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책은 낙요가 쉴 때는 가끔 과일과 간식도 가져왔다.일이 없을 때면 낙요는 창가에 앉아 책을 보았고, 낙현책과 유단청은 정원에서 무술을 연마했다.백서도 옆에서 지켜보았다.월규가 차를 가져오며 말했다.“군주, 현책 공자는 정말 총명합니다. 궁의 규칙도 이틀 만에 외웠습니다.”“유단청, 백서와 무술을 연마하니 실력도 늘고 있습니다. 백서도 칭찬을 하더군요.”이 말을 들은 낙요는 정원을 보며 웃었다.“이런 재능은 정말 타고난 것이다.”“들어오라고 하여라.”곧바로 낙현책이 방에 들어와 예를 올렸다."군주를 뵙습니다.”낙요가 물었다.“무술이 좋으냐?”낙현책이 진지하게 답했다.“좋습니다! 강해지면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누구를 지켜주고 싶으냐?”“군주와 사부님을 지켜주고 싶습니다!”이 진지한 대답에 옆에 있던 월규도 웃음을 터뜨렸다.낙요도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래, 기억하마.”“여기 무술 책이 있으니 가져가 보아라.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낙현책은 기뻐하며 받았다.“감사합니다!”“가보거라.”낙현책은 곧바로 정원의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보았다.낙요는 낙현책이 물어볼 거라 생각했으나, 다음날 곧바로 혼자 연습하는 모습이 보였다.낙요는 깜짝 놀라 정무를 그만하고 낙현책을 지켜보았다.잘못 연습할까 봐 걱정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백서도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군주, 정말 타고난 재능입니다.”“그 책을 온 저녁 보더니 곧바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질문도 없었고요.”“심지어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두 번째 침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낙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백서는 순간 말을 잘못했다는 게 떠올라 입을 열었다.“군주, 송구하옵니다. 제 뜻은…”“아니다. 확실히 침서에 비견할 재능이다.”“하지만 침서는 이 아이처럼 운이 좋지 않았지.”어쩌면 그때 침서도 수모를 당한 후, 양행주에게 구해졌으나 양행주의 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다른 사람에게 구해졌다면, 침서의 운명
낙요는 낙현책을 데리고 제사일족으로 왔다.그동안 낙현책은 궁 규율을 익혔고, 지금은 거의 다 익혔으니, 이제는 그를 제사일족으로 데려갈 때가 되었다.길에서, 낙현책은 이미 목적지를 짐작하고 가슴이 약간 설레면서도 불안했다.“군주님, 지금 저희 제사일족으로 가는 겁니까?”낙요는 몸을 약간 기울이며 말했다. “그래, 네가 맞혔구나!”낙현책은 웃으며 말했다. “유 대인께서 저에게 궁 안의 지도를 주었는데 저는 이미 다 기억했습니다. 이 길은 제사일족으로 가는 길입니다.”낙요는 약간 놀랐다. “네 기억력이 좋구나.”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낙현책의 눈빛을 보며 낙요는 청초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일단 너무 기뻐하지 말거라.”“제사일족의 제자들은 모두 대제사장이 겹겹이 선발을 거쳐 들어온 사람들이다. 제사일족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천부적인 재능이 손꼽힌다.”“내가 너를 제사일족에 데려가면 그들에게 너는 정상적인 선발을 거쳐 들어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너를 어떻게 대할지는 나도 보장할 수 없다.”이 말을 들은 낙현책은 살짝 멍하더니 곧바로 정신을 차렸고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예전보다 더 힘들겠습니까!”“자신 있습니다.”두려움이 없는 그를 보자, 낙요도 그나마 마음이 약간 놓였다.만약 낙현책을 장래의 대제사장으로 배양하려면 이 길은 그가 반드시 걸어야 할 길이다.게다가 이런 작은 어려움도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기 힘들 것이다.제사일족에 도착하자 육소월이 제자들을 거느리고 마중나왔다.“군주님.”육소월은 제사일족의 부책임자인 셈이다.우유가 없을 땐 그녀가 제사일족을 관리한다.경력도 오래됐고 낙요보다 10여 세 연상이다.“제사일족은 요즘 괜찮소?”“군주님께 아뢰옵니다. 모든 게 무사합니다.”낙요가 유심히 관찰하니 육소월 등 뒤의 제자들은 거의 모두 10대 후반의 모습이었다.우유가 이전에 모집한 새로운 제자들이었고 나이가 어렸다.“여기 며칠 전에 우유가 거둔 제자 한 명이
육소월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대제사장이 그를 제자로 거둬들이고 군주께서 직접 그를 데리고 통천탑으로 들어간 걸 보면 이 사람에게는 분명 남보다 뛰어난 데가 있을 것이다.”“너도 낙담하지 말고 열심히 수련하고 잡념을 없앤다면 너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통천탑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이다.”“통천탑에 소장된 서적은 단숨에 다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사일족에서 시험을 거쳐 통첩탑의 다른 층수에 진입할 수 있는 규칙도 다 너희들을 위해 고려한 것이다.”“사도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이 말을 들은 유생은 화를 내며 말했다. “저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 녀석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고 싶습니다.”“무슨 자격으로 군주님의 중시를 받는지 말입니다.”육소월은 이 말을 듣고 당부했다. “함부로 하지 말거라.”“스승님, 염려하지 마십시오. 정도를 지키겠습니다.”“저는 그저 저 녀석과 겨뤄보고 싶을 뿐입니다.”지금 그녀는 같은 또래의 제자들 중 실력과 천부적인 재능이 가장 뛰어나다.애초에 대제사장을 스승으로 모시려고 했지만, 대제사장이 바쁘고 또 다른 임무가 있어서 스승으로 모시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육소월을 스승으로 모셨다.대제사장은 제자를 안 거두는 줄 알았는데 오늘 대제사장의 제자가 왔다.그녀의 마음은 몹시 울적했다.저 녀석이 대제사장을 스승으로 모시다니, 분명 실력이 대단할 것이다.그녀는 꼭 그와 겨루어 볼 것이다.통천탑 안에서, 낙요는 낙현책을 데리고 잠시 둘러보고 몇 가지 당부한 후, 제사일족을 떠났다.낙요가 떠난 후.육소월은 낙현책에게 묵을 곳을 마련해주었고, 유생더러 낙현책을 데려가라고 했다.낙현책은 그녀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왔다.그런데 등 뒤에서 갑자기 한 줄기 장풍이 엄습해 왔다.낙현책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하더니 주먹을 날렸다.“앗!”유생은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감싸 쥐고 땅바닥에 쓰러졌다.낙현책은 깜짝 놀라서 다급히 유생을 부축했다. “죄송합니다.
다음날부터 낙현책은 정식으로 제사일족 제자들과 함께 수련했다.매일 오전에는 무예를 익혔고 오후에는 부술을 배웠다.수업 전에 육소월은 모두에게 제사일족의 옛날이야기와 규칙을 말해주었다.그리고 오늘, 육소월은 천궁제와 동초 대제사장의 과거를 이야기했다.이 역사는 일 년 전에만 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낙요가 여제가 된 후 이 과거를 폭로했으며 또한 모든 제사일족 제자들에게 들려줄 것을 요구했다.비록 많은 제자들은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여전히 열심히 들었다.“이 역사를 듣고 너희들의 가장 큰 깨달음은 무엇이냐?” 육소월이 질문했다.유생이 즉시 일어나 대답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사랑을 금기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온 일족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동초 대제사장은 애초부터 천궁제에게 조금의 애정도 품어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이에 따라 큰 화를 자초했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으면 하마터면 여국까지 망칠 뻔했습니다.”“대제사장이 되려면 모든 정을 끊고 어떤 감정에도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항상 어깨에 짊어진 책임을 명심해야 합니다.”이 말을 들은 육소월은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이었다.“나는 너희들이 제사일족에 들어온 그날부터 이 규칙을 기억했을 거로 생각한다. 앞으로 대제사장을 계승하려면 절대 황족 사람과 정을 나눠서는 안 된다.”“모든 정과 사랑을 끊으면 더할 나위 없다.”스승의 칭찬을 받은 유생은 거만하게 턱을 치켜올렸다.한쪽에서 낙현책은 말하려다 멈췄다.육소월은 이 역사를 낙현책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야기한 것이다.필경 그는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규칙을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낙현책을 각별히 유의했다.그가 뭔가 말하려다 멈춘 것을 보더니 물었다. “낙현책, 어떻게 생각하느냐?”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살짝 놀랐다.많은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눈빛으로 교류했다.그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낙현책?이 녀석 낙 씨라고?유생도 약간 놀라웠다.그는 불쾌한
낙현책은 물을 연신 몇 모금 들이마시고 나서야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왔다.머리 꼭대기 위에서 풍자하는 소리가 들렸다.낙현책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우물 입구로 올려다보았다.한 무리의 제자들이 우물을 둘러싸고 있었고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그의 초라한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우두머리 필천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 “군주께서 주워온 거지 주제에 낙 씨 성을 가지다니, 어떻게 군주의 성을 얻을 수 있단 말이냐?”“거지 같은 쓸모없는 놈, 감히 유생 사매를 괴롭혀? 오늘은 교훈을 주는 거니까 앞으로 우리를 보면 길을 돌아다니거라!”“군주의 안목이 왜 이래? 어떻게 이런 쓸모없는 거지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거지?”이 말을 끝내고 필천은 경멸하듯 침을 뱉고 사람들을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떠났다.이 말을 들은 낙현책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필천 등 일행이 정원을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분노하여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멈춰!”필천 일행이 몸을 돌리자, 온몸이 흠뻑 젖은 낙현책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 젖은 머리 아래 날카로운 눈빛은 맹수처럼 사나웠다.하지만 필천은 놀라지 않았으며 차갑게 웃었다. “왜? 쓸모없는 거지야, 또 싸워보려고?”낙현책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고 달려들었다.단번에 필천을 땅바닥에 확 쓰러뜨렸다.필천은 급작스레 땅바닥에 넘어졌고 말도 하기 전에 호되게 한 대 얻어맞았다.주위의 사람들은 즉시 달려가 도와줬다.낙현책은 그대로 몸을 날려 한 사람을 걷어차 버렸다.그리고 사람들과 싸우기 시작했다.필천은 이 또래의 제자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났고 기대가 큰 대제사장 후보이기도 했다.그는 무예는 뛰어났지만, 부술은 유생보다 못했다.그래서 스승을 모시지 못했다.필천은 땅바닥에서 기어 일어나 입가의 피를 닦더니 낙현책에게 교훈을 주려고 했다.싸움은 결국 필천과 낙현책의 맞짱으로 이어졌다.여러 번 겨룬 후, 필천도 결국 쓰러졌다.낙현책은 달려들어 한 대 또 한 대 때렸으며 눈빛은
이 말을 들은 백엽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오늘 이 원수는 꼭 갚아야 합니다. 아니면 그를 속여 취혼산으로 유인할까요?”“이 녀석 실력이 이토록 강한데 어쩌면 앞으로 유생 사매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이 사전에 유생 사매를 대신하여 이 위협을 없애 버리는 겁니다.”필천은 이 말을 듣고 약간 망설이었다. “취혼산? 너무 위험하다. 만약 그가 죽으며 군주께서 우리를 가만두겠느냐?”백엽이 대답했다. “살려는 두고 그 녀석을 폐인 만드는 겁니다.”“아니면 겁먹고 도망가게 해도 좋습니다.”이 말을 들은 필천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좋다.”-3일이 지났다.이날 일을 마친 낙요가 물었다. “현책이 요즘 오지 않는구나. 혹시 제사일족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거 아니야?”백서가 대답했다. “소인이 제사일족에 다녀올까요?”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백서가 떠나자마자, 유단청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군주님, 궁 밖에서 누군가 군주님을 뵙고 싶답니다. 그는 군주님의 제자라고 자칭합니다.”이 말을 하며 첩자를 건넸다.낙요가 열어보니, 강여의 필적이었다.계집애 드디어 실컷 놀고 돌아왔구나!“들이거라.”한참 기다리자, 강여가 조영궁에 도착했다.낙요를 보더니 강여는 즉시 예를 행했다. “군주님을 뵙습니다.”낙요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예의를 차렸느냐? 네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으면 나에게 제자가 있다는 것마저 잊을 뻔했구나.”강여는 그제야 앞으로 다가가 낙요의 팔을 끌어안고 말했다. “스승님은 여제가 되어 사무가 바쁘신데 제가 폐를 끼칠까 봐 두려웠습니다.”낙요는 천천히 밖으로 걸어가 정자에 이르렀다.“그럼, 이번에 무슨 일로 돌아왔느냐? 나에게 폐를 끼치는 건 이젠 두렵지 않고?”강여는 애교 섞인 어투로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이 보고 싶어서 돌아왔습니다.”“저는 폐를 끼치러 온 게 아닙니다.”낙요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키가 이렇게 많이 컸구나.
“차강남이 저를 이한도에 남겨둘까 봐 무섭습니다. 사부님 옆이 제일 안전합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놀라며 말했다.“그것 때문이구나.”“하지만 차강남은 그리 비겁한 사람 같지 않던데, 네 재능이 아까워 이한도의 검법을 가르쳐 주려고 일부러 숨겼을지도 모르겠구나. 사실을 알게 되면 연마하려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차강남도 궁에까지 쫓아와 너를 데려가진 못할 테니.”하지만 강여는 여전히 불안했다.“하지만 그 검법을 배우고 나니 손해인 기분이 듭니다.”“연습할 때부터 검법이 이상하게 애틋했지만, 위력도 막강해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류행풍에게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차강남이 저더러 이한도 섬 주인의 부인이 되라고 한다면, 무공을 폐하면 빚진 것도 아닙니다.”낙요는 의아한 듯 말했다.“무공을 폐한다고? 차강남이 그렇게 싫으냐?”“싫은 게 아니고, 함께 하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한도에서 자유를 잃기도 싫고요.”낙요는 웃으며 위로했다.“그래도 무공을 폐할 지경은 아니지.”“걱정하지 말아라, 사부님이 계시니 그 누구도 너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강여는 감동하며 낙요의 어깨에 기댔다.“역시 사부님입니다.”낙요는 강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물었다.“공주로 책봉한다면 불편할 것 같으냐?”강여는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예?”“지금은 나를 만나려면 절차가 복잡하지 않으냐. 누가 막아서면 나를 만나지 못하는 거고.”“공주라는 신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궁을 드나들 수 있고 너를 강제로 궁에 두지도 않을 테니, 밖에 나가서 유람해도 된다.”이 신분이 있다면, 강여를 지킬 수 있었다.차강남이 정녕 강여를 이한도에 남길 생각이었다면, 낙요라는 산부터 넘어야 했다.강여는 잠시 생각하더니 흔쾌히 승낙했다.“사부님의 말을 듣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하자.”곧바로 낙요가 말했다.“얼마 전 낙현책이라는 아이를 입양했다. 우유 대제사장의 제자로 받아들였지.”
손을 번쩍 들자 앞쪽의 검은 안개가 삽시간에 걷히고 달빛이 칠흑 같은 숲속으로 비쳐 들어왔다. 낙요는 걸음을 재촉했다. 낙요가 산에서 낙현책을 찾았을 땐 그는 온몸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커다란 두 바위틈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었다. “현책.” 낙요는 작은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낙현책은 허약하게 눈을 뜨고 말했다. “군주님…….” 그가 살아있는 것을 본 낙요는 황급히 그를 안고 취혼산을 넘어 청봉산에 도착했다. 거긴 나쁜 기운이 강하지 않은 안전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낙요는 의식을 잃은 낙현책을 눕히고 검사해 보니 중상은 아닌데 힘이 빠져서 그런 것 같았다. 상처도 심각하지 않아 목숨은 위태롭지 않았다. 하지만 몸에 나쁜 기운이 많이 들어가 취혼산에 몇 시간 더 머물러 있었다가는 분명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채 옆에 누워있는 낙현책을 본 낙요는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속아 취혼산으로 들어갔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마음이 아파왔다. 당시 낙요는 이미 스승님을 따라 오랫동안 수련해 왔는데도 취혼산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낙현책은 이제야 제사 일가로 들어왔으니 살아남은 것만 해도 기적이었다. 낙요는 낙현책의 상처를 처리하고 그의 체내에 뭉쳐 있던 나쁜 기운을 몰아낸 후 조용히 옆에 앉아서 그가 깨어나기 만을 기다렸다. 현재 취혼산 아래에서 유생은 노기등등해서 취혼산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필천에게 가로막혔다. “미쳤어? 네가 거기에 들어간다고 해도 죽어.” 그러자 유생은 화가 나서 그의 손을 뿌리쳤다. “미친 건 너겠지. 너 이러는 거 낙현책을 보고 죽으라는 거야.” “너 나 대신 그에게 본때를 보여준다고 했지 죽인다고는 하지 않았잖아. 내가 그를 미워하는 건 맞지만 목숨을 앗아갈 정도는 아니야.” 그 말을 들은 필천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후회하기 시작했다. “낙현책…… 괜찮겠지? 취혼산은 제자들을 단련하는 곳인데 정말로 목숨이 위험하겠어?” “그냥 조금 다쳐서 날이 밝은 후 산에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