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있던 송천초는 설레면서도 긴장했다.드디어 낙청연을 구할 방법이 생겼다. 그러나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하여 송천초는 옆에 있는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초경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더니 곧 저도 몰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내가 필요하다고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재가 되어 흩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꼭 낙청연을 구해주겠다!”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다급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그런 뜻 아닙니다.”“저는 당신의 요즘 수련 상황을 여쭤본 겁니다. 수련에 필요한 약재가 있으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낙청연도 구해야 하지만, 당신이 죽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송천초의 어투는 단호했다.초경은 잠시 멍해 있더니 곧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죽지 않는다.”그녀를 위해서라도 그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그를 대하는 송천초의 태도는 뚜렷하게 변했다. 이는 그를 하여금 그동안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설사 그녀가 아직은 그를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는 기다릴 수 있다.그렇게 긴 시간도 다 기다려 왔다.그는 한평생, 또 한평생 기다릴 수 있으며 그녀 곁을 지켜줄 수 있다.--이미 닷새가 지났다. 우홍이 암시장을 떠난 지 이미 닷새가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낙청연은 혹여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됐다. 그리하여 암암리에 사람을 보냈다.그리고 이날, 마침 부잣집 도련님 차림을 한 사내가 찾아왔다.그는 대문 밖에서 제지당했다.“당숙, 당숙을 뵈러 왔습니다. 저를 피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대문 밖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낙청연은 방에서 나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상대방은 낙청연을 보더니 눈을 번쩍 뜨더니, 위아래로 낙청연을 훑어보기 시작했다.“당숙께서 언제 또 이렇게 예쁜 첩을 두었다오?’“다 늙은 소가 어린 풀을 탐하다니!”이 말을 하며 못내 안타깝다
우홍이 없으니 낙청연이 일을 처리해야 했다.우림은 들어오자마자 뒷짐을 지고 거들먹거리면서 익숙한 듯 안으로 향했다.“아이고, 우리 당숙은 어찌하여 아직도 이 낡은 집에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네. 저 마당도 이제는 새로 지어야 할 것 같은데.”“이 화원도 그래. 꽃들이 듬성듬성 있고 전부 들꽃뿐이네. 반귀성의 성주가 어찌하여 귀한 화초도 심지 않는 것인지.”“몇 년이 흘렀는데 내가 집에서 떠난 뒤로 당숙은 점점 더 처량하게 지내는 것 같군.”“이번에 내가 사람을 많이 데려와서 다행이지. 시간이 나면 이 정원을 제대로 가꿔야겠어. 성주의 기품과 어울리게 말이야.”우림은 중얼거리면서 혼잣말하며 어르신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우홍의 아버지는 처음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우림이 신분을 밝히자 우홍의 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잘 지내고 있다면서 우리는 왜 찾아온 것이냐?”우림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아양을 떨었다.“당숙 혼자서는 두 어르신을 모실 수 없을까 걱정돼서 그럽니다.”“그래서 이번에 두 분을 돌보려고 돌아왔습니다.”“할아버지, 어르신들의 원한은 이제 저희 대에서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르신들도 나이가 있으신데 당숙은 자식도 낳지 않았으니 앞으로 누가 어르신들의 노후를 돌보겠습니까?”“오늘부터 제가 어르신들을 돌보겠습니다.”우림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겉보기에는 효심이 지극했다.낙청연은 우선 음식과 거처를 마련해주었다.낙청연은 어르신들의 원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기에 우홍이 돌아온 뒤 처리하려 했다.오늘 식사할 때 우림이 있으니 밥을 먹는 것도 불편했다.우림은 젓가락으로 그릇 안의 음식들을 뒤적이면서 싫은 기색을 티 내더니 또 다른 그릇을 뒤적였다.그렇게 그는 여러 그릇을 뒤적였지만 음식을 집지는 않았다.우홍의 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우림이 먼저 입을 열며 싫은 기색을 티 냈다.“뭘 이런 걸 드십니까?”“산해진미는 아니더라도 좋은 걸 드셔야지요.”“당숙은 성주면서 참 무능하군요. 어르
낙청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여봐라!”“내쫓거라!”우림은 버둥거리면서 욕지거리를 했다.“놓거라! 나야말로 우씨 가문의 사람이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내쫓는 것이냐?”낙청연은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고 그를 밖으로 내쫓았다.그리고 그가 가져온 선물들도 그에게 다시 던졌다.“이만 돌아가거라.”우림은 불같이 화를 내며 바닥에서 일어나 옷을 털더니 그녀를 손가락질했다.“두고 보자!”말을 마친 뒤 그는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곧이어 낙청연은 정원으로 돌아왔는데 우홍의 아버지는 이미 나와 있었다.낙청연은 궁금한 듯 물었다.“저자가 정말 오라버니의 조카입니까?”우홍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그때 저들은 우리와 함께 살았었다. 분가하지 않았었지.”“우홍은 홀로 장사를 관리했고 저들은 그저 돈을 탕진하기만 할 뿐,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기생충 같은 인간들이었지.”“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분가했다. 분가한 뒤에는 우리의 장사를 넘보더구나. 난 당연히 동의하지 않았지.”“그렇게 사이가 나빠진 채로 분가하게 되었다. 결국 저들은 온 가족이 살아갈 수 없어서 이곳에서 떠났다.”“나중에는 운주(雲州)로 갔다고 하더구나.”“그런데 무슨 일로 또 돌아온 건지 모르겠다.”“내 병은 사실 대부분 당시 저 가족들 때문에 화가 나서 생긴 것이다!”우홍의 아버지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낙청연은 그의 이야기를 들은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다.“그랬군요.”“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물어봐서 그를 들여보내지 않았을 겁니다.”우홍의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네 탓이 아니다. 저놈이 저렇게 많이 변했을 줄은 나도 몰랐다.”“예전에는 얌전한 아이였는데 어쩌다가 저 꼴이 됐는지.”낙청연은 고민하다가 말했다.“저자의 옷차림을 보니 꽤 잘사는 것 같더군요. 잘난 척하려고 일부러 찾아온 것 아닐까요?”“제가 사람을 시켜 지켜보게 하겠습니다. 너무 화내지 마세요.”우홍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낙청연의 어
기옥은 때마침 좋은 물건이 나온 틈을 타 검술(劍穗) 하나를 골라 구십칠에게 선물로 줄 셈이었다.바로 그때, 때마침 우림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기옥을 보았다.그는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눈앞의 여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눈에 익구나. 우리 어디서 만나지 않았느냐?”기옥은 깜짝 놀라며 연신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보았다.“전 당신을 모릅니다. 만난 적 없습니다.”말을 마친 뒤 기옥은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그러나 우림이 곧바로 그녀를 막아서며 기옥을 훑어보았다.“그러면 지금부터 알아가면 되지 않겠느냐? 넌 이름이 무엇이냐?”“난 여기 암시장 성주의 조카다! 친조카! 앞으로 이 암시장은 내 것이 될 것이다!”“뭘 원하느냐? 내가 사주겠다!”우림이 말하는 사이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시종들이 곧바로 기옥을 막아섰다.기옥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필요 없습니다. 전 아무것도 사지 않을 겁니다!”“전 당신을 모릅니다.”기옥은 그들을 피해 자리를 뜨려 했지만 또 한 번 붙잡혔다.“뭐 하시는 겁니까!”기옥이 화를 냈다.우림은 기옥을 훑어보다가 음흉하게 웃더니 팔을 뻗어 기옥의 손목을 잡았다.“무서워하지 말거라. 난 그저 너와 알아가고 싶은 것뿐이다. 너와 친우가 되고 싶다.”“가자. 내가 술 한 잔 사주겠다!”말을 마친 뒤 그는 기옥을 안고 강제로 그녀를 끌고 가려 했다.기옥은 그의 발을 힘껏 밟은 뒤 저항하며 도망치려 했고 큰 소리로 도움을 바랐다.“살려주세요! 전 이자를 모릅니다!”“하하, 어디로 도망치려고? 어디로 도망치는지 봐야겠다.”우림의 부하들이 기옥을 겹겹이 에워쌌다. 그는 일부러 기옥을 희롱하면서 기옥을 뒤쫓으며 팔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 하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거리에는 상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누군가 참지 못하고 나서서 그를 막으려 했다.“어찌 사내 여럿이 여인 한 명을 괴롭힌단 말이오!”그런데 우림은 오히려 호통을 쳤다.“이 암시장은 내 것이오.
“너!”구십칠은 분노에 찬 눈빛이었다.“검을 내려놓고 항복하거라!”기옥은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든 희망을 구십칠에게 걸었다.구십칠은 미간을 구기며 잠깐 머뭇거리다가 검을 바닥에 던졌다.우림의 시종이 앞으로 나서며 구십칠을 잡았고 구십칠은 반항하지 않았다.“같이 데려가거라!”우림은 날이 어두워지자 두 사람을 묶어서 함께 경매장으로 향했다.-낙청연은 의부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갑자기 호위가 보고를 올렸다.“큰일 났습니다. 우림이 거리에서 기옥 낭자를 희롱하고 구십칠을 때린 뒤 두 사람을 잡아갔습니다.”그 말을 듣고 낙청연은 벌떡 일어났다.“뭐라고?”“우림은 어디로 갔느냐?”감히 그녀의 사람들을 납치하다니!“경매장으로 향했습니다!”낙청연은 곧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대문을 박차고 나갔다.-경매장.방 안에서 구십칠과 기옥은 밧줄로 묶인 상태였다.기옥은 너무 두려웠고 구십칠은 계속해 눈빛으로 괜찮을 거라고 그녀를 위로했다.그곳은 암시장이었기에 우림이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었다.그러나 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하는 걸 본 우림은 찻잔을 내던졌고 머리에 찻잔을 맞은 구십칠은 피를 흘렸다.“나한테 잡혔으면서 지금 내 앞에서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냐?”우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를 힐끗 바라봤다. 경매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는 발을 내린 뒤 기옥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쭈그리고 앉아 기옥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그는 손바닥으로 기옥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이렇게 예쁘장한 얼굴로 왜 울려고 하는 것이냐?”“쯧쯧, 참으로 가엽구나.”그는 말하면서 기옥의 얼굴에 입을 맞추려 했고 기옥은 필사적으로 피했다.구십칠이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그녀에게 손대지 말거라!”우림은 그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는 몸을 일으킨 뒤 구십칠의 얼굴을 세게 걷어찼다.“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냐? 일단 네 혀부터 잘라야겠다!”우림이 비수를 뽑았다.“감히 암시장에서 날뛰다니! 죽고 싶
낙청연의 뒤에 서 있는 호위들을 보며 우림은 화를 냈다.“너희는 이 여인에게 매수당한 것이냐?”“나야말로 우씨 가문의 사람이다! 내가 미래 성주란 말이다! 너희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저자를 잡거라!”그러나 방 안의 호위들은 우림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우림은 화가 나서 검을 들고 낙청연을 향해 달려들었고 낙청연은 곧바로 반격했다. 그녀는 재빨리 우림의 손에서 검을 빼앗아 옆으로 던졌다.그러고는 우림의 얼굴에 힘차게 주먹을 꽂았다.“체면 좀 봐줬더니 정말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구나! 감히 미래 성주라는 명분으로 사람들에게 겁을 줘? 넌 성주의 개가 될 자격도 없다!”낙청연은 말하면서 또 한 번 주먹을 휘둘렀다.우림은 온 힘을 다해 반격했지만 낙청연이 워낙 잽싼 바람에 항상 반보씩 늦어 낙청연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싸우는 건 두 사람이었지만 맞고 있는 건 우림뿐이었다.“천한 것!”우림은 씩씩거렸다. 분이 풀리지 않고 계속 맞기만 해서 너무 억울했다.낙청연은 우림을 된통 때렸다. 그 자리에 있던 호위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 그들은 여인이 이렇게 맹렬하게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심지어 그녀는 겉보기에는 매우 연약한 암시장의 아가씨였다.우림은 처맞아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었다. 낙청연은 분풀이를 한 뒤 그를 풀어줬다.“오늘은 교훈을 준 셈 치겠다. 감히 다시 암시장에서 행패를 부린다면 죽여주마!”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떠났다.사람들이 전부 다 나간 뒤에야 우림의 호위들이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부사(副使)!”우림은 부축을 받으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천한 것!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가거라! 가서 편지를 보내! 통령 대인(統領大人)을 모셔 오거라!”그는 통령 대인이라면 낙청연을 혼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낙청연은 구십칠과 기옥을 데리고 돌아갔고 돌아가는 길에 기옥은 사건의 경과를 세세히 설명하더니 급히 해명했다.“저자는 제 원수가
하지만 복맹이 만든 검은 대부분 복맹이 쓰기에 적합했고, 그가 검을 쓰면 인검합일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그러나 다른 이가 똑같은 검을 사용한다면 그만큼의 경지와 실력에 다다를 수 없었다.복맹이 죽었는데 누군가 그의 검을 훔쳐서 경매에 내놓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우림은 자신이 미래 성주라고 떠벌리고 다녔는데 설마 먼저 만방검을 차지하려고 그런 건 아닐까?그렇다면 우림의 뜻대로 되게 놔둘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암시장이 그 빚을 갚아야 할지도 몰랐다.곧이어 낙청연이 분부를 내렸다.“각 경매장에서 잘 지켜보게 하거라. 만약 만방검의 소식이 있다면 우림에게 먼저 빼앗게 둬서는 안 된다.”“네!”그렇게 또 5, 6일이 지났고 만방검이 드디어 나타났다.역시 우림은 행동이 빨랐다. 그는 곧바로 경매장으로 들이닥친 뒤 사람을 다관에서 끌어냈다.우림은 그의 등에 있는 검갑을 보더니 눈을 빛냈다.“이것이 바로 만방검이오?”상대방은 경계하듯 그를 바라보았다.“뭘 하려는 것이오?”“내가 사고 싶소! 가격을 말하시오!”“그리고 난 성주의 조카요. 반귀성의 성주는 알고 있겠지? 그에게는 자식이 없으니 앞으로 내가 이 반귀성의 새로운 성주가 될 것이오.”“내 체면을 봐서 만방검을 내게 파시오.”“앞으로 많은 이득을 보게 될 것이오.”말을 들은 그는 머뭇거렸다.“얼마나 줄 생각이오?”우림은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만방검을 구했다면 다른 검도 구할 수 있겠지?”“다른 검도 준다면 더 많이 주겠소. 천참검이 있다면 더욱 좋소.”“앞으로 당신이 경매장에서 다른 물건을 판다면 9할을 당신에게 줄 것이오. 어떻소?”“지금 암시장에 이런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소. 당신이 첫 번째지!”상대방은 그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물었다.“약속을 지킬 것이오?”“정말 당신이 성주가 될 수 있소?”우림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당연하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당신에게 이런 약속을 하겠소? 다른 이들에게 우림이라는 이름을 물어보시오. 아무도 내
“공평하게 경쟁하고 싶다고?”우림은 자신이 내쫓겨 만방검을 잃게 될까 걱정됐다.그는 곧바로 말했다.“경매! 그것으로 공평하게 경쟁하지. 돈을 많이 낸 사람이 만방검을 갖자고!”“반드시 당장 은냥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우림이 이를 악물며 강조했다.그는 암시장에서 그렇게 많은 은냥을 꺼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듯했다.이곳에 유통되는 은냥은 전부 빠른 거래였다. 암시장에서 수입의 일부를 가져가지만 많지는 않았고, 암시장에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유통되는 은냥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우림도 예전에 이곳에서 지냈기에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그래. 공평하게 경쟁하지.”그녀는 만방검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복맹이 만든 검 중에서 그다지 훌륭한 편이 아니었다.하지만 우림이 이 물건을 꼭 얻으려 하니 골탕 먹이고 싶었다. 그녀는 우림이 이 검을 위해 얼마나 바칠지 궁금했다.우림이 내기를 제기했다.“좋다! 그러면 하나 더 걸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뭘 말이냐?”“네가 진다면 돌아가서 내 첩이 되거라!”그 말을 들은 낙청연은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건방진 말을 하는구나.”우림은 자신만만하게 냉소를 흘렸다.“내기할 용기가 없느냐? 그러면 지금 당장 꺼지거라. 나랑 만방검을 빼앗을 생각은 말고!”낙청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못하겠다고 했느냐?”“만약 네가 진다면 난 네 팔 한쪽을 가지겠다. 어떠냐?”그 말을 들은 우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의했다.“좋다!”“그땐 절대 잡아떼지 말거라!”낙청연은 태연자약하게 웃었다.“당연히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도 마찬가지다. 겁을 먹고 도망치지는 말거라.”“도망친다고 해도 세상 끝까지 쫓아가 네 팔을 자를 것이다.”우림은 경멸에 찬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 첩이 될 준비나 하고 있거라. 우리 집안은 발을 들이기 어려우니 말이다!”마지막 말에서 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