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도 눈물을 흘리며, 허리를 굽혀 송천초를 껴안았다.“넌 이미 최선을 다했다.”“모든 사람을 다 구할 수는 없는 거다.”분명 약은 이미 가져다줬지만, 많은 사람은 기다리지 못하고 눈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 무력감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했다.송천초의 마음은 너무 아팠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내가 만약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 겁니다.”낙청연은 송천초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너는 이미 매우 빨랐다. 만약 네가 멈추지 않았다면,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너는 이미 많은 사람을 살렸다.”송천초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아주 빨리 정신을 차렸다.두 사람은 약방으로 돌아가 계속하여 달인 약을 통에 부어 남은 환자들에게 가져다주었다.약을 다 가져다주고 나니, 밤이 되었다.송천초와 진소한은 지쳐서 벽에 기대어 잠에 들었다.낙청연은 책상다리하고 지붕 위에 앉았다. 소소는 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날이 밝자, 송천초와 낙청연은 거리로 나가 둘러보았다. 이미 많은 사람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그리하여 네 사람은 땅을 파고, 시신을 태우기 시작했다.역병과 관련된 물품도 모조리 태워버렸다.모든 일을 다 처리하고 나니, 이미 마을에서 이틀이나 지체했다.네 사람은 주저함 없이 바로 서릉으로 출발했다.낙청연이 물었다. “소소, 우리 대오는 지금 어디까지 갔느냐?”소소가 대답했다. “곧 서릉에 도착할 겁니다. 저는 이미 그들에게 계획대로 방어진을 치라고 했습니다. 서릉에 도착하면 바로 매복할 겁니다.”“알겠다.”서릉은 매우 크다. 오기 전 낙청연은 병력 배치도를 그려왔다.그중 가장 중요한 곳은 변경 지대이다.그들은 밤낮을 쉬지 않고 3일을 달려 끝내 이날 저녁 무렵 서릉에 도착했다.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낙청연과 송천초의 마음은 더욱 불안했다.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재촉했다.마침내 뭇 산들이 모여 있는 산 아래에 도착했을 때, 송천초가 소개했다. “청연, 이곳
땅 위에 끌고 간 흔적이 있었다.낙청연은 흔적을 따라갔다.가장 무성한 숲속 풀밭에서 낙청연은 땅 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낙청연이 재빨리 달려가 보니, 이 남자의 몸은 온통 불에 탄 흔적이었다. 옷도 새까맣게 탔고 몹시 초라했으며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옆에서 바스락바스락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낙청연은 쳐다보았다.어둠 속에서, 뱀 한 마리가 숲속에 기어들어 가는 소리였다. 몸은 온통 불에 탄 흔적이었고, 피와 살이 다 드러났으며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낙청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초경!”하지만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유리화(琉璃火)로 의해 입은 상처다.제월산장의 큰불은 유리화였다.일단 타기 시작하면 꺼지지 않는 지열의 불이다. 악귀를 쫓을 때 많이들 사용하는 불이다. 이 불은 요사한 요괴를 소멸할 수 있다.초경이 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건, 자기 목숨을 가지고 모험하는 것과 다름없다.이에 따라 분명 원기가 크게 상했을 것이며, 많은 수련치를 잃게 되었을 것이다.낙청연은 몸을 쭈그리고 앉아 그 남자의 맥을 짚어보았다. 숨은 붙어있었다.낙청연은 즉시 일어나 소리쳤다. “천초!”낙청연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소소의 안색은 크게 변했다. 그는 즉시 숲속으로 달려갔다. 왕비가 무슨 위험이라도 있을까 봐 두려워했다.송천초와 진소한도 달려왔다.송천초는 땅 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더니 감격하여 달려갔다. “아버지!”낙청연은 속으로 놀랐다. 뜻밖에 송천초의 아버지였다.초경은 송천초의 아버지를 구했다.“아버님이 어찌 이곳에 있느냐?” 진소한은 매우 놀랐다. 그는 다급히 앞으로 다가가 아버님을 등에 업었다.“일단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곳부터 찾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쪽으로 가세요.”산장의 큰불은 끌 방법이 없었다. 그저 다 타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송천초는 산속의 지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데리고 숲속으로 들어가 온천 옆에 왔다.이곳에는 물이 있었고, 지형도 평
그들은 안색이 확 변했다.“아버지, 심하게 다쳤습니다. 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말씀해보세요.” 송천초는 몹시 긴장했다.아버님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아, 송천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천초,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빨리 가거라, 지금 안 가면 늦다!”송우(宋禹)는 급한 나머지 송천초를 밀면서 말했다. “나는 상관하지 말고 어서 가거라. 얼른 산에서 내려가 서릉을 뜨거라!”“아버지, 제가 어찌 아버지를 버리고 혼자 가겠습니까? 가려면 우리 함께 가야 합니다!”진소한이 앞으로 다가가 송우를 등에 업더니 말했다. “그럼요, 아버님! 어찌 아버님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갈 거면 함께 가야 합니다.”낙청연은 아버님의 격렬한 반응을 보고 그는 분명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더 물어볼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일단 산에서 내려가기로 했다.어쨌든 아버님의 이러한 반응은, 이 산 위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설명한다.그들은 주위를 경계하며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산에서 내려갔다.이 산의 산봉우리는 몹시 가팔랐기 때문에 오르내리는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밤이 되자 산속에 안개가 자욱했다. 돌계단이 미끄러울까 봐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그런데 산 중턱에 이르자, 갑자기 하늘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모두 깜짝 놀랐다.“아신……”곧이어 돌계단 아래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다들 멈췄다.뒤이어 랑목이 숨을 헐떡이며 기어 올라왔다.“누이, 서릉 각 곳에 수많은 난민이 나타났소. 말로는 많은 도적 떼가 서릉에 들어와서 곳곳에서 음식을 강탈한다고 하오. 내가 방금 그들을 보았는데, 이쪽으로 오고 있었소!”이 말을 들은 송우는 무척 긴장했다. “지금 하산해도 늦지 않소, 빨리!”그들은 즉시 발걸음을 재촉했다.그런데 얼마 가지 못하고, 아래에 수많은 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횃불의 불빛이었다.촘촘하게 매우 밀집되어 있었다.인원수가 무시무시했다.“늦었습니다. 어서 산으로 올라갑시다!” 낙청연은 즉시 모두에게 머리를 돌려 산으로 달리
송우는 몹시 놀랐다.“뭐라고?”“만일 정말 그렇다면, 반드시 그들을 막아야 하오!”말을 마치고, 송우는 계속하여 말했다. “산장의 약재는 전부 타버리지 않았소! 지하 창고에 아직도 많이 보관되어 있소. 빙고가 옆에 있소, 큰불이 그곳까지 들어가지 않소.”“천초, 네가 그 열쇠를 어찌 여는지 알고 있지?”“안전해지면 약재를 전부 꺼내 사람들을 살리거라. 절대 그 도적놈들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이때 아신이 그들의 머리 위에 날아와, 경계하듯 울부짖었다.낙청연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이 이곳까지 찾아온 모양이다.”곧 랑목이 돌아왔다. “누이, 그들이 곧 들이닥치오! 산장 뒤로 돌아가서 일단 숨어있기오.”“혹시 수색해보고 사람이 없으면, 철수할 수도 있소.”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 길을 돌아 산장 뒤로 가서 그 도적 떼를 피했다.그들은 산장 뒤쪽의 숲속에 숨었다. 그곳에서 아직도 꺼지지 않은 산장의 불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낙청연은 생각하더니, 지면이 평평한 곳을 찾아 부적 몇 장을 꺼내 손바닥을 베어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누이, 뭐 하는 것이오?”낙청연은 뭔가를 그리면서 대답했다. “미혼진.”“날이 밝기 전에 그들이 만일 이곳까지 수색하러 온다면, 그들을 홀릴 수 있다.”다 그리고 나서, 낙청연은 랑목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저쪽으로 가서 이걸 나무에 붙이거라.”“알겠소.”그들은 즉시 근처에서 배치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풍향을 확인하고, 미혼산을 하늘에 뿌렸다.그러고 나서 바로 풀숲에 숨었다.처음에 다들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되었다.잇달아 숨을 죽이었다.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그들은 여기저기 수색하고 다녔고 풀숲에 사람이 숨어 있는지 확인하려고 장검으로 마구 내리쳤다.어두운 빛 사이로 낙청연은 풀숲의 틈으로 자세히 그 사람들을 주시했다.그 사람들은 아무것
”랑목, 소소!” 낙청연이 소리쳤다.뒤이어 칼을 뽑더니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랑목과 소소도 즉시 멈춰, 전투에 들어갔다. 그들은 쫓아오는 적을 막았다.“청연!” 송천초는 걱정되어 소리쳤다.“먼저 가거라, 금방 따라갈 테니!” 낙청연이 재촉했다.송천초와 진소한은 빠른 걸음으로 도망갔다.낙청연은 뒤에 있는 적들과 싸우더니 그들이 여국 사람이라고 더욱 확신했다.결코 도적 떼가 아니다.그러니 제월산장은 유리화에 타버린 거다.한바탕 격렬한 전투를 벌여 일부 적을 해결했다.뒤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중 우두머리는 분사검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걸어왔다.그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낙청연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랑목은 앞으로 달려가 그들과 한바탕 싸우려고 했지만, 낙청연이 즉시 그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가자!”“싸움에 연연하지 말거라!”송천초와 그들을 위해 시간을 조금만 벌어주면 충분하다.세 사람은 즉시 돌아서 도망갔다.분사검을 든 남자는 걸음을 재촉하여 훌쩍 날아와, 장검으로 낙청연을 찌르려고 했다.낙청연은 위험을 느끼고 즉시 돌아서 맞받아 싸웠다.이때, 하늘에서 검은 그림자가 급강하여,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 남자를 할퀴자, 남자는 다급히 얼굴을 가렸다.낙청연은 멍 해있더니, 아신이 그를 막은 틈을 이용해 세 사람은 재빨리 도망갔다.한참을 달려, 끝내 그들을 따돌렸다.바로 하산하려고 했으나, 달려가려고 보니, 돌계단에 사람이 가득했다!낙청연은 민첩하게 날아가려던 랑목을 확 끌어당겼다. 세 사람은 일제히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낙청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삼엄하게 지키고 있으니, 송천초와 그들은 분명 산에서 내려가지 못했을 거야.”랑목은 주위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그럼, 그들은 어디로 갔소? 적이 사방에 널렸는데 어떻게 찾겠소?”뒤에 있던 사람이 곧 쫓아오게 생겼다.낙청연도 다급히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이때, 불빛 속에서 어떤 사람이 달려왔다. 랑목은 긴장하여 싸우려고 했다.그런데 목소리
송우는 옆에 앉아 휴식하며 말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이 약재들을 가지고 나가 사람을 살리는데 쓰이도록 하시오.”진소한은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저 사람들은 우리가 산에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챈 것 같습니다. 틀림없이 우리를 끝까지 찾아서 모조리 없애려고 할 겁니다. 우리를 잡지 못하면 쉽게 떠날 거 같지 않습니다.”“이곳에 얼마나 더 숨어있을 수 있겠습니까!”확실히 오래 숨어있을 수 없다.낙청연이 물었다. “랑목, 네가 올라오기 전, 서릉의 상황은 어떠하였느냐? 혹시 다른 도적 떼는 있었느냐?”랑목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있었소.”“게다가 좀 많았소. 그들은 여러 마을에서 소란을 피워 많은 유민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음식을 빼앗아 먹는 상황을 초래하였소.”“누이의 병력 배치대로라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소.”랑목의 말을 듣고 낙청연은 별로 놀라지 않았으며,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이 사람들은 보통 도적떼가 아니라, 여국인들이 변장한 것이다.”“여러 곳에서 백성을 괴롭히는 건, 아마도 역병을 전파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결코 상대하기 쉽지 않다.”“우리가 데리고 온 삼천 기병은 분산하여 배치하였으니, 백성들의 평안을 지켜주기 위해 절대 이동시켜서는 안 된다.”“그들을 이동시켜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약도 가져다줘야 한다!”“만일 역병이 정말 퍼지면, 일만 대군이 더 온다고 해도 소용없다.”이 말을 듣던 송우는 몹시 걱정됐다. “이곳의 약은 다 가져가도 되는데, 관건은 어떻게 운반하겠소?”“이 산에 지금 이렇게 많은 적이 모여 있으니,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소.”낙청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이곳에 종이와 붓이 있습니까?”송천초가 다급히 대답했다. “있습니다.”송천초는 구석에 있는 책상 위에서 종이와 붓을 가져왔다.낙청연은 간단한 서신을 한 봉 썼다. 그리고 그 서신을 열 장 베껴 썼다.“천초, 처방전을 쓰거라.”송천초는 낙청연의 뜻을 알아차리고 처방전을 열 장 썼다.그리고 낙
낙청연은 즉시 랑목의 팔을 잡고 그를 뒤로 끌어당기더니, 바로 방향을 돌려 도망가려고 했다.그러나 이 순간, 스쳐 가는 그림자는 여전히 상대방에게 포착되었다.남자는 사냥감을 포착한 듯 눈빛이 반짝이었다. 그는 즉시 분사검을 들고 훌쩍 뛰어 쫓아왔다.낙청연은 랑목을 끌고 뛰기 시작했다. 산장의 불빛은 두 사람의 모습을 뚜렷하게 비추었다.뒤쪽에 쫓아오는 사람을 느끼고, 낙청연은 즉시 랑목을 끌고 방향을 돌려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누이, 먼저 가오, 내가 그를 막겠소!”랑목은 말을 마치고 약봉지를 낙청연에게 넘겨주고 뒤에서 쫓아오는 남자를 혼자서 상대하려고 했다.그러나 낙청연은 단호하게 랑목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안 된다! 너는 그의 상대가 못 된다!”“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겠소!” 랑목은 낙청연을 지켜주고 싶었다.하지만 낙청연은 동의하지 않았다.“누이 말도 이제 안 듣는 것이냐?”이 말을 들은 랑목은 입을 다물었다.낙청연은 즉시 나침반을 꺼내, 손바닥을 베어 피를 제물로 삼아 영을 불러 싸웠다.다만 이 산 위의 망령은 너무 적어 위력이 그리 크지 않았다.하지만 다행히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있었다.낙청연이 뒤를 돌아보니, 그 남자는 확실히 갇혀 있었다.두 사람은 신속하게 도망쳤다. 그들은 잠시 지세가 비교적 복잡한 곳에 숨었다. 주위는 매우 안전했다.낙청연은 아신을 소환했다. 그리고 약봉지와 서신 하나를 아신에게 주었다.“아신, 빨리 이 물건을 우리 병사들이 방어진을 친 곳으로 가져다주거라.”아신은 끈을 물고 바로 날아갔다.낙청연은 곧바로 랑목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신은 우리의 위치를 폭로할 거야, 빨리 가자.”랑목은 시시각각 뒤를 경계하며 말했다. “누이, 그 사람을 가둬두지 않았소? 그러니 한동안은 쫓아오지 못할 것이오.”낙청연은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그 사람 손에 분사검이 있었어. 그러니 어떠한 망령도 그를 막을 수 없다.”“그저 잠깐 시간을 끌 뿐이야.”“빨리 가자.”랑목은 신속하게 낙청연
그리고 과일도 좀 땄다. 기회가 있으면 송천초와 그들에게 갖다 줄 생각이었다.아주 빠르게 아신이 돌아왔다.낙청연은 두 번째 약을 아신에게 주었다.두 사람은 신속하게 이동해, 위치를 바꾸었다.그 사람들은 낮에도 하산하지 않고 줄곧 여러 곳을 수색하고 있었다.낙청연과 랑목은 가끔 적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들은 언제나 소리 없이 상대방을 해결하고 조용히 떠났다.이렇게 산에서 떠돌아다녔다.연이어 손에 들고 있던 약봉지를 모두 보냈다.숲속에서, 침서가 천천히 걸어왔다. 땅 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더니 눈빛이 사나워졌다.“주인, 그 사람들이 또 달아났습니다. 이 두 사람의 실력이 강한 것 같은데, 인력을 좀 더 파견할까요?”침서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사색에 잠겼다. 그의 눈가에 한줄기 뜨거운 빛이 타오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 여인은 참 재미있구나.”“사람을 전부 다 불러오거라.”“내가 그 여인을 가져야겠다!”옆에 있던 부하가 놀라서 물었다. “전부 말입니까? 하지만 그들에게 다른 임무가 있습니다.”침서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 독수리는 이미 여러 번 하산하였다. 매번 물건을 물고 갔으니, 아마 약을 다 내려보냈을 것이다.”“송우, 이 늙은 여우 같은 놈, 쓸 수 있는 약재를 이렇게 많이 숨겨두다니! 지금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으니, 그들의 임무는 결국 실패한 거다.”“게다가, 그 개미 같은 목숨보다 나는 그 여인을 더 잡고 싶다.”침서의 눈동자는 뜨거운 불길이 타올랐다. “그리고 다른 그 몇 사람도 분명 산장 안에 숨어 있을 것이다. 수색하거라! 샅샅이 뒤져서 사람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예! 알겠습니다.”낙청연과 랑목은 또 다른 곳으로 옮겨 몸을 숨기고 휴식을 취했다.약봉지는 이미 전부 보냈으니, 역병의 전파를 늦추기에 충분할 것이다.낙청연은 서신에서 이미 당부했다. 이 처방전을 마을마다 다 전하고, 주변의 성까지 전달하라고 했다.약재를 준비하여, 반드시 미리 방지해야 한다.그래서 낙청연은 당분간 산 아래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