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현책은 물을 연신 몇 모금 들이마시고 나서야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왔다.머리 꼭대기 위에서 풍자하는 소리가 들렸다.낙현책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우물 입구로 올려다보았다.한 무리의 제자들이 우물을 둘러싸고 있었고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그의 초라한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우두머리 필천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 “군주께서 주워온 거지 주제에 낙 씨 성을 가지다니, 어떻게 군주의 성을 얻을 수 있단 말이냐?”“거지 같은 쓸모없는 놈, 감히 유생 사매를 괴롭혀? 오늘은 교훈을 주는 거니까 앞으로 우리를 보면 길을 돌아다니거라!”“군주의 안목이 왜 이래? 어떻게 이런 쓸모없는 거지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거지?”이 말을 끝내고 필천은 경멸하듯 침을 뱉고 사람들을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떠났다.이 말을 들은 낙현책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필천 등 일행이 정원을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분노하여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멈춰!”필천 일행이 몸을 돌리자, 온몸이 흠뻑 젖은 낙현책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 젖은 머리 아래 날카로운 눈빛은 맹수처럼 사나웠다.하지만 필천은 놀라지 않았으며 차갑게 웃었다. “왜? 쓸모없는 거지야, 또 싸워보려고?”낙현책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고 달려들었다.단번에 필천을 땅바닥에 확 쓰러뜨렸다.필천은 급작스레 땅바닥에 넘어졌고 말도 하기 전에 호되게 한 대 얻어맞았다.주위의 사람들은 즉시 달려가 도와줬다.낙현책은 그대로 몸을 날려 한 사람을 걷어차 버렸다.그리고 사람들과 싸우기 시작했다.필천은 이 또래의 제자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났고 기대가 큰 대제사장 후보이기도 했다.그는 무예는 뛰어났지만, 부술은 유생보다 못했다.그래서 스승을 모시지 못했다.필천은 땅바닥에서 기어 일어나 입가의 피를 닦더니 낙현책에게 교훈을 주려고 했다.싸움은 결국 필천과 낙현책의 맞짱으로 이어졌다.여러 번 겨룬 후, 필천도 결국 쓰러졌다.낙현책은 달려들어 한 대 또 한 대 때렸으며 눈빛은
이 말을 들은 백엽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오늘 이 원수는 꼭 갚아야 합니다. 아니면 그를 속여 취혼산으로 유인할까요?”“이 녀석 실력이 이토록 강한데 어쩌면 앞으로 유생 사매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이 사전에 유생 사매를 대신하여 이 위협을 없애 버리는 겁니다.”필천은 이 말을 듣고 약간 망설이었다. “취혼산? 너무 위험하다. 만약 그가 죽으며 군주께서 우리를 가만두겠느냐?”백엽이 대답했다. “살려는 두고 그 녀석을 폐인 만드는 겁니다.”“아니면 겁먹고 도망가게 해도 좋습니다.”이 말을 들은 필천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좋다.”-3일이 지났다.이날 일을 마친 낙요가 물었다. “현책이 요즘 오지 않는구나. 혹시 제사일족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거 아니야?”백서가 대답했다. “소인이 제사일족에 다녀올까요?”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백서가 떠나자마자, 유단청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군주님, 궁 밖에서 누군가 군주님을 뵙고 싶답니다. 그는 군주님의 제자라고 자칭합니다.”이 말을 하며 첩자를 건넸다.낙요가 열어보니, 강여의 필적이었다.계집애 드디어 실컷 놀고 돌아왔구나!“들이거라.”한참 기다리자, 강여가 조영궁에 도착했다.낙요를 보더니 강여는 즉시 예를 행했다. “군주님을 뵙습니다.”낙요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예의를 차렸느냐? 네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으면 나에게 제자가 있다는 것마저 잊을 뻔했구나.”강여는 그제야 앞으로 다가가 낙요의 팔을 끌어안고 말했다. “스승님은 여제가 되어 사무가 바쁘신데 제가 폐를 끼칠까 봐 두려웠습니다.”낙요는 천천히 밖으로 걸어가 정자에 이르렀다.“그럼, 이번에 무슨 일로 돌아왔느냐? 나에게 폐를 끼치는 건 이젠 두렵지 않고?”강여는 애교 섞인 어투로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이 보고 싶어서 돌아왔습니다.”“저는 폐를 끼치러 온 게 아닙니다.”낙요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키가 이렇게 많이 컸구나.
“차강남이 저를 이한도에 남겨둘까 봐 무섭습니다. 사부님 옆이 제일 안전합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놀라며 말했다.“그것 때문이구나.”“하지만 차강남은 그리 비겁한 사람 같지 않던데, 네 재능이 아까워 이한도의 검법을 가르쳐 주려고 일부러 숨겼을지도 모르겠구나. 사실을 알게 되면 연마하려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차강남도 궁에까지 쫓아와 너를 데려가진 못할 테니.”하지만 강여는 여전히 불안했다.“하지만 그 검법을 배우고 나니 손해인 기분이 듭니다.”“연습할 때부터 검법이 이상하게 애틋했지만, 위력도 막강해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류행풍에게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차강남이 저더러 이한도 섬 주인의 부인이 되라고 한다면, 무공을 폐하면 빚진 것도 아닙니다.”낙요는 의아한 듯 말했다.“무공을 폐한다고? 차강남이 그렇게 싫으냐?”“싫은 게 아니고, 함께 하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한도에서 자유를 잃기도 싫고요.”낙요는 웃으며 위로했다.“그래도 무공을 폐할 지경은 아니지.”“걱정하지 말아라, 사부님이 계시니 그 누구도 너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강여는 감동하며 낙요의 어깨에 기댔다.“역시 사부님입니다.”낙요는 강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물었다.“공주로 책봉한다면 불편할 것 같으냐?”강여는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예?”“지금은 나를 만나려면 절차가 복잡하지 않으냐. 누가 막아서면 나를 만나지 못하는 거고.”“공주라는 신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궁을 드나들 수 있고 너를 강제로 궁에 두지도 않을 테니, 밖에 나가서 유람해도 된다.”이 신분이 있다면, 강여를 지킬 수 있었다.차강남이 정녕 강여를 이한도에 남길 생각이었다면, 낙요라는 산부터 넘어야 했다.강여는 잠시 생각하더니 흔쾌히 승낙했다.“사부님의 말을 듣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하자.”곧바로 낙요가 말했다.“얼마 전 낙현책이라는 아이를 입양했다. 우유 대제사장의 제자로 받아들였지.”
손을 번쩍 들자 앞쪽의 검은 안개가 삽시간에 걷히고 달빛이 칠흑 같은 숲속으로 비쳐 들어왔다. 낙요는 걸음을 재촉했다. 낙요가 산에서 낙현책을 찾았을 땐 그는 온몸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커다란 두 바위틈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었다. “현책.” 낙요는 작은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낙현책은 허약하게 눈을 뜨고 말했다. “군주님…….” 그가 살아있는 것을 본 낙요는 황급히 그를 안고 취혼산을 넘어 청봉산에 도착했다. 거긴 나쁜 기운이 강하지 않은 안전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낙요는 의식을 잃은 낙현책을 눕히고 검사해 보니 중상은 아닌데 힘이 빠져서 그런 것 같았다. 상처도 심각하지 않아 목숨은 위태롭지 않았다. 하지만 몸에 나쁜 기운이 많이 들어가 취혼산에 몇 시간 더 머물러 있었다가는 분명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채 옆에 누워있는 낙현책을 본 낙요는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속아 취혼산으로 들어갔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마음이 아파왔다. 당시 낙요는 이미 스승님을 따라 오랫동안 수련해 왔는데도 취혼산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낙현책은 이제야 제사 일가로 들어왔으니 살아남은 것만 해도 기적이었다. 낙요는 낙현책의 상처를 처리하고 그의 체내에 뭉쳐 있던 나쁜 기운을 몰아낸 후 조용히 옆에 앉아서 그가 깨어나기 만을 기다렸다. 현재 취혼산 아래에서 유생은 노기등등해서 취혼산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필천에게 가로막혔다. “미쳤어? 네가 거기에 들어간다고 해도 죽어.” 그러자 유생은 화가 나서 그의 손을 뿌리쳤다. “미친 건 너겠지. 너 이러는 거 낙현책을 보고 죽으라는 거야.” “너 나 대신 그에게 본때를 보여준다고 했지 죽인다고는 하지 않았잖아. 내가 그를 미워하는 건 맞지만 목숨을 앗아갈 정도는 아니야.” 그 말을 들은 필천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후회하기 시작했다. “낙현책…… 괜찮겠지? 취혼산은 제자들을 단련하는 곳인데 정말로 목숨이 위험하겠어?” “그냥 조금 다쳐서 날이 밝은 후 산에
“너 어떻게 취혼산에 들어간 거야?” 낙현책은 넋을 잃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제가 실수로 들어간 겁니다.” “잘 알지도 못하고 군주님께 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낙요는 그가 고의로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낙요는 따지지 않았다. “그럼 다음부터는 조심해. 제사 일가에서 무슨 어려움이 있으면 둘째 사부님을 찾아가. 그럼 널 도와줄 거야.” “요즘 너 몸에 상처가 너무 많이 난 것 같아.” 그러자 낙현책은 황급히 말했다. “이건 제 스스로 연습하다 넘어진 거예요. 군주님께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낙현책이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 일을 조금도 말하려 하지 않자 낙요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 길로 내려가면 제사 일가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나도 조정에 가 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 왔었다는 건 아무에게 말하지 말아.” 낙현책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자 낙요는 몸을 돌려 날아갔다. 낙현책은 몸을 일으켜 군주님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다가 산을 내려와 무사히 사제 일가로 돌아갔다. 돌아온 낙현책을 본 제자들은 모두 수군대기 시작했다. 낙현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절뚝거리며 숙소로 돌아가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방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유생이 들어왔다. “낙현책, 너 괜찮아?” 옷을 갈아입던 낙현책과 마주친 유생은 깜짝 놀라 황급히 등을 돌렸다. “나…… 너 옷 갈아입는지 몰랐어.” 말을 마친 유생은 몸을 돌려 방을 나간 후 문을 닫았다. 낙현책은 담담하게 옷을 마저 갈아입고 차가운 눈빛으로 방문을 열었다. 그의 모습을 본 유생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약병을 건넸다. “이거로 상처 치료해.”낙현책은 덤덤하게 유생을 한 눈 보고 약을 받지 않았다.“왜? 내가 널 해칠까 봐 그러는 거야? 사부님이 주신 거라 나도 아끼던 약이야.”유생도 이번엔 좀 지나쳤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도 취혼산은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그나
방 안의 몇몇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벌떡 일어났다. “당신 누구야?” 강여는 냉소하며 말했다. “고작 저급한 부적을 쓸 줄 안다고 사람을 괴롭혀? 악령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나 있어?” 그러자 방 안의 몇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의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여가 손을 흔들자 강렬한 살기와 함께 안개가 감돌더니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귓가에 처량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 안의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귀를 막았다. 왜냐하면 이 기운이 그 사람들에겐 너무 억압적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방 안의 사람들은 검은 안개에 휩쓸려 나갔다. 그들은 공중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빠르게 떨어지고 지상에 다다를 때쯤이면 다시 공중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누군가에게 의해 끊임없이 하늘로 던져지는 것 같아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들의 비명소리에 많은 제자들이 나왔는데 다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최혼산 밖에서 처음으로 이런 악령을 보는 것인데 그것도 통제받는 악력이었다. “저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누구야? 예전에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러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알아채고 말했다. “군주님께서 대제사장이었을 때 이 여인은 군주님의 제자였어. 그리고 지금은 운서공주지.” 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눈앞의 여인이 왜 감히 사제 일가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자 백엽은 심지어 놀라서 기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육소월이 달려와 눈앞의 광경에 황급히 손을 쓰려다 강여를 보고 즉시 손을 거두었다.그녀는 황급히 다가가 말했다.“공주 전하, 저들이 무엇 때문에 전하의 미움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용서해 주세요.”강여는 팔짱을 끼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왔을 때 쟤들이 마침 낙현책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더군. 그리고 하마터면 낙현책을 죽게 할 뻔했다고 하던데 모두 당신 제자 아니야? 당신이
‘사부님은 낙현책이 권법만 조금 배웠다고 했는데 이건 분명 권법만 할 줄 아는 실력이 아니야. 깊이 숨겨져 있거나 아니면 이 짧은 며칠 사이에 새로운 공법을 배운 거야.’ 낙현책은 실력이 딸려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그러자 강여도 손을 멈췄다. “너 이놈, 무공 괜찮은데. 역시 사부님이 널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어.” “이제부터 내가 네 누나야. 누나라고 하면 앞으로 내가 널 보호해 줄 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복에 낙현책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누나.” 그러자 강여는 기뻐하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래, 내가 너 주려고 맛있는 거 가져왔어.” 말을 마친 후 강여가 뒤에 있는 궁녀를 향해 손짓하자 궁녀는 얼른 상자를 들고 왔다. 두 사람은 낙현책의 마당으로 갔다. 강여는 음식을 테이블에 놓고 술을 두 잔 따랐다. “난 어제 돌아왔어. 원래는 사부님이 식사 자리를 마련해 우리를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네가 어젯밤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취소되었어.” “제사 일가엔 모두 너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라 군주님께서 직접 나서서 처리하기가 좀 그래. 그러면 애들과 따지는 꼴이 되니까.” “하지만 네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눈뜨고 볼 수가 없어서 나보고 오라고 한 거야.” “사부님이 바쁘니까 식사는 우리끼리 하자.” “이 빙상주는 내가 특별히 이한도에서 가져온 거야.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조차 없는 술이니 한번 마셔볼래?” 그러자 낙현책은 기뻐하며 술잔을 들고 마셨다. “맛있어?”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맛있어요. 고마워요, 누나.” “맛있으면 한잔 더 받아.”강여는 인색하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낙현책이 말했다. “이한도에서 가져온 소중한 술이니 군주님께 드리는 건 어때요?” 그러자 강여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군주님한테 아주 많아. 나도 이번에 한 상자 가져왔는데 친구가 많아 여기저기 나눠주다 보니 한 주전자밖에 남지 않은 거야.” “앞으로 네가 밖으로 나가 경험을 쌓게 된다면 내가 널
강여는 편지를 다 읽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낙요도 편지를 받아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랬잖아. 차강남은 정인군자라서 널 함정에 빠뜨리지 않을 거라고. 거 봐, 네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거네.” 강여는 턱을 괴고 천천히 차를 따랐다. “내가 오해했네요.” 낙요는 책을 내려놓고 몸을 꼿꼿이 세우고 물었다. “그래서 이한도에 다시 갈 거야?” “안 가요. 일부러 돌아온 건데 당연히 사부님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야죠.” “요즘 도성에도 변화가 크니 재밌게 놀 수 있을 거예요.” 낙요도 기뻤다. 여제로 된 이후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태도가 많이 변해서 그녀는 강여가 돌아오지 않은 것도 이 일 때문에 신분에 장벽이 쌓여 예전처럼 친하게 지낼 수 없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강여가 남겠다고 하니 예전에 걱정했던 의심도 모두 사라졌다. 낙요도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외롭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외로움이 싫었다. “궁에 머물고 싶지 않다면 궁 밖에서 저택을 골라서 지내도록 해.” 강여는 놀라서 낙요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저택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공주만이 받을 수 있는 대우였다. 강여는 앞으로 다가가 낙요에게 기대고 말했다. “사부님,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는 거 아니에요?” 운서 공주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사제 일가의 모든 제자들은 낙현책만 보면 모두 깍듯이 행동하고 더 이상 함부로 하지 못했다. 오직 유생만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얼굴에 드러내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낙현책, 공주가 널 예뻐한다고 대제사장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 “비록 지금은 내 무공이 너보다 못하지만 내 부술은 너보다 훨씬 뛰어나거든. 그러니 무공도 언젠가는 널 이기고 말 거야.”낙현책은 유생의 그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냉담한 태도로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생은 매번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마치 팔을 힘껏 휘둘러 솜을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