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의 침착한 표정은 이미 온데간데 사라졌고 그녀는 무척 당황해하며 신걸의 안색을 살폈다.유희는 녹음을 끄고 핸드폰을 치마의 주머니에 넣은 뒤 윤설의 '사망' 현장을 감상했다.윤설은 그녀가 녹음할 줄은 몰랐겠지?윤설이 병실에 들어올 때, 그녀는 마침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었고, 잠시 생각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녹음했다.윤설은 그녀의 수단에 당황하며 인차 신걸한테 설명했다."내가 한 게 아니야. 나는 단지 부인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신걸아, 나 믿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반대편에 앉은 선덕은 콧등에 있는 안경을 밀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신걸의 몸에서 내뿜고 있는 싸늘한 기운은 무척 불길했다."원유희가 나를 자극해서 내가 그렇게 말한 것뿐이야. 그녀한테 속은 거라고."윤설은 유희를 가해자로 몰았다.겉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누가 봐도 불쌍해 보였다.애석하게도 유희의 눈에는 그녀는 그냥 가식적인 여자일 뿐이었다."나야 당연히 널 믿지." 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냉담하게 유희를 쳐다보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오히려 윤설의 편을 들었다.이 말이 나오자 윤설은 인차 안심하며 웃는 얼굴로 변했다."네가 나 믿을 줄 알았어."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계속 회의들 해, 난 이만 가볼게."유희의 곁을 지날 때 그녀는 그녀를 흘겨보며 비웃었다.마치 굴욕을 자초한 사람은 유희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윤설이 떠나자 유희는 여전히 거기에 서 있었다.그녀의 녹음은 완전히 농담이 되었다."설마 그 녹음으로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신걸은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달라진 건 없다는 거 알지만, 나도 남한테 당한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싶지 않았어."유희는 잠시 멈추다 또 말했다."내가 너희 두 사람의 감정이 이 정도로 깊을 줄 몰랐어.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야."그녀가 말을 마치자 신걸의 안색은 더욱 차가워졌고 예리한 시선은 그녀의 몸을 뚫어버릴 것만 같았다
한참 후, 그녀는 말했다."너 녹음하면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니? 신걸이 널 믿었으면 나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 그러니 너도 작작해! 넌 나와 우리 집안이 신걸의 마음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고 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너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뭘 또 그렇게까지. 분명 네가 나한테 해산물을 먹였는데 도리어 내 잘못이 된 거야? 윤설, 네 부모님은 너한테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고 가르쳐 준 적이 없니?"유희는 조롱했다."네가 뭔데 우리 부모님을 언급하는 거야? 원유희, 내가 너한테 말하는데, 이건 아직 끝이 아니야! 마지막까지 웃는 사람이 진정한 우승자라고!"윤설은 전화를 끊으며 웃는 얼굴은 일그러졌다.유희는 자신의 뱃속에 기형적인 아이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그녀는 정말 그날이 오는 것을 너무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유희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이 윤설은 틀림없이 오줌이나 처마신 미친년일 것이다!자동차 경적 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선덕의 차였다.그녀는 계단을 내려가서 차 문을 열고 올라갔다."총 팀장님 아직 안 가셨어요?" 그녀는 안전벨트를 매고 물었다."같이 왔으니 당연히 같이 가야죠."선덕이 말했다."감사합니다."차가 떠나자 유희는 선덕이 결국 사무실에서 발생한 일을 들었다는 것에 대해 무척 난감했다.선덕은 진작에 그녀와 신걸 사이의 이상한 관계를 알았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처럼 직접 귀로 듣는 것은 또 너무 이상했다.그녀는 뻔뻔해지기로 마음먹었다.어차피 다 지나간 일이었으니."총 팀장님, 윤설의 집안이 엄청 대단하나 보죠? 이렇게 우수한 피아노 연주가를 배양할 수 있다니, 가정 조건이 보통 아니겠죠?" 유희는 떠보았다."윤설 씨의 아버지는 사업을 하시고 어머니는 소프라노로 활동하며 줄곧 외국에 계셨어요. 이런 가정에서 이렇게 우수한 피아노 연주가를 배출한 것도 의외가 아니죠. 환경이 사람을 성사시키는 거잖아요."유희는 생각했다. 그녀는 틀림없이 행복한 세 식구의 가정에서 자랐을 것이다.아빠, 엄
월말은 재무부가 가장 바쁠 때여서 며칠 동안 계속 야근을 했다."아, 드디어 끝났네. 내일은 야근할 필요가 없어.""악마 같은 월말이구나!""넘 힘들어."동료들이 모두 테이블 위에 엎드려 원망을 했다.선덕이 나와서 물었다."지금 겨우 9시인데, 회식할까요?""네!"1초 전까지만 해도 죽은 것처럼 힘없던 동료들은 바로 일어나 크게 외쳤다.그 고함소리에 유희는 놀라서 간 떨어질 뻔했다.아니, 힘들다며?힘든 거 맞아?유희는 회식에 참가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차라리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는 게 훨씬 편했다.다만 그녀가 의견을 발표하기도 전에 선덕이 말했다."원유희 씨, 회식 장소는 원유희 씨의 핸드폰으로 보냈어요. 절반 사람은 당신을 따라가고, 나머지 절반은 내 차에 타죠."동료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유희를 잡아당겼다."얼른 가요!"유희는 어이가 없었다.회식은 그야말로 떠들썩했다!회식 장소는 엄청 비싼 술집으로 정했고 그것도 룸으로 예약되었다.선덕이 내는 것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 말 듣고 아주 신나게 놀았다.유희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그럴 순 없었다.동료들은 입을 벌려서라도 술을 먹였다.아니면 여자 동료가 입을 맞대고 술을 먹여줬다.유희는 안 마시려야 안 마실 수가 없었다.아…... 왜 매번 회식할 때마다 이렇게 많이 마셔야 하는 걸까?선덕은 옆에서 지켜보며 마치 여우처럼 웃고 있었다.왜 아무도 그에게 술을 먹이지 않는 것일까?"총 팀장님의 주량은 우리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데. 누가 누구한테 술 먹이는 거냐고!"유희는 우울했다. 그러니까 주량이 좋지 않은 사람만 괴롭힌다 이거야?그녀는 기회를 틈타 몰래 떠나려 했다."원유희, 너 또 도망가려는 거 아니야?"방금 문 앞에 도착한 유희는 고개를 돌려 살짝 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화장실 좀 갔다 올게."말을 마치고 얼른 나갔다."그녀는 화장실로 가서 뜨거운 얼굴을 만졌다.그녀는 튀고
신걸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다른 사람들더러 만지라고 여기에 누워 있는 거 아니야?""......"유희는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나는 단지 여기에서 좀 쉬고 있을 뿐이야."그녀는 신걸도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긴, 술집 같은 데 와서 술 안 마시는 사람이 어딨겠어."조한은 누구야?" 신걸의 안색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또 다른 남자 생겼어?"유희는 심장박동이 멈출 뻔했다.신걸이 어떻게 조한을 알았을까? 설마 그녀가 취한 뒤 말한 것은 아니겠지?"그건…..." 유희는 아직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선덕이 다가왔다."대표님도 여기 계셨습니까? 저도 부서 직원들을 데리고 회식하러 왔습니다."신걸은 차갑게 그를 힐끗 보고는 더 이상 유희를 보지 않고 남자 화장실로 갔다.선덕은 그 눈빛에 소름이 돋았다.말할 타이밍이 아닌가?지금 유희는 맑고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찌푸렸다.거의 한 달 동안 신걸을 보지 못했는데, 또 이렇게 그와 부딪치다니, 그녀는 답답했다.역시 회식 오는 게 아니었어."방금 대표님이 나타나셔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원유희 씨 치한 만났을지도 몰라요." 선덕은 룸에서 나와 유희를 찾다가 그 장면을 보았다."네…..." 유희는 경악했다."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의식도 없이 여기에 누워 있으면 위험하잖아요."선덕은 그녀를 일깨워 주었다.이 말을 들은 유희는 머리가 더욱 어지러워졌다.그러니까 신걸이 그녀를 만졌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는 자신을 보호했단 말인가?그러나 이는 그녀를 탓할 수 있겠는가?그녀는 그 사실을 몰랐으니…..."여기서 기다려서 대표님한테 사과해요." 선덕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아니…..."유희는 그를 붙잡고 싶었다.그녀는 사과할 수 있었지만, 혼자서 신걸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는 아직 신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단 말인가?유희는 그럴 엄두가 없었다.만약 신걸이 조사하면
신걸은 유희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고 그녀를 소파에 던졌다.그리고 그는 침대 옆에 서서 작은 얼굴이 베개에 묻힌 바보 같은 모습을 내려다 바라보았다.술을 마셔서 그녀의 온몸은 붉은색을 띠었고 화사함과 동시에 청순함을 잃지 않았다.셔츠의 옷깃은 올 때의 몸부림으로 살짝 풀려 있었고 그 안의 우유 빛깔의 피부는 살짝 빨개졌다.그녀는 이대로 자려고 했다."술 냄새나니까 샤워하러 가." 신걸은 타고난 압박감으로 명령했다.애석하게도 명령식 분부는커녕 지금 유희의 목에 칼을 갖다 대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을 것이다.기껏해야 차가운 기운의 자극으로 목을 움츠릴 것이다.신걸이 그녀를 끌고 갔다.유희는 더욱 이불 속으로 몸을 움츠렸다.신걸은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다시 한번 말하겠어, 씻으라고.""싫어..... 저리 가, 난 잘 거야......"유희는 자신의 얼굴을 잡고 있는 단단한 손을 뿌리치며 다시 침대에 누워 자려고 했다.신걸은 결벽증이 있어서 유희가 외출할 때 입은 옷을 입고 침대에서 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설령 그 침대가 그의 것이 아니더라도.그래서 그는 거센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잡으며 그녀를 들고 욕실로 향했다."하지 마...... 웩......"유희는 위가 쓰라리며 우웩 하고 신걸의 몸 그리고 바지에 토했다.그 뜨끈한 구토물을 보며 신걸은 표정이 굳어졌다. 유희의 팔을 잡은 손가락까지 굳어지며 검은 눈동자는 살벌했다.유희는 몸이 나른해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토하고 나니 그녀는 속이 많이 편해졌다.하지만 머리는 더 어지러웠고 점점 졸렸다."빌어먹을 년!" 신걸은 낮은 소리로 호통치더니 유희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병아리를 던지듯이 그녀를 욕실에 던졌다.샤워 꼭지의 물이 머리에서 내려오자 유희는 비명을 질렀다."아!" 그리고 구석에 숨었다.신걸은 싸늘한 눈빛으로 몸이 흠뻑 젖어서 낭패한 모습의 유희를 힐끗 보았고,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에 있는 구토물을 보았을 때 그의 안색은 무척 어두웠다.신걸은 자
"뭐?" 유희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유희는 몸이 굳어졌다.누가 문을 두드리는 거지? 설마 삼둥이?"문 안 열어?" 신걸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로 거칠게 명령했다.유희는 다소 망설였다. 그녀는 어떻게 내려가서 문을 열어야 한단 말인가?아무 것도 안 입었는데!만약 옷을 가지러 간다면, 그녀는 알몸으로 신걸의 눈앞에서 지나가야 했다!이건......"숨길 필요가 있을까?" 신걸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이불을 집어던졌다--"아!!" 유희는 자신의 눈을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입 다물어!"유희는 옷을 입은 뒤 얼굴을 붉히며 문을 열었고 속으로 수천 번 신걸을 욕했다!문밖은 방금 두 번 노크한 후 인기척이 없어졌다.마치 사람이 간 것 같았다.문을 열자 그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보디가드가 옷을 잔뜩 들고 있는 것을 보았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보디가드는 그녀에게 옷을 맡긴 뒤 가버렸다.그리고 신걸도 옷을 입은 뒤 아무 말 없이 가버렸다.유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어젯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시간을 보니 그녀는 저도 모르게 놀랐다.그녀와 신걸은 9시가 넘도록 잤다니!다행히 오늘은 토요일이라 출근할 필요가 없었다.그래도 정리하고 애들을 보러 가야 했다.아이들 생각에 유희는 입가에 웃음이 넘쳤다.신걸은 5층과 6층의 계단 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추었다.검은 눈동자는 6층을 바라보았다.조한? 그 녀석이라?잠시 후 그는 발걸음의 방향을 바꾸었다.방금 집을 나선 유희는 6층으로 가는 검은 그림자를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신걸은 6층에 가서 무엇을 하려는 거지?설마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일까?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설마 그녀가 술에 취할 때 ‘조한'의 이름을 불러서?하지만, 그녀는 이미 설명했는데......6층에는 두 가정이 살고 있었다.신걸은 처음으로 6층에 올라왔지만 예민한 직감으로 그중의
신걸이 주택단지를 나왔을 때 안색은 여전히 그다지 좋지 않았다.바지에는 여전히 작은 손자국이 하나 남아 있었다.그는 자신이 왜 굳이 6층에 가서 아이를 만났는지 몰랐다.유희가 한 말에 영향을 받아서?신걸은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위층 베란다에서 신걸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유희는 감히 6층으로 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문을 닫았다.도둑질하는 것 같았다.세 아이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 그녀는 즉시 그들의 작은 손을 막았다."안 돼 안 돼, 옷 더러워져......""엄마, 그...... 그 아조씨가 우리 찾아왔쪄영!"조한이 말했다."엄마랑 같이 있쪘쪄용?"유담이 물었다."어젯밤에 같이 있었쪄요?" 상우는 궁금해했다.아이들이 단번에 알아맞히자 유희는 유난히 가슴이 찔렸다."아니야, 마침 지나가던 길이야......"그녀는 또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아이들더러 스스로 놀게 한 후, 유희는 작은 소리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그 사람 별말 안 했죠?""아니요, 사람 잘못 찾은 것처럼 왔다가 바로 갔어요. 엄청 이상했다니까요." 아주머니가 말했다.유희도 신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삼둥이의 신분을 의심하는 거라면 그냥 갈 정도는 아니었다.신걸이라는 사람은 항상 속이 깊었으니 누가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다행히 그녀는 이런 위기 속에서 침착하게 미리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하며 삼둥이의 얼굴에 물감을 묻혀서 시선을 헷갈리게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한눈에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드래곤 그룹.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건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고개를 들자마자 그는 신걸의 입술에 있는 그 상처를 보았다.어떻게 이런 곳에 상처를 남겼지?마치 키스할 때 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진하게 키스하다 남긴 상처 같았다.물론 이런 일은 부하로서 마음속으로만 생각했고 겉으로 보기엔 태연했다.
혼자 남은 덕배는 거기에 서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명화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유희는 자신의 손을 뺐다."나를 왜 여기로 끌고 와요? 가볼게요.""그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으니 당신 귀찮게 할걸." 명화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유희는 발걸음이 멈칫하더니 좀 무서웠다.덕배는 그녀를 해고할 수 없지만, 만약 그녀를 때리기라도 한다면?딱 봐도 사람을 때릴 것 같은 타입이었다.그녀는 아예 자리를 찾아 앉으며 컵의 물을 천천히 마셨다."당신은 줄곧 이렇게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인가?" 명화는 그녀가 물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작은 입술은 뜨거운 물에 빨개졌다.유희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그런 적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녀는 거의 충동적으로 일 처리한 결과에 지배당하고 있었다.술집에 가지 않았다면 신걸과 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고 아이를 낳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걸과 끊임없이 얽히지도 않았을 것이다.이는 모두 그녀가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후과였다……"하지만 용기는 갸륵하군. 칭찬해 주지." 명화는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가볍게 짚으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의 아버지가 그를 ‘교육'한 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았다."당신도 쉽지 않군요."유희가 말했다."어렸을 때부터 당신 아버지는 당신을 김신걸과 비교했다니. 전에는 몰랐어요. 누가 이런 일을 당했어도 기분 좋지 않았을 거예요. 근데 당신 아버지는 당신이 밖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겠죠?""그럴 마음만 있으면 다 알아낼 텐데, 아쉽군......"명화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사이코패스로 변한 것도 설마 당신 아버지한테 핍박을 당해서 그런 건 아니겠죠?" 유희는 대담하게 추측했다.그래서 김신걸을 그렇게 증오했던 거야.명화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묻는 문제가 너무 많아."유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가 대답하든 말든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내일 나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