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을 켜는 순간, 수많은 문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모두 예준이 보낸 문자였다.양다인은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널 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너 날 위해 역시 이 세 가지 일을 해야 해.][첫째,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창만이 날 죽이려는 증거 (예를 들면 녹음) 를 손에 넣어야 해.][둘째, 집사가 너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생각해. 집사를 잡아야 정창만을 쓰러뜨릴 수 있으니까.][셋째, 정창만의 계획과 날 죽이려는 시간 및 방식, 가장 빠른 시간내로 나에게 알려줘. 그래야 나도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문자를 다 본 양다인은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요! 내 핸드폰은 절대로 들키면 안 되니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어르신의 서재에 녹음기를 숨기는 게 좋을 거예요.]주희의 억지에 주스를 마시고 있던 예준은 문자를 보고 바로 답장했다.[이 일은 나에게 맡겨. 일이 성사되면 내가 문자를 보낼 거야.]답장을 본 양다인은 한숨을 돌렸다.‘이제 난 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지옥으로 보내버릴 거야!!’이른 아침.현욱은 MK에 오라는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표 사무실에 들어섰다.유준이 양복 외투를 입는 것을 보고, 그는 물었다.“유준아, 이렇게 일찍 날 부른 이유가 뭐야?”유준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너와 함께 네 부모님을 찾아가려고 했는데. 싫으면 그냥 돌아가.”이 말을 듣자, 현욱은 눈을 번쩍 떴다.“정말? 정말 우리 부모님을 설득하러 가준다고??”“난 같은 말 두 번 하고 싶지 않아.”“가자!!”현욱은 감격에 겨워 대답했다.“지금 바로 가자!”차에 올라타자, 현욱과 유준 두 사람은 뒷좌석에 앉았다.현욱은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유준아, 너 어떻게 말할지 잘 생각한 거야? 우리 엄마가 많이 까다로워서.”“내가 왜 네 어머니를 찾아 가야 하는 건데?” 유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버지를 설득하는 게 더 간단하지 않겠어?”현욱은 잠시 생각했다.“그건 그렇지만... 우
유준은 배정일의 곁에 가서 진지하게 그 꽃병을 바라보았다.“색깔은 비록 아버님이 전에 소장한 골동품보다 조금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은 편이네요.”“그래...”배정일은 한숨을 내쉬셨다. “어떤 물건은 색깔이 아무리 좋아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만이지.”유준은 담담하게 배정일을 바라보았다.“지금 무슨 걱정이 있으신 거죠?”배정일은 솔을 내려놓더니 유준을 소파에 앉혔다. 그는 찻주전자를 들고 유준에게 물을 따랐다.“유준아, 네가 오늘 날 찾아온 이유가 바로 그 여자애 때문이겠지?”“네.”유준은 솔직하게 말했다.“현욱이 인나 씨를 엄청 좋아하거든요.”“좋아한다고 평생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 일시적인 충동에 불과하지.” “아버님은 인나 씨의 집안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 거예요, 아니면 인나 씨란 사람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 거예요?”“유준아, 너도 알다시피, 나한테 현욱이란 아들 하나밖에 없어. 그리고 그는 앞으로 배씨 집안을 물려받을 거고. 지금 김제의 다른 집안은 모두 호시탐탐 우리 3대 가문을 노리고 있지. 자칫하면 하늘에서 떨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내가 현욱의 혼사를 반대하는 것도 다 우리 가문을 위해서야.”“아버님은 왜 현욱의 능력을 믿고 싶지 않으신 거죠? 게다가 그들이 평생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이상, 그들이 도대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어쩌면 아버님의 말씀대로, 그들은 앞으로 질려서 헤어질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나 지금 반대할수록 그들은 점점 더 헤어지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결국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반항심을 가지고 있으니까.”아래층.현욱과 김서현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김서현은 계속 현욱을 노려보았다.“넌 나한테 할 말 없니?”현욱은 김서현을 상대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그러나 김서현은 오히려 쉴 새 없이 잔소리하기 시작했다.“왜? 내가 어제 그 불여우 때렸다고 화가 난 거야?”이 말은 현욱을 자극했고,
차에 타자, 현욱은 유준에게 물었다.“도대체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한 거야? 어떻게 그렇게 빨리 동의하실 수 있지?”유준은 의자에 기대며 잠깐 눈을 붙이려 했다.“조용히 좀 해.”현욱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일이 성공한 이상, 그는 지금 유준에게 고마움을 느낄 뿐이었다.집에 들어온 후, 현욱은 이 경사를 인나에게 알렸다.인나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나른하게 대답했다.“그럼 걱정거리를 하나 해결한 셈이겠네요.”현욱은 의문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기분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은데?”“그럼 기뻐서 박수라도 쳐줄까요?” 인나는 한숨을 내쉬었다.“내 부모님도 아직 우리 사이 모르잖아요.”인나는 마음이 우울했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비록 인나의 부모님은 성격이 괜찮았지만, 그녀가 결혼하기도 전에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다면...인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러니 그녀는 또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는가?“이건 간단해. 내가 아버님 어머님에게 선물을 미리 산 다음, 시간을 내서 찾아뵙는 거야. 내가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마.”인나은 힘없이 웃고는 소파에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후.하영이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을 때, 임수진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사장님, 프론트에서 전화가 왔는데, 누군가 사장님을 찾아왔다고 하네요.” 하영은 고개를 들었다.“누구지?”“염주강 씨라고 했습니다.”‘뭐? 주강 오빠가 찾아왔다고?’‘왜 전화도 없이 이렇게 찾아왔지?!’하영은 얼른 일어섰다.“빨리 내 사무실로 모셔!”임수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몸을 돌리려던 참에 하영이 소리쳤다.“아니다! 나 혼자 내려갈게!”말이 끝나자 하영은 곧장 사무실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주강은 수지를 데리고 홀에 앉아 기다렸다.하영이 나오자, 주강과 수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먼저 그녀와 인사를 했다.“하영 씨.” 주강은 웃으며 그녀를 불렀다.하영은 손을 내밀었다
“질문이 왜 그렇게 많아!” 하영은 캐리의 말을 끊었다.“이따 레스토랑 주소 보낼 테니까 바로 그곳으로 가.”“알았어, 알았어!”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또 임수진의 사무실에 가서 회사일을 분부했고, 그제야 주강과 수지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다.김제 호텔.가장 먼저 도착한 캐리는 가장 비싼 음식을 전부 주문했다. 하영은 호텔에 도착한 다음, 곧장 룸으로 갔다.캐리가 종업원을 찾아 술을 주문하려고 할 때, 하영과 딸을 데리고 있는 주강이 들어왔다.주강을 보자, 캐리는 얼른 가서 열정적으로 인사했다.“염 대표님,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김제에 놀러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주강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캐리.”캐리는 어리둥절했다. “저를 아세요?”“물론이죠, Tyc의 부사장님이니까.”하영은 캐리를 바라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너무 흥분한 거 아니야?”“흥분하지 않을 리가 있겠어?!”캐리는 이미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었다.“대표님은 아시아 석유계의 우두머리잖아!!”“과찬이에요.”“이렇게 겸손하지 마세요. 대표님. 혹시 술 드세요? 무슨 술 드시고 싶으세요?”캐리가 물었다.“미안해요. 내가 주량이 안 좋아서 술을 잘 안 마시거든요. 점심에 간단한 식사를 하면 돼요.”“그래요!” 캐리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조용히 옆에 서 있는 수지를 바라보았다.“대표님 따님이죠? 정말 예쁘게 생겼네요!”수지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 저는 염수지라고 하는데, 저를 수지라고 부르시면 돼요.”“수지야!” 캐리는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안녕! 난 캐리라고 해!”“다들 서 있지 말고 일단 앉아서 얘기하죠.”하영이 말했다.네 사람이 자리에 앉자, 종업원은 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식사하는 동안, 몇 사람은 마음이 통한 듯 그 누구도 회사에 관한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대표님, 오후에 G와 함께 김제의 풍경을 한 번 감상하시죠. 하지만 심심할 수도 있겠네요
[강 사장님은 팔자가 어쩜 그렇게도 좋은 걸까? 정말 부러워. 나도 이런 달콤한 사랑하고 싶다!!][염 대표님은 틀림없이 강 사장님 때문에 김제에 온 거야.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애인을 보러 오다니, 이게 진정한 사랑이지!!]심심한 네티즌들이 단 댓글을 보며 유준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사람들 지금 무슨 허튼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유준은 화가 나서 태블릿을 내팽개쳤다.“당장 이 기사 내려! 누가 이런 기사를 계속 보도하면 즉시 매몰해버려!”시원은 식은땀이 났다.“대표님, 그럼 아가씨 쪽은...”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 두 사람 잘 지켜보고 있어! 염주강은 틀림없이 목적을 가지고 갑자기 김제에 찾아왔을 거야!’ 만약 회사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면, 하영을 위해서야! 그는 이혼한 남자이니 아마도 자신의 아이에게 계모를 찾아주고 싶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라!”“계모를요??” 시원은 충격을 받았다.“아가씨도 매력이 참 많네요. 염 대표님이 얼마나 대단...”시원은 계속 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유준의 표정이 점차 차가워졌기 때문이다.시원이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준도 계속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주강은 좋은 남자로 유명하며 겸손한 동시에 또 매너가 넘쳤다.이런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었다.유준은 주강이 열렬하게 구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유독 하영이 그의 부드러움을 당해낼 수 없을까 두려웠다.잠시 생각한 후, 유준은 핸드폰을 꺼내 캐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주장이 김제에 온 이유를 알고 싶었다.한참 후, 캐리가 받았다.“또 무슨 일인데요, 정 대표님. 나 정말 바쁘거든요?”유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염주강이 김제에 온 이유가 뭐지?”“네? 염 대표님이 김제에 오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 캐리는 입을 삐죽거렸다.“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당연히 G를 찾아왔겠죠! 점심에 우리 같이 식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존귀한 사람이 비록 당신과 실력이
‘그런데 하영 씨의 아이가 왜 정유준과 함께 있는 거지?’‘정유준의 아들이 하영 씨의 아이들과 사이가 좋아서?’하영이 현관에 가서 마중을 나가자, 수지는 주강을 바라보았다.“아빠, 기분 안 좋아요?”주강은 웃으며 수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아니, 방금 딴 생각 하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걱정하지 마.”“네.”문밖에서, 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오는 유준을 바라보았다.“엄마!”세희는 재빨리 하영에게로 달려가 그녀의 다리를 꼭 안았다.이때 세준이 말했다.“넌 엄마한테 너무 매달려서 탈이야.”“세준아, 세희는 여자애니까 그렇게 혼내지 마.”세희는 세준을 향해 콧방귀를 뀌었다.“나처럼 엄마에게 애교를 부릴 수 없어서 질투하는 거구나!”하영은 아이들을 향해 웃으며 유준을 바라보았다.“왜 갑자기 아이들 데리고 온 거예요? 이따 내가 직접 찾아가려고 했는데.”유준은 안색이 좀 어두웠기에 말투도 따라서 거칠었다.“왜, 내가 오면 안 돼?”하영은 어이가 없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왜 화를 내고 그래요...”유준은 세 아이를 바라보았다.“추우니까 너희들 먼저 들어가!”세 아이는 걱정에 찬 눈빛으로 하영을 바라보더니 안으로 들어갔다.하영은 영문을 몰랐다.‘세 아이가 날 보는 시선이 좀 이상한데?’유준은 하영을 바라보았다.“염주강 지금 안에 있는 거야? 맞지?”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왜요?”“이젠 금방 알게 된 남자를 막 집에 데려오는 거야?”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넌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아냐고?”하영은 그제야 유준의 안색이 안 좋은 이유를 깨달았다.“지금 뭐가 걱정인데요? 염 대표님이 나에게 불리한 짓 할까 봐?”“3일밖에 알지 못한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 유준의 말투에는 질투가 가득했다.“두 사람 사이가 엄청 좋은가 봐?”하영은 골치가 아팠다.“그런 거 아니에요. 지금 우리 두 사람을 의심하는 거예요? 정유준 씨, 우린 단지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라고요!”“비즈니스 관계라면 이
‘염 대표는 인사를 하고 있는데, 이 남자는 도리어 비아냥거리다니.’하영은 그들과 말을 하지 않고 주방에 가서 주희와 함께 저녁을 준비했다.한쪽.세희는 수지를 훑어보았다.“이 아저씨의 딸이야?”수지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응, 난 양수지라고 하는데, 넌?”“난 강세희야!”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내 이름 정말 듣기 좋지?”세준은 물을 마시며 그녀를 비웃었다.“넌 이 세상에서 네 이름만 제일 듣기 좋다고 생각하지?”세희는 별안간 세준을 노려보았다. “남들 앞에서 나 비웃지 말아 줄래!!”세준은 다리를 꼬더니 유유히 소파에 기대었다.“싫은데.”세희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희민을 찾아갔다.“희민 오빠! 동생 단속 좀 잘하면 안 돼!!”억울한 희민은 묵묵히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좀 양보해.”“나 계속 양보하고 있는데.” 세준은 천천히 미소를 자아냈다.“왜, 세희야, 말로는 나 못 이기니까 다른 사람 찾는 버릇, 고칠 수 없는 거야?”세희는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것 같아!!!”말이 끝나자, 세희는 세준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몸에 펀치를 마구 날리기 시작했다.수지는 두 사람의 행동에 놀랐다.‘이 두 사람, 이렇게 활발하다니?’수지가 넋을 잃고 바라보자 희민이 얼른 설명했다.“많이 놀랐지? 우리 동생들은 성격이 좀 활발해서.”수지는 얼른 고개를 돌렸고, 뽀얀 작은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아니야, 아주 재밌는 것 같아.”희민은 수지의 미소를 쳐다보며 그만 멍해졌다.그리고 얼른 시선을 돌리더니 작은 얼굴이 빨개졌다.“그런가...”“응.” 수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나도 동생이나 오빠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집에 있을 때, 너무 심심하지 않을 테니까.”“자주 놀러 와도 되는데.” 희민이 말했다.수지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많이 불편해서 그래. 난 F시에서 왔거든.”희민은 오는 길에 유준과 시원이 이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었고, 어떻게 말을
“3일 동안의 시간은 비록 짧지만, 만약 내가 한 사람의 품행조차 알아볼 수 없다면, 또 어떻게 회사를 관리할 수 있겠어요?”“염 대표님은 하영이 마음에 아주 드나봐요.”유준은 차갑게 웃었다.주강은 웃으며 유준을 쳐다보았다.“만약 하영 씨의 인품이 좋지 않았다면, 정 대표님도 그녀와 친구로 되지 않았을 텐데.”“친구?” 유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우리가 그냥 친구 사이인 것 같나요?”주강의 미소가 굳어졌다.“이 말은 무슨 뜻이죠?”유준은 바로 말했다.“우리는 부부예요.”“풉-”이때, 웃음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다.유준은 표정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돌렸는데, 캐리가 배를 안고 계속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이봐요...”캐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이봐요, 정 대표님, 하하하, 우리 G는 아마 이 일을 모를 텐데요. 하하하...”주강은 캐리를 쳐다보았고, 미간을 천천히 펴더니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그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하영 씨는 정말 인기가 많은 것 같군요.”유준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불쾌해진 눈빛으로 캐리를 쳐다보았다.“나와 하영 사이에 아이가 있는 건 사실이잖아?”“그건 그렇죠!” 캐리는 웃다 흘린 눈물을 훔치며 소파로 걸어갔다. “하지만 두 사람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잖아요!”말을 마치자, 캐리는 주강을 바라보았다.“염 대표님, 여전히 기회가 있네요.”‘이 남자 지금 죽으려고!’유준의 어두워진 얼굴을 보면서 캐리는 속이 무척 후련했다.“캐리?” 이때 하영이 거실로 걸어왔다. “왜 여기에 서서 웃고 있는 거야?”캐리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물었다.“G, 너 결혼했어? 왜 난 이 일을 몰랐을까?! 우리의 우정을 배신한 거야!!”하영은 영문을 몰랐다.“내가 언제 결혼했는데?”“뭐야?!” 캐리는 놀라서 감탄했다. “그럼 정 대표님이 왜 두 사람이 부부라고 한 거지?!”하영은 고개를 돌려 안색이 무척 어두운 유준을 바라보았다.‘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그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