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3만 명의 반란군을 집결하였으나, 아무런 징조가 없었습니다. 이건 이 3만 대군은 진주의 백성들이며, 엄씨 집안은 일찍이 진주를 그들의 주둔지로 만들었다는 걸 설명합니다.”“따라서 이곳은 틀림없이 세력이 가장 강한 곳입니다. 설령 주사(主帥)가 이곳에 없다고 해도 진주는 공략하기 제일 어려울 것입니다.”“그러니 섭정왕께서 친히 군대를 이끌고 가야 합니다.”“북쪽 몇 군데는, 널리 분산되어 있습니다. 지세에 따라 추정해보면, 이곳은 정예 고수들이 도사리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주위는 전부 백성들의 거주지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두뇌 회전이 빠르고 은닉에 능하며, 허점을 잘 노리는 장수에게 적합합니다.”“가능한 백성들이 다치지 않게 지켜줘야 합니다.”“5황자가 적합합니다.”“……”낙청연은 한쪽으로 분석하면서, 바로 모든 것을 배치하였다.만조백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 여인이 군대를 배치하고 진을 치는데 이토록 능력이 뛰어나다니! 전투경험이 있는 그 어떤 장수에게도 밀리지 않았다.부진환은 뒷짐을 짊어지고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을 하는 낙청연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웃음을 지었다.문무백관은 낙청연에 대해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말을 마치자, 어떤 대신이 물었다. “그럼, 서릉은 어찌하오?”“이렇게 되면, 조정의 무장들이 전부 출전하고 서릉은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성을 지키는 금군을 이동시킬 수는 없지 않소?”사람들은 모두 곤혹스러워했다.그때 낙청연이 말했다. “제가 갑니다!”“저에게 삼천 기병만 주면 됩니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매우 놀라 했다.조정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낙청연은 한 바퀴 둘러보더니 물었다. “여러분, 이의 있습니까?”조금 전까지도 논쟁을 벌이더니, 지금은 다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신은 이의 없습니다! 대국사의 계획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신들은 탄복합니다!”“신도 이의 없습니다!”황상은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
3일째 되던 날 밤, 한 마을을 지날 때였다.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면사를 쓰고 있었고, 기침 소기가 끊기지 않았으며, 구석에는 또 많은 사람이 누워있었다.낙청연은 이건 분명 전염될 수 있는 역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는 즉시 소소에게 분부했다. “명령을 전하거라. 대오는 3리 뒤로 후퇴하고 돌아서 간다. 만일 또 비슷한 마을이 보이면 반드시 후퇴하고, 절대 지나가서는 안 된다.”소소는 응했다. “예!”뒤이어 대오는 뒤로 물러나 길을 돌아 서릉으로 출발했다.소소는 명령을 내린 후 다시 돌아왔다. “왕비 마마는요?”“내가 가서 보고 오마.” 낙청연은 말에서 내렸다.“조심하십시오, 왕비 마마!” 소소는 재빨리 말에서 내려 낙청연을 따라 마을로 들어갔다.주위는 온통 기침 소리였으며 마을 전체는 전혀 생기가 없었다. 소소는 손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낙청연은 길을 걸으면서 살펴보았다. 역병이 확실했다.“청연!”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놀라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송천초와 진소한이었다.송천초는 약 그릇을 진소한에게 건네더니, 황급히 달려왔다.낙청연도 매우 놀랐다. “천초,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 것이냐?”송천초는 사방에 누워있는 백성들을 보더니 말했다. “이 마을을 지나다가 이곳에 역병이 생겨 이미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때 통제하지 못하면 역병은 퍼질 겁니다.”“그래서 가던 길을 멈춰 시간을 좀 지체했는데, 당신이 따라잡을 줄은 몰랐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병세는 이미 안정된 것이냐?”“예! 다행히 오늘 새로 연구한 약 처방이 효과를 보았습니다. 많은 경증 환자의 증세가 뚜렷하게 호전되었습니다.”“그러나 이틀은 더 기다려 봐야 합니다. 완치된 사람이 있어야 제가 떠날 수 있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래, 내가 도와주마.”송천초는 마을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병은 빨리 확산하고 사나워 많은 사람은
낙청연도 눈물을 흘리며, 허리를 굽혀 송천초를 껴안았다.“넌 이미 최선을 다했다.”“모든 사람을 다 구할 수는 없는 거다.”분명 약은 이미 가져다줬지만, 많은 사람은 기다리지 못하고 눈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 무력감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했다.송천초의 마음은 너무 아팠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내가 만약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 겁니다.”낙청연은 송천초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너는 이미 매우 빨랐다. 만약 네가 멈추지 않았다면,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너는 이미 많은 사람을 살렸다.”송천초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아주 빨리 정신을 차렸다.두 사람은 약방으로 돌아가 계속하여 달인 약을 통에 부어 남은 환자들에게 가져다주었다.약을 다 가져다주고 나니, 밤이 되었다.송천초와 진소한은 지쳐서 벽에 기대어 잠에 들었다.낙청연은 책상다리하고 지붕 위에 앉았다. 소소는 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날이 밝자, 송천초와 낙청연은 거리로 나가 둘러보았다. 이미 많은 사람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그리하여 네 사람은 땅을 파고, 시신을 태우기 시작했다.역병과 관련된 물품도 모조리 태워버렸다.모든 일을 다 처리하고 나니, 이미 마을에서 이틀이나 지체했다.네 사람은 주저함 없이 바로 서릉으로 출발했다.낙청연이 물었다. “소소, 우리 대오는 지금 어디까지 갔느냐?”소소가 대답했다. “곧 서릉에 도착할 겁니다. 저는 이미 그들에게 계획대로 방어진을 치라고 했습니다. 서릉에 도착하면 바로 매복할 겁니다.”“알겠다.”서릉은 매우 크다. 오기 전 낙청연은 병력 배치도를 그려왔다.그중 가장 중요한 곳은 변경 지대이다.그들은 밤낮을 쉬지 않고 3일을 달려 끝내 이날 저녁 무렵 서릉에 도착했다.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낙청연과 송천초의 마음은 더욱 불안했다.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재촉했다.마침내 뭇 산들이 모여 있는 산 아래에 도착했을 때, 송천초가 소개했다. “청연, 이곳
땅 위에 끌고 간 흔적이 있었다.낙청연은 흔적을 따라갔다.가장 무성한 숲속 풀밭에서 낙청연은 땅 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낙청연이 재빨리 달려가 보니, 이 남자의 몸은 온통 불에 탄 흔적이었다. 옷도 새까맣게 탔고 몹시 초라했으며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옆에서 바스락바스락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낙청연은 쳐다보았다.어둠 속에서, 뱀 한 마리가 숲속에 기어들어 가는 소리였다. 몸은 온통 불에 탄 흔적이었고, 피와 살이 다 드러났으며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낙청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초경!”하지만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유리화(琉璃火)로 의해 입은 상처다.제월산장의 큰불은 유리화였다.일단 타기 시작하면 꺼지지 않는 지열의 불이다. 악귀를 쫓을 때 많이들 사용하는 불이다. 이 불은 요사한 요괴를 소멸할 수 있다.초경이 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건, 자기 목숨을 가지고 모험하는 것과 다름없다.이에 따라 분명 원기가 크게 상했을 것이며, 많은 수련치를 잃게 되었을 것이다.낙청연은 몸을 쭈그리고 앉아 그 남자의 맥을 짚어보았다. 숨은 붙어있었다.낙청연은 즉시 일어나 소리쳤다. “천초!”낙청연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소소의 안색은 크게 변했다. 그는 즉시 숲속으로 달려갔다. 왕비가 무슨 위험이라도 있을까 봐 두려워했다.송천초와 진소한도 달려왔다.송천초는 땅 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더니 감격하여 달려갔다. “아버지!”낙청연은 속으로 놀랐다. 뜻밖에 송천초의 아버지였다.초경은 송천초의 아버지를 구했다.“아버님이 어찌 이곳에 있느냐?” 진소한은 매우 놀랐다. 그는 다급히 앞으로 다가가 아버님을 등에 업었다.“일단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곳부터 찾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쪽으로 가세요.”산장의 큰불은 끌 방법이 없었다. 그저 다 타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송천초는 산속의 지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데리고 숲속으로 들어가 온천 옆에 왔다.이곳에는 물이 있었고, 지형도 평
그들은 안색이 확 변했다.“아버지, 심하게 다쳤습니다. 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말씀해보세요.” 송천초는 몹시 긴장했다.아버님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아, 송천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천초,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빨리 가거라, 지금 안 가면 늦다!”송우(宋禹)는 급한 나머지 송천초를 밀면서 말했다. “나는 상관하지 말고 어서 가거라. 얼른 산에서 내려가 서릉을 뜨거라!”“아버지, 제가 어찌 아버지를 버리고 혼자 가겠습니까? 가려면 우리 함께 가야 합니다!”진소한이 앞으로 다가가 송우를 등에 업더니 말했다. “그럼요, 아버님! 어찌 아버님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갈 거면 함께 가야 합니다.”낙청연은 아버님의 격렬한 반응을 보고 그는 분명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더 물어볼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일단 산에서 내려가기로 했다.어쨌든 아버님의 이러한 반응은, 이 산 위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설명한다.그들은 주위를 경계하며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산에서 내려갔다.이 산의 산봉우리는 몹시 가팔랐기 때문에 오르내리는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밤이 되자 산속에 안개가 자욱했다. 돌계단이 미끄러울까 봐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그런데 산 중턱에 이르자, 갑자기 하늘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모두 깜짝 놀랐다.“아신……”곧이어 돌계단 아래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다들 멈췄다.뒤이어 랑목이 숨을 헐떡이며 기어 올라왔다.“누이, 서릉 각 곳에 수많은 난민이 나타났소. 말로는 많은 도적 떼가 서릉에 들어와서 곳곳에서 음식을 강탈한다고 하오. 내가 방금 그들을 보았는데, 이쪽으로 오고 있었소!”이 말을 들은 송우는 무척 긴장했다. “지금 하산해도 늦지 않소, 빨리!”그들은 즉시 발걸음을 재촉했다.그런데 얼마 가지 못하고, 아래에 수많은 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횃불의 불빛이었다.촘촘하게 매우 밀집되어 있었다.인원수가 무시무시했다.“늦었습니다. 어서 산으로 올라갑시다!” 낙청연은 즉시 모두에게 머리를 돌려 산으로 달리
송우는 몹시 놀랐다.“뭐라고?”“만일 정말 그렇다면, 반드시 그들을 막아야 하오!”말을 마치고, 송우는 계속하여 말했다. “산장의 약재는 전부 타버리지 않았소! 지하 창고에 아직도 많이 보관되어 있소. 빙고가 옆에 있소, 큰불이 그곳까지 들어가지 않소.”“천초, 네가 그 열쇠를 어찌 여는지 알고 있지?”“안전해지면 약재를 전부 꺼내 사람들을 살리거라. 절대 그 도적놈들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이때 아신이 그들의 머리 위에 날아와, 경계하듯 울부짖었다.낙청연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이 이곳까지 찾아온 모양이다.”곧 랑목이 돌아왔다. “누이, 그들이 곧 들이닥치오! 산장 뒤로 돌아가서 일단 숨어있기오.”“혹시 수색해보고 사람이 없으면, 철수할 수도 있소.”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 길을 돌아 산장 뒤로 가서 그 도적 떼를 피했다.그들은 산장 뒤쪽의 숲속에 숨었다. 그곳에서 아직도 꺼지지 않은 산장의 불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낙청연은 생각하더니, 지면이 평평한 곳을 찾아 부적 몇 장을 꺼내 손바닥을 베어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누이, 뭐 하는 것이오?”낙청연은 뭔가를 그리면서 대답했다. “미혼진.”“날이 밝기 전에 그들이 만일 이곳까지 수색하러 온다면, 그들을 홀릴 수 있다.”다 그리고 나서, 낙청연은 랑목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저쪽으로 가서 이걸 나무에 붙이거라.”“알겠소.”그들은 즉시 근처에서 배치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풍향을 확인하고, 미혼산을 하늘에 뿌렸다.그러고 나서 바로 풀숲에 숨었다.처음에 다들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되었다.잇달아 숨을 죽이었다.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그들은 여기저기 수색하고 다녔고 풀숲에 사람이 숨어 있는지 확인하려고 장검으로 마구 내리쳤다.어두운 빛 사이로 낙청연은 풀숲의 틈으로 자세히 그 사람들을 주시했다.그 사람들은 아무것
”랑목, 소소!” 낙청연이 소리쳤다.뒤이어 칼을 뽑더니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랑목과 소소도 즉시 멈춰, 전투에 들어갔다. 그들은 쫓아오는 적을 막았다.“청연!” 송천초는 걱정되어 소리쳤다.“먼저 가거라, 금방 따라갈 테니!” 낙청연이 재촉했다.송천초와 진소한은 빠른 걸음으로 도망갔다.낙청연은 뒤에 있는 적들과 싸우더니 그들이 여국 사람이라고 더욱 확신했다.결코 도적 떼가 아니다.그러니 제월산장은 유리화에 타버린 거다.한바탕 격렬한 전투를 벌여 일부 적을 해결했다.뒤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중 우두머리는 분사검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걸어왔다.그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낙청연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랑목은 앞으로 달려가 그들과 한바탕 싸우려고 했지만, 낙청연이 즉시 그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가자!”“싸움에 연연하지 말거라!”송천초와 그들을 위해 시간을 조금만 벌어주면 충분하다.세 사람은 즉시 돌아서 도망갔다.분사검을 든 남자는 걸음을 재촉하여 훌쩍 날아와, 장검으로 낙청연을 찌르려고 했다.낙청연은 위험을 느끼고 즉시 돌아서 맞받아 싸웠다.이때, 하늘에서 검은 그림자가 급강하여,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 남자를 할퀴자, 남자는 다급히 얼굴을 가렸다.낙청연은 멍 해있더니, 아신이 그를 막은 틈을 이용해 세 사람은 재빨리 도망갔다.한참을 달려, 끝내 그들을 따돌렸다.바로 하산하려고 했으나, 달려가려고 보니, 돌계단에 사람이 가득했다!낙청연은 민첩하게 날아가려던 랑목을 확 끌어당겼다. 세 사람은 일제히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낙청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삼엄하게 지키고 있으니, 송천초와 그들은 분명 산에서 내려가지 못했을 거야.”랑목은 주위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그럼, 그들은 어디로 갔소? 적이 사방에 널렸는데 어떻게 찾겠소?”뒤에 있던 사람이 곧 쫓아오게 생겼다.낙청연도 다급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이때, 불빛 속에서 어떤 사람이 달려왔다. 랑목은 긴장하여 싸우려고 했다.그런데 목소리
송우는 옆에 앉아 휴식하며 말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이 약재들을 가지고 나가 사람을 살리는데 쓰이도록 하시오.”진소한은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저 사람들은 우리가 산에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챈 것 같습니다. 틀림없이 우리를 끝까지 찾아서 모조리 없애려고 할 겁니다. 우리를 잡지 못하면 쉽게 떠날 거 같지 않습니다.”“이곳에 얼마나 더 숨어있을 수 있겠습니까!”확실히 오래 숨어있을 수 없다.낙청연이 물었다. “랑목, 네가 올라오기 전, 서릉의 상황은 어떠하였느냐? 혹시 다른 도적 떼는 있었느냐?”랑목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있었소.”“게다가 좀 많았소. 그들은 여러 마을에서 소란을 피워 많은 유민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음식을 빼앗아 먹는 상황을 초래하였소.”“누이의 병력 배치대로라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소.”랑목의 말을 듣고 낙청연은 별로 놀라지 않았으며,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이 사람들은 보통 도적떼가 아니라, 여국인들이 변장한 것이다.”“여러 곳에서 백성을 괴롭히는 건, 아마도 역병을 전파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결코 상대하기 쉽지 않다.”“우리가 데리고 온 삼천 기병은 분산하여 배치하였으니, 백성들의 평안을 지켜주기 위해 절대 이동시켜서는 안 된다.”“그들을 이동시켜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약도 가져다줘야 한다!”“만일 역병이 정말 퍼지면, 일만 대군이 더 온다고 해도 소용없다.”이 말을 듣던 송우는 몹시 걱정됐다. “이곳의 약은 다 가져가도 되는데, 관건은 어떻게 운반하겠소?”“이 산에 지금 이렇게 많은 적이 모여 있으니,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소.”낙청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이곳에 종이와 붓이 있습니까?”송천초가 다급히 대답했다. “있습니다.”송천초는 구석에 있는 책상 위에서 종이와 붓을 가져왔다.낙청연은 간단한 서신을 한 봉 썼다. 그리고 그 서신을 열 장 베껴 썼다.“천초, 처방전을 쓰거라.”송천초는 낙청연의 뜻을 알아차리고 처방전을 열 장 썼다.그리고 낙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