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거든요!”원이는 성도윤의 심기를 제대로 긁으려고 비수를 꽂았다.“우리 엄마는 아저씨를 너무 싫어해서 상대하기도 귀찮아해요. 아저씨가 나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우리가 조금만 조사하니 바로 나오던데요?”차설아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성도윤이 원이에 대한 인상이 너무 나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원아, 이렇게 버릇없이 굴면 안 돼.”‘그래도 네 아버지잖아!’라는 뜻이 숨겨져 있기도 했다.“엄마, 제가 언제 버릇없이 굴었어요? 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이 나쁜 놈이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했어요? 이 사람만 아니었다면 엄마도 그렇게 고생할 필요 없잖아요!”“나쁜 짓을 했으면, 모두에게 미움받는 결과를 감수해야죠. 제가 이 나쁜 놈을 싫어하는 건 도리에 전혀 어긋나지 않아요.”“미스터 Q 좀 봐요, 얼마나 좋아요. 엄마에게도, 저희에게도 잘해주고, 매일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주어야 우리 사랑과 예의를 받을 자격이 있죠.”원이의 논리는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했다.차설아가 이마를 짚고는, 제발 성도윤이 자애로움을 베풀어, 아이에게 화내지 않기를 빌었다.성도윤의 차가운 눈동자는 원이를 한참이나 지그시 바라보더니, 오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아주 훌륭해. 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군. 역시 내 유전자는 대단하다니까.”차설아와 원이는 어리둥절했다.성도윤은 손을 내밀어 원이의 뽀송뽀송한 머리를 툭툭 치며 물었다.“나랑 성씨 가문으로 가서, 내 밑에서 교육을 받으며, 나의 뒤를 잇는 차세대 왕이 되지 않을래?”원이는 오만불손한 태도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누가 그쪽이랑 성씨 가문으로 가요? 누가 그쪽 교육을 받으며 차세대 왕이 되고 싶대요? 차세대 나쁜 놈만 아니어도 다행이지!”“열혈 애니메이션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 아저씨 중2병 걸린 거 가족분들은 아세요?”성도윤의 손은 허공에 뻣뻣하게 얼었고, 얼굴도 굳어지더니 한참 후에야 애써 말했다.“역시 훌륭해. 나에 버금가는 독설 능
토끼도 급하면 사람을 문다는 말이 있는데, 하물며 상대는 사람을 잡아먹고 뼈도 뱉지 않는 슈퍼 맹수이니, 차설아는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했다.원이와 달이도 성도윤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감지하고, 재빨리 그의 옷과 바지를 꺼내 성도윤의 손에 쥐여주었다.“이번에는 이쯤에서 봐줄게요. 다음번에 또 우리 손에 잡히면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줄 알아요.”원이는 턱을 치켜들고 당당하게 말했다.“너희들도 기억해. 다음번에는 진짜 아빠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줄게!”성도윤도 카리스마 넘치게 독설을 내뱉고는, 하이힐을 신은 채로 옷을 안고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갔다.“푸하하하!”차설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작게 웃던 데로부터 시작해 큰소리로 웃었다.그녀의 방자한 웃음소리는 건물 전체를 꿰뚫을 기세였다.지난 몇 년 동안, 그녀가 본 성도윤은 늘 고상하고 빈틈없이 우아한 모습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낭패한 꼴을 보았으니, 일종의 환상이 와르르 무너진 느낌이었다.역시, 성도윤을 다스릴 수 있는 건 리틀 성도윤뿐이었다. “너희들, 엄마가 이번에는 이대로 넘어가지만, 절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돼. 저 안에 있는 놈이 미치면 악마보다 더 무서워. 그러다 진짜 화나기라도 하면 너희 둘 어떻게 될지 장담 못 해. 알겠어?”차설아는 실컷 웃은 후, 심각한 표정으로 원이와 달이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교육했다.그러자 달이가 말했다.“하지만 엄마, 나쁜 아빠 성격 꽤 좋아 보이는데요? 저희가 그렇게 괴롭혔는데도 화내지 않잖아요? 마치... 우리가 해준 스타일링을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아요. 혹시 속으로 좋아하는 건 아닐까요?”차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노파심에 말했다.“아니, 쉽게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맹수라서 그래. 화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이미 화가 치밀어 올라 어떻게 복수할지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런 사람은 함부로 건드리며 안돼.”달이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눈을 반짝였다.“그렇다면, 우리 차라리 전략을
“엄마는 늘 우리에게 관대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라고 하셨잖아요. 만약 나쁜 아빠가 이미 잘못을 뉘우쳤다면, 우리는 왜 좋은 사람이 될 기회를 주지 않는 거죠?”“우리가 잘해주면, 아빠도 우리에게 잘해 줄 거예요. 우리가 괴롭히면, 똑같이 우리를 괴롭히겠죠. 그럼 우리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또 한 명 늘어나도록, 아빠에게 잘해주면 안 돼요?”달이는 논리정연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어릴 때부터 달이는 원이의 1호 팬이었고, 가장 충실한 지지자였다.그래서 차설아는, 만약 언젠가 원이가 사람을 죽였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칼을 건넨 사람은 분명 달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하지만, 지금 이 두 녀석은 성도윤 때문에 아주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음, 그게. 너희 둘...”차설아는 옆에서 듣다가, 두 녀석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런 장면은 처음이었느니 말이다.“달아, 네 생각은 문제가 있어. 나쁜 놈은 그냥 나쁜 놈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나쁜 놈에게 마음이 약해지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아니야, 만약 누구든 잘못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왜 선생님이 있고 왜 경찰이 있는 건데?”원이도 처음으로 달이가 이렇게 고집부리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차설아를 전쟁터로 끌어들였다.“엄마가 좀 말해봐요. 저랑 달이, 누구 말이 맞아요? 아니면... 우리는 그 나쁜 아빠를 용서해야 하나요?”“글쎄...”차설아는 턱을 쥐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두 아이에게 상처도 주지 않으면서 갈등도 풀 수 있을까?“엄마는 말이야. 우리가 강해져야 하는 것도 맞고, 관대해야 하는 것도 틀리지 않은 것 같아. 그 정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아주 나쁜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면 안 되고, 착한 사람에게는 기회를 줘야겠지? 그래서...”“그러니까, 나쁜 아빠의 행동에 달렸다는 거죠?”원이는 단번에 차설아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말했다.그는 마치 애늙은이처럼 정색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말도 일리가 있어요
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앞으로 나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선생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알레르기로 인한 실신이에요. 큰 문제는 없어요.”의사는 이마를 찡그리더니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그런데, 가족분은 환자가 피 공포증이 있다는 걸 모르세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니 음식에 특히 주의하셔야 해요. 함부로 아무거나 먹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면 즉사할 수도 있어요!”“어... 아무거나 먹어요?”“네. 수면제 같은 건 절대 입에 대면 안 돼요. 피 공포증을 치료하는 약이랑 반응을 일으켜, 심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의사의 말에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원이가 성도윤에게 수면제를 먹였다고 했었다. 잠시 성도윤을 자게 하려던 약이 이렇게 큰 영향이 있을 줄은 몰랐다.“제가 소홀했어요. 저 때문이에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그래요. 하지만 이번 일로 몸이 심하게 손상되어, 내일 아침 퇴원하셔도 집에서 일주일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좋기는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않고, 환자분이 화나거나 슬프지 않게 가족분들이 많이 신경 쓰셔야 해요. 뭐든 환자분에게 고분고분 순종하고, 최대한 기쁘게 해주고요...”의사는 진료기록 작성에 몰두하면서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네? 고분고분 순종까지 해야 한다고요?”차설아는 의학에 관한 연구가 깊지는 않지만,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지금 의사의 소견을 의심하는 겁니까?”의사는 고개를 들고 매우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검사 보고서를 건네주었다.“여기 수치들 좀 보세요. 간이며 비장이며 위가 얼마나 손상되었는지. 만약 환자분이 화가 나서 심혈이 쌓인다면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가족분들이 좀 관심해주면 안 되나요?”“작은 수면제 한 알 때문에 내장이 손상돼요? 말도 안 돼요...”“수면제는 알레르기를 일으켰을 뿐이고, 내장의 손상은 피 공포증 때문에 복용한 약 때문이에요.”차설아는 검사 보고서의 수치들을 보면서, 잘 알지는 못하지
병실은 여전히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는 여전히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긴 속눈썹은 깃털처럼 촘촘했고, 오렌지색 스탠드는 그의 오똑한 콧등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차설아는 남자가 반응이 없자, 몸을 숙이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관찰하니,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이 녀석, 다른 건 몰라도 얼굴 하나는 하느님이 내려주신 조각상이라니까. 왜 이렇게 예뻐?”그녀는 남자의 완벽한 얼굴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이목구비가 아름다운 건 그렇다 치고, 성도윤은 피부까지 좋았다. 어떤 고급 스킨케어를 썼는지 모르지만, 부드럽고 매끄러운 것이 울퉁불퉁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전에 속은 경험이 있는 차설아는 경계심이 훨씬 높아졌고, 남자를 밀치며 말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똑같은 수법은 안 통해!”남자는 요지부동으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계속 연기하시겠다? 그래 좋아!”말을 마친 차설아는 장난스럽게 남자의 코를 잡고 그의 호흡을 막았다.남자는 그래도 반응이 없었다.“이래도 안 일어나?”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선전포고했다.“좋아, 그럼 나의 필살기를 보여주는 수밖에!”말을 마친 그녀는 팔을 휘저으며 몸을 풀더니... 남자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또 빠르고 느리고를 반복하는 그녀의 간지럽히기 수법은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이래도 반응이 없다고?”차설아는 한숨을 내쉬며 마침내 성도윤이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믿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차설아는 이 남자가 깨어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그래, 일단은 믿어줄게. 지금 당신은 의식을 잃은 혼수상태가 맞아.”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남자를 정성껏 돌보기 시작했다.먼저 그에게 세수를 시켜주고, 또 약을 먹이고, 마지막으로 느린 템포의 음악도 들려주었다.의사가 편안한 환경일수록 성도윤이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렇게 편안하고 나른한 분위기 속에서 성도윤이
차설아는 남자의 말을 끊고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너무 창피하잖아!이 자식이 언제 깬 건지는 몰라도, 옆에서 쿨쿨 자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웃었을까!그녀는 남자에게 맹렬하게 쏘아붙이려다 의사의 당부를 생각해서 화를 억누르려고 애썼다.“지금 좀 어때. 아직도 어지러워?”성도윤의 깊은 눈이 차설아를 응시했다. 그는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날 이렇게 걱정한다고?”“착각은 넣어둬. 관심이 아니라 짐을 내가 다 짊어질까 봐 두려워서 그런 거야. 아직 애들이 철도 못 들었는데. 당신한테 일이 생겨서 나한테도 피해가 가면 어떡해?”차설아가 작고 예쁜 얼굴을 쳐들며 본인이 지혜롭고 이성적인 사람인 양 도도하게 말했다.“그런 거였어?”성도윤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물었다. 실망인지 아니면 흥미진진한 건지.“그럼?”차설아가 차갑게 코웃음 쳤다. 마치 감히 올려다볼 수 없는 도도한 공주님 같았다.“난 다른 사람을 쉽게 걱정해 주지 않아. 난 비싸거든.”“그렇다면 두 아이한테 신경 좀 써야겠는걸.”성도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두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머리도 어지럽고 기운이 없는 데다 기분까지 별로니 언제쯤 회복될지 모르겠네, 원.”“금방이야. 일주일이면 나아질 거야.”차설아는 성도윤이 아픈 척하는 건지 정말 아픈 건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의사가 말씀하시길 상태가 좋지 않아 신경 써서 돌보아야 한다고 했으니.아픈 척하는 것이더라도 빨리 낫도록 살뜰히 보살펴야 했다.“걱정 하지 마. 내가 책임지고 잘 보살필 테니.”차설아가 남자를 향해 진지한 태도로 약속했다.“그래? 그럼 기대할게.”성도윤이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다. 갑자기 자신이 병에 걸린 것이 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다음날, 남자는 퇴원하여 집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성도윤은 차설아와 두 아이가 큰집에 갈 것을 제안했는데, 그 이유로는 그가 낯선 환경에서 특히 잠자리에 대해 거부감이 들기 때
아파트로 돌아가던 차설아는 두 아이가 없는 틈을 타 미스터 Q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죠?”전화기 너머의 미스터 Q는 차설아의 연락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중요한 일이 생겨서요. 지금 어디 계세요?”“그게...”남자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지금 성심 전당포에 있어요. 처리할 일이 있어서.”“그렇군요. 그럼 언제 시간이 빌 때 아파트에 잠깐 들르실 수 있겠어요?”차설아는 남자와 중요하게 상의할 일이 있는 듯 조급한 말투였다.“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차설아의 다급함을 눈치챈 그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아파트로 돌아온 차설아는 그녀와 아이들의 일상용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대략 한 시간 뒤 미스터 Q가 약속대로 도착했다.“오셨네요.”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비록 이 남자는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매번 함께 있을 때마다 가정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하여 은연중에 이 소문 무성한 남자를 자기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다.여인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집에는 ‘남자’의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한 법이다. 든든한 산이 되어줄 수도 있고 따뜻한 물결이 되어줄 수도 있는 그런 존재.미스터 Q는 싸늘하게 방안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정리가 다 되어있는 캐리어를 보더니 짙은 눈썹을 추켜세웠다.“이사... 하는 겁니까?”“아뇨, 아뇨. 일주일만 잠시 떠나 있는 거예요.”“어디로요?”“아, 그게...”차설아가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 어색해했다. 이 남자에게 어떻게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비록 연기라고 분명히 해두었어도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들은 어느새 정이 들었다.만일 어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설명한다면 화내겠지?“그럼 제가 맞춰볼게요...”미스터 Q의 얇은 입술이 곡선을 그리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전남편과 화해했을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사하는
차설아가 미스터 Q에게 성도윤과의 일을 고백했다. 그녀는 자신이 미스터 Q와 어떤 관계든 간에 그도 이 사실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 추측이 맞았네요.”미스터 Q는 예상했다는 듯 태연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당신의 선택은요?”“전 재혼하지 않을 거예요. 양육권은 더더욱 주지 않을 거고.”차설아가 매우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깊게 숨을 들이쉬며 눈앞의 남자를 응시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듯 말했다. “그러니까 제 선택은, 당신과 혼인신고 하는 거예요.”미스터 Q가 여전히 감정변화 없이 담담히 말했다. “그래서, 절 선택한 원인은 두 아이의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맞습니까?”차설아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들 때문만은 아니에요.”“그럼 더 이상한데요...”남자가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차설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설마 저에게 설레기라도 한 거예요?”“전 몰라요.”차설아는 남자의 스킨십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사리물었다. 속마음은 그녀 자신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망설여졌다...“사랑이라기엔 너무 거창하고, 설렘이라기에도 맞지 않은데.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가족 같은 따뜻함을 느껴요. 상상 속의 ‘가족’의 느낌이랄까요.”“그럼 성도윤한테서는 그런 느낌을 못 받았어요?”“사실대로 말하자면, 성도윤을 처음 봤을 때도 이런 기분을 느꼈었어요. 비록 매우 차가운 사람이었지만 전 이상하게도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꼈어요.”차설아가 왠지 모르게 점차 추억 속에 빠져들었다. 머릿속에는 성도윤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의 따뜻한 감정이 다시 떠올라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 제가 얼마나 사랑에 미친 여자였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그 사람을 처음 본 순간 저는 이미 그와 아이를 낳고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티비를 보고, 여행을 가는 모습까지 상상했었어요.”“결혼한 이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