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보는 게 맞아. 어쨌든 아이는 죄가 없잖아. 그리고 가엽기도 하고.”차설아는 성도윤과 임채원의 아이가 묻힌 묘소를 찾아갔다.그곳은 해안의 가장 서쪽 교외로 울창한 측백나무 숲에 묘비가 즐비해 조금 음산한 곳이었다.그녀는 차 뒷좌석에 앉아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그녀와 임채원의 원한이 어떻든, 이 아이는 확실히 피해자였다. 그녀가 피할 수 없는 죄악이기도 했다.차 안의 분위기는 매우 우울했고,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임채원의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차설아는 임채원을 미워하지만 엄마로서 이런 일을 겪은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절망적인지 너무 이해되었다.“자!”차설아는 휴지 한 장을 꺼내 임채원에게 건네주었다.임채원은 눈물이 글썽해서 차설아를 보더니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설아 씨 앞에서 불쌍한 척하는 게 아니라 난 진짜 고통스럽고 무서워... 제발 앞으로 나랑 도윤이 옆에 나타나지 말아줘. 설아 씨만 보면 그때 날 땅바닥으로 밀어내고, 내가 아이를 잃었던 장면이 자꾸 떠올라.”“그만해. 기분 나쁜 얘기를 자꾸 반복해서 뭐해.”성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처량하게 울고 있는 임채원의 말을 끊었다.성도윤은 앞으로 차설아가 임채원의 일 때문에 자신을 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하지만 차설아는 아주 명쾌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요.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난 두 사람이 잘되길 축복해요.”여기까지 말한 차설아는 내친김에 아이디어까지 냈다.“두 사람 분명 백년해로할 텐데, 그러려면 당연히 아이가 있어야지. 내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생물학과 교수님과 사이가 좋았어. 그때 이미 인공 자궁 시술을 연구하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 만약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어떻게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내가 물어볼 테니까...”만약 그들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성도윤이 달이와 원이의 존재를 알아도 빼앗으려 하지 않을 테고, 차설아가 저지른
“말이 안 되는 걸 알면 입 닥쳐. 낳을지 말지, 누구랑 낳을지는 내가 알아서 하니까 당신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야!”성도윤은 화에 잠겨 말하더니 곧 차를 세웠다.차설아도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성도윤은 천성적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걸 좋아한다. 아이를 낳는 것과 같은 인생의 큰 문제에 외부인이 개입했으니 분명 기분이 나쁠 것이다.“미안해. 방금은 내가 성급했어. 다른 뜻은 없고 그저 이 기술을 추천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어쨌든 채원 씨랑...”“내려!”성도윤의 얼굴은 이미 극도로 어두워졌고, 사나운 어투로 명령했다.“어? 벌써 도착했어?”차설아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도착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내리라고!”성도윤은 다시 명령했다.그는 차설아를 차에서 내쫓고 있었다.이토록 비매너적인 행동을 한 것은 성도윤이 이미 화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그래 그럼!”차설아는 토를 달지 않고 차 문을 당기고 내렸다.차 안의 분위기가 우울해서 그녀도 불편했고, 차라리 걸어가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그녀가 내리자 차는 쌩 하고 가버렸다.“소심하기는!”차설아는 시야에서 사라지는 차를 보며 참지 못하고 욕했다.“내가 두 사람 출산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하는데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화를 내? 대체 뭔 심보야?”그녀는 음산한 묘지 숲을 혼자 걸었다. 옆에는 울창한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있었다. 한여름이었지만 온도가 낮아 서늘한 분위기였다이때 휴대폰이 울렸고, 케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네가 부탁한 사람 다 조사했고, 자료는 메일로 보냈어.”차설아는 지체없이 이메일을 확인했다. 수십 쪽 분량의 PDF 파일에는 ‘강우혁’이 어디에서 태어나 어느 대학을 다니고 어떤 친구를 사귀었는지 낱낱이 적혀있었다.자료상으로만 본다면, 강우혁은 자신의 가문과 학력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확실히 학문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고, 모범생이고, 사귄 친구들도 깨끗했고, 평판도 좋은 사람이었다.단 한 가지가 아주 이상했다.강
이 묘지는 외진 곳에 있고, 나무가 울창하고, 굽이치는 갈림길이 많아 일 년 내내 짙은 안개로 가득 차서 자기장도 영향을 받는다.일단 길을 잘못 들어서면 마치 미궁에 들어간 것과 같아 동서남북을 전혀 판별할 수 없어 아주 위험했다.차설아는 케빈이 보낸 자료에 푹 빠져, 강우혁이 임채원 때문에 자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배경윤에게 알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갑자기 발을 헛디뎠다.꽈당 소리와 함께 그녀는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져 머리를 바위에 부딪혀 정신을 잃었다.한편, 성도윤과 임채원은 아이를 묻은 곳에 도착했다.작은 무덤에 비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위에 생일과 성씨가 새겨져 있었다.“아가, 엄마랑 도윤이 삼촌이 또 널 보러 왔어. 잘 지내? 날이 추워져서 엄마가 옷을 많이 사 왔어. 어때? 이뻐?”임채원은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아동복 가게에서 산 옷을 불붙였고, 귀신에 홀린 듯 중얼거렸다.성도윤은 처음에 자책했지만, 지금은 평온해졌고, 오히려 진저리가 나기도 했다.하지만 임채원은 지금 환자라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여자를 내버려 두었다.일반적으로 태어난 지 한 개월이 채 되지 않은 아이는 독립적인 사람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현학적 관점에서 비석을 세워 제사를 지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 아이는 특별했다. 죽은 형의 유일한 핏줄이자, 임채원의 유일한 아이였다. 임채원의 간절한 애원 끝에 성도윤은 아이의 시신을 특별 제작한 관에 넣고, 유명한 풍수사를 찾아 이렇게 외지고 음산한 곳에 아이를 안장했다.임채원은 묘비를 향해 쉴 새 없이 똑같은 말을 반복했고 성도윤은 이미 심드렁해졌다.그는 묘비 입구를 자꾸 쳐다보며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쯧쯧, 왜 아직도 안 와. 분명 여기서 2㎞도 안 되는 거리에서 내렸고, 곧은 큰 길이라 보통 20분 정도 걸으면 충분할 텐데?’하지만... 한 시간이 넘도록 차설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임채원은 드디어 곡소리를
차설아는 손을 더듬거리며 겨우 휴대폰을 찾았지만, 이미 깨져서 전원이 꺼져버렸다.“젠장, 성도윤 이 재수탱이. 난 왜 너만 만나면 이 꼴이야?”차설아는 캄캄하고 황량한 사방을 바라보며 절망했다.“누구 있어요? 살려주세요!”차설아는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지만, 들려오는 건 음산한 기운과 까마귀 울음소리뿐이었다.머리와 다리의 통증으로 그녀는 체력이 점점 떨어졌고, 도움을 요청할 힘조차 없었다.“나 오늘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 그건 너무 억울하잖아!”성가 저택.성씨 가족은 오랜만에 모여 식사를 했지만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소영금은 계속 성도윤이 차설아에게 연락했는지 궁금해 빙빙 돌려서 말했다.그녀도 성주혁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4년 동안 사라진 차설아가 갑자기 해안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았다.차설아에 대해 소영금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있었다.처음에는 차설아가 임채원 뱃속의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차설아를 사무치게 미워했고, 심지어 사람을 고용해 차설아를 찾게 하고, 그녀가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하라고 했었다.하지만 4년이 지났고, 차설아는 보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아들이 하루 종일 고통 속에서 보내는 모습만 보았다.소영금은 성도윤의 마음속에 아직도 차설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차설아만이 성도윤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인물이었다.소영금은 더 이상 차설아를 미워하지 않았고, 자기 아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기만을 바라고 있었다.“아들, 너무 많은 것에 연연하지 마.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린 모두 널 지지할 거야. 지나간 일은 그냥 묻어 둬. 앞으로의 생활도 중요하잖아!”소영금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아서 해요.”성도윤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성도윤이 거절하자 모두 더 말하지 못하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소영금은 문득 무슨 생각이 나서 말했다.“아들, 너 요즘 그 애 제사 지내러 자주 가? 내가 그곳은 사악한 곳이라 자주 가지 말라고 진작 말했잖아. 며칠 전 뉴스에서 보니 몇몇 유투버
성도윤은 차를 몰고 최대한 빨리 묘림에 도착했다.방금 식사 자리에서 소영금의 말이 그를 일깨웠다.묘림은 외지고 지형이 복잡하고 난기류가 가득해, 차설아가 탐험 유투버처럼 묘림에서 길을 잃을까 봐 걱정했다.비록 1%도 되지 않는 가능성이지만, 만약을 대비해 직접 찾아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차는 어둠 속을 달렸고, 전조등은 앞길을 밝히고, 성도윤은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예리한 두 눈으로 사방을 살피며 계속 차설아의 이름을 중얼거렸다.“차설아!”음산한 묘림은 밤에 인적이 없으니 새가 푸드덕거리는 소리까지 메아리쳤다. 성도윤은 어느새 차설아와 헤어진 위치에 도착했고, 문을 열고 내렸다.“차설아, 어디 있어? 대답해!”성도윤은 목이 쉬도록 큰 목소리로 외쳤다.애석하게도, 그에게 대답하는 것은 까마귀의 울음소리와 고요함 뿐이었다.이름을 부르던 성도윤은 순간 자신의 모습이 바보처럼 느껴졌다.어쩌면 지금 차설아는 집에 돌아가 따뜻한 이불 속에서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성도윤은 그 1%의 가능성 때문에 바보처럼 한밤중에 이 음산하고 외진 곳에서 차설아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귀신에 홀린 줄 알 것이다.성도윤은 주먹을 움켜쥐고, 마지막으로 세 번만 더 외치라고 자기 자신에게 명령했다. 만약 대답이 없으면 당장 이 어리석은 행동을 멈추라고.“차설아, 대답하지 않으면 나 갈 거야!”성도윤는 화가 난 듯 소리쳤다.비탈길 아래의 차설아는 반혼수 상태에서 몸이 피곤하고 아팠고, 무엇보다... 배가 고파서 기절할 것 같았다.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귀를 기울여보니 성도윤이었다.처음에는 살았다는 생각에 흥분했지만, 후에는 정말 성도윤의 손에 구원받는다면 그에게 빚을 지게 될 것은 물론, 창피까지 당해야 했다.그래서 차설아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성도윤이 대답하지 않으면 간다는 말에 위기의식을 느껴 나른하게 두 번 기침했다.이 기침 소리는 모기 소리보다 작았기에 차설아는 성도
성도윤은 뼈가 어긋난 왼쪽 다리를 손바닥으로 감쌌다. 아파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여전히 도도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그럼 됐어.”차설아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역시 남자는 살이 거칠고 두꺼워서 몇 미터 높이의 구덩이에 빠져도 아무렇지도 않네! 든든하기도 하지!’“당신은 어때?”성도윤은 통증을 참으며 어둠 속을 더듬어 차설아가 있는 위치로 향했다.“난 엉망이야. 머리도 까졌고, 다리도 부러졌고, 피곤하고, 춥고, 너무 배고파서 배가 등 가죽에 붙게 생겼어!”차설아는 몇 번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힘없이 웅덩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배가 고파서 정신이 혼미해져, 곧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는 줄 알았다.“길을 걷다가 이 지경이 돼? 정말 머리가 없어. 전화를 해서 구조 요청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야?”성도윤은 너무 걱정되었고, 화가 나 차설아를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여자는 4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자신을 돌볼 줄을 몰랐다.“휴대폰이 고장 났는데 어떻게 전화를 해?”차설아는 반박했다.“그러는 당신도 걷다가 넘어진 거 아니야? 단지 운이 좋아서 다치지 않은 것뿐이지!”“내가 넘어진 건...”성도윤은 말을 잇지 않았다.“왜 넘어졌는데?”성도윤이 말을 하지 않자 차설아가 웃으며 놀렸다.“당신도 머리가 없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거지? 내가 일깨워줬는데도 어리석게 달려오더니! 뒤에 귀신이라도 쫓아와?”“그래, 성도윤이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사람이다! 아니면 왜 한밤중에 이 미련한 여자를 구하러 왔겠어?”성도윤은 차갑게 말했다.‘이 미련한 여자는 왜 내가 자신을 너무 걱정해서, 급한 마음에 넘어졌다는 걸 몰라!’“당신한테 구해달라고 한 적 없어. 그냥 목이 좀 간지러워서 기침을 두 번 했을 뿐인데, 당신이 황급하게 달려온 거지. 내 탓이라고 하지 마.”차설아는 성도윤에게 빚지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가까스로 정리했으니,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휴대폰 좀 빌려줘. 내가 친구한테 전화해서 구해달라고 할게
“뭐?”차설아는 어두운 달빛을 통해 남자의 넓은 뒷모습을 보고 의심했다.“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꾸물거리지 말고 업혀. 아니면 나 혼자 간다?”성도윤은 싸늘한 얼굴로 재촉했다.사실, 성도윤은 다친 자신의 다리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꾸물거리다가 시간이 지체되면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알았어. 당신만 괜찮다면 나도 문제 될 것 없지!”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가느다란 팔로 남자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그의 등에 엎드렸다.“꽉 잡아.”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당부하고 일어서려고 애썼다. 큰 체구는 그녀의 무게를 견뎌야 했기에 약간 흔들렸다.차설아는 숨을 참고 조용히 물었다.“진짜 괜찮은 거 맞아? 좀 힘들어 보이는데? 곧 쓰러질 것 같아.”“나... 괜찮아!”성도윤은 이를 악물며 힘겹게 말했다.왼쪽 다리의 뼈가 부러진 듯 걸을 때마다 뼈와 살이 날카로운 칼에 베인 듯 통증이 극에 달했다.그의 이마, 등, 손바닥은 온통 통증 때문에 식은땀이 흘렀다.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고, 차설아를 알게 해서도 안 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처형을 받는 것처럼 도로 방향으로 기어올랐다.“성도윤, 진짜 괜찮아? 왜 당신 몸이 떨리고 있는 것 같지?”차설아는 남자의 등에 엎드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차설아는 남자의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자신이 걱정한다고 오해할까 봐 너무 많은 것을 캐묻지 못했다.“내가 당신처럼 연약한 줄 알아?”성도윤은 온갖 힘을 다 쏟아부으며 평온한 척했다.“아니다. 이렇게 무거우니 연약함은 아니지. 돼지 같은 미련함이지!”“헛소리하지 마. 나 50킬로도 안 된단 말이야. 당신이 너무 허약해서 그래. 여자를 업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큰 키가 부끄럽지도 않아?”차설아는 화가 나서 성도윤을 두 주먹 내리쳤다.‘역시 내가 괜한 걱정을 했어. 성도윤 같은 철저한 이기주의자는 만약 자신이 다쳤으면 나 같은 거 신경 쓰지도 않지. 지금 상황에서 나보고 돼지
“응!”차설아도 순간 숫자들의 특수함을 알아채지 못했고, 자세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 연결되었다.“경수야, 난데, 지금 시간 있어? XX묘림으로 좀 와줘.”전화기 너머의 배경수는 차설아를 찾느라 골머리를 앓다가 하마터면 성가로 쳐들어갈 뻔했다. 지금 차설아의 전화를 받고 너무 격분해서 견딜 수 없었다.두 사람은 전화로 몇 마디 나누다가 성도윤이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낚아채 소리쳤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당장 오라고! 설아가 다쳤어!”이때서야 차설아는 성도윤의 손이 온통 피투성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순간 긴장하더니 다가가 물었다.“성도윤... 당신 왜 이렇게 피가 많이 나? 어디 다쳤어?”“나 괜찮아.”성도윤은 얼른 손을 거두었다.“괜찮긴 뭐가 괜찮아? 피가 이렇게 많은데? 대체 어디를 다친 거야? 빨리 말해!”차설아는 휴대폰의 전등을 켜고 남자의 몸 전체를 검사했다. 그의 왼쪽 다리가 이미 피로 젖었고, 뼈도 이미 어긋난 것을 발견했다.“다리가!”차설아는 입을 가리고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너무 충격적이었다. 부러진 다리로 그녀를 업고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지, 그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괜찮다니까, 보지 마!”성도윤은 다시 휴대폰을 낚아챘다.그는 자신의 낭패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여태까지 참았다. 그런데 지금 차설아가 보게 되었으니... 정말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이 정도 상처면 다리가 부러졌을 수도 있어. 당장 고정해야 해, 아니면 다리를 못 쓰게 될 수도 있다고... 내가 당장 고정해줄게!”차설아는 두말없이 자신의 옷을 벗고, 성도윤의 부러진 다리를 간단히 처리하려고 했다.“악!”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다쳐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당신 다리야말로 처치가 필요해 보이는데?”성도윤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여자의 다친 다리를 손바닥에 받친 다음 그녀의 옷을 가져다가 간단히 고정했다.“난 괜찮아. 지금 당신 상황이 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