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고개를 들었고, 아픔을 참느라 붉게 물든 두 눈은 진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부진석 씨,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예요?!”진석은 손을 내밀더니 하영을 다시 눕히려 했다.그러나 하영은 진석의 손을 뿌리치며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진석은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무슨 일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면 잘 누워 있어.”하영은 이를 악물었다.“나 혼자 누울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도 이 일들을 분명하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네요!”“그래.” 진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하영이 침대에 누운 후에야 진석은 입을 열었다.“지금 소예준과 캐리의 상황을 알고 싶은 거야?”“맞아요!” 하영은 단호하게 말했다.“난 아직 현장에 가보진 않았지만, 그들은 아마 죽었을 거야.”이 말을 듣자, 하영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믿을 수 없단 듯이 진석을 바라보았고, 눈빛은 점차 촉촉해졌다.“지...” 하영은 목이 쉬었다. “지금 뭐라고요?”진석은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그들은 아마 죽었을 거라고.”“죽었다니요?!”하영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더 이상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부진석 씨,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진정해, 하영아.” 진석은 하영의 가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이 상처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잖아?”하영은 손가락을 꽉 쥐었다.“이 일은 또 어떻게 알았죠?!”진석은 입술을 구부리더니 가볍게 웃었다.“내가 양다인더러 너에게 총을 쏘라고 시켰거든.”순간, 하영의 머릿속에는 마치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차가운 호수에 빠진 것 같다고 느꼈다.“하영아.” 진석은 천천히 말했다.“사실 너 그때 귀국하지만 않았어도 난 너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텐데. 네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정유준은 이미 큰 고통을 겪고 있었으니, 난 천천히 그 남자를 무너뜨리면 되거든. 그러나 넌 다시 돌아왔고, 심지어 또 한 번 정유준을 선택했기 때문에, 나도 너한테 모질게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어.”
‘유준 씨가 탄 헬리콥터가 사고를 당했다고?’‘그래서 유준 씨가 죽었다니?’‘아니야, 이건 사실이 아닐 거야!’하영은 고개를 세게 가로저었다.“날 속이지 마요. 난 당신의 말을 믿지 않을 테니까. 지금 날 무너뜨려서 유준 씨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은 거잖아요! 우리 오빠도 무사하고, 캐리도 무사할 거예요! 이건 전부 당신이 꾸며낸 거짓말이니까!”진석은 하영이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천천히 침대 머리맡에 놓인 하영의 휴대전화를 들었다.“내가 말한 모든 거, 전화로 한 번 확인해 봐.”진석은 태연자약하게 말했다.핸드폰을 보자, 하영은 얼른 손을 뻗었다.‘허 비서에게 전화를 해야 해!’‘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야! 틀림없어!’하영은 주소록을 뒤졌고, 분명히 시원의 전화를 저장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조급해서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눈물은 하영의 눈가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렸다.그렇게 감정이 무너지며 인내심이 닳은 순간, 하영은 시원의 전화를 찾았다.떨리는 두 손은 하영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몇 초 후, 시원은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시원의 무거운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울렸다.시원의 목소리에 하영은 더욱 불안해졌다.“허, 허 비서, 유준 씨는?!”전화기 너머에 있는 시원은 침묵했다.하영도 자신의 감정을 극력 억제하며 시원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그러나 한참을 기다렸지만 시원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하영은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그녀는 핸드폰을 꽉 잡으며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물었다.“유준 씨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묻잖아!!”“죄송합니다, 아가씨.” 시원은 정중하게 사과했다. “대표님은... 사고를 당하셨습니다...”이 말을 듣고 하영은 눈물을 왈칵 쏟았다.“무슨 사고?! 똑똑히 말해 봐!!”시원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대표님은 원해 헬리콥터를 타고 귀국하시려고 했는데, 그 조종사가 하필이면 대표님을 죽이려는 사람이었습니다...”시원은 블랙박스
진석은 화끈거리는 뺨을 어루만지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하영아, 날 때리면 안 되는데.”이 순간, 하영의 가슴에 난 상처가 찢어져 피는 끊임없이 그녀의 옷을 적셨다.그러나 하영은 마치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처럼 피가 이렇게 흘러내리도록 내버려두었다.“뭐가 안 되는데?” 하영은 울면서도 미친 듯이 웃었고 눈시울은 새빨개지더니 이를 갈며 소리쳤다.“난 당장이라도 당신을 죽이고 싶은데!!”진석의 시선은 하영의 피로 물든 옷에 떨어졌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하영아, 너에게 만약 그럴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날 죽일 수 있어.” 진석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휴식을 좀 취해야 하지 않겠니?”“내 이름 부르지 마요!! 구역질 나니까!!”하영은 구역질을 참으며 가슴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부진석, 난 당신과 8년 동안이나 알고 지냈는데!! 당신이 이런 짐승일 줄은 정말 몰랐네요! 퉤!! 우리 엄마가 뭘 잘못했는데요?! 도우미 아주머니는요?! 캐리와 우리 오빠도요! 그리고 유준 씨는 무슨 잘못을 했죠! 난 또 무슨 잘못을 했냐고요?! 왜... 대체 왜? 왜!!!”하영의 안색이 붉어졌다가 다시 파랗게 변하는 것을 보고, 진석은 웃음을 점차 거두었다.“이건 나중에 내가 천천히 말해주지.”말하면서 진석은 일어섰다.“오늘부터 넌 이 병실에서 치료 받아.”하영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뭐 할 건데요?! 날 가두려는 거예요?! 부진석 씨, 지금 무슨 자격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거죠?!”진석이 발걸음을 멈추자, 하영은 그가 설명하려는 줄 알았다.그러나 그는 몇 초 밖에 멈추지 않았고, 더 이상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병실을 떠났다.하영은 바로 이불을 젖히며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려 했다.문을 여는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하영의 앞을 가로막았다.하영은 그들을 힘껏 밀어내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나 나가게 해줘! 부진석 씨! 날 내보내라고!!”복도에는 점점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와 하영의 메아리소리
생각하며 희민의 시선은 침대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세희에게 떨어졌다.그녀의 작은 얼굴은 아무런 감정도 없을 정도로 차가웠고 눈빛도 예전처럼 빛나지 않았다.마음이 아픈 희민은 세희의 곁으로 걸어가며 작은 손을 내밀어 세희를 품에 안았다.“세희야, 참을 필요 없어. 울고 싶으면 울어, 오빠가 있잖아.”세희의 이마는 희민의 가슴에 닿았고, 앳된 목소리는 점차 잠기더니 나지막이 울부짖었다.“희민 오빠.”“응, 오빠 여기 있어.”“아빠도 죽은 거야?” 세희의 목소리는 희민의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로 차가웠다.“미안.” 희민의 눈시울을 붉혔다.“나도 잘 모르겠어...”세희는 머리를 움직이더니 목소리는 더욱 괴로웠다.“엄마 말 들었지? 삼촌, 캐리 아저씨, 아빠는 모두 죽었어. 이 모든 것은 다 부진석 아저씨가 한 거야.”희민은 세희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소리 없이 그녀를 위로했다.평소에 세희는 그들 중 가장 감성적인 아이라서 무슨 일 있으면 가장 떠들썩했다.그러나 지금, 세희는 눈물조차 흘리지 않아 희민은 왠지 모르게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는 세희에게 문제라도 생길까 봐 매우 두려웠다.세희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더니 눈을 감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희민은 고개를 숙여 세희를 바라보았는데, 그녀가 숨을 고르게 쉬며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은 더욱 복잡해졌다.그러나 지금, 어떻게 위로를 해도 전부 허사였다.눈을 감은 세희는 어느새 꿈나라에 빠졌다.꿈속에서.세희는 또다시 선녀 언니와 하얀 강아지를 보았다.다만 이번에 선녀 언니와 하얀 강아지는 세희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그녀가 가까이 가고 싶어도 그들은 여전히 세희와 거리를 두었다.세희는 따라잡을 수 없어 조급하게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선녀 언니, 흰둥이!!”말이 떨어지자, 앞의 두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어서 나타난 사람은 온몸이 축축한 캐리였다.세희는 눈을 부릅떴다.그녀는 흠칫 놀라며 서둘러 쫓아갔다. “캐리 아저씨!!”세희의 목소리에 캐리
세희는 알아듣지 못했다. 캐리가 몸을 돌리자, 그녀도 따라서 앞으로 걸어갔다.“캐리 아저씨...”캐리는 세희를 등진 채, 주먹을 꽉 쥐었고 이를 악물었다.‘세희야, 이젠 정말 안녕이야. 넌 꼭 엄마 말 잘 듣고 건강하게 자라야 해.”“가지 마요!” 세희는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캐리는 못 들은 것처럼 그렇게 떠났다.세희는 끊임없이 캐리의 뒤를 쫓아갔다.하지만 캐리가 떠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세희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그렇게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세희는 털썩하고 땅에 넘어졌다.세희는 바닥에 엎드려 큰 소리로 울었다.“아저씨... 세희 아파요. 돌아와서 세희 안아줘요. 제발 세희를 안아주세요... 세희 앞으로 다신 아저씨 비웃지 않을게요. 세희를 강아지처럼 데리고 산책 나가도 돼요. 그리고 세희도 아저씨에게 맛있는 거 해 줄게요... 흑흑흑, 캐리 아저씨... 돌아와요...”병실 안.가위에 눌린 듯한 세희의 울음소리가 모두의 귀에 들려왔다.송유라는 세희를 계속 깨웠지만, 세희는 도통 눈을 뜨지 못했다.세준과 희민 두 사람은 조급한 목소리로 세희의 이름을 불렀고, 역시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캐리 아저씨... 캐리 아저씨.”세희는 캐리의 이름을 울부짖었다.송유라와 두 아이는 저마다 멍해졌다.세희의 멈추지 않는 눈물과 고통으로 가득한 작은 얼굴을 보면서 세준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세준은 세희의 손을 놓아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깨울 필요 없어요.”희민과 송유라는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은 시선을 거두었다.“캐리 아저씨는 틀림없이 세희의 꿈속에 있을 거예요. 그들더러 마지막으로 만나라고 해요.”희민과 송유라는 침묵에 빠졌다.현장에서.수사대는 많은 사람들을 파견했지만, 한바탕의 수색 끝에 그들은 여전히 예준을 찾지 못했다.주희는 제자리에 서 있으며 몇 시간이나 움직이지 않았다.소희원은 참지 못하고 주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우리 오빠랑 무슨 관계죠?”주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예준 오빠는 내가 가장 좋
그리고 소진호는 재빨리 차에 다시 올라탔다.그렇게 그는 운전석에 앉아 멍을 때렸다.‘이 사람들은 또 누구지?’‘설마 부진석이 보낸 사람들인가?’소진호는 왠지 모를 공포를 느꼈다. ‘아이들과 유라는 틀림없이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리고 하영이도 무사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경호원들은 문을 지킬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왜 병원에 있냐 이거야.’‘경찰에 신고해야 할까?’잠시 생각한 후, 소진호는 먼저 유준에게 연락하여 현재의 상황을 상의하기로 결정했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지만 오직 유준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안내음이 들릴 뿐이었다.소진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또 전에 남긴 시원의 번호를 뒤졌다.이번에 전화를 걸자, 시원이 받았다.소진호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네, 선생님...”“허 비서, 유준 지금 자네 곁에 있는 건가?”시원이 입을 여는 순간, 소진호는 바로 그의 말을 끊었다.시원은 한참 동안 침묵한 후에야 소진호에게 A국에서 발생한 모든 일을 설명했다.소진호는 듣고 나서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부진석 그사람... 이렇게도 독하다니?!!’‘이제 아무도 가만두지 않을 작정인 건가?’소진호는 마음속의 비분을 꾹 참았다.“알았네.”“전화하신 이유가 무엇이죠?”소진호는 방금 본 상황을 시원에게 알려주었다.시원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만약 괜찮으시다면 현욱 도련님과 기범 도련님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국내의 회사를 안정시킬 사람이 필요하지만, 저는 지금 A국에 있어서 잠시 몸을 뺄 수 없습니다...”소진호가 대답했다.“그래, 그럼 그들의 연락처를 보내줘.”“네.”전화를 끊은 후, 시원은 곧바로 기범과 현욱의 전화번호를 소진호에게 보냈다.소진호는 가장 먼저 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현욱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나 하영이 삼촌이다.”현욱은 멈칫했다.“안녕하세요, 아저씨. 저도 뉴스를 봤는데, 예준이는 찾았나요?”예준을 언급하자, 소
한참 후, 현욱의 손은 힘없이 드리워졌고 그는 어딘가를 쳐다보며 멍을 때렸다.슬픔은 소리 없이 퍼졌다.소진호는 그런 현욱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현욱아, 우리를 도와줘.”“범인은 누구죠?” 현욱은 어눌한 목소리로 물었다.소진호는 창백한 입술을 떨며 말했다.“부진석일 거야.”“부진석...”현욱은 힘없이 웃었다.“그 사람이 보기처럼 간단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다니!!”“지금 방법을 생각해서 하영이 그들을 구해야 해.”“이 일은 쉽지 않아요.” 현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기범이와 상의 좀 해야겠어요!”소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방법 있으면 가장 먼저 나에게 말해줘.”“네.”현욱은 카페를 나섰다.밖에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그는 한동안 넋을 잃었다.‘이틀 전까지만 해도 유준과 전화를 했었는데. 지금 유준이 떠났다니.’현욱은 눈시울을 붉혔고 정신을 차리며 차에 올라 기범에게 전화를 걸었다.기범은 바로 받았다.“기범아, 유준이...”“어?” 기범은 멍해졌다.“유준이 왜?”“죽었어.”기범은 말을 잇지 못했다.30분 후, 기범은 얼른 현욱과 인나네 집으로 달려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는 현욱이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기범은 거실로 들어가 현욱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현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이 모든 것은 전부 부진석이 한 짓이야.”“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기범은 이를 악물었다.“그 사람의 혐의가 가장 커.”“우리 지금 하영 씨와 아이들을 구해야 해.”현욱이 말했다.“유준을 위해서라도 우린 그들을 잘 보살펴 줘야 해.”기범이 말했다.“그 전에 먼저 A국에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아.”현욱은 기범을 쳐다보았다.“그건 또 무슨 뜻이야?”“유준처럼 똑똑한 사람이 정말 이렇게 죽었을 거 같아?” 기범은 단호하게 말했다.현욱은 눈살을 찌푸렸다.“허 비서는 블랙박스 속의 녹음까지 들었어!”“그럼 시체라도 발견했
정창만을 화를 내며 소리쳤다.“너희들 도대체 누구야?!”진석은 정창만 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았다.“그건 당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에요.”이때 앨리는 이미 서류를 가방에 넣었다.그녀는 진석의 곁으로 걸어갔다. “형욱 선생님, 가시죠?”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응.”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문 앞으로 걸어갔다.정창만은 계속 소리를 질렀다.“그 서류는 뭐야?! 왜 내가 사인해야 하는 거지?!”진석은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그저 유언장에 불과해요.”말을 마치자, 그들은 떠났다.정창만은 그들이 떠나는 방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형욱 선생님?’‘형욱?’‘이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그 유언장에는 도대체 무엇이 적힌 거야?!!’감옥에서 나온 뒤, 진석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개인 비행기 대기시켜. 이제 A국으로 가야 해.”“네, 선생님!”새벽 4시 30분, 현욱과 기범 두 사람이 A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원과 호진은 그들을 맞이했다.네 사람이 만난 뒤, 현욱은 시원에게 물었다.“수사대 쪽은 뭐래? 유준을 찾은...”말을 다 하지 못한 현욱은 이때 침을 삼켰다.“유준의 시체 말이야.”시원은 침묵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현욱의 표정은 시원의 대답에 결코 좋아지진 않았다.“회사는 지금 어떻게 됐어?” 기범이 물었다.“대표님께서 돌아가신 일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기에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부사장님은 곧 이 사실을 발견할 것입니다.”“배신자는?” 기범이 다시 물었다. “누구인지 알아냈어?”이 문제를 언급하자, 시원과 호진은 눈을 마주쳤다.시원이 말했다.“저와 호진은 지금 부사장님을 의심하고 있습니다.”“부사장??” 기범은 이유를 몰랐다.“나 김두범 그 사람 전에 본 적이 있어서, 아마 이런 사람이 아닐 거야.”시원이 말했다.“부사장님은 대표님더러 A국으로 오시라고 몇 차례나 재촉했지만 대표님은 줄곧 승낙하지 않았습니다. 후에 부사장님이 회사 서류가 도난당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