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묘묘는 황제에게 사죄하러 가지 않았다. 황후의 궁침을 떠난 그녀는 그 길로 궁을 나섰다.그렇게 장군부에 돌아온 그녀는 계속해서 침서를 돌봤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궁에서 또 사람이 들이닥쳤다.하지만 그들을 찾은 것은 황후가 아닌 환관이었다.고묘묘는 서민으로 폄하되었고 더 이상 공주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고묘묘는 자리에 얼어붙었다.황후는 진짜 그녀를 포기하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그녀는 이제 자유의 몸이다.그들이 떠나고 고묘묘는 침서의 곁으로 와 앉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그녀는 그의 몸에 기대며 말했다.“나에겐 이젠 당신밖에 없습니다.”“그러니 잘 대해주셔야 합니다?”침서는 입꼬리를 식- 올리며 대답했다.“알았다.”차가운 그의 손이 고묘묘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나를 위해 헌신한 모든 것들을 충분히 느꼈다.”“너에게 잘할 거다.”고묘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그러나 침서의 눈빛은 조금 차가웠다.-고묘묘의 소식은 대제사에도 퍼졌다.하지만 낙요는 조금도 놀라워하지 않았다.그들 몇몇은 화로에 에둘러 앉아 티 타임을 즐기고 있었다.부진환이 입을 열었다.“전부 자초한 일인데 누굴 탓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침서와 사랑에 빠졌으니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거지요. 이것이 바로 인과응보이죠.”“악착같이 침서의 무릎을 꿇게 하려고 애를 쓰지만 정작 차갑고 냉정한 침서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함정이죠. 처음부터 그녀에겐 이길 심산이 없는 관계였습니다.”낙요는 천천히 차를 마셨다.그리고는 말을 이었다.“침서가 고묘묘를 상대하고 있는 틈을 타서 우리도 봉시를 도와 박씨 가문을 일으킵시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날도 좋으니 지금 출발한다면 도착할 때쯤 눈도 이미 녹아있겠군요.”생각에 잠기던 낙요는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좋아요. 그럼 우리 짐들을 챙기고 내일 출발하기로 합시다.”그런데 저녁 무렵 백서가 찾아왔다.“대제사, 낙정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내면의 분노를 억누르며 낙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나에게 죽음과 바꾸고 싶은 비밀이 있다.”낙요가 눈썹을 치켜세웠다.“무슨 비밀인지 먼저 말해봐라. 만약 쓸모없는 것이라면 교환하지 않겠다.”낙정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황후에 관한 것이다.”“황후는 천궁도와 관계가 있다.”“넌 지금 황후를 끌어내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비밀이 밝혀지면 너는 아주 쉽게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다.”“다만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기 전에 독약을 줘야 한다.”낙요는 조금 놀란 듯했다.하지만 쉽게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이 교활한 여자는 독약을 얻는다 해도 자세한 내용을 들려주지 않을 것이다.“내가 먼저 황후와 천궁도가 실제로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들어줄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물론 그 외의 비밀로 더 평안한 며칠을 지내면서 골 나사를 먹는 고통은 피할 수 있다.”말을 마친 낙요는 자리를 떠났다.흥분한 낙정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날 믿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낙요!”그녀는 쇠사슬을 잡아당기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지만, 그 밀실에서 더 이상 낙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침실로 돌아왔다.비밀 문이 닫힌 후에는 지하의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백서가 물었다.“골 나사를 계속 사용하시겠습니까?”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평소대로.”“내가 새 처방을 내릴 테니 전에 먹던 약을 바꾸게.”낙요는 새 처방전을 써서 백서에게 건넸다.백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귀한 약초를 이렇게 많이 쓰면 너무 낭비이지 않습니까?”낙요가 웃었다.“아니다.”“그녀가 살아있고 지하에 갇혀 있는 한 모든 것이 가치 있다.”부진환을 그렇게 비참하게 만든 낙정이 쉽게 죽으면 안 된다. 아직 죄에 비례하는 고통을 받지도 못했으니 죽어선 안 된다.“알겠습니다.”낙요는 주락을 불렀고 먼저 흑사로 향하라고 했다.“흑사에 도착하면 현상금을 붙이오. 천궁도에 대한 정보를 제고하기만 하면 단서에 따라 보상해 주오.”주락
멈칫하던 서진한은 급히 무릎을 꿇었다.“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모두 황후의 보살핌 덕분입니다.”황후는 나긋한 말투로 물었다.“내가 자네를 믿어도 되겠는가?”서진한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황후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을 겁니다.”황후는 다시 입을 열었다.“난 자네에게 더 높은 자리와 권력을 줄 수 있다네.”“날 위해 일해 준다면 말일세.”서진한은 즉시 대답했다.“맡겨만 주십시오!”황후는 한 장의 지도를 내밀었다.“여기가 약을 정제하는 곳이네. 여기를 쓸어버리면 큰 공을 세운 것이네.”“그런 다음 침서의 병군을 빼앗게.”고묘묘는 침서 때문에 어머니인 황후에게 독을 탔다.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그녀의 지위는 위태로울 것이고 딸도 잃을 판이다.서진한을 밀어주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팔을 잘라 늑대에게 올가미를 씌울 수밖에 없었다.지도를 집어 든 서진한은 눈을 반짝였다.“네!”황후는 서진한에게 또 한 장의 서신을 건넸다.“조용히 동수산에 가게. 거기에는 산적들이 진을 치고 있다네.”“그들이 서신을 본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것이네.”“그때 침서를 끌어들여.”“그렇게 해야만 자네가 몸을 뺄 수 있네.”깜짝 놀란 서진한이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명을 받들었다.“알겠습니다! 즉시 그렇게 하겠습니다.”서진한이 떠난 후 황후는 천천히 일어나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소의를 입은 그녀, 산발이 된 머리에 흰머리가 더욱 눈에 띄었다.초췌한 얼굴이지만 눈빛의 무자비함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성을 떠난 지 5일. 요 며칠은 맑은 날씨였다. 비록 여전히 추웠지만 햇빛이 비치면 매우 힐링하는 느낌이었다.이날, 마차는 빽빽한 숲 한가운데의 도로를 통과하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여자의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이 들렸다.길옆에는 고장 난 마차가 있었고 칼자국으로 뒤덮여있었다.계진이 마차 문을 열고 말했다.“앞에 산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한번 살펴볼까요?”“가서 확인합시다.”낙요와 부진환은 곧바로 마차
이자들이 이곳에 나타난 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이때 송천초와 초경이 뒤쪽에 있던 볼품없던 마차 안에서 끌고 나온 사내를 업고 다가왔다.“아직 살아 있으니 지금 당장 성으로 가서 치료해야 합니다.”그렇게 그들은 이내 마차에 올라타서 출발하여 경안성에 도착했다.송천초 등 사람들은 우선 여인의 오라버니를 의관에 보내 치료를 받게 했고 낙요는 여인을 데리고 관청으로 가서 신고했다.그리고 근처에 산적이 출몰한 적은 없는지 물었다.현아 대인은 깜짝 놀랐다.“여기 근처에 산적이 출몰했다고요? 이곳은 지난 십여 년간 산적이 출몰한 적이 없습니다.”낙요가 신분을 밝히지 않았더라면 그는 그들이 자신을 농락하는 거라고 의심했을 것이다.낙요가 말했다.“그 산적들의 시체는 숲 안의 길에 있으니 사람을 시켜 옮겨오시오.”“당분간 순찰과 방어를 강화해야 할 것이오. 성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잘 살펴봐야 하오. 절대 미심쩍은 사람이 들어오게 해서는 아니 되오.”“그리고 얼른 경도에 이 사실을 알리고, 그들에게 사람을 시켜 산적들을 섬멸해야 한다고 하시오.”“그들은 동구산의 산적들이었소.”현아 대인은 황급히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시지요, 대제사장님. 제가 지금 당장 처리하겠습니다.”그 뒤로 그들 일행은 당분간 성안에 남기로 했고 내친김에 식량과 물을 보충했다.-저녁, 방안.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탁자 앞에 앉아있었다.낙요가 지도를 꺼내서 보았다.“동구산은 우리와 길이 겹치지 않습니다. 에돌아간다면 아마 며칠 시간이 더 걸릴 것입니다.”부진환이 말했다.“먼저 점을 쳐보겠느냐? 조정에서 사람을 시켜 그들을 섬멸한다면 우리가 갈 필요는 없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낙요는 나침반을 꺼낸 뒤 지도 위 동구산을 대조하며 점을 쳤다.그 순간, 낙요는 일월경을 통해 온 산이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았다.큰 불길 속에서 바닥에 즐비하게 널브러진 산적들의 시체가 보였다.낙요는 정신을 차린 뒤 나침반을 거두어들였다.“동구
장군 저택으로 돌아온 뒤 침서는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고묘묘가 그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침서, 외출하시려는 겁니까?”“입궁해서 뭘 하셨습니까?”침서는 덤덤히 대답했다.“산적을 섬멸하러 간다.”그 말에 고묘묘가 황급히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절 데려가십시오. 저도 갈 겁니다!”침서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너무 위험하다.”침서가 자신을 걱정하자 고묘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아직 상처도 다 낫지 않으셨으니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서로 돌봐주면 좋지 않습니까?”침서는 결국 승낙했다.“그래.”“출발하자.”고묘묘는 미처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이것은 침서가 처음으로 그녀와 함께 외출하는 것이었다. 비록 산적을 섬멸하러 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기뻤다.그렇게 그들 일행은 곧바로 성을 떠났다.침서가 산적을 섬멸하러 떠나자마자 서진한이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황후는 침궁에서 끊임없이 기침했다. 시간을 보니 그들이 출발했을 것 같았다.이번에는 반드시 침서를 무너뜨려야 했다.-날씨는 화창하고 산들바람이 부는 날이었다.마차 몇 대가 천천히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그들은 나온 지 이미 며칠째였는데 매일 관찰하면서 따라오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마차는 오솔길로 들어갔고 이내 속도를 높여 운락산맥으로 향했다.그것은 산을 오르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그렇게 또 3일이 지났고 그들은 운락산맥 아래에 도착했다.그곳은 아주 편벽했다. 비록 길이 있긴 했지만 겨울이라 눈이 많이 쌓여서 길이 막힌 탓에 그곳에 온 사람은 없는 듯했다.길 위의 눈은 이미 녹았다.그들은 근처에서 농가를 하나 찾았고 마차를 농가의 마당에 놓았다.그리고 말의 먹이를 주는 것을 대가로 그들에게 돈을 주었다.그 뒤로 그들은 식량을 챙겨서 산을 올랐다.농가에서는 특별히 그들을 위해 길을 짚어주었다. 그것은 산을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그렇게 하루 동안 올라가서 겨우 산꼭대기에 도착했다.산꼭대기에 도착하니 시야가 확 트였다. 앞
그들은 주변을 검사해 봤다. 바닥에 있는 흔적을 보니 다들 무공을 할 줄 아는 것 같았다.게다가 몸에 무기도 많이 지닌 듯했다.그 근처의 나무에 흔적이 가득했다.“아직 그들이 뭘 하러 온 건지 알 수 없으니 다들 조심하시지요.”그들은 계속해 걸음을 옮겼다.가는 길에도 주둔한 흔적이 보였다.결국 낙요가 걱정한 일이 발생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그들과 같은 방향인 듯했다.봉시가 발견하고 한숨을 쉬었다.“박씨 일가는 무너진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박씨 일가의 보물을 탐내서 산에 오르오.”“그들은 아마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산에 올랐을 것이오. 심지어 수가 적지 않지. 아마 단단히 준비하고 왔을 것이오.”계속해 앞으로 걸어가자 바닥에 즐비한 시체가 보였다. 바닥에 온통 치열한 전투를 한 흔적이 남아있었다.낙요 일행은 허리를 숙이고 흔적을 살폈다.죽은 자들의 몸에는 재물만 있고 식량을 넣어두었던 호주머니는 전부 텅텅 비었다. 쏟아보아도 부스러기만 나왔고 물병은 하나도 없었다.“앞으로의 길에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는 모양입니다. 다들 자기 식량을 잘 챙기세요.”안전을 위해 그들은 식량을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일부는 주락이, 일부는 봉시가, 나머지는 부진환이 챙겼다.혹시나 누군가 그들을 습격하여 빼앗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고, 지금 지닌 식량들로 많은 이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버텨야 했다.조금이라도 잃을 수 없었다.날이 어두울 때쯤, 낙요는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나뭇가지가 움직이는 소리였다.그러나 그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모닥불 더미가 보였다.아마 다른 이들이 앞부분을 전부 차지했을 것이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었다.부진환이 말했다.“괜찮다. 어차피 언젠가는 마주쳤을 테니 말이다.”그들은 결국 모닥불 더미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며 그들을 훑어봤다.“사람들이 또 있네.”선두
고창은 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겼다.계진과 주락은 불을 피워 몸을 따뜻이 녹였고 그들 일행은 함께 둘러앉았다.낙요는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낙요가 말했다.“오늘 밤에는 돌아가면서 쉽시다. 제게 정신을 차리게 하는 알약이 있는데 다들 일단 드세요.”낙요가 사람들에게 알약을 나눠주었다.초경은 나른하게 기지개를 켰다.“제가 있는데 뭘 두려워합니까? 오히려 저자들이 두려워해야지요.”“다들 자세요. 제가 지킬 테니.”초경은 그동안 그들과 함께 지냈다. 낙요마저 그를 잠깐이지만 인간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제야 초경이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송천초는 웃었다.“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전 먼저 쉬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무릎을 끌어안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잠을 잤다.그런데 초경이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겨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기대어서 자면 훨씬 편할 것이다.”봉시도 시완을 끌어안았다.“너도 쉬거라.”시완은 고개를 끄덕였다.부진환은 주둔지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 차림새만 보아도 한편은 아닌 듯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낙요를 바라보았다. 그는 낙요에게 먼저 쉬라고 할 생각이었으나 낙요는 몰래 그들을 관찰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마음이라도 통한 듯이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다른 사람들은 모닥불 옆에서 잠이 들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사내 두 명이 일어나서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두 사람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그저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계진의 곁을 지나칠 때 그들은 갑자기 넘어지는 척했다.마치 계진이 그들에게 발을 걸기라도 한 듯, 그들은 계진을 퍽 걷어찼다.“눈이 어디에 달린 것이오?”계진은 화들짝 놀라서 잠에서 깼다.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부진환이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을 말렸다.“뭐 하는 짓이오?”한 사내가 조금 전 넘어진 사내를 부축하며 말했다.“당신의 사람이 내 형제에게 발을 걸었소. 다리를 다쳤으니 배상을 해야
안개가 천천히 흩어졌다.모닥불 더미 옆으로 시체가 즐비했다.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가장 경악스러웠던 건, 낙요 일행은 몸에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들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오늘 밤의 전투로 다른 세력들은 낙요 일행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감히 그들을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곧이어 낙요 일행은 자리를 바꿔 시체들을 피했다.그들은 다시 불을 피우고 휴식했다.주변 사람들은 조용히 바라볼 뿐, 감히 다가가서 말을 걸지는 못했다.그 뒤로 그날 밤은 아주 평온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낙요는 두 시진을 잤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누군가 어젯밤 죽은 시체들을 처리하고 있었다.그들은 시체들의 몸을 뒤척이며 그들이 가진 무기를 전부 챙겼다.모든 사람이 곧 출발했다.낙요 일행은 식량을 꺼내 조금 먹었는데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감히 빼앗으려 드는 사람은 없었다.이때 고창이 다가와 부진환에게 말을 걸었다.“조용승, 자네들은 어디서 왔소?”부진환이 차갑게 대답했다.“그건 왜 묻는 것이오?”“궁금해서 그러지. 어젯밤 자네들의 실력을 우리 모두 보았소. 자네 일행의 여인들이 전부 고수일 줄은 몰랐소. 정말 대단하더군.”부진환은 덤덤히 대꾸했다.“그건 비밀이오.”고창은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얘기하지 않아도 괜찮소. 여기 올 수 있는 자들은 다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니 말이오.”“갑시다. 이제 출발해야 하오.”“잠시 뒤 천수간을 지나칠 때면 쉴 수 없소.”그 말을 들은 부진환은 궁금한 듯 물었다.“왜 쉴 수 없는 것이오?”고창은 조용승이 궁금해하자 기회를 틈타 그와 대화를 나눴다.고창은 걸어가면서 말했다.“이곳은 처음 와봤나 보군. 미리 알아보지 않은 것이오?”“이 천수간은 무시무시한 곳이오. 이 천수간의 물은 마셔서는 아니 되오. 그걸 마시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전부 미쳐버리지. 그래서 이 숲속의 동물들은 전부 죽었소. 가끔가다 한두 마리 정도 보이는데 그걸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