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죽과 간식이었다.낙청연은 멍해 있더니 물었다. “나에게 사준 것이요?”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고맙소.”“그럼, 우리 앉아서 천천히 먹기오.”낮의 반귀성은 이미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작은 정자를 찾아 앉았다.낙청연은 지체할세라 급박하게 찬합을 열었다.찬합을 열어보니 전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이런 우연이, 당신이 산 것은 전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요.”벙어리는 웃었다.비록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낙청연은 그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먹으면서 낙청연이 말했다. “오늘 나는 무술을 연마하려고 하는데, 함께 하겠소?”벙어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청연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왜 나의 말은 무엇이라도 다 좋다고 하는 것이요? 당신은 진익 외에 다른 사람도 이렇게 대하는 것이요?”그러나 벙어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오직 그녀의 말만 따를 뿐이다.“그럼, 좀 이따 나와 함께 저 숲으로 가서 말타기와 활쏘기를 연습하기오.”낙청연은 의부가 준 그 불전연을 이미 먹었다. 그래서 몸은 많이 회복되었다. 체내에 아주 강력한 힘이 있는데, 방출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암시장에 머무는 요 며칠을 이용하여 열심히 무공을 연마하면, 몸은 더욱 빨리 회복될 것이다.벙어리는 아무 의견 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밥을 먹고 나서, 두 사람은 숲속으로 들어가, 활과 화살촉을 지니고 말에 올라탔다.낙청연이 고개를 들어보니, 새들이 많았다.낙청연은 벙어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토, 오늘 누가 더 많은 사냥감을 획득하는지 겨뤄보기오.”“하늘에서 날아다니는 거, 땅 위를 걷는 거 모두 다 괜찮소.”“기한은 한 시진이요.”“또한 서로 사냥감을 뺏을 수도 있소.”이 말을 끝내고 낙청연은 말을 채찍질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그리고 뒤를 돌아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멍하니 뭐하는 것이요? 빨리 오시오.”나뭇잎에 얼룩진 햇살이 그녀의 몸을 찬란하게 내리쬐는 모습과 그녀의 찬란
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진익의 명령이요?”그러나 벙어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썼다. 우리는 벗이요.낙청연은 웃었다.다음 이틀 동안 벙어리는 낙청연과 함께 검과, 경고, 그리고 기마와 사격을 연습했다. 거기에 불전연의 효능을 더해 낙청연은 온몸에 힘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사흘째 되는 날 이른 아침, 벙어리는 암시장을 떠났다.우홍은 돌아오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우홍을 도와 암시장의 장사를 돌봐야 했다.그리고 매일 의부를 찾아가, 맥을 짚어보고, 침을 놓으며 약을 썼다.두 노인과 함께 바람을 쐬고 경치를 감상하며 바둑도 두었다. 두 노인은 매우 기뻐했으며, 기분이 좋아지니, 몸에 병도 자연스럽게 많이 호전되었다.이날, 구십칠이 찾아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오늘 들은 소식인데, 오늘 밤 누군가 불전연을 경매에 부친다고 합니다. 만일 우리가 먼저 불전연을 사들이면 암시장에 가져가 경매에 부칠 필요 없지 않습니까?”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벌떡 일어났다.“정말이냐? 그럼, 무슨 단서라도 있느냐?”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일단 이 사람을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협의 보려면, 당신이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다.”비록 낙청연의 몸은 거의 회복되었지만, 내상은 아직도 장기간 치료해야 한다. 그래서 이 물건은 유비무환이다.날이 어두워지자, 구십칠은 그 상인을 데려왔다.두 사람은 주루에 들어갔다. 구십칠은 술과 음식을 한 상 푸짐히 시켰다.소개를 들어보니, 이 서 주인(徐老板)도 암시장의 단골이었고, 거의 한 달에 몇 번씩 찾아온다고 했다.이번에 마침 불전연을 구해서 바로 암시장에 가져왔다고 했다.낙청연이 물었다. “서 주인, 혹시 불전연을 얼마에 팔 생각입니까?”“저번에 40만 냥에 거래를 마친 그 사람은 그날 밤 하산해서 바로 죽임을 당했습니다.”“서 주인, 혹시 우리와 사적으로 거래할 생각은 없으신지요?”“그렇지 않으면, 말이 새나가면 죽을 화를 초래
구십칠이 말했다. “기옥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암시장에서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고아라고 했으며 암시장에서 남의 심부름을 도와 돈을 번다고 했습니다.”“가여운 낭자였습니다.”“아니면, 기옥을 데리고 다니는 게 어떻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 좋다.”그런데 구십칠의 다음 말을 듣고 낙청연은 약간 놀랐다.“이번에 불전연도 그녀가 알아낸 소식입니다.”“기옥이 알아낸 소식이라고?” 낙청연은 의아했다.“예, 그렇습니다. 이 낭자는 꽤 영리한 것 같습니다. 남겨두면 나중에 쓸모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숟가락 하나만 더 얹으면 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기왕 결정했으면, 그럼, 남겨두거라.”다만 낙청연은 마음속의 의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집으로 돌아가 불전연을 내려놓고, 낙청연은 다시 문을 나섰다.암시장에 도착하여 이리저리 돌다가, 과연 서 주인을 만났다.낙청연은 슬그머니 그의 뒤를 밟았다. 낙청연은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줄곧 그의 뒤를 따라 순금 경매장으로 왔다.서 주인은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방에는 이미 사람이 와 있었다.“분부한 건, 이미 다 처리했소.”서 주인의 어투는 몹시 공손했다.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서 주인은 지금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 걸까?그녀는 조심스럽게 작은 틈새로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 흰 옷차림에 유모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그러나 낙청연의 시선은 그녀가 신은 신발을 보았다.바로 기옥이었다!“낙청연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는 않았소?” 기옥은 냉랭하게 물었다.서 주인이 대답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그럼 됐소. 이 인정은 내가 기억해 두겠소!”뒤이어 서 주인은 한바탕 인사치레의 말을 하더니, 방에서 나갔다.낙청연은 옆으로 몸을 피해 서 주인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다만 그 흰옷을 입은 기옥이 방에서 나올 때, 낙청연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기옥!”기옥은 순간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는 감히 머리도 돌리지 못
낙청연은 순간 제자리에 굳어버렸다.기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처음으로 그자를 알게 됐을 때, 그자는 관부의 은전을 훔쳐 휼민을 했었습니다.”“하지만 당시에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그를 오해했고, 심지어 저는 며칠 동안이나 그를 추격했습니다. 따라잡진 못했지만 말입니다.”“그러다 훗날, 그 관부의 은전은 누군가가 횡령한 것이라는 진실이 밝혀지자 저는 그자가 소문처럼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그는 사람들이 말하는 악인이 아닙니다, 그는 대협입니다!”기옥은 숭배하는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낙청연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그렇다면 그는 왜 너를 모르는 것이냐? 네 말대로라면 둘은 만난 적이 있을 텐데.”기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때 저는 다른 사람과 있어서 저를 알아보지 못했을 겁니다.”“그래서 넌 대체 누구냐?”기옥이 답했다.“저는 운주(雲州) 성주네 소저입니다.”“이번에는 혼례를 피해 도망쳐 나온 것입니다.”“구십칠을 찾으려고 말입니다.”“이러지 않으면 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의 주의를 끌 수 있습니까?”기옥은 말을 하며 낙청연의 옷소매를 잡고 응석을 부리며 애원했다.“언니, 비밀로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제가 최선을 다해 불전연을 찾아주지 않습니까? 비밀로 해주십시오.”낙청연은 구십칠에게 사실대로 말하려고 했으나 머뭇거리기 시작했다.“그런다고 언제까지 숨길 수 있겠느냐? 그와 함께하고 싶다면 서로 솔직해져야 한다. 이렇게 속이다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기옥이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진실을 알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언니만 얘기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지금 사실대로 말하면 저를 돌려보낼 게 분명합니다.”“그때가 되면 저는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혼례를 해야 합니다. 불구덩이에 빠질 거란 말입니다!”“언니, 같은 여인으로 제 마음을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 제발 도와주십시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죽겠습니다.”기옥
이 말을 끝내고 기옥은 일어나 달려갔다.그녀를 본 구십칠은 과연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는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어디로 갔던 것이냐?”기옥은 간사하게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설마 제가 걱정됐습니까?”“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거라. 저녁에 암시장에는 오가는 사람이 많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다 섞여 있다.” 구십칠은 말을 끝내더니 돌아서 앞으로 걸어갔다.기옥은 빠른 걸음으로 그를 따라가며,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고 오라버니만 따라다니겠습니다.”낙청연은 땅바닥에 앉아 두 사람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제월산장.어두운 밤부터 새벽까지 햇살이 짙은 안개를 걷어내자, 절벽 전방의 그 다리가 드디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송천초는 벼랑 끝에 서서, 그 새로 만들어진 다리를 보며 몹시 감격했다.벼랑 맞은편 사람도 깃발을 들고 이미 공사가 끝났음을 표시했다.“너무 기쁩니다. 드디어 이 다리를 고쳤습니다!” 송천초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픽 돌았다.“제가 건너가 보겠습니다!” 송천초는 즉시 걸음을 옮겨 다리를 시험해 보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초경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그녀를 끌어당겼다.“내가 건너가 보마. 어차피 나는 떨어져도 죽지 않으니까!” 초경은 말을 끝내고 바로 다리 위에 올랐다.보고 있는 송천초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비록 초경은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매우 긴장됐다.“조심하십시오.”초경은 그녀의 귀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저도 몰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으며, 벼랑 중앙에 도착했을 때, 힘껏 흔들어도 보았다.손가락을 움직이자, 절벽에는 광풍이 몰아쳤다.큰바람에 송천초는 뒷걸음치더니, 손으로 바람을 가렸다.“초경? 괜찮습니까?” 송천초는 다리 중앙이 보이지 않았지만, 쇠사슬의 큰 울림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벼랑 끝에 서 있는 그녀도 이 공포스러운 바람을 느낄 수 있는데, 다
부진환은 다리를 건너며 말했다. “정말 이 다리를 고칠 줄은 몰랐소.”초경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내가 있는데, 당연한 거 아니겠소?”송천초는 멍해서 부진환을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그쪽에서 오신 겁니까?”“여국에서 오신 겁니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송천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며 초경을 쳐다보더니 물었다. “당신은 왕야가 여국에 갔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초경은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올라가서 다시 얘기하자.”뒤이어 세 사람은 넝쿨을 잡고 절벽 위로 기어 올라갔다.하지만 뜻밖에 진소한이 이곳에 있었다.“다리는 이미 고쳤느냐?” 진소한이 물었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일행은 산장으로 갔다. 가는 길 내내 분위기는 이상했으며 모두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소한은 이미 오래전에 산장으로 왔다. 산장을 재건하고, 다리를 만드는데 그는 다 참여했으며, 최선을 다했다.처음에 송천초는 그를 내쫓았지만, 그는 좀처럼 가려고 하지 않았고 언제나 묵묵히 도움을 줬다.오랜 시일이 지나자, 산장 사람들도 그의 존재를 묵인했다.다만 송천초는 아직도 그와 말을 섞으려고 하지 않았으며, 마음이 약해질까 봐 일부러 진소한을 피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는 곳마다 진소한은 따라다녔다.이번에도 그랬다. 송천초는 다리를 고치기 위해 밑에서 꼬박 이틀을 지냈다. 그녀는 진소한이 틀림없이 위에서 자신을 이틀 동안 지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면 이 이틀 동안 항상 음식과 물이 바구니에 담겨 내려왔기 때문이다.틀림없이 진소한이 내려줬을 것이다.네 사람은 제월산장으로 돌아왔다.지금의 제월산장은 이미 재건되어 예전과 똑같았다. 다만 새로운 제월산장이 되었을 뿐이다.송우가 광장에서 약재를 말리더니, 그들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어서 오시오. 밥은 이미 다 준비되었소.”일행은 함께 정청으로 들어가 밥을 먹었다.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여전히 이상했다.송우가
송천초는 다급히 물었다.“청연과 만났다면 왜 돌아오라고 설득하지 않은 겁니까?”“이 길로 오면 됩니다. 다리도 다 고쳤으니, 여기로 돌아오면 됩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리 쉬운 게 아니오. 난 진짜 모습으로 청연과 만나지 않았고, 그녀는 내가 이미 죽은 줄 알고 있소.”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대체 왜입니까? 그렇다면 무척 슬퍼할 텐데, 왜 죽지 않았다고 얘기하지 않은 겁니까?”송천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만났는데도 상대의 정체를 모르고, 왜 숨기는 것인지 말이다.부진환은 어두운 눈빛을 한 채 씁쓸한 어투로 답했다.“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소.”꿈에서라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니 말이다.낙청연에게 부진환은 그저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만 남았을 것이다.낙청연은 부진환을 만나기 싫어했고, 그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청연은 지금 여국을 떠날 수 없소.”부진환은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며 무거운 어투로 답했다.“청연을 구하려면 반드시 침서를 먼저 죽이거나, 침서를 무조건 죽일 수 있어야 하오.”“아니면 청연이가 여국을 떠나는 순간, 침서는 미친 듯이 복수를 시작할 것이오. 그러면 이곳도 위험해지오.”“서릉이 위험해지면 서릉 일대의 백성들도 위험해지오.”“그런 결과는 피해야 하니 아주 완벽한 계획을 세워야 하오.”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다리를 수리하는 일은 알고 있었소. 그래서 초경과 연락을 했던 것이오. 다리를 수리하면, 우리의 계획도 시작할 수 있소.”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무슨 계획 말입니까?”“침서를 죽이고 낙청연을 구하는 것이오.”부진환은 자기가 죽기 전에 이 계획을 완성할 수 있길 바랐다.“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송천초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부진환은 송천초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이곳을 돌파구로 하고 싶소.”“여기는 가장 빠르고 가장 은밀한 여국으로 통
듣고 있던 송천초는 설레면서도 긴장했다.드디어 낙청연을 구할 방법이 생겼다. 그러나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하여 송천초는 옆에 있는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초경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더니 곧 저도 몰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내가 필요하다고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재가 되어 흩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꼭 낙청연을 구해주겠다!”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다급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그런 뜻 아닙니다.”“저는 당신의 요즘 수련 상황을 여쭤본 겁니다. 수련에 필요한 약재가 있으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낙청연도 구해야 하지만, 당신이 죽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송천초의 어투는 단호했다.초경은 잠시 멍해 있더니 곧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죽지 않는다.”그녀를 위해서라도 그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그를 대하는 송천초의 태도는 뚜렷하게 변했다. 이는 그를 하여금 그동안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설사 그녀가 아직은 그를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는 기다릴 수 있다.그렇게 긴 시간도 다 기다려 왔다.그는 한평생, 또 한평생 기다릴 수 있으며 그녀 곁을 지켜줄 수 있다.--이미 닷새가 지났다. 우홍이 암시장을 떠난 지 이미 닷새가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낙청연은 혹여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됐다. 그리하여 암암리에 사람을 보냈다.그리고 이날, 마침 부잣집 도련님 차림을 한 사내가 찾아왔다.그는 대문 밖에서 제지당했다.“당숙, 당숙을 뵈러 왔습니다. 저를 피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대문 밖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낙청연은 방에서 나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상대방은 낙청연을 보더니 눈을 번쩍 뜨더니, 위아래로 낙청연을 훑어보기 시작했다.“당숙께서 언제 또 이렇게 예쁜 첩을 두었다오?’“다 늙은 소가 어린 풀을 탐하다니!”이 말을 하며 못내 안타깝다
송천초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초경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어디 아픈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아직도 무서울 뿐입니다.”“제가 아니었다면 묵계가 당신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돕지도 못하는데 짐이 되었습니다.”그들의 싸움에 그녀는 끼어들 수 없었다.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자책하는 것을 보고 초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쓸데없는 생각이구나.”“네가 없어도 묵계는 다른 사람을 겨냥하고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다.”“너를 데리고 여제의 도움을 청한 후 여제가 너를 구할 때 묵계는 여제의 몸까지 차지하려 했다.”“너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할 필요 없다.”“힘없는 사람들이야 많고 많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살짝 놀랐다. 그녀가 다급히 물었다.“청연은 어떻게 됐습니까?”“궁으로 들어가 만나봐야겠습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초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치료부터 하고 가거라. 여제는 괜찮다.”“묵계도 죽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송천초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다리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멍이 들고 상처는 검고 짓물렀다.“이미 약을 발랐지만 싸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으로 인한 상처라 꽁꽁 싸매지 말아야 한다.”“아프면 진통제를 발라주마.”초경을 말을 하다 약병을 가지러 갔다.송천초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이 정도 상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그녀는 묵계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정신은 있었다. 그녀는 묵계의 조종을 받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자기 몸이 통제를 받지 않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만약 묵계가 성공했다면 이 세상에는 송천초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초경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다시 그 내단을 꺼냈다.
말을 마치자마자 초경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묵계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성공한 것입니까?”낙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초경은 바로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가 내단을 보고 한숨 돌렸다.“수위가 높아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감사합니다!”낙요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행히 저 녀석은 속이기 쉬웠습니다.”“수작을 조금 부리니 바로 넘어왔습니다.”방금 그녀는 일부러 묵계가 그녀의 몸에 들어오게 했다. 사실 묵계는 그녀의 몸에 들어갈 능력이 없었다.“천초의 뱀독이 심해졌으니, 어서 독을 없애십시오.”그 말을 듣고 초경이 얼른 그녀의 독을 없앴다.하지만 독이 심하게 퍼져서 물린 곳의 피부가 짓물러 빨리 낫지 않을 것이다.초경은 마음이 아팠다.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다 내단을 초경에게 주었다.“이 내단을 천초에게 쓴다면 상처도 곧 나을 것이고 흉터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끝없이 긴 수명도 얻을 수 있습니다.”“천초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늙지 않고 죽지 않은 기회가 있습니다.”“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천초가 깨어나면 잘 상의하십시오. 천초가 원하다면 내단 흡수를 도울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초경은 살짝 멈칫했다.그는 낙요가 손에 들고 있는 내단을 보고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어찌 남겨두지 않습니까?”“여국의 여제로서 불로장생한다면 엄청난 권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좋지 않습니까?”초경은 인간 세상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많은 제왕이 불로장생을 연구하는 것을 본 적 있다.수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낙요의 손에 쥐어져 있지만 낙요는 오히려 남에게 주려 했다.낙요가 웃었다.“들어보니 참 괜찮습니다.”“하지만 나라의 흥망은 모두 운명입니다. 왕조의 교체도 자연에 순응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강제로 바꾼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제가 감당할 것이 아닙니다.”“제사장족 천벌만으로도 충분합니다.”“게다가 제왕이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