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감은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매우 괴로워하는 모습이다.역시 옆에 있던 아들이 손수건을 가져다주며 말했다. "아버지... 상심하지 마세요."김 영감은 손수건을 받아 눈물을 닦았다. 그제야 눈물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르오, 내가 강화현에 가서 형님을 먼저 찾았더라면...""만약 내가 싸우고 화내지 않았더라면, 형님께서 강화현에 가지 않았을 텐데."김 영감의 눈에서 눈물이 또 떨어졌다.낙요는 부자 두 사람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이렇게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거짓이었다. 눈물을 짜내긴 했지만, 눈에는 조금의 슬픈 기색도 없었다.낙요가 김 영감의 말을 불쾌한 듯 끊었다. "김 영감,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억지로 짜낼 필요가 없습니다."김 영감의 안색이 변했다. "대제사장님, 이 무슨 말씀이신지.//"낙요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내 말은, 두 분이 오늘 여기를 찾아온 연유가 무엇인지 묻는 겁니다.""모두 식사준비를 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소. 그래서 두 사람에게 허비할 시간이 없소."김 영감과 아들은 눈을 마주치며 눈치를 보았다. 약간 넋이 나간 것 같았다.곧 서둘러 가져온 선물을 들고 김 영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우리가 오늘 온 것은 김옥한과 세자 저하의 혼사를 알게 되어 온 것이오. 김옥한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우리는 그녀를 친정 식구라고 생각하오.""혼인할 때, 그 아이를 우리 가문의 이름으로 보내고 싶소. 그래야 초라해 보이지 않을 터니.""우리 큰 형님의 하나뿐인 딸이 결혼하는데, 억울하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소.""세자 저하께서 제 청을 승낙하시길 바랍니다!"김 영감이 매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부진환이 눈썹을 찌푸렸다.바로 그때, 김옥한이 집으로 들어왔다."전 세자저하와 혼인하지 않을 겁니다."모두 살짝 놀랐다.김옥한이 걸어와서 부진환에게 말했다. "이미 궐에 가서 황상께 제 생각을 알렸습니다.""그럼에도 세자 저하께 시집을 가라고 한다면 전
김옥한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 괜찮습니다. 저에 관한 추문들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두 분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고요."김 영감의 안색이 변하더니 얼른 김옥한을 달랬다. "삼촌, 그 뜻이 아닙니다.""네가 삼촌과 아무 감정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네가 어렸을 적, 삼촌이 얼마나 자주 안아줬는지 아느냐?아비가 곁에 없으니, 이제는 삼촌과 함께 집에 가자꾸나, 이 삼촌이 잘 돌볼 거야!"김옥한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낙요는 그녀의 난감한 표정을 눈치채고 대신 거절했다. "김 현령께서 임종 직전, 우리에게 아씨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을 했소. 친척에게 맡기지 않겠다고 했었지.""앞으로 대제사장부에서 살게 될 것이오. 우리가 잘 돌볼 것이오.""두 분은 신경 쓰지 마시고 이만 돌아가게."김씨 부자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낙요가 소리쳤다. "유단청, 손님을 모시거라!""예!"유단청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들어왔다.김 영감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으나 유단청에게 가로막혔다. "이쪽으로 오시지요!"유단청이 두 사람에게 출구를 알려줬다.두 사람이 들고 온 선물도 함께 돌려보냈다.두 부자는 대제사장부에서 쫓겨났다.대문이 닫혔고 두 사람은 짜증을 냈다."김옥한은 내 조카다! 어떻게 우리를 괴롭힐 수 있느냐!""대제사장부가 그렇게 대단한가!"두 사람은 길거리에 서서 듣기 거북한 소리를 하며 한참이나 욕했다.낙요가 대제사장의 신분을 믿고 남의 집 귀한 딸을 빼앗아 가두었다고 고성방가를 했다.지나가는 백성들은 둘러서서 구경하며 그들이 하는 말 몇 마디 들었다.하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낸 후 흥미 없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대제사장이 조카를 가두었다고?""자매지간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인데, 저들이 그걸 모욕했소. 대제사장부에서 저런 사람들을 혼내야 할 텐데.""두 사람을 상대하는 것조차 귀찮나 보군."사람들은 곧 흩어졌다.김옥한은 정원에서 그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 분개했다.그때 낙요가 다가왔다."됐소, 그만 듣게
이 말은 단번에 낙요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부진환이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낙요는 그가 교토를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그곳에 그의 친척이 있었다.게다가 태상황의 건강에 대해 알지 못했다.낙요가 제안했다. "봄이 오면 천궐국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습니까?"이 말을 들은 부진환의 눈동자가 밝아졌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교토에 아직 장사하는 점포가 몇 개 있는데 가서 보는 게 좋을 것 같소."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요.""하지만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봉시가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은 도와주고 그 일이 끝나면 천궐국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말을 마치자, 낙요가 송천초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 분은 언제 돌아갈 생각이오?"송천초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내년에 천궐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내년에 함께 가는 게 어떻소.""초경이 안된다면 먼저 돌려보내도 됩니다."김옥한이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초경에 대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틀간 초경 나리를 뵙지 못한 것 같습니다."송천초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설명했다. "자고 있어요.""식사도 안 하시고요?"송천초가 웃으면서 답했다. "야행성이라 저녁에 밥을 먹습니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김옥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낙요가 주제를 전환했다. "아씨께서는 봄에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무료할까 봐 하는 말입니다."김옥한은 생각을 하다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계획하지 못했습니다."송천초가 제안했다. "그동안 김 현령을 도와 현령부의 일을 잘 처리하셨다고 들었습니다.온연의 점포에 가서 그녀의 장부 계산을 도와주는 것은 어떻습니까?종일 너무 바쁜 탓에, 장부를 맡길 만한 믿음직한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더군요.""현재 8대 가문과 온씨 가문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고, 곁에 첩자를 심어두어 그녀의 물건 출처까지 알아내려
“저희 세 가족은 집에서 쫓겨났습니다.”“저희 어머니는 본인이 저희를 해쳤다고 생각해 강에 몸을 던져 자결했습니다.”“저희 어머니는 그들 때문에 죽임을 당한 겁니다.”김옥한은 주먹을 쥐고 분통을 터뜨리며 눈시울을 붉혔다.낙요는 그 말을 듣고 내심 놀랐다.김옥한 말을 이어갔다.“당시에 제가 없었더라면 제 아버지 또한 어머니를 따라 목숨을 끊으려고 했을 겁니다.”“아버지는 절 데리고 강화로 향하셨습니다. 그곳에는 저희 어머니 친정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집안에 더는 남은 가족이 없었습니다.”그 뒤로 저희 아버지는 탐관오리를 가장 증오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강화로 가신 뒤 많은 이들의 눈 밖에 났고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하셨지요.”“그러나 아버지께서는 결국 자신의 정직함으로 백성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강화의 모든 백성이 저희 가문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그 뒤에 저희 아버지께서는 강화의 현령이 되셨습니다.”김옥한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낙요는 답했다.그녀 또한 분개했다.“그런 줄 알았더라면 내가 오늘 그 김씨 부자를 호되게 혼냈을 것이오!”김옥한은 웃으면서 말했다.“감사하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혹시라도 대제사장님께서 그 때문에 안 좋은 일을 겪는다면 제 마음이 불편할 겁니다.”낙요가 대답했다.“괜찮소.”“장사를 하고 싶은 거라면 마음대로 하시오. 8대 가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소.”“김씨 부자가 무슨 속셈으로 낭자를 데려가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분명 또 낭자를 찾으러 올 것이오.”“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대제사장 저택에서 해결해 줄 것이오.”낙요의 말에 김옥한은 마음이 든든했다.그녀는 큰 감동을 하였다.“감사합니다, 대제사장님.”송천초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제가 보기에 낭자는 장사를 해야 합니다. 그 김씨 가문을 쓰러뜨려서 어머님의 복수를 해야지요!”“그들이 당신에게 여인이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건 낭자와 이익을 나누고 싶지 않기
김량은 차갑게 웃었다.“급하지 않다. 내게 방법이 있다.”“우리의 목적은 김옥한이지, 낙요가 아니다.”“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라!”김죽이 고개를 끄덕였다.“내 말에 따라라!”-다음 날, 김량은 울면서 입궁했다.황제는 그를 덤덤히 바라보았다.“세자를 고발한다고? 무엇 때문이지?”김량은 눈물을 흘렸다.“폐하께서는 모르실 수도 있는데, 저는 김옥한의 친삼촌입니다!”“저는 세자와 제 조카의 혼사를 축하해주러 간 것인데 세자가 저를 내쫓았습니다. 그제야 저는 제 조카가 죽음을 각오하고 폐하께 파혼을 요구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전 제 조카가 세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먼저 파혼을 요구한 줄로 알았습니다.”그 말을 들은 황제는 미간을 찌푸렸다.“사실은 그렇지 않단 말이냐?”김량은 눈물 콧물을 쥐어짜면서 말했다.“그렇습니다. 폐하!”“세자가 대제사장과 정을 통한 탓입니다. 그래서 세자가 제 조카에게 폐하께 파혼할 것을 사정하라고 핍박한 것입니다.”“제 조카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어 이젠 집안 어른이라고는 저만 남았습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제 조카가 괴롭힘을 받는 걸 그저 지켜보고만 있겠습니까?”“그래서 폐하께서 나서 주셨으면 합니다.”황제는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부진환과 낙요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의 부인이었고 그들 사이에 제삼자가 끼어들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그게 아니었다면 그도 그렇게 쉽게 혼사를 취혼하겠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억지로 혼인을 명한다면 오히려 김옥한의 일생을 망치는 꼴이었다.“세자가 대제사장과 어떤 사이든 상관없다. 김옥한이 이 혼사를 원하지 않으니 짐 또한 김옥한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오늘 날 찾아온 이유가 세자와 김옥한의 혼인시키길 바란 것이라면 이만 돌아가거라.”황제가 덤덤히 대꾸했다.그 말을 들은 김량은 깜짝 놀라 한동안 넋을 놓았다.그러나 그는 이내 황급히 말을 이어갔다.“폐하, 제가 폐하를 찾아온 건 둘을 억지로 혼
“그러니 김옥한을 찾아가거라!”말을 마친 뒤 황제는 태감을 불러 김량을 쫓아냈다.황제는 두통이 심하여 관자놀이를 주물렀다.“폐하.”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 보니 해 귀비가 와 있었다.해 귀비가 죽 한 그릇을 들고 말했다.“폐하, 힘드시지요? 이걸 먹고 피로를 푸세요.”황제는 죽을 들고 한 입 먹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점점 요리 솜씨가 느는구나.”해 귀비는 웃으면서 황제를 안마해 줬다.황제는 안마를 받으면서 말했다.“김량은 나이도 적지 않은데 왜 눈물이 그렇게 많은지. 김량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가족이 죽은 것처럼 울어댄다는 보고를 받아서 짐은 세자가 사람을 죽이거나 그의 저택에 불이라도 낸 줄 알았다.”“그런데 알고 보니 김옥한과 부진환의 파혼 때문이었다.”해 귀비가 웃으며 말했다.“김량이라는 자는 못돼먹은 무뢰한이라고 유명합니다. 억지를 부리는 것은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지요. 낯짝이 아주 두껍다고 합니다.”“그는 실력은 없지만, 그 두꺼운 낯짝으로 그의 집안을 도와 많은 일거리를 가져갔다고 합니다.”“그가 아니었다면 김씨 집안도 8대 가문에 들지는 못했을 것입니다.”“사실 폐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를 보면 골치 아파한다고 합니다.”“그러니 다음부터는 만나주시지 않으면 됩니다.”황제는 그제야 원인을 알게 되었다.“해 귀비는 꽤 많은 것을 알고 있군.”해 귀비는 침착하게 대답했다.“8대 가문에 대해서는 저도 조금 아는 바가 있습니다. 부친께서 입궁하실 때면 자주 제게 이야기들을 들려주셨거든요.”“만약 폐하께서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가 폐하께 들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황제는 만족스러워 보였다.“그러면 좋지.”“짐에게 심심풀이가 되겠구나.”-김씨 가문.내원의 방 안에서는 여인들이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고 있었고 김죽은 의자에 드러누워 품 안에 미인 여럿을 끌어안고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그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그때 김량이 씩씩거리면서 안으로 들어왔다.“춤은
“네 말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곧이어 김량이 음흉하게 웃었다.“알겠다. 그러면 걔가 두려워하는 걸 준비해야겠다.”김죽은 아버지에게 생각이 있는 것 같자 그 틈을 타서 사정하기 시작했다.“아버지, 매달 제게 10냥만 주셔도 됩니다.”“하지만 저 가녀와 무희들은 남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제게 취미라고는 그것밖에 없습니다. 아버지.”그런데 김량이 표정을 굳히며 엄숙하게 말했다.“안 된다!”“이렇게 많은 사람을 거두는 것에는 돈이 들지 않는 줄 아느냐?”“오늘 당장 돌려보내거라.”“김옥한의 일을 해결한 뒤에는 몇 명이든 네 마음껏 거두거라.”“하지만 그전까지는 얌전히 지내야 한다!”말을 마친 뒤 김량은 걸음을 옮겼고 김죽은 풀이 죽어 무료한 얼굴로 무기력하게 의자에 앉았다.-남월거.김옥한은 계산대 뒤에서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고 이제 막 일을 처리한 온연은 힘들어서 계산대 위에 엎드리고 있었다.온연은 차를 마시며 물었다.“적응이 빠르군요.”“힘드십니까?”김옥한은 고개를 저었다.“꽤 편합니다. 이런 일들은 제게 어렵지 않습니다.”그 말을 들은 온연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낭자가 있어서 제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저 혼자였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자꾸만 틀리게 계산했을 것입니다.”김옥한은 웃으며 대답했다.“앞으로 제가 매일 계산이 끝나면 저녁에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낭자도 알 수 있지요.”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참, 오늘 저녁엔 한가해서 풍옥건에게 양을 죽이라고 했습니다. 오늘에 대제사장 저택에서 한 끼 하시지요.”“전에 며칠 연속 절 초대했으나 너무 바빠서 갈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시간이 생겼습니다.”김옥한이 흔쾌히 대답했다.“좋습니다.”이때 밖에 갑자기 한 대오가 기세등등하게 왔다.곧이어 호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 부잣집 어르신이 내려왔다.그의 옆에 있던 호위는 남월거에 도착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오늘 우리 어르신께서 여기를 전부 빌릴 것이니 다들 나가시오
“조카야, 네가 대제사장 저택에서 괴롭힘 받는다는 건 알고 있다. 아무래도 넌 외부인이니 말이다. 세자도 널 박대하지. 그렇지 않았다면 널 협박해서 파혼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너와 피를 나눈 사람은 바로 친삼촌인 나다. 그러니 인제 그만 고집부리고 나와 같이 돌아가자꾸나.”김옥한이 화를 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다들 제게 아주 잘해줍니다. 그러니까 그런 헛소리는 집어치우시지요!”김옥한이 화를 내자 김량은 더욱 우쭐해졌다.그는 의미심장하게 한숨을 쉬었다.“옥한아, 나는 알고 있다. 강화에 있을 때 넌 세자에게 마음을 품어서 자신을 그에게 바쳤지.”“그런데 넌 몰랐을 것이다. 세자는 대제사장과 막역한 사이고 대제사장은 눈엣가시를 용납할 수 없을 테니 네가 세자의 첩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다.”“세자도 참 몹쓸 놈이지. 네 순결을 더럽혀놓고 네가 황제를 찾아가 파혼하게 하도록 널 협박했으니 참 괘씸하다.”김량은 괴로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눈시울을 붉혔다.“하지만 애석하게도 삼촌은 세자와 싸울 능력이 없다.”“삼촌은 네가 정신을 차리고 나와 집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그렇지 않으면 이미 돌아가신 네 아버지가 어떻게 편히 눈을 감겠는가?”김량은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말했다.그 말에 백성은 의논이 분분했다.다들 깜짝 놀랐다.“뭐라고? 세자와 옥한 낭자가 벌써 그랬다고?”“세상에, 낭자의 순결을 더럽혀놓고 어찌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지...”김옥한은 초조해져서 호통을 쳤다.“입 다무세요!”“저와 세자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세자의 명성을 더럽힐 생각은 하지 마세요!”그러나 김량은 더욱더 서글피 울었다.“역시 그에게 완전히 홀렸구나. 아직도 그의 명성을 지키려 한다니...”“옥한아, 어찌 자기 명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느냐?”김옥한은 두 눈이 벌겠다. 그녀의 눈동자에 분노가 가득했다.심지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는 애써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혹시라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