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의 차가운 어조와 혐오하는 눈빛에 낙청연은 심장이 바늘에 찔리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절 믿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제가 다 얘기하면 절 믿어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덤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서 넌 본왕에게 전부 얘기하였느냐? 아니, 넌 아직도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고 날 속이고 있다!"노여움이 섞인 호통이었다.낙청연은 절망을 느꼈다."왕야, 오늘 또 절 속이러 오신 거군요.""왕야의 목적은 절 속여서 천명 나침반의 사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낙정이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니까요. 맞습니까?"낙청연의 목소리에서 화가 느껴졌다. 그녀는 매섭게 쏘아붙였다."전 왕야를 믿었기에 제 모든 비밀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왕야는 또 한 번 절 속이시는군요..."낙청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낙청연은 이 순간 누군가에 의해 심장이 두 쪽으로 갈라지듯 아팠다.그러나 부진환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았고 눈빛은 차가워졌다.그는 화가 난 듯 낙청연의 목을 졸랐다."너한테 발각되었으니 본왕도 더는 숨기지 않겠다.""천명 나침반은 대체 어떻게 쓰는 것이냐?""말하지 못하겠으면 글로 쓰고 글도 쓰지 못하겠으면 그림을 그리거라!""본왕은 오늘 반드시 결과를 얻어야겠다!"부진환은 매서운 어조로 그녀를 위협했다.악력이 점점 강해져 낙청연은 숨이 막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항하지 않았다.낙청연의 눈꼬리에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그녀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죽이세요. 절 죽이세요. 그러면 이 세상에 천명 나침반을 어떻게 쓰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낙청연의 창백한 얼굴 위로 광기 어린 미소가 드리워졌다.부진환은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낙청연은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통증이 밀물처럼 밀려와 그녀를 덮쳤다.낙청연은 한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계속 이러다가는 몸이 남아날 것 같지 않았다.고개를 드니 부진환이 살기등등하게 걸어오고
곧이어 호위들이 들어와 낙청연을 마당으로 끌어냈다.낙청연은 그들에게 눌려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었고 곤장이 그녀의 몸 위로 사정없이 떨어졌다.극심한 통증이 급습해 오자 낙청연은 온 힘을 다해 바닥을 할퀴었다. 그녀의 손톱이 눈밭에 대량의 흔적을 남겼다.지초가 마당 밖에서 뛰어와 그들을 막으려 했다."그만, 그만하세요!""왕야, 어떻게 왕비 마마께 이러실 수 있습니까? 왕비 마마께서 뭘 잘못하셨습니까?""왕야, 제발 왕비 마마를 놓아주십시오! 겨울이 되고부터 왕비 마마의 상처는 나은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때린다면 정말 죽을지도 모릅니다!""왕야, 제발 살려주시옵소서!"지초는 낙청연의 몸 위에 엎드려 그녀의 위로 떨어지는 곤장을 막았다.그러나 호위가 그녀를 떼어냈다.지초는 온 힘 다해 울부짖으면서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처마 밑에 꼿꼿이 서 있는 사내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았고 눈빛도 차가웠다.그에게서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왕비 마마..."지초는 조바심이 났고, 울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낙청연은 통증 때문에 지초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오직 끝없는 통증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이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낙청연이 기절한 뒤에야 부진환은 형을 멈췄고 화를 내며 떠났다.지초는 낙청연에게 바짝 다가갔다. 낙청연의 몸에 손이 닿는 순간, 손 전체가 피로 물들었다. 다급히 손을 거둔 지초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피와 피 칠갑이 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왕비 마마..."지초는 감히 만질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추운 겨울밤 낙청연을 눈밭에 그냥 둘 수도 없었다.결국 지초는 조심스레 낙청연의 어깨를 부축하여 그녀를 처마 밑까지 옮겼고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갔다."왕비 마마, 꼭 버티셔야 합니다!"지초는 조심스럽게 낙청연을 방 안으로 옮긴 뒤 다급히 뜨거운 물을 가져왔다.낙청연은 침상 위에 엎드렸고 지초는 가위로 등 쪽의 옷을 잘라냈다.피가 묻은 옷과 함께 피범벅이
그 순간, 낙청연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낙정이 보이는 걸까?다음 순간,낙정의 말에 낙청연의 심장은 나락으로 떨어졌다."섭정왕도 당신의 고집을 꺾지 못하다니, 역시 제가 직접 와야 했습니다."낙청연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무 추워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물이 창백한 얼굴을 타고 흘러 내려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낙청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것은 어느 방 안이었다.하지만 섭정왕부는 아니었다."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이냐?"지초가 약을 발라준 뒤 낙청연은 잠이 들었다.낙정은 코웃음을 쳤다."당연히 부진환이 당신을 제게 넘겨준 것이 아니겠습니까?""그도 당신의 입을 열지 못했으니 제가 온 겁니다."그 말에 낙청연의 심장은 또 한 번 산산이 조각났다.부진환은 그마저도 부족해 그녀를 낙정에게 넘겨줬다.그녀를 죽도록 괴롭혀서 진짜 죽게 만들어야 한이 풀리는 걸까?낙정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를 열어 보니 안에는 새끼손가락만큼 두꺼운, 철로 만들어진 철침이 들어있었다.낙정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뭘 원하는지는 알고 있겠지요?""지금 제게 천명 나침반의 사용법을 알려준다면 살려는 드리겠습니다.""이 기회를 잃는다면 쓸데없이 고생만 하게 될 겁니다.""이 철로 된 침들이 보이십니까? 특별히 이 두께로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관절에 꽂아 넣기 위해서 말입니다.""조금씩 조금씩, 마치 나무판자에 못을 박는 것처럼 당신의 몸에 박을 겁니다.""하지만 아쉽게도 길이가 좀 짧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손에 쓸 생각입니다..."낙정이 들고 있던 날카로운 침이 낙청연의 손등을 스쳐 지나갔고 그 순간, 낙청연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시선을 들어 낙정을 쏘아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넌 실력이 아주 대단하지 않으냐? 왜 나침반을 쓸 줄 모르는 것이냐?""경도에서 있었던 일들도, 낙 노부인의 관 안에 있던 물건을 도둑 맞힌 것도, 벽해각이 멸문당한 것도 전부 네가 한 짓이지!"낙정
“아!”낙청연은 고통스럽게 비명을 내지르면서 몸을 잔뜩 웅크렸다. 통증 때문에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침이 더 깊이 박혔다는 게 똑똑히 느껴졌다. 뼈와 뼈 사이가 억지로 벌려진 느낌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그래요. 말하지 않겠다 이겁니까?”낙정은 다시 침을 들어 낙청연의 다른 손에 힘껏 찔러넣었다.낙청연은 밤새 고통에 시달렸고 몇 번이나 기절했다가 다시 통증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그 뒤로는 목이 쉬어 소리를 낼 수조차 없었다.날이 밝고 햇볕이 들어왔다. 낙청연은 곤죽이 되어 바닥에 누워있었고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했다.새빨간 피가 그녀의 옷을 빨갛게 물들였다. 햇빛이 핏물을 비추자 광택이 돌았다.-섭정왕부.서방 안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사람을 찾지 못했으면서 본왕에게 무슨 보고를 올린다는 말이냐? 얼른 가서 찾거라! 다들 나가서 찾아!”부진환은 극도로 분노했다. 너무 화가 나서 머리가 아찔해져 탁자를 짚었다.그는 자리에 앉아 정무를 처리하려 했지만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다.그는 낙청연이 스스로 왕부를 떠난 것이길 바랐다.지초는 아직도 궁문 밖에 있었다. 계집종인 그녀는 입궁할 수 없었기에 그저 막연히 아는 사람이 입궁하지 않을까 그곳에서 기다려야 했다.태상황에게 말이라도 전해주면 되었다.7황자는 행방을 알 수 없었고 진 태위도 저택에 없었기에 대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지초는 조바심이 났다.바로 그때 섭정왕부의 호위가 나타나 지초를 붙잡았고 그녀를 왕부로 끌고 가 바닥에 꿇어앉게 했다.부진환은 지초의 앞으로 걸어갔고 지초는 울면서 말했다.“왕야, 죽이실 생각이라면 부디 왕비 마마에게 알리지 마시고 그냥 죽여주시옵소서. 전 왕비 마마를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눈빛으로 캐물었다.“낙청연은 어디 있느냐?”그 말에 지초의 안색이 달라졌다.고개를 든 지초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왕비 마마께서는 저택에 계시지 않습니까
낙청연은 힘없이 입을 열었다."그래."곧이어 낙정은 낙청연을 부축해 세운 뒤 그녀를 의자에 내동댕이쳤다.낙청연은 무기력하게 입을 열었다."약재가 필요하다."그녀는 두 손을 의자 손잡이에 올려놓았다. 침은 여전히 그녀의 손에 꽂혀 있었고 피로 범벅이 되어 꼼짝할 수 없었다.낙정은 서늘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힐끗 보더니 그녀의 손을 꽉 누른 채로 단번에 침을 뽑았다."아!"낙청연은 너무 아파 앓는 소리를 냈다.낙정은 몸을 살짝 기울이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예전에는 아픈 걸 이리 무서워하지 않았을 텐데요, 낙요."낙청연은 흠칫 떨면서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그것도 부진환이 너에게 알려준 것이냐?"낙청연의 마음은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찼다.낙정은 약을 가져와 그녀의 상처를 처리해줬다.그녀는 경멸하듯 웃음을 터뜨렸다."어릴 때부터 재능이 넘쳐 사부님의 애정을 듬뿍 받던 대제사장 낙요가 사내 하나 때문에 이 꼴이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낙정의 어조에서 질투가 느껴졌다.낙청연은 매서운 눈초리로 그녀를 보았다."나랑 너 사이에는 원한이 없을 텐데."낙정의 눈동자에 한줄기 증오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차갑게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당신이 보기에는 아무런 원한이 없겠지요.""그러나 저는 원한이 깊습니다.""전 무척 노력했고 사부님도 절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나 사부님은 결국 대제사장의 자리를 당신에게 물려줬지요.""당신이 대제사장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면 제가 천궐국에 와서 대국사를 하려고 했겠습니까?""그러고 보면 이 또한 인과응보입니다. 이 모든 고통은 당신이 견뎌야 하는 것입니다."낙정은 의기양양한 어조로 말했다.한때 군림하던 대제사장이 이 꼴이 되다니,낙정은 통쾌했다.어젯밤 낙청연과 부진환의 대화를 엿들었을 때 낙정은 충격을 받았다.낙청연이 낙요였다니.승상의 딸이라면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할 줄 알고, 또 매번 낙정의 수작을 간파할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예전이라면 낙요를 어찌하지 못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았다.온몸에서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침서가 천천히 걸어왔다.침서는 서늘한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이게 뭐 하는 짓이냐?"낙정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그건 제가 묻고 싶습니다. 왜 갑자기 출병한 겁니까? 이건 저희 계획에 없던 일입니다. 왜 제게 미리 얘기하지 않으셨습니까?"침서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내가 뭘 할 건지 미리 너한테 보고해야 하느냐? 네가 뭔데 감히 내 일에 간섭하려는 것이냐?"낙정은 약간 긴장됐는지 천명 나침반을 손에 꼭 쥐었다. 손에 넣은 보물을 잃어버릴까 봐 조마조마한 듯했다."전 그저 저희의 약속대로 조건을 얻고 싶은 것뿐입니다!"침서는 낙청연을 힐끗 쳐다보더니 표정이 험악해졌고 곧바로 낙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을 움켜잡고 그녀의 가슴께에 주먹을 꽂았다.낙정은 피를 토하면서 주먹을 맞고 창문으로 날아갔다.낙청연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그곳이 2층이라는 걸 발견했다.객잔인 듯했다.침서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 밖을 내다보았다. 낙정이 비틀거리면서 사람들 사이로 헐레벌떡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침서는 그녀를 뒤쫓을 생각이었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했다.낙정이 죽는다면 낙청연을 위협하는 것이 사라지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낙청연이 그를 따라 여국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러니 낙정을 살려둬야 했다.침서는 낙청연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고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지나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었다."이제 날 따라갈 것이냐?"낙청연은 차갑게 고개를 돌렸다."아직은 안 됩니다.""제가 하려는 일을 다 하게 된다면 당신을 따라 떠나겠습니다."침서는 눈살을 찌푸렸다."아직도 부진환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것이냐?"그는 낙청연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이 아이 때문이냐?"맥을 짚은 침서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네 몸 상태로는 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낙청연은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당신
차가운 바람에 낙청연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흰색 망토를 입으니 언제라도 바람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바로 그때,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맨 앞에 선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다.침서는 부진환을 보는 순간 차갑게 웃으면서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낙청연은 그의 팔을 뿌리칠 힘마저 없었다."침서! 감히 이곳에 오다니!"부진환은 창백한 얼굴로 화를 냈다.호위가 곧바로 그들에게 다가갔고 침서와 낙청연 두 사람을 단단히 에워쌌다.침서는 어쩔 수 없이 낙청연을 놓아주며 나지막하게 웃었다."낙요야, 기다리마."말을 마친 뒤 그는 경공으로 도망쳤고 호위가 곧바로 그의 뒤를 쫓았다.낙청연은 무기력하게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부진환은 안색이 창백했고 눈빛은 복잡했으며 노여움도 보였다."어제 그렇게 혼쭐을 냈는데도 부족했나 보구나. 감히 몰래 왕부에서 빠져나와 침서와 만나다니?"낙청연은 해명할 힘도 없어 창백하게 웃어 보였다."왕야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제가 왜 여기로 오게 된 건지 왕야께서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어젯밤 부진환은 그녀를 속여 천명 나침반의 사용 방법을 알아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그래서 낙청연을 낙정에게 넘겼다.낙정이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 부진환이 모를 리가 없었다.부진환은 냉랭한 얼굴로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데려가거라!"낙청연은 또다시 섭정왕부로 끌려갔다.다시 그 마당에 도착하게 되자 부진환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봐라, 지초를 끌어내라."낙청연은 흠칫 몸을 떨더니 고개를 홱 돌려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만하세요!""뭘 하시려는 겁니까?""절 정말 궁지로 몰 생각입니까?"부진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난 거짓말한 적이 없다.""네가 제멋대로 왕부에서 나갔으니 지초가 너 대신 벌을 받을 것이다.""여봐라, 끌어내라!"지초가 끌려 나가자 낙청연은 초조한 마음에 그들
"이걸 해결하려면 제가 직접 서릉에 가야 합니다."낙청연의 태도는 결연했다.그것은 그녀의 유일한 살길이었다.그러나 부진환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그것이 유일한 결과란 말이냐?""큰 방향은 틀리지 않습니다."낙청연이 점친 것은 사실 그녀의 살길이었다.오직 천명 나침반만 국운을 점쳐볼 수 있었다.여국 대군이 국경까지 쳐들어온 것은 그녀가 침서에게 시킨 일이었기에 낙청연은 당연히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부진환은 그 말을 들은 뒤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낙정은 부진환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부진환이 오자 그녀는 다급히 다가가 물었다."어떻습니까? 결과가 어떻답니까?"부진환이 대답했다."서릉에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소."그 말에 낙정은 살짝 놀랐다."서릉에 재앙이 찾아온다고요? 무슨 뜻입니까? 여국이 서릉만 점령하려 한다고요?""대책이 있습니까?"부진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본왕이 병사를 데리고 가서 여국 대군을 물리치겠소."그 말에 낙정은 살짝 놀라더니 이내 물었다."가실 마음이 있습니까?""이건 본왕의 책임이오. 내 마음은 중요하지 않소."낙정은 침서를 떠올렸다. 그녀는 침서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항상 종잡을 수 없었다."알겠습니다. 전 지금 입궁할 겁니다. 저와 함께 가시지요."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인 뒤 낙정과 함께 입궁했다.서릉 전투를 피할 수 없을 듯했다.-그날 황제는 섭정왕에게 내일 대군을 이끌고 서릉으로 향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는 부진환에게 무슨 수를 쓰든 꼭 서릉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밤이 되었다.서방으로 돌아간 부진환은 종이와 붓을 가져와 천천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청연...서신 한 장을 쓴 그는 촛불 아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람을 시켜 지초를 불러오게 했다.지초는 서방에 도착한 뒤 긴장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왕야,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부진환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