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전기가 오기 전에는 켜지지 않아.”차설아의 표정이 굳어졌다.“뭐? 그럼 만약 밤새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당신과 함께 밤을 보내야 하는 거야?”“괜찮아, 고작 하룻밤이잖아. 나 참을 수 있어.”성도윤은 아주 담담했다. 아까 약하고 무기력해서 흐느끼며 껴안으려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차설아는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성도윤이 굳이 자신을 속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당신 PTSD 때문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지며 오장이 쇠약해져 죽는다며?”그녀는 남자에게 질문했다.“당신이 안아주면 이겨낼 수 있어. 내가 말한 참을 수 있다는 건 당신이라면 참을 수 있다는 뜻이었어.”“???”차설아는 눈을 희번덕거렸다.“이봐, 당신은 나를 참을 수 있어도 나는 당신을 참을 수 없어. 나는 오늘 반드시 나가야 해.”그녀는 휴대전화 불빛을 빌려 문 자물쇠를 비틀어 열려고 했다. 그런데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휴대폰이 자동으로 꺼졌다.서재 전체가 다시 어둠에 휩싸였다.“젠장!”차설아는 눈이 먼 사람처럼 아무렇게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아 무력으로 열려고 이리저리 힘을 썼다.그러다가 결국... 이상한 걸 잡은 것 같았다.“콜록콜록, 당신 이게... 뭐하는 짓이야?”성도윤은 꼼짝도 못하고 어색한 목소리로 물었다.“문 손잡이를 잡고 싶은데, 이거 왜... 촉감이 이상하지?”차설아는 아무렇지 않게 함부로 주물렀다.“헉, 설마 이거 당신꺼...”반응이 오자 그녀는 감전된 듯 얼른 손을 풀었다.그리고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미, 미, 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난 그저 손잡이를 잡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차설아는 혀가 꼬여 온전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이렇게 공교롭게도 그의 거시기를 잡다니. 이게 고의가 아니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성도윤은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덤덤한 척했다.“변태는 많이 봤어도 당신처럼 대담한 사람은 처음 봐. 정말 놀라워.”“아니야, 나 정말 고의가
어둠 속, 차설아는 이미 키스로 인해 머리가 텅 비었고 이성을 잃었다.본능이 이끄는 대로 남자의 옷깃을 잡고 다짜고짜 말했다.“잔말 말고 키스하려면 똑바로 해!”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이토록 친밀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신이 혼미했던 그 날 밤, 그들은 더욱 거리낌이 없었다.다만, 그날은 성도윤이 술에 취해 알코올을 핑계로 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신이 또렷했다. 그 선을 넘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른다.그래서 두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동시에 멈추었다.차설아는 문짝을 따라 카펫 위에 앉아 옷을 정리하면서 짜증스럽게 머리를 만졌다.“미쳤어. 진짜 미쳤어. 내가 방금 미쳤었나 봐. 잊어버려. 그건 단지... 동물적인 본능이야!”성도윤의 잠긴 목소리는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 그는 기침을 두 번 하더니 말했다.“이해해. 나도 마찬가지야.”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차설아에게 다가가 앉았고, 두 사람은 바닥에 나란히 앉아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그러자 차설아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또 뭐 하려고?”“외상 스트레스라고 했잖아. 좀 기대게 해주면 나중에 보상해줄게.”성도윤이 말하고는 당당하게 차설아의 어깨에 기대었다.차설아는 이를 악물었고, 작은 얼굴은 화가 나서 이그러졌지만, 차마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어느덧 몇 시간이 지났지만 서재는 여전히 캄캄하고 사방은 고요했다.“고장 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처리 못 한 거야? 성씨 가문의 일 처리 능력이 겨우 이 정도였어?”차설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칠게 말했다.성도윤은 이미 잠이 든 듯 나른한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아직도 모르겠어? 이건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뒤에서 일부러 고장낸거야. 그냥 안심하고 자. 어차피 오늘 밤은 못 나갈 테니까. 정 나가고 싶다면 방법이 있긴 하지...”“무슨 방법?”차설아는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서둘러 캐물었다.“우리가 그들의 목적을 이루게 한다면.”“무슨 말이야? 왜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이
“성도윤, 당신 어머니 좀 이상하지 않아?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해?”차설아는 과거를 회상하며 힘없이 말했다.“내가 처음 시집왔을 때, 여사님은 나를 짐승 취급하면서 절대 당신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어. 자기 아들이 더러워질까 봐 전전긍긍하더니 이제 와서 우리를 가축처럼 가두다니! 이게 대체 뭐야? 동물 짝짓기야?”“맞아, 지금 우리 어머니의 가장 큰 소원은 당신이 손자를 낳는 거야.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를 가축처럼 가두기만 한 게 어디야. 최정약을 먹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참으신 거야.”성도윤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차설아를 향해 암시했다.“오늘은 어머니가 문을 열 때까지 견딘다고 해도, 내일 더 미친 방식으로 우리를 엮어주려 할거야. 그러니 우리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아.”“시... 시도? 뭘 시도하는데?”차설아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혀가 꼬였다.“소리라도 좀 내서 일찍 여기를 나가는 거지.”남자는 느릿느릿 말했다.차설아는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 더듬더듬 말했다.“당... 당신 지금 무슨 농담을 하는 거야. 그런 일도 연기가 가능해? 난... 난 못해!”“몰라도 돼. 내가 가르쳐줄게.”성도윤은 차설아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녀를 자신의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을 그녀의 곡선에 따라 야릇하게 움직였다.“악, 변태. 뭐... 뭐 하는 거야!”차설아는 감전된 듯 소리쳤다.도망치려 했지만 남자는 더욱 힘을 주었고 얇은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매혹적으로 말했다.“이 소리, 아주 좋아. 딱 그 말투로 계속!”“뭐야. 하지 마... 악!”성도윤은 차설아의 작은 허리를 꼬집었다. 조금 아프고 또 간지러웠던 차설아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몇 번 시도한 후, 그녀의 소리는 그리 서툴지 않았다. 일종의 ‘리듬’을 찾은 듯 여유롭게 연기를 시작했다.“어머, 소리가 나!”소영금은 귀를 문에 대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쾌락을 느꼈다.“그런데 소리가 왜 이렇게 크지? 너무 처참하잖아. 도
소영금은 문 위에 엎드려 소리를 듣더니 표정이 점점 복잡해졌다.“이상한데. 왜 도윤이가 소리를 지르지? 그것도 더 처참한 소리를 내고 있어. 설마... 맞았나?”옆에서 현이가 말했다.“그럴 리가요. 작은 사모님이 얼마나 우아하고 상냥하고 말씀도 조곤조곤 하시는데요. 벌레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재벌가 아가씨가 어떻게 그런 폭력적인 일을 하겠어요?”“그건 자네가 설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요. 겉으로 보이는 부드러움에 속으면 안 돼요. 사실 얼마나 용맹한 여자인데요. 내 젊은 시절을 닮았어...”“그렇다면 더 걱정하실 것 없네요. 작은 사모님이 도련님을 완전히 장악하셨다니. 하하하. 둘째 도련님에게 이런 면이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현이는 안의 화면을 떠올리며 민망했는지 얼굴을 가렸다.“맞네요. 이게 바로 능력이죠!”소영금은 문득 깨달은 듯 혀를 내둘렀다.“설아는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 보물이네요. 이 방면마저도 훌륭하다니. 아주 완벽해요. 보아하니 손자를 원하는 내 소원이 곧 이루어지겠네요.”두 사람은 끝내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별장의 전력 시스템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서재도 대낮처럼 밝았다.성도윤과 차설아도 이렇게 빨리 효과를 볼 줄 몰랐다.그래서 불이 켜졌을 때, 두 사람은 여전히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차설아는 성도윤의 품에 안겨 그의 가슴을 마주 보며 열심히 간지럼을 태우고 있었다.불빛은 마치 정지 버튼처럼 이 모든 ‘미친 짓’을 멈추게 했다.“음... 보아하니 연기할 필요 없겠네.”차설아는 머리를 다듬고 난처한 표정으로 남자의 몸에서 내려왔다.성도윤도 어색한 듯 숨을 죽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것 같네.”차설아가 문을 열었더니 곧바로 열렸다.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려 성도윤에게 말했다.“오늘은 오해했어. 미안해.”“오해라니?”성도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다소 강한 어조로 말했다.“당신이 찾으려는 사람이 누군지 아직 말 안 했어.”“찾으려는 사람 없어.”차설아는 절대 인정하
차설아는 굳은 얼굴로 성주혁의 앞에 다가가 진지하게 물었다.“동참하다니? 난 계속 신문을 보고 있었어. 난 아무것도 몰라.”“네, 계속 모르는 척하세요. 방금 전기가 그렇게 오래 끊겼는데 어떻게 신문을 보셨죠? 그리고... 좀 그럴듯하게 연기하시죠? 신문을 거꾸로 들고 계시잖아요.”차설아는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었고 차마 까발릴 수 없었다.“음. 그건... 말이야...”성주혁은 그제야 자신이 신문을 거꾸로 들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억지를 부렸다.“늙어서 눈이 침침해서 말이야, 글을 거꾸로 봐야 더 잘 보여!”“그래요? 그 말씀을 제가 어떻게 믿어야 할까요?”차설아는 원래 화가 났지만 성주혁의 이런 모습을 보니 또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성주혁은 그제서야 신문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말했다.“설아야, 우리 수단이 파렴치하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작은 사고를 만들었어...”“하지만 너희들 연기는 나처럼 서투르더구나. 얼렁뚱땅 도윤이 어미를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난 절대 못 속여!”성주혁은 비록 나이가 들었고 눈 주위는 주름투성이지만, 웬만한 젊고 건장한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고 예리했다.연기가 들통난 차설아도 더 이상 감추지 않고 말했다.“할아버지도 결혼하신 적이 있으니 결혼 생활에 필수 요소가 무엇인지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전에 제가 도윤 씨를 사랑한 건 맞지만,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났고, 제 마음은 이미 태양 아래 눈송이처럼 진작 증발해버렸어요. 도윤 씨도 아마 저랑 같은 마음일 거로 생각해요. 저에 대한 감정이 별로 없을 거예요. 서로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은 두 사람이 어떻게 다시 부부가 되겠어요?”“아니, 넌 도윤이를 몰라. 너 자신은 더더욱 모르고. 너희는 아직 서로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어. 다만...”“할아버지, 그만 하세요. 제 입장은 이미 분명히 말씀드렸고요. 수고스럽겠지만 여사님께 전해주세요. 만약 오늘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저 가만 있지 않아요.”차설아는 차갑게 말하고는
차설아가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두 아이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민이 이모는 인기척을 듣고 잠옷을 입고 외투를 걸치고 나왔다.“아가씨, 어디 가셨어요? 아이들이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다가 잠들었어요.”“아, 성씨 저택에 사람을 찾으러 갔더니 오해였더라고요. 성도윤은 물론 성씨 가문 사람들은 원이와 달이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저희가 괜히 오버했어요.”차설아는 어색해서 웃었다.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볼이 저절로 빨개졌다.“확실히 오해였어요. 들어보니 데려간 사람은 아가씨도 아는 사람이더라고요. 바로 며칠 전에 아가씨가 해바라기 섬에 데려간 가면 쓴 미스터 Q라는 사람이었어요. 달이를 수양딸로 인정한 분 말이에요. 그래서 달이가 기뻐하며 따라갔대요.”민이 이모는 아이들에게 들은 모든 것을 차설아에게 말하고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미스터 Q는 아주 좋은 분 같아요. 두 아이 모두 그분을 좋아하고, 그분도 어느 친아버지 못지않게 잘하잖아요.”“그 사람이었군요!”차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제 딸을 유괴해 간 것도 모자라 아들에게까지 손을 뻗다니.저를 업신여겨도 유분수지. 안 되겠어요... 더 나대기 전에 시간 내서 제대로 한 번 손 봐야겠어요.”“아가씨, 그럴 필요 없어요. 미스터 Q는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원이가 그러는데 그분이 바로 해안의 유명 셰프라고 하더군요. 케이크를 좋아하는 걸 알고, 이번에 특별히 아이들을 데려가 케이크를 배우러 갔어요. 기다려봐요...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아가씨에게 만들어준 케이크가 아직 냉장고에 있어요. 제가 보여줄게요.”민이 이모는 말하면서 냉장고에서 6인치 정도의 케이크를 가져왔다.무스 케이크로 모양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해바라기 섬이었다. 케이크 중앙에는 세 사람이 크림으로 장식한 글자가 차례로 있었다. ‘선녀 엄마, 항상 행복하세요!”차설아는 그제야 며칠 후면 그녀의 생일이라는 것이 생각났다.두 아이의 따뜻한 마음에 차
원이는 작은 물병을 들고 꿀꺽꿀꺽 물을 마시더니 말을 이어갔다.“만약 달이가 다른 남자를 아빠로 여긴다면 전 제일 먼저 나서서 반대할 거예요. 하지만 미스터 Q는 달라요. 진짜 대단한 분이고 우리에게도 인내심 있게 잘한단 말이에요. 엄마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라고 했더니 계속 요리를 연습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뭔지 아세요?”“난 몰라. 그냥 좋은 사람이 아니란 것만 알아. 대체 너희들한테 얼마나 많은 세뇌를 시킨 거야!”차설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스터 Q는 평판이 나쁜 악당인데 어떻게 두 아이에게 살갑게 대할 수 있을까?게다가 두 아이는 바보가 아니었다. 모두 똑똑해서 보통 사람들은 그들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가장 중요한 건 나쁜 아빠의 원수라고 들었어요. 만약 미스터 Q와 손잡고 나쁜 아빠를 혼내준다면 엄마는 안전하다고요.”“너...”차설아는 입을 살짝 벌렸고, 차오르던 분노가 복잡한 기분으로 바뀌었다.아직 어린 원이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원이가 성도윤을 이 정도로 원망할 줄은 더 몰랐다. 차설아 자신보다 성도윤을 싫어하는 듯했다.‘요 녀석 몰래 가십 뉴스들을 챙겨봤나 보네. 아니면 자기 친아빠를 이렇게 미워할 리가 없잖아!’차설아는 원이의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원아, 엄마 말 잘 들어. 사실 네 아버지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야.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엄마, 마음 약해지신 거예요? 이러시면 곤란해요.”원이는 턱을 움켜쥐고 엄숙한 표정으로 타일렀다.“나쁜 사람이라면 용감하게 싸워서 물리쳐야죠. 아니면 언젠가 우리를 찾아와 해칠 거예요. 엄마가 지금 마음이 약해진다면 앞으로 또 나쁜 아빠에게 괴롭힘당할 거예요. 원이는 절대 그런 꼴 못 봐요.”“음...”차설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원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쯧쯧, 원이가 나보다 더 앞일을 내다볼 줄 아네. 더 똑똑해.’“원이 말이 맞아. 엄마는 반성해야 해. 확실히 나쁜 사람에게 너무 인자해서
차설아는 두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는 핸들을 돌려 천신 그룹 본사로 직행했다.천신 그룹은 해안 CBD의 핵심 지역에 있으며 성대 그룹과 한 블록 떨어져 있었다.다만 성대 그룹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고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가장 선명한 차이는 두 그룹의 사무공간이었다.천신 그룹은 단지 두 층만 있었지만, 성대 그룹은 건물 전체가 사무실이었다.차설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8층에 있는 천신 그룹으로 향했다.건물은 개발업자들이 임대하기 때문에 건물 전체에 천신 그룹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가 많았다.차설아는 전에는 회사 배후의 인물로, 원격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빌딩에 오는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오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침 출근 시간이라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그녀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낀 채 줄을 섰고, 몸매가 너무 도드라져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평범한 옷차림에 생얼의 두 어린 여자가 도시락을 들고 한창 수군거리고 있었다.“휴, 들었어? 26층 천신 그룹의 배경수 대표님이 자리에서 물러나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는대...”“뭐? 진짜? 경수 도련님이 가셨다고?”어린 여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나는 경수 도련님을 오랫동안 짝사랑했어. 매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려고 30분 전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단 말이야. 만약 경수 대표님이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면 나도 일 그만두고 싶어!”“작작 해. 대표님은 마음에 품고 계신 분이 있단 말이야. 듣자 하니 천신 그룹도 그 여자를 위해 설립한 회사라고 했어. 자신의 주식뿐만 아니라 누나의 주식까지 모두 그 여자에게 넘겨서 지금 천신 그룹은 사실상 그 여자의 천하래. 같은 여자로서... 그 재주가 부럽단 말이야. 아주 대단해!”뒤에서 듣고 있던 차설아는 어리둥절했다.‘경수가 자기 주식뿐만 아니라 누나의 주식까지 나에게 넘겼다고? 제대로 미쳤네. 배경림의 성격에 경수를 때려죽이고도 남았을 텐데? 쯧쯧, 처리해야 할 일이 또 하나 늘었네.’그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