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연결되자 하영은 몸이 떨려오는 것을 억누르며 울부짖었다.“오빠! 정 어르신이 세희와 세준이를 데려갔어!”하영의 말에 소예준은 깜짝 놀랐다.“정 어르신이?”하영은 울면서 아침에 있었던 일을 소예준에게 얘기해줬다.“오빠, 나 이제 어떡하지? 정 어르신의 능력이면 세희와 세준이의 출생을 알아내기란 너무 쉬운 일이잖아!”“일단 진정해, 하영아.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고 곧 연락할게!”말을 마친 소예준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고, 정신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하영은 끝없는 공포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어마어마한 권력을 갖고 있는 정씨 집안을 상대로 내가 뭘 할 수 있지?’소예준이 옷을 입고 정씨 집안으로 출발하려 할 때, 정유준한테서 걸려 온 전화에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지금 어디야?”“중요한 일 아니면 이만 끊을게.”“강하영의 아이들에 관해 묻고 싶은 게 있어. 그러니까 지금 어디야?”화를 억누르는 듯한 정유준의 말투에서 슬슬 그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의 말에 소예준도 차분하게 이성을 되찾았다.‘어쩌면 정유준이 애들을 다시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소예준이 그에게 위치를 보내주자 반시간 뒤에 정유준이 별장에 도착했고, 소예준이 미처 얘기하기도 전에 정유준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비틀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나게 된 소예준은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며 표정도 험악하게 구겨지기 시작했다.“미쳤어?”정유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예준의 멱살을 잡아 올리고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소예준! 세준이와 세희, 너랑 하영이 아이야?”정유준의 말에 소예준은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왜 세준이와 세희를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거지?’“할 말이 없어졌어? 네놈이 5년 동안 강하영을 숨긴 거지?”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예준을 노려보며 위험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고, 소예준은 그런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게 중요해? 네가 강하영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내는 정유준의 모습은 어딘가 딱해 보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싸늘한 한기를 풍기고 있었다.“하나는 내 친구고, 하는 내가 20년 넘게 찾아다니던 여자였어!”피식 웃던 정유준의 붉게 물든 눈동자에는 감출 수 없는 서글픔이 묻어났다.“그래! 두 사람 아주 좋아!”몇 걸음 뒤로 물러나던 정유준이 말을 마치고 굳은 얼굴로 별장을 나섰다.쓸쓸하게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영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파왔다.“강하영 씨, 대표님께서 5년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허시원은 한숨을 내쉬며 하영을 향해 한 마디 남긴 뒤 정유준 뒤를 따라갔다.하영은 눈을 아래로 드리우며 억울한 마음과 상처받은 눈빛을 감췄다.‘유준 씨는 여전히 변한 게 없어. 여전히 혼자서 오해하고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잖아.’“하영아…….”소예준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가슴을 움켜쥐면서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나자, 하영도 얼른 정신을 차리고 훌쩍이며 예준을 부축해 줬다.“그래, 내가 상처를 치료해 줄게.”소예준은 하영의 곁에 앉았다.“하영아, 네가 그 자식이랑 다시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정말 미친놈이야.”하영은 묵묵히 구급상자를 찾아와 소예준 곁에 앉아 상처를 치료해 주기 시작했다.하영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던 소예준의 마음이 다친 곳보다 더 쓰라렸다.“하영아…….”“그만 얘기해!”하영이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을 끊어버리자, 예준도 하영이 약을 다 바를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상처를 다 치료하고 나서야 하영은 움직임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애들 일은 오해하도록 내버려 둬.”하영의 말에 소예준은 쓴웃음을 지었다.“그 미친놈이 설명할 시간을 주지 않더라고, 그래도 정유준이 이번에 우리 집에 와서 행패 부린 것을 빌미로 세준이와 세희를 데려올게.”“됐어, 급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아이를 데려오려고 할수록 의심만 더 사게 될 거야.”하영은 침착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허둥대는 모습은 오히려 빌미만 잡힐
같은 시각, 정씨 집안.세희는 세준의 품에서 끊임없이 흐느끼고 있었지만, 세준은 다섯 살 아이답지 않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 노인은 점점 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만약 이 아이가 정말 유준의 자식이라면 곁에 두고 잘 가르쳐야지. 나중에 어른이 되면 크게 될 놈이야!’정 노인은 흐뭇한 표정으로 세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얘야. 혹시 네 아빠가 누군지 이 할애비한테 얘기해 줄 수 있겠니?”세준은 세희의 등을 토닥여 주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정 노인의 물음에 대답했다.“저한테도 질문에 거절할 권리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궁금하시다면 직접 조사해 보세요.”“허이고, 이보게 서씨, 이놈 자식 말투 좀 보게.”정 노인은 어딘가 흥분된 모습으로 집사에게 말하자, 집사는 허둥대며 대답했다.“그러게 말입니다, 어르신. 언행이 꼭 셋째 도련님 판박이군요.”세준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나는 엄마를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 쓰레기 같은 아빠의 판박일 수 있어?’정 노인은 더없이 기뻤다.“얘야,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내가 섭섭지 않게 용돈을 쥐여주마.”“그래요? 얼마 주실 건데요?”“네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줄 수 있단다.”도발적으로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는 세준의 말에 정 노인이 호탕하게 대답하자 세준의 눈가에 교활한 빛이 스쳤다.“좋아요. 그럼 이제부터 저의 몸값을 계산해 볼까요? 엄마 회사의 지금 시가가 500억 정도거든요. 저의 아빠가 정유준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알기로 그의 몸값은 이미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알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제가 정유준의 아들일 경우 용돈으로 수천억은 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초라할 것 같은데.”정 노인은 세준이 이런 식으로 계산할 줄은 생각지 못했는지 깜짝 놀랐다. 어린 나이에 벌써 부모님의 자산으로 자신의 몸값을 환산하다니, 이게 바로 비즈니스 천재가 아니겠는가?“네가 진짜 내 손자라면, 이 정씨 집안 모든 게 다 너의 것이란다!”정 노인의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세희는 아까와는 달리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정 노인과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정 노인은 그런 세희의 태도 변화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세희야, 이제 울다가 지쳤나 보구나.”정 노인의 관심 조로 묻는 말에 세희는 고개를 갸웃했다.“맞아요. 울다가 지친 건 사실이지만, 또 울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어요.”세희의 말에 정노인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무슨 말이냐?”“희민이 오빠가 놀러 온다면 울지 않겠어요. 오빠랑 같이 놀고 싶거든요.”세희는 일부러 세준이가 당부한 말을 특별히 맨 마지막에 강조했다.“고작 그런 일로 안 운다고? 희민이가 놀러 왔으면 좋겠니?”“네, 저는 희민이 오빠가 좋아요.”정 노인은 앞에 있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못 올지도 모르겠구나.”정 노인의 말에 세희는 금방 입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예쁜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아직 전화도 안 해봤는데, 왜 희민이 오빠가 안 올 거라고 단정짓는 거죠?”정 노인은 하루 종일 울어대던 세희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지금 또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고 황급히 위로하기 시작했다.“아니, 얘야, 착하지? 울지 마. 할애비가 대신 전화해 주마.”정 노인은 인내심을 갖고 세희를 달래기 시작했다. 정씨 집안에 손녀가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기뻤다.“그럼 지금 희민 오빠한테 전화해 보세요! 만약 희민이 오빠가 안 온다면 할아버지 침대맡에서 울 거예요!”“…….”울음을 꾹 참으며 얘기하는 세희의 모습에 정 노인은 할 말을 잃었다.세희의 울음 공격에 놀란 정 노인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정희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걸려 온 시간에 정희민은 한창 멍한 표정으로 정유준 얼굴의 상처를 보며 밥을 먹고 있었는데, 정 노인의 전화에 약간 의외였다.“네, 할아버지.”“희민아,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올래? 여기 세준이랑 세희도 있단다.”정 노인의 말에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
“둘 다 제 아이가 아닙니다!”정유준의 딱딱한 말에 세희는 세준의 손을 꼭 잡았다.“나쁜 아빠는 나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바보였어.”세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정유준의 입꼬리를 주시하며 생각에 잠겼고, 정 노인은 그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그렇다는 건 이미 검사를 해봤다는 얘기냐?”정유준이 막 대답하려는 순간 정 노인이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잘난 척하던 네놈한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구나. 세준이 저 아이가 너랑 이렇게도 똑 닮았는데 그래도 네 자식이 아니라고?”정유준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DNA 검사 결과가 틀리기라도 했단 말씀입니까?”정 노인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글쎄, 누군가 양육권을 얻기 위해 손을 썼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내가 우리 정씨 집안의 핏줄인지 확인하기 위해 DNA 검사 기계를 사 오라고 했다.”‘양육권?’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강하영이 몰래 친자확인 검사 결과를 조작했단 말인가? 지금의 인간관계를 본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검사 결과는 언제 나옵니까?”“이틀 뒤면 나올 거다.”“그럼 저도 이틀 동안 희민이와 이곳에서 지낼 겁니다.”“네 마음대로 하거라.”저녁 8시 30분.정희민은 샤워를 마치고 세준이와 세희의 사진을 찍어 강하영에게 전송했다.문자를 확인한 강하영은 애들이 무사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희민아, 네가 왜 거기 있어?”희민은 세준이 정 노인한테 했던 얘기와 세 사람이 상의한 계획을 강하영에게 얘기해 주자, 하영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동시에 애들의 배짱과 순발력에 마음이 뿌듯해졌다.어쩌면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엄마, 제가 또 문자 보낼게요.”“그래, 꼭 조심해야 돼.”새벽 열두 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희민과 세준은 조심스럽게 방안을 나섰다.두 아이는 아래층에 도착해 DNA 검사 기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정희민이 갖고 온 노트북을 기기에 연결해 수치를 조작하기 시작했다.한 시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네가 정유준 곁으로 돌아가면 돼.”‘정유준 곁에 있으면 정말 애들을 볼 수 있는 걸까?’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도무지 과거를 용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다음 날 점심, MK.정유준을 찾으러 간 배현욱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정유준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유준아. 언제부터 네가 직접 싸움까지 했어? 대체 누구야?”배현욱의 놀림에 정유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현욱을 째려보았다.“그 입 닥쳐.”배현욱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소파에 앉았다.“대체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든 걸까? 혹시 소예준?”순간 정유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내가 배 회장님을 찾아가 얘기를 좀 나눠볼까?”“…….”“나도 너를 도와 방법을 생각해 주려고 이러는 거지. 너무 매몰차게 굴지 마.”배현욱이 얼른 말을 돌리자 정유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네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당연히 필요 없겠지. 그런데 이렇게 보면 강하영 씨 주변에 능력 있는 남자들이 참 많은 것 같단 말이야.”“그 입 닥치지 못하겠으면 당장 여기서 나가!”정유준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자, 배현욱은 얼른 두 손을 위로 들고 투항했다.“그래, 알았어. 오늘은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거야.”“얘기해.”배현욱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정주원이 돌아온 거 알아?”정주원의 이름 석 자에 정유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어떻게 알았어?”“어젯밤 위스키 바에서 정주원과 비슷한 사람을 본 것 같았거든. 너무 오래전이라 나도 확신할 수 없어서 사진을 찍어뒀어.”곧 정유준은 배현욱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영감이 정주원을 위해 애를 참 많이 쓰셨네. 내가 이 짐승만도 못한 자식을 찾아낼까 봐, 정주원이 다시 출국했다는 거짓 소식을 퍼뜨리다니. 두 사람이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두고 볼 거야.’YN.양다인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선택했고, 자리에 앉은 양다인은 남자에게 명함을 건넸다.“제 명함이예요. 양다인이라고 합니다.”남자가 양다인의 명함을 받아 확인하더니 미소를 지었다.“YN회사를 설립한 대표님이셨군요.”“딱히 언급할 만한 일은 아니에요. 그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양다인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묻자 남자가 웃으며, “정주원입니다.”라고 대답했다.‘정…… 정주원?’정유준의 큰형인 정주원이란 이름에 양다인은 깜짝 놀랐다.할아버지한테서 정주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충격을 받은 듯한 양다인의 표정에, 우호적이던 정주원의 눈가에 경멸의 빛이 스치더니 이내 표정을 숨겼다.“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양다인 씨.”정주원의 부드러운 어조에 양다인은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아, 아니에요.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TYC.하영은 한창 영업팀과 기획팀이랑 회의를 열고 있었다.영업팀 팀장.“강 대표님, 신제품을 출시하고 지금까지 매출액이 100억을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곧 두 번째 신제품을 출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알겠어요. 고객센터도 반드시 제때 고객들과 소통해야 해요. 그리고 매장 위치는 알아봤어요?”“네, 찾았습니다. 이따가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확인해 보세요.”“좋아요. 모델 쪽도 많이 신경 좀 써주세요. 다음 주까지 확정될 수 있게…….”말이 끝날 무렵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하영의 전화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임수진의 이름이 뜬 것을 확인하고 얼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하영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전화기 너머로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와,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하영은 굳은 몸으로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이 시간이면 수진 씨가 공장에 있을 텐데, 공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한참 생각에 잠겨있을 때 임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대표님!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어요! 대부분 노동자는 이미 철수했고, 119도 오는 길이라고 합니다!”임수진의 말
하영은 공장의 화재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직원들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저 사람들도 먹고살아야지. 직장을 잃게 됐으니 당분간은 일자리 찾기 힘들 거야.”“알겠습니다.”하영도 쉬지 않고 경호원들한테 다친 직원들을 근처 병원에 데려다 주라고 분부하고, 취재하러 들어오는 기자들을 막았다.그리고 부상을 입지 않은 직원들과 함께 보상금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MK.허시원이 다급하게 정유준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대표님, 강하영 씨 회사에 일이 생겼어요!”허시원은 태블릿 PC를 정유준 앞에 보여주면서 하영의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영상을 보여줬다.“지금 상황은 어때?”“아직은 화재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친 사람들은 이미 병원에 보냈고, 강하영 씨도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는 중입니다.”그 말에 정유준의 찌푸려진 미간도 드디어 풀렸다.잠시 강하영이 자기 곁에서 몇 년간 단련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어떠한 돌발 상황에서도 강하영은 언제나 완벽한 해결 방법을 찾던 여자였다.“시청에 전화해서 화재 원인을 다시 조사하라고 해.”“대표님은 누군가 일부러 화재를 일으켰다고 생각하십니까?”“어떨 것 같아? 이제 막 설립한 신생 회사가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건드렸는데, 그들이 급해 나지 않았을 것 같아?”허시원은 TYC와 나란히 서 있는 YN회사로 시선을 돌렸다.“혹시 누군가가 빼앗으려 했을지도 모르겠군요.”허시원이 지금 누구를 얘기하는지 잘 알고 있는 정유준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그게 누구든 절대 가만 놔둬선 안 되지.”그 말을 들은 허시원은 몰래 웃었다.“대표님께서는 여전히 강하영 씨를 신경 쓰시는군요.”정유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허시원을 째려보았다.“쓸데없는 말이 참 많은 것 같네.”허시원은 깜짝 놀라 얼른 태블릿 PC를 챙겼다.“대표님, 그럼 저는 다른 일 때문에 제 사무실로 돌아가겠습니다!”허시원이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가자, 정유준은 몸을 돌려 시선을 창밖으로 보이는 TYC회사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