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앉자마자 문 앞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제가 열게요.”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강세준이 물컵을 들고 문을 여니, 백발이 성성하지만 기운은 좋아 보이는 노인 한 명이 강세준 앞에 나타나자 강세준이 웃으며 물었다.“누구시죠?”정 노인은 눈을 드리우고 강세준을 내려다보고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흥분된 표정으로, “꼬마야, 너는 누구냐?”라고 묻자 강세준이 웃으며 답했다.“할아버지, 집에 불쑥 찾아오셔서 주인한테 누구냐고 묻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아요?”“말투가 정말 유준이를 똑 닮았구나!”그 말을 들은 강세준은 이내 경계 태세를 취하며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세준아, 누가 왔어?”“어떤 할아버지가 오셔서 이상한 말씀을 하세요.”세준의 말에 머리에 경보음이 울리며 급히 현관으로 다가간 강하영이 정 노인을 마주한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정유준을 미처 경계할 새도 없이 이제는 정 노인까지 찾아왔다!만일 세준의 몸에 정씨 집안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틀림없이 아이를 빼앗기게 된다는 생각에 강하영은 주먹을 꽉 쥐고 최대한 침착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갔다.“정 어르신.”강하영의 얼굴을 보자마자 정 노인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손으로 강세준을 가르켰다.“저 아이 유준이 아이지?”강하영은 대답 대신 세준이 곁으로 다가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줬다.“세준아, 애들이랑 같이 위층에 올라가서 놀고 있어. 엄마가 여기 계신 할아버지랑 할 얘기가 있거든.”강세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실로 돌아가 희민이와 세희를 데리고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구석진 곳에 숨어 희민이와 세희의 손을 잡고 쪼그리고 앉았다.“오빠, 몰래 엿들으려는 거야? 정말 재밌을 것 같네!”흥분하며 말하는 세희를 향해 강세준이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하자 세희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강하영이 정 노인을 거실로 안내하는 것을 지켜보던 정희민이 어두
“너는 참 예외구나!”“칭찬 감사합니다.”정 노인은 맹수 같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마디 하자 강하영도 전혀 사양하지 않는 눈치였다.정 노인은 다시 계단을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부터 아이에 대해 얘기해 볼까?”“어르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아이에 관해 묻는 겁니까?”강하영의 경계심 가득한 눈빛에 정 노인의 안색이 보기 싫게 구겨지기 시작했다.“유준이를 똑 닮았더구나!”“그렇다고 해서 정유준 씨 아이는 아닙니다!”“좋아! 그러 친자확인을 해보면 되겠구나! 유전자 검사 결과는 조작할 수 없겠지! 저 아이가 만약 유준이 아이라면, 우리 정씨 집안 핏줄을 절대 너 같은 여자 곁에 둘 수 없으니 양육권도 우리가 가져갈 거다!”강하영은 손에 땀을 쥐고 정 노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정유준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대처할 방법이라도 있겠지만, 정 노인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면 돌이키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내 아이만큼은 절대로 빼앗길 수 없어!’그때 문득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와 강하영과 정 노인이 고개를 돌리니, 부진석이 장바구니를 손에 들고 급히 집 안으로 들어왔다.“진석 씨가 어떻게…….”“아빠, 다녀오셨어요?”강세준이 갑자기 계단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잇달아 세희의 앳된 목소리도 들려왔다.“아빠, 뭐 맛있는 거 사 오셨어요?”강세준이 하영을 향해 눈을 깜빡이자, 그제야 두 녀석이 입장이 난처해진 하영을 위해 이 연극을 준비했다는 것을 눈치챘다.강하영도 얼른 일어나 부진석 곁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오늘 일찍 돌아왔으니 애들이랑 놀아줄 시간이 있겠네.”부진석도 빠르게 눈치채고 다정한 말투로 대답했다.“오늘 별다른 일 없어서 일찍 왔지.”말을 하며 애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정 노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이분은 누구셔?”“정유준 씨 아버님이야.”부진석의 물음에 강하영이 웃으며 답해줬다.“정 어르신, 안녕하십니까.”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정 노인이 다시 자세히 살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강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내가 무슨 덕을 쌓아서 이렇게 훌륭한 아들을 둘씩이나 낳았을까?”“쾅-”그때 갑자기 위층에서 뭔가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와 모두가 위층을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캐리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이……, 이거 놔…….”강하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에 얼른 위층으로 뛰어갔고, 아이들도 엄마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부진석이 그들을 막았다.2층에 올라간 강하영은 백지영이 캐리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캐리의 목을 조르면서 입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것을 목격했다.“죽어! 죽어버려!”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캐리가 백지영의 손가락을 풀어보려고 애썼다, 반격할 수도 있었지만 강하영이 데려온 손님이니 함부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강하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백지영의 팔을 붙잡았다.“지영 언니! 어서 캐리를 놔줘요!”백지영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강하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나 막지 마. 이 나쁜 놈들은 전부 죽어야 해!”“지영 언니!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제 친구니까 그만 풀어줘요.”“아니야!”백지영은 고함을 지르며 거절하더니 더욱 세게 캐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강하영이 그런 두 사람을 떼 놓으려고 몸을 일으킬 때 부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할게.”말을 마친 부진석은 몸을 숙여 손가락으로 백지영 손목의 혈 자리를 눌러 손쉽게 백지영을 캐리의 몸에서 떨어지게 했다.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캐리는 심하게 기침을 해댔고, 백지영은 부진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개자식! 이거 놔! 남자는 다 쓰레기야! 너희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나도 다 죽여버릴 거야!”그 사이 재빨리 몸을 일으킨 캐리는 목을 움켜쥐면서 강하영 뒤로 몸을 숨겼다.“G! 콜록콜록……, 나 믿어줘. 나 정말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갑자기 미친 여자처럼 콜록콜록……, 나한테 달려들어 내 목을 졸랐다니까.”캐리
부진석이 집을 떠나서 꼬박 4시간이 지나, 저녁 식사 전에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강하영은 얼른 주스를 한 잔 따라주며 상황을 물었다.“어떻게 됐어? 뭔가 소식이 있어?”부진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파에 앉아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입을 뗐다.“아니. 사진을 보여줬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었어.”“그럼 이제 어떡하지?”찾는 사람도 없고 정신질환마저 있는 사람을 집에 남겨 두는 건 조금 불안했다. 게다가 아이들도 집에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보낸다면 어디로 보내야 하지? 병원에 보내는 건 너무 예의가 아닌 것 같고, 그냥 밖에 내보낼까?’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밖에 내보냈다가 또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하영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때 캐리가 소파에 누워 사과를 베어 물며 입을 열었다.“그냥 내 말대로 주운 곳에 다시 되돌려 보내는 건 어때?”“안 돼.”“그건 안 되지!”동시에 캐리의 말에 반박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캐리는 하마터면 사레에 걸릴 뻔했다.“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부진석은 강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너만 괜찮다면 의사를 찾아 여자의 상태를 살펴보게 하고 싶은데.”“그럴 수밖에 없겠네.”이야기를 마친 강하영은 애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세수를 시킨 뒤, 방에 데려가 이불을 덮어주자 강세희가 불안한 말투로 물었다.“엄마, 이모는 왜 그러는 거죠?”강하영은 세희의 작은 볼을 살짝 꼬집었다.“괜찮아. 이모가 아파서 그런 거니까 치료받으면 괜찮아 질 거야.”“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진석 아빠한테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그래. 얼른 자. 이모 앞에서 이런 말 하면 안 돼. 알겠지?”애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정희민도 낮은 목소리로 강하영한테, “엄마, 잘 자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강하영은 세 아이의 이마에 각각 뽀뽀를 해줬다.“잘자…….”늦은밤.어두컴컴한 어린이 방에 작은 그림자 하나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얼른 코를 막으며 침대맡에 있는 휴대폰을 찾았다.그리고
“백지영 씨는 아마 심각한 폭행을 당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로 인해 남성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고, 그런 두려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아 보호 체계가 이루어지면서 두려움이 분노로 변하여 남성을 공격하는 것 같네요. 초기 진단 결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한 정신 장애에 이르렀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네요.”“제가 가족이 아니라 지영 씨를 대신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다른 치료 방법은 없을까요?” 구 선생님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뗐다.“제가 당분간 여기 남아 약물치료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봐 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가족을 찾아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정말 감사합니다, 구 선생님!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제가 출근해야 해서 당분간 지연 언니를 부탁할게요. 비용이 얼마든지 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맞춰드릴게요.”감격에 찬 하영의 말에 구 선생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아닙니다. 비용이라면 부 선생님께서 이미 지불하셨거든요.”자신을 도와 비용까지 지불했다는 말에 강하영은 깜짝 놀랐고, 구 의사는 그런 강하영을 보며 농담을 던졌다.“부 선생님과 사이가 아주 좋으신가 봐요.”강하영은 약간 얼굴을 붉히며 낮은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오후.강하영은 애들을 데리고 임씨 아주머니를 만나러 연세 병원으로 향했다.차에서 내린 뒤 곧장 입원실로 향하고 있던 네 사람은 그들 뒤에 하얀 차 한 대가 세워져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차 안에는 양다인이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강하영과 아이들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들어 입원동이라고 적힌 건물을 바라보며 의문을 가졌다.‘여긴 누구를 만나러 온 거지?’양다인은 이내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얼른 선글라스를 끼고 차에서 내려 그들의 뒤를 밟았다.병원 꼭대기 층.강세희는 놀란 얼굴로 앞에 있는 병실을 바라보았다.“엄마, 여기 너무 예뻐요. 저도 여기서 살고 싶어요.”하영은 세희의 말에 웃지도 울지도 못
“누구시죠?”“제가 누군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임씨 아주머니의 아들인 홍수혁이 양다인에게 되묻자, 양다인은 가볍게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아주머니께서 지금 큰 사고를 당하시고 지금 연세 병원의 입원동 꼭대기 층에서 치료받고 있어요.”“네?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까?”홍수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못 믿으시면 직접 연세 병원에 찾아가 봐도 좋아요.”“만약 장난 전화면 신고할 줄 알아요!”“홍수혁 씨, 임씨 아주머니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예전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 좋은 마음으로 전해드리는 건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되죠. 화를 내려면 이미 이 사실을 알면서도 가족한테 알리지 않은 사람한테 화를 내야죠.”양다인은 임씨 아주머니의 상황을 전부 홍수혁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홍수혁의 화를 한껏 돋운 후에야 비로소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방금 연기를 하면서 흘린 거짓 눈물을 닦은 다음 자리에 앉아 좋은 구경거리가 생기길 기다렸다.입원동.강하영의 휴대폰에 낯선 번호가 찍히자, 강하영은 병실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그쪽이 강하영이야?”“누구신데요?”“나 임연수 아들 홍수혁이야!”홍수혁의 화난 어조에 강하영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홍수혁이 왜 나한테 전화를 한 거지?’예전에 임씨 아주머니한테서 들은 얘기로는, 아주머니가 홍수혁을 출국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홍수혁이 아주머니와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아주머니가 아무리 아들에게 전화를 해도 그저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나중에는 아예 모자 관계까지 끊으려 했다고 들었다.그 뒤로 두 사람은 거의 10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그런데 왜 갑자기 찾아온 거지?’“제가 강하영인데 무슨 일이죠?”“우리 엄마 어떻게 된 거야?”홍수혁의 사나운 질문에 강하영은 누군가 홍수혁에게 이 일을 알려줬다는 것을 알았다.“홍수혁 씨, 이제서야 전화하는 거 조금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X발,
자초지종을 들은 캐리는 화를 참지 못했다.“그게 인간이 할 짓이야?”강하영은 머리가 아픈지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그러니까 시끄럽게 굴지 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호원 한 명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강하영 씨, 방금 입구에서 누군가 강제로 침입하려 해서 저희가 막았습니다.”그 말에 강하영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설마 홍수혁이 벌써 찾아온 건 아니겠지?’“X년아, 당장 나오지 못해?”홍수혁을 떠올리기 바쁘게 문밖에서 욕설이 들려왔고, 캐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화를 냈다.“내가 가서 패버릴게!”강하영은 그런 캐리의 옷을 잡아당기며 그의 행동을 막았다.“그러지 마!”“G! 저 양심도 없는 놈이 여기까지 찾아와 너한테 욕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내가 해결할 테니 끼어들지 마.”“안 돼! 나도 같이 가!”캐리의 집요한 모습에 강하영도 어쩔 수 없었다.“그럼 절대 경솔한 행동은 하지 마.”“알았어!”캐리가 언짢은 표정으로 대답하자 강하영은 그제야 안심하고 캐리와 함께 입구로 향했다.문밖.홍수혁은 경호원들의 손에 제지당해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서도 여전히 욕설을 퍼붓는 것을 잊지 않았다.홍수혁은 강하영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XX년, 우리 어머니가 다치셨는데 감히 그 사실을 숨겨? 너 때문에 우리 어머니가 다쳤으니까 당장 손해배상비 내놔!”이웃들도 있으니 밖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싶지 않았던 강하영은 경호원들에게 홍수혁을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문이 닫힌 후, 강하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홍수혁을 바라봤다.“누가 이 사실을 얘기한 거죠?”“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난 그냥 우리 어머니가 너 때문에 병원에 누워 계신다고 들었어!”강하영은 홍수혁을 힐끗 쳐다보고는 소파에 앉았다.“결국엔 원하는 게 돈이잖아요.”“그렇다면 어쩔 건데?”강하영은 뻔뻔스럽게 묻는 홍수혁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돈이라면 줄 생각 없어요.
홍수혁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얼른 대답했다.“좋아. 딱 일주일 줄 테니까 기다릴게!”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경호원들에게 홍수혁을 풀어주라고 했다.훙수혁이 떠나고 캐리는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말도 안 돼! 그게 어떻게 인간이 할 짓이야!”강하영은 소파에 기대며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세상에서 이성적으로 대화할 수 없는 놈들이 바로 이런 양아치들이야.”“그래서 정말 그 5천만 원을 죽겠다고?”“내 주머니 사정이 그 정도로 사치스럽진 않아.”강하영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캐리를 바라보았다.‘이제 텔레파시도 통하지 않는 거야?’캐리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그제야 뭔가 깨달은 듯했다.“알았어! 일단 시간을 끌자는 거지?”“그렇다고 볼 수 있지. 제일 중요한 건 그 소식을 전한 게 누구인지 알고 싶어.”캐리는 묵묵히 엄지를 척 내밀었다.“역시 우리 G!” 잠들기 전에 강하영은 소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자?”“아니, 무슨 일이야?”소예준의 말투는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여전히 그 다정함을 잃지 않았다.“오빠,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요즘 무슨 일 있어?”소예준은 소씨 집안의 재산을 전부 털고, 고객들을 비밀리에 이전시키려는 계획을 아직 하영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얘기했다가 강하영이 걱정할 게 틀림없으니, 반드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외할아버지의 통제에서 벗어나 힘을 키우고, 유일한 여동생을 지켜야 했다.“내일 내가 한약이라도 지어 보낼 테니까, 잊지 말고 챙겨. 그리고 나 좀 도와줄 수 있어?”“무슨 일인데?”“아주머니가 폭행을 당하고 애들이 납치된 일에, 소씨 집안이 움직였다는 증거가 필요해…….”강하영은 오늘에 있었던 일을 소예준에게 알렸고, 그 얘기를 들은 소예준이 하영에게 물었다.“혹시 그 증거를 홍수혁한테 넘겨줘서, 홍수혁더러 할아버지와 양다인한테 찾아가 배상을 청구하게 하려는 거야?”“맞아. 사실 지난 빚까지 한꺼번에 갚아 주려고 했는데, 이번엔 회사까지 얽혀서 일단 일부 조치를