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부경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 됩니다!”그런데 가위가 가까이 오는 그 순간,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죽을힘을 다해 쇠사슬을 끊어버렸다. 이쪽 쇠사슬은 옷장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쇠사슬만큼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느슨해진 그 순간, 낙청연은 쇠사슬에 감긴 손을 번쩍 들어 류 태비의 가위를 막았다.류 태비는 순간 놀라더니, 더욱 간절하게 낙청연을 죽이려 했다. 절대 그녀를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그녀는 반드시 7황자를 위해 살길을 쟁취해야 한다!오른손 쇠사슬이 느슨해졌기 때문에 낙청연은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낙청연은 몸을 옆으로 돌려 류 태비를 피하더니, 곧 손끝으로 부적을 하나 집어, 정란을 소환했다.그 부적은 바로 벽면 기관 쪽을 저격했다. 그리고 정란의 그림자도 그 벽면을 향해 돌진했다.기관은 찰칵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전부 다시 쑥 들어가 버렸다.부경리도 풀려났다.이때 류 태비가 낙청연에게 달려들자, 낙청연은 한발로 걷어차 버렸다.낙청연은 부경리를 잡고 바로 밖으로 달렸다: “어서 갑시다!”바닥에 엎드려 있던 류 태비는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 “못 나갈 것이다.”낙청연과 부경리는 방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류 태비가 죽을힘을 다해 낙청연의 발목을 잡았다.이어서, 방문이 곧 닫히려고 했다.급한 나머지 낙청연은 먼저 부경리를 밖으로 확 밀어버리고, 사정없이 류 태비를 몇 번 걷어찼지만, 류 태비는 필사적으로 낙청연을 잡아당겼다.방문은 완전히 닫혀버렸고, 모든 출구는 봉쇄되었다.“나를 죽인다고 그 사람들이 부경리를 놓아줄 것 같습니까? 부경리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한, 그는 자신의 모비를 위해 복수할 것입니다!”“어차피 7황자도 그 사람들과 적이 될 것입니다.”류 태비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곧 미친 듯이 낙청연의 다리를 마구 긁어 댔다. “모두 네 탓이다! 네 탓이다! 7황자는 원래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는데, 모두 네가 그를 망쳤다.”“죽어라! 죽어!” 류 태비는 구
한번 또 한 번, 정란은 문을 부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밖의 두 사람도 부딪쳐나갔다.바로 뒤에, 한 줄기 광풍이 낙청연을 휘감더니 그녀를 밖으로 내보냈다.순간 부진환의 미간이 흔들리더니, 즉시 달려가 낙청연을 꽉 껴안았다.날려가는 그 순간, 낙청연은 정란의 반신이 이미 불에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정란은 눈물을 흘리며, 증오에 가득 찬 어투로 말했다: “그해 나에게 관음상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준 사람이 바로 태후 옆에 있는 궁녀이다.”“나의 죽음마저도, 모두 그 사람들이 계획한 것이었다. 그녀는 나를 그녀의 살인 도구로 만들었다.”“하하하, 하하하…… 내가 여태껏 원수를 위해 일을 했다니! 정말 비참하구나!”정란의 모습은, 끝없는 고통과 조소 속에서 점점 사라졌다.바로 그 순간, 류 태비 손에 든 화절자에 불꽃이 일어, 신속하게 방안에 불이 붙었다.큰불이 활활 타올랐다.부경리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더니, 입을 벌렸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이미 늦었다.부진환은 급히 불을 끄라고 사람을 불렀다.낙청연은 조용히 옆에 서서, 정란의 마지막 남긴 단서를 정리했다.태후가 이궁의 난을 계획했고, 류 태비는 종범이며, 현비를 해쳤다.그리고 정란은 이궁의 난 전에, 류 태비가 선물한 관음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부경리만 구해내고, 바로 큰불에 묻히면서, 한을 품은 채 돌아가, 원한이 가시지 않았다.그녀의 망혼은 태후에게 조종당하게 되었다. 태후는 정란이 류 태비에 대한 원한을 이용하여, 장기간 류 태비를 괴롭히게 하였다. 하여 류 태비는 정신이 흐리멍덩해져, 온종일 두려움 속에 살게 되었다.첫째는 류 태비를 휘어잡기 위해서였다. 둘째는 류 태비가 더 이상 필요 없을 때, 정란의 손을 빌려 류 태비를 죽이기 위해서였다.지금 태후는 낙청연을 죽이기 위해, 류 태비를 동용했다. 그녀는 부경리의 목숨으로 류 태비를 협박했다.그 때문에 류 태비는 자신은 틀림없이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정란의 혼도 샅샅이
두 눈이 서로 마주친 그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은 더 이상 평정함을 찾을 수 없었다.부진환은 곧 눈길을 피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류 태비가 죽었으니, 태후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필히 너를 찾을 것이다.”“너는 그저 류 태비가 초대했다고만 하고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여라.”낙청연은 류 태비의 죽음이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부진환의 이 말은 즉 혼자서 이 일을 짊어지겠다는 뜻이다.주변에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낙청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궁의 난, 배후의 주모자는 태후입니다. 류 태비와 정란은 그저 태후 손에 든 바둑알일 뿐이고, 태후에게 이용당한 것입니다.”부진환은 듣고, 깜짝 놀라 낙청연을 쳐다보았다.“왜 그러십니까?” 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부진환은 다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이런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리라고 미처 생각 못 했다.”낙청연은 언제 이궁의 난을 알게 되었는가? 왜 주동적으로 이궁의 난의 비밀을 그에게 알려주는 것인가?”부진환은 당연히 모른다. 낙청연이 오래전부터 이궁의 난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부진환이 이궁의 난의 단서를 찾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것을.부진환은 낙청연의 발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본왕이 사람을 시켜 집으로 보내주마.”이때, 부경리가 걸어오며 말했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만약 다른 사람이 가면, 중도에 태후의 사람을 만나면 거절하기 힘듭니다.”부진환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너에게 맡기 마.”말을 하더니, 부경리의 어깨를 다독였다.부경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낙청연에게 물었다: “어떻소? 걸을 수 있겠소?”낙청연은 즉시 일어나 말했다: “걸을 수 있습니다.”약간 아팠지만, 그래도 걸을 수는 있었다. 다만 좀 느릴 뿐이었다.부경리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하여, 궁을 나가면서, 많은 시위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부경리의
그녀와 부진환을 말하는가?그래, 지금 그들은 이미 한배를 탄 것 같다.“좋습니다. 가입을 환영합니다.” 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이 말을 들은 부경리는 살짝 웃더니 말했다: “그럼 돌아가서 모든 사실을 나에게 알려줘야 하오.”“예! 알겠습니다.”두 사람은 궁을 나와, 섭정왕부로 돌아왔다.낙청연은 혼자서 약을 바르고 상처를 싸맨 후에, 부경리에게 류 태비에 관한 사실과 정란한테서 얻은 단서를 말해주었다.사실 두 세 마디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부경리는 더 상세하게 알고 싶어했다. 그래서 낙청연은 천천히 그에게 말해주었다.그러나, 조용한 시간은 얼마 가지 않았다.궁에서 사람이 왔다.등 어멈은 총총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긴장한 어투로 말했다: “왕비, 수희궁의 금서 고고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시위도 거느리고 왔습니다!”낙청연의 눈빛이 돌연 차가워지더니 말했다. “왔구나!”낙청연은 지초의 부축하에 전원으로 갔다.금서는 바로 대문 밖에 서 있었다. 한 무리의 시위들이 뒤를 따랐고 기세등등했으며, 불순한 의도로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섭정왕비, 궁에서 불이 나, 류 태비가 불에 몸을 묻게 되었습니다. 조사를 하다보니, 사고가 있을 당시, 왕비가 류 태비의 궁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여 저와 함께 궁으로 가서,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오늘 금서의 어투도 냉랭했다. 그전에 왕부에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나는 방금 궁에서 돌아왔다. 오늘 나는 류 태비의 초대로 입궁하였는데, 방안에서 피비린 냄새가 나길래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류 태비가 불을 내더니, 나와 함께 죽자며 나를 끌어당겼고, 나는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사건의 경과는 이렇게 간단하다.”이 말을 듣던 금서의 눈빛은 싸늘해졌다. 그녀는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당신 뜻은, 류 태비가 당신을 죽이고 싶어했다는 겁니까?”낙청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류 태비가 무엇 때문에 나와 함께 죽겠다고 했는지 나는 알 수 없다.”금서는 또
부경리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냉랭한 어투는 위엄이 드러났다: “이것이 바로 네가 황자를 대하는 태도이냐?’“하인 주제에, 감히 이렇게 오만방자해?”“누가 너에게 이런 담력을 준 것이냐?”지금 부경리의 기세에서, 낙청연은 비로소 황자로서의 위엄을 보았다.부경리는 조정과 황궁을 멀리한 지 오래되서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도 황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비록 높은 관직이 없고, 부진환처럼 소문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황족이다!금서는 태후의 사람으로, 황상도 이런 태도로 그녀와 말하지 않는다.부경리의 이 말에 이어, 그의 검이 또 그녀를 겨누고 있자, 금서의 두 손은 이미 소매 속에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7황자, 이건 태후의 명입니다! 설마 태후와 맞서겠다는 겁니까?” 금서는 마음속의 솟아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되도록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하지만 부경리는 검을 움켜쥐고, 한 치의 양보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기 그지없었다.“나는 이미 말했다. 오늘 그 누구도 낙청연을 데려가지 못한다.”“데려가려면, 나를 먼저 죽여라.”낙청연은 가슴이 뜨끔했다.놀란 표정으로 부경리를 바라보았다.몹시 화난 금서는, 성난 표정으로 부경리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태후께서 화를 내시면, 그 결과는 7황자 혼자 책임지십시오!”“가자!”금서는 사람을 데리고, 분노하며 궁으로 돌아갔다.부경리는 그제야 검을 천천히 내려놓았다.“당신이 이러면 정말 완전히 태후에게 밉보인 겁니다. 두렵지 않습니까?” 낙청연이 물었다.낙청연은 원래 부경리는 좀 더 완곡한 방식으로 금서를 설득해 돌려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직접 이렇게 금서와 맞설 줄은 생각도 못 했다.“태후에게 밉보이는 것이, 셋째 형이 나를 증오하는 것보다 낫소.” 부경리는 가볍게 한 마디 농을 건넸다.낙청연은 잠깐 멍해 있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웃음이 나옵니까?”두 사람은 돌아서자마자, 정원의 멀지
부경리는 덤덤히 말했다.“장난치지 마십시오. 그대는 왕비입니다. 셋째 형님께서 그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 정도 일도 결정할 수 없습니까?”낙청연이 대답했다.“어찌 됐든 저랑 얘기해도 소용없습니다.”부운주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일곱째야,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거라.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왕부에서 잘 지내지 못한단다.”부경리는 살짝 놀랐다. 예전에 셋째 형님이 왕비를 좋아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었고 밖에서도 왕비가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주제도 모르고 왕야를 넘본다는 얘기도 나왔었다.그는 다급히 말했다.“그것은 예전입니다! 지금은 다르지요!”“저랑은 상관없습니다. 전 이미 제 물건을 정리하라고 사람을 보냈습니다. 오늘 밤 바로 옮길 것입니다.”낙청연은 잠시 고민했다. 부경리는 어쩌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오려 하는 걸지도 모른다. 부진환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하지만 부경리는 오늘 태후의 눈 밖에 났고 그의 외조부님이 남기신 많은 자산은 태후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게 할지도 몰랐다.부경리도 어쩌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섭정왕부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부운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남각에서 지내는 건 어떻겠느냐?”“형님께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너에게 지낼 곳을 마련해주기 어려울 것 같구나. 그러니 먼저 남각에서 지내거라. 그곳에 빈방이 많다.”그 말에 부경리는 미간을 좁혔다.“섭정왕부가 이렇게 큰데 굳이 남각으로 가서 형님과 같이 지낼 이유는 없지요. 셋째 형님도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고작 정원 하나 내달라는 것뿐인데.”“됐습니다. 저 스스로 알아보겠습니다.”부경리는 좋은 것만 먹고 쓰다 보니 처소에 대한 요구도 까다로웠다.“제가 함께 가겠습니다.”낙청연은 곧장 몸을 일으켜 그를 따라가려 했다.부운주는 식탁 위에 남은 음식과 빈자리를 보더니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정적 속에서 누군가 서서히 그의 등 뒤로 걸어갔다.“오늘 밤 부진환
고요한 밤, 궤짝이 갑자기 요동치는 바람에 낙청연이 잠에서 깼다.지초도 잠에서 깼는지 문 밖에 달려와 섰다.“왕비 마마, 왕비 마마, 무슨 일 있으십니까?”“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은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구석에 놓인 궤짝에서 ‘쿵쿵’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낙청연이 입을 열었다.“괜찮다. 넌 가서 쉬거라.”“정말 괜찮습니까?”지초는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꽤 크다고 생각했다.“괜찮다.”그 말에 지초는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궤짝 옆에 섰다. 틈새 사이로 대량의 검은 기운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궤짝 안에 있는 건 평소 그녀가 쓰던 일부 재료들이었다.그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것이 부문구 안에 봉인 된 물건이었다. 그것은 예전에 종묘 제사 때 부진환을 습격했던 것이었다.지금까지 꽤 얌전했고 이렇게 큰 인기척을 낸 적은 없었다.낙청연은 열쇠로 자물쇠를 열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 보려고 했다.그런데 그 힘이 갑자기 수십 배로 강해지더니 ‘쿵’ 소리와 함께 궤짝 문이 열렸고 그 바람에 낙청연은 충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졌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몸을 일으켰을 때 그것은 이미 방문을 박차고 나가 광풍을 몰고 있었다.어디로 가려는 것일까?혹시라도 밖으로 나가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면 큰일이었다!낙청연은 고민할 새도 없이 곧장 그것을 따라갔다.그렇게 섭정왕부를 나오게 됐는데 그 검은 형체는 목표가 있는지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고 낙청연은 길을 에돌아 미친 듯이 달렸다.작은 골목길 안.부경리는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장검은 그의 어깨를 베었고 검은 옷을 입은 자가 힘껏 검을 내리누르자 피가 줄줄 흘렀다. 부경리는 고통 때문에 짧게 앓는 소리를 냈다가 이를 악물며 온 힘을 다해 그를 막으려 했다.이제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을 때, 갑자기 차가운 광풍이 몰아쳤고 모래 바람이 검은 옷을 입은 자의 시야를 가렸다.부경리는 그 틈을 타 검은 옷을 입은 자의 복부를 걷어찬 뒤 벌떡 일어섰다.검은
낙청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보려 했지만 워낙 경계심이 높아 조금만 움직여도 주위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쳤다.몇 번이나 시험해본 결과 낙청연은 믿기 어려운 사실을 발견했다.여인은 부경리를 보호하고 있는 듯했다.“셋째 형수님, 아직도 안 된 겁니까?”부경리는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로 머리도 들지 못했다.낙청연은 나침반을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7황자께서 오시지요.”부경리는 살짝 당황했다.“이제 다 되었습니까?”그는 한 손으로 가슴팍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낙청연을 향해 걸어갔다.낙청연의 시선은 줄곧 여인에게 붙박여 있었다. 역시나 여인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조용히 부경리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검은색이었고 의식이 없는 듯 보였다.어쩐지 기괴했다.다행히 부경리는 무사히 낙청연의 앞에 도착했고 낙청연은 재빨리 부경리를 부축했다.“갑시다.”부경리는 가슴께를 꾹 누르며 고통을 견뎠고 빠른 걸음으로 낙청연과 함께 자리를 떴다.돌아오는 길에 낙청연이 고개를 돌려 보았을 때 그 여인은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다행히도 여인을 잡을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누가 당신을 다치게 한 겁니까?”낙청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고 부경리는 고개를 저었다.“검은 옷을 입은 자였는데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무공이 아주 뛰어나더군요. 아마 왕부의 사람일 겁니다.”“그자는 제 마당과 당신의 마당을 지나쳐 갔습니다. 전 그자가 당신을 찾아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본인의 뒤를 밟는 걸 눈치채고는 절 왕부 밖으로 유인했습니다.”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였다.“어쩌면 7황자가 목표였을지도 모르지요.”“저를 죽이기 위해서라고요? 왜입니까?”부경리는 깜짝 놀랐다.“왜일까요?”부경리는 살짝 멈칫했다가 이내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그럴 리가요? 벌써 저를 죽여 후환을 없애려는 겁니까?”낙청연은 길을 걸으며 고민했다.“하지만 한 가지는 맞으셨습니다. 그자는 먼저 그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