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걸의 눈에는 윤설 외의 모든 사람들은 아마 벌레만도 못 할 것이다…….“혼자 있었요?” 유희가 물었다.“돈만 있으면 시중드는 사람이 없을까 봐?” 수정은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는 특히 돈을 좋아했다.“네가 별장에 간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았어.”마침 간병인이 와서 수정에게 저녁에 무엇을 먹을 거냐고 물었다.수정은 2인분을 주문했고 유희가 여기에 남아 밥 먹게 하려고 했다.유희는 거절하지 않았다.“유희야, 미안해. 엄마도 일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어. 내가 말 몇 마디 좀 해서 두 사람이 말다툼한 거 가지고 그걸 또 김신걸한테 일러바쳐? 윤설도 정말 보통 투정 부리는 게 아냐!”수정은 경멸했다.“그녀는 우리의 잘못을 찾아서 우리가 김신걸에게 당하는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앞으로 그러지 말고 그녀를 보면 그냥 피해 다녀요.”“하지만 남자는 딱 이런 여자 좋아한단다. 여린 척, 불쌍한 척, 눈물 두 방울만 짜내면 끝!”수정은 말을 하지 않는 유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윤설은 왜 우리를 그렇게 미워할까? 김신걸과 너의 관계 때문이야? 그건 모두 지나간 일이잖아, 그녀도 참 끈질기네.”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전 세대의 원한이 없었다면 김신걸은 그들 모녀를 이렇게 증오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도 어떻게 해서라도 유희에게 김신걸의 비위를 맞추는 것을 가르쳐 줬을 것이다.신걸과 결혼하면 제성에서 가장 존귀한 여자가 되는 것이었다!그녀도 유희의 엄마로서 이득을 볼 수 있었다.유희는 수정과 있을 때 더욱 말수가 적었다.그래서 수정의 말에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간병인이 저녁밥을 가져오자 그녀는 수정과 함께 먹었다.두 입 먹자마자 유희는 구역질이 날뻔했는데 이내 입을 가렸다.“왜 그래?” 수정이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감기에 걸렸나 봐요…….”유희가 말했다.수정이 물었다.“이런 날에 감기 걸린다고?”유희는 마음이 씁쓸했다. 이런 날에 감기에 걸린 이유는 그녀가 소파에서
“그래서 이런 식으로 날 상대하는 거야? 너무 비겁해!” 유희는 안색이 은근히 보기 흉했다.“어떤 식? 네가 먼저 나 밀지 않았니?” 윤설은 넌 죽었어 하는 눈빛으로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유희는 그녀를 그냥 가게 할 순 없었다.절대로!신걸은 그녀를 죽도록 괴롭힐 것이다!윤설이 문을 여는 것을 보고 유희는 급히 달려들어 윤설을 잡아당겼다.“가지 마…….”입구에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자 그녀의 말이 뚝 그쳤다.신걸은 음산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유희는 숨이 거의 멎었다.윤설은 구세주라도 본 듯 신걸의 품에 달려들었다.“신걸 씨가 와서 다행이야. 나 하마터면…… 하마터면 그녀한테 죽을 뻔했어. 그리고 원수정도 그녀 도와서 나 도망가지 못하게 했어…… 내 머리에 상처가 났는지 좀 봐. 유희는 내 머리카락을 잡고 벽에 부딪혔어…….”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억울한 모습을 보였다.유희는 그녀가 거짓말하는 것에 분노했다. 신걸은 긴장한 채 윤설의 이마가 부은 것을 살펴보고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는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희를 쏘아보았다.유희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내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 벽에 부딪혀서 나를 모함한 거야…….”“내가 스스로 벽에 부딪혔다고? 넌 좀 더 좋은 이유를 꾸며낼 순 없어?”윤설이 물었다.“나 때문에 네 엄마가 입원했다 해서 선의로 보러 왔는데, 너희들한테 이런 대접을 받다니. 나는 이미 사과했어…… 신걸아, 나 정말 네 말 듣고 그녀들을 동정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그녀들을 좋은 사람으로 착각했나 봐.”“윤설, 너 말 똑바로 해! 엊그저께 김신걸이 나랑 하룻밤을 보냈기 때문에 네가 화가 나서 찾아온 거잖아!”윤설은 조금도 찔리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감당하기 어려운 척했다.“신걸 씨, 유희가 이틀 전에 당신이 그녀를 찾아가서 밤을 보냈다고 말했는데, 정말이야? 그녀는 분명 고의로 이런 말을 해서 나를 화나게 하려는 거지, 그렇지?”유희는 그야말로 그녀의 말에 가슴이 꽉 막혔다.이 여자는 말을
“필요 없어, 나는 화 때문에 못 먹겠어. 너라도 사서 좀 먹어.”“아니에요, 입맛 없어요.” 유희는 원래 먹을 때 위가 좀 불편했다.수정은 바깥의 날씨를 보며 말했다.“이제 돌아가봐, 하루 종일 출근했으니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 네 안색은 여전히 좀 안 좋아 보이네. 어차피 병원에 있으니 의사에게 검사 좀 받고 가. 남자는 힘 조절하는 것을 몰랐으니 또 어디 다쳤는지 누가 알겠는가.”“아픈 데 없어요. 놀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저 갈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유희는 병원을 떠난 후 직접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그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욕실로 들어갔다.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니 안색이 확실히 좋지 않았다.마치 방금 그가 그녀를 밀칠 때처럼 아픈 것 같았다.유희는 팽팽한 아랫배를 만지며 가볍게 눌렀지만 아프지 않았다.그 후에도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오히려 신걸이 병원에 나타나서 그녀를 놀라게 했다.윤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전에 이미 신걸과 '통화'를 했다는 것을 설명했고, 그녀 자신도 인정했다.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녀가 윤설을 괴롭히는 것을 보았다.정말 좋은 수단이야.그러나 윤설은 그녀의 면전에서 의심스러운 말투로 신걸에게 '불륜'에 대해 물었고, 이런 수단은 억울함 속에 믿음이 들어 있었다.이는 두 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첫째, 신걸은 신경 쓰지 않는다; 둘째, 신걸은 앞으로 유희를 찾지 않는다.유희는 두 번째 결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룻밤을 잤지만 유희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녀는 단지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며 이틀만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아이들이 지내는 방을 정리한 뒤 필수품과 장난감을 사서 들여놓았다.그날 오후, 아이들은 아주머니에 의해 돌아왔고, 큰 가방과 작은 가방의 짐을 가지고 왔다.원식도 같이 왔다.“6층이에요?” 원식이 물었다.“괜찮네요, 어린아이들도 단련을 해야 하니깐요.”유희와 원식은 거실에서 이야기할 때 방을
유희는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미안해요…….”원식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악마같은 사람대신 사과하지 마요. 언젠가는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예요. 나를 믿어요.”유희는 그게 무슨 방법인지 몰랐다. 그녀는 분명 안경 뒤에 감춰진 원식의 눈빛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원식은 그녀에게 배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집에 돌아와서 문을 열자 삼둥이의 작은 머리가 하나 둘씩 튀어나왔다.“엄마, 아빠 갔쪄요?”“아빠더러 자라고 했는데, 아빠가 거절했을 거예요.”“아빤 분명 부끄러워서 그랬을 거양!”유희는 웃으며 유담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다.“가자, 들어가.”아빠가 부끄럽다고? 정말 어리지만 당찬 아이들이었다.유희는 삼둥이를 달랜 뒤, 방문을 나서자 아주머니가 거실에 있는 장난감을 치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도 같이 치웠다.“아주머니, 세 아이 돌보는 거 힘들죠?”“힘들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예전에도 아이를 돌봤지만 삼둥이처럼 철이 든 아이는 정말 본 적이 없어요. 밥을 먹으면 각자의 접시를 주방으로 내놓는 걸 처음 봤을 때 엄청 놀랐어요. 교장 선생님까지 유희 씨가 아이를 잘 가르쳤다고 했어요.”유희는 어쩔 수 없단 듯이 웃었다.“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세 아이를 돌볼 수 없었기에 아이들에게 미리 연습 시킬 수밖에 없었거든요.”“그게 가장 좋은 교육방식이죠.”유희는 승진했다.선덕의 조수로.이유는 지난번 고발해서 공을 세웠다는 것이었다.사실 오래된 직원들은 모두 그런 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말하면 바로 회사에서 잘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유희가 오히려 승진할 줄은 몰랐기에 다른 동료들은 매우 아쉬워했다.만약 그들이 고발했다면 그들은 무조건 승진할 것이다.선덕은 회의하러 갔다.고위층 회의였다.한 시간 후, 선덕은 전화해서 유희에게 서류 좀 보내달라고 했다.출납에 조수로서의 일은 사실 전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이틀
유희는 머리를 굴렸다. 이 고선덕은 세상 물정에 밝고 노련한 사람이었다. 만약 자신이 지난번 전화에서 신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렇게 쉽게 승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말했다.“총 팀장님께서 믿어주셔서 다행이네요. 저 반드시 열심히 할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총 팀장님을 대신했으면 좋겠네요.”선덕의 표정이 굳어졌다.신걸은 검은 눈동자를 약간 움직이며 무뚝뚝한 표정으로 예리한 시선을 거두었다.“들었나?”선덕은 목청을 가다듬고 대범하게 말했다.“네, 대표님, 저는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는 이런 직원이 필요합니다. 유희 씨는 먼저 부서로 돌아가세요.”유희는 허리를 약간 굽히며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떠났다.그리고 발걸음에 힘을 살짝 주었다.그녀는 잘릴 가봐 걱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당장 그녀더러 꺼지라고 했음 좋겠다!아, 아니다…… 그녀는 성질을 부릴 자격이 없었다.명화는 못 가게 그녀를 붙잡아 둘 것이다.골치 아픈 일이었다. 여기저기서 욕을 먹어야 한다니…….그녀는 앞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을 문득 멈추었고 번개에 맞은 듯 멍하니 서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 놀란 모습이었다.방금 나타난 신걸을 보며 그녀는 문득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구토, 넘어져서 불편한 복부, 설마…… 임신은 아니겠지?애초에 삼둥이를 임신했던 반응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그녀는 열심히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아니야, 아니야!어떻게 임신일 수가?매번 그녀는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다음날 그녀는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억지로 일어나서 약을 먹어야 했다. 한 알도 빠짐없이!유희는 이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돌렸다.퇴근 후, 유희는 회사 입구에 서서 먼저 병원에 가서 수정을 볼 생각을 했다.막 계단을 내려가던 때에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추었다.강한 카리스마가 유희의 얼굴로 덮치며 그녀가 억제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게 했다.경호원이 앞으로 다가가서 문을 열며 그녀를
“뭐?” 유희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내려줘.”이런 남자와 1분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반항하는 거야?” 신걸의 눈빛은 냉담했다.“당신과 거리를 두는 것이 뭐 잘못된 일이야? 잊지 마, 당신은 나에게 자유를 줬어. 물론, 당신의 구역에서 나는 다른 남자를 찾지 않을 거야. 결국 당신은 내가 잘 지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거야. 만약 당신이 굳이 나에게 당신과 잠자리를 강요한다면, 나는 당신의 마음속에서 내가 윤설보다 더 중요하다고 오해할 수도 있어.”신걸의 기운은 이내 싸늘해졌다.“쓸데없는 생각.”도중에 유희는 차에서 내렸고 롤스로이스가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팽팽한 신경이 풀렸다.그녀는 신걸을 마주할 때 실수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을 할까 봐 정말 두려웠다.병원에 들어가서 병실 입구에 도착하자 그녀는 수정이 돌아가겠다고 소란을 피우는 것을 들었다.의사는 입이 닳도록 타일렀다.유희가 들어가자 병실 안은 조용해졌다.수정은 얼굴이 이내 변하며 바로 미소를 지었다.“유희야, 왔어?”“의사 선생님이 퇴원하라고 하지 않았으니 그냥 가만히 있어요. 왜 소란을 피우고 그래요?”유희가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집에서 쉬어도 마찬가지잖아? 병원은 정말 답답해.”“이틀만 더 있어요.” 유희가 의사에게 물었다. “괜찮죠?”“네.”의사가 떠나자 수정이 물었다.“지금 퇴근했어?”“네, 먹을 거 좀 사 왔어요.” 유희는 싸온 음식을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넌 안 먹어?”“먹었어요.” 유희가 말했다.사실 그녀는 요즘 입맛이 정말 별로였다.위장병에 걸린 건 아니겠지?수정은 먹으면서 말했다.“몸이 안 좋아? 너 안색도 여전히 안 좋아 보이던데, 정말 김신걸 때문에 다친 거 아니야?”“아니에요, 넘어져서 다친 정도는 알 수 있어요.”유희가 말했다.“그리고 병원에서 소란 피우지 마세요, 이게 무슨 망신이에요.”수정은 그녀가 자신을 생각한
“그렇지!” 유희는 그녀의 작은 코를 만졌다.샤워를 마치고 방에 있을 때 유희는 침대에서 활발하고 귀여운 삼둥이의 모습을 보고 약간 망설이다 물었다.“여기에 사는 거 좋아?”어디에 살든 그녀는 삼둥이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그들은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이는 오히려 유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마치 집이 없는 것처럼, 여기로 옮겼다가 저기로 옮겼다.“쪼아요!”“쪼아!”“완전 쪼아요!”유희는 웃으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우담은 통통한 얼굴로 유희의 얼굴을 문질렀다.“엄마만 있으면 어디에서 지내도 돼요.”“마자마자!” 조한이 찬성했다.“엄마, 우리 걱정하지 마용.” 상우가 말했다.삼둥이는 유희의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 서로 자신의 대답에 매우 만족했다.아빠랑 숨바꼭질하느라 엄마는 고생이 많았다!지금은 상하층에 살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했다.그래서 유희는 매일 6층에 살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다.이날 저녁, 유희는 유담을 안고 달콤하게 자고 있었다. 이때, 침대 머리맡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고 핸드폰을 보았다.발신자를 확인한 뒤, 그녀는 잠이 달아났다.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유희는 벌떡 일어나 곤히 잠든 아이들을 보고 바쁘게 침대에서 내려왔다.왜 신걸이 그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일까?또 뭐 하려고?그녀는 전화를 함부로 받지 못했다.진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그녀는 신걸의 위치를 확인했다.위치 추적이 그가 이 아파트에 있다는 것을 표기할 때 유희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재빨리 옷을 입었다.신걸이 여긴 어쩐 일이지? 또 미친 거 아니야?그녀의 몸에 있는 흔적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유희는 살금살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5층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녀는 머리를 복도로 내밀었는데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앞으로 걸어갔다.방으로 가면서 긴장된 마음을 가다듬었다.신걸은 방에 있을
유희는 완전히 멍해졌다.그것은 절대로 그녀가 보낸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자신이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유담이가 그녀의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이런 문자를 보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도 마침 신걸의 핸드폰으로 보냈다니.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만약 나한테 보내지 않았다면, 사람 잘못 보낸 거고. 누구한테 보내려고 했는데?”“잘못 보낸 게 아니라…….”유희는 온몸이 불편했다.“그럼 당신이 원한다는 말이네.” 신걸은 가까이 다가오며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아…….”강한 카리스마는 유희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고, 그는 얼굴을 돌렸다.“이러지 마, 네가 이해하는 그런 뜻이 아니야…….”“나는 네가 설명하기를 기다리고 있어.” 신걸은 늑대 같은 공격 자세를 취했다.“내가 아무렇게 편집한 후 잘못 누른 거야…….”유희는 급히 말했다.“내가 믿을 것 같아?”유희도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아이가 보냈다고 할 수도 없고!신걸이 갈수록 흥분하는 것을 보고 유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내가 좀 불편해서…….”신걸은 동작을 멈추며 그녀와 살짝 거리를 벌리더니 검은 눈동자는 하얗게 질린 그녀의 작은 얼굴을 응시했다.“정말이야, 그날 병원에서 넘어진 이후로 허리가 계속 불편해…….”유희는 허리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늘 피곤했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매일 거울 볼 때마다 알 수 있었다.신걸이 그녀를 놓아준 후, 그녀는 한숨을 돌리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미안해, 나도 정말 너한테 그런 문자를 보낼 줄은 몰랐어. 네가 무시했으면 좋겠어. 나 이제 방으로 돌아갈게, 당신은 편한대로…….”이제 가라는 뜻이었다.말을 마치고 유희는 더는 신걸을 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침대에 누웠다.이런, 한밤중에 잠을 잘 못 잤으니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