.게다가 그녀는 수정에 대해 감정이 있었고 심지어 지금 함께 지낼 때도 확실히 모녀 사이 같았다.다만, 그녀는 아직 수정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었다.유희는 입구에 서
"엄마랑 나왔으면 먹고 싶은 대로 먹어. 전에 네가 고생했던 거 엄마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수정은 부드럽게 말했다."지금 너는 엄마가 있는 사람이니 난 다른 사람이 너를 괴롭히는 것을 더욱 허락하지 않을 거야.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해결해 줄게."유희는 메뉴를 뒤적이며 다소 머뭇거렸다."고생…… 은 무슨, 다 지나간 일인데요 뭘."수정은 이 말을 듣자 무척 흥분해했다."맞아, 다 지나간 일이야!"두 사람이니 너무 많이 먹을 필요가 없었다.유희가 막지 않았으면 수정은 상다리가 부서지도록 음식을 시켰을 것이다."배 터지겠네." 수정은 배를 만지며 말했다."천천히 먹어. 엄마 화장실 갔다 올게."화장실로 가려면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이 구역은 모두 예약 룸이었다.갈림길에 이르렀다."어머, 공교롭네요. 당신도 여기서 밥 먹는 거예요?"수정은 고개를 들어보니 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미모의 피아노 여신, 윤설이었다.하지만 그녀를 보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수정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녀도 윤설과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윤설과 여기서 밥을 먹을 수도 있는 신걸을 꺼려 했다.그녀는 여전히 지난번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유희에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원유희가 유산한 건 알고 있어요?" 윤설은 천천히 물었다.수정은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놀라며 말했다."무슨 헛소리야? 다시 한번 그런 식으로 우리 유희 헛된 소문을 퍼뜨리면 내가 가만 안 둬!""정말 몰랐나 봐요? 그녀는 신걸의 아이를 임신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 가서 지웠어요. 비밀도 참 잘 지켰나 보죠? 친엄마도 모르는 걸 보면."수정은 화가 나서 숨을 거칠게 쉬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당신이 원유희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윤설은 경멸했다.수정은 믿을 수 없었지만, 믿지 않을 수 없었다.신걸은 줄곧 그런 방식으로 유희를 모욕했으니 의외로 임신하는 것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근데 왜 그녀한테 말 안 하
윤설은 그곳에 서서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뾰족한 손톱이 살을 찔러도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바닥 위에 흘린 피를 보고 나서야 마음속의 질투가 조금 가라앉았다.원유희, 감히 나한테 덤벼? 넌 이길 리가 없어!세찬 바람과 함께 차 문이 열리자 문득 덮쳐온 무서운 카리스마에 기사는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다."병원!" 신걸이 명령했다.기사는 급히 시동을 걸고 재빨리 떠났다.도로에 들어서자 차는 빠르면서도 평온했다.그러나 여전히 차 안의 초조한 분위기를 가실 수 없었고 동시에 짙은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신걸 품에 안긴 유희는 통증에 계속 끙끙거리며 몸서리를 쳤다.신걸은 그녀의 턱을 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심호흡해......"유희는 본능적으로 심호흡을 했지만 여전히 아팠다.작은 얼굴은 창백해지며 입술마저 하얗게 변했다.아파서 나는 식은땀은 머리, 이마, 귀밑머리까지 적셨다."병원에 곧 도착할 거야." 신걸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스쳤지만 손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한 그는 멈칫했다.왜 이렇게 많은 피가 난 거지?그는 단지 그녀의 배를 걷어찼을 뿐, 피는 대체 어디에서 흘러나왔을까......검은 눈동자가 유희의 아픔과 증오로 가득 찬 눈빛과 마주치자 매우 짜증 났다."그런 눈빛으로 나 볼 생각하지 마. 네가 스스로 덤빈 거야!"유희는 입술이 떨렸고 고통스러워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결국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기절하고 말았다......병원에 도착.송욱은 미리 대기하고 있었고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응급처치하기 시작했다.신걸은 수술실 밖에 서있었고 손을 들어보니 오른손에는 온통 피였다.옷이 피부와 붙어 있어서 그는 피비린내 나는 그런 촉촉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셔츠와 양복바지가 검은색 아니었다면 그 핏빛은 무척 티가 날 것이다.30분 뒤, 꽤 빠른 편이었다.수술실 불이 꺼졌다.마스크를 쓴 송욱이 나왔다.그녀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빛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입구에 서
그러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그녀 자신도 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꼈다.신걸에게 걷어차 일 때 그녀는 오장육부가 터지는 것 같았고 마치 차에 치인 것처럼 아팠다.아무렇지도 않았다면 그녀는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을 리가 없었다.특히 수정의 안색을 보니 문제가 꽤 심각한 것 같았다.유희는 잔뜩 긴장했다."나...... 어디가 안 좋대요?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갈비뼈가 부러진 거 맞죠?""아니야......"수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더는 참지 못했다."너 유산했어......"유희는 한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무슨 뜻이지?그녀가 전에 유산한 걸 알았나?만약 전의 일이라면 그녀는 왜 이렇게 찝찝하지?"말 좀 잘 해봐요, 유산이요?""아이가 두 달이나 되었는데 그렇게 발로 차였으니, 괜찮을 리가 있겠어?" 수정은 슬프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가 없어졌어도 그만이었다. 어쨌든 김신걸 그 짐승만도 못한 자식의 것이었으니까.그런데 왜 자신의 딸한테 이런 벌을 주는 것일까? 그녀는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유희는 놀라며 몸을 받치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말도 안 돼요! 두 달 된 아이가 있다뇨? 한 달 전에 나는 이미 아이를 지웠다고요!"그래서...... 그래서 피를 그렇게 많이 흘린 거였어?이럴 수가?"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은 틀리지 않았을 거야!" 수정은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유산을 했는지도 모르는 의사가 있겠는가?"유희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유희는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머릿속은 새하얘졌고 생각조차 하기 힘들어졌다.이번의 의사가 틀리지 않았다면, 그럼 지난번의 의사는 틀렸을까?그 흘린 피가 사실이라면 전에 그 아이는 지워지지 않았단 말인가?그래서 뱃속에 남아있었던 거고......유희는 몸이 굳어졌다.유산을 한 후에 그녀는 여전히 구역질이 났고 또 자주 심하게 졸렸으며 그 후에 아랫배에 약간 나왔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때 그녀는 전혀 성공적으로 유산을 하지 못했
"나는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런 일은 평생 숨길 수 없어요. 앞으로 원유희 씨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려면 문제가 될 테니까요."송욱이 말했다.만약 결혼해서 불임이란 사실을 숨긴다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나도 알아요, 이건 유희가 진정을 된 찾은 후에 얘기해 줄 거예요."수정이 말했다."그리고 이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 안 했으면 해서요. 유희의 명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난 유희가 남한테 손가락질 받는 거 원하지 않아요.""이건 안심하세요, 의사는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가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말하지 않을 테니까요.""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송욱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떠났다.원수정은 보기에는 꽤 괜찮은 사람 같은데,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하는 내연녀일 줄이야.그러나 이런 일은 그녀와 관계가 없었으니 함부로 평가를 하지 않을 것이다.수정은 송욱한테 부탁한 후 마음이 좀 놓였다.그녀는 이 일을 마땅히 처리해야 했다. 유희는 몰라야 했고 알 필요도 없었다.만약 사람들이 유희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누가 감히 그녀와 결혼하겠는가?아기를 못 낳아도 그건 결혼한 다음 걱정할 일이었다.그녀는 도덕이 없다고 욕먹어도 상관이 없었다. 이런 일에서 그녀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다병실 문을 열자 유희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창백한 안색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기분이 무척 다운되어 있었다."유희야,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엄마가 아줌마한테 해달라고 할게." 수정이 다가가서 말했다.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힘없게 말했다."아무거나 먹으면 돼요.""너 방금 유산 수술했으니 잘 먹어야 돼."수정은 핸드폰을 들고 집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분부했다.유희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수정이 전화를 끊자 유희는 이미 잠들었다.수정은 다가가서 창백하고 정교한 그 작은 얼굴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어쩜 네 팔자도 이러냐 ......"이 모든 것을 초래한 사람은 김신걸이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고개를 들자 들어오는 사람이 윤설이란 것을 발견한 수정과 유희는 안색이 인차 변했다.수정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이 천한 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는 거야? 나한테 머리채 뜯기고 싶지 않으면 빨리 꺼져!""무슨 소리예요? 정말 양심이 없네요. 원유희가 입원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이렇게 사람을 쫓아내는 것은 너무 교양 없는 거 아닌가요?" 윤설은 준비를 하고 왔기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들어올 때 노크도 하지 않다니, 네 엄만 예의를 가르쳐 주지 않았니?"수정은 싸움을 못하지만 남을 욕하는 것은 정말 잘했다.수정이 윤설의 부모를 욕하자 그녀는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자기 딸은 남의 남자 꼬셔서 아이까지 임신한 주제에, 그런 말이 나와요?""남의 남자? 남이 누구야? 설마 너야? 김신걸이 언제 네 남자 됐지? 난 왜 몰랐을까? 유희야 넌 알고 있었어?" 수정은 능청스럽게 유희를 뒤돌아보며 악의적으로 윤설을 도발했다."김신걸하고 결혼했어? 아니면, 김신걸이 당신하고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어? 나도 당신이 우리 유희의 남자를 꼬셨다고 말할 수 있다고! 그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까지 생겼는데, 당신은 뭐 있지? 주제에 넘는 입 하나?"윤설은 화가 나서 주먹을 꼭 쥐고 이를 갈았다."내연녀라 참 다르네요, 빼앗고 훔치는 것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니, 나야 당연히 당신과 비교할 수 없네요! 그러나 아이가 있으면 어때서요? 지금은요? 아이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잖아요. 이건 그야말로 하늘이 당신들에게 내린 벌이라고요!"유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영문을 몰라 하며 고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수정은 깜짝 놀라 화제를 돌리려 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 신경 쓰지 마, 유희야. 윤설, 너 당장 꺼지지 못해!"말하면서 수정은 윤설을 끌고 가려 했다.윤설은 그녀를 힘껏 밀치고 유희 앞에 다가가서 미친 듯이 웃었다."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