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계속 쫓아갔다.그녀는 작은 개울가에 이르렀는데 개울가 옆에 젖은 발자국이 있었다. 그곳에서 발자국은 세 갈래로 갈라졌다.역시나 그들은 따로 도망쳤다.낙청연이 어느 방향으로 따라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아신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든 낙청연은 아신이 상공에서 맴도는 걸 보았다.“아신, 이들의 우두머리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고 있느냐?”아신은 대답하듯 울부짖더니 곧 한 방향으로 날아갔고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아신의 뒤를 따랐다.아신이 그녀를 찾아오긴 했지만 아마 아신이 직접 그녀를 찾아 나선 걸지도 몰랐다.어쩌면 랑목은 낙청연의 상황을 몰라 무턱대고 찾아올 수는 없어 먼저 아신을 보내 상황을 파악하려 한 걸지도 몰랐다.낙청연은 그렇게 한참을 따라갔다.아신이 먼저 급히 하강하여 한 사람의 눈알을 쪼았고 곧 비명이 울려 퍼졌다.아신이 그들을 붙잡아 두었다.낙청연은 경공을 사용하여 그곳으로 날아갔고 그들의 앞길을 막아섰다.그들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러나 여인일 걸 본 그들은 분노하며 낙청연을 공격했고 낙청연은 가뿐히 그들을 제압했다.낙청연은 장검을 뽑아 들고 그들의 목을 겨누었다.“감히 손가락이라도 까딱한다면 세 명의 머리가 함께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낙청연의 차가운 목소리는 극도로 위협적이었다.세 사람은 겁을 먹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세 사람은 이것만으로도 겁을 먹었으면서 빈현의 백성들은 잔인하게 대했다. 조금 전 봤던 그 두 여인의 시신을 떠올린 낙청연은 화가 치밀어올랐다.“말하거라. 누가 우두머리냐? 말하면 남은 두 명은 놓아줄 것이다.”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묻자 눈 한쪽이 멀어버린 자가 앞으로 밀려났다.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말이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신은 정말 정확히 쪼았다.“네가 우두머리냐? 어디 사람이냐?”낙청연은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훑어보았다.“만... 만족입니다!”그 사람은 두려움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만족
낙청연은 오랫동안 걸어 그들이 돈을 숨긴 곳에 도착했다.큰 반얀나무 아래 상자 하나를 파내서 열어 보니 안에 은표가 가득했다.총 오십만 냥이었다.그들이 입막음 때문에 죽을 걸 알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거래를 한 이유가 있었다. 오십만 냥인데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제 저희를 놓아주시겠습니까?”“안 된다. 너희들은 날 따라와야 한다.”낙청연은 그들을 데리고 좀 전의 그 주둔지로 돌아왔다.그곳에는 시체가 가득했고 침서의 부하들이 그곳에서 증거를 찾고 있었다.낙청연은 그 세 명을 옆에 쭈그리고 앉게 했고 취혼부를 꺼내 시체들의 혼을 차례로 모아 병 안에 넣었다.그곳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다 모으려고 하면 소모가 너무 컸기에 낙청연은 영혼을 일부만 모았다.일을 마친 뒤 그녀는 세 사람을 데리고 몰래 마을로 돌아와 그 객잔으로 향했다.낙청연은 눈을 쪼인 우두머리를 데리고 두 여인의 방으로 향했다.“낭자, 사람을 잡아 왔는데 이자가 맞는지 확인해 보시오.”두 사람은 조금 두려워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이자가 맞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또 그들을 데리고 옆 방으로 향했다.그 세 사람은 강제로 독약을 먹게 됐기에 도망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낙청연이 주락을 불렀다.“지금 이자들을 데리고 몰래 도성으로 돌아가시오.”주락은 고개를 끄덕였다.“잘됐군요. 구십칠도 귀도의 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지금 출발할까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출발하시오. 절대 고묘묘의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아니 되오. 꼭 조심해야 하오.”“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도성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 묵으시오.”주락은 이내 깨닫고 대답했다.“알겠습니다.”이번에 데려가야 할 사람은 증언을 해줄 두 여인과 눈이 먼 우두머리였다.주락은 그 우두머리를 일반 백성의 옷으로 갈아입히고 눈까지 싸매준 뒤 그들을 데리고 출발했다.낙청연이 그들을 빈현 밖까지 엄호했다.구십칠 등 사람들은 그 근처에 있었다. 주락 일행과 만난
바로 그때, 고묘묘가 천천히 걸어 나오며 차갑게 웃었다.“당연히 당신을 잡아서 당장 처형해야지.”말하면서 고묘묘는 두툼한 종이를 꺼냈다.“보았소? 이게 전부 증거요.”“당신을 죽이기엔 충분하지.”“여봐라, 끌고 가거라!”고묘묘는 아주 우쭐했다. 철갑 금위가 낙청연을 끌고 갔고 그들은 고묘묘를 따라 텅 빈 곳으로 갔다.그곳에는 많은 백성이 모여있었는데 다들 낙청연을 적대시했다.낙청연은 고묘묘의 사람들에게 끌려가 공터 한가운데 있는 나무 기둥에 묶이고 나서야 고묘묘가 뭘 하려는지 문득 깨달았다.고묘묘는 백성들을 이용해 그녀를 죽일 생각이었다.정말 증거를 찾아 낙청연이 결백을 증명하게 되더라도 낙청연이 백성들에게 죽임당했다고 한다면 아무도 잘못을 따지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고묘묘는 안전히 빠져나갈 수 있었고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었다.낙청연은 나무 기둥에 묶였고 고묘묘는 백성들에게 말했다.“여러분들 앞에 있는 이자가 바로 만족의 왕이오! 이번에 빈현에서 난동을 부린 만족은 이자의 족속들이며 모든 건 이자가 꾸민 일이오!”“당신들의 가족과 친구들 모두 이자 때문에 죽었소!”그 말에 사람들의 안색이 확 달라졌고 이내 욕지거리가 들려왔다.“저자란 말입니까? 저자가 배후였습니까?”“죽여야 합니다!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이 순간, 낙청연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눈빛은 그녀를 찢어발길 듯했다.낙청연이 설명했다.“만족이었다면 어떻게 관문소들을 지나 이렇게 대놓고 빈현을 기습했겠소?”“비록 그자들은 만족 차림새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만족이 아니오!”그러나 백성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라 그녀의 해명을 듣지 않으려 했다.바로 그때, 고묘묘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천천히 걸어왔다.“낙청연, 이번에는 아무도 당신을 구하지 못할 것이오.”“난 진익에게 기회를 틈타 침서를 유인하라고 했소. 그는 지금 증거를 찾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오.”“오늘 밤, 당신은 반드시 죽을 것이오!”말을 마친 뒤 고묘묘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큰 소리로
낙청연은 놀라지 않았다. 침서가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갈 리 없었다. 게다가 진익 또한 낙청연이 죽길 바라지 않았으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침서를 붙잡아 두진 않을 것이었다.낙청연은 분노와 두려움으로 물든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백성들을 보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가족을 잃은 당신들의 비통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소. 하지만 이성을 잃진 마시오. 누군가의 말 몇 마디에 쉽게 속아 넘어가면 안 되지.”“빈현에서 난동을 부린 건 만족이 아니오.”“도적들이 만족으로 가장한 것이었소.”그 말에 누군가 의문을 품었다.“그들이 만족이 아니라는 증거는 어디 있소?”낙청연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증거는 당연히 있소!”곧이어 낙청연은 조용히 침서에게 몇 마디 했고 침서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곧 객잔에서 두 사람이 나와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고묘묘는 그들을 본 순간 안색이 돌변했다. 이럴 수가!빠져나간 자들이 있었다니!전부 죽이지 못한 것인가?백성들은 그 두 사람을 봤을 때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누군가 사람들 틈 사이에서 튀어나와 화를 내며 그들을 손가락질했다.“저자들이 그 도적놈들이었소!”“난 저자들을 본 적이 있소!”“사람을 정말 많이 죽였소. 난 죽어도 잊지 않을 것이오!”그 말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입을 열었다.“나도 본 것 같소.”“맞소. 저들도 그 만족들 중에 있었소!”두 사람은 맨 처음 기고만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벌벌 떨면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낙청연은 그중 한 명의 다리를 걷어차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만족은 악랄하고 피에 굶주린 것으로 유명하지. 하지만 만족이 그런 악명을 얻게 된 건 그들의 힘이 무지막지하고 수단이 악랄하기 때문이오.”“하지만 이 두 사람은 깡마르고 허약한데 어딜 봐서 만족 같단 말이오?”“이렇게 보통 백성의 옷을 입는다면, 당신들이 이자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면 이 두 사람이 그 도적들이었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겠소?”“이들에게는 만족의 기운이 전혀 없소.”
“침서는 항상 낙청연을 생각하고 있으니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다.”“도성에서는 이 빈현에서 발생한 모든 걸 알지 못할 것이다. 또 기회를 찾으면 된다.”“걱정하지 말거라. 대제사장은 낙청연이 이번에 반드시 죽을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대제사장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그 말에 고묘묘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대제사장의 능력을 믿는다고요? 그건 오라버니가 절세의 귀재가 되는 걸 믿는 것만큼 황당하고 우스운 일이지요!”“대제사장이 낙요의 절반이라도 따라갔더라면 저도 이렇게 초조하지 않았을 겁니다. 낙청연 한 명도 죽이지 못하다니!”고묘묘는 말하면서 낙청연 쪽의 상황을 살폈다. 그녀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전부 죽여버린다면 낙청연은 도성에서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못할 것이었다.바로 그때, 한 백성이 화를 내며 물었다.“누가 지시한 것이오!”“누가 우리를 해친 것이오!”낙청연이 대답했다.“배후가 누군지 알고 싶다면 내일 우리와 함께 도성으로 가는 게 어떻소?”“이렇게 큰일이 있었으니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야 하오! 내가 폐하께 공개적으로 이 안건을 심판해달라고 요청할 것이오.”“반드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겠소!”그 말에 백성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곧바로 누군가 소리쳤다.“난 가겠소!”“나도!”“난 가족이 전부 죽고 나 혼자만 살아남았소. 난 배후가 참수되는 걸 반드시 내 눈으로 볼 것이오. 그래야 죽은 내 가족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소!”그렇게 사람들은 소란스러워졌고 다들 도성으로 가서 범인이 처형당하는 걸 보겠다고 소리쳤다.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녀는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고묘묘의 잔인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고묘묘는 무고한 백성들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오늘 밤 이런 소란이 벌어졌으니 고묘묘는 낙청연의 죄명을 확실하게 하려고 사람을 시켜 마을 백성들을 몰살할 가능성이 컸다.그렇게 하면 오늘 밤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 없을 테니 모든 죄를 낙청연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그러나 내
날이 밝자 대오는 출발 준비를 했다.백성들은 도성으로 가서 재판을 듣고 배후가 처벌을 받는 모습을 보기 위해 짐을 준비했다.그들은 일찍이 거리에 나와 그들과 함께 떠나기를 기다렸다.그러나 모든 이들이 도착해서 출발을 준비하려 할 때, 진익이 다가와 말했다.“다들 각자 돌아가서 쉬시오. 여기서 기다릴 필요는 없소.”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왜입니까? 돌아가는 것이 급하지 않습니까?”진익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공주가 아직 깨지 않았다.”“깨지 않았으면 깨우면 그만 아닙니까?”낙청연이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진익은 아주 난처한 듯 말했다.“이때 깨우면 분명 크게 화를 낼 것이다.”“그렇게 되면 우리 모두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그 말을 들은 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한심한 듯 진익을 바라보고는 시선을 옮겼다.“황자께서 두려운 것이겠지요.”“이렇게 많은 사람이 공주 한 명을 기다려야 한다니, 공주는 역시 공주군요. 남들보다 낯짝이 훨씬 더 두꺼운 걸 보면 말입니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몸을 돌려 떠났다.안색이 흐려진 진익도 몸을 돌려 객잔으로 향했다.처음에는 다들 거리에서 기다렸지만 기다리다가 지쳐 각자 자리에 앉아 쉬었다.그렇게 고묘묘는 오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깼지만 서둘러 출발하지 않았다.고묘묘는 느긋하게 객잔 주방장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오시가 되고 점심을 먹을 때가 됐지만 백성들과 밖에 있던 병사들은 건량만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건량으로 배를 채웠다.고묘묘는 식사를 두 시진 동안 했다.그녀는 주방장이 한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서 음식을 여러 번 다시 만들게 했고, 객잔에 식재료가 없어서 사람을 시켜 마을로 가서 식재료를 찾게 했다.밥 한 끼를 위해 모두를 수고스럽게 만든 것이다.낙청연은 객잔의 대각선에 있는 돌계단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객잔 안에 있는 고묘묘의 동정을 살폈다.침서가 갑자기 다가와 과일 하나를 건넸고 낙
낙청연은 고묘묘 일당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지켜볼 셈이었다.침서는 낙청연이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낙청연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래. 그러면 내기를 하자꾸나.”“5만 냥은 너무 적다. 난 10만 냥으로 하마!”“어떠냐?”“내기를 즐겨야지.”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좋습니다. 10만 냥으로 하시지요.”그들은 아침 해가 뜨는 순간부터 고묘묘를 기다렸지만 날이 저물 때까지 고묘묘는 출발하지 않았다.결국 진익이 나와서 말했다.“공주가 몸이 불편하여 내일 아침 출발하지.”낙청연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침서를 보았다.“제가 이겼습니다.”“돈을 주세요.”낙청연은 손바닥을 펼쳐 보였고 침서는 정말로 품 안에서 은표를 한 묶음 꺼내 낙청연의 손에 올려두었다.낙청연이 세어 보니 정말 10만 냥이었다.“이렇게 많은 돈을 지니고 다니십니까?”침서는 웃었다.“특별히 사람을 시켜 옆 마을에 가서 찾아오게 한 것이다.”“난 네가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낙청연은 돈을 받은 뒤 시선을 옮기며 화제를 돌렸다.“일단 묵을 곳을 찾는 게 좋겠습니다. 하룻밤 더 묵어야 하니깐요.”“공주가 내일엔 이렇게 거만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이 마을의 백성들만 고생이었다. 하루를 기다렸지만 결국 출발하지 못했으니 말이다.낙청연이 떠나려 하는데 갑자기 울음소리와 기침 소리가 들렸다.길가 계단에 앉아있는 세 살배기 아이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기침하다가 기침이 끝나면 울고 있었다. 아주 괴로워 보였다.주변에는 어른들이 여럿 있었는데 물을 들고 있거나 음식을 들고 있을 뿐 다들 속수무책이었다.“이걸 어쩌나, 다 찾아봤는데 의원들이 다 죽었더군.”“살아있는 의원은 없었소.”“계속 시간을 끌면서 도성으로 출발하지 않는다면 의원도 찾지 못할 텐데.”“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소?”아이의 할아버지는 옆에서 서럽게 울었다.“늙은이인 나는 죽어도 상관없지만 이 아이는 아직 어려
어두운 밤, 도성 밖 숲속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조용히 모이고 있었다.평범한 각부로 위장한 사내들은 저마다 체격이 건장하고, 씩씩했으며 힘이 넘쳤다.그들은 소리 없이 도성에 접근하여, 숲속에 모이더니, 풀숲에 엎드려 오랫동안 도성의 동정을 관찰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매우 조용했다.반 시진 정도 관찰 후, 염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왕자, 도성의 경계가 그리 삼엄한 것 같지 않으니, 여러 조로 나눠서 잠입하는 게 어떻습니까?”“일단 제가 몇 명 데리고 가서 시도해 보겠습니다.”“만약 운이 좋다면, 오늘 밤 바로 왕상을 구출해 낼 수도 있습니다!”랑목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그 사람들과 충돌을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시오.”“일단 당신이 먼저 가보고 상황이 아니다 싶으면 즉시 돌아오시오. 까짓것 오늘 밤 바로 도성으로 쳐들어가서, 누이를 구출하면 되는 거요!”랑목은 말을 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의 어투는 단호했다.“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이 말을 끝내고, 염라는 몇몇 사람을 불러, 비수만 가지고 조용히 숲속에서 나갔다.그들은 미리 준비한 가마를 메고, 성문으로 갔다.성문에 이르러, 성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성문 수위가 막아섰다.“당신들은 이 한밤중에 어디서 오는 것이오?”염라가 대답했다. “귀인 한 분을 성 밖으로 모셔드리느라, 늦었소.”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여전히 미간을 찡그리며 그들을 훑어보았다.그들은 체격이 너무 웅장했기 때문이다.그리고 기질 또한 보통이 아니었고, 무예인 같았기 때문에 의심을 산 것이다.불길한 예감이 든 염라가 싸울 준비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갑자기 가면을 쓴 남자가 성안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성문 수위의 손에 은자 한 닢을 건네주었다.“저 사람들은 소부(蘇府)의 호위들이오. 오늘 주인의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이오.”상대방은 돈을 받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부진환은 염라 등 사람들을 쳐다보며 호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