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벌써 20여 년 전 일이라 없어진 지 오래요.”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벽해각이 없어졌다고?그럼 단서도 여기서 끊긴 게 아닌가?“장궤, 혹시 이 저택은 누구네 댁인지 알고 계십니까?” 낙청연은 그래도 벽해각과 연관된 일을 알아보고 싶었다.장궤는 의자에 앉아 일어나기 싫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저택 주인은 여기 없소. 왜, 마음에 드는 거요? 사고 싶으면 200냥 은자에 팔겠소.”200냥에 저택을 판다고?낙청연은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사겠습니다!”장궤는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정말 사는 거요?”낙청연은 바로 200냥 은표를 꺼냈다.장궤는 돈을 받고 바로 땅문서와 집문서를 꺼내 낙청연에게 건넸다: “정말 시원시원한 낭자구먼! 그럼 거래가 성사됐으니 다른 말 하기 없기요!”장궤의 이런 모습을 보니 분명 저택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싼 가격에 팔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까 불안해하니 말이다.낙청연은 웃으며 물었다: “이 저택의 원래 주인을 만나 뵐 수 있습니까?”장궤가 답했다: “그건 진짜 모르오. 아마 반년 전에 떠났을 거요. 이 저택을 싼 가격에 팔아달라 부탁하고, 시간이 나면 돈을 찾으로 온 댔소.”“혹시라도 오게 되면 알려드리겠소.”장궤는 하품을 하며 피곤하듯 말을 이어갔다: “이제 그만 문을 닫아야겠소. 그럼 공자는 저택이나 구경해 보시오!”그리고는 낙청연을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낙청연은 옆에 있는 저택 앞으로 와 무거운 문을 열었다.끼익 소리와 함께 눈앞에는 스산한 풍경이 들어왔다.봄이 되어 눈이 녹기 시작했지만 가을에 떨어진 낙엽도 청소하지 않아 부패한 채로 바닥에 붙어 있어 땅의 원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저택 전체에는 음산한 기운이 풍겼다.낙청연은 정원을 한 바퀴 돌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해 저녁에 다시 와보기로 했다.오늘 일을 들은 송천초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완전 당하셨네요!”“저택에 문제가 있으니 그렇게 싼
저택 입구에는 아직 등불이 켜져 있었다. 저택은 깨끗하고 매우 우람찼다.“갑시다. 왜 멍해 있습니까?” 송천초는 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를 끌고 앞으로 다가갔다.낙청연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 저택에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200냥에 판단 말인가?두 사람은 대문을 열었다.정원안에도 역시 등불이 훤히 켜졌고, 땅바닥은 깨끗했으며, 처마 밑의 등불은 유난히 밝았다.나무와 화초들도 온통 생기가 넘쳤다.“200냥에 초라한 저택을 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참 좋습니다!”“경도에서 이런 대저택은 적어도 천 냥은 넘게 팔 수 있을 것입니다!”송천초는 말을 하면서, 내원으로 걸어갔다.“그래서 이 저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좀 천천히 가거라.” 낙청연은 그녀의 등 뒤에서 말했다.그런데 갑자기 송천초가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넋이 나간 듯 내원으로 걸어갔다.낙청연은 다급히 다가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송천초가 우두커니 그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는 찬란한 꽃등 불빛이 보였다.사람 전체가 이미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낙청연도 그 정원의 중앙을 주시했다.귓가에 서서히 옹알옹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그 정원에는 원대가 놓여 있었고, 아래는 의자 몇 개가 놓여 있었다.원대에서, 어떤 여인이 노래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그 춤의 자태는 가히 절색이라 할 수 있었고, 사람을 빠져들게 했다.송천초는 얼떨결에 걸어가 앉더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낙청연도 따라서 앉았다.주위의 모든 것은 유난히 진실했다. 그녀는 몇 번이고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주위의 경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이번에 처음으로, 그녀는 상대방의 장안법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의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참으로 대단했다.밤은 길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다리를 꼬고 앉아 유유히 감상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한참 추더니, 그 아릿다운 여인은 면발을 벗었다.맑은 주렴 소리가 울리더니 사람의 마음을
무대 위에 서 있던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춤을 멈췄고 미소가 걸려 있던 얼굴은 점차 차가워지기 시작했다.싸늘한 눈빛에서는 원망이 보였다.도망치던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으나 무대 위는 텅 비어 있었다.그리고 곧이어 그녀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이 갑자기 차가워지는 게 느껴졌다. 얼음장처럼 너무 차가워서 아플 지경이었다.낙청연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시야에 들어온 건 그녀의 팔을 잡은 핏기라고는 전혀 없는 창백한 손이었다.흰옷이 바람에 나부끼며 낙청연의 앞에 나타났다.“공자,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어찌 제 노래를 다 듣지도 않고 가시려는 겁니까?”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녀의 숨결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고개를 들어보니 안색이 창백한 여인이 천천히 미소를 짓는 게 보였다.입술이 점점 붉어지면서 미소가 번지는데, 입가가 끝도 없이 찢어지며 피가 입꼬리를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창백한 얼굴에서는 피부와 피가 한데 섞여서 뚝뚝 떨어졌고 두 눈동자는 흰자위만 남았다.바람 한 번 불면 산산이 조각날 것 같은 모습이었다.낙청연은 침착한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낭자, 춥습니까?”상대는 잠깐 멈칫했다.낙청연이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진 듯했다.“제가 따뜻하게 해드리겠습니다.”다음 순간, 낙청연은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 나침반이 돌아가면서 나는 쟁쟁한 소리는 린부설의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댔다.곧이어 한줄기 붉은색 진법이 돌연 나타나 린부설을 공격했고 그녀는 그 충격으로 인해 멀리 날아갔다.린부설의 몸 곳곳에 불꽃이 붙으면서 그녀의 옷과 살을 태웠고 극심한 작열통에 린부설은 처참한 비명을 내질렀다.하지만 린부설은 곧 발광하기 시작했고 거세고 날카로운 바람이 일면서 그녀의 몸에 붙은 불씨를 꺼뜨렸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낙청연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낙청연은 송천초가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했고 린부설과 계속 뒤얽히기 싫어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내달렸다.낙청연이 고
“그 저택은 옆에 있는 점포 장궤에게 대신 팔아달라고 부탁한 저택이었소. 그리고 이사하는 날이 됐는데 그 집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지. 그래서 저녁쯤에 사람들이 들어갔소. 그런데 들어가 보니 온 가족이 물항아리 안에 잠겨 있더군.”그 말에 낙청연은 적지 않게 놀랐다. 그녀는 린부설이 말할 때 한기가 느껴진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 집 가족들이 물에서 죽었다니, 어쩐지 관련이 있는 듯했다.“아저씨, 구체적인 정황을 아십니까?”낙청연의 질문에 남자는 주전자를 들어 차 두 잔을 따르고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그 집 주인은 타지의 객상(客商)이었소. 이 집도 장사하기 편하여지려고 산 것이었지. 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이 원외(李員外)라고 불렀소. 그는 청루의 한 무회에게 한눈에 반해 큰돈을 몸값으로 지급했었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아주 굉장한 혼례식을 치렀소. 그때는 그의 부인이 저택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지. 그런데 이 원외는 사실 고향에 처가 있는 상태였소. 그의 부인은 그가 몇 달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자 그 저택을 찾았고 결국 한바탕 큰 소란이 일었지. 그 뒤에 그의 부인은 수도로 이사해왔고 어떻게 협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부인은 청루의 무희를 첩실의 신분으로 저택에 머무는 것을 동의했소. 그런데 첩실이 임신했고 이 원외가 보름 동안 타지로 장사하러 갔다가 돌아와 보니 첩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 아니겠소? 이 원외는 미친 사람처럼 그녀를 찾았지만 결국 빙굴(冰窟) 안에서 언 시체로 발견되었지. 이 원외는 원래 관청에 신고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처가가 꽤 명망 있는 집안이라 앞으로 장사할 때 인맥에 영향을 줄까 그냥 참았다고 하오. 대외적으로는 그 무희가 우연히 빙굴에 갇혀 죽게 되었다고 했지. 하지만 그 뒤로 그 저택에서 밤만 되면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소. 얼마나 섬뜩한지, 그 저택의 하인들이 겁을 먹고 다들 도망갔지. 이 원외는 자신의 첩실이 억울하게 죽어 복수하려는 걸까 두
“휴, 운명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오.”벽해각이 성행할 때 낙청연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기에 전혀 기억이 없었다.하지만 남자의 말과 그의 뜨거운 눈빛을 보면 당시 이 거리가 얼마나 시끌벅적하고 번화했는지 상상이 갔다.낙청연은 남자와 함께 마당에 앉아 날이 밝을 때까지 그와 얘기를 나눴고 벽해각에 관한 많은 얘기를 들었다.그와의 얘기를 통해 낙청연은 남자의 성이 범씨라는 것과 당시 그가 린부설을 연모해 먼 곳에서부터 수도로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어렵사리 점포를 구입해 린부설과 가까워졌는데 린부설은 사고를 당해 죽게 되었다.당시 이 거리에는 매일 호화로운 마차가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낭자들을 데려갔다.그래서 린부설이 갈 때도 이상함을 느낀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범 아저씨는 누군가 우연히 그 저택에 들어간다면 직접 사람을 구할 정도로 마음씨가 착했다.지금껏 아무런 사고도 당하지 않았다는 것에 그조차 의아함을 느꼈다.낙청연은 그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린부설이 그를 알아봐서 지금껏 다치지 않은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그 안에서 춤을 추는 사수가 바로 린부설이라는 걸 모르는 듯했다.—아침 햇살이 옅은 안개를 꿰뚫었고 닭이 우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그제야 두 사람은 날이 밝았음을 인지했고 범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차를 마시며 말했다.“그 저택을 200냥에 샀다고 들었소. 그 돈으로 교훈을 샀다고 생각하고 저택은 남에게 팔지 말고 남겨두시오.”그런 저택을 판다는 것은 사람을 해치는 것과 다름없었다.낙청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팔지 않을 것입니다.”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범 아저씨는 깜짝 놀랐다.“그곳에 살 생각이거든요.”범 아저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거기에서 살겠단 말이오? 그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소? 그런데 살겠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이오?”낙청연은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해결
그날, 낙청연은 일꾼들을 저택으로 불러들여 깨끗하게 청소했고 문 앞과 마당에 등롱을 달았다. 환술(幻術)을 쓰지 않고 어젯밤 그녀가 봤던 저택의 모습과 같이 기풍이 넘치는 모습으로 꾸몄다.기척이 꽤 컸기에 온 거리가 그 일을 알게 됐다.낮에 저택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낙청연이 한 바퀴 쭉 둘러봤지만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밤이 되고 낙청연은 다시 한번 저택 대문 밖에 섰다. 이번에 그녀는 송천초가 겁을 먹을까 봐 그녀를 데려오지 않았다.살짝 쌀쌀한 밤바람이 불어오면서 대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마치 그녀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말이다.낙청연은 침착하게 걸음을 내디디며 마당 안으로 들어섰고 역시나 내원에서 린부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낙청연은 서서히 걸음을 옮겨 그곳으로 향했다.어제와 마찬가지로 둥근 무대 위, 린부설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몰두해 있었다.낙청연은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지만 이내 등허리가 서늘해지면서 싸늘한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를 따라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귓가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공자, 함께 추시지요.”그녀의 섬섬옥수가 낙청연의 가슴께에 닿는 순간, 창백한 손가락이 움찔했다.“여인인가?”귓가에서 들리던 음산한 목소리에서 돌연 유쾌함이 느껴졌다.린부설은 낙청연의 손을 잡더니 경쾌한 움직임으로 그녀의 앞에 서면서 말했다.“나와 인연인 듯하니 나와 여기서 함께 하겠느냐? 내 벗이 돼줬으면 좋겠는데.”은방울 굴러가는 듯한 맑은 웃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적의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미소였지만 낙청연은 한기가 그물처럼 그녀의 사지를 옭아매며 미친 듯이 그녀의 몸 안으로 파고들려는 걸 느꼈다.낙청연이 고개를 숙이자 붉은색의 핏줄 같은 것이 경락처럼 그녀의 체내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그 순간 낙청연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녀는 침착하게 부문을 꺼내 태운 뒤 그것을 날렸고 그 순간 화염이 치솟으며 핏줄들을 물리쳤다.“당신의 춤
그녀에게서 싸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자 큰 뱀은 어둠 속으로 서서히 사라졌다.주위에서 느껴지던 압박감이 줄어들자 린부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계에 찬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이렇게 어린 여인에게 저토록 강한 자가 도움을 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눈앞의 낙청연이 어떻게 저렇게 큰 뱀을 조종하는지가 의아할 따름이었다.낙청연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고 린부설은 경계하듯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사군때문에 겁을 단단히 먹은 듯한 모양이었다.사실 정상이었다. 린부설도 좀 오래됐다고 하지만 사군에게는 전혀 비할 바가 되지 못했고 공력 또한 완전히 그녀를 압살할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더는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낭자, 두려워하지 마시지요.”낙청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말하자 린부설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오늘 밤 바로 떠나겠다. 이 저택은 필요 없다.”린부설은 그 말과 함께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저택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낙청연이 자신을 내쫓을 거로 생각한 듯했다. 낙청연은 그 말에 웃으며 대꾸했다.“낭자, 전 낭자를 쫓을 생각이 없습니다. 여기는 예전에 벽해각이었고 당신이 살던 곳이었지요. 여기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됩니다.”린부설은 깜짝 놀랐다.“정말이냐? 내가 너의 몸에 빙의할까 두렵지 않은 것이냐?”린부설은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낙청연은 태연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낭자는 제가 어설픈 솜씨로 사군을 불렀다고 생각하십니까?”그 말에 린부설의 안색이 돌변했다.린부설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낙청연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소에 문득 두려움이 생겼다.곧이어 린부설은 다시 무대 위에 올라가더니 변두리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았다. 바람에 살랑이는 치맛자락을 보니 참으로 요염해 보였다.린부설은 웃음기 있는 얼굴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날 이곳에 남기려는 건 따로 쓸 일이 있어서겠지?”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과 요염한
낙청연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기억은 열세 살 때부터 시작이라 그전의 기억은 없었다.그리고 어머니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그녀는 심지어 낙용 고고와 그녀의 어머니를 알만한 사람들에게 전부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낙청연 어머니의 이름을 아는 자는 없었다.그녀는 승상 부인이었고 사람들은 그녀를 낙 부인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들 그녀를 낙 부인이라고 불렀지. 낙해평의 부인이었으니까.”린부설은 그녀의 말에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왜 그자의 일을 묻는 것이냐?”낙청연은 놀랐다.“그 사람을 아는 것입니까?”린부설은 눈썹을 들썩이며 웃어 보였다.“알지. 알 뿐만 아니라 아주 친했었지.”낙청연은 심장이 옥죄었다. 어쩌면 어머니에 대해서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낙청연의 어머니가 그녀의 사부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었다.“그러면…”낙청연은 당장 묻고 싶었는데 린부설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 내게서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대가로 줘야지.”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무엇을 원합니까?”린부설은 가볍게 바닥을 밟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두 팔로 낙청연의 의자를 잡더니 그녀에게 몸을 가까이했다.더없이 가까운 거리에 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뒤로 몸을 물렸다.그런데 린부설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대답했다.“너의 몸에 빙의하고 싶다. 난 사람들의 앞에 다시 나타나 춤을 추고 싶어. 나 린부설이 다시 세상에 나타나 수도를 휩쓰는 것이다! 나는 모두가 나에게 미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린부설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흥분이 느껴졌고 그녀의 눈빛은 미치광이처럼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낙청연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린부설의 집념은 대단했다.“정말 미쳤군요. 이미 죽었으면서 명성이 그리도 중요합니까?”낙청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나 린부설은 화난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이 몸을 일으켜 밤하늘을 보며 말했다.“난 춤을 위해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