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갑자기 미친 건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소리를 질렀다.“배고파, 배고파!”그는 괴로운 듯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보았다.그의 동료는 그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운 뒤 위로했다.“버티시오. 천수간을 지나면 먹을 것이 있을지도 모르오.”그러나 일으켜 세워진 사내는 여전히 괴로워 보였다.그는 몸을 돌려 고창의 앞으로 달려간 뒤 그의 멱살을 잡았다.“우리의 식량을 돌려주시오!”“돌려주시오!”사내는 화나고 괴로운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낙요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고창이 다른 이들의 식량을 빼앗은 듯했다.어젯밤 그들의 식량을 빼앗았던 사람들을 죽여서 실력을 보여준 탓에 고창이 감히 그들의 식량을 빼앗지 못한 것 같았다.고창은 그 사내를 밀치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으로 그를 겨눴다.“꺼지거라!”“자꾸 귀찮게 굴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매서운 어조를 보니 그들과 대화할 때와는 전혀 달랐다.그러나 사내는 아주 배고파 보였다. 그의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섰고 고창이 장검을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그러고는 고창의 팔을 꽉 깨물었다.고창은 아픈 건지 다른 손으로 검을 들어 사내를 찔렀다.그러나 사내는 여전히 고창의 팔을 물고 있었다. 마치 죽어도 살점을 베어 물겠다는 듯이 죽어라 고창의 팔을 물고 있었다.고창은 화가 나서 검으로 상대를 베고 발로 찼다.다른 사람들도 그를 도우려고 나섰지만 아무도 그 사내를 떼어내지 못했다.사내를 떼어냈을 때 고창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그의 팔에서 살점이 떨어진 것이다.피가 솟구치는 모습이 아주 섬뜩했다.사내가 살점을 입에 물고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수많은 검이 그의 몸을 꿰뚫었다.사내는 죽었다. 입가에는 피가 가득했는데 여전히 살을 물고 있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죽었다.고창은 곧바로 약을 바르고 상처를 싸맨 뒤 고통을 견디며 계속해 걸음을 옮겼다.낙요 일행은 그 시체를 지날 때 멈춰 서서 보았다.낙요는 사내의 눈과
이내 그들은 경공을 써서 나무 위로 올라갔다.초경이 손을 휘두르자 옅은 안개가 생겨 나무 위로 올라간 그들의 모습을 감췄다.예상대로 잠시 뒤, 뒤편에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그들이 가까워진 뒤에야 낙요는 상대방이 낮에 낙오되었던 자들이라는 걸 발견했다.그러나 그들은 정상이 아니었다.다들 두 눈이 검고 눈동자에 검은 연기가 가득했다.그들은 사람들을 에워싸고 덤벼들었다.이내 누군가 습격을 받았다.어두운 밤,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습격을 받아 풀숲으로 끌려들어 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해 보았지만 결국 죽었다.그것도 전부 산 채로 물어뜯겨 죽었다.그들은 사람들을 하나둘 물어 죽였고 계속해 다음 사람을 공격했다.대오의 맨 앞에 서 있던 사람은 걸음을 멈추었고 다들 바짝 경계했다.이내 그들도 싸우기 시작했다.아주 혼란스러운 장면이었고 비명도 끊이질 않았다.낙요도 눈이 벌게진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 그들은 심지어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지 필사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온 힘을 다해 물어뜯었다.고창은 반응이 아주 재빨랐다. 그는 곧바로 크게 외쳤다.“뭘 꾸물거리는 것이오? 빨리 도망치시오!”그렇게 그들은 재빨리 도망쳤다.사람들은 흩어졌다.낙요 일행은 나무 위에 몸을 숨겨 아래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을 때가 돼서야 아래로 내려왔다.바닥에는 시체가 즐비했다.그들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가 물어뜯고 씹어대는 소리를 들었다.누군가 시체 위에 엎드려서 시체를 마구 물어뜯고 있었다. 마치 배고픈 늑대처럼 말이다.고개를 홱 돌린 그는 이내 낙요 일행을 발견하고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러나 주락이 단칼에 그의 목을 찔러버렸고 상대방은 그렇게 바닥에 툭 쓰러졌다.사람들은 시체들을 지나쳐 계속해 천수간으로 향했다.그렇게 오늘 밤 일이 끝날 줄 알았는데 그들이 앞으로 나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전투를 마주했다.어느 두 세력이 싸우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낙요 일행은 당연히 거기에 끼어
같은 시각, 침서는 사람들을 데리고 동구산으로 향했다.싸우는 소리 속에서, 침서는 사람들을 죽이는 와중에 고묘묘를 지켰다.비록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침서는 여전히 두려운 존재였다.그리고 고묘묘는 그런 그를 좋아했다.치열한 전투 후, 산적들은 거의 섬멸되었고 일부만 살려서 잡아두었다.병사들은 살아있는 자들을 전부 한 방에 가두었다.병사들이 침서에게 보고했다.“장군, 사람들은 다 여기 있습니다. 데려가실 겁니까? 아니면 다 죽일까요?”침서는 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죽이거라.”그러나 이때 한 병사가 달려와 말했다.“장군, 작은 산적 무리가 산 아래로 도망쳤습니다.”침서는 방안을 쓱 둘러보았다. 잡힌 이들 중 그들의 우두머리는 없었다.이내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간 뒤 그중 한 명을 잡고 주먹질을 몇 번 한 뒤 캐물었다.“너희들 우두머리가 도망갔지?”“이곳에 산에서 내려가는 다른 길이 있는 것이냐?”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죽어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침서가 명령을 내렸다.“우선 살려두거라.”그는 고개를 돌려 고묘묘를 보았다.“난 그들을 쫓아가야 하니 넌 여기서 이자들을 지켜보거라.”고묘묘는 냉큼 대답했다.“좋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침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산적들을 보다가 그들을 걷어찼다.그런데 그 행동에 그의 허리춤에 있던 비수가 바닥에 떨어졌다.산적 몇 명을 제외하고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렇게 침서는 떠났고 방문을 잠갔다.침서는 고개를 돌려 고묘묘를 바라보았다.“열 명을 남겨주겠다. 충분하지?”고묘묘는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했다.“좋습니다.”“제가 있으니 그들은 도망치지 못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침서는 의미심장하게 방을 바라보다가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그러나 사실 고묘묘에게 남겨준 건 두 명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산 곳곳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침서가 산을 내려가자 고묘묘는 바닥에 앉아 자신을 지키던 침서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녀는 아주 행복했다.그녀는
“침서가 우리 형제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는데 우리는 그의 부인 한 명만 농락하니 우리가 더 손해를 많이 봤지.”말을 마친 뒤 그들은 고묘묘를 둘러메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이 닫히고 주위는 깜깜해졌다.두려움이 밀려오자 고묘묘는 온 힘을 다해 저항했다. 고함도 지르고 화도 내보았다.그러나 옷이 찢기고 피부가 밖으로 드러났다.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의 한기가 느껴졌다.남자들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가득 울려 퍼져서 토할 것 같았다.침서는 사람들을 데리고 도망친 산적 우두머리를 쫓았다. 비록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침서는 활을 들어 쏘았다.화살이 산적 우두머리의 몸에 꽂혀 들어갔고 다른 산적들도 곧 그의 손에 죽었다.“가서 시체를 끌고 오거라. 확인해 봐야겠다.”“살아있는 놈이 있으면 죽이거라.”침서는 그 자리에 서서 사람들이 시체를 끌고 오길 기다렸다.확인해 보니 확실히 산적 우두머리였다.그는 심지어 대량의 재물을 지니고 있었다.침서는 날을 확인한 뒤 말했다.“머리를 베고 그것을 챙겨 도성으로 돌아갈 것이다.그들은 느긋하게 도성으로 돌아왔다.동구산을 지나칠 때 침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산을 슬쩍 바라본 뒤 멈추지 않고 계속해 여유롭게 도성으로 돌아갔다.군대는 산 아래를 지나쳐 갔다.그리고 산 위 방 안에서는 고묘묘의 분노에 찬 고함과 산적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러다가 망을 보던 산적이 산 아래 군대를 보고는 다급히 방 안으로 돌아왔다.“그만, 침서가 돌아왔소!”“얼른 도망갑시다!”그 말을 들은 산적들은 황급히 옷을 챙겨 입고 방에서 도망친 뒤 몰래 산 아래로 내려갔다.그러나 길마다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발각당한 산적들은 결국 죽임당했다.도성으로 돌아가던 침서는 병사의 보고를 들었다.“장군, 산에서 도망치려던 산적들을 잡았습니다.”“전에 잡았던 자들인 것 같습니다.”침서는 그 말을 듣고 짐짓 의아한 척 말했다.“산 위에 있던 자들을 깜빡했군.”“
침서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덤덤히 말했다.“난 널 버리지 않을 것이다.”고묘묘는 그 말을 듣고 무척 감동하여 울며 말했다.“당신이 있어서 다행입니다...”침서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장군 저택으로 돌아온 뒤 침서는 고묘묘의 일을 아무도 소문내지 못하게 명령을 내렸다.고묘묘는 곧바로 목욕하러 가서 남은 흔적들을 지우려 했다. 그녀는 혼자 욕조 안에서 통곡했다.그녀의 시중을 들던 계집종들은 무척이나 조심했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했다.저택의 사람들은 곧 그 일을 다 알게 되었지만 아무도 입 뻥끗하지 않았다.침서는 유유하게 연탑 위에 엎드려 있었다. 방 안에는 불이 피워져 있었고 침서는 느긋하게 상처를 치료했다.심지어 그는 별원으로 가서 다른 여인을 데려오게 했다.이제 막 잠이 깬 침서는 비몽사몽 눈을 뜨더니 눈앞의 여인을 잠깐 낙요로 착각했다.“낙요야...”여인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장군, 저는 낙청입니다.”침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이를 확인했다.비록 낙요와 차림새가 비슷했지만 분위기와 외모는 전혀 달랐다.“춤을 출 줄 아느냐?”“고금을 할 줄 압니다.”“해보거라.”“네.”여인은 고금을 안고 와서 방 안에서 고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연주를 들은 침서는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그가 손을 흔들자 여인이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침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앞으로 내 옆에 남아서 일하거라. 이름은 청희로 개명하거라.”“도성에 가면 낙씨여서는 안 된다.”여인은 정중하게 대답했다.“이름을 지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장군!”그 뒤로 청희는 침서의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그의 약을 갈아주고 그와 함께 식사했다.늦은 밤, 침서의 방 안에서 감미로운 고금 소리도 들렸다.고묘묘는 방 안에 숨어서 매일 울었다. 그녀는 침서의 방 안에서 들려오는 고금 소리에 마음이 차가워졌다.결국 이틀 동안 숨어지낸 고묘묘는 결국 참지 못했
“그러나 넌 네 결말을 생각해 본 적이 없겠지. 그건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침서가 태연히 말했다.그 말에 고묘묘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침서가 자신에게 시킨 일을 상기했다.처음에는 그녀에게 약을 먹여 춤을 추게 하여 망신을 주었고, 그다음에는 침서 때문에 장 1000대를 맞았고 심지어 그가 시킨 대로 모후에게 독을 먹였다. 지금 모후는 쓰러졌고 그녀는 공주의 신분을 잃었다.그날 동구산에 산적을 섬멸하러 갔을 때 그는 일부러 산적들을 살려두었다.그리고 그녀에게는 사람을 몇 명만 남겨주었다.심지어 침서는 비수 하나를 일부러 남겼다.모든 것이 자신을 향한 침서의 복수라는 걸 깨달은 고묘묘는 결국 크게 웃기 시작했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제가 틀렸습니다...”“전 당신이 언젠가는 제 진심을 알아봐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틀렸습니다.”“당신에게 기대를 품어서는 아니 되었는데!”고묘묘는 울면서 일어난 뒤 밖으로 달렸다.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하든 절대 침서의 마음을 얻지 못할 거라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모후에게 독을 먹인 것이 후회됐고, 모후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그녀는 자신이 침서를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장 잔인한 사람은 바로 침서였다.고묘묘는 방에서 뛰쳐나온 뒤 저택을 나와 입궁해서 모후를 찾을 생각이었다.그녀는 모후가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장담했다.고묘묘는 침서를 떠날 생각이었다!그러나 고묘묘가 방을 나서자마자 침서가 청희에게 분부했다.“잡아 오너라.”“네!”계속 고금을 연주하던 청희가 그제야 멈추고 곧장 따라갔다.고묘묘가 대문과 딱 한 발짝 떨어져 있을 때, 아주 가는 현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고묘묘는 그대로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바닥에서 일어나 다시 달리려는데 청희가 어느샌가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단번에 고묘묘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운 뒤 그녀의 목을 졸랐다.고묘묘는 반격하려 했지만 청희가 손쉽게 그녀를 제압
새벽, 햇빛이 숲 속을 비춰 바닥에 나무의 그림자가 졌다.이슬 가득한 공기마저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숲은 울창했고 경치도 좋았다.낙요 일행은 여전히 천수간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경치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 앞에 사람들 한 무리가 나타났다.낙요는 단번에 그들 중에 고창이 있는 걸 발견했다.고창은 피투성이였고 그의 주변 사람들도 다들 피범벅이었다.그들이 아주 치열한 결투를 치렀음을 보아낼 수 있었다.마침 옆 풀숲에서 쉬고 있다가 낙요 일행과 마주친 것이다.고창은 그들을 훑어보고 놀라워했다.낙요 일행은 무사했다.그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는 피 한 방울조차 튀지 않았다.오는 길에 적을 전혀 마주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또 만났군.”“오는 길이 아주 순조로웠나 보군.”부진환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무슨 일을 겪은 것이오?”고창이 더욱 놀라워했다.“당신들은 아무 일도 겪지 않은 것이오?”부진환은 고개를 저었다.“오는 길에 시체를 꽤 많이 보았소.”“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산 사람은 보지 못했소.”고창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운이 정말 좋군. 뒤에 있어서 위험한 일은 우리가 다 겪은 모양이오.”고창은 순간 불쾌해졌다.낙요 일행이 그들의 덕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죽었는가? 그러나 조용승 일행은 멀쩡했다.“약이 있소?”부진환이 대답했다.“없소.”“우리는 식량도 다 떨어졌소. 천수간에 가지 못한다면 아마 미쳐버릴 것이오. 급하지 않다면 쉬고 있소. 우리는 먼저 가보겠소.”말을 마친 뒤 그들은 걸음을 옮겼다.고창 등 사람들은 뒤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살폈다.고창의 시선은 낙요 일행의 짐으로 향했다. 어쩐지 안에 식량이 있을 것만 같았지만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비록 그들이 사람은 훨씬 많았지만 다들 다친 상태였고 조용승 일행은 사람이 적어도 실력이 강하고 정력도 충분했기에 그들과 싸우게 되면 무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곳이 바로 천수간이었다.날이 화창하고 안개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벼랑 맞은편의 경치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곳은 광활한 초지에 나무가 몇 그루 보였고 과일이 열려 있었다. 양 떼도 있었다.너무 아름다워 당장이라고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그러나 벼랑에 다리는 없고 쇠사슬 두 개만 있었다.봉시가 말했다.“잠시만 기다리시오. 내가 아래로 가서 기관을 가동하겠소.”“다리가 위로 올라오면 지나갈 수 있소.”쇠사슬은 너무 위험했다.말을 마친 뒤 봉시는 몸에 지니고 있던 밧줄을 꺼내서 묶은 뒤 그것을 쥐고 벼랑 아래로 미끌어 내려갔다.아래는 끝없이 깊은 심연이었다. 폭포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시완은 벼랑 끝에 앉아서 귀띔했다.“조심하세요!”이때 등 뒤 숲 속에서 화살 하나가 날아와 시완의 등에 꽂혔다.위험이 느껴지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계진이 달려들어 장검으로 화살을 잘랐다. 그러나 또 화살 하나가 시완을 향해 날아들었다.황급히 피하려던 시완은 실수로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그녀의 비명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낙요가 뛰어내리려 하는데 아래쪽에서 봉시가 시완을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밧줄에 매달렸다.그제야 낙요는 안도할 수 있었다.곧이어 고창 일행이 그들을 둘러쌌다.“약과 식량을 우리에게 넘기면 보내주겠소.”“그렇지 않으면...”부진환이 차갑게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으면?”고창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서 돌멩이 하나를 들었고 다른 이들도 돌멩이를 주웠다.고창은 차갑게 웃었다.“우리가 돌멩이를 하나씩 던져서 당신들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겠소.”고창이 위협했다.그러나 낙요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어디 한 번 해보시오.”고창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죽음을 자초하는군.”말을 마친 뒤 그들은 일제히 돌을 던졌다.주락과 계진이 검을 뽑아 들며 그들을 지키려고 할 때, 초경이 손가락을 튕겼고, 그 순간 벼랑에서 광풍이 일었다.“엎드리세요.”그 말에 낙요 일행은 곧바로 납작 엎드렸다.광풍 때문에 돌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