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가지 않았는데 백서는 여전히 방 안에 있었다.방문을 사이에 두고 백서의 중얼거림이 들렸다.“꼭 나으셔야 합니다.”낙요는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고 백서는 화들짝 놀라며 낙요가 온 걸 보고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대제사장님.”“상태가 어떤지 보러 왔다.”낙요는 부진환의 맥을 짚더니 미간을 구겼다.“대제사장님, 왜 그러십니까? 설마 상태가 악화한 겁니까?”낙요는 미간을 좁히고 말했다.“확실히 좀 심각해졌구나. 날씨 때문인 것 같다.”“우선 나가 있거라. 내가 침을 놓겠다.”낙요는 은침을 꺼내고 부진환의 옷깃을 풀어 헤친 뒤 천천히 침을 놓기 시작했다.백서는 망설이며 방에서 나갔다.그런데 그녀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부진환의 손끝이 살짝 떨렸고 이내 눈까지 떴다.백서는 깜짝 놀라더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며칠 동안 밤새 그의 곁을 지킨 보람이 있었다. 부진환이 깨어났다!“청연...”부진환은 침상에 앉은 사람을 보고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낙요는 흠칫 놀라더니 덤덤히 대꾸했다.“상처가 심하군. 일찌감치 죽을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낙청연이라는 자 때문에 지금까지 버틴 것이겠지?”“그렇다면 이를 악물고 조금만 더 버티시오.”“난 최선을 다해 당신을 구할 테니 당신도 최선을 다해 살아남으시오.”부진환은 허약한 얼굴이었지만 눈동자가 빛났다.낙요는 그가 왜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건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부진환이 완전히 정신을 차린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마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그녀를 낙청연으로 착각한 것 같았다.침을 다 놓은 뒤 낙요는 방을 나섰다.백서가 다급히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낙요가 당부했다.“지금은 정양이 필요하니 말을 좀 줄이거라.”백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방문이 닫힌 뒤 백서는 다시 부진환의 침상 옆을 지켰다.다음 날 아침 부진환이 정신을 차렸다.백서는 그가 깨어나자 무척 흥분했다.“드디어 깨어나셨습니까?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부진환은 가슴에 손을
계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낙요는 이내 그곳을 떠났다.부진환은 복잡한 시선으로 멀어져가는 낙요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서 미련이 보였다.낙요는 정말 급히 떠났다.부진환은 자신이 얼른 나아야 낙요의 곁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백서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부진환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참으로 고달픈 운명을 타고나셨군요.”“목숨을 건졌지만 벙어리가 되다니.”“당당한 천궐국 섭정왕이 왜 여국으로 와서 이런 고생을 하는 겁니까?”부진환은 생각에 잠겨 백서의 말을 듣지 못했기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계진이 약을 들고 왔고 백서는 그릇을 받아 부진환에게 떠먹여 주려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그릇을 건네받은 뒤 약을 전부 마셨고 바로 누워서 잠을 잤다. 그는 얼른 상처를 치료해 하루빨리 나을 생각이었다.-오늘 대제사장의 저택에 귀한 손님이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낙요는 손님을 본 순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황자, 설마 제게 사람을 달라고 온 건 아니겠지요?”“이미 며칠이나 지났는데 지금 와서 사람을 내어달라는 건 너무 늦은 것 아닙니까?”진익은 웃으며 말했다.“대제사장, 걱정하지 마시오. 호위 한 명일 뿐인데 난 그렇게 마음이 좁지 않으니 말이오.”낙요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습니까? 호위 때문이 아니란 말입니까?”“그러면 부진환 때문입니까?”진익은 부인하지 않았다.역시 부진환을 위해 온 것이 맞았다.진익은 앞에 앉아 말했다.“대제사장도 알다시피 부진환은 예전에 내 사람이었소.”“전 몰랐습니다.”낙요는 무심하게 찻잔을 들면서 진익의 말허리를 잘랐다.진익은 허탈한 듯 웃으며 말했다.“몰랐다면 내가 상황을 얘기해주겠소.”“부진환이 여국에서 온 뒤로 내가 줄곧 그를 보호했소. 그도 이미 나를 주인으로 인정했고.”“대제사장, 그가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해서 그가 누군가에게 복종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그는 예전에 내게도 무릎을 꿇은 적이 있으니 이미 오래전 내 사람이 되었지.”“만약 호위가 필요한
그는 반박할 수 없었다.낙요의 태도를 보니 부진환을 놓아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진익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그는 이내 화두를 돌렸다.“대제사장의 뜻이 확고한 걸 보니 그렇다면 내가 한 번 양보하겠소.”진익의 뜻은 아주 분명했다. 부진환을 돌려줄 생각이 없다면 낙요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인 것이다.하지만 낙요가 그의 수작에 걸려들 리 없었다.“부진환을 구한 건 저고 그의 목숨 또한 제 것입니다. 전 누구에게도 빚을 지지 않았습니다.”진익은 허탈하게 웃으며 어색함을 풀려 했다.“대제사장은 여전하군. 말을 할 때 사정이 없소.”“내 뜻은 대제사장과 친우가 되고 싶단 말이었소. 부디 내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소.”낙요는 웃으며 말했다.“참으로 희한하군요. 제가 이번에 돌아오니 다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차갑고 거만하던 낙정마저 절 아주 열정적이게, 또 친절하게 대해주더군요.”“그리고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는 황자께서도 제사 일족인 저와 친우가 되고 싶으시군요.”낙요는 비아냥댔다.진익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시간이 조금 흐르면 대제사장 또한 변할 것이라 믿소.”“대제사장이 홀로 다니는 것에 익숙하다는 건 알고 있소. 하지만 친우를 여럿 두어 여러 명의 보살핌을 받는 기분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오.”낙요는 잠깐 생각했다.“그래요.”“황자께서 장난을 치신 것만 아니면 됩니다.”진익은 웃으며 말했다.“난 당연히 진심이오!”-진익을 보낸 뒤 낙정이 다급히 찾아왔다.“행방을 찾았습니다!”“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온심동은 공주마마에게 붙잡혀 귀도로 간 것 같습니다.”그 말에 낙요의 안색이 달라졌다.“귀도?”귀도처럼 위험천만한 곳이라면 온심동이 죽을지도 모른다.“왜 귀도로 간 것이지? 고묘묘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것일까?”“정확한 정보가 맞느냐?”낙정은 장담하듯 고개를 끄덕였다.“한 호위를 조사했는데 고묘묘가 사람을 시켜 온심동을 귀도로 끌고 가는 걸 봤다고 그랬습
쏟아지는 화살은 마치 세상을 뒤덮은 눈처럼 그들을 포위했다.그들이 있는 곳에는 나무줄기도 없었고 몸을 피할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낙요는 장검을 꺼냈다.분심검의 검기와 영력은 엄청났다. 장검을 휘두르는 순간 화살들이 후드득 떨어졌다.하지만 어두운 곳에 숨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그들은 계속해 활을 쐈다.바닥은 이미 화살로 가득했다.세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댄 채 버겁게 대처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낙정이 앓는 소리를 냈다.고개를 돌린 낙요는 등 뒤에 서 있던 낙정의 팔에 화살이 하나 꽂힌 걸 보았다.“전 괜찮습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낙정이 다급히 말했다.계속 이런 상태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낙요는 곧바로 장검을 휘둘러 대량의 화살을 날려버리며 공중으로 떠올랐다.곧이어 그녀는 부적을 던졌다.한 줄기 힘이 바람을 빌려 공중에 있던 화살들을 밀어버리고 어두운 곳에 숨어있던 적들을 습격했다.위력이 엄청났다.그들은 곧 무거운 무언가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소리를 들었다.낙요는 똑같은 방법을 사용해 다른 방향에 있던 적들까지 쓸어버렸다.전부 죽지는 않았지만 낙요 일행을 막을 수 없었다. 막대한 손실을 본 그들은 이내 철수했다.숲속에서 도망치는 발소리가 들렸고 이내 멀어졌다.세 사람은 공격을 멈추고 낙요는 낙정을 바라봤다.“상처는 괜찮냐?”낙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말을 마친 뒤 낙정은 이를 악물고 화살을 부러뜨렸다.“귀도의 사람인 듯합니다.”낙정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가 외부에서 침입한 자들이라 저들에게 노려진 것 같습니다.”낙요는 주위를 쓱 둘러보고는 결연하게 말했다.“노려져도 상관없다. 난 반드시 온심동을 찾을 것이다.”낙요는 계속해 산을 올랐다.잠시 뒤, 갑자기 눈밭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는 그들에게로 빠르게 돌진했다.세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경계하며 주위를 바라봤다.곧이어 팔뚝만큼 굵은 세 개의 무언가가 갑자기 나타나 세 사람을 습격했다.낙요는
낙요는 즉시 그들 두 사람을 데리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갔다.나침반은 그들을 마을 같은 곳으로 안내했다.이곳에 들어서자, 낙요는 코를 찌르는 피 비린 냄새와 시체 썩는 냄새 및 약 냄새를 맡았다.그 혼잡한 기운들이 섞여서, 뭔가 썩어 가는 것 같은 냄새가 풍겼고, 몹시 역겨웠다.이렇게 두터운 눈으로도 덮을 수 없는 냄새라니, 여기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체가 묻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마을은 어두웠고, 안개가 자욱했기 때문에,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세 사람은 가장 가까운 저택으로 왔다.방문을 열고, 방안을 둘러본 후, 계진은 촛불을 켰다. 어두웠던 방안은 삽시에 밝아졌다.낙요가 침상에 누워있는 시신을 발견했다. 웅크리고 앉아 시신을 검사해 보았다. 시신의 부패 정도를 보아하니, 최근에 사망한 것 같지 않았다.시체는 강렬한 약 냄새가 풍겼고, 각종 냄새가 섞여 있어, 그녀도 도대체 어떤 약인지 냄새를 구별할 수 없었다.“여기서 나는 이상한 냄새가 바로, 이 시체에서 나는 것 같은데, 이 마을에 이런 시체가 많을 것 같구나.”“다른 곳으로 가보자꾸나.”이윽고 세 사람은 방안에서 나갔다.두터운 눈을 밟으며, 세 사람은 가는 곳마다, 발자국을 남겼으며 발밑은 온통 핏자국이었다.곧이어 그들은 또 몇 집을 더 조사해 보았고, 방안에 모두 시체가 있었다.세 사람은 등불을 들고, 방 안에 들어가서야, 자신들이 밟았건 온통 피로 물든 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낙요는 미간을 쭈그리며 말했다. “이 아래에 피가 가득한 것 같구나.”“빨리 파봐야겠다.”계진은 즉시 굵은 막대기를 찾아와서, 눈을 깊숙이 팠다. 드디어, 눈 밑에서 시신이 나타났다.연이어 눈을 파보니, 모두 시신이었다.이 광경을 보고, 세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럼, 여기…… 온 들판에 시체가 널려 있는 거 아니야?” 낙요의 어투는 무거웠다.그리고 더욱 소름 돋는 건, 여기가 바로, 나침반이 가리킨 위치라는 것이었다.온심동은, 이곳에 있다!“산 사람
그 시체는 아주 강력한 힘에 찔려, 날아갔다.낙정은 겨우 벗어났고, 몸을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낙요는 손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했다. “목숨까지 바쳐가며 그럴 필요 없었다.”낙정은 웃으며 말했다. “급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한 행동입니다.”낙요는 순간 멍해졌다.바로 이때, 날려 갔던 그 시체는 또다시 기어 일어나더니, 이마에 큰 구멍이 뚫린 채로 그들을 행해 달려왔다.낙요는 검을 들고, 가차 없이 그 시신을 벽에 고정하더니, 즉시 부적을 꺼내 던졌다.지글지글 타는 소리가 들리자, 낙요는 장검을 뽑았다. 그 시체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이 마을은 사기가 매우 강했기 때문에 원혼이 잔존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었다.다만, 이 시체들의 몸에는 모두 짙은 약 냄새가 풍겼고, 누군가 이 사람들을 약으로 정련한 것처럼 보였으며, 일부러 만들어 낸 것 같았다.설마 이것이 바로 귀도의 특징인가?“이 팔은……” 낙정은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낙요는 가슴이 움찔했고, 감히 머리를 돌리지 못했다.“더 찾아보자꾸나.”이 말을 하며, 낙요는 발걸음을 옮겨, 다른 곳으로 찾으러 갔다.계진은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으며, 함께 찾아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낙정이 소리쳤다. “이것 좀 보십시오!”낙요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낙정은 눈앞의 물건을 보고,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낙요는 다급히 달려왔다. 그는 한 무더기 시체들 속에서 머리 하나를 발견했다……비록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묻어 있었지만, 그 얼굴이 낙요의 시선에 들어오는 순간, 머리 위에서 천둥이 내리치는 것 같았다.낙정의 말은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고, 그녀의 머릿속은 그저 윙윙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소사매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소사매는……”낙정은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낙요는 큰 바위에 눌린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혔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우리가 여기까지 찾으러 온 이상, 반드시 소사매를 온전하게 데려가야 합니다.”이
하지만 낙정은 마음속으로 의기양양했다.낙정은 낙요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바로, 이 소사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온심동의 이 처참한 모습을 보면, 분명 큰 충격을 입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낙요의 이 반응을 보니, 역시 이 방법이 옳았다!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다.“소사매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반드시 건강을 생각해야 합니다.”낙정은 슬퍼하며 말했다.낙요는 입가의 피를 닦고, 눈시울을 붉히며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고묘묘는 왜 온심동을 여기에 데려온 것이냐?”낙정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온심동은 고묘묘에게 밉보였기 때문에, 이 산에 던져졌습니다.”“하지만 온심동이 이렇게 된 건, 어디까지나 귀도 탓입니다.”“만약 그들이 이렇게 온심동을 겹겹이 둘러싸고 묶어 두지 않았다면, 온심동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산에서 도망갔을 겁니다.”“하필 이 귀도에는 한 무리의 사람이 들어와도, 오직 한 사람만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심지어…… 모든 사람은 다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없습니다.”“이 산에는 기관과 함정이 많으니, 우리도 내려갈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낙요의 눈빛은 살기가 충만했고, 이를 뿌드득 갈며 말했다. “고묘묘! 귀도! 난 결코 하나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지금의 낙요는 살기등등했고, 그 눈빛은 낙정도 두려웠다.하지만 지금은 고묘묘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 고묘묘는 중상을 입었으니, 그녀는 마냥 고묘묘가 낫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반드시 뭔가를 해야 했다.일전에 부진환이 청봉산에서 필사적으로 낙요의 목숨을 살려주니, 낙요는 부진환을 자기 사람으로 생각했다.그녀가 낙요에게 접근하려면, 또한 이 방법밖에 없다.이번에 낙요를 구하려다 다쳤으니, 낙요도 분명 조금은 그녀에게 신세 졌다고 생각할 것이다.낙요의 신임을 얻은 후, 그녀를 죽이고, 나침반을 뺏으면 된다.설령 그때 가서 고묘묘가 무슨 불만이 있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낙요는 아예 기다릴 생각이 없었고, 곧바로 진법을 깨고, 쳐들어가려고 했다.바로 이때, 뒤에서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추십시오!”낙요는 고개를 돌렸다. 생각밖에 우유였다.우유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대제사장님, 그대로 쳐들어가면 안 됩니다.”“이 모든 건, 누군가 일부러 꾸민 짓입니다.”낙요와 그들이 입산한 후부터, 우유는 줄곧 슬그머니 그들 뒤를 밟았다. 그동안 일어난 일들도 그녀는 모두 보고 있었다.우유는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낙요를 겨눈 함정이라는 것을.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심 어린 눈빛이었다.“대제사장님, 산에 올라가려면, 제가 모시겠습니다.”“단지 저에게 손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시면 됩니다.”“이 귀도는, 많은 사람의 심혈이 깃든 곳입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순간 멍해졌다. 우유가 어떻게 귀도의 길을 알고 있을까?“알겠다. 약속하마.”우유는 낙요를 데리고 비밀 통로를 거쳐 산으로 쭉 올라갔다.우유도 이 길밖에 몰랐기 때문에, 낙요를 데리고 이 길로 안내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낙요가 산으로 쳐들어가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낙요는 매우 놀라웠다. 왜냐면 이 비밀통로는 딱 봐도 외지인은 모르는 길이었고, 산에 속하는 아주 은밀한 길이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우유가 알면 그만이지만, 우유는 그녀를 데리고 이 길을 가다니!낙요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를 이 길로 데리고 가면, 내가 귀도에 위협이 될까 봐 두렵지 않으냐?”우유는 진지하면서도 단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대제사장님을 믿습니다!”“대제사장님은 정정당당하고, 일언천금입니다. 손을 대지 않는다고 저에게 약속했으니, 그럼, 틀림없이 손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신뢰는 상호적이라는 걸 우유는 믿고 있었다.그녀가 낙요를 믿으면, 낙요도 그녀를 믿을 것이다.진실한 마음을 주고받으면, 언젠가 그녀와 낙요도 친구가 되는 그날이 올 것이다.낙요는 잠시 멍해 있더니, 확실히 우유의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