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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남자가 말하고는 차설아를 업고 창문에서 기어나가기 시작했다.

등에 사람을 업고 있었기에 그는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유난히 힘이 들었기에 팔에 힘을 꽉 주어야만 순조롭게 내려갈 수 있었다...

짙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오르면서 마치 죽음의 신이 그들을 ‘추격’하는 것 같았다.

사도현은 차설아를 업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가고 있었다. 빗방울처럼 땀이 뚝뚝 떨어지면서 얼굴을 스쳐 그의 옷을 적셨다.

그는 힘을 너무 준 나머지 잘생긴 얼굴은 핏대가 서고 빨갛게 달아오르기까지 했는데 그가 얼마나 괴로운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1층과 2층 중간쯤 되는 위치에 있어 위쪽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아래쪽은 단단한 바닥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사도현이 혼자였다면 그대로 뛰어내린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차설아를 업고 있으니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해야 했기에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차설아는 그런 사도현이 안쓰럽기도 했고, 고맙기도 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현 씨, 정 버티기 힘들다면 그대로 뛰어내려요, 그럼 우리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살 수 있겠죠.”

“헛소리하지 말라고!”

사도현은 목소리까지 잠겼다. 그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을 이어갔다.

“나 힘든 거 알면 그만 약 올려. 곧 내려갈 수 있을 거니까!”

남자는 주위를 살펴보더니 마침내 발 디딜 곳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힘이 남지 않아 이를 악물며 버티면서 등에 업힌 차설아에게 말했다.

“잘 들어, 이따가 설아 쨩을 에어컨 실외기에 놔줄 테니까 그 실외기를 따라 조심스럽게 착지하면 별문제가 없을 거야...”

“그럼 도현 씨는? 실외기 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잖아요. 날 거기에 놔주면 도현 씨는 어떻게 해요?”

“날 신경 쓰지 말고. 설아 쨩이 착지하면 내가 따라서 갈게!”

“하지만...”

“그만해. X발 설아 쨩이 얼마나 무거운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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