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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Penulis: 배시아
사도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냄새가 나? 차의 향기밖에 나지 않는데?”

“아니에요!”

예리한 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연기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엄청 강하게 나요!”

“연기 냄새?”

사도현은 다시 한번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차설아의 말대로 과연 연기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손을 저었다.

“신경 쓸 것 없어. 근처에서 누가 바비큐 파티를 하는 거 아닐까?”

“안 되겠어요, 나가봐야겠어요.”

차설아는 더는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찻실을 나와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아악!”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차설아는 깜짝 놀랐다.

저택 밑바닥에서 어느새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불은 순식간에 2층까지 번지면서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찼다.

“젠장, 언제 불이 붙은 거야?”

사도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불이 점점 거세지면서 순식간에 그들을 에워쌌다. 계단은 원목으로 만들어졌기에 엄청난 불길에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지금 당장 여길 떠나야 하는데 말이야...”

사도현은 다급한 나머지 큰 체구를 숙이더니 자기 등을 가리키고는 차설아에게 말했다.

“얼른 올라와, 밑층까지 내가 업고 갈게.”

차설아는 잠깐 멈칫했다.

털털한 사도현이 이렇게 의리가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센 불길 앞에서 혼자 살자고 도망간 것이 아닌 그녀의 목숨부터 살리자고 했으니 말이다...

차설아는 감동하여 이 은혜를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계단이 불에 타서 무너지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이때 계단으로 간다면 죽으려고 작정한 거라고요.”

차설아는 점점 가까워지는 불길을 보며 침착하게 분석을 시작했다.

“그럼 어떻게 해? 여기서 죽을 때까지 기다려? X발, 불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네. 이제 도망가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사도현은 다급한 마음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차설아를 기절시켜 그녀를 업고 현장을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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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설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의심이 가는 사람을 쓰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원칙이었다.현이가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든, 최소한 지금 그녀를 계속 곁에 둘 수는 없었다.“설아 씨, 제발 절 내쫓지 말아 주세요! 제 월급을 안 주셔도 괜찮아요. 하지만 제발, 제발 저를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만약 제가 쫓겨나면... 저희 엄마의 목숨이 위험해져요!”현이는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그 여자는 계획이 실패하면 평생 다시 엄마를 볼 수 없을 거라고 협박했었다.그렇기에 현이는 절대 이 집에서 쫓겨날 수 없었다.“그래서 누군가 현이 씨 어머님을 인질로 잡고 나를 해치라고 협박한 건가요?”차설아는 중요한 포인트를 짚으며 예리하게 물었다.“그게...”“다시 말하지만, 지금 말해 주면 제가 도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요.”차설아의 차분한 말에 현이는 한참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집 밖을 살폈다. 그 여자가 근처에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이를 악물며 말했다.“며칠 전, 한 여자가 저를 협박했어요. 그 여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얼굴도 몰라요. 항상 가면을 쓰고 있었고 굉장히 신비롭고 무서운 사람이었어요.”“매일 설아 씨가 마시는 음료에 약을 한 봉지씩 넣으라고 했어요. 총 열 봉지를 넣어야 하는데 오늘이 다섯 번째였어요. 만약 계획이 실패하면 그 여자가 저희 엄마를 죽이겠다고 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설아 씨, 정말 죄송해요!”“역시나 그랬군요.”차설아는 주먹을 살짝 쥐며 생각에 잠겼다.‘이런 짓을 할 사람이 누구일까? 여자라면... 설마 서은아?’하지만 서은아는 오히려 정면으로 공격하는 스타일이었고 이렇게 몰래 음모를 꾸미는 수법은 그녀답지 않았다.‘그렇다면... 대체 나와 어떤 깊은 원한이 있는 여자가 이런 수고를 들여 날 해치려 하는 걸까?’“설아 씨, 저를 신고하세요. 제가 이런 짓을 한 건 범죄라는 걸 알아요. 저도 죄책감에 너무 괴로워요!”현이는 완전히 무너진 듯 흐느끼며 말했다.차설아에 대한 죄책감과

  • 선 이혼, 후 집착   제1562화

    “아무것도 아니야.”차설아는 배경윤의 성격을 잘 알기에 당장은 이 이상한 점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기로 했다.현이는 최근 차설아를 돌보기 위해 고용된 가정부였다.성실하고 부지런한 성격에 차설아는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함께 지내며 그녀가 꽤 선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렇다면 도대체 왜 거짓말을 한 걸까?’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결국 배경윤을 적당한 이유로 돌려보낸 후, 현이를 방으로 불렀다.“부르셨나요?”현이는 부엌일을 마치고 손을 깨끗이 닦은 뒤 서둘러 방으로 올라왔다.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꼼꼼하고 성실한 그녀였기에 차설아도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오늘 제 커피에 설탕을 넣었다고 하던데요?”차설아는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아, 그거요? 제가 착각했어요. 그건 설탕이 아니라 프림 같은 거예요.”현이는 이미 배경윤이 그 일을 차설아에게 전할 거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그래서 부엌에서 일하면서도 미리 변명할 내용을 준비해 두었고 심지어 실제로 ‘커피 첨가제’라고 할 만한 것까지 마련해 두었다.“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차설아는 현이의 태연한 반응을 보고 오늘은 더 캐물어 봐야 소용없겠다고 판단했다.그래서 더 깊이 파고들지 않고 대화를 마무리했다.“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늘 할 일이 많아서요.”현이는 서둘러 방을 나가려 했다.예전에는 차설아와 대화할 때 항상 친근하게 수다를 떨기도 했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태도는 어딘가 달랐다.마치 빨리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 반응이 차설아에게는 더 의심스러웠다.차설아는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예전과 달랐고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완전히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우리가 현이 씨한테 그래도 잘해줬다고 생각했어요.”차설아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네? 아, 네! 설아 씨도 대표님도 그리고 민이 이모도 저한테 정말 잘해 주

  • 선 이혼, 후 집착   제1561화

    “정말 예상도 못 했어. 분명히 조치를 다 했는데 말이야.”차설아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하지만 이미 찾아온 생명이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잘 키울 생각이었다.“이건 운명이야! 아무리 막아도 올 아이는 오게 돼 있다니까! 하하하! 그런데 말이야, 성 대표, 또 아빠가 된다는 걸 알면 얼마나 좋아할까?”배경윤이 진심으로 차설아를 축하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좋아할 게 뭐가 있어... 사실, 지금 우리 상황은 아이를 가질 때가 아니야.”차설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지금은 그녀와 성도윤에게 가장 큰 압박이 몰려오는 시기였다.정확히 말하면, 성도윤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밖으로는 성대그룹 대표 자리를 확고히 다져야 했고 안으로는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를 돌봐야 했다.그런 상황에서 아이까지 생긴다면 그는 혼자서 네 사람의 책임을 짊어져야 했다.이 부담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었으며 감정적인 부담이 더 컸다.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적들에게 잡힐 약점도 많아지는 법이었고 지금의 그들에게는 너무도 위험한 일이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이미 온 생명인데, 어쩌겠어? 애초에 달이랑 원이 가졌을 때도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잖아? 그런데 지금 얼마나 사랑스럽니? 후회해?”“당연히 후회 안 해.”“그럼 됐잖아!”배경윤이 단호하게 말했다.“게다가 이번에 태어날 아기가 달이랑 원이 장점만 쏙 빼닮았다고 생각해 봐! 완벽하지 않겠어?”“그러게... 그러면 정말 좋겠다.”차설아는 두 아이를 떠올리며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이제야 이 갑작스러운 생명이 조금씩 기대되기 시작했다.“임신 초기에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칼슘 보충해야 하나? 엽산도 챙겨야 하고, DHA도 먹어야 하지?”배경윤이 이미 휴대폰을 꺼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폭풍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뱃속 아이를 챙기며 태어나기도 전에 애지중지하는 모습이었다.“근데 이번 아기는 아들일까, 딸일까? 아니면 또 쌍둥이일 수도 있

  • 선 이혼, 후 집착   제1560화

    “임신이라고...?”차설아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더니 고개를 단호하게 저으며 말했다.“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 없어.”“정말 그런지 아닌지, 테스트해 보면 알겠지.”배경윤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내가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 올게. 잠깐만 기다려!”그녀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곧바로 근처 약국으로 달려가 임신 테스트기를 사 왔다.배경윤이 다시 돌아왔을 때, 가정부 현이가 커피에 무언가를 섞고 있었다.“현이 씨, 그게 뭐예요?”배경윤이 커피잔을 흘끗 보며 물었다.“어... 아무것도 아니에요!”현이는 당황한 듯 허둥지둥 커피를 쏟으며 말했다.“설아 씨가 커피가 많이 쓰다면서 설탕을 좀 많이 넣으라고 해서요.”“그래요?”배경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설아가 단 커피를 좋아한다고? 입맛이 바뀌었나?’분명 차설아는 블랙커피만 선호했었다. 하지만 배경윤은 지금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차설아를 찾으러 갔다.차설아는 처음엔 테스트하기를 꺼렸다.어차피 임신일 리가 없는데 뭐 하러 하냐고 거절했지만 배경윤이 끈질기게 떠들어대는 바람에 결국 마지못해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그리고 얼마 후,“꺅!”배경윤의 날카로운 비명이 집안에 울려 퍼졌다.“진짜 임신이잖아! 내가 뭐랬어! 네가 원래 그렇게 활기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축 처지고 졸린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라니까!”차설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에 배경윤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한편으로는 기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지난번에 네가 달이랑 원이 가졌을 때 내가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잖아. 이번엔 달라! 내가 반드시 널 전적으로 돌볼 거야. 꼭 좋은 대모가 되고 말겠어!”배경윤은 차설아의 팔을 붙잡고는 벌써 세 아이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하며 설레했다.마치 자신이 임신한 것처럼 들떠서는 말을 이었다.“근데 성도윤 그놈, 이번엔 진심일까? 진심이라면, 우리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 아버지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해야지. 아이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9화

    만약 할아버지마저 성진의 꾀에 넘어갔다면 앞으로 가문에서 그의 발언권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지위도 그보다 아래로 내려가게 될 터였다.이런 일들을 생각하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지만 차설아까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성도윤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나에겐 당신과 아이들만 있으면 돼.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자, 이제 자자.”성도윤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차설아를 안은 채 조용히 말했다.“...”예민한 차설아는 그의 말투에서 나는 실망감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도 덩달아 걱정이 되어 어떻게 되던 그를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다음 날 아침성도윤은 또다시 성대그룹으로 향했고 배경윤은 집에 머물며 차설아를 돌보기로 했다.“다시는 설아를 데리고 밖에 나가지 마. 또 어제 같은 일이 생기면 이번엔 정말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성도윤은 떠나기 전에 배경윤에게 여러 번 신신당부했다.“알았어, 알았다고! 절대 안 데리고 나갈게. 설령 데리고 나가더라도 걱정 마, 이제 내 목소리도 돌아왔잖아. 누가 감히 어제처럼 날 괴롭히면 정말 지 엄마도 못 알아볼 정도로 만들어 줄 거야.”배경윤이 우유를 마시면서 신나서 떠들어댔다.성도윤은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시끄러운 여자야. 차라리 말 못 하는 게 나았을지도... 대체 사도현은 어떻게 견디는 거야?’성정엽이 떠난 후, 배경윤은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고는 차설아가 어젯밤 몰래 방문한 오두막으로 향했다.차설아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도 없었다.“아직도 안 일어났어? 요즘 너 왜 이렇게 게을러졌어? 예전 같지 않네.”배경윤이 침대 옆에 앉아 축 늘어진 차설아를 보며 감탄했다.“으음... 몰라. 요즘 너무 졸려. 너무 여유롭게 지내서 그런가 봐. 자꾸 나태해지네.”차설아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중얼거리듯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도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꼈다. 평소에는 활력이 넘치던 그녀였는데 요즘은 마치 기운이 쭉 빠진 것처럼 앉아 있는 것조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8화

    “위치 추적 장치?”성도윤은 깜짝 놀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대단한데? 내 몸에 추적 장치를 달아놓고도 내가 전혀 몰랐다니. 영화 속 첩보 요원도 너만큼은 못 하겠다.”차설아는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하죠! 난 영화 속 첩보 요원보다 훨씬 대단하거든요. 그러니까 나 잘 모셔야 해요. 괜히 나한테 못되게 굴었다간 아주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걸요?”그녀는 자신만만하면서도 살짝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어찌 감히 여왕님께 잘못하겠습니까? 남은 생애,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흠, 그거면 됐어요. 아주 착하네!”차설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성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졸리고 추워 죽겠어요! 빨리 이불 속으로 안내해요.”이렇게 지내다 보니, 그녀는 어느새 그와 함께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오늘 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가 곁에 없어서일 것이다.그래서 결국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어서 와. 이불 속은 이미 따뜻하게 데워놨지.”성도윤은 능청스럽게 ‘충실한 침대 보좌관’처럼 행동하며 그녀를 이불 속으로 이끌었다.차가운 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서로를 감싸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차설아는 옆으로 돌아누워 다리를 오므린 채 마치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처럼 몸을 웅크렸다.성도윤은 뒤에서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그 온기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보호막 같았고 덕분에 차설아는 금세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성도윤은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여보, 우리 오늘 밤에 그 두 유치한 녀석들 갈라놓은 거... 혹시 너무한 거 아닐까?”그가 말한 ‘두 유치한 녀석’이란 당연히 사도현과 배경윤을 뜻했다.솔직히, 그 둘은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였고 아마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오늘 밤 자신들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좀 더 심각해져 이러다가 정말 절교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성도윤의 머리가 아파졌다.“혹시 사도현이 끝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7화

    “그게 뭔데?”“두 사람 서로의 감정을 확실히 깨닫고 흔들림 없이 서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줄 그 한 가지.”차설아는 이번만큼은 저 두 사람이 깨닫기를 바랐다.그녀와 성도윤도 그 기나긴 길을 돌아왔기 때문에 그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사람은 함께 많은 일들을 겪어야만 ‘이 사람을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차설아와 배경윤의 긴 대화가 이어질수록, 밤은 더욱 깊어졌다.배경윤은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다 지쳐 잠들었고 그녀의 뺨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하지만 차설아는 도무지 잠이 들지 않았다.지금의 이 고요함이 너무 불안했다. 이렇게 평온할 때일수록 더 큰 위기가 다가오는 법이었다.같은 시각, 성진의 차가 그녀의 집 아래에 멈춰 서 있었다.가로등 불빛이 차 위로 희미하게 드리웠고 차 안의 남자는 어둠과 빛 속에서 조각 같은 얼굴을 드러냈다.그 역시 때로는 빛 속에 머물고 때로는 어둠 속에 숨어 지내면서 가끔은 스스로조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사실, 그는 이미 한참 전부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저택 안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대화 소리도 들었고 차설아가 실명한 게 사실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그렇다면 그녀의 눈을 누구에게 줬을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성진은 차를 몰고 오는 동안 머릿속에 수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그는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미친 듯이 소리치고 싶었다.“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했어? 왜 네 소중한 눈을 나 같은 인간한테 줬냐고!”하지만 정작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해 그렇게 따져 묻고 눈을 돌려주려 했던 순간, 그는 망설였다.그는 한때 지옥을 경험한 사람이었다.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 절망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얼마나 처참한지 아직도 잊지 않았다.그리고 한 남자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속옷 하나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챙길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 얼마나

  • 선 이혼, 후 집착   제1556화

    위층에서도 차설아와 배경윤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숨죽여 통곡하던 배경윤이 갑자기 흥분해서 소리쳤다.“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말할 수 있다고! 드디어 목소리가 돌아왔어!”배경윤이 눈물을 닦고 기쁨에 겨워 차설아를 와락 끌어안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설아야, 나도 목소리 되찾았으니까, 너도 분명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꼭 방법을 찾아볼게!”“잘 됐어! 네 목소리가 돌아온 건 정말 다행이야. 아니면 우리 전투력이 너무 약해질 뻔했잖아. 팬들 상대로 밀려서 너무 힘들었어.”차설아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었다.오늘 오전, 그녀와 배경윤이 무기력하게 몰려다니며 반격조차 못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경윤이 목소리를 잃었기 때문이었다.대학교 시절, 차설아, 배경수, 그리고 배경윤은 유명한 삼총사였다.셋이 무적이었던 이유는 각자의 역할이 명확했기 때문이었다.차설아는 ‘물리적 공격’을 담당했고, 배경수는 ‘두뇌 플레이’를 맡았다. 그리고 배경윤은 ‘언어 공격’을 담당했다.하지만 지금 차설아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물리적 공격’ 능력이 반감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배경윤마저 목소리를 잃었으니, ‘언어 공격'도 무용지물이 된 셈이었다.그렇다 보니 팬들이 둘을 조롱하며 몰아붙이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맞아! 만약 내가 오늘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저 미친 팬들 제대로 박살 냈을 거야! 아까, 정말 속이 터지는 줄 알았어. 내가 제대로 반격도 못 했잖아! 안 되겠어, 사도현 찾아가서 다시 따질 거야!”배경윤이 소매를 걷어 올리며 당장이라도 사도현과 한바탕 말싸움을 벌일 기세였다.차설아는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이기고 싶다면 지금은 절대 그를 찾아가면 안 돼. 그리고 당분간 연락도 하지 마. 만약 그가 진짜 너에게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너에게 만족할 만한 답을 줄 거야.”“그 답을 내가 받을 수나 있을까? 그냥 당장 그랑 싸우는 게 속이 더 후련할 것 같은데.”“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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