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십칠, 네가 가서 준비하여라……” 낙청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분부했다.구십칠은 낙청연의 말을 듣고 눈동자를 번쩍이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좋은 계획입니다.”곧이어 구십칠은 즉시 준비하러 갔다. 몹시 다급했다.기옥은 원래 낙청연에게 할 말이 있었으나, 급히 달려가는 구십칠을 보더니, 그녀도 신속하게 뒤따라갔다.“뭐 하러 가는 겁니까? 저를 데리고 가십시오.”“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이틀 만에 시합 무대가 준비되었고 옆에 있는 찻집과 술집은 임시 도박장으로 바뀌었다.낙청연과 주락의 시합에 판돈을 걸 수도 있다.반나절도 안 되는 사이에 벌써 열기가 넘쳐났다.기옥은 웃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암시장에 온 뒤, 이렇게 떠들썩한 건 처음입니다.”“이번에 틀림없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겁니다!”이 말을 하며, 기옥은 몸에서 은자를 꺼내면서 말했다. “저도 가서 걸고 오겠습니다.”“그럼, 나도 가겠다.” 구십칠도 즉시 품속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주락은 큰길에서 걸어가다, 도박장에서 열광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궁금증이 생긴 그는 들어가 보았다. 그에게 판돈을 건 사람의 수와 낙청연에게 판돈을 건 사람의 수는 뜻밖에도 거의 비슷했다.그는 속으로 매우 의아했다.보아하니 낙청연의 명성은 이미 알려졌다. 그러니 그녀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낙청연이 막 떠나려는데, 마침 주락을 만났다.주락이 앞으로 걸어오며, 칭찬했다. “당신의 이 돈벌이 방법은 확실히 대단합니다.”“당신과 나의 시합에 판돈을 거는 건 그렇다 치지만, 내친김에 도박장까지 열었으니, 시합 전에 도박장 장사만 해도 떼돈을 벌겠습니다.”필경 요 며칠 암시장에 온 사람은 예전의 몇 배는 더 많았으며, 대낮에도 거리 곳곳에 사람들이 넘쳐났다.낙청연은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당신에게 좀 나눠드릴까요?”주락은 마지못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미래 암시장의 성주입니다. 당신의 돈벌이 수단은 저와 상관없습니다.”“보름이 다 되
“당신은 누굽니까?”주락이 의아한 듯 물었다.고묘묘는 가볍게 웃으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비록 당신은 복맹을 이기지 못했지만 난 항상 당신의 검술에 독특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소. 내 마음에 아주 쏙 드는군.”그 말에 주락은 몸이 굳으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이렇게 아름다운 낭자가 그를 좋아하고, 마음에 든다고 하니 그 어떤 사내라도 잠깐 정신이 혼미해질 것이다.주락도 예외는 아니었다.“사실 난 당신을 오랫동안 지켜봤소.”고묘묘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고 주락은 다소 쑥스러워했다.“하지만 예전에는 당신을 만날 기회가 없었지. 그런데 당신이 낙청연과 시합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찾아왔소.”“난 당신이 이길 것이라는데 십만 냥을 걸었소.”“그러니 반드시 이겨야 하오!”주락은 순간 투지가 넘쳤다.“감사합니다.”고묘묘가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아까 보니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한 듯하더군. 마음이 급해서 그런 것이오?”주락은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최근 들어 기분이 조금 좋지 않았습니다. 잘 조절하겠습니다.”“하지만 시간이 없지 않소? 이제 곧 시합인데 말이오! 당신은 예전에 계속 복맹에게 졌소. 이번이 다시 일어설 좋은 기회지. 낙청연을 이긴다면 당신은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검객이 될 것이오.”“아무도 당신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오.”“그러니 이번 시합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오!”주락은 그 말을 듣고 압박이 더 커졌다.이번 시합에서는 이기거나 죽어야 했다!주락은 평온하게 대답했다.“알고 있습니다.”바로 그때, 고묘묘가 약병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이걸 주겠소. 이건 제사 일족의 청심환(清心丸)이오.”“내게도 하나뿐이지.”“당신에게 주겠소. 당신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소.”그 말에 주락은 깜짝 놀랐다.“당신에게 어떻게 청심환이 있습니까?”제사 일족의 물건은 얻기 아주 어려웠다.고묘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구하기 어려운 건 맞소. 내게도 한
연무대 위.낙청연과 주락은 서로 간을 보듯 공격을 주고받았고 이내 주락이 먼저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다.그는 익숙하게 손안의 검을 장악했다. 그가 찌르고 싶은 곳이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찔렀다. 그가 공격한 곳은 모두 약한 부분이었다.심지어 많이 익숙해질 필요도 없었다. 그의 검술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사람은 없었다.복맹이 처음이었다.그리고 이번에 주락은 또 적수를 만났다.그의 검법에 낙청연은 머리털 하나 다치지 않았다.낙청연의 검술은 그리 뛰어나지 않은 것 같지만 속도가 빠르고 반응이 빨랐다. 처음에는 조금 버거워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낙청연은 그가 검을 휘두르는 습관을 이내 알아차렸다.한 걸음 걸으면서 다음을 생각한다. 모든 걸음이 주락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냈다.흠잡을 데 없는 방어에 주락은 내심 놀랐고 구경꾼들도 감탄했다.“낙청연이라는 자는 역시 강하군. 어떤 검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락의 검법을 막아낼 수 있으니 말이오.”“심지어 다치지 않았소!”“낙청연이 이길 것 같군!”주위에서 환호가 터졌다.물론 주락을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금방 묻혔다.주락은 그 소리에 다시 한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그 순간, 낙청연은 주락의 눈빛이 달라졌음을 발견했다. 주락이 검을 들고 공격해 올 때, 그는 눈동자가 벌겠고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낙청연은 조금 의아했다. 주락은 어쩐지 비정상적으로 보였다.주락의 공세는 점점 더 맹렬해졌다. 그는 이 시합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보였다.낙청연은 주락보다 힘이 약했다. 만약 계속 뒤처진 채로 온 힘을 다해 공격을 막는다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차루 안, 고묘묘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보시오. 주락이 시작할 것이오.”낙청연은 이제 곧 막지 못할 것 같았다.사람들 틈 사이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주락, 여인 한 명을 괴롭히다니 부끄럽지도 않소?”“겨우 그 실력으로는 쓰레기나 다를 바 없는데, 차라리 일찍 패배를 인정해 망신당하지 않는 게 좋겠소!”그 말
심지어 많은 사람이 낙청연이 마지막에 어떻게 공격해서 그렇게 완벽하게 반격했는지 보지 못했다.주락은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는 넋을 놓은 채로 혼잣말했다.“내가 지다니...”환호 소리는 그에게 모욕이었다.그는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검을 들어 자결하려고 했지만 낙청연이 잽싸게 그가 들고 있던 검을 걷어찼다.“주락, 설마 우리의 내기를 잊은 것이오?”“당신은 졌소.”“그러니 앞으로 당신의 목숨은 내 것이오.”“내가 죽으라고 하기 전까지 죽으면 안 되오.”주락은 쓰게 웃었다. 그는 절대 노예가 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존엄이 짓밟히고 모욕을 당할 바에야 차라리 존엄을 챙기고 죽는 게 나을 듯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낙청연이 만방검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챙기시오.”“당신의 검은 부러졌으니 앞으로 이것을 쓰시오.”주락은 얼이 빠졌다.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낙청연과 그녀가 든 검을 바라봤다. 주락은 손을 움직였다. 그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가지시오.”“그리고 시합 전에는 아무거나 먹지 마시오.”“당신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소.”말하면서 낙청연은 그의 품 안으로 약병 하나를 던졌다.주락은 흠칫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반응이 이상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낙청연을 보고 말했다.“제가 먹은 것은 청심환입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제사 일족의 청심환 말이오?”“그것은 궁에만 있는 것인데 그걸 감히 먹은 것이오?”고묘묘나 온심동이 꾸민 짓인 듯했다.다행히 최근 불전연을 여러 번 섭취한 덕에 그녀의 공력이 7, 8할 정도 회복했다.주락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다.그는 낙청연이 던져준 약병을 열더니 잠깐 머뭇거렸다. 그는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당신은 따로 쓸데가 있으니 난 당신이 죽기를 바라지 않소.”주락은 이를 악물고 약을 먹었다.곧이어 그는 바닥에서 일어나 낙청연이 건네준 만방검을 건네
시합이 끝나자 낙청연은 주락을 데리고 연무대를 떠났다.구경꾼들은 흩어졌고 도박장에는 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이번에 암시장은 큰돈을 벌었다.우홍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목소리에서 미처 감추지 못한 흥분이 느껴졌다.“네가 지지 않을 줄 알고 있었다.”우홍은 아주 자랑스러운 듯했다.역시나 그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 앞으로 암시장을 낙청연에게 물려준다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오늘 이 시합이 있은 뒤로 미래 성주가 될 너를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 유유자적하게 지붕에서 술을 마시던 침서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면서 흐뭇하게 바라봤다.낙요는 역시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다만...계획을 좀 뒤로 밀어둬야 할 듯싶었다.무언가 떠올린 침서의 눈동자에 걱정이 드리워졌다.바로 그때, 주락이 낙청연에게 말했다.“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객잔으로 가시지요.”주락은 정신이 완전히 말짱해지자 차분해졌다.객잔 방 안에 들어서자 주락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이틀 전 사람 한 명을 만났습니다.”“누구 말이오?”낙청연은 의아한 듯 물었고 주락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기옥입니다.”“기옥이 당신 곁의 구십칠이란 자와 같이 있더군요.”주락은 보름 내내 암시장에 있었다. 그는 비록 낙청연의 실력이 어떤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다른 일들은 꽤 많이 알게 되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기옥을 알고 있소?”“성주의 딸이지 않습니까? 전 그녀를 본 적이 없지만 그녀의 화상은 본 적이 있습니다.”“기옥과 제호는 혼약이 있었는데 기옥이 운주에서 도망쳤습니다. 제호는 줄곧 그녀를 찾고 있었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기옥과 혼약이 있던 것이 제호란 말이오? 기옥이 도망쳤고?”그녀는 기옥에게서 혼인하지 않기 위해 도망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혼인할 바에야 차라리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 게 낫다고 했었다.그래서 그녀는 구십칠
기옥은 지금 낙청연을 걱정하고 있었다.“운주로 한 번 돌아가 보거라.”“네? 왜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아가씨! 아가씨!”목소리를 따라가 보니 한 사내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는데 호위 한 명이 그를 막으며 낙청연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기옥은 상대를 본 순간 깜짝 놀랐다.“석두(石頭)야, 여긴 어쩐 일이냐?”낙청연이 분부했다.“놓아주거라.”곧이어 석두라 불린 남자가 다급히 달려왔다.“아가씨, 큰일 났습니다!”기옥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무슨 일 말이냐?”석두는 슬픈 표정으로 흐느끼며 말했다.“아가씨, 가문이 망했습니다...”그 말에 기옥은 온몸이 경직됐다.“뭐라고? 뭐라 한 것이냐?”기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석두는 눈물을 훔쳤다.“성주와 부인께서...”“저택에 있던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도살당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기옥은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구십칠도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성주의 저택이라니?그러나 그는 묻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기옥을 부축했다.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역시나 일이 생겼다.큰 충격을 받은 기옥은 눈시울을 붉히며 앞으로 달려갔다.구십칠은 넋이 나간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봤다. 낙청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가보거라. 따라가 보거라.”“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가겠다.”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기옥의 뒤를 쫓았다. 그는 그녀와 함께 암시장을 떠났다.낙청연은 주락을 보고 말했다.“나와 함께 가겠소?”주락은 검을 들고 포권하더니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분부에 따르겠습니다!”“좋소. 가서 말을 준비하시오.”주락은 곧바로 움직였다.낙청연은 손에 들고 있던 불전연을 바라봤다. 그건 아마 성주 부부가 마지막으로 보낸 물건일 것이다. 그 마음을 위해서라도 낙청연은 운주에 한 번 가봐야 했다.기옥이 운주에 간다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낙청연은 곧바로 우홍에게 얘기를 전했고
침서는 몸을 날려 안전하게 착지했다.낙청연은 곧바로 말을 채찍질하며 속도를 높였고 이내 기옥과 구십칠을 따라잡았다.기옥은 눈물을 훔치면서 말을 타고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조바심이 나서 단 한 시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그들은 밤새 쉬지 않고 달렸다. 중도에 말을 네 번이나 바꾸었고 6일이나 걸려 겨우 운주 밖에 도착했다.하지만 관문소가 매우 엄격해 사람과 화물을 전부 일일이 검사했고 들어가기 무척 어려웠다.낙청연과 그의 일행들은 당연히 들어갈 수 없었다.곧바로 낙청연은 사람들을 데리고 일단 숲으로 숨어들었다.그녀가 분부했다.“가서 백성들의 옷을 입거라. 그것으로 바꿔 입은 뒤 차례차례 다른 이들을 따라 성으로 들어가자.”“성으로 들어간 뒤 다시 만나자!”곧 구십칠은 사람들을 데리고 대량의 옷을 구했다.그들은 옷을 밖에 걸친 뒤 한바탕 치장했다.옷을 다 갈아입은 뒤 낙청연과 구십칠은 기옥과 주락을 데리고 한 상대로 섞여 들어가 순조롭게 성안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은 관문소의 병사들이 대부분 마차와 가마를 점검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들은 잘 사는 집안 사람들을 주로 검사하는 듯했다.안전하게 성안으로 들어온 뒤 주락은 종이 한 장을 펼쳤다. 그것은 기옥의 화상이었다.주락이 말했다.“그들은 아직도 기옥을 찾고 있습니다. 거리마다 그녀의 화상이 가득합니다.”남장을 한 기옥은 그 말을 듣고 모자를 더 푹 눌러썼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여기는 이미 운주의 경계입니다. 운주성에 가려면 중간에 세 개의 성을 지나야 합니다.”“적어도 5, 6개의 관문소가 있는데 우리가 순조롭게 운주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하게 말했다.“반드시 갈 것이다.”“우선 옷을 몇 벌 사 오거라. 주락, 당신은 먼저 객잔으로 가시오.”“구십칠, 거리에 가서 수소문해 보거라. 최근 운주성에 도착한 상대가 없는지. 기회를 틈타 거기에 섞여 들어가야겠다.”그들은 따로따로 움직였다.낙청연은 기옥을 데리고 천을 파는 점포로
하지만 그들이 암시장에서 좋은 물건을 얻으려면 대부분 빼앗거나 운이 좋아야 했다.장사를 하는 사람들 중 암시장과 협력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기 주인은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기뻐하며 다급히 승낙했다.“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호의를 무시하는 것이 되겠군요!”“솔직히 얘기해서 저희가 이번에 암시장에 간 것은 골동품을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암시장의 사람들은 아는 사람과 장사하기 좋아합니다. 익숙한 사람이 더 믿음직스럽기 때문이지요. 저번에는 우리가 처음으로 암시장에 가는 것이라 물건을 살 때 큰 우세가 없었습니다.”“전 천궐국과 여국을 왔다 갔다 합니다. 이번 기회에 저희는 장사 범위를 더 넓힐 생각입니다. 만약 아가씨께서 저희와 협력한다면 절대 아가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약속합니다!”“절대 당신들이 손해 보지 않게 하겠습니다!”기 주인은 자신의 태도와 결의를 보여줬다.낙청연은 더욱더 안심했다. 기 주인은 믿음직스러운 사람인 듯했다.“좋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시지요.”“제 사람들은 며칠 뒤 상대를 따라 운주성으로 향할 겁니다.”기 주인은 그들이 조급해하는 걸 알아보고는 흔쾌히 말했다.“좋습니다. 짐을 정리하면 바로 출발하시지요! 오늘 밤 떠나서 내일 밤 하루 쉬면 모레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말을 타면 더욱 일찍 도착할 수 있겠지만 지금 관문소가 지나치게 엄격해서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안전히 운주성에 도착하기만을 바랐다.운주성에 도착한 뒤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운주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로막히는 것보다는 나았다.기 주인은 곧바로 정리를 마치고 출발하자고 분부를 내렸다.낙청연 일행은 그 기회를 틈타 상대와 똑같은 옷으로 갈아입었다.마당에서 운봉이 불만스레 말했다.“사부님, 저희는 얼마 쉬지도 않았는데 바로 출발합니까?”“하룻밤 더 쉬어도 늦지 않습니다.”기 주인이 말했다.“일찍 운주성에 도착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송천초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초경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어디 아픈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아직도 무서울 뿐입니다.”“제가 아니었다면 묵계가 당신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돕지도 못하는데 짐이 되었습니다.”그들의 싸움에 그녀는 끼어들 수 없었다.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자책하는 것을 보고 초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쓸데없는 생각이구나.”“네가 없어도 묵계는 다른 사람을 겨냥하고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다.”“너를 데리고 여제의 도움을 청한 후 여제가 너를 구할 때 묵계는 여제의 몸까지 차지하려 했다.”“너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할 필요 없다.”“힘없는 사람들이야 많고 많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살짝 놀랐다. 그녀가 다급히 물었다.“청연은 어떻게 됐습니까?”“궁으로 들어가 만나봐야겠습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초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치료부터 하고 가거라. 여제는 괜찮다.”“묵계도 죽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송천초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다리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멍이 들고 상처는 검고 짓물렀다.“이미 약을 발랐지만 싸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으로 인한 상처라 꽁꽁 싸매지 말아야 한다.”“아프면 진통제를 발라주마.”초경을 말을 하다 약병을 가지러 갔다.송천초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이 정도 상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그녀는 묵계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정신은 있었다. 그녀는 묵계의 조종을 받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자기 몸이 통제를 받지 않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만약 묵계가 성공했다면 이 세상에는 송천초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초경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다시 그 내단을 꺼냈다.
말을 마치자마자 초경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묵계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성공한 것입니까?”낙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초경은 바로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가 내단을 보고 한숨 돌렸다.“수위가 높아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감사합니다!”낙요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행히 저 녀석은 속이기 쉬웠습니다.”“수작을 조금 부리니 바로 넘어왔습니다.”방금 그녀는 일부러 묵계가 그녀의 몸에 들어오게 했다. 사실 묵계는 그녀의 몸에 들어갈 능력이 없었다.“천초의 뱀독이 심해졌으니, 어서 독을 없애십시오.”그 말을 듣고 초경이 얼른 그녀의 독을 없앴다.하지만 독이 심하게 퍼져서 물린 곳의 피부가 짓물러 빨리 낫지 않을 것이다.초경은 마음이 아팠다.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다 내단을 초경에게 주었다.“이 내단을 천초에게 쓴다면 상처도 곧 나을 것이고 흉터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끝없이 긴 수명도 얻을 수 있습니다.”“천초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늙지 않고 죽지 않은 기회가 있습니다.”“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천초가 깨어나면 잘 상의하십시오. 천초가 원하다면 내단 흡수를 도울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초경은 살짝 멈칫했다.그는 낙요가 손에 들고 있는 내단을 보고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어찌 남겨두지 않습니까?”“여국의 여제로서 불로장생한다면 엄청난 권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좋지 않습니까?”초경은 인간 세상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많은 제왕이 불로장생을 연구하는 것을 본 적 있다.수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낙요의 손에 쥐어져 있지만 낙요는 오히려 남에게 주려 했다.낙요가 웃었다.“들어보니 참 괜찮습니다.”“하지만 나라의 흥망은 모두 운명입니다. 왕조의 교체도 자연에 순응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강제로 바꾼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제가 감당할 것이 아닙니다.”“제사장족 천벌만으로도 충분합니다.”“게다가 제왕이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