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가 갑자기 발바닥에서 솟구치더니, 미친 듯이 번졌다.낙요의 등골이 오싹해졌다.왜 이런 느낌이 있는 걸까?순간, 서소난의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역소천은 품속의 서소청을 안고 떠났고, 더 이상 서소난을 쳐다보지 않았다.서소난은 제자리에 한참 멍하니 서서, 전방의 그림자가 시선에서 멀어지자,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낙요의 마음은 형언할 수 없었다.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일단 돌아가시오.”서소난은 그제야 눈물을 닦고, 땅을 짚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일어설 때, 머리가 어지러워 비틀거렸다.낙요가 때마침 그녀를 부축했다.서소난의 안색은 창백했고 초췌했으며, 그녀는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소.”“가자고.”몇 사람은 함께 그곳을 떠났다.서소난은 오늘 밤 마차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낙요도 눈보라를 피할 겸 그녀의 마차를 빌려 탔다.계진은 마차 밖에서 말을 타고 물었다. “대제사장, 바로 집으로 돌아갑니까?”낙요는 서소난의 어두운 표정을 보더니 말했다. “일단 부인을 객잔으로 모셔드리겠다.”이때 바로 역씨 집안으로 돌아가면, 또 충격을 받을 것이다.서소난은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요는 발을 걷어 올리고, 분부했다. “도성으로 돌아가면, 먼저 객잔으로 가거라.”“알겠습니다.”마차 안은 매우 조용했다. 낙요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서소난도 차분해질 필요가 있었다.다만 그녀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고, 갑자기 병이 난 것처럼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차분해진 서소난은 먼저 입을 열었다. “대제사장, 고맙소.”“별말씀이오. 나도 딱히 한 건 없소.” 낙요의 어투는 담담했다.서소난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범인은 틀림없이 서소청이요. 춘앵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내가 특별히 사람을 시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했는데, 소청은 매우 이상했소! 대제사장, 나를 믿어주시오……”“믿소.”낙요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유난히 단호했다.추호의 망설임도
그 어투는 무력감을 드러냈으며,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잠깐 침묵을 지킨 후, 서소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분명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왜 그런 사람인 척하는지 궁금하지 않소?”“그건……내가 어렸을 때부터 무공이 뛰어나서 아홉 살 때부터 아버지와 전쟁터에 나갔고, 아버지는 나에 대한 기대가 나의 두 오라버니보다도 더 컸소.”“그러나 내가 실망하게 했소. 나는 친구와 산에 사냥하러 갔다가, 음모를 당해, 수근이 잘렸고, 그후로 평생 검을 들 수 없게 되었소.”“하루 사이에, 나는 폐물이 되었소.”“아버지는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 일을 줄곧 외부에 숨긴 채 말하지 않으셨소.”“하지만 그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소. 유형무형으로 괴롭힘을 당했지만, 나는 반격할 수가 없었소.”“하지만 나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소.”“그래서 스스로 강해져야 다른 사람이 감히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고 생각했소.”“그래서 역소천은 늘 나보고 교활하고 무례하며, 성격이 나쁘다고 하는 것이오.”“그 사람이 어떻게 내가 겪은 상처를 알고 있겠소.”서소난은 평온한 어투로 말을 이었으며, 눈가에 슬픈 빛을 띠었다.낙요는 이 말을 듣고, 몹시 놀랐다.“듣고 보니, 당신들은 어렸을 때 매우 친했을 것 같소.”서소난은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 우리는 늘 함께 겨루기를 즐겼소.”“그는 자기 가문 창법과 검법을 몰래 배워와서 나에게 가르쳐 주곤 했소.”“나도 나의 가문 전통 절학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소.”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 “그럼, 어릴 때, 수근을 자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소?”서소난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서소청이 아니면 또 누구겠소?”낙요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서소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그 일은 이미 지나간지 너무 오래되었고, 지금은 조사할 방법도 없고, 증거를 찾을 방법도 없게 되었소.”“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소. 서소청이 나를 모함하고, 모욕하고, 또 나를
서소난은 고개를 끄덕이었다.“비록 그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지만, 역소천은 나를 믿지 않소.”“서소청은 정말 대단하오. 그녀는 역소천의 역린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소. 단 한 수면, 역소천이 나를 완전히 미워하게 할 수 있소.”“나를 반격할 힘조차 없게 한단 말이오.”낙요는 듣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마음속으로 몹시 화가 났다.왠지 그녀도 서소난의 억울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녀의 아픔과 답답함까지 공감할 수 있었다.“돌아가서 당신과 역소천의 인연을 계산해 보겠소. 어쩌면 아직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소.”서소난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대제사장, 고맙소.”“이 몇 년 동안 나는 악명이 자자했고, 부모 형제들은 잇따라 세상을 떠났소. 주위에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렇게 내 말을 들어준 사람은 대제사장이 처음이요.”서소난의 두 눈은 온통 감격으로 가득했다.그녀도 그날 계집종의 말을 듣고 응계천이 후문에서 사람을 메고 갔을 때, 사람을 따라 보낸 것을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월규를 살렸으니, 오늘이 있게 되었다.--깊은 밤.객잔.조용한 객잔에 방 한 칸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구십칠, 주락과 강여 세 사람은 책상 위의 지도를 보며 노선을 연구하고 있었다.“요즘 궁에 경계가 삼엄하니,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오.” 구십칠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강여가 말했다. “하지만 요즘 고묘묘가 중상을 입어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때가 바로 우리가 복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 다시는 기회가 없습니다. 그럼, 고묘묘를 죽일 수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구십칠과 주락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결심을 확고히 했다.“확실히, 이건 좋은 기회요.”“우유 그쪽은, 낙정 하나만 죽여도 괜찮은 거요. 우리는 희망을 그녀 한 사람 몸에 걸어서는 안 되오.”“그녀가 낙정을 죽이고, 내가 고묘묘를 죽이겠소.”주락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내시로 분장하고 궁에 들어가 기회를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고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부진환이 설명했다."낙청연은 정말 살아있을지도 모르오. 그녀는 바로..."거기까지 말했는데 아래서 갑자기 장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낭자, 이곳에 묵으시렵니까? 저희 객잔은 이미 다른 손님께서 전부 대관하여 다른 이들에게 방을 내주지 않습니다."부진환은 안색이 달라지더니 곧바로 다가가 문을 열었고 마침 낙요와 시선이 마주쳤다.부진환은 몸을 흠칫 떨었다.낙요는 피하지 않고 방 안의 세 사람을 쓱 훑어본 뒤 부진환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이렇게 야심한 시간에 여기서 뭘 하는 것이오?"부진환은 고개를 숙였다."대제사장님, 이 세 사람은 제 친우입니다.""전 단지 친구와 회포를 풀었을 뿐입니다.""만약 대제사장님께서 내키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오지 않겠습니다."낙요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오지 말라는 소리는 안 했소.""이 객잔은 당신들이 대관한 것이오? 난 방을 하나 원하오."구십칠은 황급히 장궤에게 말했다."장궤, 이분들에게 방을 하나 내주시오.""알겠습니다."장궤는 다급히 열쇠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왔다.낙요는 서소난을 방 안에 들여보낸 뒤 방문 밖에 검은 그림자가 서 있는 걸 보고 방문을 열었고 부진환이 밖에 서 있는 걸 보았다."무슨 일이오?"부진환이 대답했다."제가 보고도 없이 멋대로 외출했으니 벌을 내려주십시오."낙요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당신이 언제부터 규칙을 그렇게 잘 지켰다고?""진익 황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당신은 단 한 번도 명령에 따른 적이 없고 항상 제멋대로였다던데."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진익이 대제사장님을 찾아온 적이 있습니까?""그렇소. 심지어 내게 당신을 돌려달라고 했지. 그런데 내가 왜 당신을 돌려주겠소? 당신은 이미 내 사람인데 말이오.""당신은 죽어서도 제사장 저택의 사람이오."낙요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그녀의 곧은 눈빛에 부진환은 심장이 떨려와 고개를 숙였다."네."낙요는 입
낙청연은 곧 서소난의 사주를 요구했다. 하지만 당장은 역소천의 사주를 받을 수 없었기에 일단은 서소난의 것부터 알아볼 생각이었다.그런데 결과를 확인해 보니 좋은 편이 아니었다.인연은 일단 둘째치고 서소난의 명격은 마치 실 한 올처럼 매우 약해서 언제든 끊어질 수 있었다.가장 약한 부분은 35세 때였는데 바로 올해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그리고 그것은 외부 요인 때문에 발목을 잡힌 것이지 그녀가 무슨 짓을 한 탓이 아니었다.전반적으로 운명이 고달픈 운명이었다.옆에 있던 서소난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낙요를 바라보며 결과를 기다렸다.“대제사장님, 결과가 있습니까? 저와 역소천에게 가능성이 있을까요?”그녀는 역소천과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했다.낙요는 무거운 어조로 설득했다.“집념이 너무 강하면 안 되오.”“어떤 사람은 강요할 수 없는 법이오.”“일찍 몸을 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오.”그 말을 들은 순간 서소난은 낙요의 뜻을 이해했다. 서소난과 역소천은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었다.그 순간 비통함이 몰려왔다.“감사하오, 대제사장.”낙요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러면 푹 쉬시오, 부인.”“난 이만 가보겠소.”말을 마친 뒤 낙요는 방을 떠났다.원래는 제사장 저택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밖에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어 객잔에서 하룻밤 쉬기로 마음먹었다.방으로 들어간 부진환은 자발적으로 방안의 난로에 숯불을 더하고 이부자리를 하나 더 가져와 침상에 폈다.자주 하는 일은 아닌지 다소 서툴러 보였다.“대제사장님, 창문은 닫겠습니다. 창문에서 들어온 바람이 마침 침상을 향해 고뿔에 걸리기 쉽습니다.”부진환은 말하면서 자발적으로 일을 했다.또 물 한 주전자를 끓여 낙요에게 좋은 차를 우려 주기도 했다.부진환이 물었다.“계진에게서 대제사장님이 오늘 저녁 산에 갔다 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몹시 추웠겠지요.”“대제사장님, 따뜻한 물에 발이라도 담갔다가 주무시렵니까? 그러면 조금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입니다.”부진환이 그렇
너무 편안해서 눈을 감고 자고 싶은 정도였다.대야에 담아두었던 물이 식자 부진환이 귀띔했다.“대제사장님, 이만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이 이미 찹니다.”“알겠소.”부진환은 수건으로 낙요의 발을 닦은 뒤 침상에 놓았고 이불을 잡아당겨 덮어주었다.“대제사장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이 객잔은 조용하니 대제사장님께서 시끄러워 깨실 일은 없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대야를 들고 나가려 했고 낙요가 그를 불렀다.“잠깐.”부진환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대제사장님,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왜 이렇게 적극적인 것이지?”낙요는 직설적으로 물었다.“내가 당신 친우에게 불리하게 굴 것 같아서 그러오?”이런 일을 했으면서 아무런 부탁도 하지 않고 가려고 하다니.부진환은 살짝 놀라며 곧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대제사장님을 위해서 한 일은 전부 제가 원한 일입니다.”낙요는 가슴이 철렁했다.곧이어 부진환이 떠났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린 채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했다.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아예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발을 잠깐 물에 담근 덕분인지 몸이 편안한 것이 피로가 완전히 풀렸다.차가운 침대 위에 눕자 이불 안도 이내 따뜻해졌고 손발도 차갑지 않았다.그녀는 이내 잠이 들었다.그렇게 낙요는 이튿날 정오쯤에야 깨어났다.눈을 떠보니 햇빛이 방안을 비췄고 낙요는 편안하게 기지개를 켠 뒤 일어나서 창가로 향했다.그러다 문득 놀랐다. 어젯밤 창문을 닫지 않았는가?그러나 오늘 햇빛이 너무도 편안한 탓에 낙요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오므리고 눈을 감고 즐겼다.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며 부진환이 안으로 들어왔다.“대제사장님, 깨셨습니까?”“객잔에서 점심을 만들어서 제가 가져왔습니다.”낙요는 눈도 뜨지 않고 덤덤히 물었다.“창문은 당신이 열었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햇빛이 좋아서 대제사장님께서 좋아하실 듯하여 창문을 열었습니다.”낙요는 눈을 뜨더니 살짝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
객잔을 떠날 때 낙요는 서소난이 먼저 역씨 저택으로 돌아갔다는 걸 알았다.그녀는 서소난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보니 역소천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했다.낙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탄식한 뒤 대제사장 저택으로 돌아갔다.마당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백서가 부랴부랴 맞이했다.“대제사장님.”그녀는 비록 낙요에게 말을 건넸지만 시선은 그녀의 뒤에 있는 부진환에게 향해 있었다.그녀의 애정 가득한 시선에 낙요는 두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재빨리 방으로 돌아갔다.부진환도 빠른 걸음으로 떠났고 백서 또한 이내 따라잡았다.“부진환!”“어젯밤 어디 갔었습니까? 왜 대제사장님과 같이 돌아온 것입니까?”부진환은 곧바로 주방으로 향했고 왕 주방장과 몇 마디 나누더니 두 사람은 함께 점심을 만들기 시작했다.백서는 옆에서 걱정스럽게 말했다.“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은 것 같던데 쉬십시오.”“제가 할까요?”부진환은 덤덤히 말했다.“가서 볼일 보시오.”백서가 대답했다.“전 바쁜 일이 없습니다.”부진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렇게 한가하면 대제사장님 쪽에 할 일이 없는지 알아보시오. 날 따라다니지 말고.”백서는 할 일이 없는 것 같아 할 수 없이 떠났다.하지만 대제사장 쪽에도 그녀가 할 일은 없었다.그렇게 백서는 이리저리 오가다가 또다시 주방 바깥쪽의 계단에 앉았다.연기가 피어오르는 주방에서 두 사람은 각자 바삐 돌아다녔다. 큰불이 활활 타오르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향기가 폴폴 났다.부진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다들 약은 드셨소?”원 주방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거의 다 먹었소.”“알겠소. 그러면 방법을 생각해 구해보겠소.”처마 밑에서 백서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매우 의아했다.무슨 약?부진환이 원 주방장과 무슨 약을 논의하고 있는 걸까?점심때가 지나자 백서는 참지 못하고 부진환의 방문 밖에 도착했고 마침 외출하려던 부진환과 마주쳤다.백서는 부진환을
“대제사장님.”낙요는 두말하지 않고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끌어내어 50대 때리거라!”원 주방장은 겁을 먹고 안색이 창백해졌고 부진환은 고개를 들어 놀란 표정으로 낙요를 바라봤다.낙요는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말하지 않겠다면 50대를 더하겠소.”유단청 등 사람들은 문밖에서 몰래 관찰하며 손에 땀을 쥐었다.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귀원단(歸元丹)입니다.”그 말에 낙요는 의아했다.“귀원단?”낙요는 원 주방장을 바라봤다.“두 사람이 몰래 얘기하던 게 귀원단이란 말이냐?”원 주방장은 고개를 숙였다.“맞습니다, 대제사장님.”“귀원단이 독약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한 것이지?”바로 이때, 유단청 등 사람들은 곧바로 나서며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대제사장님, 저들을 탓하지 마십시오. 귀원단 일은 저희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낙요는 그 말에 더더욱 놀랐다.“말하거라,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유단청이 대답했다.“사실은 이렇습니다. 저희 모두 노예영 출신이라 다들 벌을 받은 적이 있어 내상이 있습니다.”“부진환은 그 사실을 일찍이 눈치채고 상처를 치료하라고 저희에게 귀원단을 주었습니다.”“아주 진귀한 약은 아니었지만 저희 형편으로는 사기 어려운 약이었습니다.”“그래서...”거기까지 들은 낙요는 미간을 구기며 부진환을 바라봤다.“그랬던 것이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더욱더 화를 내며 탁자를 쳤다.“겨우 이깟 일을 내게 숨기다니?”“상처가 있으면서 내게 상처를 치료할 약을 달라고 하지 않고 부진환을 찾았단 말이냐?”백서 또한 놀랐다.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유단청이 더 설명하려 하자 낙요가 차갑게 말했다.“다들 떠나고 부진환만 남거라!”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다.낙요는 몸을 살짝 기울이더니 고개를 숙이고 부진환을 바라봤다.“이렇게 내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급급하단 말이오?”“뭘 하려는 것이오?”어젯밤 일을 떠올린 낙요는 점점 더 부진환이 수상쩍다고 생각했다.“단 한 번만 기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