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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작가: 배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네 사람은 분위기 좋은 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사도현과 성우는 원래 사이가 안 좋았지만, 이번 소송을 통해 생사를 넘나드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성 변, 우리 한잔해. 성 변의 재치있는 말솜씨가 없었다면 난 끝장났을 거야. 우리 집 영감탱이가 분명 내 다리를 부러뜨렸을 거라고!”

사도현은 자신의 와인잔을 들고 성우의 와인잔에 부딪쳤다.

성우는 대표인 차설아를 잊지 않고 챙겼다.

“저한테 감사할 필요 없으세요. 전 그저 우리 보스의 도구일 뿐이에요. 보스의 명령이 없었다면 전 이 소송을 맡지도 않았겠죠.”

“맞아. 설아도 같이 한잔해.”

사도현은 와인잔을 차설아를 향해 치켜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앞으로 너를 설아 쨩으로 부를게.”

말을 마친 사도현은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삭막했던 나의 삶에 당신은 한 줄기 햇살처럼 다가와...”

차설아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노래를 주의 깊게 듣더니 눈썹을 치켜 올렸다.

“사도현 씨,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네요? 반할 뻔했어요.”

“이제야 알았어?”

차설아의 말을 들은 사도현은 신이 나서 입방정을 떨었다.

“나 한때 업계에서 알아주는 러브송 왕자였어. 나의 창작 실력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빠졌다고, 하마터면 데뷔할 뻔했잖아? 나 인기 있는 가수한테 곡도 써준 적 있어. 안 믿어지면 도윤이 형한테 물어봐...”

사도현은 옆에 앉은 성도윤을 보며 물었다.

“맞지? 형. 말 좀 해줘!”

성도윤은 고개를 숙인 채 스테이크를 썰며, 잘생긴 얼굴로 거리감 느껴지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는 기분이 언짢은 듯 ‘찌익찌익’ 소리를 내며 스테이크를 썰더니 차갑게 말했다.

“말이 참 많아. 꿈이 만담가야?”

“형, 왜 말을 그렇게 속상하게 해!”

사도현은 좀 난처해졌다.

“난 늘 말이 많았어. 왜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래? 내가 형한테 뭐 잘못했어? 왜 갑자기 화를 내?”

“화 안 났어!”

성도윤은 스테이크를 씹으며 차갑게 대답했다.

오늘의 스테이크는 유난히 이에 끼어 성도윤은 매우 불쾌했다.

“말하는 꼴을 보니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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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성도윤의 안색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코웃음을 쳤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아무튼, 차설아가 그 어떤 남자를 가까이해도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흥은 무슨 흥이야, 도윤 형, 이래도 질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 얼굴이 완전 붉으락푸르락한데 말이야...”사도현이 말을 이어갔다.“전에 설아 쨩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사실이야. 도윤 형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한 여우 년이라고 생각했어. 성씨 가문의 인맥과 힘을 빌려야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여자인 줄 알았다고. 설아 쨩과 같이 있으면 형만 불행해질 것 같았어...”“하지만 이제 두 사람이 이혼한 후에야 설아 쨩이 엄청 대단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 천신 그룹과 성운 법률사무소를 되살렸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집 땅까지 임대했어. 아마 큰일을 벌일 것 같은데 말이야. 절대 연약한 사람이 아닌 강인한 사람이야! 나 설아 쨩 엄청 존경해!”사도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우도 차설아를 칭찬하기 시작했다.“당연하죠, 우리 보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지략이 있고, 계획도 잘 세워서 우리 법률사무소의 세 변호사는 모두 보스를 잘 따라요. 성운 법률사무소 모든 직원들이 이렇게 으쌰으쌰 열정적인 모습은 처음 봐요. 더는 예전의 축 처진 분위기가 아니라고요. 보스가 그만큼 매력이 있으니까 우리도 잘 따르고 있겠죠?”차설아는 두 남자의 칭찬에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저야 자유를 회복했으니 활기가 넘쳐서 그렇죠.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성도윤은 그들의 칭찬에서 유용한 정보만 쏙 빼내 들었다. 그는 미간을 구기며 차설아에게 물었다.“땅까지 임대했어? 뭘 하려고 그래?”“그건 성도윤 대표님께 알릴 의무가 없지 않나?”“설마 직접 상품을 만들려는 건 아니지?”“역시 성도윤 대표님은 똑똑하시네. 하지만... 절반밖에 맞추지 않았어.”차설아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천신 그룹은 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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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는 차씨 저택 앞에 도착했다.사도현이 차를 멈추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괜찮은 곳이긴 한데, 인기가 좀 없네. 몇 년 전에 여기 귀신 나타났다면서? 그래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났다고. 혼자 이 큰 집에 사는 거 무섭지 않아?”차설아가 웃으며 말했다.“귀신이 뭐가 무서운데요, 사람이 귀신보다 훨씬 무섭죠. 사람도 안 무서워하는데, 귀신은 더 무서워할 리가 없죠.”그녀는 안전 벨트를 풀고는 조수석 문을 열어 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사도현은 긴 팔을 운전대에 올려놓은 채 여자의 모습을 보던 중 갑자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뻔뻔스럽게 말했다.“차라도 한잔하자고 안 하네?”차설아가 고개를 돌리더니 뽀얀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드리웠다.“당연히 되죠, 집에 마침 좋은 보이차가 준비되어 있어요.”활짝 핀 붉은 장미처럼 환하고 빛난 차설아의 미소에 사도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는 괜히 수줍어하더니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기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그럼 실례할게요.”두 사람이 차에서 내린 후 차씨 저택으로 향했다.요 며칠 동안, 차설아와 민이 이모의 노력 끝에 차씨 저택은 더는 예전처럼 낡고 잡초가 가득한 피폐한 곳이 아닌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꿈나라처럼 환했다.“우와, 저택이 겉으로는 그럭저럭해 보이지만 안은 상쾌하고 우아하네. 신경 좀 썼겠어?”사도현이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기지개를 쭉 켜며 더 뻔뻔스럽게 말했다.“집에 빈방 있어? 나 여기서 며칠 있으면 안 돼? 숙박비는 호텔 방값 열 배로 계산해줄게...”“어휴, 설아 쨩은 모르겠지만 그 소송 때문에 요즘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릴랙스가 필요하다고. 몸을 회복하기엔 여기가 그 어떤 휴양지보다도 좋은데?”사도현은 전혀 예의를 차리지 않았고, 마치 본인이 주인인 양 소파에 축 늘어졌다.“너무 뻔뻔스러운 거 아니에요? 적당히 해요!”차설아가 말하고는 벽장을 열어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한 보이차를 꺼내 사도현을 위해 우리기 시작했다.민이 이모는 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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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현이 또 물었다.“...”차설아는 웃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여 차를 음미했다.“안 알려주면 내가 직접 찾아봐야지.”사도현은 휴대폰을 꺼내 검색창을 열어 해바라기 꽃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답을 얻고는 곧바로 큰 목소리로 읊었다.“해바라기 꽃말은 동경과 숭배, 기다림, 영원한 사랑이네... 설마 도윤이 형을 향한 설아 쨩의 마음이 이렇다는 거야?”“...”차설아가 고개를 돌리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해바라기만을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도현은 눈치 없이 꼬치꼬치 캐물었다.“그렇게 도윤이 형을 사랑한 거였어?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는 거야? 전에는 설아 쨩이 단순히 도윤이 형에게 빌붙으려고 가까이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차설아가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예전엔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을 사랑했는데 이젠 아니에요. 지금은 정신을 차려서 절대 그 사람한테 목을 매지 않겠어요. 이미 마음을 비웠으니 맞는 사람만 있다면 바로 그 사람에게 마음을 줄 거예요.”“잠시만!”사도현은 곧바로 예리하게 정보를 포착하고는 따져 물었다.“이미 마음을 비웠으니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마음을 줄 거라고? 그러니까 아직 마음 맞는 사람 없단 말이야?”“그게...”차설아는 자신의 속마음이 탄로나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도현은 그녀가 배경수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마음 맞는 사람을 아직 못 만났다는 건 당연히 그에게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난감해할 필요 없어. 남녀가 충동적인 마음에 사랑을 나누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사도현은 경험자의 자태로 차설아를 이해하는 듯이 말했다.“설아 쨩이랑 배경수는 딱 봐도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사이야,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배경수는 철딱서니 없는 애야, 나보다 더 믿을 수 없는 인간이라고. 하루빨리 아이를 지우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될수록 빨리 헤어져.”“아, 그게... 생각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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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냄새가 나? 차의 향기밖에 나지 않는데?”“아니에요!”예리한 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연기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엄청 강하게 나요!”“연기 냄새?”사도현은 다시 한번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차설아의 말대로 과연 연기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손을 저었다.“신경 쓸 것 없어. 근처에서 누가 바비큐 파티를 하는 거 아닐까?”“안 되겠어요, 나가봐야겠어요.”차설아는 더는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찻실을 나와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아악!”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차설아는 깜짝 놀랐다.저택 밑바닥에서 어느새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불은 순식간에 2층까지 번지면서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찼다.“젠장, 언제 불이 붙은 거야?”사도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불이 점점 거세지면서 순식간에 그들을 에워쌌다. 계단은 원목으로 만들어졌기에 엄청난 불길에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어떻게 해, 어떻게 해? 지금 당장 여길 떠나야 하는데 말이야...”사도현은 다급한 나머지 큰 체구를 숙이더니 자기 등을 가리키고는 차설아에게 말했다.“얼른 올라와, 밑층까지 내가 업고 갈게.”차설아는 잠깐 멈칫했다.털털한 사도현이 이렇게 의리가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거센 불길 앞에서 혼자 살자고 도망간 것이 아닌 그녀의 목숨부터 살리자고 했으니 말이다...차설아는 감동하여 이 은혜를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계단이 불에 타서 무너지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이때 계단으로 간다면 죽으려고 작정한 거라고요.”차설아는 점점 가까워지는 불길을 보며 침착하게 분석을 시작했다.“그럼 어떻게 해? 여기서 죽을 때까지 기다려? X발, 불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네. 이제 도망가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사도현은 다급한 마음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차설아를 기절시켜 그녀를 업고 현장을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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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말하고는 차설아를 업고 창문에서 기어나가기 시작했다.등에 사람을 업고 있었기에 그는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유난히 힘이 들었기에 팔에 힘을 꽉 주어야만 순조롭게 내려갈 수 있었다...짙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오르면서 마치 죽음의 신이 그들을 ‘추격’하는 것 같았다.사도현은 차설아를 업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가고 있었다. 빗방울처럼 땀이 뚝뚝 떨어지면서 얼굴을 스쳐 그의 옷을 적셨다.그는 힘을 너무 준 나머지 잘생긴 얼굴은 핏대가 서고 빨갛게 달아오르기까지 했는데 그가 얼마나 괴로운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그들은 지금 1층과 2층 중간쯤 되는 위치에 있어 위쪽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아래쪽은 단단한 바닥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사도현이 혼자였다면 그대로 뛰어내린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차설아를 업고 있으니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해야 했기에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차설아는 그런 사도현이 안쓰럽기도 했고, 고맙기도 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도현 씨, 정 버티기 힘들다면 그대로 뛰어내려요, 그럼 우리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살 수 있겠죠.”“헛소리하지 말라고!”사도현은 목소리까지 잠겼다. 그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을 이어갔다.“나 힘든 거 알면 그만 약 올려. 곧 내려갈 수 있을 거니까!”남자는 주위를 살펴보더니 마침내 발 디딜 곳을 찾았다.하지만 그는 힘이 남지 않아 이를 악물며 버티면서 등에 업힌 차설아에게 말했다.“잘 들어, 이따가 설아 쨩을 에어컨 실외기에 놔줄 테니까 그 실외기를 따라 조심스럽게 착지하면 별문제가 없을 거야...”“그럼 도현 씨는? 실외기 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잖아요. 날 거기에 놔주면 도현 씨는 어떻게 해요?”“날 신경 쓰지 말고. 설아 쨩이 착지하면 내가 따라서 갈게!”“하지만...”“그만해. X발 설아 쨩이 얼마나 무거운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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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설아는 기절한 사도현을 끌고 거센 불바다를 뚫고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지금의 그녀는 기진맥진하여 사도현과 같이 바닥에 드러눕고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찬 바람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차설아를 스쳐 지나갔다.그렇게 차설아는 처음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위잉! 위잉! 위잉!”소방차 울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소방대원들은 불을 끄려고 구조장비를 챙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몸은 좀 어때요?”흰색 가운을 입은 구조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차설아와 사도현에게 다가오며 물었다.차설아는 재빨리 바닥에서 일어서고는 까매진 얼굴로 말했다.“저는 괜찮으니 이 사람 빨리 살려주세요. 다리가 부러져서 당장 처치가 필요해요!”“이 사람은 저를 구하기 위해 다친 거예요. 무슨 수를 쓰든, 어떤 대가를 치르든 꼭 이 사람을 살려야 해요. 제발요...”차설아가 구조대원들의 팔을 붙잡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방금 사도현의 상태를 잠깐 살펴봤었다.사도현 오른쪽 종아리뼈가 선명하게 튀어나왔는데 부상이 매우 심각한 듯했다.만약 사도현이 이 일 때문에 다리를 못 쓰게 된다면 차설아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꼭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구조대원은 차설아를 위로하며 의식을 잃은 사도현을 구급차에 태웠다.차설아도 원래 차에 타려고 했는데, 뒤돌아보니 이미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저택을 바라보고는 마음이 한없이 아팠다.그녀는 갑자기 뭔가 떠올렸는지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그러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바다로 뛰어들려고 했다.“이봐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너무 위험하니 당장 거기서 나와요!”소방대원이 그녀를 말렸다.하지만 차설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제 물건, 저에게 엄청 중요한 물건이 아직 안에 있어요. 그거 가지러 가야 해요!”“불길이 너무 세요, 지금 들어가면 죽음을 자초하는 거라고요. 아무리 중요한 물건이라고 해도 생명보다 더 중요할 수 없으니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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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도 오도자의 그림은 높이 걸려있었기 때문에 아직 불타지 않았다. 그는 소화기로 주변의 불을 끄고는 재빠르게 그림을 챙겼다.하지만 차설아가 말한 ‘지도’는 위층 침실에 있었기 때문에 찾으러 가기엔 상당히 위험했다...“돌아오라고, 성도윤. 미친 짓 그만하고 빨리 돌아와!”차설아는 목이 터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참다못해 직접 불바다로 뛰어들 셈이었다.하지만 멀리서, 성도윤은 아빠가 가장 사랑했던 그림을 든 채 불길에서 걸어 나왔다.성도윤은 차설아와 똑같이 얼굴이 연기에 그을려 시커메졌다. 그는 손에 화상을 입었고, 옷과 바지는 너덜너덜해진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그는 자기를 애타게 기다린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품에 든 그림을 꺼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미안해, 나 최선을 다했어. 당신이 말한 지도는 도저히 못 찾겠어.”차설아는 남자의 초라하지만 진정성 있는 모습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바보 아니야? 불에 타서 죽으면 어떻게 해? 당신이 죽으면 나도 더는 살 수 없다고. 그걸 몰라서 그래?”그녀는 주위를 신경 쓸 겨를도 없어 곧바로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마치 잃어버린 보물을 되찾은 듯, 다시는 놓지 않으려 했다.“...”커다란 몸집의 성도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손에 그림을 쥔 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활활 타오르는 불 때문에 미친 듯이 더웠는데, 지금 이 순간, 마치 감전된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했다.‘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여자가 처음 이렇게 마음을 다해 안겼던 것 같은데?’예전에 성도윤은 차설아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긴 했지만 차설아는 항상 주눅이 들어 그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뜨거운 사랑을 그에게 전하고 있었다.“자, 그만 울어. 나 성도윤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있나? 바다에 절대 빠지지도 않고, 불에도 절대 타죽지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돼.”성도윤은 보기 드물게 눈물을 흘리는 차설아를 위로하며 말했다.차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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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윤은 박성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박성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도윤이 데려온 의사라는 말에 성도윤처럼 나쁜 사람인 줄 알고 경계했다.“경윤아, 그러지 마. 박 선생님은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오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준 분이야. 오빠가 깨어날 수만 있다면 차씨 가문의 은인이 될 분이거든.”차설아는 다시 일어나더니 박성훈한테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박 선생님, 죄송해요. 경윤이는 늘 저를 아껴주고 보호해 주는 사람이라 이런 일에서는 예민하게 굴거든요.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병원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죠. 만나본 보호자 중에서 제일 정상적인 반응이거든요. 저는 이해해요.”박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저 말고 성 대표님께 고맙다고 해야죠. 저는 수술할 생각이 없었는데 성 대표님이 간절하게 부탁했고 제가 좋아하는 바다낚시까지 같이 해주셔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바다낚시 내기에서도 졌으니 성 대표님 말대로 수술해야 했어요.”“성도윤이 어렵게 모신 분인 건 알고 있었어요. 나중에 오빠가 깨어나면 인사하려고요.”“잘 생각했어요.”박성훈이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말을 이었다.“생각이 많으면 마음이 힘들 거예요. 사실 생각처럼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일은 없으니 마음 편안하게 먹고 환자분이 깨어나길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박성훈은 사무실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오후 4시라서 박성훈이 말한 시간까지는 아직도 4시간이나 남아있었다. 배경윤은 차설아가 또 쓰러질까 봐 걱정되었다.“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밥부터 먹자.”“괜찮아. 난 배고프지 않아. 오빠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오빠가 일어나야 내 마음도 편해질 것 같아.”차설아는 병실 밖에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차성철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이러다가 또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오빠도 네가 이러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배경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9화

    배경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그 나쁜 놈은 아니겠지? 아니라고 말해.”차설아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그래도 도움받았잖아.”“아...”배경윤은 주먹을 꽉 쥔 채 머뭇거렸다. 차설아한테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고는 목적, 증언, 사건 발생 시간으로 보았을 때 성도윤이 배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 성도윤을 범인으로 몰아갈 수 없었다. 만약 이 말을 꺼냈다가 차설아와 성도윤이 싸우게 된다면 손해 보는 건 차설아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성도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설아야, 그저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성도윤을 너무 믿지 마. 성도윤이 어떤 사람인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진심을 드러내지 말고 계속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알겠지?”배경윤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했다.“나도 알아. 지금까지 성도윤을 용서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오빠 얼굴에 남은 흉터를 볼 때마다 성도윤이 떠올라서 화가 솟구쳐 오르거든... 성도윤이랑 잘 해볼 생각이 아니라 그저 좋은 의사를 데려와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차설아는 수술실을 바라보면서 말했고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눈에 핏줄이 가득 서렸지만 차성철이 나올 때까지 쉴 수 없었다. 성도윤에 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차설아의 마음이 아팠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았고 애매모호한 선을 넘지 않았다. 지금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더 마주치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을 위한 일이었다.“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더 이상 그 사람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건 알지만 항상 경계해야 해. 그 사람이 얼마나...”“알겠어. 곧 수술이 끝날 테니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오빠가 무사히 나오기를 바라면서 기다리자.”차설아는 배경윤의 말을 끊었다.“그래. 같이 기다려보자.”배경윤은 슬픔이 가득 서려 있는 차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8화

    사도현은 턱을 쳐들더니 거만하게 말했다.“내가 바로 배경윤 남자 친구예요.”사도현의 말에 같이 식사하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회사 대표가 당당하게 공개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뭐?”배경윤은 어이가 없었다. 사도현이 미친 짓을 저지를 줄 예상 못했는지 사도현을 향해 부르짖었다.“사도현, 너 정말 미친 거야?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헤어진 지 얼마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남자 친구라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찬영 오빠 앞에서 공개하다니...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구나. 내 미래의 남자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사람한테 알려주려고 작정한 거야!’“내 말이 틀렸어? 우리 사귀는 사이 맞잖아.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온 첫 번째 날에 어떻게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잤겠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사도현이 피식 웃더니 부르짖는 배경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배경윤의 시선을 느끼면서 이제야 자신의 것을 되찾은 것 같았다.“그, 그건...”배경윤은 말문이 막혔다. 설명하면 할수록 말려드는 것 같아서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때 진찬영이 입술을 깨물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만약 두 사람이 한방에 들어가는 것이 사귄다는 증거라면, 사도현 씨는 배경윤 씨가 아니라 윤설 씨의 남자 친구인 것 같은데요? 윤설 씨 곁을 떠난 적이 없잖아요. 도대체 두 분 중에서 누구의 남자 친구인지 헷갈리네요. 아니면 두 분을 속여서 양다리를 걸친 게 아닐까 싶어요.”진찬영의 말을 들은 배경윤은 반격할 수 있는 틈을 찾았다. 그러고는 도덕적인 면에서 사도현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맞아요! 같은 방을 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날에 남은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랬어요. 우리 두 사람 모두 외양간에서 자기 싫었거든요. 그날 밤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윤설 씨랑 사도현 씨 사이는 각별했어요. 정성을 다해서 보살핀 여자랑 사귀는 것 같은데 왜 나를 언급하고 난리야! 난 너처럼 미친놈이랑 사귈 바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7화

    그 말을 들은 장윤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장윤태가 다급히 뜯어말렸다.“집에 갈 정도로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죠! 그런 설정을 할 생각도 없었어요. 찬영이도 커플 설정을 원하지 않을 테니 강요할 수 없었거든요. 다들 장난치는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장윤태는 게스트들이 말하는 커플 중 한 쌍이 진찬영과 배경윤임을 확신했다. 옆에 앉아 있던 사도현은 굳은 표정으로 진찬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장 감독님,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배경윤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개인적인 일로 해안시에 다시 돌아가야 해요. 프로그램 촬영하는 동안 정말 재밌었어요. 게다가 찬영 오빠랑 커플로 촬영할 수 있다고 하면 더 행복했을 거예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해요.”“잘생긴 남자라면 다 좋아하나 보지?”말을 마친 사도현은 혼자서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장윤태는 배경윤을 설득하지 못하자 재빨리 다른 제안을 했다.“급한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곧 연애 예능 촬영이 있는데 그때 시간이 되면 우리 찬영이랑 같이 게스트로 출연하지 않을래요?”“좋아요!”배경윤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진찬영과 함께 촬영할 수 있다면 무슨 프로그램이든지 무조건 출연할 것이다. 진찬영과 떨어지려니 아쉬웠지만 돌아가서 차설아의 곁을 지켜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작별 인사를 했다.“배경윤 씨랑 같이 출연한다면 저도 좋아요.”진찬영은 배경윤을 향해 말했다. 애초에 진찬영은 배경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이 마을까지 달려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배경윤이 있는 곳에 꼭 따라갈 것이다.“그럼 두 사람이 사인한 계약서 말고 다른 계약서를 준비할 테니 이제 만나서 얘기해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으면 이 프로그램 계약서대로 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장윤태는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너무 기쁜 나머지 술을 마시면서 껄껄 웃었다.“안 돼요.”사도현이 차갑게 말했다.“배경윤은 너무 바빠서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할 시간이 없을 거예요.”배경윤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6화

    사도현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누가 진찬영을 밀어주든지 상관없이 배경윤에게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재벌가 아가씨의 마음을 얻으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윤설 씨가 사도현 씨한테 빌붙어서 드라마 여주인공 역만 맡는 것처럼요?”진찬영이 말을 이었다.“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도 사도현 씨랑 같은 줄 알고 섣불리 판단할 수밖에 없겠죠. 더 이상 의미 없는 대화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진찬영이 가마뚜껑을 열어보자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추어탕 안에 청양고추를 넣으니 배경윤이 좋아하는 매콤한 추어탕이 완성되었다. 사도현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할 때, 진찬영이 추어탕을 옮겨 담고는 주방을 나섰다. 사도현은 불을 피우면서 흘러나오는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두 남자의 대결은 사도현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여러분, 오늘 메뉴는 추어탕이에요! 어서 드셔보세요!”진찬영은 환하게 웃으면서 쉬고 있던 게스트들을 불렀다. 배경윤은 터벅터벅 걸어 나와서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 진찬영이 해준 밥을 먹어서 기쁘긴 했지만 웃을 힘조차 없었다.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진찬영은 직접 국을 떠주면서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고 다시 생각해요. 배경윤 씨를 위해 만든 건데, 한 입도 먹지 않으면 좀 속상할 것 같거든요.”“아, 죄송해요. 생각할 게 많아서 신경 쓰지 못했어요.”배경윤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추어탕을 먹기 시작했다.“먹어봤던 추어탕 중에서 제일 맛있어요!”“당연히 그렇겠죠. 추어탕에 진찬영 씨의 사랑이 가득 들어갔으니 맛없을 리가 없잖아요. 우리 같은 구경꾼들은 배경윤 씨가 부러워 죽겠다니까요!”“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분이 누군가를 위해서 직접 미꾸라지를 손질했다니깐요. 보통 정성이 아니에요! 그 여자 덕분에 저희도 이렇게 맛있는 추어탕을 먹어보네요.”추어탕을 맛보던 게스트들이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진찬영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들으면서 배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5화

    윤설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나는 그렇다고 한 적 없어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 더 알려줄 것도 없고요. 정말 궁금하다면 의심 가는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보세요.”배경윤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이미 배후가 밝혀진 마당에 더 캐묻는 건 멍청한 사람이나 할 짓이었다. “그리고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새겨들어요. 도현 씨랑 성도윤은 생사를 함께 겪은 형제이니 도현 씨를 멀리하는 게 좋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도현 씨는 성도윤 편을 들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차성철이 수술했다는 것을 성도윤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게다가 성형외과 의사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윤설은 배경윤의 반응을 지켜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사실 성도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성도윤이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연관된 일이긴 하지만 그게 결국 성도윤의 일이 되는 거지. 난 사실만 말했으니 아무 잘못도 없어. 배경윤, 이제는 도현 씨 곁에서 떨어져!’“난 성도윤이 그런 일을 벌일 줄 알았어요! 천하의 나쁜 놈 같으니라고...”윤설의 말을 들은 배경윤은 모든 것이 성도윤과 연관된 일이라고 확신했고 사도현이 성도윤을 도와주었다고 여겼다. ‘계속 여기에 남아있어서는 안 돼. 얼른 해안시로 돌아가서 설아한테 알려줘야지. 그놈 때문에 또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어! 설아야, 조금만 기다려줘!’주방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은 두 남자의 대결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진찬영은 앞치마를 두르고 소매를 올린 채 두부를 썰었다. 집중하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있어서 여자든 남자든 진찬영에게 반하고 말 것이다.하지만 부뚜막 앞에 앉아 불을 피우고 있는 사도현은 진찬영을 노려보기에 바빴다. 사도현은 장작을 진찬영의 팔이라고 생각하면서 두 토막으로 끊이고 불 속에 집어넣더니 차갑게 말했다.“우리 둘밖에 없으니 솔직하게 말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예요? 돈 때문이라면 원하는 만큼 줄 테니 말해봐요. 얼마면 되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4화

    배경윤은 윤설이 단둘이 얘기하자는 말에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하지만 이 일은 차설아 친오빠의 목숨과 연관된 일이었기에 윤설의 의도를 알면서도 함정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내 방으로 가서 단둘이 얘기해요.”배경윤은 앞장서서 사도현과 지냈던 방으로 들어갔다. 박지영은 윤설을 방까지 부축한 뒤, 재빨리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윤설은 울퉁불퉁한 방바닥, 구멍이 난 천장과 낡아서 당장이라도 망가질 것 같은 침대를 보면서 말문이 막혔다.윤설은 미묘한 감정이 들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현 씨랑 이런 방에서 같이 지낸 거예요?”“네. 침대도 푹신하고 공기가 좋아서 잘 잤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배경윤은 윤설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말을 먼저 꺼낼 줄 몰랐다. 사도현은 배경윤과 같은 침대에서 잤지만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윤설 곁을 지켰다.‘이런 것까지 질투하는 건가?’“쓰레기 소각장 같은 곳에서 도현 씨가 지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요. 도현 씨는 결벽증 때문에 이런 곳에서 자지 못했을 거라고요.”“쓰레기 소각장이라고요?”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방이 아니면 외양간에서 소랑 같이 자야 하거든요. 이 정도면 꽤 좋은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윤설 씨가 결벽증인 것 같아요.”“도현 씨가 배경윤 씨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맞네요. 배경윤 씨를 위해서 이런 누추한 방에서 자고 더러운 진흙으로 들어가 배경윤 씨를 안아 들다니... 내가 배경윤 씨를 얕잡아 봤네요.”윤설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배경윤은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입을 열었다.“본론만 얘기하세요. 배후가 누구기에 성형외과 의사한테 전화하게 된 거죠?”“말해도 배경윤 씨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걸요?”윤설은 차갑게 웃더니 거만한 눈빛을 하고서 배경윤을 훑어보았다. 배경윤이 목을 치려고 하는 배후는 손을 뻗을 수도 없을 만큼 높은 곳에 있었다.“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하더라도 알 건 알아야겠어요. 더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 배후가 누구인

  • 선 이혼, 후 집착   제1323화

    게스트들은 사도현의 표정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불을 피우러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이러 가는 것 같은데요?”옆에서 듣고 있던 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네가 불을 피운다고?”그러고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너처럼 귀하게 자란 도련님들은 장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불을 피우다니, 네가 듣기에도 웃기지 않아?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주방에서 나오는 게 도움이 되겠어.”배경윤은 불을 피우고 진찬영이 요리할 때 옆에서 도와주려고 했다. 그런데 사도현이 갑자기 끼어들어서 몹시 당황했다.‘사도현은 왜 자꾸 끼어들려고 하는 거야! 찬영 오빠랑 같이 경운기를 타려고 할 때, 찬영 오빠랑 미꾸라지를 잡을 때, 찬영 오빠랑 같이 요리하려고 할 때 계속 방해만 하잖아. 명색이 엔터테인먼트 대표라는 놈이 이렇게 한가해도 되는 거야?’“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불 피우는 건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아니면 여자가 옆에 있어야 요리할 수 있다는 건가? 세상에 그런 바보가 있을 리가 없잖아.”사도현은 팔짱을 낀 채 진찬영을 쳐다보면서 배경윤한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사도현의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사도현은 일부러 진찬영을 저격했다.“너 자꾸 함부로 말할 거야?”배경윤은 화가 나서 사도현을 노려보았다. 팬으로서 누군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여우 같은 놈, 여자가 없으면 요리를 못하는 놈이라고 욕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괜찮아요.”진찬영이 피식 웃더니 배경윤의 팔목을 잡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는 배경윤 씨가 옆에서 보고 있어야 안심이 되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혼자 하겠다고 설치다가 일을 망치던데요?”진찬영은 사도현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사도현 씨께서 불을 잘 피울 수 있다고 하셨으니 믿어야죠. 다들 쉬고 계세요. 다 되면 알려드릴게요.”진찬영과 사도현은 주방으로 들어가서 아무 말 없이 각자 할 일을 했다. 마당에 앉아 있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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