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구십칠은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낙요는 전원으로 걸어가 유단청에게 분부했다.“부진환을 잘 보살피시오.”“다른 사람은 즉시 도성의 모든 의관, 약포에 찾아가 불전련을 찾으시오!”“값이 얼마가 됐든 무조건 사야 하오!”“예!”사람들은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구십칠과 주락도 도성의 각 곳에서 불전련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들은 불전련이 얼마나 보기 드문 약재라는 걸 알고 있었으며, 찾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가만히 부진환이 죽어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낙요는 앉아서 소식을 기다렸지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바로 그때, 낙요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도성 전체에 퍼졌다.하여 낙요는 곧바로 입궁했다.궁문앞에 도착하니 누군가가 낙요의 앞길을 막아섰다.역소천이었다!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물었다.“역 장군, 무슨 뜻이오?”역소천은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대제사장, 입궁하려는 것이오? 이야기를 좀 나누어 보겠소?”낙요는 콧방귀를 뀌더니 입을 열었다.“무슨 할 이야기가 더 있다는 말이오? 역 장군의 정인이 어떻게 노예곡까지 쫓아와 나를 죽이려 한 것이지 이야기하자는 것이오? 아니면 석칠이 노예곡에서 재물을 긁어모은 것을 이야기하자는 것이오?”“이런 이야기는 황상 앞에서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소.”“당신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이 말을 들은 역소천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호통치며 물었다.“소청을 어떻게 한 것이오?!”낙요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어찌했겠소? 맞춰보시오. 죽였을 거 같소, 아니면 가죽을 벗겼을 것 같소?”역소천은 분노하며 검을 들고 낙요를 겨누었다.낙요는 전혀 당황하지 않으며 답했다.“역 장군,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나에게 검을 겨누는 것이오?”“난 입궁할 것이니 막을 생각은 마시오!”말을 마친 낙요는 말을 타고 앞으로 향했다.역소천은 앞으로 달려와 막아서며 검을 찔렀으나, 낙요는 강풍산을 펼쳤다.역소천의 검은 강풍산을
황후는 숨이 탁 막혀 눈을 휘둥그레 떴다.“너!”이 말을 들은 황상도 깜짝 놀라 낙요에게 물었다.“대제사장, 그게 무슨 말이냐? 황후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냐?”낙요는 고개를 돌려 황상을 바라보았다.“예를 든 것일 뿐입니다.”“황상께서 대황자가 증거를 가지고 돌아온 다음 행동을 하자고 결정을 내리신다면, 암암리에 소문이 퍼져 적들이 대황자를 살해해 증거를 없애려고 할 것입니다.”“그렇다면 대황자의 처지는 아주 위험해집니다.”여기까지 들은 황상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구나.”황후는 낙요의 그 말에 깜짝 놀라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황상은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짐은 대제사장이 이번에 얻은 게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대제사장의 말대로 하겠다.”“여봐라, 즉시 역소천을 가두고 역가를 조사하라.”“철갑 근위군은 노예곡을 봉쇄하고, 노예곡의 군대들은 절대 도성 밖으로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게 해라!”곧바로 궁의 철갑 근위군이 출동해 역가를 봉쇄했고, 역소천을 잡아 옥에 가두었다.낙요는 옥에 가서 역소천을 심문해야 했으나, 아주 급한 일이 하나 있었다.낙요가 입궁한 목적은 바로 불전련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부진환의 몸으로 계속 시간을 끌면 결국 죽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낙요는 곧바로 태의원으로 향해 태의에게 불전련을 달라고 했다.그러나 태의는 난감한 기색으로 답했다.“대제사장, 저희 쪽에는 불전련이 없은지 오래입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정녕 없는 것이오?”“아니면 나에게 주기 싫은 것이오?”낙요는 곧바로 태의원 안에 들어갔다.태의는 난감한 기색으로 말했다.“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대제사장께서 원하시는 물건인데 있으면 당연히 숨기지 않겠지요.”“믿지 못하겠으면, 대제사장께서 직접 찾아보십시오.”낙요는 정말 찾기 시작했지만, 태의원을 싹 다 뒤져도 불전련이 보이지 않았다.하여 낙요는 또 제사 일족의 약방에 찾아갔다.약방에는 사람이 없었고, 낙요는 곧
고묘묘가 태어난 그해, 몸이 하도 허약해서 태의가 용삼으로 몸보신을 할 수 있다는 말에 황후와 황상은 명을 내려 전력을 다해 용삼을 찾았다.얼마나 많은 힘과 돈이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고묘묘에게 용삼 한 궤짝을 모아줬다고 한다.심지어 이 몇 년간, 황후는 여전히 사람을 보내 용삼을 찾고 있으며 용삼을 책임지는 사람도 몇 번이나 바뀌었다고 한다.이 직무는 고묘묘가 죽어야만 사라질 것 같으니, 고묘묘에게는 불전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낙요는 빠른 걸음으로 고묘묘의 침궁으로 향했다.문 앞의 시위는 낙요를 막을 수가 없었으며, 급히 안쪽의 사람들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고묘묘는 낙요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 분노하며 채찍을 잡고 침상에서 내려왔다.“마침 잘 왔구나. 화풀이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말을 마치자 곧바로 낙요가 나타났다.낙요는 고묘묘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생각보다 빨리 회복된 것 같소.”“깨어있으니 힘을 들여 깨울 필요는 없겠소.”“불전련을 내놓으시오!”낙요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이 말을 들은 고묘묘는 기가 차서 소리 내어 웃었다.“낙요! 당신은 날 죽일 뻔한 자를 구해갔소. 어찌 감히 나에게 불전련을 요구한다는 말이오?”“불전련은 있지만, 절대 주지 않을 것이오!”“원한다면 무릎을 꿇으시오. 그렇다면 생각해 보겠소!”고묘묘는 분노에 가득 찼다.깨어난 후부터 고묘묘는 부진환을 찾아가 복수하려고 했지만, 모후가 침궁에 가둬놓고 밖을 나서지 못하게 하며 요양하라고 했다.상처가 다 아문 요즘도 황후는 고묘묘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기에 고묘묘는 기분이 아주 언짢았다.낙요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대낮부터 꿈을 꾸는 것이오?”“빌라고? 당신에게?”“교훈을 덜 준 것 같소, 한 번 더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겠소?”고묘묘는 분노하며 채찍을 낙요에게 휘둘렀다.그러나 낙요는 피하지 않고 즉시 팔을 들어 채찍을 잡았다.고묘묘가 다음 행동을 하기도 전에 낙요는 채찍을 잡고 앞으로 달려갔다.고묘묘는 급히 피했지만,
낙요는 멈칫했다. 고개를 돌리자, 황후가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고묘묘는 구조의 눈빛을 보냈다.황후는 고묘묘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곧바로 진정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낙요를 쳐다보았다.“대제사장이라는 사람이 공주를 납치해 불전련을 빼앗으려 하다니, 체통이 말이 아니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대제사장을 맡는 것이오?”낙요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도발하는 어투로 답했다.“황후께서 제가 대제사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폐하께 저의 직책을 파면시키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이 말을 들은 황후는 매서운 눈빛으로 낙요를 째려보며 분노에 가득 찼다.황후는 참고 또 참으며, 손을 휙 흔들어 모두에게 물러가라고 손짓했다.모든 사람이 물러가고 문이 닫히자, 방안에는 그들 세 사람만 남았다.황후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공주에게는 불전련이 없소.”“불전련은 없어진 지 오래요. 도성 모든 의관의 불전련은 모두 소진되었고, 궁에 있는 재고도 몽땅 써버렸소.”“공주는 이런 약재를 종래로 아껴 쓰지 않기 때문에, 불전련은 오래전에 이미 다 쓰고 없소.”“본궁에게 불전련이 한 뿌리 있긴 하다만, 그것도 마지막 하나요.”“당신에게 줄 수 있으니, 앉아서 얘기를 좀 나누는 게 어떻소?”낙요는 실눈을 뜨며 황후의 의도를 알아챘다.황후와 엮이지 않으려고 했으나 부진환의 상처를 생각하니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좋습니다.”황후는 한시름 놓은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렇다면 우선 공주를 놓아주시오.”낙요는 곧바로 고묘묘를 풀어주었다.고묘묘는 분노하며 고개를 돌려 손을 쓰려고 했으나, 황후가 크게 호통쳤다.“묘묘야, 먼저 나가 있거라!”고묘묘는 화가 났지만 등을 돌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묘묘가 떠나자 낙요는 곧바로 앉았다.“말씀해 보십시오, 어떤 조건입니까.”황후는 웃으며 말했다.“대제사장이 특별히 먼저 돌아온 건 역가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오? 많은 일들은 우리 서로 다 뻔히 알고 있으니
“하지만 황후마마께서는 일단 이 불전련을 폐하께 맡기시고, 서소청을 처형한 후에 저에게 넘기도록 하십시오.”“황후마마께선 저를 믿지 않으시겠지만, 저 또한 황후마마를 믿지 않습니다.”황후는 웃더니 말했다. “그렇게 하자고.”“그럼, 대제사장은 나와 함께 다녀오자고.”“당신에게 직접 보여주겠소.”바로 뒤에, 낙요는 황후를 따라 이곳을 떠나, 먼저 황후의 침궁으로 가서 불전련을 가지고, 또 황제의 침궁으로 갔고 낙요가 보는 앞에서 황제에게 불전련을 맡겼으며, 황제더러 서소청을 처형한 후에 낙요에게 주라고 당부했다.낙요는 일구일자 들으며, 그 상자 안의 물건이 불전련이 틀림없다는 것도 똑똑히 보았다.황제가 승낙하자, 낙요는 마음을 놓았다.낙요는 황후에게서 6자루의 용삼을 가지고 궁에서 나왔다.저택으로 돌아왔지만, 구십칠 등 사람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부진환은 월규와 백서가 돌보고 있었다.백서는 곁에서 몹시 초조했으며, 불안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소식이 있는지 모르겠네.”“대제사장!” 월규가 돌아온 대제사장을 보고 다급히 앞으로 달려갔다.백서도 보고 몹시 감격했다. “대제사장, 부진환을 치료할 방법이 생겼습니까?”낙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용삼 한 개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약 처방을 써줄 터이니, 약을 달여 부진환에게 먹이거라.”낙요는 곧바로 약 처방을 써, 백서에게 건넸다.백서는 즉시 약을 지어 달였다.침상에서, 부진환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낙요가 월규에게 물었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였느냐?”월규가 대답했다. “한 번 깨어나서 눈을 뜨더니 다시 정신을 잃었습니다.”낙요가 천천히 침상 옆으로 걸어가 부진환의 맥을 짚어보니, 맥이 매우 허약했다.목숨이 위태로웠다.낙요는 은침을 꺼냈다. 용삼을 복용한 다음 침을 놓아 일단 목숨부터 건질 생각이었다.바로 이때, 부진환이 깨어났다.그녀를 보고 죽어가던 그가 입을 열었다. “대제사장… “낙요는 은침을 꺼내, 부
이 물건은 그에게 낯설지 않았다.보아하니 대제사장은 고묘묘를 찾아간 모양이다.어떠한 조건을 승낙해서 이 약을 얻어왔는지 모르겠다.여기까지 생각한 부진환의 마음은 약간 답답했다.문밖에서, 멀리서 쳐다보는 백서의 마음은 서글펐다.대제사장이 신분을 낮추고 직접 부진환에게 약을 먹이다니!어째서 둘이 함께 나갔다 오더니, 돌아온 후 그들의 관계는 현저하게 더욱 가까워졌는가?그녀의 오해인가?월규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뭘 그리 보는 거요?”“가자고!”“부진환은 대제사장이 직접 돌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곧이어 백서를 끌고 갔다.--저녁 무렵.구십칠과 주락이 객잔에서 마주쳤다.두 사람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불전련을 찾지 못했다.심지어 불전련의 소식조차 알아내지 못했다.“이 물건은 완전히 없어진 것처럼, 왜 이렇게 찾기 어렵소.” 주락은 어두운 표정으로 걱정이 태산 같았다.구십칠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요즘 천궁도에서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소리도 못 들었고, 그들도 불전련을 이미 수거할 만큼 수집한 것 같은데, 왜 지금도 불전련을 찾고 있단 말이오?”“내가 여러 곳을 다니며 다 알아봤고, 심지어 암시장도 알아봤는데, 누군가 줄곧 불전련을 비밀리에 사들인다고 들었소.”“내 생각에는 천궁도가 아닌 것 같소.”주락이 추측했다. “가격이 계속 폭등하니 누군가 이 기회에 물건을 비축하여 설마 한몫 챙기려는 게 아니오?”구십칠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대가가 너무 크지 않소?”“누구에게 그렇게 큰 재력이 있어 이렇게 많은 불전련을 사재기한단 말이오? 그리고 이것들을 사들이는 가격이 이미 고가란 말이오.”주락도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오. 누구의 재력이 이렇게 많은 불전련을 사재기할 수 있단 말이오?”여기까지 생각한 주락이 일어서더니 말했다. “사들이는 사람이 천궁도의 사람인지 내가 알아보겠소.”“일일이 찾아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
구십칠이 말했다.“오늘 밤에 우리는 따로 행동하는 게 좋겠소. 당신은 이 두 곳을 가고 난 침서 저택으로 가겠소.”그 말에 주락은 다소 걱정스러웠다.“침서의 저택은 그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오!”구십칠이 말했다.“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알아보려는 것이오.”“부진환은 지금 풍전등화와 다름없소.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소.”“그리고 예전에 낙청연을 대신해 불전연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만큼은 절대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소!”말을 마친 뒤 구십칠은 장검을 쥐고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갔다.그는 부랴부랴 떠났다.주락 또한 바로 몸을 움직여 다른 두 곳을 조사해 볼 셈이었다.만약 불전연을 찾을 수 있다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성가신 일들을 피할 수 있었다....늦은 밤, 장군 저택은 한없이 고요했다.구십칠은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남몰래 조용히 장군 저택에 잠입했다.그는 지붕에서 한참을 관찰하여 침서가 저택에 없음을 확인한 뒤 신속히 내원으로 향했다.그는 가는 길에 순찰하는 호위들을 전부 피하며 안전히 내원에 도착했다.하지만 내원에는 방이 아주 많았기에 구십칠은 어쩔 수 없이 하나하나 찾아봐야 했다.그는 먼저 서방에 들어가 숨겨진 곳이나 기관이 있을 만한 곳들을 반복적으로 뒤졌다.그러고는 벽을 두드려 밀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재빨리 다음 방을 뒤졌다.구십칠은 예전에 이름난 도적이었다. 그래서 밀실이나 숨겨진 곳을 찾는 능력이 아주 대단했다.그가 들어가 본 방들은 전혀 어지럽혀지지 않고 원래 모습을 유지했지만, 사실은 이미 샅샅이 뒤져본 상태였다.곧 구십칠은 침서의 방에 도착했다.방안을 구석구석 뒤져보았지만 불전연은 보이지 않았다. 숨겨진 길이 있지는 않을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기관을 찾지 못했다.구십칠은 이내 방에서 나와 경공을 사용해 지붕 위로 올라간 뒤 건물의 구조와 면적을 관찰했다.다시 방으로 돌아온 구십칠은 방이 많이 작아졌음을 발견했다.지붕 위에서 본 것처럼 그렇게 커 보이지 않
그가 내원에 도착했을 때 소식을 전해 들은 난희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피 칠갑을 한 침서의 모습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장군, 왜 이렇게 심하게 다치신 겁니까?”난희는 황급히 그를 부축하여 그를 그의 방으로 데려다줬다.발소리가 가까워지자 구십칠은 인기척을 느꼈다.원래대로라면 바로 철수해야 했지만 하필 그때 자물쇠가 열렸다.숨겨진 문이 열리는 순간, 구십칠은 자신의 본 광경에 아연실색했다.벽과 맞닿아 있는 궤 안에 불전연이 수도 없이 들어있었다.전부 불전연이었다!구십칠은 곧바로 그곳으로 달려가 불전연 여러 개를 품속으로 집어넣었다.그가 떠나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침서가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구십칠은 깜짝 놀라며 밀실의 구석에 몸을 숨긴 뒤 숨을 참고 바깥의 인기척을 들었다.난희는 침서를 침상 위로 부축한 뒤 황급히 약을 가지러 갔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밀실 쪽을 바라봤다.안에 있던 것이 도망쳐 나왔으니 침서가 곧 발견할 것이다.그리고 난희는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그녀는 긴장을 억누르며 약을 들고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장군, 제가 상처를 싸매드리겠습니다.”침서는 눈을 감고 통증과 피로를 참았다. 난희가 조심스럽게 그의 겉옷을 벗겼지만 침서는 말리지 않았다.침서의 상처를 보니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난희는 심지어 감히 건드릴 수도 없었다.침서는 눈을 감고 차갑게 재촉했다.“얼른 하거라.”난희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썼다. 그녀는 상처가 비교적 심각한 곳의 피를 닦아냈는데 어떤 곳은 이미 피가 응고된 상태였는데 상처가 작지 않았다.난희는 조심스럽게 약을 바르고 상처를 싸맸다.그리고 겨우겨우 비교적 심한 상처까지 전부 다 싸맸다.침서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그의 시선이 갑자기 밀실 쪽으로 향했다. 그는 밀실을 물끄러미 바라봤고 그 점을 눈치챈 난희는 심장이 철렁해 다급히 말했다.“장군, 다리 쪽 상처를 보아도 되겠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