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서의 저택은 며칠째 밤낮으로 연주와 노랫소리가 끊기지 않았고, 수십 명 청루의 무희들이 저택에서 머물며, 밤낮으로 쉬지 않고 춤을 췄다.침서는 매일 주색에 빠져 만사를 돌보지 않았다.고묘묘는 매일 온갖 방법과 수단을 다 동원하여 침서의 주의를 끌려고 했지만, 침서는 언제나 그녀를 무시했으며, 아예 말도 하지 않았다.이날 낮에, 침서가 술에서 덜 깬 틈을 이용하여 고묘묘는 그 수십 명의 무희를 모조리 붙잡았다.“뭐 하는 겁니까? 침서 장군도 우리를 내쫓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중 한 무희가 불복하며 논쟁을 벌이려고 했다.그러자 고묘묘는 그녀의 목을 덥석 잡더니, 장검을 뽑아, 곧바로 머리를 잘라버렸다.선혈이 사방에 튀었다.고묘묘의 얼굴에도 튀어, 그 흉악한 눈빛에 피를 탐하는 잔인함을 더했다.다른 몇 명 무희들은 겁에 질려 땅바닥에 주저앉더니, 다급히 말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고묘묘는 턱을 치켜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들을 쳐다보았다.“내가 가라고 허락하였느냐?”“감히 나를 건드려? 내가 누구인지 잊었느냐?”곧이어 고묘묘는 극도로 분노하며 명령했다. “전부 죽여라!”시위들은 일제히 장검을 뽑았다.무희들은 도망가려고 했지만, 모두 장검에 처참하게 살해당했고,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선혈이 낭자했고, 시체가 바닥에 가득 널려 있었다.고묘묘는 흉악한 눈빛으로 말했다. “시신을 전분 내던지고, 깨끗하게 청소하여라.”멀지 않은 곳에서, 난희는 조용히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고묘묘가 몸을 돌리자, 마침 난희의 눈빛과 마주쳤다.난희는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공주마마, 다음에 또 이런 일을 하려거든, 먼저 장군께 보고 올리고 하십시오.”고묘묘는 차가운 눈빛으로 난희를 째려보며 말했다. “네가 지금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냐?”그녀는 서늘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시신을 힐끗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나를 건드리는 자는 절대 좋은 결말이 없을 것이다.”“예
하지만 침서는 몹시 귀찮은 듯 그녀를 밀쳤다. “궁연이 무슨 대수라고, 내가 술을 마시는 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당장 물러가라.”고묘묘는 침서에게 밀려 두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곧바로 앞으로 다가가 침서 손에 든 술잔을 빼앗았다.그러자 침서는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몇 번을 말해야 하느냐? 나를 방해하지 말라고!”이 말을 끝내고, 침서는 무희들을 들어오라고 명령했으며, 계속하여 술을 마시고 즐겼다.고묘묘는 몹시 분노했다.그녀는 바로 채찍을 휘둘러, 무희 한 명을 잡더니, 침서가 보는 앞에서 서슴없이 목 졸라 죽여버렸다.시체가 쓰러지는 그 순간, 무희들은 놀라서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방안은 또 조용해졌다.고묘묘는 서늘한 표정으로 침서를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좋습니다. 이렇게 쭉 청루의 여인들과 엮이십시오. 그럼, 저는 그녀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습니다!”“또 누가 감히 당신과 술을 마시고 즐길 수 있는지 두고 보겠습니다.”고묘묘의 어투는 날카로웠고, 협박이 가득했다.침서의 눈빛은 서늘해졌다. “드디어 미쳤느냐?”고묘묘는 노하여 말했다. “그것 또한 당신부터 미쳤으니, 저는 그저 목숨을 바쳐 군자를 모실 따름입니다.”침서는 분노하여 술잔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다시 한번 말한다. 당장 물러가거라!”고묘묘도 전혀 지려 하지 않았다. “싫습니다!”이 말을 들은 침서의 안색은 더없이 흐려졌다.그는 천천히 고묘묘를 향해 걸어가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인내는 한계가 있다.”“정녕 나가지 않겠느냐?”고묘묘의 태도는 단호했다. “당신이 함께 가지 않으면, 저는 절대 혼자 가지 않을 겁니다.”“내일의 궁중 연회에서 부황과 모후는 금방 혼례를 치른 우리의 감정 상황에도 관심을 가질 겁니다. 그러니 내일은 그 어떠한 착오가 있어도 안 됩니다. 그게 바로 저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니, 당신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오늘 밤 당신은 반드시 저와 함께 돌아가야 합니
고묘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보며 말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본 공주를 가르치려고 하느냐? 장군의 여인?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아나 본데, 넌 일개 노비일 뿐이야!”이 말을 끝내고 고묘묘는 자리를 떴다.고묘묘의 어투는 냉정했지만, 상처 입은 고묘묘를 보니, 난희는 마음속으로 몹시 통쾌했다.다만 본분을 지켜, 하인더러 고묘묘에게 상약을 가져다주라고 했다.비록 고묘묘가 상약을 던져버렸지만, 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녀는 해야 할 일을 다 했고, 고묘묘가 받지 않으니, 그녀도 어쩔 수 없다.--다음날.저녁 무렵.사람들은 속속 입궁했고, 낙요와 부진환도 함께 궁으로 들어갔다.입궁하는 길에서 그들은 침서와 고묘묘를 만났다.다만 의아한 건, 침서는 품속에 고묘묘가 아닌 다른 낯선 여인을 품고 있었다.몹시 요염했고, 걸을 때마다 하늘하늘하는 자태가 딱 봐도 청루 여인이었다.그리고 고묘묘는 옆에서 따라오며, 화가 나서 안색이 새파랬다.낙요는 고묘묘의 상처 입어, 손에 붕대를 감은 것도 보았다.침서가 낙요를 보더니, 막 입을 열려고 했다.하지만 이때 진익이 막 걸어오더니, 매우 열정적으로 낙요와 부진환에게 인사를 건넸다.“오셨소. 어서 따라오시오.”그리하여 두 사람은 진익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침서는 그저 바라만 보더니, 곧이어 청루의 그 여인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고묘묘는 원망이 가득했지만,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당당한 공주의 지위가, 지금, 이 순간은 침서 품속의 그 여인보다 못했다.침서의 이 행동은 많은 사람의 주의를 끌었고, 모두 수군거렸으며, 침서 품속의 그 여인이 누구인지 궁금했다.누군가 청루 여인인 것 같다고 하니, 모든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말 어처구니없군요. 오늘 같은 궁중 연회에 어찌 청루 여인을 데려온단 말입니까? 이 황궁이 어떤 곳인데 말입니다!”“그러게, 말입니다. 이 고상한 자리에 수준이 맞지 않습니다.”“청루 여인과 함께 나란히 앉다니, 이건 우리 신분을 더
“그럼, 짐은 앞으로 세자와 침서 장군과 함께 나라를 지키겠소.”이 말을 끝내고, 황제는 잔을 들었다.부진환과 침서는 함께 잔을 들고 단숨에 마셔버렸다.곧이어 침서가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니, 나와 세자는 알고 지낸지 꽤 오래되었는데, 그때의 옥살이하는 신세에서 지금 나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소.”“그러니 세자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오.”침서는 약간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일부러 그때 그 일을 끄집어냈다.이 말에 많은 사람이 이상한 눈빛으로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다.부진환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침서 장군이 나에게 준 시련 덕분에 오늘 내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소.”“앞으로 모두 폐하를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장군의 도움이 필요하오. 예전 일은 없던 걸로 하자고.”담담한 부진환의 어투에, 뭇사람은 칭찬하기 시작했다.“세자의 넓은 아량에 감탄합니다.”“과감하게 내려놓는 용기에 굽힐 줄도 펼 줄도 아니 큰일을 할 사람이 분명합니다.”이 말을 들은 침서의 안색은 흐려졌다.원래는 부진환을 난처하게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부진환의 마음이 너그럽다는 미명만 늘게 되었다.부진환이 그를 증오하지 않는다고 해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세자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과거를 없던 길로 하자니, 본 장군도 당연히 호의를 무시할 수 없소.”“세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오늘 세자에게 선물을 드리겠소.”“다만 미리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관계로,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을 세자에게 드리겠으니, 세자께서 받아주시오.”이 말이 나오자, 낙요는 침서가 좋은 마음을 품은 것은 아닐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과연, 다음 순간, 침서는 자기 품속의 여인을 앞으로 확 밀쳐냈다.“이 소소(瀟瀟) 낭자는 곡화루(曲華樓)의 화괴요. 곡화루의 으뜸이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미인 얼굴을 한 번 보기 위해 천금을 물 쓰듯 쓰는지 모르오.”“춤은 더 경국지색이오.”“다른 사람이라면, 아까워서 나도 드리지 않았을 것이오.”“오늘 세자에게 선물하니, 세자께서 거절하
줄곧 고묘묘의 표정을 주시하던 황후는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묘묘, 본궁을 따라오너라!”곧이어 고묘묘를 연회에서 불러냈다.연회에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술을 마시며,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아무도 고묘묘를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지만, 사실은 모두 이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공주와 침서의 혼인은 정말 악연입니다.”“그러게, 말입니다. 침서의 그 고집을 공주가 어떻게 꺾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공주는 대신 시집간 것이고, 협의 의혼도 동의하지 않으니, 폐하와 황후께서 공주의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연회의 옆 화원에서, 황후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고묘묘를 쳐다보았다.“저자가 한 짓을 보았느냐?”고묘묘는 고개를 숙였다.황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으냐?”“너를 이토록 모욕하다니!”“너의 오기는?”“너의 기개는?”하지만 황후가 아무리 말해도, 고묘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화가 나지 않겠는가?체면을 구긴 건 그녀 본인인데, 어찌 아무렇지도 않겠는가?황후는 화가 나서 말했다. “더 이상 이 화를 참지 말고, 당장 협의 의혼하거라. 내가 폐하께 설명하겠다!”고묘묘는 드디어 반응했다.그녀는 다급히 황후의 옷소매를 잡고 말했다. “안 됩니다. 저는 절대 협의 의혼하지 않을 겁니다.”“어렵게 침서와 혼인했으니, 죽더라도 침서의 품에서 죽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침서는 화가 나서 가슴이 아팠다. “그의 품에서 죽겠다고? 꿈 깨라! 네가 죽는다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에서 죽을 것이다!”“네가 죽어도 침서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을 거야!”“어찌 이렇게 멍청한 거야?”하지만 고묘묘의 태도는 단호했다. “상관없습니다. 이건 저의 선택이니, 제가 실패해도 괜찮습니다.”황후는 강렬한 질식감을 느꼈고,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그녀는 심호흡했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고묘묘의 손에 감긴 붕대를 보더니, 순간 긴장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손은 왜 이러느냐?”고묘묘는 다
보아하니 고묘묘를 설득하지 못해 화가 난 모양이다.고묘묘처럼 이토록 고집스러운 사람도 드물다.본질적으로 그녀와 침서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만, 둘 다 고집스러움이 광기에 가깝다.황제의 기분도 약간 우울했다.아마도 침서의 오늘 행동이 공주의 체면과 황족의 체면을 다 구겨서인 것 같았다.하지만 황제는 침서를 훈계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필경 자기 딸이 체면을 불고하고 그에게 대신 시집갔고, 또 죽어도 협의 의혼은 싫다고 했기 때문이다.그럼, 결과는 고묘묘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황제도 화를 꾹 참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황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소? 묘묘가 마음을 되돌릴 생각은 있던가요?”황후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죽어도 침서와 함께하겠다고 합니다.”이 말을 들은 황제는 더욱 화가 나서 주먹으로 자기 다리를 쳤다.어쨌든 상은 칠 수 없었다.그럼, 많은 사람의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이게 바로 당신이 가르친 좋은 딸이요! 이토록 건방지더니!”황후는 말하려다 멈추고, 어쩔 수 없이 모든 화를 스스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이때, 가무가 시작되었고, 춤을 선도하는 여인은 맨발로 유연하고 아리따운 자태로 연회에 참석했다.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은 그녀에게 끌렸고, 황제의 시선도 그녀에게 쏠렸다.여인은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한 무리의 무희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시선을 끌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온 영감도 춤을 추고 있는 그 여인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그리고 그 여인 또한 매우 담이 컸다.춤을 추더니 황제 앞까지 가서 술을 한 잔 올렸다.황제는 살짝 멍해 있더니, 곧바로 잔을 건네받았다.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 여인을 훑어보더니, 눈빛에는 그 여인에 대한 관심이 가득했다.낙요는 조용히 지켜보았다.류운한은 재주가 있는 편이었다.이렇게 몇 번 돌더니, 황제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한 곡을 다 추자, 황제는 과연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류운한는 땅바
온 영감의 조급한 모습을 보고 낙요가 위로했다. “온 영감,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온연의 운명을 점쳐보았더니, 그녀는 무사하다고 나왔습니다.”“어쩌면 지금 집에 있을지도 모릅니다.”“온 영감, 지금 돌아가면 어쩌면 좋은 구경거리를 볼 수도 있습니다.”온 영감은 어리둥절했다. “좋은 구경거리라니?”낙요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돌아가 보면, 아실 겁니다.”온 영감은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잠깐 망설이더니, 결국 돌아가 보기로 했다.그가 이 궁연에 온 목적은 바로 자기 딸을 궁에 들이기 위해서였는데, 다른 집 딸이 궁에 들어가는 걸 도와줬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러니 이 궁연은 어차피 의미 없으니, 차라리 무슨 일인지 돌아가 보는 게 낫다.--온 영감이 집으로 돌아오자, 온연이 확실히 집에 있었다.다만 지금의 온연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그녀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정원에서 류 씨를 무릎 꿇리고 있었다.류 씨는 죽을힘을 다해 발악했으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온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류 씨를 쳐다보았다. “류 씨, 당신은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고, 수많은 온씨 집안 혈통을 해쳤으니, 오늘 당신은 업보를 받은 것이오!”류 씨는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 “헛소리하지 마! 나에게 죄명을 덮어씌워? 네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서 나를 죽이려고! 흥! 나를 건드리기만 해봐 내일 바로 온씨 족보에서 이름을 없애 버릴 것이다!”온연의 동정을 듣고, 한 무리의 첩들과 칠팔 명의 남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구경했다.그들은 온연을 말렸다. “큰아씨,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영감께서 돌아오시면 다시 봅시다.”“이렇게 함부로 류 씨를 처리한다면, 모두 마음이 불안합니다.”필경 온연은 이 첩실들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니, 온연이 한 사람을 처벌하여 많은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온연이 냉랭하게 말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제가 여러분 앞에서 류 씨를 처리하는 목적은 류 씨가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
“집사는 그동안 아버지가 그에 대한 신임을 저버렸다고, 이미 자결했습니다.”“집사의 유일한 조건은 바로 그의 딸 류운한을 살려달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류운한이 저 대신 궁으로 들어가는 걸 막지 않았습니다.”“집사는 모든 것을 자백했습니다. 자백서는 이미 제가 관아로 보냈습니다.”온 영감은 혈서를 들고 쳐다보았다.위의 글자들은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온 영감은 화가 나서 류 씨의 뺨을 후려갈겼다. “또 할 말이 있느냐?”류 씨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으며,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다. “아닙니다. 그게 아닙니다.”“저자들이 저를 모함한 겁니다. 영감,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하지만 류 씨가 이렇게 애원할수록, 온 영감은 더 화가 났고 분노하여 말했다. “당장 끌고 나가서 몰매를 쳐 죽이거라!”하인들이 막 손을 쓰려던 그 순간, 류 씨는 온 힘을 다해 발악했다.“누가 감히 나에게 손을 대!”“내 딸은 오늘 궁으로 들어갔다. 만약 그 아이가 오늘 귀인이 된다면, 나는 바로 귀인의 어머니이다!”“누가 감히 나를 건드려!”류 씨는 큰소리로 협박했다.온 영감도 순간 망설이었다.하지만 온연은 매우 단호했다. “당장 끌어내서 몰매를 쳐 죽이거라!”“궁중 귀인이 책임을 물으면 저 혼자 감당하겠습니다.”“이런 잔인무도한 악인을 하루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온씨 집안은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오늘부터, 모든 첩실에게 단독으로 별원을 나눠주겠으니,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십시오.”“온씨 집안의 수많은 장부와 가산은 모두 조사한 후, 다시 결정하겠습니다.”이 말이 나오자, 뭇사람은 깜짝 놀라며 일제히 불평했다.“뭐라고? 우리더러 나가서 살라고?”“류 씨가 저지른 악행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이때, 온 영감도 불만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온연아, 이게 무슨 뜻이냐?”“류 씨를 죽이면 그만이지, 왜 다른 이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냐?”온연은 장부를 내밀었다. “이것은 류 씨 방에서 찾아낸 장부입니다. 아버지가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