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과 승상 대인을 논하면, 상대방은 흥미롭게 그녀와 몇 마디 얘기하곤 했다.“낙 승상의 걱정거리는 작지 않은 것 같더군! 아마 당신도 해결하지 못할 거요. 그는 요즘 조정에 나가서도 시름시름 앓으니. 황상도 보다 못해 집으로 돌아가 요양하라고 했소.”“사람들은 모두 낙 태부의 죽음 때문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그 집에 그 부인이 돌아온 것 같소.”왕 대인은 땅콩을 먹으면서, 다리를 꼬고 천천히 말했다.낙청연은 듣더니 깜짝 놀랐다. “그 집안의 그 부인이라니, 어떤 부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왕 대인은 그녀가 무척 흥미를 느끼자, 팔을 상위에 괴고 좀 더 가까이 다가서며 신비롭게 말했다: “당신은 모르시겠군요. 그는 예전에 용모가 선녀 같은 미인을 아내로 맞이했소”“훗날 궁에 일이 생겼는데, 그 집 부인도 영문 없이 죽었소.”“말로는 병으로 죽었다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소.” 왕 대인은 말하면서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낙청연의 심장은 곧 튀어나올 것 같았다.낙청연의 어머니인가?“그럼 왕 대인 생각에는 어떻게 죽은 것 같습니까? 이 일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습니까?” 낙청연은 최대한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왕 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밖에서는 처와 첩 사이의 내분이었다고 하더군. 후원에서 암투를 벌이는 그런 일 때문에 병들어 죽었다고 하더군.”“하자만 이듬해, 그 첩도 죽었소.”“당신이 봐도 이상하지 않소?”“나는 그 집안에 줄곧 사기가 있다고 생각했소. 그렇지 않으면 낙해평의 아첨만 할 줄 아는 재주로 어찌 승상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겠소?”왕 대인은 술을 두 모금 마시더니, 저도 모르게 자기 속마음을 말해버렸다.낙청연은 듣고 몹시 놀랐다.그녀 어머니의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녀는 사방으로 수소문해보았으나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뜻밖에 왕 대인으로부터 조금 알게 될 줄이야!낙월영의 어머니도 낙청연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듬해에 돌아가셨다.이런 우연이 있을까?승상부에
역대 대제사장 사이의 감응이다.그녀의 추측이 맞다면, 이 꽃 비녀의 주인은 바로 사부님이다!전임 대제사장, 낙영!사부님이 맞다!근데 사부님은 왜 낙해평한테 시집간 걸까? 그리고 왜 딸을 낳아준 걸까? 또 대체 어쩌다 돌아가신 걸까?사부님의 재간으로 첩 하나를 처리못하고 그녀 손에 죽을 리는 없다!낙해평은 또 낙청연 어머니의 유품을 모조리 없애버렸다. 대체 무엇이 두려운 걸까?그 향낭은 낙청연의 어머니가 고 어멈에게 남긴 것이다. 하지만 향낭 안에 있는 상자는 일월쇄라서 쉽게 열 수 없다. 또 손에 들고 있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러나 이 꽃 비녀는 달랐다. 손에 들고 있기만 해도 힘이 느껴졌고, 머릿속에 어떤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낙청연은 빠른 걸음으로 가게로 돌아갔다.그리고는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천명 나침반을 꺼낸 낙청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눈을 감았다.그러자 머릿속에 화면이 더욱 선명해졌다.시끌벅적한 꽃놀이 연회였다. 화원 중간에는 무희가 춤을 추고 있었다.그러자 옆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벽해각(碧海閣)의 명기는 역시 소문대로 천하절색이구먼!”천하절색의 무희(舞姬)는 아름다운 미소를 보이며 춤을 췄다. 마치 눈앞의 한 사람만을 위해 춤을 추는 것처럼, 온 세상에 둘밖에 없는 것처럼.그러나 이 꽃 비녀의 주인을 보지 못한 채 화면은 사라져 버렸다.꽃 비녀에는 작은 추억의 조각만 남아있었다.눈을 뜨고 장미꽃 비녀를 바라본 낙청연은 침착할 수 없었다.처음으로 사부님이 가깝고도 멀게 느껴졌다.“벽해각…”낙청연은 중얼거렸다.이 기억에서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단서였다.벽해각이라는 곳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벽해각의 명기라고 했으니 청루인 것 같았다.한번 알아봐야겠다.낙청연은 반나절을 거쳐 차루 같은 시끌벅적한 곳에 가 벽해각에 대해 알아보려 했으나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이곳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또 다른 차루의 심부름꾼에게 물어봤으나 그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들어보지 못했다고
“근데 벌써 20여 년 전 일이라 없어진 지 오래요.”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벽해각이 없어졌다고?그럼 단서도 여기서 끊긴 게 아닌가?“장궤, 혹시 이 저택은 누구네 댁인지 알고 계십니까?” 낙청연은 그래도 벽해각과 연관된 일을 알아보고 싶었다.장궤는 의자에 앉아 일어나기 싫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저택 주인은 여기 없소. 왜, 마음에 드는 거요? 사고 싶으면 200냥 은자에 팔겠소.”200냥에 저택을 판다고?낙청연은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사겠습니다!”장궤는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정말 사는 거요?”낙청연은 바로 200냥 은표를 꺼냈다.장궤는 돈을 받고 바로 땅문서와 집문서를 꺼내 낙청연에게 건넸다: “정말 시원시원한 낭자구먼! 그럼 거래가 성사됐으니 다른 말 하기 없기요!”장궤의 이런 모습을 보니 분명 저택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싼 가격에 팔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까 불안해하니 말이다.낙청연은 웃으며 물었다: “이 저택의 원래 주인을 만나 뵐 수 있습니까?”장궤가 답했다: “그건 진짜 모르오. 아마 반년 전에 떠났을 거요. 이 저택을 싼 가격에 팔아달라 부탁하고, 시간이 나면 돈을 찾으로 온 댔소.”“혹시라도 오게 되면 알려드리겠소.”장궤는 하품을 하며 피곤하듯 말을 이어갔다: “이제 그만 문을 닫아야겠소. 그럼 공자는 저택이나 구경해 보시오!”그리고는 낙청연을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낙청연은 옆에 있는 저택 앞으로 와 무거운 문을 열었다.끼익 소리와 함께 눈앞에는 스산한 풍경이 들어왔다.봄이 되어 눈이 녹기 시작했지만 가을에 떨어진 낙엽도 청소하지 않아 부패한 채로 바닥에 붙어 있어 땅의 원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저택 전체에는 음산한 기운이 풍겼다.낙청연은 정원을 한 바퀴 돌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해 저녁에 다시 와보기로 했다.오늘 일을 들은 송천초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완전 당하셨네요!”“저택에 문제가 있으니 그렇게 싼
저택 입구에는 아직 등불이 켜져 있었다. 저택은 깨끗하고 매우 우람찼다.“갑시다. 왜 멍해 있습니까?” 송천초는 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를 끌고 앞으로 다가갔다.낙청연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 저택에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200냥에 판단 말인가?두 사람은 대문을 열었다.정원안에도 역시 등불이 훤히 켜졌고, 땅바닥은 깨끗했으며, 처마 밑의 등불은 유난히 밝았다.나무와 화초들도 온통 생기가 넘쳤다.“200냥에 초라한 저택을 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참 좋습니다!”“경도에서 이런 대저택은 적어도 천 냥은 넘게 팔 수 있을 것입니다!”송천초는 말을 하면서, 내원으로 걸어갔다.“그래서 이 저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좀 천천히 가거라.” 낙청연은 그녀의 등 뒤에서 말했다.그런데 갑자기 송천초가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넋이 나간 듯 내원으로 걸어갔다.낙청연은 다급히 다가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송천초가 우두커니 그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는 찬란한 꽃등 불빛이 보였다.사람 전체가 이미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낙청연도 그 정원의 중앙을 주시했다.귓가에 서서히 옹알옹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그 정원에는 원대가 놓여 있었고, 아래는 의자 몇 개가 놓여 있었다.원대에서, 어떤 여인이 노래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그 춤의 자태는 가히 절색이라 할 수 있었고, 사람을 빠져들게 했다.송천초는 얼떨결에 걸어가 앉더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낙청연도 따라서 앉았다.주위의 모든 것은 유난히 진실했다. 그녀는 몇 번이고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주위의 경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이번에 처음으로, 그녀는 상대방의 장안법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의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참으로 대단했다.밤은 길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다리를 꼬고 앉아 유유히 감상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한참 추더니, 그 아릿다운 여인은 면발을 벗었다.맑은 주렴 소리가 울리더니 사람의 마음을
무대 위에 서 있던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춤을 멈췄고 미소가 걸려 있던 얼굴은 점차 차가워지기 시작했다.싸늘한 눈빛에서는 원망이 보였다.도망치던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으나 무대 위는 텅 비어 있었다.그리고 곧이어 그녀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이 갑자기 차가워지는 게 느껴졌다. 얼음장처럼 너무 차가워서 아플 지경이었다.낙청연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시야에 들어온 건 그녀의 팔을 잡은 핏기라고는 전혀 없는 창백한 손이었다.흰옷이 바람에 나부끼며 낙청연의 앞에 나타났다.“공자,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어찌 제 노래를 다 듣지도 않고 가시려는 겁니까?”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녀의 숨결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고개를 들어보니 안색이 창백한 여인이 천천히 미소를 짓는 게 보였다.입술이 점점 붉어지면서 미소가 번지는데, 입가가 끝도 없이 찢어지며 피가 입꼬리를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창백한 얼굴에서는 피부와 피가 한데 섞여서 뚝뚝 떨어졌고 두 눈동자는 흰자위만 남았다.바람 한 번 불면 산산이 조각날 것 같은 모습이었다.낙청연은 침착한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낭자, 춥습니까?”상대는 잠깐 멈칫했다.낙청연이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진 듯했다.“제가 따뜻하게 해드리겠습니다.”다음 순간, 낙청연은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 나침반이 돌아가면서 나는 쟁쟁한 소리는 린부설의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댔다.곧이어 한줄기 붉은색 진법이 돌연 나타나 린부설을 공격했고 그녀는 그 충격으로 인해 멀리 날아갔다.린부설의 몸 곳곳에 불꽃이 붙으면서 그녀의 옷과 살을 태웠고 극심한 작열통에 린부설은 처참한 비명을 내질렀다.하지만 린부설은 곧 발광하기 시작했고 거세고 날카로운 바람이 일면서 그녀의 몸에 붙은 불씨를 꺼뜨렸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낙청연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낙청연은 송천초가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했고 린부설과 계속 뒤얽히기 싫어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내달렸다.낙청연이 고
“그 저택은 옆에 있는 점포 장궤에게 대신 팔아달라고 부탁한 저택이었소. 그리고 이사하는 날이 됐는데 그 집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지. 그래서 저녁쯤에 사람들이 들어갔소. 그런데 들어가 보니 온 가족이 물항아리 안에 잠겨 있더군.”그 말에 낙청연은 적지 않게 놀랐다. 그녀는 린부설이 말할 때 한기가 느껴진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 집 가족들이 물에서 죽었다니, 어쩐지 관련이 있는 듯했다.“아저씨, 구체적인 정황을 아십니까?”낙청연의 질문에 남자는 주전자를 들어 차 두 잔을 따르고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그 집 주인은 타지의 객상(客商)이었소. 이 집도 장사하기 편하여지려고 산 것이었지. 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이 원외(李員外)라고 불렀소. 그는 청루의 한 무회에게 한눈에 반해 큰돈을 몸값으로 지급했었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아주 굉장한 혼례식을 치렀소. 그때는 그의 부인이 저택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지. 그런데 이 원외는 사실 고향에 처가 있는 상태였소. 그의 부인은 그가 몇 달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자 그 저택을 찾았고 결국 한바탕 큰 소란이 일었지. 그 뒤에 그의 부인은 수도로 이사해왔고 어떻게 협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부인은 청루의 무희를 첩실의 신분으로 저택에 머무는 것을 동의했소. 그런데 첩실이 임신했고 이 원외가 보름 동안 타지로 장사하러 갔다가 돌아와 보니 첩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 아니겠소? 이 원외는 미친 사람처럼 그녀를 찾았지만 결국 빙굴(冰窟) 안에서 언 시체로 발견되었지. 이 원외는 원래 관청에 신고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처가가 꽤 명망 있는 집안이라 앞으로 장사할 때 인맥에 영향을 줄까 그냥 참았다고 하오. 대외적으로는 그 무희가 우연히 빙굴에 갇혀 죽게 되었다고 했지. 하지만 그 뒤로 그 저택에서 밤만 되면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소. 얼마나 섬뜩한지, 그 저택의 하인들이 겁을 먹고 다들 도망갔지. 이 원외는 자신의 첩실이 억울하게 죽어 복수하려는 걸까 두
“휴, 운명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오.”벽해각이 성행할 때 낙청연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기에 전혀 기억이 없었다.하지만 남자의 말과 그의 뜨거운 눈빛을 보면 당시 이 거리가 얼마나 시끌벅적하고 번화했는지 상상이 갔다.낙청연은 남자와 함께 마당에 앉아 날이 밝을 때까지 그와 얘기를 나눴고 벽해각에 관한 많은 얘기를 들었다.그와의 얘기를 통해 낙청연은 남자의 성이 범씨라는 것과 당시 그가 린부설을 연모해 먼 곳에서부터 수도로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어렵사리 점포를 구입해 린부설과 가까워졌는데 린부설은 사고를 당해 죽게 되었다.당시 이 거리에는 매일 호화로운 마차가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낭자들을 데려갔다.그래서 린부설이 갈 때도 이상함을 느낀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범 아저씨는 누군가 우연히 그 저택에 들어간다면 직접 사람을 구할 정도로 마음씨가 착했다.지금껏 아무런 사고도 당하지 않았다는 것에 그조차 의아함을 느꼈다.낙청연은 그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린부설이 그를 알아봐서 지금껏 다치지 않은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그 안에서 춤을 추는 사수가 바로 린부설이라는 걸 모르는 듯했다.—아침 햇살이 옅은 안개를 꿰뚫었고 닭이 우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그제야 두 사람은 날이 밝았음을 인지했고 범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차를 마시며 말했다.“그 저택을 200냥에 샀다고 들었소. 그 돈으로 교훈을 샀다고 생각하고 저택은 남에게 팔지 말고 남겨두시오.”그런 저택을 판다는 것은 사람을 해치는 것과 다름없었다.낙청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팔지 않을 것입니다.”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범 아저씨는 깜짝 놀랐다.“그곳에 살 생각이거든요.”범 아저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거기에서 살겠단 말이오? 그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소? 그런데 살겠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이오?”낙청연은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해결
그날, 낙청연은 일꾼들을 저택으로 불러들여 깨끗하게 청소했고 문 앞과 마당에 등롱을 달았다. 환술(幻術)을 쓰지 않고 어젯밤 그녀가 봤던 저택의 모습과 같이 기풍이 넘치는 모습으로 꾸몄다.기척이 꽤 컸기에 온 거리가 그 일을 알게 됐다.낮에 저택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낙청연이 한 바퀴 쭉 둘러봤지만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밤이 되고 낙청연은 다시 한번 저택 대문 밖에 섰다. 이번에 그녀는 송천초가 겁을 먹을까 봐 그녀를 데려오지 않았다.살짝 쌀쌀한 밤바람이 불어오면서 대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마치 그녀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말이다.낙청연은 침착하게 걸음을 내디디며 마당 안으로 들어섰고 역시나 내원에서 린부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낙청연은 서서히 걸음을 옮겨 그곳으로 향했다.어제와 마찬가지로 둥근 무대 위, 린부설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몰두해 있었다.낙청연은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지만 이내 등허리가 서늘해지면서 싸늘한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를 따라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귓가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공자, 함께 추시지요.”그녀의 섬섬옥수가 낙청연의 가슴께에 닿는 순간, 창백한 손가락이 움찔했다.“여인인가?”귓가에서 들리던 음산한 목소리에서 돌연 유쾌함이 느껴졌다.린부설은 낙청연의 손을 잡더니 경쾌한 움직임으로 그녀의 앞에 서면서 말했다.“나와 인연인 듯하니 나와 여기서 함께 하겠느냐? 내 벗이 돼줬으면 좋겠는데.”은방울 굴러가는 듯한 맑은 웃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적의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미소였지만 낙청연은 한기가 그물처럼 그녀의 사지를 옭아매며 미친 듯이 그녀의 몸 안으로 파고들려는 걸 느꼈다.낙청연이 고개를 숙이자 붉은색의 핏줄 같은 것이 경락처럼 그녀의 체내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그 순간 낙청연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녀는 침착하게 부문을 꺼내 태운 뒤 그것을 날렸고 그 순간 화염이 치솟으며 핏줄들을 물리쳤다.“당신의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