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그 사내들은 낙청연을 공격하려 했다.하지만 바로 그때 장군 저택의 문이 벌컥 열리며 호위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사내들은 깜짝 놀라더니 겁을 먹고 황급히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호위들이 그들을 겹겹이 에워쌌다.이내 침서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안색이 한없이 흐렸고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 기세에 사내들은 겁을 먹었다.“감히 나 침서의 저택 앞에서 내 사람을 잡으려 하다니, 너희는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은 모양이구나.”침서의 음산한 어조에 사내들은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뭐라고? 침서라고?”“침서가 누구지?”고개를 든 그들은 장군 저택이라는 걸 발견하고는 다리가 풀렸다.이 거리가 이토록 조용하고 문밖에 사람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곳이 바로 미친 염라대왕이라고 불리는 침서의 구역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장군,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이곳이 장군 저택인 줄 몰랐습니다. 장군, 살려주십시오.”침서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끌고 가서 죽이거라!”낙청연이 그를 막았다.“잠깐만요.”그녀는 바닥에 꿇어앉은 사내들을 보며 말했다.“조금 전에 누군가 돈을 줘서 시합하러 온 것이라고 했지?”그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저희에게 인당 20냥을 주었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그렇게 적다고?”“그런데 이곳에 온 것이냐?”그들은 이내 시선을 주고받으며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20냥이면 적은 건 아닙니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면 이번 시합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냐?”“겨우 20냥에 목숨을 건 걸었다고?”그 말에 그들은 겁을 먹고 안색이 창백해졌다.“목숨이 위험하다니요?”“기권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저 상대방의 체력을 고갈시키면 된다고 했습니다.”“이기지 못하겠으면 패배를 인정하면 되는데 왜 목숨이 위험하단 말입니까?”그 말을 듣는 순간, 낙청연은 황후의 계획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황후가 이
”그러면 얼른 꺼지거라!”침서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그들이 감히 도성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침서는 두 사람을 보내 몰래 그들을 감시하게 했다.물론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그들이 알 수 있게 했고 시시각각 그들이 목숨을 위협했다.침서는 낙청연을 바라봤다.“장군 저택에 와서 날 찾다니, 오늘은 총명하구나.”“내가 너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건 아니구나.”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당신은 줄곧 큰 쓸모가 있었습니다. 미친 염라라는 별명만으로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우리 낙요는 참으로 똑똑하구나.”침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동자는 한없이 부드러웠다.침서는 대부분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낙요가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낙요의 강한 성격을 생각하면 쉽게 그의 도움을 원하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오늘 낙청연이 자발적으로 그를 찾아왔기에 침서는 무척 기뻤다. 그는 처음으로 낙청연이 그를 필요로 한다는 걸 느꼈다.그 사내들은 그곳을 떠난 뒤 곧바로 객잔의 찻집으로 달려갔고 몰래 시합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을 찾아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가짜 소문을 퍼뜨려 상대에게 겁을 줬다.“당신도 돈을 받고 시합에 참여하러 온 것이오? 휴, 당신도 속았군!”“우리가 체력을 소모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아시오? 바로 미친 염라대왕 침서요!”“그가 나선다면 우리에게 그의 체력을 소모할 기회가 있겠소?”“바로 우리 목이 떨어지겠지!”그 말을 들은 상대는 대경실색했다.“우리에게 상대가 침서라는 건 알려주지 않았소!”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나도 방금 안 것이오. 생각해 보시오. 침서가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찾아 그의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있겠소?”“상대하기 어려우니 그의 체력을 소모하려는 것이오.”“우리 모두 이용당한 것이오!”“겨우 20냥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소!”“난 도망칠 생각이오. 일찍 도망치면 안전하겠지. 어차피 돈을
”부 공자?”낙청연이 그를 부르자 상대는 살짝 놀라며 곧바로 몸을 돌렸다.“낙 낭자, 외출했었소?”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 있소?”부소는 웃으며 말했다.“낙 낭자에게 감사드리러 온 것이오.”“저번에 낭자가 가르쳐준 뒤 즉시 자운근을 사서 써봤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효과가 있다면 잘된 일이지.”“그렇소.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직접 낭자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소.”“그런데 요즘 바쁜 것 같던데 혹시 대제사장 시합 때문에 그러시오?”낙청연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다. 부소를 보니 일부러 그녀를 떠보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바로 인정하지 않고 반문했다.“부 공자는 시합에 참여하기 위해 도성에 온 것이오?”“최근 도성에 온 자들은 전부 시합을 위해 온 것이던데.”부소는 살짝 놀랐지만 부인하지 않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소.”“하지만 난 시합에서 낭자의 상대가 되고 싶지 않소.”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덤덤히 웃었다.“비무장에서 만난다면 난 봐주지 않을 것이오.”-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고 드디어 공지가 나왔다.이번 무술 시합에 관한 규칙이었다.연무대는 하나뿐이고 공격과 수비의 방식으로 비무가 진행된다. 매일 수비 시간이 가장 긴 사람이 진급할 수 있으며 매일 최대 세 명이 진급할 수 있었다.그러니까 수비 시간이 가장 긴 세 명이 진급할 수 있었다.그리고 연무대에 오르는 방식은 명부에 등재된 순서에 따라서였다.그날 거리에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자리가 여러 개 생겼다.이름만 등록하고 신분이나 배경은 적을 필요 없었다.대제사장을 선발하는 것치고는 아주 경솔한 행위였다.하지만 이미 규칙이 정해졌기에 낙청연도 반대할 권리는 없었다.시합은 시작되고 나서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었다. 명부에 적힌 사람들이 전부 다 시합을 마쳐야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될 수 있었다.그리고 매일 진급한 사람들끼리 또 한 번 비무를 해야 했다.그렇게 마지막에 스무 명이 남게 된다.무공 시합이
삼십여 명이 연무대에 올랐지만 반 시진 이상 버티는 사람이 없었다.낙청연 차례가 됐을 때는 정오였다.낙청연은 훌쩍 뛰어 연무대 위로 올라갔고 매서운 움직임으로 속전속결 하여 시합에서 이겼다.곧이어 진짜 시합이 시작되었다.낙청연 뒤에 올라온 사람들은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낙청연은 감히 게으름을 부릴 수 없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또 매섭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상대와 향이 반쯤 타들어 갈 만한 시간이 지나서야 시합을 끝낼 수 있었다.처음에는 피곤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어서 나온 사람들은 점점 더 강했다.열 명이 넘어가자 낙청연은 강한 피로감을 느꼈다.하지만 연무대 위에서는 잠시라도 쉴 수 없었고 숨 돌릴 틈마저 없었다. 다음 상대가 연무대 위로 올라왔다.이번에 올라온 사람은 건장한 체격에 낙청연보다 몸이 두 배는 더 넓었다.그가 주먹을 뻗자 날카로운 권풍에 낙청연은 뺨이 따끔할 정도였다.낙청연은 몸을 비켜 공격을 피했다.그런데 상대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신속히 낙청연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낙청연은 두 팔로 막으려 했지만 상대방의 강한 힘을 막지는 못했다.결국 낙청연은 주먹을 맞고 날아갔고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청연!”우유는 긴장 때문에 손바닥에서 땀이 났다.상대가 다시 한번 공격하려 할 때, 낙청연이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고 훌쩍 뛰어올라 두 다리로 상대방의 가슴팍을 힘껏 걷어찼다.상대방은 팔을 들어서 막아냈고 낙청연은 몸을 빙 돌려 다리로 사내의 목을 조른 뒤 뒤로 확 끌었다.사내는 그 힘을 못 이겨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낙청연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재빨리 일어나 주먹을 뻗었고 사내는 그 주먹을 맞고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오직 사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때를 틈타 계속해 공격했다.낙청연의 주먹에서 피가 흘렀고 사내는 완전히 기절해 버렸다. 낙청연은 그제야 몸을 지탱하며 힘들게 일어섰다.배를 문지르니 살살 아팠다.하지만 쉴 기회도 없이 다음 사람이 올라왔다.아래에서 구경하는
구십칠의 표정은 무거웠다. “아직은 적어도 한 시진은 더 버텨야 합니다. 그래야 인원수로 하든, 시간으로 하든, 모두 안정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한 명 또 한 명의 적수들이 등장했다.낙청연의 체력은 점점 떨어졌고, 연달아 여러 곳에 상처를 입었다.한차례 겨루기를 끝낸 후, 피 비린 단내가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낙청연은 억눌렀다.꽉 움켜쥔 주먹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연무대 아래서 의논 소리가 들렸다.“이 여인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버티다니, 오늘 진급한 세 사람 명단에 분명 이 여인의 이름이 있을 겁니다!”“확실히 실력이 대단합니다. 이 여인을 만난 그 사람들은 정말 재수가 없습니다.”“다행히 내 이름은 내일로 정해졌습니다.”구십칠 등 사람들은 이미 초조하고 불안했다.우유가 걱정하며 말했다. “이제 겨우 1차전인데 이렇게 어려우면, 다음 경기는 더욱더 어려울 것입니다.”구십칠은 시간과 인원수를 계산하더니, 긴장한 표정으로 낙청연의 상태를 살펴보았다.연무대에서 낙청연이 또 한 번 적수를 이기자, 사람들은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구십칠은 약간 시름을 놓으며 말했다. “한 명만 더, 한 명만 더 이기면, 무조건 진급합니다!”낙청연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구십칠과 그들을 바라보았다.구십칠이 손가락 하나를 세우고, 입 모양으로 그녀와 말하고 있었다. “딱 한 명만 더 이기십시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이 마지막 경기만 치르면, 드디어 쉴 수 있다.낙청연은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마지막일수록 실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체력도 이미 한계에 이르렀지만, 마지막, 이 시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지면 안 된다!그녀는 투지를 불태웠다.“다음, 부소!”함성이 울려 퍼지는 그 순간, 낙청연은 흠칫 놀랐다.부소?다음 상대는 부소라고?낙청연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다. 비록 부소와 맞붙어 싸워본 적은 없지만, 낙청연은 왠지 이 사람의 실력이 매우 강하다는 느낌이
“그럼, 당신이 출전하시오.”뒤이어 부소가 낙청연 앞에 마주 섰다.부소는 웃으며 말했다. “낙 낭자, 우리가 경기장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소.”낙청연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당신은 조금 전……”부소는 마치 낙청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것처럼 즉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역시 인간은 세 가지 급한 일을 피할 수 없소! 미안하게 됐소.”낙청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부소가 말했다. “낙 낭자, 시작하시오.”부소가 공격을 시작하자, 낙청연은 갑자기 힘없이 쓰러졌다.부소는 깜짝 놀라더니, 공격하던 주먹을 거두고, 낙청연을 받아 안았다. “낙 낭자!”낙청연은 힘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말했다. “괜찮소. 나는 그저 힘이 다 빠졌을 뿐이오.”“이번 시합은, 내가 졌소.”연무대 아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부소는 멈칫하더니, 별로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곧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이득을 보는군!”뒤이어 부소는 낙청연을 부축하여 연무대 아래로 데려갔다.우유 등 사람들이 다급히 맞이했고, 그들은 낙청연을 데리고 황급히 경기장을 떠났다.경기장을 떠나면서, 낙청연이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이미 출전했다. 부소의 그 기세를 보고, 낙청연은 문득 방금 부소가 출전하지 않은 것을 참 다행으로 생각했다.그곳을 떠난 후, 그들은 낙청연을 의관으로 데려갔다.의관에서 낙청연은 아토를 만났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벙어리는 묵묵히 약을 가져와, 상 위에 올려놓았다.구십칠은 다급히 의관 대문을 닫고, 장사를 끝냈다.낙청연은 의관에 점원과 장궤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물었다.“너희들이 이곳을 빌렸느냐?”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방금 연무대에서 겨룰 때 상처를 입은 낭자의 모습을 보고, 문득 요 며칠 상처 입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그때 모든 의관은 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차라리 의관 하나를 미리 빌렸습니다.”“낭자께서
부소는 웃으며 물었다. “낙 낭자, 저녁 식사는 하셨소? 안 드셨으면 같이 하시는 게 어떠하신지?”아래층으로 내려온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앉더니, 좋은 술 한 주전자를 주문했다.부소는 술을 한 잔 따라 마시더니, 매우 만족해하며 말했다. “참 좋은 술이오. 낙 낭자, 고맙소.”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감사 인사는 내가 부 공자께 드려야 마땅하오. 오늘, 부 공자께서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진급하지 못했을 거요.”이 말을 들고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낙 낭자, 설마 눈치챘소?”“다만 인사는 사양하겠소. 나도 낙 낭자의 실력을 보았으니, 당연히 낭자와 적수가 되는 건 싫었소!”“이렇게 하니 낙 낭자도 진급하고, 나도 진급하지 않았소?”“그렇지 않으면, 나도 진급할 수 없었을 거요!”맞는 말이긴 했다. 낙청연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부소는 총명한 사람이었다.“부 공자께 한 잔 올리겠소.” 낙청연은 술잔을 들었다.부소는 잔을 들더니, 단숨에 다 마셔버렸다.“다음 경기에선 낙 낭자와 적수로 만나지 않길 바라오.”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부소의 실력은 대단히 강했다. 그러니 결국 그들은 나중에 적수로 만나게 되어 있다.다만 이번에 참가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첫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그녀에게 며칠은 더 쉴 수 있는 시간은 있다.“콜록, 콜록, 콜록……” 부소는 갑자기 기침했다.낙청연은 정신을 차리고, 그를 살펴보더니 물었다. “의원은 찾아가 보았소?”부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 모든 의관은 사람들이 넘치오. 나는 줄을 서서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가지 않았소.”“큰 문제는 없을 거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내가 조금 있다가, 부 공자께 약을 지어드리겠소.”부소는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그녀를 향해 읍하더니 말했다. “그럼, 낙 낭자 고맙소.”밥을 먹고 나서, 낙청연은 약을 지었다. 그리고 구십칠을 시켜 부소의 방에 가져다주었다.잠깐 후, 구십칠
구십칠이 친절하게 물었다.낙청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괜찮다.”“너희들도 오늘 밤, 얼른 약을 마시거라. 내일 시합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바로 출전해야 할지도 모른다.”연무대 경기를 한 번 치르고 나니, 모든 사람의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동이 트자.2차전 시합이 바로 시작되었다.낙청연은 3조에 배치되었다. 상대는 위풍(魏枫)이라는 사람이었고, 낙청연은 이 사람에 대해 별로 인상이 없었다.1조 시합은 이미 시작되었다. 낙청연 등 사람들은 연무대 옆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부소도 마침 그곳에 있었다. “오늘 우리 적수로 만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우린 결국 만나게 될 거요.”멀지 않은 곳의 다루에서.진익은 뒷짐을 짊어지고, 연무대 위에서 시작된 시합을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유유히 입을 열었다. “당신에겐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소? 준비됐소?”부진환은 심오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었다.“황자께선 약속을 지킬 수 있소?”진익은 웃더니, 말했다. “당연하오.”“낙청연이 대제사장만 되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소. 당신이 경기에서 이긴 다음, 낙청연이 죽었다는 가상을 만들면, 낙청연을 데리고 여국을 떠날 수 있을 것이오.”“그때 다시 천궐국으로 돌아가도, 침서는 당신들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오.”“여국이 단기간 내에 대제사장을 선출해 내지 못하면, 침서도 큰 움직임은 없을 것이오.”진익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리고 또 고개를 돌려 그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지난번에 이미 상세한 계획을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았소? 이 지경이 되었는데, 어찌 아직도 나를 믿지 않는단 말이오?”부진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익도 알고 있었다. 부진환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그의 계획을 따르지 않으면, 낙청연은 틀림없이 죽는다.부진환이 어떻게 낙청연이 죽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이번에 부진환이 그의 계획을 이렇게 선뜻 승낙한 것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