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낙청연을 보는 순간, 낙월영의 미간이 찡그려졌다.낙청연이 운예각의 옷을 입고 왔다고?낙월영은 미간을 좁혔다.낙청연은 곁에 있는 사람이 팔을 내린 걸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낙월영에게 단단히 붙박여있었다.낙청연은 싸늘해진 눈빛으로 단호히 걸음을 옮기더니 돌로 만들어진 의자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낙월영은 출현과 동시에 화원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옷이 참 곱네요.”“저 옷을 입으니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정자에 앉아있던 태후는 탁자 위에 찻잔을 무겁게 내려놓았다.“꽃보다 아름답다고?”“낙월영은 자기를 황후라고 생각하는 것인가?”엄수심이 다급히 태후를 위로했다.“태후 마마, 화 푸세요.”“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리에 있는데 낙월영 소저의 체면을 봐주시지요.”태후는 어쩔 수 없이 참았다.다른 한편, 낙월영은 부진환의 앞에 앉았고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다른 쪽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부진환은 낙월영에게 이렇게 입으면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오늘 그녀는 부진환에게 커다란 선물을 줄 셈이었다.그녀를 이용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계양에서 있었던 일은 각자 원하는 것이 있어 부진환과 협력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부진환에게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낙청연은 낙월영이라는 커다란 골칫거리를 해결해야 그저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진환과 협력할 수 있었다.바로 그때, 부운주가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곁에 앉았다.“이런 곳은 참으로 재미없지 않습니까?”낙청연은 웃었다.“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오늘은 꽃구경하러 온 것이 아닙니까?”부운주도 웃었다.“그렇지요. 꽃이 사람보다 훨씬 더 보기 좋습니다. 굳이 한 사람만 바라볼 필요가 없지요.”낙청연은 살짝 당황했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줄
낙청연은 화가 났는지 다그치듯 말했다.부진환은 심장이 철렁해 빠른 걸음으로 뒤쫓았으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은 낙월영과 엄평소가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는 일부러 씩씩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사실은 낙월영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었다.낙청연의 걸음은 낙월영과 엄평소가 미처 떨어질 새도 없을 정도로 아주 빨랐다.두 사람은 곧장 모르는 척하며 서로 거리를 두었고 이내 걸음을 멈추고는 낙청연에게 길을 내주었다.낙청연은 낙월영을 지나칠 때 살기를 띤 눈빛으로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낙월영은 입가에 미소가 걸린 채로 발을 뻗었다.낙청연의 걸음이 워낙 빠르다 보니 낙월영의 발에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옆이 바로 호수였고 중심을 잃은 낙청연은 비틀거렸다.그 모습을 본 부진환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경공을 이용해 그녀를 구했다.그러나 낙청연이 부진환에게 그런 기회를 줄 리가 없었다.호수에 빠지는 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던 것이다!하지만 혼자서 빠질 수는 없었다!“아!”낙청연은 온 힘을 다해 중심을 잡으려고 하면서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호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녀는 낙월영과 엄평소 두 사람을 힘껏 붙잡았고 두 사람을 함께 호수를 끌어내렸다.부진환이 경공으로 뛰어왔지만 옷깃만 스치고 말았다.풍덩-세 사람이 물에 빠지니 엄청난 물보라가 일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부진환은 곧장 호수로 뛰어들어 낙청연을 구하려 했다.그런데 수면 위로 머리 하나가 쑥 올라왔다. 낙청연이 그대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게다가 발로는 낙월영을 힘껏 걷어찼다.부진환은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머리를 내밀자 그는 단호히 물속으로 뛰어들어 낙월영을 구하러 갔다.낙청연은 눈빛이 싸늘해져 호숫가로 헤엄쳤다.세 사람이 물에 빠진 소리가 컸는지 호위들이 하나둘 물에 뛰어들어 그들을 구하려 했다.낙청연은 홀로 호숫가까지 헤엄쳐 도착했다.땅을 잡고 올라가려는데 희고 가는 손가락이 그녀의 앞에 내밀어졌다.살짝 당황한 낙청연이 고개를 들자 초조한 얼굴
엄평소는 조심스럽게 낙청연에게 접근했다. 낙청연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잠이 든 건지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만에 하나 엄평소는 손을 들어 힘껏 뺨을 때리려고 했는데 낙청연이 갑자기 눈을 떴다.그녀는 엄평소의 손목을 붙잡아 뒤로 속박한 뒤 다른 한 손으로는 미리 준비해 둔 목각으로 엄평소를 바로 기절시켰다.엄평소의 손에서 약이 흘러나왔다.문밖에 있던 사람은 방 안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됐습니까?”“제가 여기서 망을 보고 있을 테니 가서 부운주를 속이세요!”낙월영은 뒷걸음질로 방 안에 들어온 뒤 재빨리 문을 닫았다.그런데 몸을 돌리는 순간, 낙월영은 자신의 앞에 목각을 들고 서 있는 낙청연을 보았고 그대로 얼이 빠졌다.“이...”낙청연이 함정에 빠지지 않다니?게다가 엄평소를 기절시키기까지 했다!낙월영은 혹시나 자신이 실수할까 봐 엄평소를 데려온 것이었다.그런데...낙월영은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낙청연은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힐긋 보더니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약병을 주워 그것을 찻잔에 넣었다.게다가 일부러 향을 맡으며 말했다.“이건 뭐지? 냄새가 전혀 안 나네?”낙청연은 그 말과 함께 허리를 숙여 엄평소의 입을 열더니 차를 들이부었다.낙월영은 깜짝 놀라 이내 사람을 부르려 했는데 낙청연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곳은 서각이다. 엄평소가 이곳에 나타난 지금 사람을 부른다면 재수 없는 건 내가 아니라 엄평소가 될 것이다.”낙월영은 살짝 놀라 주저했다.낙청연은 천천히 낙월영에게 다가갔고 낙월영은 겁을 먹고 방문에 바짝 붙었다.“뭘 하려는 겁니까!”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너 엄평소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느냐?”“이렇게 좋은 기회를 포기하려고?”낙월영은 대경실색하더니 창백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어, 어떻게 알았습니까...”낙청연이 어떻게 안 것일까?낙청연은 느긋하게 대꾸했다.“계양에 갔다가 발견했다. 엄평소의 처소에 있는 그 여인은 엄평소의
하지만 낙청연은 그리 급하지 않았다.욕선혼은 약효가 엄청나게 세고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었다. 약효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황제와 태후를 불러 그들에게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엄평소와 낙월영이 미리 준비한 덕분에 청간각 안에는 궁녀가 한 명도 없어 아주 조용했다.낙청연은 낙월영의 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감았다.그렇게 반 시진 뒤, 마당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방문 앞에 서서 바라보니 궁녀였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방으로 곧장 향했다.그들은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자 곧바로 문을 열었다.궁녀들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방 안에서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궁녀들은 깜짝 놀라 사방으로 도망쳤다.동각과 서각 사이의 큰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진환은 놀란 목소리를 듣자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궁녀들은 소리를 질렀다.“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여기 좀 와보세요!”낙청연은 문 뒤에 숨어있었는데 그중 두 궁녀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낙월영이 미리 준비해둔 사람 같았다.그렇다면 그녀가 나서서 뭘 할 필요도 없었다.낙청연은 방문을 열고 나가 기지개를 켰다.바로 그때, 다급히 마당 안으로 들어오던 부진환은 낙청연을 보는 순간 살짝 놀라더니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낙청연은 무사했다.“무슨 일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고 두 궁녀가 다급히 다가가 말했다.“왕야, 방 안에 큰일이 났습니다. 직접 가보시지요.”부진환은 미간을 구긴 채로 걸음을 옮겼고 낙청연도 궁금해 따라갔다.방 안에 들어섰을 때, 침상 위의 두 사람은 여전히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들은 옷이 흐트러져서는 피부를 잔뜩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부진환은 곧바로 낙청연의 눈을 가렸다.“나가자꾸나!”낙청연은 그대로 방에서 끌려 나왔다.그녀는 다급히 부진환의 손을 내리면서 놀란 얼굴로 말했다.“제
엄평소와 낙월영은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는지 황급히 옷을 입고 방을 나서려 했다.그러다 태후와 마주친 두 사람은 겁을 먹고 바닥에 주저앉았다.태후는 경악했고 화가 난 얼굴로 엄평소를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왜 여기 있는 것이냐!”엄평소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태후 마마!”“태후 마마, 이것은 전부 오해입니다. 저도...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엄평소는 오늘 낙청연과 부운주를 모함하려 했던 것만 기억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그와 낙월영이 침상 위에 있었다.“날 화가 나 죽게 만들 셈이냐! 여긴 황궁이다!”태후는 격노했다.게다가 오늘은 연회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 터라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바로 그때, 옆에 무릎을 꿇고 있던 낙월영이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태후 마마, 용서해주시옵소서! 저와 평소 오라버니는 서로를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오늘 실수로 이런 짓을 저지르게 되어 태후 마마의 연회에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대신 저와 평소 오라버니가 혼인할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태후는 그제야 옆에 있던 여자가 낙월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얼마나 화가 났는지 엄수심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낙월영이 엄씨 가문으로 시집온다고?낙월영이 무슨 자격으로!엄수심은 고통을 참으며 영리하게 대꾸했다.“오라버니, 오라버니께서 여색에 관심이 없다는 건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쩌다가 궁에서 이렇게 황당한 일을 벌이신 겁니까?”엄평소는 그 말에 곧바로 반응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낙월영을 보더니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말했다.“그러게, 나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태후 마마, 낙월영이 제게 약을 먹였을 겁니다!”“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태후 마마!”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낙정이었고 낙정에게 그녀와 혼인할 것이라고 약조까지 했었다.그가 낙월영과 혼인하게 된다면 낙정의 성격에 그녀는 그와 혼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여기는 서각입니다. 엄 공자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지요.”그 말에 엄평소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소! 낙월영이 날 모함할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만반의 준비를 했겠지!”낙월영은 감격한 얼굴로 낙청연을 보았다. 그녀가 나서서 말 한마디 해준 것이 고마웠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씀이시군요. 미리 계획한 음모라면 궁녀들이 무언가를 보았겠지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면 더더욱 문제가 있다는 걸 의미하겠지만요!”그 말을 듣는 순간, 낙월영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태후는 눈을 굴리며 곧장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청간각의 궁녀들은?”위엄있는 목소리에 궁녀들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그들은 감히 숨기지 못하고 전부 사실대로 얘기했다.“태후 마마, 낙월영 소저가 저희에게 미리 돈을 주며 두 사람이 청간각에 도착하면 한 명도 남지 말고 전부 나가라고 하셨습니다.”“그래서 저희는 청간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엄 공자가 어떻게 동각에서 서각으로 온 건지도 모르고요.”“낙월영 소저는 저희에게 돈을 주며 반 시진 뒤에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와서는 크게 소리를 지르고 태후 마마를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그 말을 들으니 낙월영이 미리 함정을 파놓아 엄평소를 모함하려 했다는 게 분명해졌다. 엄평소에게 약을 먹여 그와 일을 저지른 뒤 엄씨 가문에 시집을 가기 위해서 말이다.옆에 있던 사람들이 조롱하기 시작했다.“어쩐지 오늘 화려하게 꾸몄다 싶었는데 저렇게 비열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엄씨 가문에 시집가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군요. 첩의 소생 주제에 가당키나 합니까!”낙월영은 낙 승상의 딸이기는 했지만 천궐국 조정의 형세를 보면 엄씨 가문과 대적할 수 있는 건 섭정왕뿐이었다.낙 승상은 세력이 크지 않았고 엄씨 가문을 위협할 병권도 없었다.게다가 낙월영은 첩의 소생이고 엄평소는 엄씨 가문의 적출이었다. 그러니 엄씨 가문은 당연히 낙월영이 눈에 차지 않을 것
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오늘은 낙월영이 추잡한 짓을 벌였는데 그것이 저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승상께서는 얼른 태후 마마께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낙월영을 엄씨 가문에 시집보낼 수 있을지 알아보셔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낙월영을 받아주려 하지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낙해평은 극도로 화가 나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낙청연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었다.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이렇게 자기 친딸을 증오한다는 말인가?낙청연은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낙해평의 곁을 지나칠 때 느긋하게 말했다.“당신의 업보입니다.”“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저의 어머니를 어떻게 대하셨는지 기억하십니까? 당신은 그것보다 백 배는 더 비참해질 것입니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자리를 떴다.낙해평은 순간 등허리가 서늘했다. 마치 독 있는 뱀이 그의 목을 조르듯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정신을 차린 낙해평은 수희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날씨가 화창하고 햇볕이 따뜻했지만 그는 얼음 창고에 갇힌 듯 몸이 서늘했다.낙청연은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안 것일까?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그녀의 음산한 말이 귓가에 맴돌아 도저히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그곳을 떠난 뒤 낙청연은 곧장 왕부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거리에 나가 걸었다.역시나, 소문은 아주 빨리 퍼졌고 온 거리에서 오늘 궁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낙월영이 엄씨 가문에 시집가기 위해 낯짝 두껍게 엄평소에게 약을 타 먹였다고 말이다.그 소문 때문에 낙월영의 평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현재 엄씨 가문은 낙월영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낙해평이 태후를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가 태후를 설득해 그녀의 생각을 바꾼다면 낙월영이 엄씨 가문에 시집갈 수도 있었다.낙청연은 어느 차루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그런데 옆에서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려왔다.“그러고 보니 낙월영의 언니는 낙월영을 대신해 섭정왕부에 시집갔었지.”“정말
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돌변했다.“낙월영이라고?”낙청연은 믿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부진환이 낙월영을 섭정왕부로 데려오다니, 대체 뭘 의미하는 것일까?부진환은 어디 아픈 것일까?낙청연은 화가 난 얼굴로 문을 박차고 나가 부진환을 찾으러 갔다.부진환을 찾으러 갔더니 낙월영도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화원 정자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화원에서 낙청연은 두 사람이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낙청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그녀는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이렇게 돌진한다면 그들의 좋은 시간을 방해한 제삼자처럼 우스워질 것 같았다.낙청연은 힐끗 보고는 이내 몸을 돌렸다.“왕비 마마!”지초는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따라갔다.“왜 가지 않으십니까?”낙청연은 매서운 눈빛에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이렇게 한다는 건 낙월영을 보호하겠다는 거겠지. 낙월영을 받아줄 생각인지 궁금하구나.”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정자에서 낙월영은 울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왕야. 제가 왕야를 속였습니다.”“엄평소가 왕야를 해치려 했습니다. 제게 왕야를 해치라고 했지만 저는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를 모함하고 절 망가뜨리려 한 겁니다...”“제 설명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왕야.”낙월영은 고개를 숙인 채 울먹거렸다.그 말에 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엄평소가 이런 짓을 벌이다니.”“왜 일찍 나에게 얘기하지 않은 것이냐? 그랬다면 오늘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부진환은 마음이 아파 안타까운 어조로 말했다.낙월영은 더욱더 서럽게 웃었다.“전 이미 정조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모함했다고 욕까지 듣게 되었지요.아무도 절 동정하지 않을 것이고 다들 쌤통이라고 하겠지요!”“이렇게 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네요...”부진환은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울지 말거라. 더 울면 눈이 붓는다.”“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얌전히 손수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