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온연이 서늘한 눈빛으로 옥상을 바라보며 소매에서 비수를 꺼내 표창처럼 휙 하고 내던졌다.옥상에 있던 그자는 깜짝 놀라 바닥에 ‘쿵’하고 떨어지고 말았다.하인들은 깜짝 놀라 모두 앞으로 다가가 그 도둑을 제압했다.그러나 그자가 고개를 든 순간,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온연도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풍옥건?”“여기 몰래 숨어서 뭐 하는 거야?”풍옥건은 하인들의 손을 팽개치고 일어서 불타는 눈빛으로 온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혹시라도 해결하지 못할까 봐 그랬지.”“위험한 상황을 대비해서 사람까지 보냈는데?”이 말을 들은 온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문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자가 고개를 기웃거렸다.온연은 노발대발하며 풍옥건의 옷깃을 잡고 물었다.“지금 날 감시하는 거야?”“아니, 네가 위험할까 봐 그런 거야.”“알잖아, 저번에도 이렇게 널 구했는데.”“우리 사이에 오해가 좀 생기긴 했지만 말이야…”풍옥건이 또 그때의 일을 꺼내자 온연은 화가 잔뜩 나 풍옥건을 문밖으로 밀어버렸다.“나가!”“오해도 풀렸으니 다시는 찾아오지 마!”그러나 풍옥건은 뻔뻔스럽게 온 영감에게 말했다.“온 영감님, 사실 오늘 저는 상황을 살피러 왔습니다. 저는 온연과 혼인을 하고 싶습니다!”“온 영감님, 부디 승낙해 주십시오!”이 말을 들은 온연은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뭐라고?!”온 영감도 매우 놀랐다.그러나 온연은 노발대발하며 풍옥건을 내쫓았고, 풍옥건은 도망치며 온 영감을 향해 외쳤다.“온 영감님, 저는 진심이니 괜찮으시다면 내일 예물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온연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욕설을 퍼부었다.“오기만 해봐라, 다리를 분질러버릴 테니까!”풍옥건은 급히 문밖으로 도망쳐 나갔다.온 영감은 고개를 돌리고 온연을 설득했다.“너도 그 성질을 좀 죽여야겠구나.”“온 씨 집안의 소저답게 굴어야지.”온연도 물러서지 않고 대꾸했다.“그렇다면 아버지도 아버지 노릇 좀 하세요.”온 영감은 답답
낙요는 곧바로 류운한의 출신을 설명했다.이 말을 들은 해 귀비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그런 성격이라면 궁에서 생존하기 어려우니, 내가 나서기도 전에 황후가 손을 쓸 것이오.”“오늘 밤 황후의 안색을 보았소? 황상의 총애만 믿고 반평생을 위풍당당하게 살았는데, 오늘 침서에게 그런 모욕을 당해 체면을 다 잃다니.”“황상도 더는 참아주지 않을 것 같은 모양이오.”“황후를 항상 총애하던 황제가 오늘은 성질을 부리다니.”해 귀비는 한숨을 내쉬며 부러운 듯한 모습이었다.낙요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물었다.“해 귀비, 어찌 부럽다는 뜻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까?”“부럽지, 정말 부럽소.”해 귀비는 감탄하며 말했다.“난 매번 황상 앞에서 대범한 척하며 가끔 응석도 부리지만, 항상 선을 넘지 않소.”“그 무심한 듯한 표현은 모두 내가 뒤에서 심혈을 기울여 계산한 것이오.”“어떻게 보면 모든 말을 조심스럽게 내뱉고, 그 행동과 말의 결과를 비교하며 계산하오.”“하지만 황후는 그렇지 않소. 황상의 마음을 짐작하기는커녕, 자신의 행동과 말이 황상을 기쁘게 할지, 화나게 할지 신경도 쓰지 않소.”“이게 바로 총애를 믿고 겁 없이 행동하는 게 아니겠소.”한탄한 후, 해 귀비는 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오늘 저녁, 황상이 황후에게 성질을 냈소. 보아하니 황상도 고묘묘 때문에 화가 잔뜩 난 모양이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항상 황상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했으며, 이번에 고묘묘도 체면이 크게 깎였습니다. 그러니 황상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이 나겠지요.”“어떤 감정이든, 관계든… 모두 두 사람이 함께 지키고 가꿔야 하는 겁니다.”“해 귀비가 계속 황상께 해 귀비의 선한 마음과 다정함, 배려심과 이해심이 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황후에 대한 사랑도 점점 적어질 겁니다.”이 말을 들은 해 귀비는 매우 기뻐했다.“마침 요즘 새로운 곡 두 개를 배웠는데, 어떤 춤이 어울릴지 갈피를 잡지 못했소. 의견을 좀 내주겠소?”
침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진환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난 괜찮으니, 장군이나 즐기시오.”침서는 고묘묘와 함께 천천히 걸어왔다.고묘묘는 침서에게 돌아가자고 설득하려 했으나, 침서가 이곳에 올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런 말까지 내뱉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세자, 소소 낭자가 싫다면 공주는 어떻소? 세자만 좋다면 공주를 세자에게 주겠소.”침서는 대범한 어투로 답했다.이 말을 들은 고묘묘는 깜짝 놀라 분노하며 말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침서는 앞으로 다가온 고묘묘를 걸리적거리는 듯 옆으로 밀었다.“세자와 공주도… 말 못 할 과거가 있지 않았소. 세자만 좋다면 나도 공주를 보내주겠소.”침서는 흥미로운 듯 웃으며 부진환이 겪었던 모욕을 회상시켰다.낙인처럼 부진환의 몸에 새겨진 과거는 가시가 되어 그를 콕콕 찔렀다.부진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세자, 어찌 말이 없소? 걱정하지 마시오, 공주가 세자를 잘 모실 거요.”침서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비꼬는 듯 말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고묘묘는 분노하며 침서의 뺨을 때렸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술에 취한 침서는 뺨을 맞자 곧바로 고묘묘의 목을 잡고 그녀를 부진환에게 밀었다.“너를 세자에게 보내겠다고 했다, 몇 번을 말해야겠냐!”바로 그때, 부진환은 재빨리 몸을 돌려 피했다.그러자 고묘묘는 비명과 함께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그러나 호숫가의 두 남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침서는 음침한 눈빛으로 말했다.“세자, 공주를 호수에 밀어 넣다니. 나를 무엇으로 보는 것이오?”말을 마친 침서는 앞으로 다가가 부진환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부진환이 몸을 돌려 피하자, 매서운 바람 소리가 그의 귓가에 스쳤다.그러고는 주먹으로 침서의 배를 쳤다.두 사람은 격렬하게 싸움을 벌였다.소소 낭자는 행여나 자신도 다칠까 봐 겁에 질려 도망쳤다.호수에 빠진 고묘묘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어, 혼자 아등바등하며 호숫가로 기어 나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밤도 깊었으니 세자는 궁궐로 돌아가 일찍 쉬시오."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돌려 침서를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장군은 날 따라오지 않고 뭐하는 건가.만약 오늘 황제께서 커진다면 황상께서 정말 기분 나빠하실지도 모르오."침서는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한 번 쳐다보았다. 마음속의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고묘묘가 불쾌한 듯 말했다. "영감이 무슨 상관이오! 부진환이 날 물에 빠뜨린 것을 본 증인도 있는데! 증인은 바로 침서이오! 오늘 누구도 여길 떠날 생각 하지 마시오!"고묘묘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녀는 침서가 고의로 부진환을 도발해, 그녀에게 손대게 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묘묘는 침서가 마음속에 그렇게 강한 원한을 품고 있는 이상, 부진환을 먼저 손 봐 침서의 화를 누그러뜨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마냥 물에 빠질 수 없었다.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서을 힐끗 쳐다보았다.침서가 불쾌한 표정으로 고묘묘에게 호통을 쳤다. "입 다물 거라!"고묘묘 역시 화가 났다. "뭐하는 겁니까? 난 그냥 돕는 건데,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겁니까?"침서가 눈을 치켜뜨고 살기 가득하게 말했다. "입 다물라고 했다! 감히 한마디만 더 하면 오늘 장군부로 돌아갈 필요 없다!"말을 마친 침서가 분노에 차서 몸을 홱 돌려 걸어갔다. 고묘묘가 기가 차서 외쳤다. "침서!"하지만 침서는 돌아오지 않았다.노인은 결국 미소를 지으며 부진환을 힐끗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멀어졌다.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궁중연회의 사람들이 하나둘 달려왔다."무슨 일입니까?"그들은 다투는 소리에 홀린 듯 이곳으로 몰려왔다.하지만 싸우거나 다투는 장면은 없었다.부진환도 몸을 돌려 그자리를 떠났다.결국 온몸이 흠뻑 젖은 고묘묘만 남아 있다."공주님, 어쩌다가 물에 빠지셨습니까? 태, 태의를 지금 당장 모셔오겠습니다."고
부진환은 낙요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낙요를 묵묵히 안고 있을 뿐이다.낙요가 미소를 살짝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까?"부진환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낙요는 그가 억울한 일을 당해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손을 들어 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집에 가서 얘기해주세요."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낙요의 손을 잡고 궁 밖으로 나갔다. 궁궐에서 나온 그들은 마차에 올라탔다. 밖을 내다보기 위해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부진환이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낙요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누굴 기다리십니까?"부진환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침서가 나오지 않은 것 같소.이상하군, 어디로 간 건지..."낙요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갑자기 침서를 걱정하는 겁니까?"침서가 나타나지 않자, 부진환은 결국 마부에게 차를 출발하라고 일렀다. 그들은 대제사장부로 간다.부진환이 설명했다. "침서가 오늘 밤 고의로 트집을 잡아 한창 다투던 중 웬 노인이 갑자기 나타나 지팡이를 침서에게 휘둘렀소.그런데 침서가 화도 내지 않더군. 게다가 그 노인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어찌나 이상하던지... 침서도 그 노인을 따라갔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은 걸로 보아, 다른 곳으로 간 것 같소."낙요는 살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황궁에서 사는 노인이라면, 몇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혹시 그 노인의 몸에서 약재 냄새가 나지는 않으셨습니까?"부진환의 눈을 번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아는 사람이오?"낙요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분은 약로입니다. 제사 일가는 약각을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약로입니다. 제사 일가의 의원입니다. 하지만 성품이 괴상하고 청정한 것을 좋아해, 제사 일가 사람 중 감히 그분을 먼저 찾아뵙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불치병이 아닌 이상 약각을 찾아가지 않으니, 약로의 존재감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약로의 지팡이가 다시 무겁게 떨어져 그의 몸을 때렸다.한 번, 또 한 번...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심한 통증에도 침서는 아프다고 발버둥을 치거나, 도망가지 않았다."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요?"감히 부진환을 다시 해칠 생각이면 접어두는 게 좋을 거요! 후회스러운 삶을 보내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약노인의 눈빛은 지금 날카롭고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이 말을 들은 침서가 충격에 잠긴 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침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뭘 하려는 작정이오?"약로가 그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소? 경고하는데, 부진환이 다시 위험에 빠진다면, 내가 직접 자네의 사람에게 갑절이 되는 고통을 줄 걸세!" 약로의 다짐은 침서의 마음속에 깊이 박혔다."들리는가!" 약로의 말투는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침서가 주먹을 단단히 쥐었다.-"에취!"방 안에서 약을 바르고 있던 부진환이 갑자기 재채기했다. 낙요가 손에 들고 있던 가루약이 담긴 그릇의 들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덕분에 낙요도 재채기를 했다. "에취!""일부러 이런 거죠!" 낙요가 재채기를 하면서 불쾌하게 말했다.부진환은 손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에 묻은 가루약을 닦아내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실수한 거야, 어디 눈 좀 봐봐."그는 낙요의 눈꺼풀을 만지며 살펴보았고, 이물감에 낙요는 눈물을 흘렸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요.""내가 불어줄게." 부진환은 그녀의 눈꺼풀을 입바람으로 살짝 불었다.낙요는 얼마 뒤 눈을 제대로 떴다."내가 약도 챙겨주는데,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게 어디 있어요?"부진환이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미안해.""다시 약 발라, 이번에는 재채기 안 할게."낙요가 약을 들어 올랐다. "눈 감으세요."부진환은 눈을 감고 그녀가 약을 발라주길 기다렸다. 낙요는 입꼬리를 샐쭉 올리더니, 약을 바꿔 손끝에 연고를 살짝 바른 뒤, 부진환의 얼굴에 발랐다.
이튿날, 류운한은 현비로 책봉되었다.류운한은 궁중연회에서 춤을 선보였다는 이유로 현비로 봉해졌다. 이건 후궁의 법규에 어긋나는 일이었다.그러나 황후가 이것을 따지기 위해 황제를 찾아가자, 황제가 냉담하게 말했다. "후궁과 관련된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던 황후가 설마 현비 때문에 날 찾아온 거요?"황제의 뜻밖의 말투에 황후는 가슴이 철렁했다. "아닙니다. 현비를 전하께서 이토록 아끼니 신첩도 좋습니다."오랜 세월, 누구에게 머리를 숙이며 들어가 본 적 없었던 황후는 차마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황제가 그녀에게 더욱 의지했다.그래서 이번에도 황후는 자기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았다."신첩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황후는 돌아서서 나갔고, 황제의 마음은 더욱 답답했다.황후는 현비를 만나기 위해 갔다.그러나 현비의 침전에 도착하자마자, 온씨 가문의 사람을 만났다.온 영감은 류운한이 현비로 봉해졌다는 소식에, 선물을 준비해서 부랴부랴 궁궐로 찾아온 것이다.류운한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높은 의자에 고고하게 앉아 있었다.온 영감은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류운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마마, 비록 우리 부녀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지만, 마마의 신분이 마음에 걸려 이렇게 찾아왔습니다.마마께서 막 궐에 들어왔고 든든하게 받혀질 가문도 없어 마음이 적적하실 것 같아..."류운한이 그의 관사와 류씨 부인의 딸이라는 사실은 더는 온 영감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류운한을 자기의 양녀로 삼고 싶었다."그래서 제 아비가 되겠다는 말씀인가요? 계산이 이렇게 빠르신 분인 줄 몰랐습니다."류운한이 차갑게 대꾸했다.온 영감이 무릎을 꿇은 채 웃으며 말했다. "부디 마마께서 지나간 일들을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앞으로 저희가 서로 이끌어 주는 게 어떻습니까?"류운한이 차가운 목소리로 제안했다. "제가 아비로 인정하기 위해선 한가지 요구가 있습니다.제 어머니께서
온연이 낙요을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대제사장님, 얼굴은 왜 그러십니까?"낙요는 얼떨떨하게 설명했다. "최근에 연구하고 있는 미인 연고인데 효과가 어떨지 몰라 내 얼굴에 먼저 발랐소. 사흘간 얼굴을 씻지 못하는 연고이오, 그래서 이 상태로 온연 낭자를 맞이할 수밖에 없소."그녀의 말을 감쪽같이 믿은 온연이 흥분하여 물었다. "그 대사제님이 만드신 연고 저도 하나 가질 수 있습니까?"낙요가 멋쩍게 웃었다. "되고말고.""근데 온연 낭자가 날 왜 찾아온 것이오?"낙요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온연은 상자 몇 개를 낙요에게 건넸다. "이건 제가 대제사장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연지 가루와 약재입니다.대제사장님의 취향을 잘 몰라 여러 가지 준비했습니다.이번에 저희 가문의 큰 문제를 해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제사장님이 아니었으면 우리 가문은 아직도 음택한 소문이 나돌았을 것입니다."낙요가 선물을 받았다. "굳이 이렇게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됩니다."온연은 참지 못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사실 대제사장님께 부탁할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어서 말씀하시오."온연이 말했다. "제 앞날을 봐주셨으면 합니다.온씨 가문을 맡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겉만 번지르르했지, 실제로는 적자가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특히 돈을 버는 놈 따로 쓰는 놈 따로 있고, 게다가 씀씀이나 어찌나 큰지, 나가서 향락을 즐기고 돈도 제대로 내지 않아 전부 채무 신세입니다.부채가 한 가득합니다!솔직히 이런 가문을 제가 책임질 생각을 하니, 부담이 커서 머리가 아픕니다.그래서 온씨 가문을 정상적으로 되돌릴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낙요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이었군."낙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낭자의 앞날이 아주 교묘하오. 인연이 나타날 것 같소."온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낙요이 대답했다. "난관에 부딪히긴 하지만 혼인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 싶소."이 말에 온연은 얼굴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