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마을로 가는 길에 말이다.마을은 매우 평범했다.나무를 그늘삼아 쉬고 있는 사내, 길가에서 떠들며 노는 아이들 그리고 모여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보기에는 그저 별다른 것 없는 마을이었다.이건 두 사람이 들은 정보와 아예 달랐다.그러나 두 사람이 소 씨 아주머니 따라 마을의 곳곳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둘을 쳐다보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려 매우 불편했다.소 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해명했다.“우리 여기는 길이 험해 외부인이 매우 드물지요. 두 분은 기품도 뛰어나니 저도 모르게 쳐다보는 겁니다.”“산에 사는 사람들이라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두 순박하고 착합니다.”“있고 싶은 만큼 편히 머물다 가십시오.”낙요와 부진환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소 씨 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너무 격하게 환영하는 모습이었다.이런 모습을 보니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았다.역시나 이 마을은 평범한 마을이 아니었다.곧바로 촌장댁에 도착했다.촌장의 거처는 다른 마을 주민과 분리해 놓은 것 같았다.그리고 촌장의 집은 돌집이 아닌 기와집 정원이라 마을에서 유일한 큰 정원이었다.소 씨 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촌장에게 소개해 주었다.그러나 나이 든 촌장은 두 사람을 훑어본 후 안색이 굳었다.“산에 약초를 따다 길을 잃었다고? 어디 사람인가? 이 산에 발을 들이는 사람은 극히 드문데, 누가 약초를 여기 와서 따나?”낙요가 설명했다.“저희는 제월 산장의 제자들입니다. 혹시 들어보셨는지요?”“제월 산장은 세간의 보기 드문 약재만 찾아다닙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만 찾아다니지요.”“하여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산에 마을이 있는 건 몰랐습니다. 며칠간 머물 수 있다면 더욱 좋고요.”“돈도 내겠습니다.”말을 마친 낙요는 돈주머니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촌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무언가를 의심하는 걸까, 걱정하는 걸까.소 씨 아주머니도 두 사람의 편에 섰다.“촌장, 집이 이렇게
두 사람은 대우를 따라 서쪽 끝자락의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에는 네 칸의 방이 있었고 두 사람은 잠시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다.대우가 떠난 후 부진환은 정원과 방을 살피고 난 뒤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 마을에 문제가 있소."낙요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다소 이상하오.""소 씨 아주머니가 너무 열정적이었소."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사악은 기운은 느껴졌소?"낙요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느끼지 못했소.""마을에서 걸어오며 줄곧 느끼지 못했소.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소. 이 마을에 무슨 비밀이 있는지 모르겠소."부진환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오.""우리가 남아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마을 촌장도 이상하오. 무슨 이유인지 기회를 봐서 알아봐야겠소."낙요가 답했다."오늘 저녁 조사하오.""좋소."두 사람은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리다 대우가 음식을 갖고 오자 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조금 먹었다.밤이 되자 두 사람은 밖으로 나서 한 번 조사하려 했다.앞 정원까지 걸어가자 마침 촌장의 총총거리는 뒷모습을 보았고, 두 사람은 빠르게 그를 따라가려 했다.그러나 갑자기 애절한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낙요는 멈칫했고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왜 그러시오?"부진환이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낙요가 답했다."울음소리를 들었소?"부진환은 깜짝 놀라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못 들었소.""따로 행동해야겠소. 당신은 촌장을 따라가시오. 난 저쪽으로 가볼 테니.""조심하시오!"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당신도 조심하시오!"이내 두 사람은 갈라졌고 낙요는 정원의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향했다.촌장의 정원은 비록 크지만, 하인이 많지 않았다. 여지껏 낙요는 대우만 만났다.그녀는 순조롭게 정원 뒷문까지 도착하여 문을 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문밖은 울창한 숲이었다.밤바람이 솔솔 불어와 나뭇잎이 바스락 소리를 내고 있었다.낙요는 걸음을
손완의 말투는 초조해 보였다.하지만 또 무기력함이 배어있었다.낙요는 조금 의아했다."낙운이라고 합니다. 데리고 나가는 것을 시도해 볼 테니 따라오십시오.""예."손완은 약간의 기대를 안고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하지만 길을 잃은 지 오래되어 다리가 아파 천천히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괜찮습니다. 나도 피곤하던 터라 천천히 걸어갑시다."낙요는 아직 미진의 중앙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가려면 미진 중앙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그리고 이곳이 어딘지, 왜 이런 미진을 해놓은 것인지 알아야 한다.두 사람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고 수많은 난석을 에돌았다. 갑자기 앞 바닥에 시체 한 구가 나타났다.손완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낙요의 뒤로 숨어들었다.그녀는 공포에 질려있었다."어찌 이곳에 시체도 있단 말입니까?"낙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있는 그 시체를 바라보았다.그러다 저도 모르게 손을 꽉 움켜쥐었다.시체의 옷차림은 손완이 입은 옷과 동일했다."보고 오겠습니다."낙요는 앞으로 걸어가 쪼그리고 앉아 시체를 뒤집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헤쳤다.손완의 창백한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옷차림은 단정하지 않았고 목과 팔은 멍투성이에 상처가 가득했다.더 참혹한 것은 양다리의 무릎 아래 단이 잘렸다는 것이다.시체가 불완전하다.시체의 주변에서 절단된 다리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후 이곳에 시체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시체의 부패 정도로 보아 죽은 지 며칠 되지 않아 보였다.한창 사색에 잠겨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손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낙요 아가씨, 계속 갑시다.""밤중에 너무 무섭지 않습니까?"낙요는 그 소리를 듣고 안색이 변했고 다급히 시체의 얼굴을 가리려 했다.그러나 손완은 보았다.그녀는 순간 공포에 질린 얼굴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누구입니까?""대체 왜... 나와 똑같이 생겼단 말입니까?""누구닙까!"손완은 계속 뒤로 물러서며 충격에 빠진 채 시체를 쳐다보았다.
손완은 수일 동안 갇혀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고, 그녀는 매일 밤 방법을 생각해 도망가려 했다.연달아 세 번을 잡힌 후 발을 잘려 이곳에 버려졌다.낙요는 눈을 떴고 화가 머리 위로 치솟아 올랐다."데리고 나갈 테니 복수합시다!"말을 마친 뒤 낙요는 부적 한 장을 꺼내 약병에 붙여 손완을 약병에 넣었다.약병을 챙기고 그녀는 계속 앞으로 가 떠날 길을 찾았다.미진 중앙에 도착하자 곳곳에 시체가 널려있는 것을 발견했다.음살의 기운이 가득 모여 미진에 의해 진압되었다.관찰하니 오래된 시체는 백골만 남았으며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는 완전히 썩지도 않았다.하지만 완전한 시체를 보았을 때 죽은 자들은 전부 여자였다.이곳은 대체 얼마나 무서운 마을인 건가!낙요는 출로를 찾아 밖으로 걸어갔다.그러나 갑자기 앞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걸음을 멈춘 뒤 이내 소 씨 아주머니를 보았다.소 씨 아주머니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란 듯해 보였다."아가씨, 왜 여기 있소?""무심결에 여기까지와 길을 잃었지 뭡니까?"낙요가 답했다.그 말을 듣고 소 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했다."그렇소?""촌장도 참, 석림을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도 하지 않은 것이오? 들어오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소.""게다가 마을 사람도 아니니, 분명 길을 잃을 수밖에 없소.""혼자 오신 거요?"소 씨 아주머니가 말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낙요가 답했다."예.""저를 데리고 나갈 수 있겠습니까?"소 씨 아주머니는 바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물론이오. 갑시다, 데리고 나갈 테니.""소 씨 아주머니, 이 늦은 밤에 이곳은 어쩐 일입니까?"낙요는 궁금한 듯 물었다.소 씨 아주머니는 멈칫하다 웃으며 말했다."사람을 찾으러 왔소. 동생이 다툼하고 화를 낸 뒤늦은 밤에 뛰쳐나갔소.""석림으로 뛰어들어 길이라도 잃으면 큰일이니 무서워 찾아왔소. 마침 이렇게 아가씨를 볼 줄이야."그 말을 듣고 낙요는 생각에 빠졌다. 설마 소 씨 아주머니 집안
말을 마치고 그녀는 또 낙요에게 사과했다."아가씨,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게. 산속 사람이라 배운 게 없으니, 평소에 이렇게 욕을 자주 하네."낙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이해를 표시했다.밖에 있는 부자는 그 말을 듣고 얼른 표정을 거두고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들어와 낙요에게 인사를 했다."오늘 마을에 손님 두 분이 오셨다 들었소. 이렇게 빨리 우리 집에 올 줄은 몰랐네."남자는 피부가 거무스름하고 건장했다.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고 어수룩해 보였지만 눈빛에는 총명함이 흘러나왔다.몇 마디 말하는 동안 낙요의 온몸을 훑어보았다.낙요는 굉장히 불편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소 씨 아주머니의 아들도 갑자기 정성스럽게 과일을 가져와 낙요의 옆에 앉았다."아가씨, 나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데 시집은 갔소?""약초를 캐러 왔다고 들었는데, 무슨 약을 캐려는 것이오? 산에서 나고 자랐으니, 자네들보다 산길을 잘 아오. 자네들을 데리고 약초를 캐러 갈 수 있소."낙요는 사양했다."괜찮습니다. 저희가 가려는 곳은 절벽이라 아주 위험하니 신세 지지 않겠습니다.""절벽? 참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는구먼."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예. 우리 산장에서 약초를 캐러 나온 사람들은 절벽에서 자주 변고를 당합니다.""하지만 성공한다면 세상에 보기 드문 보물을 찾을 수 있으니 한 번 모험하는 것도 가치가 있습니다."이 말을 듣고 세 식구는 몰래 눈빛을 교환했다.낙요는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차를 마시는척했다.이 찻물에 무언가가 들어있는 게 분명하다.그녀는 마시지 않았다."아가씨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참 대단하구먼!"그들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다 낙요는 졸려왔다."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야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하지만 일어나는 순간 비틀거렸고 소 씨 아주머니가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아가씨, 피곤한가 보오. 우리 집에서 좀 쉬는 게 어떻소?""어차피 집에 방도 많소."낙요는 다소 난처했다."폐
숲에는 나무가 우거지고 달빛이 밝지 않아 어둑했다.촌장은 한 처녀를 데리고 황급히 산에서 내려갔다. 도중에 여러 번 넘어졌고 후방에는 끊임없이 불빛이 밝아와 두 사람을 더욱 긴박하게 만들었다.부진환은 줄곧 이곳까지 따라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촌민들이 사람을 잡고 있음을 쉬이 알 수 있었다.바로 촌장이 데려간 저 아가씨였다.촌장은 또 비탈길에서 넘어진 후 일어나기 어려워 그 아가씨를 밀며 다급히 말했다."어서 가거라!""이 길로 내려갈 수 있으니, 어서 혼자 가거라!""만약 잡힌다면 목숨을 잃을 것이다!"아가씨는 옷차림이 남루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산 위를 힐긋 보더니 이를 악물고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이 산만 떠나면 그녀는 살 수 있다.그러나 이 길은 아주 험했다.달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산비탈을 굴러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부진환은 민첩하게 소리를 듣고 훌쩍 뛰어가 사람을 구했다.바닥에 넘어진 촌장은 깜짝 놀랐다.나무 기둥을 짚고 간신히 일어나 어둠 속을 바라보며 천천히 산에서 내려왔다.아가씨는 산비탈 아래로 굴러가다 하마터면 큰 돌에 머리를 부딪힐 뻔했지만 부진환이 제때 구해주었다.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몸을 일으켰고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정신을 차린 후 그녀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그녀를 잡으러 온 마을 사람으로 착각한듯했다."죽더라도 다시는 당신들에게 잡혀가지 않을 것입니다!"아가씨는 바닥에서 돌 하나를 주워 눈을 꼭 감은 채 자기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부진환은 돌을 빼앗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잡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나는 석림촌 사람이 아닙니다."이 말을 듣고 아가씨는 멍해졌다."정말입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위에서 또 한 사람이 굴러떨어졌다.바로 촌장이었다.부진환은 제때 손을 써 그를 구해냈다.촌장은 바닥에 앉아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정말 고맙네."촌장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구한 사람을
"대체 무슨 마을입니까?"촌장은 한숨을 쉬었다."이 아가씨 말이 맞네.""옆에 있던 그 아가씨는 어디 있는가?""하산하라 했건만 왜 굳이 남은 건가?"부진환은 낙요가 아직 산에 있다는 것이 갑자기 떠올라 긴장감이 감돌았다.그는 촌장의 옷깃을 덥석 잡아당기고 말했다."나와 동행한 아가씨는 당신 집에서 지내고 있으니 마을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진 않겠지요?"촌장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내가 있다면 제압할 수 있을 테지만, 내가 없으니 장담할 수 없네...""당신!""어서 산으로 갑시다!"부진환은 촌장을 붙잡고 그를 산으로 데려가려 했다.옆에 있던 아가씨는 다급히 그들을 따라가 입을 열었다."저는..."부진환은 멈칫하다 이내 그녀에게 방향을 가리켰다."이 길을 따라가면 숲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부근 역전에 관청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그들을 찾으면 안전할 것입니다."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마음속의 공포를 억지로 참으며 부진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부진환은 촌장을 붙잡고 경공으로 산을 올랐다.촌장이 궁금한 듯 물었다."관청 사람이 산 밖에 있소? 당신 관청 사람이오?"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산에 오르자, 마을이 유난히 고요한 것을 발견하였다. 방금까지도 횃불을 들고 사람을 찾던 마을 사람들은 단번에 사라졌다.집집이 문을 굳게 닫고 불도 켜지 않았다.길에 놓인 촛불도 흔들거리며 깜박거렸다.왠지 마을에 안개가 자욱한 것 같았다.부진환이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촌장이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녀가 왔네, 그녀가 왔어!""숨어, 빨리 숨게나!"촌장은 황급히 부진환을 잡아당겨 난석 뒤에 쪼그리고 앉아 숨었다.부진환은 여전히 낙요가 걱정되어 좀처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일어나려는 순간 촌장이 다시 그를 잡아당겼다."왔네."겁에 질린 촌장의 목소리와 함께 안갯속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그들은 상복을 입고 있었고 크고 붉은 꽃가마를 들고 천천히 걸
낙요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자는 척했다.그녀는 강렬한 음살의 기운이 방 안으로 들어와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침대 밑의 부자는 이미 겁에 질려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피로 물든 꽃신 한 켤레가 천천히 그들의 방향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고 침대 옆에 멈추었다.그들은 모두 침대 위의 여자를 잡을 것이라 요행을 바라고 있었고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낙요도 음산한 기운이 뺨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침대 밑의 부자는 숨도 쉬지 않고 단단히 입을 막고 있었다.드디어 꽃신이 발을 돌려 나갔고 곧 문 앞에 다다랐다.두 사람은 참다못해 잠시 숨을 돌렸다.곧이어 그 꽃신은 방향을 틀어 다시 돌아왔고, 창백한 얼굴이 갑자기 침대 밑으로 확 젖혀져 그들 부자를 보고 있었다."아!"비명이 울려 퍼졌다."하하하... 또 신방 침대 밑에 숨어서 소란이냐?"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갑자기 찬바람이 휘몰아치더니 그 부자를 휘감아 데려갔다.방문은 펑 하고 닫혔고 비명과 바람 소리 모두 순식간에 사라졌다.낙요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바로 문밖으로 쫓아갔지만 이미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안개가 걷히고서야 온 사람이 부진환이라는 것을 자세히 보았다.낙요는 빠르게 걸어갔다.부진환은 긴장한 듯 그녀를 안고 말했다."괜찮소?"낙요가 고개를 저었다."괜찮소?""난 괜찮소. 꽃가마가 이 근처에 오는 것을 보고 왔는데, 여긴 웬일이오? 촌장 댁에 있는 것 아니오?"그는 촌장 집에 가서 그녀를 찾으려 했으나 이곳은 촌장 집에 갈 때 꼭 거쳐야 할 길이었다. 게다가 꽃가마가 이곳을 가로막고 있어 그는 숨어서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말하자면 복잡하오. 소 씨 아주머니 댁 부자가 방금 그 여자 귀신에게 잡혀갔소.""쫓아가 봐야겠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함께 가겠소."두 사람은 앞으로 쫓아갔고 길에서 마침 촌장을 만났다.촌장은 다급히 그들을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