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19화

작가: 배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 아이 데리러 가야 돼.”

차설아는 배경윤의 전화를 끊고 몬테리 유치원으로 향했다.

학교 앞은 언제나 차와 사람들로 붐볐다.

몬테리 유치원 입구에는 각종 자가용이 길게 늘어서 마치 고급자동차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차설아가 가까스로 주차 자리를 찾아 차를 세워 놓고 내리려는데 민이 이모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아가씨, 오셨나요? 빨리 와요, 큰일 났어요!”

민이 이모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불안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에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요.”

차설아는 민이 이모의 마음을 달랬다.

“다 제가 못난 탓이에요.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방금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하시길...”

전화기 너머의 민이 이모는 너무 조급해서 곧 울 것 같았다.

“선생님께서 아이를 이미 데려갔다고 해서 누가 데려갔는가고 물었더니... 원이, 달이 아빠가 데려갔대요.”

“뭐라고요?”

차설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차를 세우고 곧장 민이 이모가 있는 유치원 문 앞으로 갔다.

멀리서 보니 문 앞에 있는 민이 이모가 사람들 틈에서 선생님의 소매를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딸기 선생님,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원이, 달이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어요. 엄마밖에 없는 애들인데 아빠가 웬 말이에요! 분명 앙심을 품은 나쁜 사람이 데려갔을 거예요! 당신들이 나쁜 놈들에게 아이를 맡겼으니 책임져요. 아이를 돌려줘요.”

사과 선생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요, 아줌마, 진정해요. 오늘 오후에 아이를 데려간 사람은 확실히 애 아빠예요. 아이들도 아빠라고 불렀고요. 그리고 그분 권력이 센 사람 같았어요. 저희 학교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데 저희도 정말 방법이 없었어요...”

“권력이 크면 뭐 어때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나쁜 사람에게 넘길 수 있어요? 무슨 학교가 이래요? 그 사람들이 아이들을 유괴하게 그냥 놔둔 거예요? 저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신고해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620화

    사과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이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는 분명 괜찮을 거예요. 조금 있으면 돌아갈 거예요. 아이들을 데려간 사람은요...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어요.”차설아는 듣고 난 후 꽤나 침착한 편이었다. 다만 묵묵히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냉소했다. “공공연히 남의 아이를 뺏을 만큼 아주 대단한 사람인가 봐요. 친엄마인 나도 알 권리가 없을 정도로요.”“확실히 권력이 컸어요. 온 해안시를 아울러 봐도 감히 그와 맞설 사람이 몇 명 안 돼요, 그래서...”사과 선생님은 잠깐 멈췄다가 다시 더 많은 정보를 흘리며 조용히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 “두 아이 모두 순순히 아빠라고 불렀어요. 그분과 친해 보였어요. 그분은... 성씨 가문과 관계가 있어 보여요.”“성씨 가문요?”차설아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로 사과 선생님의 암시를 자세히 생각해 보았다.답은 이미 나왔다.‘해성시의 대단한 인물, 아이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성씨 가문과 관계가 있다면 바로 성도윤 아닌가!’오늘 남자 화장실에서 성도윤은 그녀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다고 아주 의미심장하게 말했었다.‘그러니까 그는 사실 이미 두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나?’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녀는 성도윤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두 아이를 숨기지 않았다.게다가 전에 원이는 그가 있는 곳에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으니, 분명 그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그가 조금만 조사해도 원이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그는 아마 사적으로 원이와 여러 번 만났을 것이다. 원이가 계속 그녀에게 소개해 주겠다고 했던, 해안시의 유명한 요리사가 그였을지도 모른다.이렇게 생각하니 차설아는 침착할 수가 없었다.“감사해요, 사과 선생님. 제가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알겠어요. 오늘 두 아이 때문에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 다시 유치원에 등교시킬게요.”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떠났

  • 선 이혼, 후 집착   제621화

    차설아는 다른 하인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위풍당당하게 홀로 들어가서 큰소리로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저도 성씨 가문의 일원이었었고 할아버지를 제 친할아버지라고 생각하여 할아버지를 뵈러 왔는데 저를 말릴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요?”성주혁은 안 그래도 성도윤, 차설아와 성진의 각종 스캔들을 보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성도윤을 혼내주려고 했다.어르신은 차설아의 소리를 듣자, 눈빛이 밝아졌다. 그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설아야, 예쁜 우리 손자며느리. 마침 내가 너 대신 저 녀석을 어떻게 혼내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네가 왔구나... 이 할애비는 너무 기쁘구나. 빨리 오너라, 빨리 와!”그는 차설아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옆 빈자리를 가리키며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차설아의 반대편에는 냉담한 표정을 한 성도윤이 앉아 있었다.하인은 깨끗한 그릇과 수저를 그녀 앞에 놓았다. 차설아는 어르신의 열정을 이기지 못해 난처하게 앉을 수밖에 없었다.화기애애하던 식사는 차설아에 의해 어색해졌다.가족 식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혹시나 말 한마디 잘못하여 어르신이나 성도윤에게 미움을 살까 봐 그저 묵묵히 밥만 먹을 뿐이었다.유독 소영금만은 좋아서 가만있지 못했다.안 그래도 전 며느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지금 전 며느리가 정말 돌아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뻐서 차설아에게 끊임없이 반찬을 집어주었다.“설아야, 잘 생각했다! 잘 돌아왔어! 내가 말했지? 우리 도윤이는 분명 멀쩡할 거라고. 이 녀석, 정말 연기를 잘해서 나뿐만 아니라 너까지 속였다니. 내가 방금 이미 저 녀석을 한 대 때렸어. 네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면 사양하지 말고 세게 한 대 때려서 화풀이를 해.”성주혁이 말했다.“영금아, 네가 성씨 가문에 발을 디딘 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이 몇 마디야 말로가장 사람다운 말이네. 아들이 잘못했다면 맞아도 싸, 남편이 잘못했어도 마찬가지야. 설아야, 난 네가 때리는 걸 지지해.”다른 사람들은 성씨 가

  • 선 이혼, 후 집착   제622화

    성도윤은 냅킨으로 천천히 입을 닦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나는 당신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모르겠어. 설마 아직 나한테 미련이 남아서 재혼하려는 거야?”“좋아, 너무 좋네.”소영금은 바보처럼 박수를 치며 설레는 표정으로 차설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설아야, 재혼하고 싶으면 재혼하고 싶다고 해. 그렇게 우물쭈물해서 뭐 하니? 넌 전혀 저 바보의 의견을 묻지 않아도 돼. 쟤는 그냥 바보 멍청이야... 이 일 내가 너희 둘을 위해 준비해 줄게. 내가 바로 준비해서 너희들이 전보다 더 성대하고 호화로운 로맨틱한 결혼식을 하게 해줄게.”성주혁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에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설아야, 네가 드디어 잘 생각했구나. 너와 도윤이 진작에 재혼했어야 했어. 할아버지와 성씨 집안 사람들 모두 너희의 재혼을 지지해.”“그, 그런 거 아니에요!”차설아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급해서 말했다.“전 도윤 씨와 재혼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에요. 저와 도윤 씨는 진작에 애정이 식었고 전 평생 솔로로 살 거니까 도윤 씨와 재혼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뭇사람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분위기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성도윤도 웃음을 거두고 차가운 눈빛으로 침묵을 지켰다.성주혁이 말했다.“설아야, 네가 도윤이와 재혼하지 않겠다면 도윤이를 왜 찾는 거냐?”“저는...”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할 수 없었다.성씨 집안이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말해버리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된다.“이건 저와 도윤 씨의 개인적인 일이니,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곤란해요...”차설아는 성도윤을 노려보며 말했다.“도윤 씨가 나한테 몇 분만 시간을 내줬으면 좋겠어. 나가서 얘기해.”성도윤은 턱을 치켜든 채 시종일관 오만한 자세를 취하며 쌀쌀맞게 말했다.“당신이 나와 재혼을 할 것도 아니니 우리 관계를 놓고 본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을것 같아. 다른 사람이 보면 좋지 않잖아?”

  • 선 이혼, 후 집착   제623화

    성도윤은 냉랭한 기색으로 차설아에게 물었다.“여긴 아무도 없으니 솔직하게 말해. 사람 어디에 있어? 빨리 나에게 넘겨, 그들은 내 심장과 같아. 난 그들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어, 설사 너희 성씨 가문과 함께 죽는다 해도 상관없어. 나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차설아는 손을 꽉 쥐고 죽을 각오로 눈앞의 이 남자와 끝까지 싸우려고 했다.원이와 달이는 그녀가 목숨과 맞바꿔 낳은 아이들이고 하루하루 힘들게 견디며 키운 애들이다.그들은 그녀의 목숨일 뿐만 아니라, 차씨 가문의 미래이기도 하다.성도윤이 이때 와서야 가만히 앉아서 남이 고생해서 얻은 성과를 누리는 것은 그야말로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녀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성도윤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어리둥절해했다.“당신이 말한 ‘사람’이라는 게 누구야?”“아직도 시치미를 떼다니!”차설아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그녀는 성도윤이 알면서 모르는 체하고 일부러 그녀와 심리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차설아는 화가 나서 두세 걸음 앞으로 나서서 그의 멱살을 잡고, 말로 위협하였다. “내가 셋 셀 테니, 당신이 사람을 순순히 돌려주지 않는다면 나는 즉시 당신의 목을 비틀어 죽일 거야. 당신,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거 알아야 해.”“내 목을 비틀어 죽인다고?”성도윤은 갑자기 웃더니 아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시늉을 하며 도발했다.“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내가 못 할 것 같아?”차설아의 눈빛이 독해졌다. 그녀는 장미처럼 붉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숫자를 셌다.“셋, 둘, 하나...”다만 그녀가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서재의 불이 탁하고 꺼졌다.이때는 밤이었는데 별장 주변의 모든 등불도 다 꺼졌다.“뭐야?”차설아는 좀 당황했다.‘설마 내가 저들의 덫에 걸려든 건 아니겠지? 맞아, 그런 걸 거야!’성도윤이 먼저 원이와 달이를 데려간 후 그녀를 유인해 아무도 모르게 죽인다면 그들은 공

  • 선 이혼, 후 집착   제624화

    선로 고장으로 인한 정전이라면 성씨 가문이 그녀를 살해하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었다.차설아는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천천히 성도윤의 목에서 손가락을 떼었고, 몸도 의식적으로 그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하지만 웬걸, 남자의 단단한 팔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긴 다음, 힘을 주어 그들의 몸을 한없이 밀착시켰다.차설아는 몸을 흠칫 떨더니 이내 온몸이 굳어져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물었다.“다, 당신 뭐 하는 짓이야?”성도윤은 잠자코 있다가 다른 한 손도 들어 올려 커다란 인형을 안듯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차설아는 완전히 마음이 흐트러져 버둥거리면서 경고했다.“성도윤, 날이 어두워졌다고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얼른 날 놔줘.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가만있어!”성도윤은 놓지 않고 오히려 더 세게 꽉 껴안았다. 그는 마치 코알라처럼 차설아를 안았다.“너 이 녀석,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보아하니 너 팔을 원하지 않는구나, 나...”차설아가 힘을 주어 한 발로 성도윤을 걷어차려고 하는데, 귓가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성도윤이 울고 있었다.차설아는 이내 조용해졌다. 그녀는 외계인이 코딱지를 파고 있는 걸 본 사람처럼 완전히 충격에 빠졌다.‘믿기지가 않아!’ “당... 당신 왜 그래?”그녀는 호기심 때문에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은 아마 모를 거야. 나 사실 PTSD가 있어. 어둠 속에 있으면 형이 살해당한 일이 생각나서 온몸이 긴장되고 의지할 곳이 절실해져.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면... 결과가 매우 심각해.”성도윤은 그녀의 귀에 대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다고?’차설아는 반신반의하며 계속 물었다.“만약 의지할 곳이 없으면 얼마나 심각한데?”“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뛰다가 결국 오장이 쇠약해져 죽어.”과장된 말이었지만 성도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의심이 가지 않았다.차설아는 꿈쩍도 하지 못하고 성도윤이 껴안게 놔두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그렇다면... 지

  • 선 이혼, 후 집착   제625화

    “맞아, 전기가 오기 전에는 켜지지 않아.”차설아의 표정이 굳어졌다.“뭐? 그럼 만약 밤새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당신과 함께 밤을 보내야 하는 거야?”“괜찮아, 고작 하룻밤이잖아. 나 참을 수 있어.”성도윤은 아주 담담했다. 아까 약하고 무기력해서 흐느끼며 껴안으려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차설아는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성도윤이 굳이 자신을 속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당신 PTSD 때문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지며 오장이 쇠약해져 죽는다며?”그녀는 남자에게 질문했다.“당신이 안아주면 이겨낼 수 있어. 내가 말한 참을 수 있다는 건 당신이라면 참을 수 있다는 뜻이었어.”“???”차설아는 눈을 희번덕거렸다.“이봐, 당신은 나를 참을 수 있어도 나는 당신을 참을 수 없어. 나는 오늘 반드시 나가야 해.”그녀는 휴대전화 불빛을 빌려 문 자물쇠를 비틀어 열려고 했다. 그런데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휴대폰이 자동으로 꺼졌다.서재 전체가 다시 어둠에 휩싸였다.“젠장!”차설아는 눈이 먼 사람처럼 아무렇게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아 무력으로 열려고 이리저리 힘을 썼다.그러다가 결국... 이상한 걸 잡은 것 같았다.“콜록콜록, 당신 이게... 뭐하는 짓이야?”성도윤은 꼼짝도 못하고 어색한 목소리로 물었다.“문 손잡이를 잡고 싶은데, 이거 왜... 촉감이 이상하지?”차설아는 아무렇지 않게 함부로 주물렀다.“헉, 설마 이거 당신꺼...”반응이 오자 그녀는 감전된 듯 얼른 손을 풀었다.그리고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미, 미, 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난 그저 손잡이를 잡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차설아는 혀가 꼬여 온전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이렇게 공교롭게도 그의 거시기를 잡다니. 이게 고의가 아니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성도윤은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덤덤한 척했다.“변태는 많이 봤어도 당신처럼 대담한 사람은 처음 봐. 정말 놀라워.”“아니야, 나 정말 고의가

  • 선 이혼, 후 집착   제626화

    어둠 속, 차설아는 이미 키스로 인해 머리가 텅 비었고 이성을 잃었다.본능이 이끄는 대로 남자의 옷깃을 잡고 다짜고짜 말했다.“잔말 말고 키스하려면 똑바로 해!”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이토록 친밀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신이 혼미했던 그 날 밤, 그들은 더욱 거리낌이 없었다.다만, 그날은 성도윤이 술에 취해 알코올을 핑계로 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신이 또렷했다. 그 선을 넘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른다.그래서 두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동시에 멈추었다.차설아는 문짝을 따라 카펫 위에 앉아 옷을 정리하면서 짜증스럽게 머리를 만졌다.“미쳤어. 진짜 미쳤어. 내가 방금 미쳤었나 봐. 잊어버려. 그건 단지... 동물적인 본능이야!”성도윤의 잠긴 목소리는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 그는 기침을 두 번 하더니 말했다.“이해해. 나도 마찬가지야.”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차설아에게 다가가 앉았고, 두 사람은 바닥에 나란히 앉아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그러자 차설아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또 뭐 하려고?”“외상 스트레스라고 했잖아. 좀 기대게 해주면 나중에 보상해줄게.”성도윤이 말하고는 당당하게 차설아의 어깨에 기대었다.차설아는 이를 악물었고, 작은 얼굴은 화가 나서 이그러졌지만, 차마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어느덧 몇 시간이 지났지만 서재는 여전히 캄캄하고 사방은 고요했다.“고장 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처리 못 한 거야? 성씨 가문의 일 처리 능력이 겨우 이 정도였어?”차설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칠게 말했다.성도윤은 이미 잠이 든 듯 나른한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아직도 모르겠어? 이건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뒤에서 일부러 고장낸거야. 그냥 안심하고 자. 어차피 오늘 밤은 못 나갈 테니까. 정 나가고 싶다면 방법이 있긴 하지...”“무슨 방법?”차설아는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서둘러 캐물었다.“우리가 그들의 목적을 이루게 한다면.”“무슨 말이야? 왜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이

  • 선 이혼, 후 집착   제627화

    “성도윤, 당신 어머니 좀 이상하지 않아?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해?”차설아는 과거를 회상하며 힘없이 말했다.“내가 처음 시집왔을 때, 여사님은 나를 짐승 취급하면서 절대 당신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어. 자기 아들이 더러워질까 봐 전전긍긍하더니 이제 와서 우리를 가축처럼 가두다니! 이게 대체 뭐야? 동물 짝짓기야?”“맞아, 지금 우리 어머니의 가장 큰 소원은 당신이 손자를 낳는 거야.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를 가축처럼 가두기만 한 게 어디야. 최정약을 먹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참으신 거야.”성도윤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차설아를 향해 암시했다.“오늘은 어머니가 문을 열 때까지 견딘다고 해도, 내일 더 미친 방식으로 우리를 엮어주려 할거야. 그러니 우리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아.”“시... 시도? 뭘 시도하는데?”차설아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혀가 꼬였다.“소리라도 좀 내서 일찍 여기를 나가는 거지.”남자는 느릿느릿 말했다.차설아는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 더듬더듬 말했다.“당... 당신 지금 무슨 농담을 하는 거야. 그런 일도 연기가 가능해? 난... 난 못해!”“몰라도 돼. 내가 가르쳐줄게.”성도윤은 차설아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녀를 자신의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을 그녀의 곡선에 따라 야릇하게 움직였다.“악, 변태. 뭐... 뭐 하는 거야!”차설아는 감전된 듯 소리쳤다.도망치려 했지만 남자는 더욱 힘을 주었고 얇은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매혹적으로 말했다.“이 소리, 아주 좋아. 딱 그 말투로 계속!”“뭐야. 하지 마... 악!”성도윤은 차설아의 작은 허리를 꼬집었다. 조금 아프고 또 간지러웠던 차설아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몇 번 시도한 후, 그녀의 소리는 그리 서툴지 않았다. 일종의 ‘리듬’을 찾은 듯 여유롭게 연기를 시작했다.“어머, 소리가 나!”소영금은 귀를 문에 대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쾌락을 느꼈다.“그런데 소리가 왜 이렇게 크지? 너무 처참하잖아. 도

최신 챕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7화

    예상치 못한 성도윤의 반응에 박성훈은 진지하게 물었다.“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몰랐던 건 아니지?”성도윤은 입을 꾹 다문 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종업원이 다른 술잔을 가지고 달려오더니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정말 모르고 있었던 거야?”박성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그럴 리 없었을 텐데... 너랑 차설아 씨는 특별한 사이잖아. 차설아 씨의 오빠한테 그런 일이 생겼으면 제일 먼저 너한테 전화해야 하는 거 아니야?”“특별한 사이 아닌데요.”성도윤은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뭘 또 부정하고 그래! 누가 봐도 두 사람은 서로 미칠 듯이 사랑하는데 티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어.”박성훈은 한 도시에 정착하지 않고 여행 다녀서 해안시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성도윤과 차설아가 원래 부부였다는 것을 모른 채 지켜보아도 성도윤과 차설아 사이의 기류가 미묘하다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예전에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차설아와 어떤 사이였고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주변 사람들은 차설아가 나를 해치려고 했다고 말했고 차설아도 인정하는 눈치였어요. 차설아는 내가 하마터면 차설아의 손에 죽을 뻔했고 그 일로 인해 머리를 다쳤다고 했지만 나는...”성도윤은 격동된 어조로 말하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술만 들이켰다. 박성훈은 반짝이는 두 눈을 하고서 성도윤을 지그시 바라보았고 계속해서 물었다.“다쳤다고 했지만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아무것도 아니에요.”성도윤은 술을 연거푸 마시면서 대답하려고 하지 않았다.“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해 봐.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될지 누가 알아? 나 이래봬도 신경외과 의사야. 네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줄 수도 있어.”“정말이에요?”성도윤은 고개를 쳐들고는 활짝 웃었다. 여태껏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성도윤이 처음으로 마음을 연 순간이었다.“기억을 되찾게 해줄 수 있다고요?”사실 성도윤은 지난번 수술 뒤로 실력 있는 의사를 찾아 다시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6화

    차설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도윤이 맞나보네. 스파크, 내 말이 맞지?”바람은 지난 일을 떠올리더니 차설아가 걱정하는 것이 무언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유독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만약 성도윤이 성철 형을 죽이려고 했다면 박성훈을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되잖아. 성도윤이 벌인 짓이라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글쎄, 박성훈을 데려오면 내가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그리고 더 잔인한 방법으로 오빠를 죽이려고 했을 거야. 오빠만 죽인다면 차씨 가문과 영흥 부둣가에 배치한 세력은 성도윤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차설아는 주먹을 꽉 쥔 채 말했다. 차설아는 사람을 쉽게 믿었었지만 극악무도한 사람한테 여러 번 배신당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성도윤이 나쁜 사람처럼 느껴진 것이다.“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물어보지 않고 섣불리 판단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성도윤은 솔직한 사람이라 거짓말하지는 않을 거야. 직접 만나서 물어봐.”차설아는 바람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너 오늘 좀 이상한 거 알아?”“진심으로 한 말인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진심으로 하는 말인 것 같아서 이상하다는 거지.”차설아는 날이 갈수록 바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계산적인 사람인 것 같았지만 바람은 의외로 단순하고 착한 사람이었다.“선우 가문과 성씨 가문은 늘 사이가 좋지 않았어. 이 기회에 나랑 성도윤을 완전히 갈라놓을 수도 있었는데 오해일 수도 있다면서 직접 물어보라고 부추겼잖아. 오해라는 것이 밝혀지면 더더욱 갈라놓을 수 없을 거야.”“난 이간질하는 사람이 아니야. 비열한 수법으로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고 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거라고...”바람은 반짝이는 두 눈을 하고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난 네가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복수할 용기도 없고 이번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서 매일 마음 아파하고 있었잖아. 공원에서 6시간 동안 앉아 있을 바에는 직접 찾아가서 물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5화

    바람은 얇은 셔츠를 입고 서 있었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네가 여기에 앉았을 때부터 뒤에 숨어있었어.”“너 바보야? 6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차설아는 투덜거리면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람은 차설아의 곁에 앉으면서 미소를 지었다.“힘든 줄 모르니까 이 시간까지 앉아 있었던 거겠지.”“난 생각할 것이 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나도 똑같아. 네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재밌어서 계속 쳐다보고 싶었어. 6시간이나 지난 줄 몰랐거든.”“그런 장난도 지긋지긋하다.”차설아는 바람을 주먹으로 때리고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오후에 있었던 일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오빠 생각에 미쳐서 주변 사람들을 전부 의심했던 것 같아.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랬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에 두지 말았으면 좋겠어...”차설아의 말에 바람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사과하지 않아도 돼. 난 신비한 컨셉이라 의심받은 적이 셀 수 없을 만큼 많거든.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네가 속상해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바람은 차설아가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바람은 누구한테 의심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바람의 유일한 목표는 차설아와 결혼해서 선우 가문을 빛내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쁜 짓을 하든 암암리에 손을 쓰든 중요하지 않았다. 차설아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바람은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누가 자책했다고 그래. 넌 여우처럼 교활하니까 당연히 의심받지. 아무도 너의 속내를 꿰뚫어 보지 못하잖아.”차설아는 바람의 이마를 툭 치면서 말을 이었다.“우리 둘이 그저 해커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합에 참가해서 상금을 타고 돈이나 벌었으면 복잡한 가문의 일을 해결하지 않아도 되잖아. 복수할 것도 없으니 해커 활동이나 하면서 편안하게 지냈으면 되었을 텐데 말이야.”“생각해 보면 너랑 같이 시합에 참가해서 겨루던 날들이 제일 재밌었어.”바람은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4화

    병실을 나선 배경윤은 차설아를 데리고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그 반지... 성도윤이 끼고 있던 거지?”“맞아.”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 저번부터 표정이 안 좋더라.”“그, 그러니까...”배경윤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성철 오빠가 수술을 받고 의식을 잃은 뒤에 누군가가 일부러 손을 쓴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성형 병원으로 다시 찾아갔고 간호사한테서 단서를 찾은 거야.”“단서라니?”차설아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성철 오빠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의사가 윤설이랑 통화했다는 거야. 깔끔하게 처리하라고 했대. 그래서 나는 윤설이 촬영하는 곳까지 찾아가서 따졌고 윤설은 성도윤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말하더라고...”배경윤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윤설이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렸을까 봐 증거를 더 모은 뒤에 너한테 알려주려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성도윤의 반지를 발견했으니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경윤아, 고마워. 사실 네가 알려주기 전부터 나는 줄곧 의심하고 있었어. 하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성도윤이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고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거야.”“설아야, 너랑 성도윤은 아무 잘못도 없어. 성도윤은 너를 완전히 잊었으니 나처럼 그저 아는 사람일 뿐인 거야. 성도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배경윤은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해 주었다.“나, 나도 알아... 성도윤은 진작에 날 잊었지만 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랐어. 전부 내 탓이야!”차설아는 심호흡하면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을 삼켰다.“그럼 이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성도윤과 맞서려고?”배경윤의 말에 차설아는 벽에 기대 한숨을 내쉬고는 차갑게 웃었다.“나도 잘 모르겠어. 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3화

    “설아야...”차성철이 천천히 손을 뻗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설아야, 그동안 나 때문에 힘들었지? 정말 고생했어. 미안해...”“오빠, 그런 말 하지 마. 오빠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차설아는 차성철이 누워있는 병실 침대맡에 꿇어앉아 눈물을 흘렸다.“사실 의식을 잃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작은 상자에 갇힌 채로 꼼짝도 하지 못했던 거야. 상자를 열지 못해서 이 안에서 죽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자꾸 네 생각이 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 난 하느님께 정말 감사해. 나에게 기회를 주어서 널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야.”차성철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차성철은 많이 변했다. 예전처럼 날카롭고 예민하게 굴지 않았고 한결 부드러워졌고 말투도 다정해졌다.“뭘 자꾸 그런 말을 해! 오빠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면서 우리 달이랑 원이가 커서 결혼하는 모습을 봐야지. 손주도 봐야 하는데 불길한 말은 하지 마. 오빠는 그냥 오래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거야. 하느님의 힘을 빌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다시 깨어나 줘서 정말 고마워... 오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차설아는 눈물을 닦으면서 차성철을 와락 안았다.“그래. 너랑 달이, 원이를 위해서라도 건강하게 지내야지.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자. 우리 가족 모두 모여서 재밌게 지내자. 네가 하고 싶었던 걸 같이 하고 가족 여행도 가자.”“말한 대로 해야 해. 지금 약속하자. 앞으로 오빠가 또 다치면 다시는 나 못 볼 줄 알아! 그때는 오빠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남매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눈물의 약속을 했다. 보는 사람마저 눈물이 나는 광경이었다. 배경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배경윤은 배경수가 생각났던 것이다.차설아의 말에 의하면 배경수는 아주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처음 보는 여자와 결혼했다. 배경윤은 배경수가 걱정되었다. 차설아는 울다가 차성철이 베고 있는 베개의 아래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은반지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값이 꽤 되는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2화

    바람이 멈칫하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뭐, 뭐라고?”“네가 스파이지? 네가 사주받고 우리 오빠를 죽이려고 한 거잖아! 그렇지 않으면 왜 우리가 식당에 간 사이에 오빠한테 이런 일이 벌어진 거냐고!”차설아는 붉어진 두 눈을 하고서 물었다. 그동안 차성철의 상태에 대해 아는 사람은 바람과 차설아 두 사람뿐이었다.‘아무리 바람이 날 보살펴 주고 내 곁을 지켰다고 해도 누군가가 바람한테 지시해서 나를 감시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그래. 바람은 선우 가문 사람이니까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오빠를 죽이려고 했을 수도 있어. 그러면 차씨 가문의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으니까!’배경윤이 차설아를 뜯어말렸다.“설아야, 말이 좀 심하다? 바람 씨가 어떻게 사주를 받고 그랬을 수가 있어. 네 말이 사실이라면 바람 씨가 너한테 온갖 심혈을 쏟아부을 리가 없잖아. 성철 오빠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움직였겠지. 바람 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배경윤을 쳐다보며 물었다.“넌 알고 있었지?”“그, 그게...”배경윤은 주먹을 꽉 쥔 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때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에서 걸어 나왔다.“의사 선생님, 오빠 어떻게 되었어요?”차설아는 사건의 배후에 대한 생각을 뒤로 하고 의사한테 다가가 물었다.“제때 발견한 덕분에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어요. 호흡도 정상적으로 돌아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다행이에요. 정말 감사해요...”차설아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최근 차설아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울었다 웃기를 반복했다. 몸에 무리가 가면서 차설아도 점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들어가 봐도 돼요. 박 선생님의 말씀대로 곧 깨어날 것 같거든요.”의사의 말에 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해요!”차설아는 병실로 들어가 차성철을 바라보았다. 배경윤도 그 뒤를 따라갔지만 바람은 굳은 표정을 하고서 밖에 서 있었다.“바람 씨, 거기서 뭐 해?”배경윤이 고개를 돌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1화

    검은 그림자는 다름 아닌 서씨 가문 서은아였다. 서은아는 그동안 차설아를 감시하고 있었다. 차설아가 식당에 밥 먹으러 간 사이에 차성철이 있는 병실을 책임지는 간호사에게 돈을 쥐여주었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수술을 마친 뒤, 침대에 누워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차성철은 살짝 다쳐도 부서질 것처럼 나약해 보였다. 서은아는 병실 침대 앞에 서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작은 물건을 차성철 베개 옆에 올려놓고는 산소마스크를 벗겼다.“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안해. 당신이 식물인간이 되면 당신 여동생도 기가 죽어서 나대지 못할 거라고 믿었어. 그런데 박성훈이 와서 당신을 살렸지 뭐야? 성도윤이 박성훈한테 부탁한 거라면서? 정말 어이가 없더라. 보나 마나 차설아가 성도윤한테 부탁한 거겠지. 뻔뻔스러운 년이...”서은아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날 탓하지 마. 탓하려면 그 못난 여동생을 탓해. 차설아는 내가 성도윤과 약혼한 사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 성도윤한테 달라붙으면서 날 괴롭혔어. 동생이 저지른 잘못은 오빠인 당신이 책임져야지. 안 그래?”서은아는 말을 마친 뒤, 감시 카메라를 피해 조용히 병원을 나섰다. 식당에 앉아 있던 차설아는 바람이 포장한 음식을 보면서도 어쩐지 불안해서 먹고 싶지 않았다.“설아야, 네가 제일 좋아하는 탕수육이야. 다른 식당에서 하는 건 눅눅해서 맛없지만 이 식당에서 하는 건 바삭하잖아. 바람 씨가 널 위해서 사 온 건데, 한 입이라도 먹어 봐.”배경윤은 불안해하는 차설아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바람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이 식당에 줄을 서려고 아침 일찍 깨어났어. 하지만 스파크가 좋아하는 거라면 눈이 오든 비가 내리든 사러 가야지.”바람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피식 웃었다. 그동안 차설아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해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쯧쯧. 바람 씨한테 설아를 맡겼다가는 뚱보가 되겠어. 한 달 안에 10킬로 찐다는 것에 내 머리카락을 걸겠어.”“스파크는 살이 쪄도 예뻐서 괜찮아. 지금처럼 귀여울 거

  • 선 이혼, 후 집착   제1330화

    배경윤은 박성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박성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도윤이 데려온 의사라는 말에 성도윤처럼 나쁜 사람인 줄 알고 경계했다.“경윤아, 그러지 마. 박 선생님은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오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준 분이야. 오빠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차씨 가문의 은인이 될 분이거든.”차설아는 다시 일어나더니 박성훈한테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박 선생님, 죄송해요. 경윤이는 늘 저를 아껴주고 보호해 주는 사람이라 이런 일에서는 예민하게 굴거든요.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병원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죠. 만나본 보호자 중에서 제일 정상적인 반응이거든요. 저는 이해해요.”박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저 말고 성 대표님께 고맙다고 해야죠. 저는 수술할 생각이 없었는데 성 대표님이 간절하게 부탁했고 제가 좋아하는 바다낚시까지 같이 해주셔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바다낚시 내기에서도 졌으니 성 대표님 말대로 수술해야 했어요.”“성도윤이 어렵게 모신 분인 건 알고 있었어요. 나중에 오빠가 깨어나면 인사하려고요.”“잘 생각했어요.”박성훈이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말을 이었다.“생각이 많으면 마음이 힘들 거예요. 사실 생각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일은 없으니 마음 편안하게 먹고 환자분이 깨어나길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박성훈은 사무실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오후 4시라서 박성훈이 말한 시간까지는 아직도 4시간이나 남아있었다. 배경윤은 차설아가 또 쓰러질까 봐 걱정되었다.“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밥부터 먹자.”“괜찮아. 난 배고프지 않아. 오빠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오빠가 일어나야 내 마음도 편해질 것 같아.”차설아는 병실 밖에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차성철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이러다가 또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오빠도 네가 이러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배경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9화

    배경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그 나쁜 놈은 아니겠지? 아니라고 말해.”차설아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그래도 도움받았잖아.”“아...”배경윤은 주먹을 꽉 쥔 채 머뭇거렸다. 차설아한테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고는 목적, 증언, 사건 발생 시간으로 보았을 때 성도윤이 배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 성도윤을 범인으로 몰아갈 수 없었다. 만약 이 말을 꺼냈다가 차설아와 성도윤이 싸우게 된다면 손해 보는 건 차설아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성도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설아야, 그저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성도윤을 너무 믿지 마. 성도윤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진심을 드러내지 말고 계속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알겠지?”배경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했다.“나도 알아. 지금까지 성도윤을 용서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오빠 얼굴에 남은 흉터를 볼 때마다 성도윤이 떠올라서 화가 솟구쳐 오르거든... 성도윤이랑 잘 해볼 생각이 아니라 그저 좋은 의사를 데려와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차설아는 수술실을 바라보면서 말했고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눈에 핏줄이 가득 서렸지만 차성철이 나올 때까지 쉴 수 없었다. 성도윤에 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차설아의 마음이 아팠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았고 애매모호한 선을 넘지 않았다. 지금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더 마주치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을 위한 일이었다.“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더 이상 그 사람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건 알지만 항상 경계해야 해. 그 사람이 얼마나...”“알겠어. 곧 수술이 끝날 테니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오빠가 무사히 나오기를 바라면서 기다리자.”차설아는 배경윤의 말을 끊었다.“그래. 같이 기다려보자.”배경윤은 슬픔이 가득 서려 있는 차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