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후, 일행은 병원에 도착했다.송유라는 희민의 손을 잡았고, 예준은 세준의 손을 잡았으며 하영은 세희를 안고 내려왔다.세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영을 바라보았다.“엄마, 세희더러 독립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병원에 들어오자마자 날 안은 거예요?”하영은 침묵했다.지난번 세희가 병원에서 귀신을 본 후, 하영은 자꾸만 이곳에서 세희를 꼭 안지 않으면 나쁜 상황이 발생할 것만 같았다.하영은 아무 핑계나 댔다.“병원이 너무 커서 그래. 이따 병실에 도착하면 내려와.”세희는 하영의 목을 꼭 안았다.“헤헤, 엄마 역시 세희를 엄청 아끼고 있다니까요!”하영은 웃었다.“세희야, 너 지금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것들이 자꾸 보이는 거야?”세희는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잠시 생각했다. “지금 귀신을 말하는 거예요?”하영은 멈칫하다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가끔은 볼 수 있지만 가끔은 안 보여요...”세희는 아쉬워하며 말했다.하영은 유준이 지난번에 자신에게 전해준 노지철의 말을 떠올렸다.‘세희는 아직 영안이 열리는 중이라고 하셨어.’‘그러기 때문에 세희가 가끔 귀신을 볼 수 있는 건가?’“응, 그럼 알았어. 이따 병실에 들어가서 무서운 거라도 보면 꼭 엄마한테 얘기해, 알았지?”“알았어요, 엄마, 안심해요!”병실 앞에 도착하자, 송유라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병실 안, 소백중은 안색이 노랬고, 볼이 움푹 팬 채 병상에 누워있었다.두 눈을 꼭 감은 그는 산소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옆에 있는 기기에서는 그의 평온한 심박수를 나타내고 있었다.소백중을 보자, 세희는 하영에게 물었다.“엄마, 이 할아버지가 바로 예전에 엄마를 괴롭혔던 사람이에요?”하영은 놀라서 되물었다.“세희가 어떻게 알았지?”“아는 사람 엄청 많아요!” 세희가 말했다.“그래서 세희도 알게 됐어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 사람이 바로 엄마의 외할아버지야. 넌 외조부라 불러야 해.”“네, 알겠어요.”송유라는 희민을 한쪽의 소파에 앉혔고,
하영을 본 순간, 소백중은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 소백중은 그제야 반응한 듯 힘없이 입을 열었다.“이리 와.”하영은 세희를 세준의 곁에 내려놓은 다음, 곧바로 병상 앞으로 걸어갔다.예준은 일어서더니 하영의 손을 잡고 방금 자신이 앉은 자리에 그녀를 앉혔다.앉는 순간, 소백중은 천천히 긴 숨을 내쉬었다.그다지 맑지 않은 두 눈은 더욱 혼탁해졌다.“고생했구나.”하영은 여전히 담담하게 그의 말에 대답했다.“네.”“사람이 늙으면... 고집도 세고, 진실도 잘 보이지 않는 법이야... 너도, 내 참회를 듣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하영은 눈을 드리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받아들일게요.”소백중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하영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주영의 딸이라 그런지, 정말 주영을 똑 닮았구나...”말이 끝나자, 소백중의 시선은 또 하영 뒤에 있는 세 아이에게 떨어졌다.“그들은... 네 아이인가...”하영은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들더러 오라고 했다.꼬마들은 함께 일어나 병상 앞으로 걸어갔다.하영이 말했다.“외조부라 불러.” 세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백중을 외조부라고 불렀다.소백중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래... 참 착하구나...”말을 마치자, 소백중은 다시 숨을 길게 들이쉬더니 피곤한 듯 다시 눈을 감았다.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소백중이 다시 눈을 뜨고 입을 열길 기다렸다.그러나 한참을 기다렸지만 소백중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들은 바로 옆에 있는 기기를 보았는데, 그의 심박수가 여전히 정상인 것을 발견했다.송유라가 입을 열려는 순간, 세희는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영 그들은 즉시 시선을 세희에게로 돌렸다.세희는 얼른 작은 몸을 돌려 사방을 보았고, 맑은 두 눈은 멍하니 문 앞을 바라보았다.
소주영은 주위 사람들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세희를 바라보았다.“아가야,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세희는 소주영을 향해 작은 손을 내밀었다.“외할머니예요?”소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아가 너도 참 예쁘구나. 네 오빠들도 엄청 멋있고. 이 외할머니는 너희들이 너무 좋아.”“외할머니, 그런데 왜 갑자기 나타나셨어요?” 세희는 계속 물었다.소주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외조부를 데리러 왔거든.”“네?”세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어디로 가시려는 거예요?”“네 외조부가 외조모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소주영이 말했다.“안 돼요!” 세희는 작은 머리를 흔들었다.“외할머니는 예쁘고 상냥하시니까, 세희는 외할머니 곁에 있고 싶어요!”“그건 안 돼, 아가야.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있으니 너희들과 함께 있을 순 없어. 그렇지 않으면 아직 이 세상에 있는 너희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대가요?” 세희는 이해하지 못했다.“어떤 대가인데요? 외할머니, 왜 다른 사람들은 외할머니를 볼 수 없는 거죠?”소주영은 눈을 드리웠다.“그건 외할머니가 이미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야.”말을 마치자, 소주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맑은 눈을 바라보았다.“아가야, 나중에 그 할아버지한테 잘 배워서 외할머니를 떠나보내주면 안 될까?”비록 세희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소주영은 흐뭇하게 웃으며 다시 하영과 예준을 바라보았다.“아가야, 외할머니 대신 말 좀 전해줄래? 너희 엄마에게 이 외할머니를 원망하지 말라고 전해줘. 그동안 이렇게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삼촌한테도 전해. 매일 늦게까지 일하지 말고 푹 쉬라고. 아니면 외할머니도 마음이 아플 거야. 그다음 진외할머니에게 전해, 나 여기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마지막으로...”여기까지 말하자, 소주영은 목이 메기 시작했고, 그녀의 눈가에서는 새빨간 피눈물이 흘러
“또 없어?” 희민도 따라서 물었다.세희는 두 손으로 허리를 짚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외할머니는 오빠들 엄청 멋있고 아가인 내가 엄청 귀엽다고 하셨어!”소주영이 자신을 떠나보내라고 한 것에 대해 세희는 말하지 않았다.비록 세희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희는 한사코 이 비밀을 지켰다.돌아가는 길에서, 세희는 하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손짓을 했다.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내 얼굴에 뭐 있어?”“외할머니가 이렇게 하셨어요! 엄마를 어루만지고 싶었던 것 같은데, 결국 그러지 못하셨어요.”하영은 멈칫했다.“외할머니가 그랬다고?”“네!” 세희는 하영의 품에 안겼다.“엄마, 외할머니 엄청 예뻐요. 길고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닿았는데, 눈은 엄마와 똑같았어요! 그런데 방금 외할머니가 우실 때, 흘린 눈물은 빨간색이었어요.”하영은 세희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 빨간 눈물을 흘린 거지?’“그럼 외할머니께서는 우리를 다시 보러 오겠다고 하셨어?”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두 눈을 감았다.“아니요. 엄마, 세희 좀 피곤해요...”말이 끝나자, 세희는 작은 입을 벌리고 하품을 했다.“엄마 안아줘요, 세희 너무 졸려...”하영은 세희를 자신의 다리에 올려놓은 다음,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재웠다.MK에서, 유준은 기술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기술부 부장은 유준에게 자료 하나를 제출했다.“대표님, 이것이 바로 상대방이 방화벽을 돌파한 횟수입니다. MK의 지사를 모두 통계했으니 한 번 보시죠.”유준은 자료를 받아 자세히 훑어보았다.마지막까지 확인하자, 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A국 지사의 방화벽이 벌써 8회에 달했다니?!”A국의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지사는 공격당한 횟수가 3회조차 넘지 않았다. 상대가 어느 정도 정보를 장악하고 번갈아 공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유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일은 가능한 한 빨리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유준이 말했다.“질질 끌면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나도 알지,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먼저 주민과 아이에 대해서 설명해. 그럼 네 부모님들도 인나 씨에게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까.”현욱은 멈칫했다.“우리 부모님께 주민이 그들의 친손자를 죽였다고 말하라고? 그건 불가능해! 우리 엄마는 심지어 인나 씨 뱃속의 아이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하고 계셔!”“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야?” 유준은 코웃음을 쳤다.“배현욱, 너 남자 맞아?”“내가 왜 남자 아니야?? 나 주민 찾으러 갔잖아?!”“그래?” 유준은 현욱을 비웃었다.“넌 인나 씨를 사랑한다며 나불대기만 할 뿐, 그녀를 위해 변명할 용기조차 없잖아.”유준은 일어섰다.“내일 내 약혼식에 참석하러 와.”현욱은 멍해졌다.“무슨 약혼식?”“나와 하영의 약혼식.” 유준은 사무실 테이블 앞으로 걸어간 다음, 자리에 앉았다.현욱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그런데 왜 아무 기사도 없는 거지? 언론에 알렸어?”“오늘 저녁 12시, 그들더러 제시간에 발표하라고 했어.”정유준은 입술을 구부렸다.“난 내가 하영과 약혼한 일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릴 거야.”현욱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너와 하영 씨도 마침내 해피엔딩인 셈이네!”“너도 할 수 있어.” 유준은 현욱을 바라보았다.“현욱아, 너 네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생각해 봐. 현재 인나 씨의 상황이라면 넌 계속 그녀를 선택할 수 있겠어?”“난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인나 씨와 함께 할 거야!”현욱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난 인나 씨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전혀 두렵지 않다고! 그저 인나 씨가 내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유준은 현욱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그럼!”“앞으로 네가 감염될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고?”“물론이지!!”유준은 웃으며 말했다.“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이상
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영과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이때, 세 아이도 위층에서 내려왔고 캐리도 마침 전화를 끊었다.그는 하영에게 말했다.“G, 이거 다 정 대표가 해야 할 일인데, 결국 내가 대신하다니. 아이고. 너희 두 사람 약혼식에 오히려 내가 예비 신랑이 된 느낌이야.”하영은 아이들에게 작은 포크를 나누어 주었다.“방금 누가 고급스러운 와인만 고집한 거지?”캐리는 헤헤 웃었다.“나!”“그럼 나더러 와인을 바꾸라고 한 사람은 또 누구지?”“역시 나잖아.”“그럼 왜 여기서 비아냥거리는 건데?” 하영은 어이가 없었다.캐리는 중얼거렸다.“난 호텔에서 준비한 그 와인들 정말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그나저나 정 대표, 어째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 거예요??”유준은 캐리를 힐끗 보았다.“네가 내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으니까.”“됐네 됐어, 누가 너희들 부부 아니랄까 봐.”“부... 부부?”하영은 바로 얼굴을 붉히더니 얼른 사과 한 조각을 캐리의 입에 집어넣었다.“말 좀 작작해!!”유준은 하영을 바라보았다.“나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이것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하영은 유준에게 오렌지 하나를 건네주었다.“아니요. 약혼식 날짜를 촉박하게 잡은 데다, 당신은 또 회사 일 때문에 머리를 앓고 있잖아요. 이런 작은 일로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야.”유준이 반박했다.“이번 생에 나와 넌 단 한 번의 약혼식밖에 올리지 않을 거야.”하영은 유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그래요, 당신이 말하는 대로 해요.”“엄마.”하영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세희는 딸기를 먹으며 고개를 들었다.“엄마, 오늘 저녁에 일찍 주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왜?” 하영은 영문을 몰랐다.“일찍 주무시지 않으면 내일 기운 없을 거예요.” 세준이 말했다.“엄마는 예쁜 예비신부가 되고 싶지 않은 거예요?”하영은 아이들의 말에 얼굴이 뜨거워졌다.“아직 예비신부가 아닌데...”“내일 두 분 약혼하시
불꽃놀이가 사라질 때, 하늘에는 심지어 ‘약혼 축하합니다’라는 글자까지 나타났다.어두운 밤이어야 했지만 알록달록한 불꽃놀이가 허공을 밝게 비추었다.하영의 아름다운 얼굴은 그 빛에 휩싸였고,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눈 밑에서는 기쁨이 번쩍였다.유준은 건장한 팔로 뒤에서 하영을 껴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때, 마음에 들어?”하영은 유준의 품에 기대었고 순간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민폐 끼치는 거 아니에요?”“난 이런 거 고려해 본 적 없어.”유준이 말했다.“난 단지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이 우리의 약혼식이란 걸 알리고 싶었을 뿐이야.”하영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리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하영은 얼떨떨해진 채 핸드폰을 확인했다.‘대체 누가 이 시간에 나한테 이렇게 많은 문자를 보낸 거지?’휴대전화를 켜자, 하영은 그제야 회사 단톡방이 터진 것을 발견했다.모든 직원들이 그녀의 약혼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내가 약혼한 일은 그저 소 비서에게만 말했을 뿐, 아직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없어. 소 비서도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 절대로 함부로 말하지 않았을 텐데.’하영은 의혹을 안고 답장했다.[고마워. 그런데 이 일을 어떻게 안 거야?][사장님, 모르셨어요? 지금 실시간 검색어 장난도 아니에요!!][사장님, 지금 모든 매체에서 사장님과 정 대표님의 약혼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고요!][정말 대단해요, 사장님. 이렇게 되면 MK가 저희의 스폰서로 되는 건가요?!][그럼요! 누가 감히 우리 Tyc를 건드리겠어요!][이야, 그런데 정 대표님이 이렇게 로맨틱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지금 온 도시에서 불꽃놀이가 터지고 있단 말이에요! 너무 감동이야!]직원들의 문자를 보며 하영은 웃음을 머금고 답장을 했다.[약혼식 끝나면 다들 답례품 받을 준비해.][사장님 만세!][사장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행복한 신부가 될 거예요!][사장님, 약혼 축하드려요!]모두의 축복을 보면서 하영
하영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깨어났으니 잠이 안 와요.”유준은 허리를 숙이고 하영의 이마에 키스를 남겼다.“나 잠깐 나가야 할 것 같아. 좀 늦게 돌아올 거야.”하영의 유준의 손을 덥석 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나한테 말해주면 안 돼요??”유준의 눈동자는 어두워졌다.“정주원이 나타났어. 허 비서 그들이 그 자식을 발견했고.”“어디에서요??” 하영은 경악하며 물었다.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내 어머니의 묘원으로 가는 길일지도 몰라!”“묘원이요?!” 하영은 흠칫했다.“왜 거기에 가려는 거죠??”유준은 다시 똑바로 섰다.“만약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자식은 내 어머니의 무덤에 손을 댈 생각하고 있을 거야. 결국 지금 아무런 능력도 없으니 이 일로 화풀이할 수밖에 없겠지!”“정말 미친놈이군요!” 하영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빨리 가요! 경호원더러 운전하라고 하고, 가는 길에 꼭 안전에 주의해요!”“응,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하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음.”말이 끝나자, 유준은 침실을 떠났다.하영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를 했다. 7시 좌우, 그녀는 문을 열자 마침 주희가 문을 두드리려 하는 것을 보았다.하영을 보자, 주희는 기뻐하며 말했다.“언니, 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아침 먹어요! 대표님이 가기 전에 말했는데, 9시에 메이크업이 와서 언니 화장해 줄 거래요.”하영은 마음속으로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까다로운 일을 처리해야 하면서도 줄곧 날 생각하고 있었다니.’“그래.” 하영은 방에서 나와 어린이방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일어났어?”“오늘 아이들 데리고 훈련 좀 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미 아침 먹을 준비를 하고 있고요.”주희가 말했다.두 사람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식탁 앞으로 걸어갔다.아이들은 하영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일제히 식기를 내려놓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엄마, 약혼 축하드려요!!”하영은 웃으며 말했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