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차씨 저택 앞에 도착했다.사도현이 차를 멈추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괜찮은 곳이긴 한데, 인기가 좀 없네. 몇 년 전에 여기 귀신 나타났다면서? 그래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났다고. 혼자 이 큰 집에 사는 거 무섭지 않아?”차설아가 웃으며 말했다.“귀신이 뭐가 무서운데요, 사람이 귀신보다 훨씬 무섭죠. 사람도 안 무서워하는데, 귀신은 더 무서워할 리가 없죠.”그녀는 안전 벨트를 풀고는 조수석 문을 열어 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사도현은 긴 팔을 운전대에 올려놓은 채 여자의 모습을 보던 중 갑자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뻔뻔스럽게 말했다.“차라도 한잔하자고 안 하네?”차설아가 고개를 돌리더니 뽀얀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드리웠다.“당연히 되죠, 집에 마침 좋은 보이차가 준비되어 있어요.”활짝 핀 붉은 장미처럼 환하고 빛난 차설아의 미소에 사도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는 괜히 수줍어하더니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기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그럼 실례할게요.”두 사람이 차에서 내린 후 차씨 저택으로 향했다.요 며칠 동안, 차설아와 민이 이모의 노력 끝에 차씨 저택은 더는 예전처럼 낡고 잡초가 가득한 피폐한 곳이 아닌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꿈나라처럼 환했다.“우와, 저택이 겉으로는 그럭저럭해 보이지만 안은 상쾌하고 우아하네. 신경 좀 썼겠어?”사도현이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기지개를 쭉 켜며 더 뻔뻔스럽게 말했다.“집에 빈방 있어? 나 여기서 며칠 있으면 안 돼? 숙박비는 호텔 방값 열 배로 계산해줄게...”“어휴, 설아 쨩은 모르겠지만 그 소송 때문에 요즘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릴랙스가 필요하다고. 몸을 회복하기엔 여기가 그 어떤 휴양지보다도 좋은데?”사도현은 전혀 예의를 차리지 않았고, 마치 본인이 주인인 양 소파에 축 늘어졌다.“너무 뻔뻔스러운 거 아니에요? 적당히 해요!”차설아가 말하고는 벽장을 열어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한 보이차를 꺼내 사도현을 위해 우리기 시작했다.민이 이모는 장을
사도현이 또 물었다.“...”차설아는 웃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여 차를 음미했다.“안 알려주면 내가 직접 찾아봐야지.”사도현은 휴대폰을 꺼내 검색창을 열어 해바라기 꽃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답을 얻고는 곧바로 큰 목소리로 읊었다.“해바라기 꽃말은 동경과 숭배, 기다림, 영원한 사랑이네... 설마 도윤이 형을 향한 설아 쨩의 마음이 이렇다는 거야?”“...”차설아가 고개를 돌리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해바라기만을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도현은 눈치 없이 꼬치꼬치 캐물었다.“그렇게 도윤이 형을 사랑한 거였어?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는 거야? 전에는 설아 쨩이 단순히 도윤이 형에게 빌붙으려고 가까이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차설아가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예전엔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을 사랑했는데 이젠 아니에요. 지금은 정신을 차려서 절대 그 사람한테 목을 매지 않겠어요. 이미 마음을 비웠으니 맞는 사람만 있다면 바로 그 사람에게 마음을 줄 거예요.”“잠시만!”사도현은 곧바로 예리하게 정보를 포착하고는 따져 물었다.“이미 마음을 비웠으니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마음을 줄 거라고? 그러니까 아직 마음 맞는 사람 없단 말이야?”“그게...”차설아는 자신의 속마음이 탄로나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도현은 그녀가 배경수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마음 맞는 사람을 아직 못 만났다는 건 당연히 그에게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난감해할 필요 없어. 남녀가 충동적인 마음에 사랑을 나누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사도현은 경험자의 자태로 차설아를 이해하는 듯이 말했다.“설아 쨩이랑 배경수는 딱 봐도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사이야,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배경수는 철딱서니 없는 애야, 나보다 더 믿을 수 없는 인간이라고. 하루빨리 아이를 지우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될수록 빨리 헤어져.”“아, 그게... 생각해볼게
사도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냄새가 나? 차의 향기밖에 나지 않는데?”“아니에요!”예리한 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연기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엄청 강하게 나요!”“연기 냄새?”사도현은 다시 한번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차설아의 말대로 과연 연기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손을 저었다.“신경 쓸 것 없어. 근처에서 누가 바비큐 파티를 하는 거 아닐까?”“안 되겠어요, 나가봐야겠어요.”차설아는 더는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찻실을 나와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아악!”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차설아는 깜짝 놀랐다.저택 밑바닥에서 어느새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불은 순식간에 2층까지 번지면서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찼다.“젠장, 언제 불이 붙은 거야?”사도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불이 점점 거세지면서 순식간에 그들을 에워쌌다. 계단은 원목으로 만들어졌기에 엄청난 불길에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어떻게 해, 어떻게 해? 지금 당장 여길 떠나야 하는데 말이야...”사도현은 다급한 나머지 큰 체구를 숙이더니 자기 등을 가리키고는 차설아에게 말했다.“얼른 올라와, 밑층까지 내가 업고 갈게.”차설아는 잠깐 멈칫했다.털털한 사도현이 이렇게 의리가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거센 불길 앞에서 혼자 살자고 도망간 것이 아닌 그녀의 목숨부터 살리자고 했으니 말이다...차설아는 감동하여 이 은혜를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계단이 불에 타서 무너지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이때 계단으로 간다면 죽으려고 작정한 거라고요.”차설아는 점점 가까워지는 불길을 보며 침착하게 분석을 시작했다.“그럼 어떻게 해? 여기서 죽을 때까지 기다려? X발, 불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네. 이제 도망가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사도현은 다급한 마음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차설아를 기절시켜 그녀를 업고 현장을 벗어나고 싶었다.
남자가 말하고는 차설아를 업고 창문에서 기어나가기 시작했다.등에 사람을 업고 있었기에 그는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유난히 힘이 들었기에 팔에 힘을 꽉 주어야만 순조롭게 내려갈 수 있었다...짙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오르면서 마치 죽음의 신이 그들을 ‘추격’하는 것 같았다.사도현은 차설아를 업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가고 있었다. 빗방울처럼 땀이 뚝뚝 떨어지면서 얼굴을 스쳐 그의 옷을 적셨다.그는 힘을 너무 준 나머지 잘생긴 얼굴은 핏대가 서고 빨갛게 달아오르기까지 했는데 그가 얼마나 괴로운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그들은 지금 1층과 2층 중간쯤 되는 위치에 있어 위쪽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아래쪽은 단단한 바닥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사도현이 혼자였다면 그대로 뛰어내린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차설아를 업고 있으니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해야 했기에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차설아는 그런 사도현이 안쓰럽기도 했고, 고맙기도 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도현 씨, 정 버티기 힘들다면 그대로 뛰어내려요, 그럼 우리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살 수 있겠죠.”“헛소리하지 말라고!”사도현은 목소리까지 잠겼다. 그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을 이어갔다.“나 힘든 거 알면 그만 약 올려. 곧 내려갈 수 있을 거니까!”남자는 주위를 살펴보더니 마침내 발 디딜 곳을 찾았다.하지만 그는 힘이 남지 않아 이를 악물며 버티면서 등에 업힌 차설아에게 말했다.“잘 들어, 이따가 설아 쨩을 에어컨 실외기에 놔줄 테니까 그 실외기를 따라 조심스럽게 착지하면 별문제가 없을 거야...”“그럼 도현 씨는? 실외기 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잖아요. 날 거기에 놔주면 도현 씨는 어떻게 해요?”“날 신경 쓰지 말고. 설아 쨩이 착지하면 내가 따라서 갈게!”“하지만...”“그만해. X발 설아 쨩이 얼마나 무거운 줄 알아?
차설아는 기절한 사도현을 끌고 거센 불바다를 뚫고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지금의 그녀는 기진맥진하여 사도현과 같이 바닥에 드러눕고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찬 바람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차설아를 스쳐 지나갔다.그렇게 차설아는 처음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위잉! 위잉! 위잉!”소방차 울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소방대원들은 불을 끄려고 구조장비를 챙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몸은 좀 어때요?”흰색 가운을 입은 구조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차설아와 사도현에게 다가오며 물었다.차설아는 재빨리 바닥에서 일어서고는 까매진 얼굴로 말했다.“저는 괜찮으니 이 사람 빨리 살려주세요. 다리가 부러져서 당장 처치가 필요해요!”“이 사람은 저를 구하기 위해 다친 거예요. 무슨 수를 쓰든, 어떤 대가를 치르든 꼭 이 사람을 살려야 해요. 제발요...”차설아가 구조대원들의 팔을 붙잡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방금 사도현의 상태를 잠깐 살펴봤었다.사도현 오른쪽 종아리뼈가 선명하게 튀어나왔는데 부상이 매우 심각한 듯했다.만약 사도현이 이 일 때문에 다리를 못 쓰게 된다면 차설아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꼭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구조대원은 차설아를 위로하며 의식을 잃은 사도현을 구급차에 태웠다.차설아도 원래 차에 타려고 했는데, 뒤돌아보니 이미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저택을 바라보고는 마음이 한없이 아팠다.그녀는 갑자기 뭔가 떠올렸는지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그러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바다로 뛰어들려고 했다.“이봐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너무 위험하니 당장 거기서 나와요!”소방대원이 그녀를 말렸다.하지만 차설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제 물건, 저에게 엄청 중요한 물건이 아직 안에 있어요. 그거 가지러 가야 해요!”“불길이 너무 세요, 지금 들어가면 죽음을 자초하는 거라고요. 아무리 중요한 물건이라고 해도 생명보다 더 중요할 수 없으니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요...
다행히도 오도자의 그림은 높이 걸려있었기 때문에 아직 불타지 않았다. 그는 소화기로 주변의 불을 끄고는 재빠르게 그림을 챙겼다.하지만 차설아가 말한 ‘지도’는 위층 침실에 있었기 때문에 찾으러 가기엔 상당히 위험했다...“돌아오라고, 성도윤. 미친 짓 그만하고 빨리 돌아와!”차설아는 목이 터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참다못해 직접 불바다로 뛰어들 셈이었다.하지만 멀리서, 성도윤은 아빠가 가장 사랑했던 그림을 든 채 불길에서 걸어 나왔다.성도윤은 차설아와 똑같이 얼굴이 연기에 그을려 시커메졌다. 그는 손에 화상을 입었고, 옷과 바지는 너덜너덜해진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그는 자기를 애타게 기다린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품에 든 그림을 꺼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미안해, 나 최선을 다했어. 당신이 말한 지도는 도저히 못 찾겠어.”차설아는 남자의 초라하지만 진정성 있는 모습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바보 아니야? 불에 타서 죽으면 어떻게 해? 당신이 죽으면 나도 더는 살 수 없다고. 그걸 몰라서 그래?”그녀는 주위를 신경 쓸 겨를도 없어 곧바로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마치 잃어버린 보물을 되찾은 듯, 다시는 놓지 않으려 했다.“...”커다란 몸집의 성도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손에 그림을 쥔 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활활 타오르는 불 때문에 미친 듯이 더웠는데, 지금 이 순간, 마치 감전된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했다.‘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여자가 처음 이렇게 마음을 다해 안겼던 것 같은데?’예전에 성도윤은 차설아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긴 했지만 차설아는 항상 주눅이 들어 그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뜨거운 사랑을 그에게 전하고 있었다.“자, 그만 울어. 나 성도윤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있나? 바다에 절대 빠지지도 않고, 불에도 절대 타죽지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돼.”성도윤은 보기 드물게 눈물을 흘리는 차설아를 위로하며 말했다.차설아
차설아는 완전히 얼어붙은 채 의문의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고는 꼼짝하지 않았다.그녀의 뽀얀 얼굴에는 불그스름한 홍조가 띠었다.‘이 녀석...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성도윤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앞쪽을 바라보고는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미안, 잘못 잡았어.”말을 마친 그는 다시 손바닥을 기어에 올리고는 여유롭게 출발하기 시작했다.스포츠카는 ‘씽’ 소리를 내며 도로를 질주했다.차설아의 가슴은 지금 질주하는 스포츠카처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방금... 나 플러팅을 당한 거야?’“도윤 씨, 방금 플러팅 한 거야?”차설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운전에 집중한 남자를 바라봤다. 뾰로통한 얼굴은 다람쥐처럼 아담하고 귀여웠다.성도윤이 눈썹을 치켜들더니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차설아를 힐끔 보고는 되물었다.“당신 생각은 어떤데?”차설아는 턱을 만지며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나한테 플러팅 한 것 같아. 하지만 플러팅 기술이 너무나도 구려.”‘손을 잡으려면 멋있게 확 잡아야지, 뭘 또 잘못 잡았다고 그래? 차라리 눈이 멀었다고 하지.’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차설아는 계속 도발했다.“도현 씨한테 여심 공략 비법을 전수받았다며? 그런데 왜 아직도 그렇게 형편없는 거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보네.”얼굴색이 확 어두워진 성도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도현, 이 배신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사도현에게서 여심 공략 비법을 배운 것마저 부끄러운 일인데, 이 녀석이 감히 차설아한테 말해? 내 체면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야?’하지만 사도현을 생각한 성도윤은 곧바로 얼굴이 굳어졌다.“그 녀석, 지금 몸 상태는 좀 어때? 구조대원들의 말에 의하면 꽤 많이 다쳤다고 하던데.”차설아도 우수에 찬 눈빛으로 걱정스럽게 말했다.“많이 다치긴 했어, 오른쪽 종아리뼈가 에어컨 실외기에 맞아 부러졌거든. 날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다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 은혜를 어떻게 갚
성도윤은 당연히 차를 세우지 않았고, 오히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차씨 저택은 이미 폐허로 되었어. 허울만 남았는데 큰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어디로 가려고?”“어디든 돼, 큰집만 아니면 돼!”차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전셋집을 구해도 되고, 집을 하나 사도 돼. 이 넓은 세상에 나 차설아가 있을 곳이 없겠어?”“그럴 필요 없어!”성도윤도 단호하게 말했다.“큰집은 당신이랑 공동명의로 되어있잖아, 큰집도 당신의 집이라고. 이제 며칠 후에 당신 명의로 모두 넘겨줄 테니까 그때면 큰집은 완전히 당신 소유야.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팔아도 좋아.”성도윤의 말에 차설아는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큰집은 시가가 2000억은 넘었기 때문이다.성도윤에게서 2000억의 선물을 받았는데 계속 눈치 없이 주절거리면 안 되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차설아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날 쫓아낼 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서.”“뭐라고?”성도윤은 제대로 못 들은 듯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차설아는 얼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야, 큰집도 좋다고. 넓으니까 마음에 들어.”“좋은 건 알아가지고.”성도윤은 그제야 따지지 않고 집중해서 차를 큰집 쪽으로 몰았다.임채원이 떠난 후로 큰집은 마침내 이전의 평화를 되찾았다.차설아를 가장 놀라게 한 건, 바로 장미가 가득 심어졌던 정원은 다시 해바라기가 줄지어 있었다. 차씨 저택의 해바라기처럼 똑같이 화사하게 피어났기에 차설아는 기분이 좋았다.각박하게 굴었던 하인들은 차설아를 보더니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심지어 감격의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었다.“너무 잘됐네요. 사모님께서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언젠간 사모님께서 돌아오실 줄 알았어요!”집사인 이 아주머니가 감격에 겨운 얼굴로 말했다.차설아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이 아주머니, 나를 내쫓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맞아주시네요.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이 아주머니의 얼굴은 빨개지더니 곧이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