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지초를 도와 물건을 옮기기 위해서였다.지초는 부설루에 가서 은냥을 챙길 생각이었는데 호위가 그녀를 대신해 값을 치렀고 지초는 깜짝 놀랐다.지초는 가는 길 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왕야는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걸까?밤이었기에 문을 연 점포는 많지 않았고 지초는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했다.약재를 구하기 위해 지초는 경도의 의관과 약방 반 이상의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밤이었다.낙청연은 비몽사몽 침상에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방문이 덜컥거리며 열렸다.차가운 바람이 들어오자 낙청연은 기침하기 시작했다."콜록콜록... 지초야, 바람 때문에 창문이 열린 건 아닌지 확인해 보거라... 콜록콜록..."낙청연은 격렬히 기침하면서 이불 속으로 숨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이불이 확 젖혀졌고 낙청연은 잠에서 확 깼다. 시선을 들자 부진환이 보였다.그녀는 힘겹게 몸을 지탱해 일어나 앉았다."뭐 하시는 겁니까?"낙청연은 얼마나 허약한지 따져 묻는 목소리마저 힘이 없었다.부진환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곧이어 호위가 방 안으로 쳐들어와 낙청연의 팔을 잡고 그녀를 방 안에서 끌고 나갔다.밖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낙청연이 입을 열려는데 호위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낙청연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데다가 심하게 앓고 있어 반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호위에게 이끌려 마당으로 나가게 됐다.그녀는 부진환이 뭘 하려는지 알지 못했다. 고요한 겨울밤, 낙청연은 겁에 질렸다.그녀는 작은 마당으로 끌려갔다.마당의 방문은 열려 있었고 방 안에 불이 밝혀져 있어 원래 막혔던 벽이 뚫려 있는 게 보였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보았지만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호위가 그녀를 끌고 밀실 안으로 들어갔다.그곳에는 아주 큰 진법이 있었다. 낙청연은 안으로 끌려간 뒤 바닥에 엎어졌고 그 바람에 은방울이 소리를 냈다.뒤이어 부진환이 천천히 벽의 틈새로 걸어갔다. 그는 탕약 한 그릇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호
결국 작은 창구 하나만 남겨놓고, 그것에 맞게 목판을 하나 박아, 열 수 있는 창문을 만들었다.그 순간, 낙청연은 그래도 참 다행스러웠다. 부진환이 그녀를 벽 안에 가둬 죽이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창문마저 닫아 버리더니, 밖에서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었다. 주위는 완전히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멀어지는 게 들렸다.낙청연은 벽에 기대어, 힘없이 주저앉았다.이곳에 배치한 거대한 진법을 보며 낙청연의 마음은 몹시 무거웠다.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그녀는 자신을 위해 감옥을 만들었던 것이다.예전에 낙랑랑의 운명을 바꾼다고 이곳에 대진을 배치하고, 봉쇄해버렸다.원래, 이곳은 화초를 가득 심은 작은 정원이었다.그때는 자신도 이곳에 갇힐 거라는 건 꿈에도 생각 못 했다.갑자기 낙청연은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지더니, 힘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지초는 물건을 한가득 사 들고 왕부로 돌아왔다.약재를 들고 정원으로 신나게 걸어갔다.이번에 이렇게 많은 약재를 샀으니, 왕비 마마의 상처는 분명히 좋아질 거야!그런데 내원에 들어서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아주 혼란스러웠다.지초는 약간 놀라서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그런데 왕비의 정원 방향에서 은은하게 불빛이 보였다.지초는 놀라서 저도 몰래 손에 든 약재를 땅에 떨어뜨리고 미친 듯이 그쪽으로 달려갔다.정원 밖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불길은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다. 하인들은 물을 길어 불을 끄고 있었다.그러나 불길이 너무 세서 불을 끄러 들어갔던 사람들은 하마터면 다칠 뻔했고, 큰불을 못 이겨 결국 정원 밖으로 물러났다.“이 불은 너무 세서, 끌 수 없습니다.”조급해 난 지초는 울며 물었다. “왕비 마마는요? 왕비 마마는 나오셨습니까?”“혹시 왕비 마마는 아직도 안에 계시는 겁니까?”“어서 불을 끄세요. 왕비 마마가 아직 안에 있단 말입니다.”지초는 애가 타서 어린 머슴 한 명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굴렀다.얼굴이
”예! 알겠습니다.”시신을 섭정왕부에서 내가고 있었다.이때 섭정왕부로 달려온 침서가 마침, 이 광경을 목격하고 즉시 왕부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낙청연이 거주하는 정원으로 왔다.정원에 들어서자, 이미 완전히 타버린 가옥이 한눈에 들어왔다.침서는 깜짝 놀라, 어린 머슴의 멱살을 잡고 성난 목소리로 질문했다. “낙청연은?”그 흉악한 모습은 사람을 두렵게 했다.“왕비 마마는…… 불바다에 묻혔습니다!”이 말을 듣자, 침서의 안색은 삽시에 새파랗게 질렸다.그는 정원으로 달려가, 부진환의 눈앞에 나타났다. 온몸에 살기등등한 그를 보고 정원의 시위는 즉시 검을 뽑고 경계했다.시위는 침서를 겹겹이 둘러쌌다.“부진환, 낙청연은?”부진환은 날카로운 표정으로 매우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 “죽었다.”침서는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부진환에게 달려가 물었다. “큰불은 네가 지른 것이냐?”설령 그가 지른 것이 아니더라도, 틀림없이 그가 사람을 시켰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온 섭정왕부에 왜 낙청연의 정원만 타버렸겠는가!그리고 온 왕부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어찌 낙청연 한 사람만 죽었겠는가!”하지만 부진환은 전혀 부인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침서를 쳐다보며 눈에는 적의가 가득했다.“낙청연은 본왕을 배신했다. 본왕은 그녀를 망칠지언정, 절대 너희 둘이 함께 잘 사는 꼴은 못 본다.”그 차가운 목소리는 전혀 온도가 없었고 매우 냉랭했다.침서는 듣고 순간 격노했다.“부진환! 너도 미친놈이구나!”“네가 나의 낙요를 죽였으니, 너의 목숨으로 갚아라!”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침서의 두 눈은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피에 굶주려 세차게 분사검을 뽑았다.그는 검을 들고 부진환을 향해 휘둘렀다.부진환은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뒤이어 많은 시위가 사방팔방에서 공격해왔다.그 소리는 듣기만 해도 머리털이 곤두섰다.시위들은 일제히 부진환 앞을 가로막아, 침서의 그 검을 막아냈다.침서는 포위 공격을 당해 두 걸음 뒤로 물러났
부진환은 침묵을 지켰다.태상황은 화가 나서, 부진환의 뺨을 두 대 더 호되게 후려갈겼다. 너무 힘을 준 탓에 그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다행히 태감이 부축하여 넘어지지는 않았다.태상황은 성나서 부진환을 손가락질하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네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마음이 독한 것이냐!”부진환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큰일을 이루려고 하는 자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너 때문에 분통이 터지는구나!” 태상황은 성에 못 이겨 부진환을 발로 걷어차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쓰러지고 말았다.태상황은 화나서 혼절했다.태의가 곧 달려와, 태상황의 맥을 짚어보고, 상태를 살펴보더니, 괜찮다고 했다.그제야 부진환은 떠났다.그는 얼굴에 남은 손바닥 자국을 그대로 한 채, 어서방에 황제를 만나러 갔다.부운주는 지금 태상황보다 더욱 긴장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낙청연은 괜찮소?”부진환은 또다시 방금 태상황에게 했던 말을 반복했다. “낙청연은 죽었습니다.”부운주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그는 놀란 표정으로 부진환을 쳐다보더니, 곧 분노로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앞으로 달려가 부진환의 멱살을 잡았다.“부진환! 낙청연에게 잘해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어떻게 그녀를 죽일 수 있단 말이오!”“당신이 낙청연을 싫어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녀를 원하는데, 왜 죽인 것이오!”황제는 분노하여 울부짖었다. 눈 안의 살기는 마치 정말 부진환을 죽일 것만 같았다.그는 주먹으로 호되게 부진환의 얼굴을 가격했다. 부진환은 땅바닥에 넘어졌다.부진환은 입가의 피를 닦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반격도 하지 않았다.황제는 화나서 부진환을 잡고, 그를 땅바닥에 넘어뜨리더니, 그의 몸을 짓누르고, 여러 차례 사정없이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짐은 당신을 죽여버리겠소!”황제는 화가 나서 부진환의 목을 졸랐다.그는 부진환이 너무 미웠다.그가 보물처럼 아끼던 존재를, 그가 그렇게 원하여
”그러나 섭정왕은 일전에 낙월영을 측비로 들였습니다. 낙월영은 엄평소와 그 짓거리를 하고 그렇게 소란스러웠는데, 섭정왕은 여전히 낙월영과 혼인했습니다.”“섭정왕은 그때 부끄러운 줄도 몰랐으면서, 어찌 섭정왕비가 그의 체면을 구겼다고 싫어하는 겁니까?”“그러니까요, 너무합니다!”“섭정왕비는 예전에 대국사였으며, 공주로 책봉까지 받으신 분입니다! 섭정왕은 간이 밖으로 튀어나왔나 봅니다. 어떻게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제멋대로 죽였단 말입니까!”“그러나 섭정왕도 정정당당하게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큰불에 왕비가 타 죽었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 누구도 섭정왕이 죽였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합니다. 참……”“왕비도 참으로 불쌍한 사람입니다. 평생 억울한 인생을 살았습니다.”하루 사이에, 부진환의 명성은 매우 나빠졌다.지초는 폐허에 꿇어앉아 한참을 울다가, 바로 왕부를 떠나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위가 막아섰다. “당신은 왕부에서 나갈 수 없소.”“왜입니까? 왕비도 죽었으니, 저는 더 이상, 이 거지 같은 곳에 남지 않겠습니다!” 지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이유는 없소. 어쨌든 당신은 갈 수 없소.”말을 끝내고, 시위 두 명은 양쪽에서 지초의 팔을 잡고 들어가더니, 다른 정원에 가두었다.“이거 놔요! 이거 놔요!”“당신들 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정원 문을 잠그자, 지초는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결국 화가 나서 땅에 쭈그리고 앉아 슬피 울었다.부진환은 서릉으로 여국 대군을 대처하러 갔다. 그는 왕부의 시위들도 많이 데리고 갔기 때문에 왕부의 방어는 한순간 많이 느슨해졌다.저녁 무렵.낙정은 슬그머니 왕부에 들어왔다.바깥소문에 따르면 낙청연은 이미 죽었다고 했지만, 그녀는 약간 의심됐다.부진환은 낙청연을 좀 일찍 죽이든지, 아니면 좀 늦게 죽이든지, 왜 하필 서릉으로 가기 전날 밤 죽였을까?설마 낙청연이 침서와 함께 떠날까 봐 두려워서인가?이렇게 생각하면 합리적이긴 하다.하지만 낙정은 여전
낙정은 즉시 왕부로 돌아가, 곳곳을 다 찾아보았지만, 여전히 낙청연을 찾아내지 못했다.낙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낙청연을 대체 어디에 숨겼을까?금선탈각(金蟬脫殼)의 이 계는, 낙청연의 뜻일까? 아니면 부진환이 조종한 것인가?만일 부진환이라면, 부진환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낙정은 노기등등해서 섭정왕부를 떠났다. 그리고 즉시 사람을 시켜 섭정왕부의 정문과 후문을 감시하게 했다.만일 낙청연이 나타나면 반드시 제일 먼저 그녀를 붙잡을 것이다!침서가 서릉으로 출발하여 부진환과 사생 결투를 벌이러 간 틈을 이용하여 낙청연을 붙잡아야 한다. 아니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낙청연은 뭔가에 물려 깨어났다.발목 통증은 낙청연을 화들짝 놀래서 깨어나게 했다. 어렴풋이 깨어나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았는데, 그 뱀이 보였다.뱀은 낙청연의 발 옆에 웅크리고 앉아, 그녀를 물기까지 했다.의식을 회복한 그 순간부터 낙청연은 복부의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낙청연은 머리를 숙이고, 어슴푸레한 광선으로부터 치맛자락에 묻은 피를 보고 아연실색했다.배를 어루만지던 그 순간, 낙청연은 눈물을 흘렸다.없어졌다!아이가 없어졌다!어떻게 이럴 수가?낙청연은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갇히기 전 그날 밤이 떠올랐다. 부진환이 그녀에게 억지로 약을 먹였다!부진환이다!그는 이 아이도 용납하지 못한다!낙청연은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다.낙청연은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일어서려고 하니,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다. 복부의 쥐여 짜는 듯한 통증은 그녀를 더욱 똑바로 서지도 못하게 했다.낙청연은 갑자기 이 밀실에 물건이 좀 많아진 것을 발견했다.땅 위에는 많은 약병과, 옷가지들, 그리고 이불과 음식이 있었다.낙청연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모퉁이에 있는 그 뱀을 보며 물었다. “이 물건들은 네가 가져온 것이냐?”초경은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여기에 올 때부터 이것들은 이미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손을 뻗어 그 구멍으로 힘겹게 주머니를 끌어당겨, 안에 있는 약병을 하나씩 안으로 가져왔다.약을 전부 검사한 후, 낙청연은 알약 한 알을 먹었다.초경에게 어디서 이 약들을 구해왔는지 물어보려고 모퉁이를 쳐다보니, 초경은 이미 똬리를 틀고 잠들어버렸다.낙청연은 이불을 끌어당겨 초경에게 덮어주었다.초경은 겨울만 되면 힘이 약해지고, 졸리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신이 맑을 때가 거의 없다.나가서 약을 찾아온 건 아마도 온 힘을 다해 버텼을 것이다.초경이 가져온 이 약들은, 그들이 한동안은 쓸 수 있다. 오직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암담하기 그지없는 밀실 안에서, 낙청연은 자는 것 빼면 먹는 것이다. 햇빛을 볼 수 없었으며, 오직 끝없는 어둠뿐이었다.기나긴 시간은 더없이 견디기 어려웠다.건량은 얼어서 돌덩이가 됐고, 마르고 단단하여 잘 넘어가지 않아, 그대로 삼켜버렸다. 마치 칼을 먹는 것처럼 목구멍은 아팠다.온몸의 상처도 씻을 수 없었다. 매일 깨끗한 천 조각을 찢어 상처 주변을 닦고, 약을 바르고 싸맬 수밖에 없었다.비록 대부분 상처는 더 악화하지는 않았지만, 더 좋아지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밀실은 매우 추웠다. 이불 두 채를 감싸고 있어도 여전히 추웠다.피부는 말라서 쩍쩍 갈라졌으며, 상처도 가끔 가렵고 아팠다.암담한 생활에 시달린 낙청연은 곧 무너질 것 같았다.낙청연은 매일 그 창문을 들여다보곤 한다. 누구 잠깐이라도 이 창문을 열어줬으면 좋을 것 같았다.바깥 공기를 마시고, 빛을 볼 수 있게 말이다.그러나 없었다.이곳은 마치 사람들로부터 잊혀진 곳 같았다. 누구도 이곳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아니, 이미 사람이 아니다. 어찌나 시달림을 당했는지 사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낙청연은 늘 생각했다. 부진환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혹시 잠깐이라도 그녀를 생각한 적은 있는지?또 태상황의 건강은 어떠한지? 혹시 그녀의 처지를 아직 모르고 있는지?그러나 아무
“따라오너라.” 소유가 분부했다.지초는 잠깐 망설이더니, 소유를 따라갔다.소유 방에 도착하자, 소유는 서신 한 봉을 꺼내, 지초에게 주었다.지초는 의혹스러웠다. “이것은……”“이건 예전에, 왕야께서 너에게 분부한 일이다. 이 서신은, 왕야가 왕비께 쓴 것이다.”지초는 편지를 받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왕비 마마는 이미……”소유는 쉿 하더니 말했다. “왕비는 죽지 않았다.”“이 모든 건 왕야의 계획이다.”“내가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하였으니, 내일 아침 일찍, 왕비님을 모시고 왕부에서 나가 경도를 뜨거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또한 이 서신은 반년이 지난 후 왕비 마마께 드리거라.”“할 수 있겠느냐?”지초는 몹시 놀랐으며, 또한 의혹을 느꼈다. “왕야는 무엇을 계획한 겁니까?”“그건 알 거 없고, 그저 분부대로 하면 된다. 넌 그저 이렇게 해야만 왕비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내가 말한 건 왕비에게 말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저 반년 후에 이 서신을 왕비께 드리면 된다.”“이것은 너희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알겠느냐?”지초는 귀담아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리고 서신을 품속에 쑤셔서 넣었다.“그럼, 왕비 마마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내일 아침에 제가 어디로 가서 왕비 마마를 찾으면 됩니까?”소유가 손을 흔들자, 지초는 귀를 가까이 갖다 댔다.소유의 말을 들은 후, 지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왕비가 줄곧 왕부에 계셨다니!“알겠습니다. 꼭 잘 처리하겠습니다.” 지초는 몹시 감격스러웠다.왕비께서 아직 살아 계시다니, 정말 너무 다행이다!지초는 즉시 정원으로 돌아와, 조용히 내일이 오기를 기다렸다.--깊은 밤.낙청연은 정신없이 잠을 자다가, 갑자기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낙청연은 벌떡 놀라서 깨어나 손을 내밀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찾아보니, 그 벽에 난 구멍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낙청연은 자리를 옮겨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구멍을 쳐다보았다.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