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욱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로서 송욱은 당연히 그 약이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검사 후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하자 송욱은 떠났다. 유희는 그녀를 데려다 주려 했지만 거절당했다.문을 닫는 소리를 듣고 유희는 다시 누워 천장을 보며 멍하니 바라보았다.임신은 아닐 거야.공기는 침입된 동란에 압박감이 방 안으로 가득 스며들었다.유희는 겨우 고개를 돌렸다. 신걸의 높고 큰 그림자는 엄청난 압박감을 발산하면서 침대 옆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유희는 일어서서 방비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아무 일도 없어. 굳이 송 원장을 부르지 않아도 됐는데…….”그녀는 그에게 감사하지 않을 것이다.원래 그가 그녀를 넘어뜨려서 다치게 한 것이었으니.신걸의 담담한 표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알아볼 수 없게 했다. 그는 그녀를 접근하더니 유희의 턱을 쥐고 위험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망가지면 안 되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너를 가지고 놀라고? 응?”유희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여긴 방이고 침대가 있었기에 모든 분위기와 환경은 그녀를 공포의 절벽으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다행히 신걸은 말을 마치자 그녀를 놓아주고 방을 떠났다.그는 단지 그녀의 몸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고 싶었다.밖에서 문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유희는 여전히 불안해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갔다.신걸이 정말 떠났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곤두세운 신경을 풀 수 있었다.매번 신걸과 한바탕 싸우면 그녀는 온몸에 힘이 없었다.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가방 속의 핸드폰을 찾았다.그리고 그녀가 보낸 그 문자를 찾았다.내용을 다시 봐도 그녀는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유다은 어떻게 이런 문자를 보낼 수 있을까? 그것도 공교롭게도 신걸한테?다음 날, 유희는 아침 일찍 6층으로 갔다.방안의 삼둥이는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고 있었다. 동그랗고 통통한 작은 몸은 무척 귀여웠다.조한은 네크라인에 머리가 걸려 작은 몸 전체를 비틀
그녀는 우연의 일로 아이들을 탓할 수 없었다…….탓은 안 해도 되지만 이런 일은 절대 되풀이해서는 안 됐다.“이번에는 봐주지만, 다음에는 이러면 안 되죠?” 유희는 그들에게 알려줬다.“이런 문자를 보내면 다른 사람이 오해해서 귀찮은 일이 생길 거야…….”“엄마, 무슨 오해요?” 유담의 큰 눈은 별처럼 반짝거렸다.무슨 오해?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만 아니었으면 나 지금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했을걸!“나쁜 놈이 찾아올 거야.”유희가 말했다.“아무튼 더 이상 이러면 안 돼, 알아 들었어? 조한과 상우, 너희들은 오빠니까 여동생을 잘 지켜봐야 해.”“알았쪄여!” 조한과 상우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유희는 그제야 그들을 놓아주었다.삼둥이와 아침을 먹었다.유희는 금방 밥 좀 먹자마자 위가 한바탕 쓰라리며 겨우 입을 막았고 안색이 갑자기 하얗게 질렸다.“엄마, 왜구래요?” 조한이 물었다.“……아니야, 얼른 먹어.”유희는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억지로 웃었다.유담은 엄마가 먹지 않는 것을 보고 물었다.“엄마 배불러요?”“응, 배불러.” 유희는 지금 한 입도 먹고 싶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아이들 앞에서 토할 것 같았다. .“근데 엄마 너무 적게 먹었쪄여.” 상우는 관찰력이 뛰어났다.“엄마는 위가 작잖아!”유희는 웃으며 그들의 작은 머리를 만졌다.“먹어, 엄마는 너희들이 먹는 거 보고 있을게.”회사에 가는 길에 유희는 몸이 이상하다고 느꼈다.설사 감기 걸렸다 하더라도 벌써 며칠이나 지났다.어젯밤 송욱의 말을 생각하면…… 임신 테스트기라도 사서 측정해 볼까? 안심시키는 겸.그녀는 고개를 들어 길가의 약국을 보았다.유희는 테스트기를 사서 약국에서 나와 공중 화장실을 찾았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긴장했다.속으로 60% 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피임약을 먹었으니까!약을 먹고도 임신할 확률은 얼마나 작을까?유희는 소변이 묻은 테스트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소변은 천천히 다른 쪽을 적셨고, 먼저 한 줄
“…….”유희는 어이가 없었다. 왜 당신은 '나는 유희 씨를 응원하고 있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어디 불편해요? 요즘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휴가 낼래요?”“유급 휴가요?”“……맞아요.”“3일 정도 쉴게요.”유희는 말을 마치고 그에게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데이터 다시 정리한 다음 오후에 돌아가서 쉬게요.”그리고 나갔다.유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속으로 생각했다. 유산 수술하고 휴식 시간까지 합치면 3일이면 충분하겠지? 그녀는 아이를 지운 적이 없어 이 방면에 대해 전혀 몰랐다.”수술대에서 내려오면 바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봤는데…….“와, 윤설은 연예계에 들어갈 준비하는 건가?”“그녀는 피아노 연주가니까 연예계에 이미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지!”“사람도 예쁘고 피아노를 그렇게 잘 치니 그녀를 찾는 광고가 엄청 많을걸.”“그동안 손예인이 광고 여신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윤설로 바꿨잖아. 그럼 윤설이 그녀보다 우수하다는 뜻 아니야?”“그녀는 학력이 높은 데다 각종 대상까지 받았지 그리고 용모가 아름답고 마음씨가 착하며 어떤 배경에도 의지하지 않았잖아, 정말 비교할 수 없지!”유희는 눈을 부라렸다. 다른 건 인정한다 해도 마음씨가 착한 건 어떻게 알아봤데?“배경이 없는 것도 아니야. 내가 전에 들었는데, 이 윤설이란 미인은 드래곤 그룹의 권력자하고 관계가 특별하데.” 이 말을 할 때 그는 일부러 소리를 낮추었다.그러나 유희는 들었다.“진짜야?”“연예계에 있는 친구가 말했어. 드래곤 그룹의 권력자가 윤설을 데리러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한두 번이 아니래.”“기사 못 봤는데?”“너 바보야? 누가 감히 제성 권세의 왕에 관한 스캔들을 쓰겠니? 죽으려고 작정했니!”“유희 씨는 알고 있겠지?”일에 몰두하고 있던 유희는 뜬금없는 질문에 고개를 들어 멈칫했다.“모르겠는데.”“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김가네로 시집간다는 사람이 이런 소문도 몰라? 유희 씨랑 윤설은 형님 동서 사이가
유희는 떠났다.그녀가 떠나자마자 윤설은 바로 산부인과에 들어갔다.“죄송한데요, 의사 선생님. 방금 내 친구가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저보고 가서 다시 한번 물어보라고 해서요.”“친구분 이름이 뭐죠?”“원유희요.”의사는 의심하지 않았다.“무통 유산을 하려면 공복이 필요해요. 오늘 저녁 8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으면 안 돼요. 내일 아침에는 물을 좀 마실 수 있지만 다른 아무것도 먹지 말고요.”윤설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굳어졌다.무통 유산…….원유희가…… 임신하다니…….그녀가 누구의 아이를 가졌는지는 너무 뻔했다…….윤설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근데 왜…… 아이를 떼려는 거죠? 그냥 낳을 순 없나요?”“피임약을 먹었기 때문에 당연히 아이를 낳을 수 없죠. 낳아도 기형아예요.”회진실을 나서자 윤설은 손발이 차가웠다.지금보다 더 자존심 상한 일은 없었다!원유희는 신걸의 아이를 임신했다!신걸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근데 왜 원유희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도록 허락하는 거지?그렇게 참기 힘들었을까?원유희가 온갖 수단을 다 써서 얻은 아이가 틀림없어. 그저 피임약을 먹었기 때문에 낳을 수 없었고.그러니 신걸은 틀림없이 이 일을 모르고 있을 거야. 원유희는 더욱 그에게 알리지 않을 거고.윤설은 눈빛에 악랄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유희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유희는 하룻밤 휴식한 뒤, 이튿날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병원에 가기 전, 그녀는 여전히 신걸의 위치를 주의하고 있었다.수술대에 누워서 마취를 한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깨어나 보니 그녀는 이미 병상에 있었다.시간을 보니, 30분도 안 됐다. 근데 이렇게 간단하게 한 아이가 없어졌다.그러나 아랫배를 만져보니 그녀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보아하니 마취의 기운이 아직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옆 침대의 여자는 아파서 계속 끙끙거리며 말했다.“무통 유산할걸. 다 내 남자친구 탓이에요. 아프지 않을 거라고 했거든요.”유희는 새하얀 천장을 쳐다보았
“앞으로 너한테 매일 나의 피아노 소리 들려줬으면 좋겠어.”윤설이 부드럽게 말했다.“일 안 하고?” 신걸은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네가 말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윤설은 자신의 턱을 그의 넓은 어깨에 얹고 빙그레 웃었다.신걸은 손등으로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하고 싶은 거 해,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윤설은 무척 행복하게 웃었다.신걸은 여전히 그녀를 가장 좋아하고 있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신걸은 모두 그녀에게 줄 것이다.원유희는 그냥 신걸이 갖고 노는 싸구려 장난감일 뿐, 무슨 자격으로 그녀와 다투겠는가?다음날, 아이들이 학교에 가자 유희는 자신의 방에서 쉬고 있었다.그날 배가 은근히 아팠지만 하룻밤 지나가니 그녀는 거의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피도 많이 나지 않았다.단지 그런 입덧 증상이 아직 남아 있을 뿐이었다.그녀는 무척 답답했다.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어떤 사람은 이건 유산으로 인한 자극이나 임신반응의 호르몬이 아직 몸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유희는 어차피 아이를 지웠으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다. 회복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저녁에 아이와 같이 있어주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아주머니는 그녀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물었다.유희는 그냥 감기를 핑계로 삼았다.선덕은 드래곤 그룹에 가서 업무 상황을 보고했다.신걸은 선덕의 뒤에 있는 여자가 유희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선덕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원유희 씨는 3일 정도 병가를 냈습니다.”신걸은 티 내지 않게 물었다.“어디 불편한가?”“요즘 원유희 씨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제가 유급 휴가 필요하냐고 물었는데, 원유희 씨는 3일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다른 것은 말하지 않았습니다.”선덕이 말했다.“내일이면 회사에 나올 것입니다.”“유급?” 신걸은 곁눈질했다.“네, 저의 조수는 모두 이런 대우가 있습니다.”신걸은 침묵했고 헤아릴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사흗날이 될 때, 유희는 낮잠을
“…….”신걸은 예리한 검은 눈동자로 이 세 어린이를 주시하며 물었다.“너희들이 왜 여기에 있지?”따라온 아주머니는 이내 설명했다. “우리는…….”“당신보고 대답하라 하지 않았어.” 신걸의 카리스마 넘치는 기세에 아주머니도 더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이 사람은 좀 무서웠다. 존귀해 보이고 또 카리스마가 넘쳤으니…….삼둥이는 나란히 그의 앞에 서서 고개를 들었고 마치 세 마리의 통통한 아기 펭귄처럼 귀여웠다.“우리 여기 살아여.” 조한은 손가락을 들고 위를 가리켰다.“6층이영.” 유담이 말했다.“놀러 가실래용?” 상우가 물었다.신걸은 어린아이의 초대에 응할 인내심이 없었다.단지 몇 번이나 그들과 마주쳐서 우연이라고 느꼈을 뿐이었다.“너희들이 여기에 살지 않는 걸로 기억하는데.” 신걸은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삼둥이는 천진하게 신걸을 바보면서 머릿속에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이때 아주머니는 그들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그게 말이죠, 집에 일이 좀 생겨서요. 아이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전에 그들을 돌보던 그 아주머니가 바로 이곳에 살고 있는데 여기가 비교적 은밀하고 안전해서 우리도 여기로 이사 왔어요.”신걸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은 세 아이에게 떨어졌다.그도 참, 아이들까지 의심하다니.세 꼬마한테 무슨 꿍꿍이가 있겠어.만약 정말 무슨 꿍꿍이가 있다 하더라도 뒤에 있는 그 아주머니가 진작에 움직였을 것이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발걸음을 멈추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작고 통통한 손이 그의 바지를 잡고 있었고 여자애의 예쁜 눈은 그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저기용…… 날 안고 올라가면 안 돼용?” 유담이 물었다.아주머니는 깜짝 놀랐다.“그럼 못 써…….”신걸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리지만 배짱이 있는 아이였다.그는 그녀의 짧은 다리를 힐끗 보더니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올라갈지 상상할 수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유담이를 들어 올리며
“언니, 이 아죠씨가 언니 찾고 있쪄요!”유희는 고개를 숙이고서야 신걸의 다리를 안고 있는 유담, 그리고 뒤에 서 있는 조한과 상우를 발견하고 놀라서 입을 벌린 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그리고 신걸을 본 그녀는 완전히 멍해졌다.정확히 말하면 숨이 멎은 것만 같았다!그 후 삼둥이는 도망쳤지만 그녀는 여전히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너희들…….”유희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목이 바짝 말랐다.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유희는 그의 압박에 못 이겨 뒤로 물러나 길을 양보했다.다시 나타난 신걸에 대해 그녀는 어이가 없었고 심지어 삼둥이와 마주치다니!그럼 신걸은 지금 삼둥이가 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렇다면 앞으로 신걸이 만약 자주 이곳으로 온다면 삼둥이와 더 자주 마주치지 않을까?이것은 매우 공포스러운 일이었다!“무슨 멍을 그렇게 때려?” 신걸의 나지막하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유희는 정신을 차리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그윽한 눈빛과 마주치며 천천히 문을 닫았다.그녀는 신걸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야?”“제성에 내가 갈 수 없는 곳이 없어. 여기도 마찬가지야.”유희는 그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반박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나 지금 몸이 좀 불편해서. 네가 여기에 와도 뭐 할 수 없어.”“정말 불편한 거야 아니면 그냥 휴가를 내고 싶은 거야? 송욱이 와서 보지 않았어?” 신걸은 날카롭고 새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며 마치 그녀의 몸을 꿰뚫으려는 것 같았다.“나 생리 왔으니 그녀는 당연히 아무것도 검사해 내지 못했지.”유희는 신걸과 마주치면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의심을 할 것이다.“시간이 너무 길잖아.” 신걸은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표정은 더 이상 아까처럼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전에는 넘어져서 아팠고, 지금은 생리 때문이야.”유희가 말했다.이렇게 말하면 의심받을 리가 없었다.“위층
“안 가, 여기로 보내. 주소는…….”유희는 신걸이 전화 속 사람한테 주소를 말하는 것을 듣고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뭘 보내라는 거지?호텔이 직접 저녁식사를 배달해서 가지런하게 상을 차린 후에야 유희는 알아차렸다.신걸은 여기서 식사하려는 것을.여러 가지 뜨끈한 요리가 이곳으로 보내오자 이는 마치 배달이 아니라 호텔이 예약한 룸으로 보내는 것처럼 거리가 멀다고 해서 아무렇게 포장하지 않았다.그녀가 멍 때릴 때 신걸은 이미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사실 그 요리들이 식탁에 차려지자 그녀의 그 탁자는 매우 비좁아졌다.“내가 널 모셔야겠니?” 신걸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말로 할 수 없는 압박감이 밀려왔다.유희는 발을 들어 식탁으로 걸어가서 앉았다.신걸이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자 그녀도 묵묵히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이런 분위기는 매우 괴상했다.신걸이 그녀의 집에서 식사를 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전에 그는 그녀가 끓인 라면까지 먹은 적 있었다!하지만 다른 점은 지금 신걸은 사람 시켜서 음식을 여기로 가져오라는 것이었다.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적어도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에게 먹을 것을 만들어 줄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그녀와 김신걸와의 접촉은 왜 점점 잦아지는 것일까?보아하니 윤설의 말은 신걸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보아하니 신걸의 패기와 야심은 권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구현되는 것 같았다.피아노 여신 윤설과 함께 하는 동시에 그녀를 차지하고 있었다.그가 그녀를 놓아준다고 했을 때 그녀가 떠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신걸의 압박감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유희는 입덧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많이 먹지도 않았다.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너 먹어, 난 배불러서.” 말하면서 그녀는 일어서려 했다.이때 손목이 조여오더니 그녀는 세게 끌려갔다…….“아!” 유희는 하마터면 신걸의 품에 안길 뻔했다.“식사할 때의 예의를 모르는 거야? 내가 가르쳐 줘? 응?”“……아니야, 알았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