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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낙청연, 진짜로 멍청한 것이냐 아니면 멍청한 척하는 것이냐? 류훼향이 일부러 함정을 파놓은 것인데 눈치채지 못한 것이냐?”

낙청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왕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야께서 체면을 잃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진환은 낙청연의 어조에서 조롱을 읽어내고는 더욱더 미간을 좁혔다.

“본왕이 체면 때문에 이런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아닙니까?”

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설마 날 보호하려고 그런 것일까?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할 리가 없었다.

체면 때문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일까?

낙청연이 이기든 지든, 체면을 잃든 어찌 되든 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가 걱정하고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일까?

부진환은 갑자기 더없이 냉랭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본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경고가 담긴 말투였다.

말을 마치고 난 후 부진환은 먼저 걸음을 옮겼고 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자조했다. 그는 그녀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자 역정을 냈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회현루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회현루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밖에는 구경하러 온 백성들로 가득했다.

회현루 안에서 점원은 탁자마다 차를 올렸고 사람들은 낙청연과 류훼향의 겨루기를 기다렸다.

부경한도 몇몇 공자들과 함께 회현루에 들어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황제가 그곳에 있음을 눈치챈 자는 아무도 없었다.

회현루 안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지만 밖은 왈가불가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류 소저의 부군은 젊었을 적 어용 화사였소. 최근 몇 년간 류 소저도 그를 따라 여러 가지 재간을 배웠다고 들었는데, 내가 보기에 류 소저가 왕비보다 서화(書畫)에 더 능할 것 같소.”

“내 생각도 그렇소. 왕비는 그닥 이름도 없거니와 소문을 들어보니 아주 무능하다고 하던데 아마 참패할 것 같네.”

“그러게 말이오. 동의하지 말아야 했는데, 너무 무모했소.”

낙청연은 부진환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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