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이틀 내내 부진환은 외출하지 않고 왕부에서 정무를 처리했다.그렇게 낙청연에게 기회가 생겼다.이제 7일 뒤면 연회가 시작되니 반드시 그사이 부진환이 허락하게 만들어야 했다.그렇게 낙청연은 아주 적극적으로 부진환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부진환의 서방에 세, 네 번씩 들락날락했다. 오직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말이다.부진환은 그녀가 가져간 음식과 차에 관심이 아주 많은 듯했다. 매번 가져갈 때마다 아주 깔끔히 먹어 치웠고 낙청연은 의아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승낙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너무 이상해서 셋째 날에는 음식을 보내지 않았다.그런데 부진환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고 낙청연 처소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같은 요리사가 한 음식인데 뭐가 다르다고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갑자기 머리가 나빠진 건지 아니면 어디 아픈지 의문이 들었다.그렇게 낙청연의 처소에서 음식을 먹은 뒤, 부진환은 다음 날 또 찾아왔고 낙청연은 지초에게 음식과 차를 전부 거두어가라고 했다.그렇게 부진환은 차 한 잔도 얻어 마시지 못했다.부진환은 인내심이 전부 닳았다. 낙청연에게 그렇게 많은 기회를 줬는데 왜 아직도 약을 타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차는?”부진환이 불쾌한 얼굴로 지초에게 물었고 지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차를 우리지 않았습니다.”“차를 우리지 않았다고? 내가 왔는데 차 한 잔도 없는 것이냐?”부진환은 믿기 어려웠다. 그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기회를 틈타야 하지 않는가?낙청연 또한 인내심이 다 닳아 탁자를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야, 이제 그만하시지요. 매일 여기서 음식과 차를 얻어 마시지 않았습니까?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요. 제가 매일 받들어 모시니 아주 편하신가 봅니다!”“얼굴이 왜 그렇게 두껍습니까?”그 연회 때문에 낙청연은 부진환에게 며칠이나 매달렸다. 그런데 부진환은 전혀 승낙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런데 이제는 그녀를 찾아와 차
낙청연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 때 소유가 부진환이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낙청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곧장 낙운희에게 연락했고 욕선혼을 낙운희에게 건넸다.“낙월영에게 내가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하거라.”낙운희는 약을 받아 든 뒤 곧장 떠났다.그 소식이 낙월영의 귀에 들어가자마자 낙월영은 움직임을 보였다.그녀는 가장 먼저 엄평소를 만나러 갔다.엄평소는 최근 들어 낙정을 보호하기 위해 부진환의 사람들에게 쥐처럼 쫓기면서 시달리고 있었다.낙청연은 현재 중상을 입었고 여기저기 숨어 지내느라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그로 인해 엄평소는 몹시 분개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협력해 이번 연회에서 부진환에게 반격하고 낙청연을 패가망신시킬 셈이었다.-연회가 곧 시작될 때였다.이번에 궁에서 열리는 연회에 대해 낙청연은 미리 알아보았다. 주인공은 엄수심, 엄내심의 친동생이었다.엄내심은 아주 큰 소동을 벌였으니 당연히 황후가 될 수 없다.하지만 엄씨 가문에는 다른 여식이 있었다. 비록 엄내심은 첩의 소생이지만 온화하고 현숙하며 황후가 만족스러워하는 사람이었다. 엄수심은 엄 태후 마음속의 두 번째 선택지였다.이번 연회를 빌어 엄수심이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게 할 셈이었다.이번 연회에 참석하게 되는 여인들은 전부 복장에 꽃 양식이 들어가야 했다. 어떤 꽃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이번 연회의 주제에 어울리면 그만이었다.그래서 옷은 이번 연회에서 주목할 점이었다.낙청연 또한 제대로 고를 셈이었고 그래서 특별히 운예각을 찾았다.평소 운예각은 한적했다. 그들의 옷은 세상에 단 한 벌뿐이라 가격이 몹시 비쌌고 평소에는 사는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이번 연회로 인해 수도의 많은 여인이 그곳에 모여 꽃구경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있어 평소보다 떠들썩했다.낙청연이 도착하자 일꾼은 열정적으로 그녀를 2층으로 모셨다.장궤가 직접 그녀를 접대했다.“왕비 마마께서도 이번 연회에 입고 갈 옷을 고르고 있으십
위운하는 재촉하며 말했다.“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시오! 사지 않을 거면 당장 떠나시오!”그렇게 운예각의 모든 손님이 쫓겨났고 운예각은 낙월영 일행이 독차지했다.낙청연이 다시 운예각에 도착했을 때 장궤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왕비 마마. 저희가 팔던 옷이 전부 다 팔렸습니다.”“내가 사려고 한 그 옷은?”“그 옷도 팔렸습니다.”“팔렸다고? 내가 먼저 사겠다고 하지 않았소? 당신들처럼 장사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소?”“정말 송구합니다, 왕비 마마.”장궤가 사과했다.낙청연은 씩씩거리면서 떠났다.그 소식을 전해 들은 낙월영은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눈앞의 화려한 옷을 바라보며 낙월영은 싱긋 웃었다.“낙청연, 곧 죽을 사람이 이렇게 좋은 옷을 입을 필요는 없지.”-밤이 되었다.저녁을 먹은 뒤 지초가 부랴부랴 돌아왔다.“왕비 마마, 낙월영 아씨가 홍풍주루에서 경매를 하고 있답니다. 오늘 운예각에서 사들인 옷을 전부 고가에 팔고 있다고 합니다.”낙청연은 피식 웃었다.“돈을 벌 방법을 잘 알고 있군.”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곧 연회이니 많은 사람이 고가에 옷을 사들일 겁니다. 정말 너무합니다! 일부러 옷을 사들여 우리가 사지 못하게 만든 다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고가에 팔다니요!”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걱정하지 말거라. 그 경매는 파투 날 것이다.”“그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면 수도에 누군가는 벌써 했겠지.”“운예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아느냐?”그 말에 지초는 흥분하며 말했다.“그럼 다시 보겠습니다!”지초는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한 시진 뒤, 지초는 들뜬 얼굴로 부리나케 달려왔다.“왕비 마마의 말씀이 옳았습니다!”“운예각의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는 관청에 신고했습니다! 관청의 사람이 홍풍주루에 갔고 운예각은 낙월영이 파는 옷이 천면길에서 파는 짝퉁이라고 했습니다!”“낙월영은 하마터면 관청에 끌려가 옥에 갇힐 뻔했습니다. 낙 승상이 나서서 겨우 해결됐지요. 하지만 그 옷들은 고가에
궁중 어화원.화창한 날, 연회가 시작됐다.연회를 주최한 태후의 곁에는 엄수심이 앉아있었다. 엄수심은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로 성대하게 꾸몄다.오늘 일부 명문 가문의 자제들도 연회에 참석하다 보니 어화원 내부에 미남 미녀들이 꽃구경하는 장관이 펼쳐졌다.낙청연과 부진환은 동행했고 그들의 옆에는 부운주가 있었다. 부운주 또한 초청받았기 때문이다.부진환은 부운주와 함께 가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운주를 억지로 왕부에 가둬둘 수도 없었다.그래서 현재 부진환은 낙청연과 부운주 중간에서 걷고 있었다. 그는 곁눈질로 낙청연의 꾸민 모습을 보고는 만족스레 말했다.“내가 안목이 높구나. 그 담화운상은 다른 한 벌보다 훨씬 더 보기 좋다.”낙청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다른 한 벌은 부운주가 선물로 준 것이었다.낙월영이 운예각의 옷을 다 사들였다는 걸 알게 된 부운주는 큰 공을 들여 그녀에게 운예각의 옷을 마련해줬다.그는 부진환이 운예각을 사들였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운예각은 낙청연을 위해 옷 한 벌 만들 수도 있었다. 또 낙청연은 이미 만들어진 옷 중에서 아무 옷이나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다.부진환은 그중에서 담화운상을 낙청연에게 골라주었다.낙청연이 이 옷을 입지 않더라도 부운주가 선물로 준 것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부진환이 왜 저렇게 즐거워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낙청연이 화원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몰렸다.낙청연의 얼굴이 예뻐졌다는 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를 쳐다보며 작게 의논했다.“낙청연이 참 많이 바뀌었네요.”“예전에는 그렇게 못생겼었는데 얼굴을 바꾼 것 같군요.”“그러게요. 정말 너무 예쁘게 변했군요. 섭정왕도 예전과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습니까?”“역시, 남자들은 다들 예쁜 걸 좋아하네요.”어화원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 향했고 정자 안, 태후의 옆에 앉은 엄수심은 빛을 잃었다.태후 또한 그곳으로 시
그런데 낙청연을 보는 순간, 낙월영의 미간이 찡그려졌다.낙청연이 운예각의 옷을 입고 왔다고?낙월영은 미간을 좁혔다.낙청연은 곁에 있는 사람이 팔을 내린 걸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낙월영에게 단단히 붙박여있었다.낙청연은 싸늘해진 눈빛으로 단호히 걸음을 옮기더니 돌로 만들어진 의자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낙월영은 출현과 동시에 화원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옷이 참 곱네요.”“저 옷을 입으니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정자에 앉아있던 태후는 탁자 위에 찻잔을 무겁게 내려놓았다.“꽃보다 아름답다고?”“낙월영은 자기를 황후라고 생각하는 것인가?”엄수심이 다급히 태후를 위로했다.“태후 마마, 화 푸세요.”“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리에 있는데 낙월영 소저의 체면을 봐주시지요.”태후는 어쩔 수 없이 참았다.다른 한편, 낙월영은 부진환의 앞에 앉았고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다른 쪽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부진환은 낙월영에게 이렇게 입으면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오늘 그녀는 부진환에게 커다란 선물을 줄 셈이었다.그녀를 이용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계양에서 있었던 일은 각자 원하는 것이 있어 부진환과 협력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부진환에게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낙청연은 낙월영이라는 커다란 골칫거리를 해결해야 그저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진환과 협력할 수 있었다.바로 그때, 부운주가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곁에 앉았다.“이런 곳은 참으로 재미없지 않습니까?”낙청연은 웃었다.“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오늘은 꽃구경하러 온 것이 아닙니까?”부운주도 웃었다.“그렇지요. 꽃이 사람보다 훨씬 더 보기 좋습니다. 굳이 한 사람만 바라볼 필요가 없지요.”낙청연은 살짝 당황했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줄
낙청연은 화가 났는지 다그치듯 말했다.부진환은 심장이 철렁해 빠른 걸음으로 뒤쫓았으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은 낙월영과 엄평소가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는 일부러 씩씩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사실은 낙월영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었다.낙청연의 걸음은 낙월영과 엄평소가 미처 떨어질 새도 없을 정도로 아주 빨랐다.두 사람은 곧장 모르는 척하며 서로 거리를 두었고 이내 걸음을 멈추고는 낙청연에게 길을 내주었다.낙청연은 낙월영을 지나칠 때 살기를 띤 눈빛으로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낙월영은 입가에 미소가 걸린 채로 발을 뻗었다.낙청연의 걸음이 워낙 빠르다 보니 낙월영의 발에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옆이 바로 호수였고 중심을 잃은 낙청연은 비틀거렸다.그 모습을 본 부진환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경공을 이용해 그녀를 구했다.그러나 낙청연이 부진환에게 그런 기회를 줄 리가 없었다.호수에 빠지는 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던 것이다!하지만 혼자서 빠질 수는 없었다!“아!”낙청연은 온 힘을 다해 중심을 잡으려고 하면서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호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낙월영과 엄평소 두 사람을 힘껏 붙잡았고 두 사람을 함께 호수를 끌어내렸다.부진환이 경공으로 뛰어왔지만 옷깃만 스치고 말았다.풍덩-세 사람이 물에 빠지니 엄청난 물보라가 일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부진환은 곧장 호수로 뛰어들어 낙청연을 구하려 했다.그런데 수면 위로 머리 하나가 쑥 올라왔다. 낙청연이 그대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게다가 발로는 낙월영을 힘껏 걷어찼다.부진환은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머리를 내밀자 그는 단호히 물속으로 뛰어들어 낙월영을 구하러 갔다.낙청연은 눈빛이 싸늘해져 호숫가로 헤엄쳤다.세 사람이 물에 빠진 소리가 컸는지 호위들이 하나둘 물에 뛰어들어 그들을 구하려 했다.낙청연은 홀로 호숫가까지 헤엄쳐 도착했다.땅을 잡고 올라가려는데 희고 가는 손가락이 그녀의 앞에 내밀어졌다.살짝 당황한 낙청연이 고개를 들자 초조한 얼굴
엄평소는 조심스럽게 낙청연에게 접근했다. 낙청연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잠이 든 건지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만에 하나 엄평소는 손을 들어 힘껏 뺨을 때리려고 했는데 낙청연이 갑자기 눈을 떴다.그녀는 엄평소의 손목을 붙잡아 뒤로 속박한 뒤 다른 한 손으로는 미리 준비해 둔 목각으로 엄평소를 바로 기절시켰다.엄평소의 손에서 약이 흘러나왔다.문밖에 있던 사람은 방 안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됐습니까?”“제가 여기서 망을 보고 있을 테니 가서 부운주를 속이세요!”낙월영은 뒷걸음질로 방 안에 들어온 뒤 재빨리 문을 닫았다.그런데 몸을 돌리는 순간, 낙월영은 자신의 앞에 목각을 들고 서 있는 낙청연을 보았고 그대로 얼이 빠졌다.“이...”낙청연이 함정에 빠지지 않다니?게다가 엄평소를 기절시키기까지 했다!낙월영은 혹시나 자신이 실수할까 봐 엄평소를 데려온 것이었다.그런데...낙월영은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낙청연은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힐긋 보더니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약병을 주워 그것을 찻잔에 넣었다.게다가 일부러 향을 맡으며 말했다.“이건 뭐지? 냄새가 전혀 안 나네?”낙청연은 그 말과 함께 허리를 숙여 엄평소의 입을 열더니 차를 들이부었다.낙월영은 깜짝 놀라 이내 사람을 부르려 했는데 낙청연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곳은 서각이다. 엄평소가 이곳에 나타난 지금 사람을 부른다면 재수 없는 건 내가 아니라 엄평소가 될 것이다.”낙월영은 살짝 놀라 주저했다.낙청연은 천천히 낙월영에게 다가갔고 낙월영은 겁을 먹고 방문에 바짝 붙었다.“뭘 하려는 겁니까!”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너 엄평소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느냐?”“이렇게 좋은 기회를 포기하려고?”낙월영은 대경실색하더니 창백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어, 어떻게 알았습니까...”낙청연이 어떻게 안 것일까?낙청연은 느긋하게 대꾸했다.“계양에 갔다가 발견했다. 엄평소의 처소에 있는 그 여인은 엄평소의
하지만 낙청연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욕선혼은 약효가 엄청나게 세고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었다. 약효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황제와 태후를 불러 그들에게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엄평소와 낙월영이 미리 준비한 덕분에 청간각 안에는 궁녀가 한 명도 없어 아주 조용했다.낙청연은 낙월영의 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감았다.그렇게 반 시진 뒤, 마당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방문 앞에 서서 바라보니 궁녀였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방으로 곧장 향했다.그들은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자 곧바로 문을 열었다.궁녀들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방 안에서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궁녀들은 깜짝 놀라 사방으로 도망쳤다.동각과 서각 사이의 큰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진환은 놀란 목소리를 듣자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궁녀들은 소리를 질렀다.“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여기 좀 와보세요!”낙청연은 문 뒤에 숨어있었는데 그중 두 궁녀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낙월영이 미리 준비해둔 사람 같았다.그렇다면 그녀가 나서서 뭘 할 필요도 없었다.낙청연은 방문을 열고 나가 기지개를 켰다.바로 그때, 다급히 마당 안으로 들어오던 부진환은 낙청연을 보는 순간 살짝 놀라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낙청연은 무사했다.“무슨 일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고 두 궁녀가 다급히 다가가 말했다.“왕야, 방 안에 큰일이 났습니다. 직접 가보시지요.”부진환은 미간을 구긴 채로 걸음을 옮겼고 낙청연도 궁금해 따라갔다.방 안에 들어섰을 때, 침상 위의 두 사람은 여전히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들은 옷이 흐트러져서는 피부를 잔뜩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부진환은 곧바로 낙청연의 눈을 가렸다.“나가자꾸나!”낙청연은 그대로 방에서 끌려 나왔다.그녀는 다급히 부진환의 손을 내리면서 놀란 얼굴로 말했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