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놀란 표정으로 류 태비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 미쳤습니까?”“그래, 나 미쳤소.” 류 태비는 손수건을 꺼내, 피 묻은 가위를 닦으면서 말했다: “이 아이들은 모두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한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오.”“그런데 왜 그녀들을 죽였습니까?”류 태비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죽지 않아도, 앞으로는 죽을 것이고, 나를 섬기면 언젠가 어차피 죽을 목숨들이오. 이 아이들을 남의 손에 죽게 놔두는 것 보다,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해서, 보내주는 편이 낫소.”낙청연의 미간이 쭈그러들었다.류 태비는 서서히 그녀 앞으로 걸어오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원망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그녀들은 몇 년, 혹은 몇십 년은 더 살았을 것이오.”“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낙청연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알아내고 싶었다.“당신이 어떤 사람에게 미움을 샀기 때문이오. 그녀들은 당신을 죽이기 위해, 나를 자기들의 칼로이용한 것이오.” 류 태비는 말을 하며, 손에 든 가위를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낙청연은 약간 멍해졌다.태후이다!지금 그녀를 가장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태후뿐이다!류태비는 자신이 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류 태비는 이궁의 난에서도 그 칼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이궁의 난도 태후의 짓이다!“그렇다면, 이궁의 난 때, 당신은 누구의 지시를 받았습니까?”류 태비는 갑자기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도 나를 속이려 하는 것이오? 당신이 살아서 여기를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이 방은, 내가 미쳤을 때 나 자신을 가두는 방이오.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을 해칠까 봐 두렵고, 더욱이 7황자를 해칠까 봐 두려워서 나는 이곳에 기관을 만들었소. 이 기관을 만드는데 나는 몇 년을 걸렸소. 당신은 절대로 도망갈 수 없소.”“지금 이 아이들은 이미 내 손에 죽었으니, 그럼 이건, 당신을 위한 장치가 되겠소!”
이 말을 들은 류 태비는 스스로를 조소하며 말했다: “셋째 형? 셋째 형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소? 오늘 왕비를 죽이지 않으면, 내일 우리 둘 다 죽을 것이오!”“경리, 얼른 이곳을 떠나시오. 내가 죽인 것이니,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오.”이 말을 하더니, 류 태비는 바로 부경리를 방에서 밀어내려고 했다.하지만 부경리는 류 태비의 어깨를 움켜쥐고, 유난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태비, 잘못을 거듭하지 마세요!”이 말을 듣던, 류 태비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류 태비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좋소, 당신 말을 듣겠소.”“지금 바로 왕비를 풀어줄 테니, 그 결과는 나 혼자 책임지겠소.”말을 하며, 류 태비는 바로 벽 쪽으로 가서, 그림을 젖히고 기관을 눌렀다.그런데 그 순간, 낙청연은 갑자기 철기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낙청연의 미간이 흔들리더니, 즉시 소리를 질렀다: “7황자, 조심하세요! 어서 나가세요!”부경리는 순간 어리둥절해서, 미처 자리를 피하지 못했다.기관이 작동하면서, 위에서 철장 하나가 떨어지더니, 부경리를 덮어버렸다.철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한 사람을 가두기에는 적합했다.부경리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태비, 무엇을 하려는 겁니까?”“이제 그만 하세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류 태비는 눈물을 흘리면서,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미 늦었소.”“분명 이궁에 사고가 날 줄을 알면서도, 당신 모비를 일부러 이궁으로 꾀어낸 그 순간, 나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소.”이 말을 듣자, 부경리는 온몸이 굳어져,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내 모비는…… 정말 당신이……”“내가 맞소, 내가 해쳤소. 요 몇 년 동안 나는 하루도 편안한 잠을 잔 적이 없소.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잘해주는 것으로 내 맘속의 불안을 덜어내곤 했소.”“당신에게 미안하고, 현비에게 미안하오.”“오늘, 나는 내가 저지른 모든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오.”“하지만 오늘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소, 당신
긴장한 부경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 됩니다!”그런데 가위가 가까이 오는 그 순간,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죽을힘을 다해 쇠사슬을 끊어버렸다. 이쪽 쇠사슬은 옷장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쇠사슬만큼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느슨해진 그 순간, 낙청연은 쇠사슬에 감긴 손을 번쩍 들어 류 태비의 가위를 막았다.류 태비는 순간 놀라더니, 더욱 간절하게 낙청연을 죽이려 했다. 절대 그녀를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그녀는 반드시 7황자를 위해 살길을 쟁취해야 한다!오른손 쇠사슬이 느슨해졌기 때문에 낙청연은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낙청연은 몸을 옆으로 돌려 류 태비를 피하더니, 곧 손끝으로 부적을 하나 집어, 정란을 소환했다.그 부적은 바로 벽면 기관 쪽을 저격했다. 그리고 정란의 그림자도 그 벽면을 향해 돌진했다.기관은 찰칵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전부 다시 쑥 들어가 버렸다.부경리도 풀려났다.이때 류 태비가 낙청연에게 달려들자, 낙청연은 한발로 걷어차 버렸다.낙청연은 부경리를 잡고 바로 밖으로 달렸다: “어서 갑시다!”바닥에 엎드려 있던 류 태비는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 “못 나갈 것이다.”낙청연과 부경리는 방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류 태비가 죽을힘을 다해 낙청연의 발목을 잡았다.이어서, 방문이 곧 닫히려고 했다.급한 나머지 낙청연은 먼저 부경리를 밖으로 확 밀어버리고, 사정없이 류 태비를 몇 번 걷어찼지만, 류 태비는 필사적으로 낙청연을 잡아당겼다.방문은 완전히 닫혀버렸고, 모든 출구는 봉쇄되었다.“나를 죽인다고 그 사람들이 부경리를 놓아줄 것 같습니까? 부경리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한, 그는 자신의 모비를 위해 복수할 것입니다!”“어차피 7황자도 그 사람들과 적이 될 것입니다.”류 태비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곧 미친 듯이 낙청연의 다리를 마구 긁어 댔다. “모두 네 탓이다! 네 탓이다! 7황자는 원래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는데, 모두 네가 그를 망쳤다.”“죽어라! 죽어!” 류 태비는 구
한번 또 한 번, 정란은 문을 부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밖의 두 사람도 부딪쳐나갔다.바로 뒤에, 한 줄기 광풍이 낙청연을 휘감더니 그녀를 밖으로 내보냈다.순간 부진환의 미간이 흔들리더니, 즉시 달려가 낙청연을 꽉 껴안았다.날려가는 그 순간, 낙청연은 정란의 반신이 이미 불에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정란은 눈물을 흘리며, 증오에 가득 찬 어투로 말했다: “그해 나에게 관음상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준 사람이 바로 태후 옆에 있는 궁녀이다.”“나의 죽음마저도, 모두 그 사람들이 계획한 것이었다. 그녀는 나를 그녀의 살인 도구로 만들었다.”“하하하, 하하하…… 내가 여태껏 원수를 위해 일을 했다니! 정말 비참하구나!”정란의 모습은, 끝없는 고통과 조소 속에서 점점 사라졌다.바로 그 순간, 류 태비 손에 든 화절자에 불꽃이 일어, 신속하게 방안에 불이 붙었다.큰불이 활활 타올랐다.부경리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더니, 입을 벌렸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이미 늦었다.부진환은 급히 불을 끄라고 사람을 불렀다.낙청연은 조용히 옆에 서서, 정란의 마지막 남긴 단서를 정리했다.태후가 이궁의 난을 계획했고, 류 태비는 종범이며, 현비를 해쳤다.그리고 정란은 이궁의 난 전에, 류 태비가 선물한 관음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부경리만 구해내고, 바로 큰불에 묻히면서, 한을 품은 채 돌아가, 원한이 가시지 않았다.그녀의 망혼은 태후에게 조종당하게 되었다. 태후는 정란이 류 태비에 대한 원한을 이용하여, 장기간 류 태비를 괴롭히게 하였다. 하여 류 태비는 정신이 흐리멍덩해져, 온종일 두려움 속에 살게 되었다.첫째는 류 태비를 휘어잡기 위해서였다. 둘째는 류 태비가 더 이상 필요 없을 때, 정란의 손을 빌려 류 태비를 죽이기 위해서였다.지금 태후는 낙청연을 죽이기 위해, 류 태비를 동용했다. 그녀는 부경리의 목숨으로 류 태비를 협박했다.그 때문에 류 태비는 자신은 틀림없이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정란의 혼도 샅샅이
두 눈이 서로 마주친 그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은 더 이상 평정함을 찾을 수 없었다.부진환은 곧 눈길을 피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류 태비가 죽었으니, 태후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필히 너를 찾을 것이다.”“너는 그저 류 태비가 초대했다고만 하고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여라.”낙청연은 류 태비의 죽음이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부진환의 이 말은 즉 혼자서 이 일을 짊어지겠다는 뜻이다.주변에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낙청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궁의 난, 배후의 주모자는 태후입니다. 류 태비와 정란은 그저 태후 손에 든 바둑알일 뿐이고, 태후에게 이용당한 것입니다.”부진환은 듣고, 깜짝 놀라 낙청연을 쳐다보았다.“왜 그러십니까?” 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부진환은 다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이런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리라고 미처 생각 못 했다.”낙청연은 언제 이궁의 난을 알게 되었는가? 왜 주동적으로 이궁의 난의 비밀을 그에게 알려주는 것인가?”부진환은 당연히 모른다. 낙청연이 오래전부터 이궁의 난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부진환이 이궁의 난의 단서를 찾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것을.부진환은 낙청연의 발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본왕이 사람을 시켜 집으로 보내주마.”이때, 부경리가 걸어오며 말했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만약 다른 사람이 가면, 중도에 태후의 사람을 만나면 거절하기 힘듭니다.”부진환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너에게 맡기 마.”말을 하더니, 부경리의 어깨를 다독였다.부경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낙청연에게 물었다: “어떻소? 걸을 수 있겠소?”낙청연은 즉시 일어나 말했다: “걸을 수 있습니다.”약간 아팠지만, 그래도 걸을 수는 있었다. 다만 좀 느릴 뿐이었다.부경리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하여, 궁을 나가면서, 많은 시위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부경리의
그녀와 부진환을 말하는가?그래, 지금 그들은 이미 한배를 탄 것 같다.“좋습니다. 가입을 환영합니다.” 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이 말을 들은 부경리는 살짝 웃더니 말했다: “그럼 돌아가서 모든 사실을 나에게 알려줘야 하오.”“예! 알겠습니다.”두 사람은 궁을 나와, 섭정왕부로 돌아왔다.낙청연은 혼자서 약을 바르고 상처를 싸맨 후에, 부경리에게 류 태비에 관한 사실과 정란한테서 얻은 단서를 말해주었다.사실 두 세 마디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부경리는 더 상세하게 알고 싶어했다. 그래서 낙청연은 천천히 그에게 말해주었다.그러나, 조용한 시간은 얼마 가지 않았다.궁에서 사람이 왔다.등 어멈은 총총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긴장한 어투로 말했다: “왕비, 수희궁의 금서 고고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시위도 거느리고 왔습니다!”낙청연의 눈빛이 돌연 차가워지더니 말했다. “왔구나!”낙청연은 지초의 부축하에 전원으로 갔다.금서는 바로 대문 밖에 서 있었다. 한 무리의 시위들이 뒤를 따랐고 기세등등했으며, 불순한 의도로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섭정왕비, 궁에서 불이 나, 류 태비가 불에 몸을 묻게 되었습니다. 조사를 하다보니, 사고가 있을 당시, 왕비가 류 태비의 궁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여 저와 함께 궁으로 가서,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오늘 금서의 어투도 냉랭했다. 그전에 왕부에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나는 방금 궁에서 돌아왔다. 오늘 나는 류 태비의 초대로 입궁하였는데, 방안에서 피비린 냄새가 나길래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류 태비가 불을 내더니, 나와 함께 죽자며 나를 끌어당겼고, 나는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사건의 경과는 이렇게 간단하다.”이 말을 듣던 금서의 눈빛은 싸늘해졌다. 그녀는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당신 뜻은, 류 태비가 당신을 죽이고 싶어했다는 겁니까?”낙청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류 태비가 무엇 때문에 나와 함께 죽겠다고 했는지 나는 알 수 없다.”금서는 또
부경리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냉랭한 어투는 위엄이 드러났다: “이것이 바로 네가 황자를 대하는 태도이냐?’“하인 주제에, 감히 이렇게 오만방자해?”“누가 너에게 이런 담력을 준 것이냐?”지금 부경리의 기세에서, 낙청연은 비로소 황자로서의 위엄을 보았다.부경리는 조정과 황궁을 멀리한 지 오래되서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도 황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비록 높은 관직이 없고, 부진환처럼 소문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황족이다!금서는 태후의 사람으로, 황상도 이런 태도로 그녀와 말하지 않는다.부경리의 이 말에 이어, 그의 검이 또 그녀를 겨누고 있자, 금서의 두 손은 이미 소매 속에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7황자, 이건 태후의 명입니다! 설마 태후와 맞서겠다는 겁니까?” 금서는 마음속의 솟아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되도록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하지만 부경리는 검을 움켜쥐고, 한 치의 양보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기 그지없었다.“나는 이미 말했다. 오늘 그 누구도 낙청연을 데려가지 못한다.”“데려가려면, 나를 먼저 죽여라.”낙청연은 가슴이 뜨끔했다.놀란 표정으로 부경리를 바라보았다.몹시 화난 금서는, 성난 표정으로 부경리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태후께서 화를 내시면, 그 결과는 7황자 혼자 책임지십시오!”“가자!”금서는 사람을 데리고, 분노하며 궁으로 돌아갔다.부경리는 그제야 검을 천천히 내려놓았다.“당신이 이러면 정말 완전히 태후에게 밉보인 겁니다. 두렵지 않습니까?” 낙청연이 물었다.낙청연은 원래 부경리는 좀 더 완곡한 방식으로 금서를 설득해 돌려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직접 이렇게 금서와 맞설 줄은 생각도 못 했다.“태후에게 밉보이는 것이, 셋째 형이 나를 증오하는 것보다 낫소.” 부경리는 가볍게 한 마디 농을 건넸다.낙청연은 잠깐 멍해 있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웃음이 나옵니까?”두 사람은 돌아서자마자, 정원의 멀지
부경리는 덤덤히 말했다.“장난치지 마십시오. 그대는 왕비입니다. 셋째 형님께서 그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 정도 일도 결정할 수 없습니까?”낙청연이 대답했다.“어찌 됐든 저랑 얘기해도 소용없습니다.”부운주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일곱째야,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거라.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왕부에서 잘 지내지 못한단다.”부경리는 살짝 놀랐다. 예전에 셋째 형님이 왕비를 좋아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었고 밖에서도 왕비가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주제도 모르고 왕야를 넘본다는 얘기도 나왔었다.그는 다급히 말했다.“그것은 예전입니다! 지금은 다르지요!”“저랑은 상관없습니다. 전 이미 제 물건을 정리하라고 사람을 보냈습니다. 오늘 밤 바로 옮길 것입니다.”낙청연은 잠시 고민했다. 부경리는 어쩌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오려 하는 걸지도 모른다. 부진환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하지만 부경리는 오늘 태후의 눈 밖에 났고 그의 외조부님이 남기신 많은 자산은 태후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게 할지도 몰랐다.부경리도 어쩌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섭정왕부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부운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남각에서 지내는 건 어떻겠느냐?”“형님께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너에게 지낼 곳을 마련해주기 어려울 것 같구나. 그러니 먼저 남각에서 지내거라. 그곳에 빈방이 많다.”그 말에 부경리는 미간을 좁혔다.“섭정왕부가 이렇게 큰데 굳이 남각으로 가서 형님과 같이 지낼 이유는 없지요. 셋째 형님도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고작 정원 하나 내달라는 것뿐인데.”“됐습니다. 저 스스로 알아보겠습니다.”부경리는 좋은 것만 먹고 쓰다 보니 처소에 대한 요구도 까다로웠다.“제가 함께 가겠습니다.”낙청연은 곧장 몸을 일으켜 그를 따라가려 했다.부운주는 식탁 위에 남은 음식과 빈자리를 보더니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정적 속에서 누군가 서서히 그의 등 뒤로 걸어갔다.“오늘 밤 부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