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적이 신속하게 몰려와 그들을 포위했다.송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를 내려놓으시오. 나를 데리고 당신들은 도망갈 수 없소.”“아버지, 절대 아버지를 버릴 수 없습니다.” 송천초의 태도는 확고했다.몇 사람은 각각 전투 준비를 했다.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칼날이 번뜩이고 살기등등했다.적은 수로 많은 적을 상대하려니, 모두 힘겨워했다.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특수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낙청연도 침서가 자신을 줄곧 주시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처음 미혼진을 사용했을 때부터 침서가 그녀를 노린 것 같다.그러나 낙청연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손바닥을 베어, 피를 제물로 삼아 소령진을 쳤다.그는 이 산장 안의 모든 망혼을 소환했다.그리고 이번에는 막대한 힘이 형성되어, 강풍이 휘몰아쳤다. 침서는 안색이 굳어졌다.밤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추호의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타오를수록 뜨거운 눈빛만 이글거렸다.“참 재미있군!”수많은 망혼은 무수한 처절한 비명을 내며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으며 몹시 맹렬했다.그들은 수많은 적을 날려 버렸다.한바탕 대란이 일어났다.침서는 분사검을 들고, 낙청연을 쳐다보며 달려왔다.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미처 당해 내기 어려웠다.낙청연은 일찍이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즉시 검을 들고 맞이했다.낙청연은 침서와 맞붙었다!두 번 겨룬 후, 낙청연은 어수선하고 순서 없는 동작으로 초식마다 기습했다. 오직 이렇게 해야만 이길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었다.침서는 약간 적을 얕잡아봤다. 그는 조심하지 않아 낙청연에게 손등이 긁혔다.몸 여러 곳에도 상처를 남겼다.침서는 궁지에 몰려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눈빛은 약간 의아했지만, 심오한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침서가 검으로 머리 뒤로 한 번 그으니, 면사가 밤바람에 날려갔다.드디어 그 준수하지만 사기가 가득한 얼굴이 드러났다.특히 그 매혹적인 봉안은 사람을 홀렸다
일행은 어두운 밤에 계속 도망쳤다.숲속에서 달려 나오자, 전방 벼랑 끝에서 찬 바람이 솔솔 불어와, 그들은 발걸음을 멈추었다.“바로 여기 밑에 있소.”송천초는 아버지를 부축하여 땅에 내려놓았다.그들은 절벽 끝까지 걸어와 밑으로 내려다보았다. 칠흑같이 어두워, 얼마나 높은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떨어지면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끝에 넝쿨이 있소. 어서 내려가시오.” 송우는 재촉했다.“아버님, 제가 업고 내려가겠습니다.” 진소한은 허리띠를 풀어 두 사람을 함께 묶으려고 했다.그러나 송우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나는 여기에 남겠소. 그 사람들이 쫓아오면 그들이 보는 앞에서 뛰어내리겠소. 그래야 그 사람들이 내려가 수색하지 않을 것이오.”“이 아래는 비록 우리 송씨 가문의 선산이지만, 하산하는 길은 없소. 만일 그 사람들이 쫓아오면 도망갈 곳이 없소.”송천초는 듣더니 다급해졌다. “아버지! 아버지가 이곳에 남으면 저도 남겠습니다!”그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버지를 버리고 돌보지 않을 수 없었다.송우는 또다시 설득했다.낙청연은 벼랑 끝에 서서, 일월경으로 한참 내려다보았다. 절벽 아래에 쟁쟁한 추위가 은은하게 느껴졌다.막다른 길 같지는 않았다.“시간이 없다. 일단 내려가자.” 낙청연은 급히 재촉했다.진소한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강제로 송우를 등에 업고 넝쿨을 잡아당겨 두 사람을 함께 묶은 후 벼랑 끝 넝쿨을 타고 천천히 내려갔다.낙청연과 다른 사람들도 즉시 넝쿨을 타고 내려갔다.벼랑에 매서운 찬 바람이 불어 사람의 몸이 흔들렸다.그러나 확실히 송우의 말대로, 이곳은 십여 미터밖에 되지 않았다.그들은 아주 빨리 땅에 발을 디뎠다.아래는 아주 큰 평대였으며, 큰 동굴도 하나 있었다.동굴에는 관과 위패가 놓여있었다.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당신들은 나를 데리고 내려오지 말았어야 했소. 어차피 나는 이렇게 된 이상, 나 한 사람의 목숨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바꾸는 건 가치 있는 일이오!”송우는
다른 사람들도 보았다.걸어갈 시간이 전혀 없었다. 다들 어쩔 수 없이 빨리 다리 건너편으로 달려가야 했으므로 다리는 심하게 흔들렸다.다행히 다리 위는 든든했고, 썩은 나무가 없어서 헛디디는 일이 없었다.그러나 뒤쪽에서 침서는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내려왔다.낙청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침서는 쫓아오지 않았다.낙청연은 어리둥절했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뒤이어 침서가 분사검을 들고, 천천히 다리 옆으로 걸어오더니, 사악하게 웃으며, 검을 휘둘러 고정된 쇠사슬 중 하나를 맹렬하게 끊어버렸다.철커덕—쇠사슬은 갑자기 끊어져 벼랑 끝에서 떨어져 나갔다.다리는 순간 심하게 흔들렸다.다행히 오른쪽에 쇠사슬 하나가 더 고정되어 있었다.다리 위의 사람들은 모두 불안했다.침서는 분사검을 휘둘러 한쪽에 남은 그 쇠사슬을 끊어버리려고 했다.만일 끊어버리면 다리는 옆으로 뒤집어져, 그들은 전부 떨어지고 말 것이다.송우는 다급히 소리쳤다. “멈추시오! 약재를 원하면 모두 드리겠으니, 이 사람들을 보내주시오!”그는 귀한 딸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 때문에 이곳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러나 침서는 냉랭하게 웃더니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아직도 당신들의 그까짓 약재를 신경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오?”말을 하더니, 그는 분사검을 들고 남은 그 쇠사슬을 향해 내리치려고 했다.이 쇠사슬만 끊어지면 높은 절벽에서 그들은 틀림없이 죽는다!모든 사람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낙청연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급히 외쳤다. “침서!”이 말을 들은 침서의 표정이 확 바뀌더니 온몸이 굳어졌다.그는 손을 멈추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 속에 한줄기의 광기가 숨어있었다.“나를 알아보는 것이냐?”“참 재미있군!”“네가 이리 오면, 그 사람들을 놓아줄게.”침서는 손에 든 검을 내려놓았다.“꿈 깨시오!” 랑목의 반응은 격렬했다. 그는 낙청연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누이, 가면 안 되오!”소소도 다급히 말했다
그리고 맞은편 침서 또한 매우 인내심이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낙청연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낙청연은 아신이 날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아신을 보고 낙청연은 그들이 이미 안전하게 다리에서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제야 그는 마지막 남은 한 걸음을 옮겨 평대로 걸어갔다.침서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낙청연의 턱을 움켜쥐고, 그 피에 굶주린 눈동자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는 누구냐?’“어떻게 나를 아는 것이냐?”“소령진, 미혼진, 넌 여국 사람이냐?”“그런데 나는 왜 너를 본 적이 없을까?”이런 진법을 아는 사람은 절대 보통 여국 사람이 아니다.제사장 일족일 가능성밖에 없다.그러나 눈앞의 이 여인을 그는 한번도 만난적이 없다.낙청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침서 대장군께서 천궐국에 나타난 이유는 낙정을 돕기 위해서인가요?’“아쉽게도 낙정은 벌써 침서 대장군의 행방을 낱낱이 진술했습니다.”침서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를 낙청연은 낙정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낙청연은 침서와 낙정사이를 충동질해보려고 했다.그러나 침서는 듣더니 경멸하듯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넌 아는 게 참 많구나. 낙정도 너의 적수가 못 되는구나!”“계획이 실패해도 괜찮다. 나는 그저 구경하러 왔을 뿐이다. 그러나 너를 잡아서 돌아가면 한동안은 즐길 수 있겠구나. 그러니…… 이 여정이 헛되지 않았다.”침서의 눈동자는 피에 굶주린 광기를 띄고 있었다.차갑게 웃었으며 그 웃음은 섬뜩했다.“미치광이.” 낙청연은 등골이 오싹해 졌고, 싫어하는 어투였다.낙청연의 표정을 보더니, 침서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렸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말했다. “서리 미인, 쭉 이렇게 냉담한 얼굴을 하고 있거라, 예쁘다.”“감히 웃으면, 너를 칼로 한 번 그어버리겠다.”“아, 그리고 울어도 안 되고, 기쁨과 슬픈 정서가 있어도 안 된다. 이렇게 쭉 냉랭하게 있거라. 내 마음에 든다.”침서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낙청연의 얼
랑목과 소소 두 사람은 이 광경을 보고 즉시 달려가 낙청연을 구하여, 함께 도망갔다.그러나 침서는 곧바로 뒤쫓아왔다. 그 날카롭기 그지없는 분사검은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3대 1로 싸웠지만, 여전히 매우 힘겨웠다.그리고 뒤에 있던 사람들도 곧 쫓아와, 다시 그들을 겹겹이 에워쌌다.침서는 오히려 손을 멈췄다. 흥미진진하게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도망갔다가 죽으러 다시 돌아온 것이냐?’“그럼 내가 사정없이 죽여도 나를 탓하지 말거라.”낙청연은 있는 힘을 다해 막았지만, 그들이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침서와 협상을 시도해볼 생각이었다.“저는 도망가지 않겠으니, 저 사람들은 놓아주세요.”침서는 미치광이다. 소소와 랑목이 그의 손에 들어가면 분명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정말 도망가지 않을 거냐?” 침서가 눈썹을 들썩이었다.“예! 약속합니다.”침서가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자, 부하들은 즉시 멈췄다.랑목이 낙청연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누이!”낙청연은 랑목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먼저 가거라.”낙청연은 눈빛으로 소소에게 암시했다.낙청연의 뜻을 알아차린 소소는 즉시 랑목을 끌고 신속하게 도망쳤다.“돌아오지 말거라!” 낙청연이 당부했다.랑목은 이를 악물더니, 소소를 따라 멀리 도망갔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침서를 보며 말했다. “그들을 뒤쫓아가면 안 됩니다!”침서는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왜 너의 말을 따라야 하느냐?’“당신이 나를 죽이지 않는다는 건, 당연히 내가 쓸모가 있어서가 아니겠습니까? 만일 당신이 그들을 잡는다면 나는 죽더라도 당신이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할 겁니다.” 낙청연의 눈빛은 날카로웠다.침서는 미친놈이다. 그러나 여러 번 그녀를 용서한다는 건 틀림없이 그녀가 침서에게 다른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절대 이런 인내심이 없다.침서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좋다. 약속한다. 그들을 잡지 않
이제 곧 여국 경계에 도착한다. 낙청연은 더는 걸음을 옮기고 싶지 않았다.“힘듭니다. 더는 움직이지 못하겠습니다. 전 휴식해야겠습니다!”낙청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뒤 꼼짝하지 않았다.침서는 두 손을 허리 위에 올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시간을 끈다고 해서 그들이 널 구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거라.”“나에게 걸린 사람 중 내 손에서 도망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낙청연은 흠칫했다.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휴식하는 것도 안 됩니까? 그러면 차라리 죽이세요! 어차피 저는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습니다. 다리가 아픕니다.”침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낙청연을 둘러업었고 낙청연은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내려주세요!”침서는 멈춰 서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웃었다.“움직이지 못하겠다면서? 내가 널 들고 가면 그만이다.”“이걸 핑계로 난리를 피울 생각이라면 네 두 다리를 잘라버리겠다. 그러면 아프지도 않겠지.”낙청연은 더는 발버둥 칠 수 없었다.침서는 정말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침서는 그렇게 그녀를 둘러메고 산 하나를 넘었고 두 사람은 여국 경계 안으로 들어섰다.소서 일행이 여국까지 쫓아오지 못할까 봐 낙청연이 걱정하고 있을 때 침서가 멈춰 섰다.산 위에서 침서는 다른 이들에게 잠깐 휴식하라고 했고 홀로 낙청연을 둘러메고 산꼭대기에 올라섰다.산꼭대기의 다른 한쪽은 마치 무릉도원처럼 보였다.죽림 뒤에는 고즈넉한 대나무 집과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있었고 마당에는 대량의 검이 있었는데 어떤 건 다 만들어진 것, 어떤 건 채 만들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철을 두드리는 데 쓰이는 헛간도 있었다.낙청연은 그곳에 내려졌고 내심 깜짝 놀랐다.이곳이 바로 침서가 검을 만드는 곳일까?침서가 들고 있는 분사검도 그가 만든 것이었다. 분사검은 손쉽게 철을 자를 수 있고 요사한 것들을 파괴할 수 있다.이런 미친놈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주검사(鑄劍師)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침서는 낙청연의 손목을 꽉 누르면서 말했다.“움직이지 말거라. 데지는 않을 거다.”“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거 놓으세요! 제가 손목을 잃는다면 진법을 쓰지 못해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침서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상황에서도 날 도울 생각을 한다니,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난 네 손에 그 어떤 흉터도 남기지 않을 생각이니 안심하거라.”그는 말하면서 낙청연의 손목을 감은 그 기관 위로 천천히 용융액을 들이부었다.뜨거운 기운에 낙청연은 바짝 긴장했다.그녀는 침서를 전혀 믿을 수 없었다.용융액 속 튀어 오르는 불길은 본 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피했다.뜨거운 용융액이 그녀의 피부에 닿을 듯했다. 펄펄 들끓는 느낌 때문에 낙청연은 기관이 당장이라도 녹아내려 그녀의 손목까지 녹을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움찔 떨었다.때마침 침서가 기관을 돌려 낙청연의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했다. 그녀의 움직임 때문에 아래로 흐르던 용융액의 방향이 살짝 빗나갔다.침서는 곧바로 손을 뻗어 낙청연의 손등을 막았다.그 바람에 흘러내린 용융액 한 방울이 그의 손등 위로 떨어졌고 살이 타들어 가는 소리에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 낙청연은 경악했다.침서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안색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그는 침착한 눈빛으로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말라니까. 난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미래의 여국 대제사장에게 어찌 흉터를 남길 수 있겠느냐? 대제사장은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그의 눈빛은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낙청연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다.“뭐라고요? 여국 대제사장이요?”침서가 그녀를 알아본 걸까?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그렇다면 침서는 그녀를 통제하여 여국 대제사장으로 만든 뒤 자신이 여국을 장악할 셈인 걸까?여국인은 모두 대제사장의 명령에 따르니 말이다.“됐다.”침서가 위에 냉수를 뿌리자 ‘치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낙청연
침서는 그녀가 도망치는 게 두렵지 않은 걸까?산 위에서 한 바퀴 뛰어서 수림 밖으로 나갔는데 세 면이 모두 절벽이었다. 낙청연은 그제야 침서가 왜 사람을 시켜 그녀를 지켜보게 하지 않은 건지 깨달았다.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낙청연은 재빨리 대나무 집으로 돌아왔다.막 집에 도착했는데 침서가 곧바로 들어와 먹을 것을 건넸다.“어떠냐? 산 위의 풍경이 좋지 않으냐?”침서가 웃으며 물었다.낙청연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휴식했다.“침 장군은 수단이 탁월하시군요. 제가 뭘 했는지도 다 아시니 말입니다.”침서는 뒷짐을 진 채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침 장군? 날 침 장군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오랜만이구나.”“넌 내가 아는 친우와 무척 닮았다.”낙청연은 흠칫 놀랐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침 장군 같은 사람에게도 친우가 있습니까?”침서는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없다.”“그러면... 아는 적이라고 할까?”낙청연은 그와 쓸데없는 얘기는 나누고 싶지 않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제가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겁니까? 제게 알려줄 수 없습니까?”“급하지 않다.”침서는 웃었다.그는 이내 몸을 돌린 뒤 방을 나섰고 나가기 전 한 마디를 남겼다.“산속의 밤은 추우니 옷을 두껍게 껴입거라. 옷은 궤 안에 있다.”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낙청연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종이와 붓을 찾아냈고 곧바로 오늘 기억해 둔 산의 지형과 오는 길을 그리기 시작했다. 낙청연은 노선을 전부 기억해뒀고 주위 지형까지 그렸다.밖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낙청연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와 죽림을 벗어난 뒤 산림에 도착했다.이제 막 겨울에 들어설 때라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고 산속의 찬바람은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추웠다.낙청연이 휘파람을 불자 아신이 날아와 그녀의 팔 위에 앉았다.“자, 이것을 가져다주거라.”낙청연은 지도를 접어 아신에게 건넸고 아신은 지도를 가지고 떠났다.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웠다.그녀는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