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을 한 번 해볼 생각이다. 진백리가 이 그림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구나. 기회가 있다면 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그 말에 온계람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감격한 듯 대꾸했다.“감사합니다!”그녀는 낙청연이 시합하는 중요한 시각에도 자신의 일을 신경 써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낙청연은 그녀를 진심으로 도우려 하고 있었고 온계람은 무척 고마웠다.—사람이 많은 곳에 시합이 있으면 노름판도 있기 마련이다.밖에서는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치며 낙청연이 이길지 류훼향이 이길지 노름을 벌이고 있었다.원래는 성세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섭정왕이 그곳에 도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다.“난 류훼향한테 걸겠소.”“나도 류훼향이오!”“난 삼 냥을 걸겠소!”밖은 소란스러웠고 낙청연은 한참을 들었으나 자신의 이름은 듣지 못했다.낙청연의 눈동자에 순간 돈에 대한 욕망이 일렁였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병풍을 열어젖혔고,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아직 시간이 다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패배를 인정하려는 것일까?그런데 낙청연은 고개를 내밀고는 부진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왕야, 저에게 백 냥을 빌려주시지요!”부진환은 미간을 사정없이 구겼다. 낙청연은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지?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손에서 땀이 났다. 그는 불쾌한 어조로 물었다.“뭘 할 생각이냐?”“저에게 백 냥을 걸어 제 체면 좀 살려주시지요. 너무 창피하지 않습니까?”낙청연은 머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부진환은 돌연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미간 사이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부끄러운 걸 알면서도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가서 천 냥을 걸 거라.”부진환은 두 장의 은표(銀票)를 꺼내 객사의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섭정왕의 뜻을 이해하고는 은표를 들고 판돈을 거는 것도 모자라 큰 목소리로 외쳤다.“섭정왕께서는 왕비 마마가 이기는 데 천 냥을 거신답니다!”부진환은 순간 멈칫했다.사람들은 의논하고 있었다.“섭정왕은 왕비에게 정말
온계람의 형체는 그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로 인해 그 미인도(美人圖)는 생명을 가지게 됐다.마지막 향의 재가 떨어지자 주인장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두 분은 붓을 멈추어 주시지요.”뒤이어 두 명의 점원이 안으로 들어가 그림 위에 남겨진 서명을 종이로 가렸고 그림을 말아 병풍 안에서 가지고 나왔다.류훼향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차분하고 느긋하게 병풍에서 나왔고, 낙운희는 흥분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훼향 언니, 대단하십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작게 웃었다.“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어찌 그리 기뻐하는 것이냐?”비록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류훼향이 이길 것이라 확신했다. 그들은 단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곧이어 회현루의 점원이 두 그림을 펼쳐 들고 탁자마다 돌면서 잠시 머물렀다. 옆에 있던 두 점원은 광주리를 들고 그 자리에 있는 손님들이 투표하게 했다.두 장의 그림이 펼쳐지는 순간 감탄이 들려왔다.“웃는 얼굴이 그야말로 절색이오! 눈망울도 아주 아름답소. 그림 안의 미인이 마치 날 향해 웃는 것만 같소.”한 공자가 넋을 놓은 채로 말했다.옆에 있던 공자도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나 또한 그렇소! 그림 안의 사람이 진짜 살아있는 것만 같군. 따스한 봄날이 연상되는 아름다움이오. 미인의 미소 한 번에 세상 모든 것이 색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오…”류훼향과 낙청연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아직 그 그림을 보지 못했으나 공자들의 감탄하는 모습을 보니 기대감이 솟구쳤다.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니 두 광주리 중 하나는 텅 비었고 하나는 가득 차 있었다.칭찬하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수많은 이들이 그림을 더 오래도록 보고 싶어 했다.“류 소저의 그림이 이렇게 생생할 줄은 상상도 못 했소! 역시 진백리에게서 가르침을 얻은 사람답소!”“내가 보기에 이 그림은 진백리가 그린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 같소! 정말 굉장한 그림이오.”류훼향은 사람들의 칭찬하는 말에 득의양
류훼향은 죽첨이 하나만 담긴 광주리를 보더니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승패가 결정 난 것 같으니 억지 부리지 마십시오.”낙청연은 코웃음을 치면서 대꾸했다.“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기뻐하시기에는 이르지 않습니까?”주인장은 점원을 데리고 중간에 서면서 말했다.“투표 결과는 여러분들도 다 보셨겠지요. 이긴 그림은 이것입니다. 지금 누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인지 알려 드리겠습니다!”화폭이 촤르륵 펼쳐졌고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한 미인도가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류훼향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얼굴로 낙청연을 노려보고 있었다.그에 낙청연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주인장이 입을 열었다.“오늘 승부에서 이긴 미인도의 이름은 계람입니다. 이 그림은…”사람들은 모두 평온한 얼굴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류훼향의 이름이 이어졌다.그러나 주인장의 이어진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돌변했다.“섭정왕비, 낙청연이 그린 그림입니다!”그 순간 류훼향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했다.공기가 얼어붙고 정적이 감돌았다.주인장의 말에 회현루에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그들은 주인장이 이름을 가렸던 종이를 떼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절색의 미인이 그려진 미인도 위에 쓰인 것은 낙청연의 이름이 맞았다.회현루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이게 무슨 일이오? 저 그림을 낙청연이 그렸다니? 그럴 리가!”“세상에나, 낙청연이 그린 그림이었소?”“낙청연은 아무런 재능도 없다고 하지 않았소? 승상 대감이 그녀를 얼마나 혐오했었는데,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가 있단 말이오?”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부진환도 깜짝 놀랐고 미간을 구겼다.저 그림이 낙청연이 그린 것이라니?그럴 리가, 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류훼향은 그 말에 돌처럼 굳어있었고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모든 게 꿈만 같았다.자신이 낙청연에게 지다니?게다가 낙청연이 그린 것은 온계람이었다. 류훼향은 순간 등골이 오싹했고
“저 죽첨은 섭정왕의 것이 아닙니까? 그건 섭정왕도 왕비의 그림 실력을 믿지 않는다는 거겠지요. 왕비가 어떻게 이런 미인도를 그려낼 수 있겠습니까?”“다른 사람들은 얘기할 것도 없지요. 다들 제가 저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왕비가 어떻게 저런 그림을 그리겠습니까?”류훼향은 다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절대 낙청연이 그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부진환이 어두워진 눈빛으로 입을 열려고 할 때 낙청연이 먼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류 소저는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군요. 왕야께서 텅 빈 광주리에 죽첨을 넣은 것이 과연 저에게 투표해주기 위해서였을까요?”“왕야께서는 제 그림 실력을 믿고 있었습니다. 류 소저에게 투표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류 소저가 창피해할까 선심을 써서 류 소저께 투표해주신 것이죠.”“분명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인데 어찌 이리 모함하십니까?”낙청연이 의미심장하게 질문하자 류훼향은 순간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주위 사람들도 쑥덕거리기 시작했다.“그렇군. 난 또 섭정왕이 눈이 좋지 않은 줄 알았네. 사실은 투표해주는 사람이 없어 류훼향의 체면을 지켜주려 그런 것이었군.”“하지만 겨우 하나뿐인데, 텅 빈 광주리보다 낫다고 하기는 어렵겠소.”죽첨 하나가 들어 있는 게 더욱 쪽팔린 일이었다.그 유일한 죽첨마저도 상대의 부군이 선심을 쓰듯 베푼 것이기 때문이다.아주 치욕적인 일이었다.부진환의 잔뜩 구겨졌던 미간이 조금 풀렸다. 낙청연은 의외로 반응이 빨랐다.꽤 총명하군!류훼향은 주위에서 수군덕대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녀는 창피하다 못해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낙운희도 깜짝 놀라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누가 이기고 졌는지는 너무 명백한 일이었다. 그림 위에 남겨진 서명도 낙청연의 것이 맞았기에 어떻게 더 항변할 수가 없었다.류훼향은 조바심이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왕비, 당신이 그린 그림 속의 여인이 누군지 아
“류 소저께서 이리 억지를 부리시니 저도 어찌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괜찮은 변명거리라도 들고 와서 저를 모함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류훼향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고, 낙운희는 깜짝 놀라더니 그녀를 부축하려고 달려갔다.“훼향 언니!”류훼향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주위에서는 의논이 분분했다.류훼향이 먼저 나서서 온계람의 얘기를 꺼내자 구석에 있던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제야 기억나오. 진백리의 전처가 온계람이라고 들었소.”“온계람이 외간 남자와 바람이 나서 도망가는 바람에 류훼향이 정실 자리에 앉았고 들었는데, 류훼향이 온계람을 언니라고 부르는 것도 틀린 일은 아니지.”그 말에 누군가 호기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외간 남자와 도망쳤다는 말이오? 그런데 낙청연은 꿈에서 그녀가 다른 사람의 함정에 빠져 죽임을 당한 것이라 하지 않았소?”낙청연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드디어 목적을 달성했다.다만 생각지 못한 점이라면 온계람이 사고를 당한 후 외간 남자와 함께 도망갔다는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것이었다.온계람과 그녀의 아들은 다른 사람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 안에 갇혀 영원히 불타오르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거라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뿐이었다.류훼향은 참으로 지독한 인간이었다.온계람은 비통하면서도 화가 났다. 그녀가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눈치챈 낙청연은 얼른 화폭을 돌돌 감았다.그녀는 류훼향을 보면서 말했다.“류 소저, 저와의 내기는 아직 유효합니까? 승패에 승복하시렵니까? 진태위의 손주며느리이신데 태위부의 체면을 구겨서는 안 되지요.”류훼향은 넋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바닥에 앉아있었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했고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듯한 눈빛들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낙청연처럼 잘난 것 하나 없는 추녀에게 무릎
“제가 잘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절 용서해주십시오.”그 말을 내뱉으면서 류훼향은 당장이라도 벽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었고 낙청연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녀는 낙청연에게 꼭 복수하리라 속으로 다짐했다.류훼향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자 낙청연은 속이 시원했고 온계람은 끊임없이 울고 있었다.“그래요, 류 소저. 약속은 지키시는군요.”“회현루의 규칙대로 저와 류 소저 간의 원한은 이제 없는 것입니다. 류 소저께서 앞으로 저에게 시비를 거신다면 그것은 섭정왕부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낙청연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녀는 류훼향의 속내를 빤히 꿰뚫고 있었다.말을 마치고 난 뒤 그녀는 옆에 앉아있는 부진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안 그렇습니까, 왕야?”부진환은 낙청연의 입가에 걸린 의미심장한 미소에 순간 움찔했다. 낙청연은 자신이 옳은 일이라 여긴 일에서는 상대를 사정없이 몰아붙였다.그러나 부진환은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고말고.”정신을 차리고 난 뒤 부진환은 뒤늦게 자신이 뭐라고 했는지를 깨달았고, 조금 전 자신의 행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내친김에 말했다.“오늘 회현루에서 발생했던 일은 전부 회현루에서 끝맺지. 류 소저가 오늘 왕비를 모욕한 일을 본왕은 따져 묻지 않겠소.”“하지만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부진환이 드디어 자신을 왕비라고 인정하려는 걸까?아마도 사람들 앞이라 체면을 지키기 위해 그런 걸지도 몰랐다.낙월영이 없으니 다행이지, 만약 그녀가 있었더라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부진환의 차가운 어조와 위협적인 말투에 류훼향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그녀는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낙운희는 떨고 있는 류훼향을 부축하며 일어섰다.낙청연도 몸을 일으키면서 자리를 뜨려고 했고 부진환도 때마침 일어나 낙청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런데 몇몇 공자들이 우르르 몰려
“그러게, 류 소저는 우리에게 돈을 배상해야지요!”“돈을 물어주십시오!”류훼향은 백성들의 배상해달라는 소리를 듣자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은자가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가 섭정왕의 앞에 놓였다.“왕야, 이것은 왕야께서 이기신 것입니다.”부진환이 손을 뻗기도 전에 낙청연이 그것을 냅다 받아서 들며 씩 웃었다.“고맙구나.”점원은 웃는 얼굴로 대꾸했다.“저희야말로 왕비 마마께 감사드립니다.”말을 마친 뒤 점원은 곧바로 떠났다.밖에서 벌어진 노름판도 사실은 회현루의 사람들이 조직한 것이기에 이것 또한 그들이 돈을 벌고 이름을 널리 알려 손님을 끌어모으는 수단 중 하나였다.“낙청연.”등 뒤에서 부진환의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쾌함이 섞여있었지만 화가 나 보이지는 않았다.몸을 돌려 부진환의 그윽한 눈빛을 마주한 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왕야, 이 돈은 제가 왕야에게서 빌린 것입니다. 제가 돈을 건 것이지요. 그러니 이 돈은 제 돈입니다.”그녀의 수중에 들어온 돈을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왕야께서도 겨우 이 정도 돈을 저에게서 빼앗으려 하지는 않겠지요?”부진환은 뒷짐을 진 채로 낮게 웃었다.“겨우 이 정도 돈이라?”적어도 몇만 냥은 되는 돈이었다.낙운희는 류훼향을 부축하며 옆으로 지나갔다. 류훼향의 서글픈 얼굴을 본 낙운희는 도저히 분을 삼킬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발을 뻗어 낙청연에게 발을 걸려 했다. 만약 낙청연이 넘어진다면 그 은표들은 전부 물에 빠지게 될 것이었다. 낙운희는 그때 가서도 낙청연이 저렇게 의기양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셈이었다.그러나 낙운희가 발을 뻗었을 때 부진환이 곧바로 눈치를 챘다.낙청연 또한 그것을 눈치채고는 일부러 힘껏 발을 밟았다.“아!”낙운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아픈 발을 부여잡았고 그 바람에 류훼향도 바닥에 고꾸라지게 됐다.“낙청연!”낙운희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면서 화를 냈고 손을 번쩍 들었다.그러나 바로 다음
“왜 그러십니까?”부경한이 궁금한 듯 물었다.“소문처럼 아무런 재간도 없는 무능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부진환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고 부경한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확실히 소문과는 다르지요. 덕분에 오늘 정말 시야를 크게 넓혔습니다.”“오늘 어렵게 출궁했는데 저랑 같이 금춘루(錦春樓)에 가주세요.”부경한은 부진환을 끌고 가면서 말했고 부진환은 표정을 굳히며 대꾸했다.“청루에 가려는 것입니까? 하지만…”“그런 소리 마십시오. 얼른 갑시다!”부경한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면서 부진환을 억지로 끌고 갔다.—낙청연은 잔뜩 들뜬 얼굴로 돈이 든 커다란 상자를 안고 왕부로 돌아왔다.왕비의 신난 모습에 장미는 얼른 낙월영에게 소식을 전하러 갔다.낙청연은 처소로 돌아와 은표 천 냥을 꺼내 등 어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기회를 찾아 이 돈을 소유에게 건네주거라.”등 어멈은 상자 안의 은덩이와 은표를 보며 놀라워했다.“왕비 마마, 외출 한 번 하신 것뿐인데 어찌 이리도 많은 돈을 들고 오신 겁니까?”“내가 번 것이다.”낙청연은 은표와 은냥을 나눠놓으며 자세히 세어봤다.총 만 삼천육백 냥이었다.낙청연에게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하지만 낙운희를 생각해 보면…낙청연은 그중 은표 오천 냥을 꺼내 품 안에 넣었다.“한 번 더 나가봐야겠다!”저택을 나선 뒤 낙청연은 곧장 태부부로 향했다.—낙청연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낙용은 직접 그녀를 마중하러 나왔고 기쁜 얼굴로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요 이틀 할아버지께서 무척 너를 그리워하셨다.”“할아버지 몸은 어떻습니까?”“괜찮다. 걱정하지 말거라.”“그럼 랑랑 언니는요?”낙청연이 걱정스레 묻자 낙용은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사실 난 가끔 랑랑이 너만큼 용기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저번 연회에서 약에 당했다고는 하나 나쁜 일을 당하지는 않았지.”“그리고 외부 사람들도 랑랑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지 못하니 그 아이의 명성은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 그런데 랑랑은 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